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반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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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프로듀서
안녕하세요 프로듀서님.
여느 때보다 고요한 아이커뮤의
3월 첫째 주 어떻게 보내고 계신지요.
어제는 만물이 깨어난다는 경칩, 그러나
새봄의 새로움보다는 과거의 그림자가 여전히 짙게 드리운 봄날입니다.
연일 폭증되고 있는 COVID-19 확진자의 추이를 보면
결국 '감염의 일상화'가 현실이 된 것이 무척 애석합니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모쪼록 뭇 프로듀서님들께서 건강에 유의하시며
따스한 봄날을 맞이하시길 바랍니다.
그러고보니 새해 벽두부터 갑작스레 발발한 동구권의 전쟁으로
세계가 때아닌 '핵전쟁의 위기'라는 과거의 망령에 악몽을 꾸는 가운데
어제 일본에서는 '전설의 대요괴'가 봉인 되어 있다고 전해지는
'살생석(殺生石/생명을 죽이는 돌)'이 부서진 채 발견되어 소소하게 화제입니다.
살생석은 일본 관동 지방의 도치기현(栃木県) 북동부 나스마치(那須町)에 있는
나스유모토 온천(那須湯本温泉)의 관광명소로, 전설에 따르면
이 돌은 본래 백면금모구미호(金毛九尾の狐/흰 얼굴의 금빛 털의 아홉꼬리 여우)의 일부로
고대 중국과 인도에 나타나 간악한 요술로 나라를 기울게하거나 멸망에 이르게 했으며
나라-헤이안 시대 무렵 일본에서도 환생하여 여러 간악한 짓을 하다
유명한 음양사 아베노 세이메이의 후손에 의해 정체가 탄로나 토벌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구미호는 죽음 이후에도 '독기 서린 돌'로 변하여
접근하는 수 많은 동물과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갔고
이를 보다못한 고승 겐노에 의해 본래의 살생석은 산산조각나
일본 각지로 흩어지며, 현재 도치기현 나라마치에 일부 조각이
위치한 것으로 알려진 지금에 이르고 있습니다.
그러던 중 일본의 한 트위터에서 3월 5일,
돌에 둘러져있던 시메나와(注連繩)나 고헤이(御幣) 역시
볼품없이 땅에 떨어져 '전설의 대요괴의 봉인이 풀린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는 모양입니다.
아닌게 아니라 2월 중순 경에는 후지산 부근에서
기묘한 형상의 풍경 사진이 촬영된 사실이 다시금 재조명 받고 있네요.
영락없는 세기말 구미호의 재림과 같은 모습을 보면 새삼 놀랍습니다.
정말 전염병과 핵전쟁이 다가온 종말 재림의 징표일까요.
....라고 생각하면 한편으로는 설마 그럴까 싶기도 한 것이
호사가들이 좋아할 이야깃거리는 분명하네요.
물론 이는 변상증(Pareidolia)의 일종으로, 화성의 시도니아 인면암 사례처럼
여러가지 사물 속에서 어떠한 의미나 익숙한 상징을 읽어내려는 심리 현상에 불과합니다.
지역 신문사에서도 해당 암석이 예전에부터 갈라질 징조가 있었다는 기사를 내며
봉인된 요괴의 짓이라기보다는 자연현상에 의한 암석의 풍화로 보고 있습니다.
(구미호 테마 복장의 '괴이한 교토 소녀' / 시오미 슈코)
구미호의 봉인 혹은 실존 여부는 증명하기 어려우니 차치하더라도
살생석에 얽힌 '생명을 앗아간다'는 일화 역시 주변 온천 화산 지대에서 나오는
유독한 유황 가스에 의한 중독사를 과거엔 그렇게 보았기 때문이겠지요.
다만 도치기현 나스마치 입장으로서는 지역 명소 하나가
'자연적으로 파괴'된 셈이니 꽤나 안타깝습니다.
한국에 대입하자면 설악산의 '흔들바위'가
어느날 갑자기 정말로 굴러떨어져버린 셈이니까요.
(미신과 운세, 점술에 흥미 있는 아이돌 / 후지이 토모)
예로부터 괴력난신을 믿지 말라지만 예나 지금이나
세상이 어수선하고 혼란스러울수록 전설, 신화, 미신이 주목받으며
불안한 사람들의 가슴을 솔깃하거나 소소하게 재미를 주네요.
그래도 하루 빨리 전염병도 전쟁도 멈췄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런 위기의 시대일 수록 진정으로 사람들의 목숨을 위협하는 것은
한낱 전설 속의 돌덩이가 아니라 그릇된 믿음과 현혹의 낭설들일테니까요.
아, 참고로 깨어진 돌조각들은 일본 환경성에서 관리하기에
무단으로 기념품삼아 가져갈 수는 없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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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거기에 의미를 붙이는 것은 사람.
드라마로도 만들어진 '지옥'이란 작품이 생각나네요.
'천문', '지리', '기상', '재해' 등등...
수 많은 '이야기들'의 근원은
신비한 자연 현상에서 비롯된 것들이 많네요.
확실히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자연 현상을 두고
당대의 정치적, 사회문화적으로 다양한 해석이 이루어진 것을
생각보다 쉽게 찾아볼 수 있군요.
