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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타바 안즈의 전일담 - 8~9화 합본

댓글: 2 / 조회: 1113 / 추천: 2



본문 - 07-17, 2017 18:24에 작성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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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타바 안즈의 전일담- 6~7화에서 이어집니다.

 




8. 괴물



지금.
하나의 업계를 한 소녀가 휩쓸고 있다.

후타바 안즈.

어떤 기획사에도 소속되어 있지 않으며, 어떤 트레이너에게도 교육받지 않았으며, 어떠한 경력도 없다.
그런 그녀는 기획사에 소속되어, 트레이너에게 교육을 받고, 어떠한 종류의 경력을 가진 아이돌 후보생들이 기회를 노리는 오디션을 본다.
그리고 단 한 번도 지지 않는다.

몇 주, 몇 개월이라는 세월을 바쳐 겨우 오디션을 받을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기른 자들을 그저 하나의 미경력자가 유린한다.
그런 일을 당하고서.
그렇게 굴욕적인 일을 당하고서.
마음이 꺾이지 않는 사람은 매우 적었다.
아이돌 전국 시대.
그렇게 야유받을 정도로 불어났던 아이돌 후보생의 수는 지금 급속히 감소하고 있었다.



「…… 나 참, 크게도 싣어주셨구먼」

한가한 대기시간을 때우려 편의점에서 적당히 고른 잡지에서는 대체로 나에 관해 다루고 있었다.
내가 평범한 아이돌 후보생이었다면 자신의 지명도가 높아지는 것에 눈물을 흘리며 기뻐했겠지.
하지만, 나는 아이돌에는 흥미 없다.
허나, 사람을 찾고 있을 뿐.
게다가, 그런 건 전혀 안 쓴 것 같은데.

「…… 너구나, 나를 아주 살금살금 쫓아다니는 게.」

「노크 정도 하면 뭐가 덧나냐?」

의외로 찾는 데 시간이 별로 걸리지 않았다.
오늘의 오디션 상대.
그게 바로 내가 찾던 인물이다.

「이유가 뭔데.」

그러면서, 푹 소리를 내며 의자에 앉는다.
겉보기에 초췌해 보인다.
그야 그렇겠지.
무명 잡지라고는 하지만 이 정도 취급을 받는 사람이 자신을 샅샅이 찾고 있다는 건.

「모로보시 키라리.」

「뭐?」

「알고 있냐?」

더 생각해 보는 듯한 동작을 한 뒤, 겨우 납득이 갔다는 듯 큰 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아하하하하하하핫! 뭐야뭐야 그런 거였어? 너 말야, 걔 한풀이라도 해 줄 생각이였던 거야!?」

「그런 거 아냐.」

「그럼 뭔데.」

「내가 곤란해. 당신이 순조롭게 아이돌 하고 있으면.」

「…… 후ー응, 그래.
그럼 니가 나를 이긴다던가 그런 생각 갖고 있는 거구나.」

「뭐, 그런데.」

「그딴 거 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이 멍청이가.
애초에, 뭔데 그 키는. 엄마 젖이나 빨고 오는 게 어때?」

아, 그렇구나.
키라리가 그렇게 됐던 것도 무리는 아니었을지도 모르겠다.
키라리는 원래 키를 신경쓰고 있었으니까 말이지.

「걔는 이상하게 키다리더니만, 당신은 이상할 정도로 땅꼬마네.
그래서 춤이나 제대로 추겠어?」

분명 이게 저 인간의 상투적 수단이겠지.
상대의 컴플렉스가 될 수 있을 만한 점을 지적해 상처를 후빈다.
그렇게 전의를 상실시키고, 이긴다.

「꼬맹이는 일찍 집에 돌아가서 엄마한테 징징거리고 자려무나?」

페어 플레이가 아니라던가, 하는 쓸데없는 말을 할 생각은 없다.
오히려, 바보같이 정직하고 단순한 실력만으로 싸우려는 사람이 이상한 거지.
이 전법은 확실히 이런 전국 시대를 살아가기에는 적합하리라.

「야, 내 말 씹냐?」

그렇지만. 내가 품고 있는 이것은.
상심도 슬픔도 아니다.

