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반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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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프로듀서
The Night We met - Lord Huron
안녕하세요 프로듀서님.
Weissmann 오래만에 인사드립니다.
그동안 장마와 무더위가 번갈아 찾아오며
계절에 서서히 여름색이 물씬 물들어가고 있습니다.
즐거운 바캉스의 시작이지만 4차 대유행의 초엽이기도 한
아이러니한 7월. 프로듀서님들 모두의 안전과 건강을 기원합니다.
어제는 양력 7월 7일로 일본에서는 다나바타(七夕)였군요.
세상 한 켠에서 대나무에 소원을 적은 쪽지들이 하늘에 닿을 때 즈음
칠석우(七夕雨)라는 말처럼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강렬한 빗줄기가
온 세상을 적시며 촉촉한 하루를 선사해주었습니다.
약 17광년의 시공간 뛰어넘어 만나
몸과 마음이 달아오른 한여름 밤의 연인 사이엔 말이 필요없겠지요.
로데오로 다져진 근육질이 다부진 카우보이 겐규.
세련된 도회지 스타일의 부띠끄 테일러 오리히메.
세상이 홍수에 잠기든 말든,
짙은 물안개로 여름밤을 수놓은 비와 구름의 마음을 확인하듯
서로를 마주보며 호텔 갤럭시-리버사이드로의 체크인.
사랑은 본래 이타적인 모습의 이기적인 것이기에
어느 쪽이든 모두 이기적인 사람들이라는 걸
신혼의 달콤함에 중독되어 앞뒤 생각 없이 생업을 전폐해버린
두 사람의 성향에서도 잘 알 수 있죠.
하지만 안하무인에 방약무인이자 오만불손한
그들에게 조차도 '이별'은 고통스럽습니다.
언제 어디로든 자유롭게 갈 수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지만
몸과 마음의 거리두기가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경험을 통하여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이불밖이 위험해진' 요즘 시대이기에
견우와 직녀의 그리움이 얼마나 사무칠지 가늠하기조차 어렵습니다.
두 인물 모두 신화적 존재들이기에
별과 별 사이를 두고도 서로를 잊지 않았겠지만
만약 두 인간이 그렇게나 멀리 이별해야만 한다면
그 불멸의 마음은 강건하더라도
분명 유약한 육신의 기억은 시간에 지고 말았을겁니다.
우린 얼마나 강인하면서도
이토록 쉽게 부서지는 존재인가요.
서로에게 보다 가까워지기위해 멀어져야만 하는 역설은
아직 받아들이기 쉽지 않지만,
우린 이미 과거의 일상을 잊어가고 있군요. 생각보다 빠르게.
떠나고 싶을 때 떠날 수 있는 자유와
언제 어디서든 간섭없이 거리낌 없는 대화와 만남은
랜선-여행과 화상 회의로
도톰하고 붉은 입술사이로 비치는 가지렇고 새하얀 치아.
매력적인 새빨간 혀 그리고 입가의 아름다운 미소는
티없이 새하얀 마스크로
견우-직녀가 신화의 힘을 빌려
새들이 은하수를 가로질러 수놓은 오작교 혹은
별과 별 사이를 항해하는 배를 통해 만났다면
우리는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주는
기술의 혜택으로 서로를 마주하고 있습니다.
누구도 이런 식으로 근미래를 보다 일찍 체험하게될 줄은 몰랐지만요.
가까이서 보면 비극인 것도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는
어느 영국 배우의 말을 예로 들지 않더라도
대개 설화들은 어딘가 뒤틀려있고 또 슬프기 마련이기에
언젠가 이 비극적인 시대 역시 하나의 전설로 남아
먼 미래의 누군가에게 신화로 전해지지 않을까요.
그 때 사람들은 그렇게 살았다면서...
그런 시절도 있었다면서...
해후(邂逅)...
매화비 내린 칠석의 다음날,
지금쯤 체크아웃 후 은하수 강변 위로 뜬
무지개를 바라보며
다시 찾아올 이별을 담담히 기다리며
최후의 티-타임을 가지고 있을 베가와 알타이르처럼
우리의 일상도 그런 신화가 될 수 있길 바라봅니다.
겐규씨, 오리히메씨.
오작교 택시 도착했습니다.
살펴가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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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빠르게 지난 일상이 잊혀져가는듯 하여 두려울 때도 있습니다만 사람은 어떻게든 살아가는 것
소중한 걸 소중하게 여기는게 중요하겠지요..
