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반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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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프로듀서
'The door' - Hildur Guðnadóttir
세간의 화제가 되었던 HBO TV 시리즈.
'체르노빌'을 보았습니다.
워낙에 세계적인 수준의 대사건이라 이전에도 국내외 여러 다큐멘터리 등지에서
이 사건이 다루어진 바 있었습니다만, 이번 HBO TV 시리즈는
'드라마'를 통해 다큐멘터리 이상의 전율과 충격을 선사해주었네요.
1986년 4월 26일 01시 23분 45초에 발생한
'모든 생명과 이 행성을 파멸에 이르게 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접한
당시 인물 군상들과 긴박하게 흘러가는 스토리는 몰입력이 대단했습니다.
매 화마다 특정 주제에 초점을 맞추어 메인 스토리와 서브스토리를 함께 진행한 점,
주인공과 조연들 모두 인물들 각자의 역할과 비중이 골고루 분배되어
어느 누구만의 이야기가 아닌 '당시를 살았던 모두의 이야기'라는 느낌이 들게 한 점.
당시 사건의 생존자들과 수기, 사료 등을 통해 최대한 생생한 현장을 재현하려한 점 등
수 많은 부분들에서 정말 굉장한 수준을 보여준 수작이었습니다.
당시 지옥과 같은 현장에 투입된 수 많은 인력들과 장비들을 통해
사고를 수습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이들이 희생되고 고통받았는 지를 잘 보여줌으로써
원자력 사고에 대한 경각심과 위험성을 경고함과 동시에,
사고가 발생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인적 오류'들이 산재해있었는 지 밝혀나가는 과정과
경직되고 고장난 시스템 속에서 그것을 바로잡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주는 드라마.
국가적으로 은폐된 진실과 리더의 무능함과 무책임함 속에서
'거짓의 대가'가 얼마나 큰 지를 묻고 있지만
그것을 견디고 감내해야하는 사람들은 정작 무고한 이들이었다는 점.
죄 없고 선한 사람들이 무지로 인해 고통 받고 죽어가는 모습은 정말 안타까웠습니다.
체르노빌 사건 이후 소련 연방은 사고 수습으로 결정적인 타격을 입고 기울기 시작했지만,
덕분에 전세계적으로 원자력 산업에 대한 많은 자성과 변화가 있었다는 건 좋은 점일까요.
20세기의 체르노빌과 같은 등급의 '초유의 원자력 사고'가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발생한 21세기의 초엽.
두 사고 모두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군요.
지금은 그 때와 또 얼마나 다를지...두고 봐야 할 일이네요.
정말이지 두고 두고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드라마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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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작품을 보진 못 했지만
홍보 문구만으로 조금이나마 참상이 와닿더군요.
그러나 약 3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당시 퍼져나갔던 엄청난 양의 방사능은
일부 지역에선 현재까지도 높은 수치로 남아있습니다.
당시 열악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모든 자원과 인력을 총동원하였기에
최악의 사태는 막을 수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체르노빌 사고는 아직 끝나지 않았네요.
비록 소련 붕괴 이후에도 계속된 추후 관리로
현재는 사고 현장이 강철돔으로 덮여 있고
일종의 이색 관광지(...) 취급을 받으며 '방사능 투어(...)'도
종종 이루어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사고 후 오랜 시간이 지나도록
수 많은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암과 백혈병 등으로 고통받는 현실은
정말 가슴이 아픕니다.
후세가 바라보는 '체르노빌'이 이와 같다면
근미래에 인류가 경험한 또 다른 '체르노빌급 사고'는 어떻게 기억될까요.
보는 내내 생각이 많아지는 드라마였습니다.
역사에 '만약'은 없다고 하지만 정말로 체르노빌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과연 어떤 세상에 살고 있을까요.
체르노빌 원자로는 지금도 아무 문제 없이 가동되고 있고,
계획도시 프리피야트는 변함없이 평화롭고 순조로운 일상을 영위해나가고,
깨끗한 물과 공기 속에서, 동식물은 더욱 번창하여 아름다운 환경은 자라날테고,
아무도 '보이지 않는 불'에 살과 뼈가 녹아 죽거나
아무도 대대로 지속되는 암과 질환에 시달리지 않아도 되고
그 누구도 희생되지 않아도 되었을텐데 말이죠.
어쩌면 오늘날까지 소비에트 연방이
어떤 형태로든지 존재하고 있을지도 모르고,
역사는 정말 많이 변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원자력의 위험성은
보다 무시되거나 간과된 채 다루어지고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한편으로는 '원자로의 결함'을 국가적으로 은폐한 이상
체르노빌이 아닌 다른 곳에서
사고가 발생하는 것은 시간 문제였을지도요.
당시 대기로 방출된 방사성 물질들이
지구 각지에서 검출될 정도로 전세계적인 사건이었던 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강한 충격을 준 사건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지금까지도 드라마나 영화, 소설, 논픽션 등에서 꾸준히 다루어지는 것을 보면
어쩌면 체르노빌은 당대 소련인들뿐 아니라 인류 모두가 기억하고
미리 예방해야할 '초대형 인재'의 표본이 된 셈이네요.
참으로 뼈아픈 교훈입니다.
이런 사건을 볼 때마다, 원자력이란 우리 인류에겐 너무 이른 에너지가 아닌가 싶습니다.
"깨끗하고 안전하다"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우는 원자력 발전.
그렇지만 한 번 사고가 발생하면 그 여파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며, 피해와 오염이 거의 반영구적으로
지속된다는 점에서 참으로 극단적인 양면성을 보여주네요.
인류가 본격적으로 원자력을 이용하기 시작한 건
20세기 초반부터니까 채 100년도 안된 셈이군요.
특히나 그 시작은 '세계 대전' 당시 나치 독일을 시작으로
연합국에 이르기까지 '핵무기'를 개발하는 데 혈안이 되었던 것이니
'발전용 원자력'은 훨씬 더 나중의 일이네요.
인류가 가장 최근에 얻은 '별의 힘'인 원자력.
'힘'이라는 단어가 가진 의미가 그렇듯이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르는 법'이라는
어느 유명 만화 속의 명대사가 떠오르는 사고입니다.
"나중에 고치면 돼."
역사 속에서 언제라도 나중은 없었는데.
실제로 작중에서도 사고의 직접적인 책임자들은
'전인류를 결딴내버릴 대사건'이 일어난 와중에도
사고 수습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며
소비에트 연방의 고위 관료들의 비호 아래 책임 회피와 변명,
제식구 감싸기에 여념이 없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오히려 이 사고와 직접적으로 아무련 관련이 없는
소련의 군인들과 광부들, 소방관들과 의사들, 간호사들, 과학자들 등
수 많은 '선한 사람들'이 몸소 목숨을 걸고 '최악의 재앙'을 막아내지요.
급한 불을 끈 이후에도 '사고 원인'을 분석하고 직시하기 보다는
어떻게든지 원인을 감추고 아무런 문제 없는 척 거짓말만을 계속하려는 태도는
변치 않았고 관련자들을 시종일관 감시하고 자택감금하는 만행이 계속되었군요.
결국 작중 본 사고 수습의 책임자이자 진실을 밝히고자 했던,
양심적인 과학자 '발레리 레가소프' 의 비극적인 자살로 인해 비로소
권력의 눈치만 보던 원자력 산업에 자성이 시작된 것은 불행인지 다행인지 모르겠습니다.
모든 일에는 제 때가 있고,
그 시기를 놓치면 돌이킬 수 없다는 것.
이 역시 역사가 주는 교훈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