「알았으면 빨리…… 윽!?」



「이제, 입 뻥긋 하지 마.」




순수한, 분노.



슬슬 시간이다.
무대로 이동하면서 언제나처럼 사고를 전환한다.
발의 움직임. 손팔의 펼침. 시선의 이동. 그 모든 것에 의식을 돌린다.
얼굴에 웃음꽃을 피우고.
엄마를 위해 연습했던, 정말 싫어하는 가짜 웃음.
이런 데에서 도움이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무대 위에 선다.
옆을 힐끗 확인하고 나니, 이건 진심을 낼 필요도 없었겠네 싶어서 안도했다.
그 뒤론 멋대로 자멸하는 미래가 있을 뿐.



「…… 앞으로 얼마 안 남았네.」

오디션의 결과를 보고 혼자 중얼거린다.
키라리가 원래대로 돌아오기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9. 미안, 고마워.



「와, 오랫만이야 키라리.」

대기실 소파에 드러누운 채 한 손을 올렸다.

「…… 안즈 짱.」

오늘 오디션에 키라리를 부른 건 나다.
솔직히 키라리가 올지 안 올지 조금 불안했었다.
키라리가 안 온다면 내 고생은 헛고생이 되니 말이지.
그래도 키라리가 왔으니까 정말 다행이야.
이제, 최후의 최후. 마무리다.

「왜, 이런 일을, 한 거야.」

하지만 딱 한 가지, 상정 외였던 것이 있다.
내가 오디션을 망친 것에 대한 분노.
내가 실력을 숨겼다는 것에 대한 슬픔.
나와 앞으로 경쟁해야 한다는 것에 대한 공포.
키라리가 품고 있는 감정은 이 하나라고 생각했다.
이 중 하나라면 대처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키라리의 눈동자 속에 든 그것은.
분노도, 슬픔도, 하물며 공포도 아닌.
모르겠어.
정말 모르겠어.

「…… 딱히, 별 거 아니야」

그렇지만.
여기까지 왔는걸.
이제 되돌아갈 수는 없어.
그러니까 나는 머릿속의 대본을 읽어나갔다.

「키라리가 아이돌 후보생이라고 하길래, 아이돌에 흥미가 생겼어. 그것뿐야.」

지금까지의 발언으로 미루어보았을 때, 키라리에게 있어 키가 크다는 것은 배드 스테이터스에 지나지 않는 듯 하다.
거꾸로 말하자면, 키가 작으면 작을수록 좋다는 것이겠지.
그렇다면 키라리가, 키라리와 키가 정반대인 나를 이긴다면?
배드 스테이터스인 182cm가 굿 스테이터스인 139cm을 이긴다면 그 식은 어떻게 될까?

「전에도 말했지만 말야.
내 마음 속에서 키라리는, 엄청난 사람이야.
나보다 훨씬, 훨씬 위에 있지.」

이 말에 거짓은 없다.
키라리는 나의 이상(理想)이다.

「하지만, 지금 그 사실이 흔들리려 해.
그래서, 분명히 해 두고 싶어.
나랑 키라리, 둘 중 누가 위인지.」

그래도 그런 키라리는.
나보다 훨씬, 훨씬 대단한 사람이어야 할 키라리는.
나와는 다를 터인 키라리는.
지금, 나와 같아지려고 하고 있다.
나처럼 실패하려고 하고 있다.
나처럼 포기하려고 하고 있다.
그런 건, 싫어.

「말해두겠지만, 나는 세다고?
키라리가 졌던 그 사람한테도 이길 정도로.」

해야 할 일은 간단하다.
우선, 내 실력을 가능한 한 어필한다.
일단, 조금 과장해서.

「나는 말이지, 키라리보다 노래도 잘 하고, 춤도 잘 춰.」

이것도 사실.
내가 제대로 한다면, 분명 키라리도 이기겠지.

「그러니까, 절대 안 봐 줄 거야.」

그러니까, 봐 줄 거야.

「나는 키라리를 이기고, 내 마음 속 키라리를 나보다 못한 사람으로 만들 거야.」

나는 키라리한테 져서, 내 마음 속 키라리를 나보다 잘나가는 사람으로 만들 거야.

