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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사와씨가 오타쿠가 된 것은 내 탓이 아니다.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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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7-03, 2017 03:00에 작성됨.

 

사기사와씨가 오타쿠가 된 것은 내 탓이 아니다.



여름이 되어도 오타쿠가 하는 일은 똑같다.

거짓말을 못하는 놈들은 하나같이 거짓말로 숨기려고 한다.



『너, 뭐하는거야』

버스 안. 하야미씨에게서 라인이 왔다. 벌써 들켰나……

『깜짝 놀랐어. 후미카가 「타카미야군, 남동생 있었군요」라더라』
『……면목없다』

결과 올라이트입니다만…… 아니, 뭐 내가 주의해야하는 허들이 올라버렸습니다만.

『뭐, 좋아. 아까랑 다르게 후미카도 기분이 좋아보이고』
『……제가 없는게 좋다는 겁니까』

뭐야 그거. 울고싶다. 그냥 자살할까.

『그런건 아니지만…… 뭐, 됐어. 대신에 절대로 들키면 안돼』
『나도 알아』

스마트폰을 껐다. 일단 도착할 때까지 좀 잘까?


×××


목적지에 도착했다. 어디인지는 모르지만 굉장히 아름다운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그러나 그런것에 감동하고 있을 여유는 없었다. 도착하자마자 일단 버스에 놓고간 물건이 없는지 체크, 그 후에는 지급받은 목장갑을 장비하고 다양한 기재를 옮긴다. 가장 먼저 의상상자를 탈의실로 옮기고, 아이돌들이 의상으로 갈아입는 사이에 스태프끼리 바다에 촬영장비와 텐트를 세트. 어쨌든 굉장히 바빴다. 나는 개미 관찰은 정말 좋아하지만, 개미 흉내는 정말 싫어한다는것을 알게되었다.
무엇보다 이 더운 날씨 안에서 무거운걸 신속하게 옮기는건 힘들다. 꾸준히 수분을 보급하지 않으면 죽을지도 모르겠다. 진짜 검도 하길 잘했다.

「……후우」

텐트 설치 끝, 다음은 비치 파라솔과 의자를 설치. 촬영할 때 아이돌들이 이곳에 앉는다고 한다.
파라솔을 펼치고 고정하고 있으니, 뒤에서 어깨가 찔렸다.

「?」
「어때? 타카미야군?」

뒤를 돌아보자 눈 앞에서 하야미씨가 수영복 차림으로 서있었다. 검정……아니, 군청인가? 어쨌든 어둡고 진한 색의 비키니. 하얀 피부와의 갭이 장난 아니었다.

「!?」

엔비 빠돌이에다 처녀빗치라서 잊고있었지만, 이 사람도 미인이다. 젠장…… 귀엽고 예쁘다. 그리고 에로해. 고등학생 맞아? 사기사와씨 수준으로 가슴 큰거 아냐?
어쨌든 칭찬해야겠지. 아니, 그래도 뭐라고 칭찬해면 되지? 작업멘트같지 않고 프로듀서한테도 혼나지 않는 범위로 칭찬하려면…… 좋아, 이거다!

「……조, 좋은 몸인데……?」
「!? 벼, 변태!!」

변태소리 들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프로듀서가 근처에 없어서 다행이다. 있었다면 능지처참을 당했을지도 모르겠다.

「누가 몸을 칭찬하랬어! 어울린다고 칭찬해야지!」
「아, 미, 미안……」
「확 프로듀서한테 너랑 후미카의 관계 불어버린다?」
「죄송합니다하야미씨굉장히잘어울리십니다.」
「응, 좋아.」

실제로 잘 어울리고. 에로한 몸과 수영복의 색이 조화를 이루어 어덜티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만족한 하야미씨는 「그럼……」이라고 말하며 누군가를 앞으로 쑥 내밀었다.

「아리스는?」
「꺅? 카, 카나데씨!?」

앞으로 내밀어진 사람은 타치바나 아리스씨(12). 아마 이 중에서 최연소자이다. 전에 나한테 장난전화를 걸은 애.
입고 있는 수영복은 원피스 타입의 나풀나풀거리는 어린이같은 수영복. 정말 잘 어울렸지만, 내 입에서 새어나온 말은 완전히 엉뚱한 소리였다.

「……학교 수영복 아니야?」
「무슨 의미인가요!?」
「……사무소에서 준비한 수영복인데 학교 수영복이 있을리가 없잖아」

하야미씨가 기막혀하며 말했다.

