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반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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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프로듀서
그대여,
긴 장마의 끝은 가을이었습니다.
어른의 문턱에서 머뭇거리는 아이처럼.
여름이라기엔 너무 늦어버렸고
가을이라기엔 아직 많이 이른 시기.
그대여, 알고 계시나요?
"올해는 정말 비가 많이 왔군요.
전례 없는 장마로 세상이 모두 물에 잠겨버리고 말았습니다."
무심하게 무시무시한 말을 거리낌없이 내뱉는 뉴스 채널도
이미 여름이 사라져버렸다는 사실만은 결코 말하지 않습니다.
바라보는 이 없이 꽃들이 피고 진 핀 봄이 아닌 봄날처럼
무더위도 해변도 바캉스도 열대야도 없는 여름아닌 여름날을 보내며
우리가 시작하기도 전에 끝나버린 것들이
얼마나 많은 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무너져버린 모래성처럼 흐트러져버린 적란운들이
유유히 흘러가는 하늘 아래엔 주목받지 못한 채 떨어진 능소화.
햇살이 내려쬐기도 전에 빗물 젖은 파도만 남긴 채
아우성도 발자국도 없이 모두가 떠나가버린 백사장.
비가 그치기를 바라며 하나 둘 매달던 맑음이 인형들이
볼품 없이 매달려 있는 창문에는 새카맣게 말라버린 모기 핏자국.
몇 번 타보지도 못한 채 부서진 서핑 보드와
다 마시기도 전에 김이 빠져버린 맥주.
그대도 알다시피,
그 어느 곳에도 여름은 이제 없습니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따르는 것이 인생의 법칙,
그럼에도 돌고 돌아 다시 만나는 것이 자연의 섭리지만
여전히 이별에 익숙해지지 못하는 까닭은
마치 고백도 못한 채 헤어져버린 수줍은 첫사랑처럼
채 속이 익지 않은 수박을 베어물며 바라보고 있자니
힘을 잃어가는 매미 소리가 더욱 애처로운 까닭입니다.
그대여,
어제는 벽장 속에 묵혀두었던 가을 옷들을
하나 둘 꺼내어 차곡 차곡 정리하다
왠지 모르게 눈물을 쏟고 말았습니다.
누구를 위한 여름이었나요.
녹아내린 얼음잔은 싸늘하게
식은 땀만 흘릴 뿐 대답이 없습니다.
무엇을 위한 여름날이었나요.
낡은 선풍기는 윙윙거리며 딴청을 피울 뿐
금새 고개를 피하고 마네요.
다 입어보지도 못한 채 다시 어둠 속으로
반팔 셔츠, 반바지, 샌들을 몰아넣으며
멋쩍은 미소로 언젠가 꼭
다시 만날 약속을 하던 자신이 부끄러워졌습니다.
실은 '다시 만나자'라는 가벼운 약속이
'영원한 이별'의 또 다른 말이라는 것을
어느새 알게 되었기 때문이겠죠.
그대여, 우린 분명 또 다시 여름을 마주하겠지만
그땐 지금의 여름은 아닐 것입니다.
그 무렵 우린 지금보다 조금은 더 자라있을까요.
아니면 조금 더 늙어있을까요.
그대여,
부디 보시게 된다면 대답해주셔요.
그대의 여름은 뜨거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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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뜨겁질 못했습니다
삶에 치어, 그저 편한 요행으로 인생을 살기 위해
오늘도 시원한 방구석에서 행운을 바라는데
대체 그곳에 무슨 뜨거움이며 열정이며가 잇겠습니까
허나 그저 차갑게 흘러간 것이 여름 뿐일까요
이 저주받은 해는, 벌써 6할 6푼이 녹슬어 바스라진 과거마냥 사라졌습니다
그저 다음 여름이 조금 더 뜨겁기를 바랄 뿐이죠
선풍기만이 계절을 잊지 않고 열정을 불태우는 밤입니다
아 좀더 길게
써야하는데
졸린다ㅅㄱ
아주 덥지도 그렇다고 서늘하지도 않은
미적지근한 여름에 작별을 고하고 있습니다.