「그러니까, 각오하라고? 키라리.」

여기까지 말하면 이제 충분하겠지.
그 다음은 내가 지겠지만.
내가 지면, 키라리는 자신을 되찾을 것이다.
내가 지면, 키라리는 다시 빛날 것이다.
그러니까 이젠, 들키지 않게 적당히 봐 주면───



「안즈 짱, 져 주려고 하고 있구나.」



「───읏!?」

위험하네.

「일부러 져 주려고 하는 거지?」

「그런 거 아냐. 나는 진심으로───」

위험해, 위험해.

「거짓말, 이지?」

「…… 왜 그런 생각을 하는 거야.」

안 돼, 안 돼, 안 돼……!

「안즈 짱, 웃고 있지 않은걸?」

「이거랑 그거랑은, 아무 관련이……」

「정말 키라리랑 대결해서 이길 생각이었으면,
분명 안즈 짱은, 웃었을 거라고 생각해애.」

이건 안 된다.
이러면 안 되는 거다.
내가 져 줄 거라는 게 들키면 안 되는 거다.
키라리가 이기는 상대는 최선을 다한 나의 모습이 아니고서는 안 된다.
키라리가 진 상대를 이기고, 키라리보다 유리한 체격을 가진 내가.
그런 내가 최선을 다했는데도 진다.
그렇게 되지 않고서야, 아무 의미도 없다.
그렇지 않고서야, 키라리는 원래대로 돌아갈 수 없어……!

게다가.
나는, 키라리한테 미움받을 거다.
당연한 일이지. 사실 이겼는데, 그게 사실 져 준 것이었다니.
그런 일을 당하고 짜증나지 않을 리가 없다.
미움받을 수밖에 없어……!!

모르겠어.
어째서야.
어째서, 들킨 거야?
키라리의 눈 속은, 역시 보이지 않은 채.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 전혀 알 수 없는 채로.

「안 그래, 안 그런다니까……!
나는, 나는 진심으로───읏!?」

뭐라도, 말해야 해.
뭐라도 말해서, 어떻게든 해야 해.
그렇게 생각해서, 필사적으로 말을 짜낸다.
하지만 그것은.



「고마워.」



키라리에게 껴안기면서.
어처구니없게, 정지되었다.



「나를 생각해서 그런 거구나.」

이제야, 알겠어.

「아, 아냐…… 안즈는, 나 자신을 위해……!」

키라리의 눈은 껴안겨서 보이지 않지만.

「그래도, 고마워.」

그래도, 알 수 있어.



걱정해 준 거구나.



「……죄송, 합니다」

안즈가 갑자기, 아이돌 활동을 시작했으니까.

「키라리, 화 안 내?」

내가 갑자기 변해 버렸으니까.

「그래도, 미안해. 키라리이……!」

자기 한 몸 건사하기도 힘들었을 텐데도.

「…… 저기, 안즈 짱.
왜, 이런 짓을 한 거야.」

그래도, 걱정해 준 거구나.

「……키라리는, 대단한 사람이……!
나보다 훨씬, 훠얼씬…… 대단한 사람이……!」

대단하네.

「……응.」

역시, 대단해. 키라리는.

「그러니까, 졌단 걸…… 실패했다는걸, 인정할 수가 없어서……!」

어떻게 해 볼 수가, 없다니까.

「……응.」

「그래서…… 키라리가 아이돌, 그만두고 싶지 않게!」

「……응.」

「그래서, 그래서어……! 나, 열심히 했어!
어떻게 해야 계속 아이돌을 할까, 생각해서……!」

「……응.」

「나는!!…… 키가 작으니까……!
 키라리는, 키 큰 거, 엄청 신경쓰니까……!!」

「……응.」

「내가, 더 잘 한다고 하면! 그러면……!키라리가 나를 이기면!」

「……응.」

「키라리는, 키 같은……거!…… 신경 안 쓰게 될 테니까아!!」

「……응.」

「그런데, 들켜 버려서어…… 그럼 안 되는데에!
그러면 키라리는 변하지 않을…… 텐데!」

「……응.」

「미안, 미안해애? 키라리……,
짜증나지, 이런 사람……!싫증나지……?」

「…… 안즈 짱.」

「죄송, 해요…… 죄송해요……!
싫어, 미움받고 싶지, 않아아……!」



「안즈 짱.」



정말 아주 조금 엄한 목소리로 이름을 불러서, 나는 어름어름 고개를 들었다.
키라리는 그저.
그저 따뜻하게 웃어 주었다.

