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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호「프로듀서씨는 나한테 있어」

댓글: 10 / 조회: 3409 / 추천: 4



본문 - 08-08, 2017 16:45에 작성됨.

꿈을 꿨다.

가족 모두 다 같이 지내는 꿈을.

아버지가 있었다.

어머니랑 동생, 그리고 나와 미소 지으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아버지가.

하지만 빛이 반사되어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나는 그 얼굴이 꼭 보고 싶어서 그 사람에게 다가갔다.

가까이서 본 그 얼굴은---

 

 

 

 

「어라? 시호가 멍하게 있다니 별일이네. 무슨 일 있어?」

「어?……아무것도 아니야. 생각을 좀 했을 뿐」

 

이래서는 안 돼. 카나한테 멍하게 있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멍하게 있었나보다.

좀 있으면 일이 시작될 터. 프로로서 마음을 확실히 다잡지 않으면 안 된다.

 

「시호, 카나. 준비 됐어?」

「네! 카나는 준비 완벽~♪ 언제든 뭐가됐든 전부 오케이~♪」

「하하, 카나는 오늘도 기운차군! 시호는 괜찮아?」

 

 

 

 

두근.

심장이 갑자기 시끄럽게 뛰기 시작한다.

어제까지는 이러지 않았는데.

프로듀서씨한테 이름을 불렸을 뿐인데 이렇게나.

프로듀서씨가 나한테 미소를 보여줬을 뿐인데 이렇게나.

 

「……네. 문제없습니다. 가도록 해요」

「……진짜로 괜찮아? 상태가 안 좋다면 오늘은 쉬어도 괜찮아. 사과는 내가 해둘 테니」

「아니요, 괜찮아요. 그런 것보다 빨리 안 나가봐도 괜찮은가요?」

「여유를 가진 상태에서 출발하는 거니 아무런 문제없어. 뭐, 시호가 괜찮다고 한다면 괜찮겠지. 그럼 가도록 할까」

 

어떻게든 속여넘긴 것 같다.

심장은 계속해서 시끄럽게 뛰고 있다.

왜 그런 꿈을 꾼 걸까.

 

 

 

 

오늘은 토크 프로그램에 출현했다.

오늘 일은 자기채점을 매겼을 때 지금까지 해왔던 일 중 최악이라고 해도 괜찮을 정도. 그야말로 0점을 매겨주고 싶을 정도의 결과였다.

카나한테 지적받아 마음을 다 잡으려고 했지만, 그 꿈은 나한테 있어 그렇게 간단히 마음을 바꿀 수 있을 정도로 가볍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수록이 끝난 후, 예측대로 프로듀서씨가 날 불렀다.

두근.

심장이 또 시끄럽게 뛰기 시작한다.

 

「시호, 괜찮아?」

「……아무런 문제 없어요. 그것보다, 오늘은 죄송했습니다」

「으~음. 나는 사과를 받으려고 널 부른 게 아닌데……」

「아니요. 저는 오늘 최악이었으니까요」

「시호를 책망할 생각은 딱히 없어. 굳이 말하자면 사과보다 그렇게 된 이유 쪽을 들려줬으면 하는데」

「……죄송합니다. 이야기를 한다고 해서 어떻게 되는 것도 아니므로」

「……그렇구나. 그렇다면 시호가 이야기하고 싶어질 때까지 가만히 있도록 하지. 하지만 언제든 나한테 이야기 해줘도 상관없어」

 

프로듀서씨는 그렇게 말하면서 일어서고는, 차에서 기다린다는 말을 남기고 걸어갔다.

두근. 두근.

이 소리가 멈추려면 아직 멀은 것 같다.

나를 괴롭히는 가슴의 고동이 진정 될 때까지 가만히 있으니, 카나가 불안한 표정을 지으며 이쪽으로 달려왔다.

 

 

 

 

「시호~! 괜찮았어!?」

「괜찮냐니……일의 결과는 최악이지만, 나 자신은 괜찮아」

「그렇구나. 다행이다……프로듀서씨한테 혼나고 있는 건가 싶어서 걱정했어. 에헤헤……」

「뭐니.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프로듀서씨는 화를 잘 내는 사람이 아니잖아…………」

 

두근. 두근. 두근,

아직 멀었다.