봄에 이어 여름마저도 흐지부지 지나가버린 지금,
올해는 정말이지 기묘한 한 해가 될 것만 같습니다.
비단 COVID-19의 대유행 때문만이 아니라
역대 최장 기간 이어진 장마와 엄청난 수해로
올 여름은 피서를 즐기기엔 너무나 어수선했던,
음울한 회색빛의 시기로 기억이 되겠죠.
뒤늦게 찾아온 뜨거운 햇살을 맞이하기엔
이미 너무 늦어버린 걸까요.
여름에 대한 낭만까지는 아니더라도
계절감이 빛 바랜 느낌이 없지 않군요.
뭐랄까...시간은 흐르고 있지만, 변화는 없는 나날들.
언제부턴가 세상은 멈춰있는 것만 같은 느낌입니다.
눈을 감았다 뜨면 벌써 다음 해가 되어있겠지만
그때는 지금과 또 얼마나 다를지...
또 다시 대규모 감염의 조짐이 보이는 지금은
가을다운 가을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모두의 노력과 마음을 모두어
부디 차츰 나이지기를 기대해봅니다.
푹 쉬셔요. 오늘도 수고하셨습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현실이 된 지금,
2019년의 나날들이 머나먼 과거처럼 느껴지게 되었군요.
생소했던 마스크 착용이 이젠 일상이 되고
2m 이상의 거리 두기와 손씻기의 생활화.
어딜가나 체온 측정에 인적 사항 기록이 필수인데다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지는 재난 경보 문자와 확진자 동선에 대한 뉴스.
유명 가게들과 노포들 역시 줄줄이 문을 닫거나 명맥이 끊기고
국내외 여행마저 시들해져 예전처럼 여가를 즐긴다는 것이 사치가된 시대.
짧은 시간 동안 일생 생활 전반에 있어
'대혁명'에 가까운 변화가 스며든 지금
사람들이 피로와 무기력함을
느끼는 것도 무리는 아니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런 순간일 수록
'삶이란 초콜릿 상자와 같아서
열어보기 전까진 무엇이 나올지 알 수 없는 것'...이란 대사가
유명한 영화가 떠오르네요.
비록 지금은 너무나 힘겨운 시간들이지만
모두가 힘을 합쳐 이겨낸 미래엔 분명,
후회하지 않을 만큼 아름답고 멋진 일들이
찾아오리라 믿습니다.
분명 코로나 대유행이 우여곡절 끝에 마무리된다고 하더라도
사회 전반에 남긴 상흔과 갈등을 치유하고 봉합하기 위해선
더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할 것 입니다.
이미 너무 많은 희생과 고통을 감내하고 있지만
앞으로 우린 더 많은 시간과 생명, 비용과 가치를
잃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여기서 모든 것을 포기하고 멈춰서버린다면
이 다음에 어떤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알아 볼 기회마저 잃고 만다는 생각이 드네요.
무심히 흘러가버린 여름을 뒤로한 채,
마주할 내일은 또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지
간절한 마음을 가지고서
담담하고도 묵묵히
가장 어두운 순간에야
비로소 먼 동이 트는 새벽을 지새게 되는 것은
'고진감래'라는 클리셰를 식상해 하면서도,
결국은 실제로 일어나기를 염원하기 때문이겠죠.
무엇하나 마음에 들지 않는
이런 볼품없는 시대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번 살아보고 싶습니다.
이런 고통의 시대에도
결국은 좋은 일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습니다.
그리하여 지난 날의 나에게
기꺼이 미소를 지을 수 있는
나 자신이 되고 싶습니다.
다시금 대규모 유행이 예견되는 시기,
프로듀서님 모두 건강하시고
무탈히 잘 지내시길 바랍니다.
