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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사와씨가 오타쿠가 된 것은 내 탓이 아니다.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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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7-02, 2017 23:51에 작성됨.

 

사기사와씨가 오타쿠가 된 것은 내 탓이 아니다.



여름이 되어도 오타쿠가 하는 일은 똑같다.

건덕후만 오타쿠 취급을 안받는건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다음날 아침 4시에 눈을 뜨고, 샤워와 화장실과 아침식사와 양치질을 끝낸 후, 스마트폰 충전케이블과 충전기 충전케이블과 플4를 가방에 넣고 집에서 나왔다.
346사무소에서 가장 가까운 역까지 전철로 이동하고, 그 이후로는 도보. 일단 집합시간 10분 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안녕하세요」

이미 버스 앞에서 버스기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프로듀서에게 인사를 했다.

「아아, 안녕. 오자마자 미안한데 기재랑 짐좀 옮겨줄래?」
「네. 아, 제 짐은 어떻게하죠?」
「응~ 큰 짐은 먼저 트렁크에 넣어둬. 작은 짐은 네 자리에 두고.」
「알겠습니다…… 제 자리는 어디인가요?」
「그냥 앉고싶은데 앉으면 돼」

흠, 그럼 가장 앞자리 창문쪽이지. 버스 맨 뒷자리는 리얼충의 공간으로 유명하다. 아니, 그라비아 잡지에 나오는 녀석은 전부 리얼충일테니 다 똑같겠지만.
버스 안에 짐을 두고나서, 사무소 안의 기재를 버스에 실었다. 조명이나 이것저것 옮기고 있는데, 원래 이런게 사무소에 있는건가? 아니, 어쩌면 어제쯤 이곳으로 가져온걸지도 모르지만.
개미처럼 부지런히 짐을 옮기고, 버스에 실었다. 그렇지만 그라비아 촬영의 짐들은 다 이런가? 내가 옮기고 있는것들은 사진 촬영 등에서 사용하는 둥글고 검은 원반같은것이다. 생각보다 즐거운데. 그라비아에는 흥미 없지만, 자신이 모르는 세계를 알게 된다는 의미로는 공부가 되었다.
한동안 기재를 버스에 실고 있으니, 하나둘씩 외모는 예쁜 여자들이 모여왔다. 아마, 피사체인 여자애들이겠지. 아무래도 스탭과 피사체들은 다른 시간에 집합인 모양이었다. 뭐, 당연한가.

「타카미야군, 이걸로 마지막이야」
「아, 네」

마지막, 이라는 곳에는 의상상자와 소도구상자가 산더미처럼 쌓여있었다.

「……마지막이란건 이런 의미였나요?」
「자, 힘내자!」

시간은 5시 57분. 여자애들이 온 시간으로 역산하면 아마 6시 집합이었겠지. 그러다면 6시부터 뭔가 하는게 있으려나. 개회식이라거나.
……할 수 밖에 없나. 프로듀서씨도 같이 하고.
나는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불쑥 중얼였다.


「EXAM SYSTEM STAND BY」
「트란잠!」

당신 건담도 봤었냐…… 그리고 제법 드립 잘받아주는데.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니 프로듀서씨가 능글능글 웃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에, 뭐야 그 얼굴. 혹시 건담네타로 반격했다고 이겼다고 생각한거야? 제법이긴한데.

「네 놈은 모르겠지! 이 나를 통해서 흘러나오는 힘을!!」
「RG시스템, 완전해방!」
「보였다, 보였다고! 물 한방울!」
「…어이, 바르바토스. 됐으니까 넘겨, 너의 전부……!!」

제법인데…… 노타임으로 전부 받아치다니. 하지만, 나도 아직 끝나지 않았어. 승부는 지금부터다!!

「프로듀서? 아직 멀었어?」

사무소 밖에서 목소리가 들리고, 나와 프로듀서는 조용해졌다.

「……다음은 나중에」
「좋아, 마음껏 하자고」

나와 프로듀서씨는 하이파이브를 한번 하고, 짐을 옮겼다.


×××


짐을 다 옮기고 차에 탑승했다.

「얘들아~ 집중~!」

프로듀서씨가 외쳤다. 그러자 차 안의 사람들이 일제히 앞을 보았다.

「오늘 급하게 대리로 와 준 타카미야군이야. 시키는건 뭐든지 다 할테니까 잘 지내」
「에, 저기…… 프로듀서씨. 아무리 그래도 뭐든지는……」

투덜대려한 내 대사가 멈추었다. 갑자기 조용해진 버스 안. 왠지 다들 나를 굉장히 노려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니, 몇명 싱글벙글 웃고있는 사람도 있지만.