「아니, 뭐, 잘 어울려」
「! 머, 머리 쓰다듬지 말아주세요」
「아, 미안」

그러고보니 이녀석도 아이돌이었지. 애초에 첫대면인가. 그나저나 이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싶어지는 이 충동은 대체 뭘까. 아사시오아카츠키를 반반 섞은 느낌이라서인가?
어쨌든 머리를 쓰다듬고 싶어지는 충동은 억제하자. 프로듀서에게 들키면 아침부터 훌륭한 콕 스크류를 먹게될테니.
그리고 이 흐름이면 예상할 수 있었다. 이 둘이 왔다는 말은 남은 한명도 왔겠지?

「자, 후미카. 여기야」

하야미씨가 뒷쪽으로 말했다. 그러자 수영복 위에 파카를 걸쳐입은 사기사와씨가 걸어왔다.

「넌 또 왜 파카 입고있어?」
「……무, 무리에요. 이런 곳에서 속옷이나 마찬가지인 차림을 하라니…… 부, 부끄러워요!」
「괜찮아, 잘 어울리니까」
「……그런 문제가 아니에요! ……남자분들도 많이 계신데…… 타, 타카미야군의 동생분도……계신, 데……」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며 고개를 숙이는 사기사와씨. 필사적으로 파카로 하반신을 숨기려하고 있다.

「괜찮아요, 후미카씨!」
「……아리스쨩……」
「저도 후미카씨는 귀엽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그런 문제가 아니라니까요……」


더더욱 고개를 떨구는 사기사와씨. 귀엽네, 타치바나씨도.
그러자 이번에는 하야미씨가 사기사와씨의 귓가에 속삭였다.

「……너말야, 그래서는 타카미야군(형)에게는 못보여주겠네」
「……그, 그건 알고있지만……」
「그의 동생이니까 실전의 연습으로 딱 좋지 않을까?」
「……잠깐만요. 실전이라니 무슨 의미인가요」
「응? 그가 당신이랑 수영장에 가고싶다고 나한테 상담했었는데」
「후엣!?」

어라, 왠지 엉뚱한 곳에서 풍평피해를 당한듯한 기분이……

「……저, 정말인가요?」
「응, 그러니까 지금 익숙해지는게 좋지 않겠어?」
「…………」

그러자 사기사와씨는 파카의 지퍼에 손을 올렸다. 그리고 얼굴을 붉힌 채 지퍼를 내렸다. 하야미씨보다 밝은 색의 파란 비키니. 본인의 청초한 느낌과 조화를 이루며 가련함과 아름다움과 귀여움과 에로함을 전부 미친듯이 뿜어내고 있었다.

「……이, 이정도면 되죠?」
「………」

지퍼를 내렸을 때, 하야미씨를 힐끔 봤다. 그리고 하야미씨는 매우 진지한 표정으로 사기사와씨에게 말했다.

「후미카, 만세~」
「……네? 마, 만세~……」

직후, 휘리릭하고 눈으로 쫒을 수 없을 레벨의 속도로 하야미씨가 사기사와씨의 파카를 벗겼다.
수영복 차림이 완전히 드러난 사기사와씨는 얼굴을 새빨갛게 붉혔다.

「……꺄, 꺄아아아앗!? 카, 카나데씨!」
「타카미야군, 여기」
「에?」

빼앗긴 파카는 나에게 날아왔다. 내가 그것을 캐치하자 사기사와씨는 나를 보았다.

「읏, 타, 타카미야씨! 파카 돌려주세요!」

사기사와시는 한 손으로 자신의 몸을 숨기고, 다른 한 손을 나에게 뻗는 사기사와씨. 그 사기사와씨의 움직임을 하야미씨가 막았다. 아아, 이 파카에서 사기사와씨의 냄새가……

「……카, 카나데씨! 놓으세요!」
「………싫은데? 그리고 다 어차피 봤는데 감상을 묻는게 낫지 않아?」
「으……」

하야미씨의 그 말에 사기사와씨는 납득했는지 「놓으세요」라고 하야미씨에게 말했다. 해방된 사기사와씨는 얼굴을 붉히며 나에게 물었다.