우리들의 밤은 왔습니다
끝나지 않을 밤은 왔습니다
그리하여 눈물 지을 밤은 왔습니다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잃어버린 봄날에 대한 기억이
희미해질 무렵, 또 다시 큰 시련이 닥쳐왔습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나날이 늘어가는
COVID-19 확진자 소식에 사람들의 근심이 깊어지고
또 다시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의 시행이 예고되는
백척간두의 상황.
여름날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게
긴 장마와 함께 여러 우울한 소식들이 이어졌지만
어쩌면 다가올 거대한 불행의
전조에 지나지 않았던 것일까요.
그렇지만 이런 어수선한 상황 속에서도
여전히 수 많은 사람들이
시대의 어둠을 밝히고자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아무리 절망적인 상황일지라도
일말의 희망은 남아있음을 떠올리게 합니다.
밤이 있다는 건 다시 말하면
언젠가 아침이 온다는 것이고,
눈물이 있다면 한편으로는
미소도 있다는 말이겠지요.
아쉬움만 가득 남긴 채
시름이 깊어지는 가을이겠지만
이 긴 어둠의 끝에
다시 마주할 햇살은
그 어느 때보다 눈부실 것입니다.
대규모 2차 유행의 초엽,
모든 프로듀서님들께서 방역 수칙을 준수하셔서
항상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당신께서 불어주실 일 있으면 이리도 슬플까
꽃이 지고서야 봄날이었던 것을 안 것 처럼
적란운들이 스러지고 나서야
여름이 지난 것을 알았습니다.
올해는 정말 기묘한 한 해가 될 모양인지
스산한 가을과 함께 역병이 다시 퍼지고 있네요.
답답함과 서글픔, 먹먹함과 우울함이
다시금 마음 한 구석에서 차오르는 건
저뿐 만이 아니겠죠.
러시아에서 COVID-19 백신(스푸트니크V)이
세계 최초로 개발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지만
그 효과와 안정적인 공급이 이루어지려면
아직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보니, 전세계적으로
앞으로 한 동안은 현 상태가 지속될 것 같습니다.
잃어버린 시간 속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프로듀서님들 모두 마음을 다잡고
험난한 시기를 견뎌내시길 응원합니다.
루주라도 발라준다면 예쁜 입으로 죽게 될 것이다
조금만 더 절망하다가 가면 안될까요, 모기들은 내 방에 들어오려고 애썼다
피는 달다, 칼에 베인 손가락을 물고 오래 빨아본 적이 있다
아파트 화단에 떨어져 죽은 새의 주둥이가 칸나꽃 같았다
아이들이 죽은 새를 돌로 찧는 것을 말리지 않았다
방충망을 두고 모기들과 마주 보았다, 허공을 날아본 지 얼마 안되는 것들이었다
날렵한 제트기처럼 방충망에 착지한 죽음
수직으로 매달려 내게 물었다, 당신도 우리처럼 목이 마르죠?
작게 헐떡이는 소리가 들렸다, 오랜 장마에 벽지엔 물이 스미고
눅눅한 방바닥엔 쌓아놓은 옷들이 퉁퉁 불어 있었다, 올 여름에 내가 한 일이라곤
종일 창밖을 내다보거나 밥을 먹거나 잠을 기다리는 게 다였다
끝없이 뒤로 연기되는 시간의 채무를 안고 괴로워하는 빚쟁이였다
모기들이 방충망에 털이 수북한 주둥이를 밀어넣고 내게 중얼거렸다
당신을 면회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나는 귀를 막았다
나는 창문을 닫고 다시 TV를 볼 것이다, 그 모든 걸
기다릴 준비가 되었다는 듯, 모기들의 눈이 충혈된 채 울먹이는 것 같았다
피를 잔뜩 머금은 얼굴로 꽃들이 피었다 지고, 피었다 지고
목각 인형을 깎다가 손가락 하나를 잃어버린 사람 같은 낮달이 뜨고 지고
한밤중에 일어나 물을 마시다가 귀신처럼 서 있는 나를 만나기도 했다
그해 여름의 끝 / 최금진 (사랑도 없이 개미귀신, 2014 中)
해마다 여름이 끝나면 생각이 나는 최금진 시인님의 시랍니다.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창 밖을 멍 하니 바라보며,
방 안에서 하릴 없이 기다리기만 하는 시간의 채무자
특히나 요즘처럼 '코로나 블루'라 불리는 우울함과 무기력함이 사회 전반에 퍼지고
모든 것들이 연기, 취소 혹은 불투명하게 변하는 상황에 특히 공감이 되네요.
