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반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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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프로듀서
Frenship - 1000 nights
안녕하세요. 프로듀서님.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해가 부쩍 짧아졌습니다만
소매는 점차 길어지네요.
지나간 여름은 전설로만 남았고
매미 소리도 풀벌레 소리도 잦아든 요즘,
나무들도 가을을 타는 것일까요.
바람이 메말라갈 수록
모두가 '초록은 동색'의 같은 옷을 입을 적엔
미처 몰랐을 저마다의 앙상한 속살이
무참히 드러나고 마네요.
점점 더 긴 시간동안 홀로 밤을 지새는
그들의 나날이 자해한 상처가
울긋불긋한 피멍으로 물드는 것을
미처 살펴보기도 전에
어느 골짜기엔 벌써 첫 눈이 내리고
콘크리트의 도시엔 사람 냄새 대신
겨울 냄새가 나는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머잖아 폭설이 내리면
으슥한 골목 어딘가에 버려진 눈사람들은
한 줌의 햇볕으로 집단 자살을 하겠지만
아무도 신경쓰지 않죠.
단지 이 한 철이 영원하리라 믿으며
아이들은 아랑곳하지않고 또 눈사람을 만들테고
어른들 역시 사람을 만들려고 또 빈 방을 찾겠죠
뜬 눈으로 밤을 새면 다시
코 끝이 찡하게 시린 출근길.
생각해보면 이때만큼은 마스크가 고맙습니다.
금새 몰려오는 피로에 벌써부터
이불 속이 그리워지지만요.
퇴근 후 마시는 따뜻한 홍차가
비로소 제 맛을 내는 이 무렵엔
그 여름날 보았던 바다가
한층 고요하고 짙푸르게
숨을 쉰다는 걸 알지만
그 거대한 일렁임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늘 그랬었죠.
하지만 발갛게 달아오른
난로의 붉은 열선을 보면
문득 파란색은 어째서
따뜻한 색이 될 수 없는 지
의아해지곤 합니다.
사시사철 파란색을 마주하는
서퍼들의 말처럼
겨울 바다는 물 속이 오히려
더 따뜻한 편인데 말입니다.
하지만 결국 파도는 부서지듯
그정도로는 파란색에 대한
편견은 깨지지 않습니다.
결국 따뜻한 파란색이 있다면
그건 바로 여름의 다른 이름이었다는 걸
뒤늦게서야 깨달았습니다.
지금은 멀게만 느껴지는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질 수록
'낮은 곳으로 임하소서'라는 경구처럼
수은주는 점점 더 낮은 곳을 찾아 내려가겠군요.
올해는 겨울이 성급하네요,
전 아직 느긋하고 싶은데 말입니다.
유감스럽게도
날이 꽤 춥습니다.
프로듀서님들 모두 감기 조심하시고
따뜻한 차 한 잔들 하셔요.
이미 가을이지만
곧 겨울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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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도 가을에서 조금씩 멀어지나 보다.
우수수 떨어지는 가을
그녀는 꼬리가 길었지만
나는 미련이 길었다.
아주 닫아 두진 못한 문틈 사이
찬 바람이 비집고 든다.
서리 내린 창문마다
아로 새겨진 서로의 손자국
메마른 날일 수록
너의 체온이 그립다.
행여 배고프다 찾아올까
빈 그릇에 밥을 담으며
살 오른 꽁치를 굽는다.
네가 떠난 계절에
난 늘 허기가 졌다.
곰 같은 여우 한 마리가
다시 내게 찾아왔다.
콩콩-
지나가던 여우입니다. 염치 없지만,
잠시 겨울잠을 자고 가도 되겠습니까?
엣...너는...
삼시세끼에 낮잠과 간식이 보장되는
단칸방만이라도 내어주셔도 좋으니, 부디-
하지만 여우는 겨울잠을 자지 않는걸?
칫. 들켰나...하지만 나뭇잎 동전으로
삯을 치를 정도의 위인은 못 되니 안심하시길.
얼마 뒤 나는 외풍이 드나들던
방문을 드디어 고쳤다.
그 곳은 더 이상
빈 방이 아니었으니.
올 여름이 별로 안 더웠다 싶던 건 오늘의 추위를 위해서였는가
나날이 쌀쌀해지는 요즘은
가을옷보다 겨울옷을 먼저 꺼내듭니다.
앞으로 더 추워지겠지요.
가을은 쥐도새도 모르게 고드름에 찔려죽고
겨울이 그 탈을 쓴 채 서늘하게 미소짓는
차가운 스릴러 같은 날씨.
개인적으로 겨울은
무자비할 정도로 해가 짧아서
그리 좋아하지 않지만
겨울 없이는 여름도 없다생각하면,
사시사철이 있는 삶은 참 다채롭습니다.
춥고 시리고 사무치는 나날들 속에서
다만 차 맛만은 더 좋아지네요.
이런 날일 수록 프로듀서님들 모두
항상 감기 조심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