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광고에 대한 자유게시판 글들을 읽고 한 가지 놀란 점을 이야기하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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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8-07, 2015 00:59에 작성됨.

 사실 저도 최근까지 다른 일로 잠수중이다가 지하철 광고 이야기를 듣고 부리나케 접속해 본 것이고, 여전히 어디서 모금하는지, 어떤 식으로 광고하는지 잘 모르기는 하지만 그런 잘 모르는 사람의 입장임에도 불구하고 염치없이 한 가지만 이야기해보자면..

 

 반대의견으로 '서브컬쳐에 대한 혐오'를 제시하고, 그보다 더 근본적인 원인인 '일본문화에 대한 반감'은 그다지 크게 제시되지 않거나, '서브컬쳐에 대한 혐오'와 동의어로 제시된 것에 놀랐습니다.

 ..제 주위가 좀 이상한 것인지는 몰라도 서브컬쳐를 본다는 것 하나만으로 욕을 하거나 비난을 하거나 하는 건 사실 전 인터넷 덧글에서밖에 본 적이 없습니다. 물론 아이마스가 아니더라도, 원피스니 나루토니 짱구니 하는 것으로도 비난을 듣는 걸 본 적이 있기는 합니다만, 그건 '서브컬쳐'라서가 아닌 '왜색'이라서 비난받던 것이었습니다. 실제, 말 많은 옆동네 광고, 제 주위 사람들한테도 욕 많이 먹었습니다. 그런데 그건 러O라이브가 서브컬쳐라서가 아니라 그림 속의 캐릭터가 '기모노'를 입어서 욕을 들어먹었다, 이 쪽이 더 정확하다고 봅니다. 물론 절하면서 길을 막거나, 하는 등의 행위도 원인이기는 하겠지만 (사실 전 지방사람이라 그런 이야기는 이곳 게시판 읽어보기 전까지는 몰랐습니다. 뉴스에서는 그저 '러O라이브라는 일본애니메이션 팬덤이 지하철 광고를 냈다! 정도밖에 안 써놓았었으니까요.) 가장 근본적인 반감의 원인을 글로 나타내자면, '하필이면 일본 총리가 강제징용 배상금도 거부하고 위안부 망언을 쏟아내는 이 타이밍에 왜색 넘쳐나는 저런 그림을 우리나라 수도인 서울, 그 중에서도 서울역 한 복판에 대문짝만하게 건다고?! 이런 O할 O들을 보았나!' 정도가 됩니다. 당연히 저 또한 서울역에 기모노 입은 여자 그림따윌 걸어놓은 것이 안 좋게 보였고요. 그게 누군지 저도 모르고 욕하던 분들도 잘 모릅니다. 러브O이브? 들어는 보았겠지요. 그렇지만 광고에 그려진 여자아이가 러브라O브 캐릭터라는 걸 알아차린 건 네O버뉴스에 '러O라이브 광고 논란'이니 하는 제목이 걸린 다음에야 있었던 일입니다.

 다르게 말하자면, '서브컬쳐에 대한 반감'은 기본적으로 '서브컬쳐에 대한 최소한의 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성립합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최소한의 지식'이 없습니다. '오타쿠=성인이 되어서도 레고나 프라모델을 사모으는 사람' 이라던가 '만화=텔레비전에서 하는 어린이용 방송'이라던가 'PS3=그건 먹는 건가?' 정도의 인식을 가진 사람이 어떻게 '서브컬쳐에 대한 반감'을 가질 수 있을까요. '서브컬쳐'가 뭔지도 모르는데 말입니다. 기껏해야 '만화 많이 보면 어린애 버린다' 라거나 '일본만화가 애들 가치관을 일본화시켜서 악영향을 준다!' 정도의 막연하고 그다지 강하지도 않은 수준이 다겠지요.

 그리고 여기에 대해 첨언하자면, 이는 즉 아이마스 광고에 이른바 '왜색'이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면 옆동네 광고만큼 그 자체만으로 크게 욕을 먹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옆동네 팬덤식으로 앞에다 절을 하니 길을 막니 하며 민폐를 끼친다면 당연히 그걸로 욕을 푸지게 얻어먹겠지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P분들이 상식을 내다버린 수준으로 민폐를 끼친 게 아니라면 대대적인 비난을 받을 가능성은 적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뭐, 정확하게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도 모르고, 근래에는 이곳에 잘 접속하지도 못한 제가 이런 글 남기는 건 주제넘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혹여 이 글이 기분나빴다면 죄송합니다. 길고 두서없는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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