매해 한 해의 가장 치열하고 무더운 시기를 지내다 보면
더위에 지쳐 하루빨리 지나가길 바라면서도,
막상 지나가버리고 나면 묘하게 허무한 느낌이 들곤 했지만
올해는 유독 장마가 길어서 그런지
언제 여름이 지나갔는지도 모르게
구렁이 담 넘듯이 슬그머니
떠나버린 것 같아 더욱 아쉬움이 짙어지네요.
현 상황이라면 가을은 또 다시 인고의 시간이 되겠군요.
봄도 여름도 가을도 편치 않는 2020년이지만
모쪼록 프로듀서님들 모두 잘 지내셨으면합니다.
올해 분명 예년처럼 햇살은 무더웠고
녹음은 짙푸르게 피어났습니다.
바다엔 끝없이 파도가 밀려왔고
하늘엔 적란운들이 피어올랐습니다.
때론 비가 내리거나 태풍이 지나가며
천둥과 번개로 밤잠을 설치기도했군요.
사회와 사람들은 멈춰섰지만
이 별은 지금도 쉼 없이 돌고 돌아
새로운 계절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지구가 멈추지 않는 이상,
여름이 오지 않았다는 것은 분명 거짓말이겠지만
결코 예년과 같은 여름은 앞으로 오지 않겠죠.
두려움과 아쉬움, 막막함과 슬픔이 가득한
2020년이 지나면 또 어떤 시간들이 찾아올까요.
이미 절반 이상 지나버린 올해는 그리 만족스럽진 못했지만
서서히 상황이 나아져 많은 이들이 다시 일상의 평온을 되찾고
'포스트 코로나'라는 새로운 시대적 화두에
서서히 적응해나갈 수 있었으면 합니다.
항상 건강하셔요.
차게 식힌 맥주 한 잔,
짙푸른 산과 넓은 들에서의 캠핑과
홀로 떠나는 해안도로 자전거 여행,
하이킹 도중 마주한 소나기의 끝에
적란운 사이를 비추는 뜨거운 햇살
Lofi-chill 음악이 흐르는 바나 라운지에서
시원하게 즐기는 피나콜라다 칵테일
언젠가 여름이 오면 꼭 해봐야지 하는 여러가지 위시 리스트들이지만,
올해 피서 계획과 여행 일정이 모두 취소되고 연기되어버린
지금의 상황에서는 모두 뜬 구름 같은 이야기들이 되어버리고 말았군요.
마음놓고 여행을 가거나 모임을 가지기엔 아직
사회 곳곳에 보이지 않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기에
최근에는 누군가에게 식사를 권하거나
만나서 이야기하는 것도 혹여나 실례가 되진 않을까
다시 생각해보게 만듭니다.
그동안 여름이기에 즐길 수 있는 것들이나
여름에서만 만날 수 있는 것들 역시
올해엔 그다지 제대로 맛 보지 못한 아쉬움이 큽니다.
내년에도 어김없이 여름은 찾아오겠지만
올해와 또 얼마나 다를지...알 수 없는 노릇이겠군요.
부디 상황이 더 이상 악화되지 않기를 바라며...
COVID-19로 고통받는 모든 분들께 위로를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