「……어, 어떤, 가요……?」
「…………결혼해주세요.」
「하엣!?」
「아, 실수했다. 굉장히 잘 어울려요.」

다행이다, 쌍둥이 남동생 설정이라서. 무심코 청혼해버렸어. 미움받을뻔했잖아.
힐끔 모습을 살피니 사기사와씨는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며, 어째선지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옆에 서있는 하야미씨는 말없이 폭소하고 있었다. 너 나중에 두고보자.
사기사와씨가 나에게 말했다.

「……죄송해요, 이런 말하기 정말 죄송하지만」
「네?」
「…………타카미……치아키군의 외모로 칭찬하시면, 그…… 심장에 안좋아서… 삼가해주셨으면 좋겠어요……」
「……」

……그러니까, 무슨 의미인지는 굳이 생각하지 않는게 나으려나? 뭐, 확실히 아는 사이한테 청혼받으면 놀라겠지. 나였어도 사기사와씨와 똑같이 생긴 사람에게 고백받으면 심장이 튀어나올게 분명하고.

「……네, 죄송합니다」
「……아뇨, 칭찬해주신건 기뻤어요」
「푸흐흡……! 후, 후미카……!! 일하는데 방해될테니까, 슬슬, 가자……!」

너 이자식 너무 웃잖아.

「……네. 그럼, 타카미야씨. 힘내세요.」

세 사람은 가버렸다. 그럼, 좋은 것도 봤으니 지체된걸 만회해볼까


×××


촬영이 시작됐지만 나는 그것을 볼 수 없었다. 아이돌들이 촬영하는 사이에 나는 다음 촬영을 준비해야한다. 예를들면 수영복이라도 그 위에 파카를 걸쳐입기도 하고, 머리에 어떤 액세서리를 달기도 한다. 그런 소도구를 준비하는게 내 일이다.
소도구 상자를 옮겨와서 그 안에서 촬영이 끝난 아이돌부터 차례대로 지정된 소도구를 건내줘야한다. 몇번이나 생각한 거지만, 이거 가벼운 작업·운반이 아니다. 지금은 공기주입기를 발로 밟으면서 돌고래 튜브에 공기를 넣고 있었다.
그러자 한명 촬영이 끝났는지, 검은 비키니에 민소매 겉옷을 입은 아이가 왔다.

「실레합니다」

……톡특한 억양. 외국인이냐!? 하지만 나는 문제 없다. 칸코레를 하고 있으니까!! 7개국의 칸무스가 있으니까(히비키 포함)
우선 베르누이네 나라부터 시험해볼까. ……어라, 아니 잠깐만. 뭐라고 해야되지? 하라쇼랑 스파시바랑 우라랑 다스비다냐밖에 모르는데. 인사가 뭐였지?

「……하, 하라쇼」
「……저기, 일본어로 괜찮아요?」
「아, 그, 그런가요?」
「그, 제 거는 어디있나요?」
「그러니까…… 실례지만,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
「아, 네. 아나스타샤에요.」
「아, 아나……?」
「아냐라고 불러주세요」

풍요의 여주인의 갈색머리 캣피플같은 별명이네.
(※라노벨 '던전에서 만남을 추구하면 안되는걸까'의 조역인 아냐 프로멜)

「아냐씨, 시군요. 지금 내일 근육통에 걸릴 각오로 공기넣고 있으니까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네, 네」

슉슉슉하고 공기를 넣는다. 서서히 부풀어가는 돌고래.
공기를 전부 넣고, 공기구멍을 막았다. 그리고 그것을 전달한다.

「여기요」
「감사합니다」

나는 다음에 올 아이돌인 미야모토 프레데리카씨의 핑크색 비치볼에 공기를 넣기 시작했다. 뭔 외국인이 이렇게 많냐……
또다시 공기주입기를 공기구멍에 끼우고 밟는다.

「저기……」
「?」

누가 불러서 뒤를 돌아보았다. 아냐씨였다. 아니, 둘 밖에 없으니까 당연하지만.

「네?」
「아뇨, 타카미야씨에 대해서 묻고싶은게 있어서」
「……저요?」
「네. 몇살인가요?」
「17입니다.」
「그런가요. 저보다 2살 위네요. 왜 이 일을 하게되셨나요?」
「응~ 돈이 필요해서요. 지금 돈이 부족하거든요. 자취생활은 귀찮네요.」
「자취하나요? 그렇다면 혼자서 요리랑 빨래를 하나요?」
「네. 익숙해지면 편해요. ……다만 이번 달에는 초반에 좀 많이 써서 말이죠. 죽는줄 알았네요.」
「힘들겠네요. 어디에 썼나요?」
「그야…… 애니 DVD라던가 말이죠」

사기사와씨와의 데이트 비용이라고는 말할 수 없었다. 적당히 얼버무리기로 했다.