「……저기, 프로듀서씨」
「왜?」
「……이제와서긴한데, 이거 무슨 촬영이죠?」
「몰랐어? 이건 『프로젝트 크로네』라는 아이돌 그룹의 그라비아 촬영이야」
「아이, 돌……?」

그러자, 큰 기침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가 난 방향을 보자, 초등학생만한 소녀가 입을 반쯤 연채로 멍하니 나를 보고 있었고, 그 옆자리에서는 대학생 정도로 보이는 여자가 눈을 크게 뜨고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처음보는 녀석들이 어째선지 나를 보고 있는게 신경쓰였지만 지금 그건 문제가 아니었다.
네, 여기서부터가 문제. 그 대학생 정도로 보이는 여자의 어깨를 베고, 사기사와씨고 새근새근 자고있었다.

「…………」

일단 얼굴에 나오지 않게 필사적으로 표정을 굳혔다.
그런 나에게 프로듀서씨가 말을 건다.

「자, 타카미야군. 자리에 앉아. 출발한다.」

그 말대로 나는 자리에 앉았지만, 머릿속은 「왜 여기에 있는거야?」라는 물음으로 가득했다.
……에, 대체 왜? 진짜 왜 여기에 있는거야? 잠깐잠깐잠깐. 냉정해져라, 나. 여기에 저 사람이 있는 이유를 생각해라.

1. 알바

그건 아니지. 이미 서점에서 알바하고 있잖아. 바보냐, 나는

2. 사무소 직원

그것도 아니거든. 대학생이잖아.
……그렇다면

3. 아이돌

……이것 밖에 없지. 아니, 진짜로. 그래도, 그게 정말이라면 위험한데.
확실히 프로듀서는 말했었다.

『그래도 정말로 조심해줘. 연락처를 교환하거나, 그녀들의 집에 가거나, 현지에서 축제가 있다고 같이 가는것도 안되니까.』

……라인은 물론이고 전화번호도 교환했고, 만난지 3일만에 집에 실례했고, 내가 권한게 아니라해도 축제 데이트에서 팔짱도 꼈다. 무엇보다, 사기사와씨를 애니메이션의 길로 끌여들여 버렸다.
하루히 블루레이가, 날아간다……

「…………」

들킬 수는 없어!! 절대로!! 틈을 보이지 마, 실수하지 마, 힌트를 주지 마. 표정, 언동, 태도, 그 전부를 가다듬어라. 에이젼트가 됐다고 생각해라.
그렇게 마음속으로 중얼이고 있을 때, 스마트폰이 진동했다.

「!?」

당황하며 스마트폰을 보니, KANADE☆의 문자. 하야미씨이다.

『너 왜 여기있어?』

에, 하야미씨도 있었어? 뒷쪽을 바라보자 사기사와씨가 어깨를 빌리고 있는 여자가 손을 흔들었다.

「………에」

저게 하야미씨? 저게 17살? 아무리봐도 스물은 넘어보이는 예쁜 누님이잖아. 나는 저런 인생 경험치가 풍부해보이는 사람을 「처녀빗치」라고 생각했던거야?
……아니, 잠깐만. 애초에 저 사람 어떻게 내 얼굴을 안건데? 서로 처음 만난거잖아. 라인의 프사도 내껀 제쿠 아인이고. 사기사와씨가 찍은 사진이라도 본건가? 그래도 사기사와씨가 내 사진을 찍은 적이 있던가……?
뭐, 상관없나. 일단 대답해야겠지.

『들은대로 알바입니다. 하야미씨야말로 왜 여기에?』

부탁이니까 아이돌이라고 대답하지 마. 300엔 줄테니까

『뻔하잖아? 아이돌이니까야』

네, 끝장이요.

『사기사와씨도?』
『그래. 미안해, 숨겨서』
『괜찮아요. 저였어도 숨겼을거라고 생각하니까』

뭐, 실제로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지금부터는 내 문제이다. 아이돌이라는 것을 알아버린 이상, 앞으로는 서로의 거리를 생각할 필요가 있을지도 모른다. 이 사무소가 연애금지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사기사와씨는 그런걸 전혀 생각하지 않을테고.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일단 저희들의 관계가 주변에 들키지 않게 하죠』
『그렇네. 아리스랑 후미카에게는 내가 설명해둘게』
『잘 부탁드립니다』
『너야말로 실수하지 마』

알고있어. 그런 실수는 안해.
그렇게 생각하면서 스마트폰을 끈 직후……

「타카미야군, 이었지?」
「에? 네」

뒷자리에서 갑자가 얼굴을 쑥 튀어나왔다. 그 얼굴의 주인은 눈썹이 약간 굵고, 포니테일로 머리를 묶은 갈색머리의 소녀.

