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시를 두 편 소개해 보려고 합니다.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가을 들판에 / 피어나 있는 꽃을 / 손가락 꼽아 / 몇인가 세어 보니 / 일곱 종류의 꽃들 (万葉集 8:1537)
싸리꽃에다 / 억새꽃 칡꽃 / 패랭이꽃 / 마타리꽃에 / 등골나물 그리고 / 도라지 꽃 (万葉集 8:1538)
이상은 야마노우에 오쿠라(山上憶良, 659?–733?)의 유명한 나나쿠사(七種) 노래입니다.
두 편 다 5·7·5·7·7조의 일본 전통 탄카(短歌) 양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일본어로 읽으면
あき1の2の1に さき1たるはなを およ?び?をり かき1かぞ1ふれば ななくさの2はな
はぎ2の2はな をばな くずはな なでしこ1の2はな をみ1なへ1し また ふぢはかま あさかほの2はな
이렇게 되니까 둘 다 5·7·5·7·7조가 맞습니다 (글자 오른쪽의 1은 甲類, 2는 乙類, ?는 未詳을 표시).
오쿠라는 일본인이 아니라 백제 태생으로,
백제 부흥 운동을 지원하러 온 일본군이 신라에 패하고 돌아가는 길에 (663년)
4살의 나이로 가족의 손에 이끌려 일본으로 망명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R. A. Miller의 논문 Yamanoe Okura, a Korean Poet in Eighth-Century Japan 참조).
어쨌든 이 나나쿠사 노래는 일본인들에게 굉장히 사랑을 받아 왔는데, 어느 정도냐면
아키노 나나쿠사(秋の七草 가을의 일곱 종류)라는 말이 저 꽃들을 지칭하는 표현으로 지금도 쓰일 정도죠.
이런 명작을 보면 누구나 따라하고 싶은 욕구가 들게 마련입니다.
아이마스에 / 귀여운 여자애를 / 손가락 꼽아 / 몇인가 세어 보니 / 열 명의 아이돌들
모두 사랑해 / 치하야 히비타카 / 에리 후미카 / 카에데 카나카나 / 모가밍이랑 카나
네, 그렇습니다.
딱 보면 100% 제 개인적인 취향과 욕망으로 차 있는 것 같은데, 그거 사실입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키사라기 치하야, 가나하 히비키, 시죠 타카네, 미즈타니 에리, 사기사와 후미카,
타카가키 카에데, 미무라 카나코, 이마이 카나, 모가미 시즈카, 야부키 카나
이렇게 10명입니다.
흠흠.
1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http://dic.pixiv.net/a/%E3%82%A2%E3%82%A4%E3%83%9E%E3%82%B9%E5%90%8C%E5%90%8D%E3%82%B3%E3%83%B3%E3%83%93
그 몇개 안되는 남은 단어만으로 봐도 상당한 유사성이 있는 것 같은데 말이죠.
훈민정음이 그 시절에 있었더라면 정말 극동 언어학의 역사를 바꿨을 겁니다
백제와 일본 사이에 교류가 좀 있었고, 고구려와 백제가 망하고 그곳 유민들이 일본의 관서지방으로 상당수 이전하여 자리잡은 역사적 사실을 알고 있으니까 떡밥이 되는 거지, 단순히 단어가 겉보기에 비슷하다 해서 그런 얘기가 나온 건 아니죠.
고유어상 별로 공통점이 없는 현대 한국어와 일본어를 묶어서 보는 시각도 있는 마당에 특이할 것도 없어요.
한국어와 일본어 사이에 공통점이 없다는 주장도 납득하기 힘듭니다. 잘 알고 계실 Miller (1966), Whitman (1985)의 두 기념비적인 업적이 있고, 근년에는 Frellesvig와 Whitman에 의해 한국어와 일본어의 demonstrative들이 모두 동원이라는 매우 설득력 높은 주장이 제기된 바 있습니다. 저 역시 제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