「애니메이션, 이요?」
「네」
「타카미야씨는 오타쿠인가요?」
「오타쿠는 나쁜게 아닙니다. 오히려 제패니메이션의 나라의 문화에 충실하다고 하셨으면 좋겠네요. 비판받을 이유가 없단말이죠.」
「확실히 그렇네요!」
「네, 네……」

그렇게 순수하게 수긍하면 죄책감이 싹틉니다만…… 아니, 외국인이니 일본의 문화에 흥미가 있는 느낌인가?

「아냐씨는 어느 나라에서 오셨나요?」
「저는 러시아인과 일본인의 하프에요」
「러시아……베르누이네요」
「네?」

아까, 단번에 정답을 뽑았었나. 굉장한데, 나.

「러시아에는 애니메이션이 없나요?」
「없지는 않지만, 저는 별로 흥미 없었어요.」
「그런가요? ……그러고보니 러시아가 무대인 애니메이션이 있는거 아세요?」
「정말인가요?」
「네」

비치볼을 완성하고, 그 다음으로 시부야씨가 사용하는, 왠지 그랑블루에 나올것만같은 장난감 검을 준비했다. 이건 공기를 넣을 필요가 없으니 그대로 상자 안으로 되돌려놨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구글링한 이미지를 아냐씨에게 보여주었다.

「봐요, 이거」
「……아, 본 적 있어요. 제목이 뭐죠?」
우사비치에요. 저희 집에 블루레이 전부 있어요.」
「누가 가방에 붙인걸 봤었어요. 귀엽네요」
「뭐, 마스코트같은 느낌이니까요. 이 초록옷이 푸틴이고, 빨간 옷이 키레넨코에요.」
「……저, 정말 러시아네요.」
「뭐, 그렇네요. 그 외에도 샤라포바랑 레닌그라드도 있어요.」
「사람인가요?」
「둘 다 개구리」
「왜, 왠지 굉장히 신경쓰이네요……」
「뭐, 신경쓰이면 한번 봐보세요. 유튜브에 전부 있을테니까」
「알았어요. 다음에 볼게요」

나는 소개한 후에 생각했다.
────또 같은 잘못을 반복해 버렸다, 라고. 그 직후 촬영을 끝낸 미야모토씨가 왔기에 나는 비치볼을 언제든 건내줄 수 있게끔 준비했다.


×××


첫날의 촬영이 끝났다. 생각보다 빨리 끝났고 모처럼 수영복을 입었기에 아이돌들은 해변에서 놀고있었다. 그래도 오늘은 무사히 할 수 있었다. 사기사와씨와 엮일 기회가 없던게 가장 크지만, 이렇게만 가면 들킬 일은 없겠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 하야미씨와 타치바나씨와 놀고있는 사기사와씨의 모습을 파라솔 아래에서 바라보고 있으니 왠지 슬슬일까하는 감이 왔다. 뭐가 슬슬이냐고? 뻔하잖아.

「타카미야군, 잠깐 괜찮아?」

프로듀서의 부름인게 뻔하잖아. 아이돌과 같이 일한다고 아이돌과 같이 놀 수 있는건 아니다.

「네. 뭔가요?」
「오늘, 나중에 모두 함께 카레를 만들건데」
「카레, 요?」
「응. 이번에는 그런 아이돌들의 자연스러운 모습들도 찍고있으니까. 식사도 아이돌들이 만들고 그 모습을 찍을거야.」
「그렇군요…… 그래서, 뭘 하면 되나요?」
「카레 재료, 감자랑 음료수를 못챙겨서 그런데 사와줄래?」
「……넵」
「미안해, 심부름 시켜서」
「아뇨, 괜찮아요. 마침 한가했었고. 애초에 그런 잡무를 위해서 저를 고용한거잖아요?」
「사야되는건 여기에 쓰여있어. 끝나면 해변에서 여자애들이랑 놀아도 괜찮아」
「……촬영중이라면서요?」
「타카미야군이 안찍힌걸로 쓸거니까 괜찮아.」

프로듀세에게 메모장을 받고 주머니에 넣었다. 가볍게 기지개를 펴며 일어서자 「저기」라는 목소리가 들렸다.