「……흐응? 나 누군지 알아?」
「아─……」

안다, 라고 말하는게 좋나? 아이돌은 자기가 유명하길 바랄테니……

「아, 아는데」
「! 정말!?」

아, 이런. 기뻐보여. 마음이 아프다.

「그럼 이름 맞혀 봐.」

이럴 줄 알았어. 아─ 애초에 아이돌 이름은 사기사와씨랑 하야미씨랑 타치바나씨밖에 모르는데……

「잠깐만요. 부모님한테 연락좀 해야돼서」
「?」

훗, 완벽하다. 이것이야말로 필살 「문자 보내는 척을 하고 검색하는 외교법」이다. 요점은 문자를 보내는 척을 하고 검색하는 필살기이다. 이 설명, 굳이 필요 없었네.
「프로젝트 크로네」라고 검색하면 이름이랑 얼굴의 일람정도는 나오겠지.

「……좋아, 오케이」

조사를 끝내고 스마트폰을 껐다.

「카미야 나오씨, 맞죠?」
「그, 그래! 맞아! 이야~ 나도 이제 유명해졌네……! 아, 아니, 따, 딱히 기쁜건 아니지만……!!」

그렇구나, 굉장히 기쁘구나. 기뻐보이니 이 컨닝행위도 쓸모없지는 않았네.

「스마트폰으로 조사했어」
「뭐라고!?」

카미야씨의 옆자리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등받이로 가려져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꽤 침착한 목소리였다.

「그런거야? 린」
「타카미야군이 지금 부모님에게 연락할 이유가 없잖아」
「야! 그랬어?」
「아니아니아니, 알고있었다니까요!」
「그럼 내가 소속한 유닛이 뭔지 말해봐!」
「……그게, 그……발키리…?」
「그건 마크로스고!」

뭐야~, 라며 작은 돌을 발로 툭 차는듯이 중얼거리는 카미야씨. 그나저나 발키리가 뭔지 잘도 알고있네.
정말이지, 누군지 모르지만 쓸데없이 참견하기는. 얼굴이나 볼까나, 하는 생각으로 등받이 사이의 틈으로 뒷자리를 보니, 흑발의 미인과 눈이 마주쳤다. 왠지 앞머리로 눈을 가리지 않은 사기사와씨와 닮은 느낌이 들었다.

「나는 시부야 린. 잘 부탁해, 타카미야군」
「네」

아니, 안닮았어. 사기사와씨가 더 귀엽지. 무엇보다 이 사람의 눈빛이 무섭다고.
……이제 됐나. 슬슬 자고싶은데.

「왜 날 알고 있다고 거짓말한거야」

응, 너는 좀 눈치좀 길러라. 신경써준거야. 그런걸 설명하는 것만큼 부끄러운것도 없는데. 애초에 그쪽도 전혀 눈치 못챘고.

「뭐, 그…… 허세를 부렸습니다」

거짓말했다.

「……그래도 저는 몰라도 어쩔 수 없다니까요. 아이돌에 별로 관심 없고. 그것보다는 애니를 더 좋아하니까」
「………애니?」

어라, 나 지뢰 밟았나? 카미야씨의 눈이 빛난듯했다.

「무슨 애니 봐?」
「에? 아~ 여러가지」
「자세하게」
「……최근에는 건담X」

건담 시리즈는 수가 많다보니 아직 못본게 많단말이지. 아니, 그래도 게임이랑 만화 제외하면 남은건 V랑 SEED 외전이랑 AGE뿐인가.

「건담! 어떤 시리즈를 좋아해?」
「지금은 일부를 제외하면 싫어하는 작품은 없지만」
「………SEED, SEED는!?」
「무인편까지는」
「좋았어! 옆자리에 앉아도 괜찮아?」
「에, 괜찮습니다만」

자리에서 일어나 내 옆자리에 앉은 카미야씨. 아~ 역시 아이돌답게 얼굴은 이쁘다. 소년처럼 눈을 반짝이고 있긴 하지만.
그런데 너 시부야씨는 괜찮은거냐고. 이야기하려고 옆자리에 앉은거 아니었어?

「오타쿠들이 공명해버렸어……」
「아, 그럼 내가 린 옆자리 앉을게~」

누군지 모르지만, 갈색머리를 양갈래로 묶고있는 여자가 시부야씨의 옆자리에 앉았다. 조건은 클리어됐습니다.

