우주력 1314년 8월 15일. 공화국 수도 데모크라테스 함락.
우주력 1314년 9월 24일. 공화국 의장 미나세 이오리 거열형.
우주력 1314년 9월 25일. 공화국 야당 대표 미우라 아즈사 음독 자살.
우주력 1314년 10월 1일. 호시이 미키 공화국 우주군 총사령관 십자가형.
우주력 1314년 10월 8일. 후타미 아미 공화국 6함대 사령관 옥중 자살.
우주력 1314년 10월 9일. 가나하 히비키 공화국 9함대 사령관 참수형.
우주력 1314년 10월 13일. 쿠로이 신-경제자유위원회 위원장 백작위 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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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력 1317년 2월 7일.
"후우-"
마구 헝클어진 머리를 하고 있는 장신의 남자.
P는 감옥 구석에 앉아 담배연기를 뿜었다.
아마 이 담배가 생애 필 수 있는 마지막 연초가 되리라, 라고 생각하면서, P는 과거를 회상했다.
우주력 1314년 8월 15일.
그로서는 잊을 수 없는 날이었다.
계속되는 내분과 내란으로 혼란했던 공화국이 결국은 제국의 손에 무너진 것이다.
아마미 하루카 황제가 직접 공화국의 심장인 국회의사당에 제국의 사자깃발을 꽂는 순간에는 말 그대로 피를 토하는 고통을 느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제국의 공화국 인사에 대한 대대적인 숙청이 시작되었다.
-- 나는, 모두, 하나 하나, 전부 기억하고 있다.
누구보다 민주주의를 사랑했던 이오리는 아마미 황제가 직접 거열형을 명령했다. 사지가 찢겨져 나가는 그 순간까지 자유민주주의를 외친 그녀의 목소리는 그의 심장에 대못을 박았다.
야당 대표였던 아즈사는 공화국을 무너뜨렸다는 죄책감을 못 이겨 음독자살했다. 그녀를 이용했던 쿠로이 신-경제자유위원회 위원장은 백작위를 수여받아 지금도 공화국 수도의 유력자로서 떵떵거리며 살고 있는데 말이다.
함대 사령관이었던 히비키는 의사당 앞에 마련된 기요틴에서 목이 잘려 떨어졌다. 같은 사령관이었던 아미는 옥중에서 혀를 물고 자살했다고 한다.
그리고, 공화국의 구심점이었던, 한없이 찬란하게 빛나던 미키는-
"후우--"
더 이상 참지 못하고 P는 다시 한 번 담배연기를 내뱉었다.
미키는 '십자가형'에 처해졌다. 다른 인사들의 숙청이 끝나고 기요틴을 치운 뒤, 그 자리에 십자가를 세우고 미키를 못박았다.
나흘.
나흘이다. 미키가 죽기까지 걸린 시간이.
물 한 모금 못 마시고 전신이 말라비틀어져가는 고통 속에서 미키는 나흘을 버텼다.
마지막에 그와 눈이 마주쳤을 때, 그녀는 말했다. 아니, 말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녀의 눈동자가, 그녀의 입술이 희미하게 열렸던 것만은 기억한다.
'사랑해, 허니. 부디 행복해줘.'
행복하라니. 너를 잃고, 모두를 잃고, 그리고 혼자 살아남아 행복해지라니.
그럴 수는 없었다. 그렇게 해서는 안 됐다.
--나는, 모두의 복수를 해야 한다.
처절했다. P는 민주주의를 되살리기 위해, 죽어버린 모두의 복수를 하기 위해 제국을 무너뜨려야 했다.
그렇게 3년을 레지스탕스를 조직해 활동했다. 민주주의의 깃발 아래 공화국의 사람들을 모았고, 제국 성계 곳곳에서 반란을 일으켰다.
3년. 끝끝내 P는 아마미 하루카 황제를 저격하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모든 게 무너졌다.
아마미 하루카 황제의 죽음은 마치 도미노가 무너지는 것처럼 다른 모든 것의 붕괴를 촉발했다. 제국이 무너지고, 전 성계에서 권력을 가진 유력자들이 각자 자신의 무력집단을 세워 반란을 일으켰다. 사라졌던 귀족 특권계층이 다시 부활했다. 공화국 성계에서 민주주의의 이름 아래 군사 독재가 시작되었다. 수많은 무고한 사람들이 전쟁과 내란 속에서 산화되어 죽어갔고, 지금도 죽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모두 내게는 상관 없는 일이다. 나는, 그녀를, 아마미 하루카 황제를 저격해 죽였으니까. 모두의 복수를 했으니까.
그래... 그것으로 된 것이다...
멀리서부터 들려오는 발걸음 소리에 P는 고개를 돌려 철창을 바라본다.
철컹.
감옥의 문이 열리고, 인상이 매서운 간수들이 감방 안으로 들어온다.
그들은 거칠게 P를 끌어당기며 감방 밖으로 끌고 나간다.
끌려나간 P의 손에 들려 있었던 담배가 차디찬 감옥 바닥에 떨어져, 마지막으로 자그마한 불꽃을 뿜더니, 이윽고 희미하게 사라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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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력 1317년 2월 7일. 전(前) 공화국 우주군 총참모장. 현(現) 자유민주 독립군 총사령관 P. 총살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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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정도 초안과 비축분을 확보했습니다. 천천히 써보겠습니다.
꿈과 희망이 넘치는 765 소녀들의 은하영웅전설. 기대해주세요~
[이 게시물은 시압님에 의해 2014-04-06 21:57:50 창작글판에서 이동 됨]
17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죽어나가는 시작부터
이건이미 희망이없어
꿈과 희망이란 곧 프롤로그!
프롤로그 ☆ 는 이루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