「그거 저도 같이 가도 돼요?」

앗, 그러니까…… 호죠 카렌씨였지?

「카렌?」
「혼자서는 힘들것같고, 저는 촬영하느라 조금 피곤해서, 시원한 곳에서 바람좀 쐬고싶어서」
「으음……」
「변장 확실히 할게요」
「……뭐, 좋아. 타카미야군도 오늘 열심히 해줬으니 그정도 부수입이 있어도 괜찮지」
「감사합니다. 그럼, 갈까?」
「아, 네.」

카렌씨와 가까운 슈퍼로 향했다. 위치는 스마트폰의 지도로 조사했다.
스마트폰을 바라보며 걷고있으니, 옆에서 선글라스와 모자를 장비한 카렌씨가 말을 걸었다.

「차암, 모처럼 아이돌이랑 같이있는건데 왠 스마트폰이야?」
「아니, 위치 모르잖아요. 길잃으면 큰일이고」

그나저나 이 사람은 뭐가 목적이지? 왜 일부러 따라온거야?
내 의문이 얼굴에 드러났는지 카렌씨가 입을 열었다.

「응~ 조금 이야기를 하고싶어서」
「저랑, 이요? 아니, 그런데 왜 다들 저한테 말거는거죠?」
「그야, 동년대 남자애인걸. 다들 이야기해보고 싶어해. 우리 중에는 여학교 다니는 애도 있으니까」
「그런가요?」
「그런거야…… 그것보다, 존대 안해도 괜찮아. 내가 연하고」
「아, 그래」
「그리고 나도 타카미야군이랑 이야기 해보고 싶었어」

이야기? 일부러 단 둘이서? 설마 사기사와씨와의 관계가 들킨건가…… 아니, 그래도 오늘은 완벽했을텐데.
내심 조마조마하고 있는 사이, 카렌씨가 입을 열었다.

「시부크랑 키라 중에서 누가 더 강하다고 생각해?」
「몰라」
「아까 나오랑 이야기했었잖아! 누가 더 강한지!」

에, 설마 키라와 아스란의 이야기에서 발전한거야? 이 사람들 바보야?

「아니, 그런데 카렌씨 애니 좋아해요?」
「응~ 좋아한다기 보다는 옛날 애니를 좀 알아. 그것보다 누가 더 강하다고 생각해? 시부크랑 키라.」

대체 얼마나 궁금한거야. 바보냐고.

「기체에 따라 다르겠지. F91이랑 스트라이크 프리덤이라면 무조건 키라가 이기겠네」
「흠, 역시구나……」
「단, 시부크가 킨케두에 기체가 X1이면 또 모르지」
「……다른 사람으로 바꾸면 의미가 없잖아」
「아니, 킨케두는 시부크의 3년 후? 였나? 에요. X1에는 ABC망토가 있어서 빔병기에 완전내성이고요.」
「오오~ 그럼 진짜 모르겠네」

뭐, 누가 더 강한지는 같은 기체에 태우지 않는 이상 모르지만. 뭐, 카렌씨는 납득한 모양이니 이걸로 됐나.

「이야~ 타카미야군은 좋은 사람이네~」
「? 뭐가?」
「응~ 이래저래 이야기에 잘 어울려 준다는 점?」
「아니, 건담은 나도 좋아하니까. 그 점에서 아이돌 이야기가 나오면 난 아무말 못할테고.」
「괜찮아. 칭찬하는거니까 받아들이면 돼. 아이돌한테 칭찬받는거야?」

그건 그렇지만…… 칭찬에 익숙하지 않단말이지. 솔직히 지금도 놀라고 있어. 설마 내가 아이돌 촬영에 동행하고 있다니. 평생의 자랑거리가 되겠네.

「그런데말야」
「?」
「크로네 중에서는 누가 제일 좋아?」
「하아?」
「여러 애들이랑 이야기 해봤잖아?」
「아직 이야기 못해본 사람도 있는데」

3명 정도. 뭐, 딱히 이야기를 꼭 해야하는건 아닌데.

「그러니까 외모로」
「외모, 라……」

사기사와씨와 나의 연결에 힌트가 되는 대답은 피하는게 좋겠지. 그렇기에 나는 자신을 가지고 대답했다.