물론 '스스로 그러한' 자연은 말그대로 '무심(無心)'하기에
인간사가 어떻든 신경쓰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가겠지만,
유약한 인간은 가랑잎의 흔들림에도
기분이 오락가락하여 상상력과 창의력을
동원해 어떻게든 자기중심적으로 해석을 하곤 하네요.
특히나 '내세'는 그러한 상상력의 극치라고 생각합니다.
'천벌'이나 '지옥'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드라마나 만화, 영화가
오늘날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인기가 있는 까닭 역시
현실에서 마주하는 인간 내면의 불안과 불완전함, 나약함을
예술로 승화시켜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의 발로가 아닐까요.
인간의 상상력과 신비한 자연의 조화는 역사를 돌이켜볼 때
크고 작은 사건들을 불러일으키곤 했지만
지구라는 작은 별에서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 줄 것 입니다.
흉흉한 시대라 마냥 웃기 힘든 것도 사실(..)
슈코같은 여우가 튀어나온 거라면 그나마 다행일 터인데..
생각해보면 돌 덩이가 시간이 지나 풍화되어 깨어진 것이
그다지 주목할만한 일이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전설'과 '설화' 그리고 '문화재'라는 역사성과 특수성이 겹쳐져
제법 흥미로운 사건이 되고 말았습니다.
슈코처럼 요염하고 장난끼 많지만 사랑스러운 여우가
오랜 시간동안 봉인 되어 있다가 뛰쳐나온 것이라면
응당 '이나리즈시(유부초밥)'이나 '키츠네 우동(유부 우동)'을 대접해
맞이하겠지만 현실은 그렇게 달콤하지 않네요.
자연은 잔설이 녹고, 꽃이 피고, 만물이 살아나는 계절이지만
인간사에선 역병과 전란이 세계를 휩쓸고 있는 슬픈 봄날을 살고 있습니다.
소중한 여우와 함께 오래도록 알콩달콩 사랑하며 맘 편히 살고 싶지만
그러기엔 너무나 어지롭고 소란스러운 세상입니다.
이런 때 일수록 평화로운 '아이돌마스터 세계관'을 더욱 동경하게 되네요.
그러고보니 도치키현 나스마치의 '유루캬라(지역 캐릭터)'를 찾아보니
'구미호'를 모티프로 한 '큐비'라는 캐릭터였네요!
http://www.pref.tochigi.lg.jp.k.sn.hp.transer.com/a03/town/shinkou/shinkou/tochichara/kyubi.html
'괴이한 교토소녀'의 슈코처럼 아홉 개의 꼬리와 붉은 화장이 매력적인 여우.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신화'로 살아남아 오늘날 사람들에게까지 사랑 받는다는 건
사람의 마음에서 만들어지고 또 살아가는 '요괴'들의 생애로서 성공한 것일까요. :-9
하늘에서 '미소녀'가 추락해서 이야기가 시작되는 '라퓨타'처럼
깨어진 돌에서 '여우 소녀'가 튀어나온다면 그건 정말 '대사건'이 아닐까 싶네요.
하지만 현실은 이도저도 아닌 '명승지 파괴'이자 관광적 손실이기에
앞으로 깨어진 돌을 복원할 지, 어떻게 처리할 지에 대한 후속 논의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추후 새로운 돌을 살생석 MK.2로 임명(?)하거나
깨진 돌을 어떻게든 붙여 복원한 모습으로 전시를 한다면
그것은 깨지기 이전의 살생석과 같다고 볼 수 있는가...
단순한 질문이지만 고개를 갸웃하게 되네요. :-0
전설이나 여러 가지 판타지적인 창작물에서도 우주적인 괴물이 저렇게 지구를, 땅을 노려보는 듯한 포즈를 취하고는 하죠.
저는 요괴적인 전설을 딱히 '믿는다'고 할 수준은 아니지만, 만약 그런 전설이 진짜라면, 봉인되었던 요괴가 정말로 깨어나 그 분노를 또 다시 풀어내려고 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확실히 너무나 절묘한 시기에 벌어진 두 사건,
과연 우연이라 볼 수 있을지...와 같은 상상을 하면
어지러운 시대와 맞물려 나타난 구미호가 아닌가 하며
다소 비현실적이지만 재미난 이야기가 무궁무진하게 생각나네요.
세상이 뒤숭숭할 수록 기이한 뜬소문과 음모론들이 활기를 띠는 것 역시
한편으로는 삭막한 세상 속에서도 다른 생각의 여지를 남겨두려는 것일까요.
물론 오래된 돌이 깨어지거나, 후지산 상공에 구름들이 당시 기상과 일몰에 의해
장엄한 모습으로 연출이되는 것 사이엔 아무런 연관성이 없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상상력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 '이야기'를 갈망하네요.
마침 제가 정말 좋아하는 아이돌 역시 여우 타입이다보니
개인적으로는 오랜 세월동안 돌 속에 봉인되었다가
현대 시대에 환생한 구미호가 '아이돌'이 되어 사람들의
혼을 쏙 빼놓는 류의 이야기가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러다 함께 동고동락한 프로듀서에게 마음을 두고 고백하려다
퇴마사들에 의해 다시 돌에 봉인이 될 위기에 처하는...러브스토리
환생 구미호의 사랑은 과연 이루어질 것인가...이런 저런 생각이 꼬리를 무는 것을 보면
시간을 초월한 신화나 설화, 전설은 정말 '위대한 이야기'들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