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반 프로듀서
댓글: 2 / 조회: 582 / 추천: 0
일반 프로듀서
관련 링크가 없습니다.
이 리뷰는 스즈메의 문단속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보실 생각이신 분들은 신속히 뒤로가기 버튼을 눌러주세요
Q : 초반에 건물 위의 올라간 배를 본 내 심정을 서술하시오
감독님 이거 진짜로 다뤄도 괜찮아요? 이거 하나라도 잘못하면 감독님 명성이 사람 목숨만큼 덧없이 날아가는데? 스즈메는 몰라도 님 명성은 하루라도 더 살고 싶어하지 않을까요?
아무리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재난 블록버스터 전문 감독(?) 이라지만 이거 선택해도 되나 싶었긴 합니다. 일단은 별 말 없이 잘 풀린 듯 하지만, 이거 나중에라도 공격받을 지도 모른다 생각하면 좀 걱정입니다.
2011년 당시 제가 군대에 있을 때, 일본 후쿠시마에서 쓰나미가 일어났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TV로 그 현장을 지켜봤는데...... 진짜 '시커먼' 물이 집이고 도로고 차고 사람이고 다 휩쓸어버리는 장면을 보고 진짜 경악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어릴 때 바닷가에서 지냈지만 바닷물이 저렇게 시커멓게 될 수도 있다는 걸 그 때 처음 알았습니다.
작중 배경은, 그로부터 12년이 지난 후입니다. 일본 개봉은 작년이었다지만 한국은 공교롭게도 정확히 12년이 지난 후입니다. 시간 참 빠르네요.
암튼 각설하고
저는 대중성이나 힙스터성 같은 것을 구분하기엔 좀 견식이 부족한 사람이라 감독이 자기 색을 버리고 대중성을 취했다고 말하는 평론들에 대해선 조금 이해가 힘들긴 합니다. 진짜 자기 색 쓸거였으면 다들 초속5cm 당했겠지 싶다는 생각도 좀 있네요.
다만 신파 클리셰를 이용했다는 느낌은 상당히 강합니다. 오래 전에 죽은 어머니라던가, 어머니 대신 주인공을 오랬동안 길러준 사람과의 갈등이라던가, 미안함이라던가. 팔릴 만한 소재이긴 합니다. 재난 블록버스터와도 잘 어울리는 소재고요.
스토리 자체는 재난 블록버스터와 로드 무비를 적절히 섞어낸 작품입니다. 에히매도 가보고, 고베도 가보고요. 도쿄의 그 개같은 신주쿠역에서 헤메는 모습을 보며 좀 웃었습니다. 솔직히 좀 그립기도 했고요. 장르의 특성상 지루했던 부분이 없던 게 좋았습니다. 의자쿤이 보여주던 액션도 괜찮았어요.
명확한 단점을 꼽자면 연애감정에 대한 묘사입니다. 스즈메가 '나 소타 좋아함' 이라고 선언하는 게 좀 뜬금없이 다가오긴 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선 너의 이름은 쪽이 연애감정을 더 잘 처리한 것 같아요. 그래도 아주 개연성이 없진 않습니다. 보아하니 이거 이케멘 보고 첫눈에 반한거거든. 아마 감독도 다 만들고 나서 '어라 좀 뭔가 부족하네' 싶어서 초반에 이케멘한테 한눈에 반하는 장면 넣은걸겁니다.
호불호가 갈릴 만한 부분은 '설명 부족'이 아닐까 싶습니다. 요석은 왜 고양이의 형태를 취하고 있으며 왜 스즈메에게 호감을 가지는가, 그런데 고양이는 왜 설명도 안하는가, 미미즈는 대체 무슨 배경을 가진 놈이길래 이 지랄인가, 남주와 남주의 집안은 어떤 경험을 거쳤길래 이 일을 대대로 하고 있는가, 주문 외울 때 신에게 바라는데 그 신은 누구인가, 정부 지원 같은 건 없는가 등등. 남주가 지진을 막으면서 이것만으로는 먹고 살 수 없다고 하는데, 이 일로 뭔가 벌어들이는 수입이 없진 않나 싶기도 합니다. 그래도 남주의 캐릭터성은 좋았어요. 솔직히 소타 이새끼 스즈메한테 밟힐 때나 스즈메가 앉았을 때 마음속으로 발기했을거임 암튼그럼.
생각해보니 의자가 남주인공? 이거 맞음? ㅋㅋㅋ
아마 자세한 설정은 소설판 같은곳에서 풀겠죠 뭐 내가 이러는거 한두번 보는줄아나
영상미는 개쩝니다. 신카이 마코토잖아요? 믿고봄 ㅇㅇ
갠적으론 미미즈가 나올 때의 연출이 왠지 엘든 링에 나오는 엘데의 짐승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황금색으로 뭐 올라오는 거 보면 영향 받은 것 같아요. 음악도 좋고요. 요즘 대작들은 음악 좋은 걸 기본으로 깔고 들어가서 조금 의미가 퇴색되어 보일 수 있긴 합니다만 암튼 좋음.
우리가 별 생각 없이 살던 일상은 뭐 하나 삐끗하면 무너질 수 있습니다. 1번의 대형 사고엔 몇백 번의 전조가 뒤따른다고 하지만, 이미 그 전조는 일상의 일부고, 민감하고 깐깐하다 자부하는 사람들도 대수롭지 않게 넘기죠. 인류역사가 시작되기 이전부터 다들 잊고 싶어하는 사실이라, 인간은 그런 걸 신경 안 쓰는 쪽으로 진화한 걸 지도 모릅니다. 일일이 신경쓰기엔 그런 요소들이 너무 많거든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재난 블록버스터 3연작은, 그런 불편한 지점을 짚어내고 있습니다. 사람의 생명이 덧없다는 건 알지만 하루라도 더 살고 싶다, 라는 건 그런 마음일지도 모릅니다.
저는 당연히 이 작품을 추천해 드립니다. 굳이 평점이 필요하다면, 4/5 정도로 하죠.
코로나 이후로 영화가 비싼 취미가 되긴 했습니다만, 이 작품은 돈 값을 하는 작품입니다.
총 38,184건의 게시물이 등록 됨.
2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2011년 3월 11일 이전, 이후로
일본은 정말 많이 달라졌죠.
아니, 달라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또한 2019년 COVID-19 대유행 이후
현재도 많은 변화를 겪고 있군요.
거대한 재앙과 재난을 겪으며
마주하는 변화를 직면하는 일은
늘 슬프고 아프지만
그럼에도 잊지 않고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미래의 재난과 다가올 위험을 막고 또
극복할 수 있지 않았나를 생각해봅니다.
무심코 벌써 12년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압도적인 규모의 대재해를 앞에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던 무기력한 인간의 모습을
전세계가 보았던 그날의
충격과 공포가 남긴 상흔들로
일본 사회 곳곳에서 채
아물지 못한 부분도 많은 것 같습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최근 작품에서도
'자연재해와 인간', '운명과 필연'과 같은
민감한 소재나 마술적 요소가
다루어지는 것 역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그 순간'의
괴로운 '트라우마'를 보듬기 위한
발로라고 생각됩니다.
분명 비난과 논란의 중심이 되겠지만
마치 누군가 언젠가 꼭 해야 할 이야기라면
'내가 하겠다'고 용기 있게 나선 느낌이랄까요.
지진과 해일, 전염병과 전쟁 등등에 신음하는
세계 각지를 보고있노라면
사소한 일상이 얼마나 많은 행운과 우연 위에서
위태롭게 춤을 추는 일인 가를 깨닫게 되네요.
후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