조금 진정되기 시작했다 싶었는데 또 이런다.

그를 잠시 생각한 것만으로 이렇게 되어버린다.

 

「시호?」

「어?……왜 그래?」

「내가 왜 그러냐고 물어야 하거든! 갑자기 외로워보이는 표정을 지으니까 걱정되잖아!」

「에? 내가 그런 표정……」

 

옆에 있는 창문을 문득 쳐다본다.

거기에는 미아라도 된 것 같이, 불안과 외로움으로 가득찬 표정을 지은 내가 비춰지고 있었다.

이건 이미 중증일지도 모른다.

왜 이렇게 되어버린 걸까.

 

 

 

 

「……시호! 이 뒤에 한가해?」

「에? 오늘은 어머니가 빨리 돌아오시니, 집에 대한 건 괜찮은데……」

「그럼 지금부터 우리 집에 가자! 그리고 내가 시호의 이야기를 들을 거야!」

「아니, 그렇게 갑자기 말해봤자 나는 딱히 카나한테 상담할 만한 일이 없거든? 거기다 이런 시간에 갑자기 방문하면 너희 부모님한테도 폐를 끼치잖아?」

「우리 집 사정은 아무래도 좋아! 거기다 그런 표정을 짓고는, 이야기 할 게 없다는 게 말이 된다 생각해!?」

 

카나는 그렇게 말한 뒤 나를 끌고 프로듀서씨가 기다리는 차에 타고는, 자기 집까지 데려가달라고 말했다.

그리고 카나네 집에 도착하자, 다시 한 번 나를 잡아당겨 차에서 내리고는, 곤혹스러워하는 프로듀서씨한테 재빨리 인사를 하고 나를 집안으로 끌고 갔다.

카나는 나를 그대로 자기 방으로 끌고 가서는, 나를 책상 옆에 앉히고 자기도 내 반대편에 앉았다.

 

 

 

 

「자, 시호! 오늘은 고민하고 있는 걸 이야기해줄 때까지 재우지 않을 거야!」

「……이 상황까지 왔는데 이야기를 안 할 수 없겠지. 알겠어. 카나한테 이야기 할게. 하지만 그 전에 카나네 부모님한테 인사를 하고, 우리 집에 연락하게 해줘」

「그, 그렇네……시호는 이런 때라도 냉정하구나」

 

그렇게 이래저래 일을 끝내고, 다시 한 번 카나와 마주 앉았다.

솔직히 내가 품고 있는 이야기를 한다고 해서, 카나가 나를 이해해 줄지는 모르겠다.

카나니까 분명 나를 바보 취급하는 일은 없을 거라 확신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해결 될 거라고도 생각지 않는다.

할 수 있는 데까지 이야기해서, 폭주하는 카나의 마음을 풀면 될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그 꿈에 대한 걸 카나한테 털어놓았다.

 

 

 

 

「…………그렇게 된 거야」

「으~음……그게 무슨 문제가 있어?」

「하아. 그러니까 이야기 해봤자 모른다고 했잖아……」

「그게 아니라! 시호는 그 꿈이, 꿈속에서 프로듀서씨가 아버지로 나온 것 때문에 프로듀서씨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게 된 거지?」

「응, 맞아」

「그 꿈처럼 될 수는 없지만, 왜 그 꿈같이 프로듀서씨한테 어리광 피우면 안 되는 거야?」

「왜냐니……프로듀서씨랑 나는 어디까지나 업무 관계야. 가족 같은 관계가 아니니까, 그렇게 대할 수는 없어」

 

그래. 그는 프로듀서이며 나는 아이돌.

우리들은 그러한 관계이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접하는 방법이라는 것이 있다.

업무 관계로 관계를 지속하고 있는 사람한테, 가족을 대하듯이 그렇게 대할 수 있을 리 없다.