영화관보다 넷플릭스 같은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가
점차 보편화되고 있는 가운데 사람들이 마스크 없이지내고
거리두기나 방역에 대한 걱정 없이 만남과 파티를 즐기고
가고 싶은 곳으로 여행을 가고 또 내키는대로 자유롭게 살던
2020년 이전의 영화 속 모습들을 보면 깜짝 놀라곤 하는 요즘,
COVID-19 이전의 세계는 이제 정말 '과거'가 되어버렸구나 싶군요.
하지만 그런 허전함도 잠시 점차 새롭게 부상하는
'비대면', '개인화' 문화가 일상을 시나브로 바꿔나가는 것을 보면
소위 '뉴-노멀'이라는 '새로운 일상'의 물결이
쉴 틈 없이 밀려들고 있음을 피부로 느끼게됩니다.
어쩌면 지금의 우리들은 21세기 사상
가장 극적인 전환점의 한가운데에서
그 변화를 가장 가까이서 보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비록 모든 것이 변하더라도
변치 않는 가치들을 지키고 가꾸어나가는
그런 일상이 찾아왔으면 좋겠군요.
하루 하루 버티기도 충분히 험난한 시대이지만
항상 건강하게 잘 지내시길 바라겠습니다.
한, 중, 일 삼국에 전해져오는 이야기에도 사랑스러운 결말이 있었으면 합니다.
......그런데 견우와 직녀 치니까 왜 성인용 컨텐츠를 숨겼다고 나오는거지?
세상에나
하룻밤의 불같은 사랑을 위한 갤럭시-하이웨이 프로젝트에
이 한 몸 바쳐 귀중한 머리털을 불사른 까치, 까마귀들의 숭고한 희생을 기립니다.
그러고보면..옛 이야기들의 대다수가 '잘 먹고 잘 살았답니다'라는 해피 엔딩보다는
다소 잔혹한 최후를 맞이하거나 끝내 못다 이루고 끝나는 허망함이 담겨있네요.
어린이를 위한 동화로 각색되어 미적지근하게 화해하거나
결국은 좋게 좋게 넘어간 것들도 어른이 되어서 다시 찾아보면 꽤나 충격적이곤 하죠.
원전을 보면 원수를 잘게 갈아서 젓갈로 담가버리거나
단 하루, 마지막 한 조각, 딱 한 번의 기도 등을 못 채워서
공든 탑이 무너지거나...죄다 죽고 망하고 다치고 패가망신하네요.
마치 '현실은 이런 것이다.'라며 '속았지! 애송이들아!'하는 듯한 전개.
오늘날 '유열(愉悅)'이니 샤덴프로이데(Schadenfreude)뭐니하면서
서브 컬쳐에서 열광해 마지않는 소재도 따지고 보면 생각보다
닳고 닳은 유서 깊은 테마일지도 모릅니다.
사랑 이야기 역시 평범한 경우가 잘 없네요.
오늘날의 관점으로 보자면 꽤나 갑론을박이 벌어질법한 일들이
아무렇지 않게 일어나는 것이 '신화와 공상 세계'니까요.
견우와 직녀의 이별과 만남을
하늘이 갈라 놓은 헤어진 연인 사이의 로맨틱한 재회로 보느냐
서로에 대한 지나친 갈망을 보이는 성중독증에 대한 치료 과정을 보느냐
아니면 로미오와 줄리엣의 짧고도 강렬한 사랑을
죽음과 증오를 극복한 순수한 사랑의 힘을 보여준 이야기로 볼 것이냐
그저 십대들의 치기 어린 불장난으로 보느냐 같은 것 아닐까 싶습니다.
올해도 그들의 사랑은 뜨거웠습니다.
덕분에 세상은 물난리가 났는데 말이죠.
참 이기적이죠?
하늘거리는 태양빛 아래
그리워하는 잡초가 있다
너는 길들여지지 않은 장미,
묻혀져가는 삶에 한 떨기 음악이 되어다오
나에게 향기를 내다오
너에게 취해 눈물 한 방울 흘리고 잠들리라
언제나 그리운 나의 장미여...
직녀여, 여기 번쩍이는 모래밭에
돋아나는 풀싹을 나는 세이고....
허이언 허이언 구름 속에서
그대는 베틀에 북을 놀리게.
눈썹 같은 반달이 중천에 걸리는
칠월 칠석이 돌아오기까지는,
검은 암소를 나는 먹이고,
직녀여, 그대는 비단을 짜세.
견우의 노래 / 서정주 (19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