「괜찮아, 정말 괜찮아.」

그러면서, 키라리는 내 머리를 쓰다듬는다.
천천히, 천천히.

「키라리가 안즈 짱을 싫어하게 될 리가 없다니이.
키라리를 위해서 그랬던 거잖아?」

맞아, 라고.
말하려 해도, 입이 떨어지지 않아서.
붕붕 소리가 날 정도로. 몇 번이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고마워. 안즈 짱.」

키라리의 손은 계속 나를 쓰다듬고 있어서.
그 온기에, 나의 울음이 조금씩 멎어 간다.

「……저기, 안즈 짱.
안즈 짱은 키라리보고, "나보다 훨씬 대단한 사람"이라고 했잖아?」

「……응.」

「그런데 말야. 키라리도, 안즈 짱이랑 똑같아.
실패하는 게 싫고, 실패하는 게 무서워.
그건, 누구나 똑같을 거야.」

「…….」

「키라리가 침울해져 있을 때, 안즈 짱이 와 줬지.
와서, 응원해 줬어.
그래서 키라리는 오늘 여기 오게 된 거라구?」

「……내, 가?」

「응, 안즈 짱 덕분이야.」

「…….」

「안즈 짱은, 자기가 실패했다고 그랬었지.
실패해 버려서, 무서워졌다고.
하지만 그건, 아무것도 이상할 거 없다구?」

「……하, 하지만, 」

「다른 사람보다 그걸 극복하는데 쪼오금 시간이 더 걸릴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안즈 짱이 극복하려고 한다면, 분명 할 수 있어.」

「…… 그러, 려나.」

「응. 왜냐면, 벌써 해냈는걸. 그치?」

「……그럴, 지도.」

「안즈 짱은, 열심히 할 수 있게 되고 싶은 거야?
자신을 위해서라도, 다른 누구를 위해서라도.」

「……응.」

「그럼, 힘내자?」

「……응.」

살며시, 키라리는 내게서 손을 뗀다.
나는, 천천히 일어섰다.
눈물은 이미, 멈춘 뒤.

「안즈 짱. 오늘 오디션, 열심히 할게.」

「열심히? 하지만…….」

「괜찮아ー!키라리는 절대로 안즈 짱을 싫어하게 되지 않는다구?」

「……정말로?」

「극복의 첫 걸음☆」

「……응, 그렇네.」

키라리라면, 괜찮아. 그렇겠지?

「키라리, 안 질 테니까ー☆」

「…… 정말이지, 진심으로 안즈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는 웃고 있었다.
억지 웃음이 아닌,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미소.

둘이서 얼굴을 마주보고, 다시 한 번 웃는다.

지금껏, 키라리는 어딘가 나랑은 다른 곳에 있는 존재라고 생각해 왔다.
하지만, 키라리는 나랑 다를 게 없다고 말했다.
나처럼, 무섭다고.
그리고 그건, 뛰어넘을 수 있는 것이라고.
그럼, 믿자.
키라리는 이상(理想)이 아니라, 동료라고.
둘 중 누가 위에 있는 관계가 아닌, 옆에 있는 존재라고.
그렇다면.
누군가 하나가 실패할 때는, 누군가가 도와 준다.
둘 다 실패해버렸을 때는, 둘이서 울자.
그리고 다시 한 번 힘을 내자.
언젠가 혼자서 열심히 할 수 있을, 그 날까지.

무대 위에 오른다.
관객석에 앉은 심사원에게, 두 사람은 얼굴에 웃음을 한가득 띄우곤 말한다.



「「잘 부탁드립니다!!」」



분명, 열심히 할 수 있게 될 거야.
왜냐면 내 옆엔, 키라리가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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