 

 

 

 

「하지만 타마키는 업무 동료라기보다는 보호자라는 이미지가 강하고, 미키씨도 프로듀서씨를 마치 연인 같이 대하고 있는데?」

「그건 사람에 따라 접하는 방법이 다른 건 당연한 거고……」

「그럼 시호도 프로듀서씨를 가족 같이 대해도 괜찮지 않아? 나 또한 프로듀서씨랑 나의 관계를 단순한 업무 관계라 생각 안 해!」

 

카나가 하는 말을 듣고, 나 자신 속에 있던 개운치 못한 것이 조금씩 개여져 가는 기분이 들었다.

분명 지금까지 프로듀서씨를 단순한 업무 동료라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계속 그런 식으로 대해야 한다고 고집할 필요는 딱히 없다.

그렇다면 나는 프로듀서씨한테 조금 정도는 응석을 부리는 것이 가능한 걸까.

 

「확실히 그럴지도 모르겠네……」

「좋아! 그리 정했으면 내일부터 조금씩 프로듀서씨한테 응석을 부리도록 하자! 이름하여 시호를 응석쟁이로 만드는 계획!」

「나는 딱히 응석쟁이가 될 생각은 없거든……하지만 고마워. 조금 개운해졌어」

「에헤헤~. 시호가 나보고 고맙다고 했다~♪ 카나의 작전 대~성공♪」

 

 

 

 

내 마음을 뒤덮고 있던 구름은 이렇게 해서 카나라고 하는 바람에 의해 날아가 버렸다.

이 아이한테는 어떻게 해도 이길 수 없는 점이 있다.

그 뒤 카나네 부모님이 호의를 베풀어 주셔서, 그대로 카나네 집에서 묵게 되었다.

하지만 그날 밤은 카나가 내가 어떻게 프로듀서씨한테 응석부릴지 이야기를 나눠보자고 해서, 결국 새벽 3시까지 그 대화에 어울려 주었다.

 

다음날, 카나랑 둘이서 졸린 눈을 비비며 사무소로 가니, 프로듀서씨가 이미 계셨고 우리한테 인사를 해왔다.

옆을 힐끗 보니, 카나가 힘내라는 메시지를 나한테 눈빛으로 날렸다.

어제와는 다른 긴장감을 안으면서, 나는 프로듀서씨한테 인사를 돌려준다.

 

 

 

 

「조, 좋은 아침. 프로듀서. 오, 오늘도 잘 부탁드립……자, 잘 부탁할게」

「!!? 시, 시호……그 말투는……?」

「오, 오늘부터 이렇게 할 거니, 프로듀서도 익숙해져주……익숙해지도록 해. 알겠지……?」

「그, 그래……그런데 갑자기 왜……?」

「시, 신경 쓰실 필요 없어요! 그, 그리고! 오늘부터 예전보다 응, 응……」

「응……?」

「으, 응석을 부릴 예정이니, 각오해 주세요! 이게 아니라 가, 각오하도록 해!」

 

어째서인지 잘 모르겠지만 괴롭다. 마음이 꺽일 것 같다.

카나는 만면의 미소를 짓고 있고, 이미 출근해있던 코토리씨는 어째서인지 바닥에 쓰러져 있다.

가장 중요한 프로듀서씨……프로듀서도 곤혹스러워하고 있는 모습이다.

다만 어제 같은 괴로움은 이제 없다.

마음은 푸르른 하늘처럼 맑게 개어있었다.

 

 

 

 

「……그럼 프로듀서, 앞으로도 잘 부탁할게」

「응, 그래.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프로듀스는 맡겨둬」

「프로듀스도 그렇지만, 그 밖에 다른 것도……알겠지?」

「뭔가 의미심장한걸……뭐, 시호가 그러고 싶다면, 응석부려도 상관없어」

 

프로듀서는 그렇게 말하고 미소 짓는다.

나는 이 얼굴을 어딘가에서 보았다.

그래, 이 얼굴은 꿈에서 봤던 그 얼굴이다.

카나가 말한 것처럼 지금은 꿈속처럼 될 수 없지만, 언젠가는 그런 관계도 될 수 있는 걸까.

될 수 있으면 좋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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