「그 한자 어떻게 읽더라? 사기, 사와?」
「후미카쨩을 좋아해?」
「외모는」

내용도 정말 좋아하지만. 무심코 청혼해버릴 정도로. 그래도 설마 여기서 당당하게 선언한 녀석과 내가 연결이 있다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하겠지. 생각하는 녀석이 있다면 그녀석은 상당한 바보다.

「흐응~? 의외네」
「그래?」
「아, 거기서 오른쪽」
「네~」

교차로를 오른쪽으로 돌고 몇분 걷자 슈퍼가 보였다. 살 것은 음료수, 감자, 양파…… 거의 전부 사야되잖아. 아니, 억측하는건 좋지않아. 아마 내일 바베큐라도 하겠지. 그 때 쓸 야채는 가져왔지만 카레로 쓸 것만 잊었다고 생각하면 될까.

「뭐 사야돼?」
「이거」

메모를 보여주자 카렌씨가 「흠흠」하고 신음소리를 냈다.

「좋아, 갈까」

둘이서 슈퍼를 돌았다. 눈이 닿는 야채를 바구니에 넣는다.
음료수는 차를 2병 구매, 하는김에 아이스크림도 샀다. 남은건 영수증만 받으면 된다. 양손에 봉투를 들고 바다로 돌아간다.
이대로만 가면 사기사와씨와의 관계도 들키지 않고 어떻게든 될 지도 모르겠다. 나, 스파이의 재능이 있을지도.
그런 생각을 했을 때, 스마트폰이 진동했다.

「미안, 전화왔어」
「아, 응」

한쪽 봉투를 카렌씨에게 건내고 스마트폰을 보았다.
……켁, 사기사와씨 전화다. 어떡하지…… 아니, 그래도 안받으면 미움받을지도…… 전화왔다고 카렌씨에게 말해버렸고

「여보세요?」
『………타카미야 치아키군의 전화 맞나요?』
「아─……네. 사……」

……뭐라고 부르지? 옆에 카렌씨가 있어서 사기사와씨라고도 후미카씨라고도 부를 수 없다.

「………후, 후미후미? 무슨 일인가요?」
『후, 후미후미!? 갑자기 왜 그러세요, 타카미야군!?』
「뭐, 뭐에요. 평소대로에요, 후미후미? 그것보다 무슨 일인가요?」
『……저기, 뭔가 이상한거라도 드셧나요……?』
「아니라니까요. 그것보다, 정말로 무슨 일인가요?」
『………아, 아뇨. 지금 친구랑 바다에 왔어요. 잠시 휴식중이라서 이야기하고 싶어서』

……역시 아이돌이란건 숨기고 있네. 뭐, 당연하겠지만. 그래도, 왠지 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어째서일까. 머리로는 이해하고 있을텐데.

「죄송합니다만, 저 지금 좀 바빠서요. 나중에 다시 걸어도 될까요?」
『……나중이면 몇분정도 후 인가요?』

아─, 그런가. 촬영은 없어도 동료들이랑 같이 있을때 전화는 못하겠지.

「……5분 후 걸게요.」
『………아, 그정도라면, 네. 알겠어요.』

후우…… 그럼 도착하고나서 화장실 간다고 말해서 카렌씨랑 헤어지고, 다시 걸면 되겠지. 역시 난 스파이의 재능이 있따니까.
그렇게 생각한 직후였다.

「타카미야군, 난 신경 안쓰니까 전화하면서 걸어도 괜찮아?」

………카렌씨가 목소리를 내버렸다. 그 직후, 전화 너머 사기사와씨의 분위기가 변한것이 느껴졌다.

『………타카미야군? 지금 낯익은 목소리가』
「아, 아니, 기분탓이에요. ……저기 카렌씨, 제발 부탁이니까 조용히」
『………………카렌씨?』

앗, 멍청한 나. 무덤을 맨틀까지 파버렸다.

『………카렌씨라면, 호죠 카렌씨?』
「아뇨, 아니에요. 아라라기 카렌씨에요. 마침내 2차원으로 날아갈 수 있는 장치를 개발하는데 성공해서……」
『………………』


큰일났다. 들키겠다. 이건 차라리 전화를 끊는게 낫겠다.

「죄송해요, 휴식이 끝나서. 끊을게요」
『………아, 잠깐』

전화를 끊었다. 정정하자. 나에게 스파이의 재능따위는 없었다.

 


카렌은 이미 건덕후고, 아냐도 입문하게 된다면... 크로네의 덕후비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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