「있지, 몇살이야?」
「17인데요」
「그럼 고2? 동갑이네, 존댓말 안써도 돼」
「에, 아니 그건 좀. 저는 오늘 단순하 ㄴ스탭이고, 입장상 카미야씨보다 아래에요」
「괜찮다니까!」

에에…… 나는 곤란한 얼굴로 프로듀서의 자리를 보았다. 그러자 프로듀서씨가 고개를 끄덕였다. 에, 괜찮아? 그럼 괜찮나.

「……알았어. 이러면 되지?」
「좋아. 그래도, 17살이라…… 카미유랑 동갑이네」
「맞아. 시부크랑 로랑도」
「오, 좋네. 그래서, SEED 좋아해?」
「뭐, 싫어하진 않는데」

왠지 가면 갈수록 엉망이란 말이지. SEED는

「어떤 캐릭터가 좋아?」
「이자크」
「에~ 키라가 멋있잖아~」
「그런 애늙은이 고등학생은 싫어. 크루제가 키라를 프로비던스로 박살냈을때는 통쾌했지. 미티어도 부서졌고」
「그래? 그래도, 그 장면 뜨거웠지~」
「그건 인정. 일단 라스트 배틀이고. 빔샤벨 겨누고 빔을 피하지도 않고 돌격해서 콕피트를 찌른 장면은 장난 아니었어.」
「그거 완전 뜨거웟따니까~! 전에 박살났으니까 더더욱!」
「응, 정말로 뜨거……」

왠지 지금 오한이 일었다. 내 후방. 뒷자석이 아니다. 그 아득한 후방. 버스 가장 뒷자리. 나는 조심스럽게 뒤를 돌아보았다. 그곳에서는 어느새 각성한 사기사와씨가 어둠의 아우라를 풍기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머, 후미카 일어났네? 실은 이야기가 있는데」
「……카나데씨, 뭔가요 저건?」
「저거?……앗, 아~……실은 타카미야군이 아르바이트로……」
「그런건 알 바 아니에요」
「아, 알 바 아니야?」
「뭘 하고 있는건가요, 저 사람은」
「왜, 왠지 건담 이야기로 의기투합했나봐……」
「무력개입하고 올게요」
「진정해! 제발 부탁이니까 진정해!」

……무, 무서워!! 무섭다고! 엄청난 공포에 바로 고개돌려 버렸어! 이제 더이상 뒤돌아보지 않을거야!

「……왜 그래? 타카미야」
「……엣, 앗, 아니……」

카미야씨가 옆자리에서 말을 걸었다. 무서웠어. 울뻔했다고. 그런데 뭐야? 왜 화난거야?

「뜨거웠다하면 그것도 뜨거웠지~! 프리덤이 내려왔을 때! 적의 라이플을 격추하면서!」
「아, 아~ 응. 그렇네……」
「나는 SEED에서는 역시 키라가 제일이라니까~ 상냥하고 강하고 완벽초인이잖아~」
「그, 그렇네~ 일본사에서는 역시 키라 저택 습격이 뜨겁지~」
「……엣, 갑자기 무슨 소리?」
(※키라 저택 습격 : 에도시대에 아코번 출신 낭인 47명이 억울하게? 할복한 주군의 원수를 갚기위해 키라 요시히사의 저택을 습격하고 복수한 사건. 자세한 내용은 추신구라참조)


시, 신경쓰지 않는게 좋으려나? 아니, 방금 막 결심했잖아. 들키면 안된다고. 사기사와씨는 나와 안면이 없는걸로 해둬야하니까 저쪽은 하야미씨에게 맡기고 나는 평소처럼 행동하자. 만약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갑자기 기분이 나빠진 사람을 보면 뭘 하지? 당연히 피하잖아.
게다가 지금은 카미야씨와 대화하고 있다. 피하기에는 딱 좋은 상황이겠지.

「확실히 키라도 멋있지만, 애초에 설정부터가 치트덩어리 같은 녀석이라서. 나는 키라보다는 무우가 더 좋아. 스카이 그래스퍼로 디아카도 이겼잖아. 나는 그런 느낌의 활약을 좋아해」
「……확실히. 그런것도 멋질지도. 그럼, 이건 어때? 듀얼로 포비든이랑 레이더 이긴 이자크는?」
「사랑합니다.」

직후, 뒤에서 뚜둑, 하는 수수께끼의 소리와 「후미카!?」라는 하야미씨의 당황스러운 외침이 들렸지만 바로 기억에서 지웠다.

「어쨌든, 그런…… 기체 스펙으로는 밀리는데도 이기거나 대등하게 싸우는것이 강함이라고 생각해」
「므으……」
「키라처럼 최강 기체 받고 무쌍하는걸 강하다고 보긴 어렵지」
「그래도 키라가 더 강하잖아」
「그거야 뭐, 그렇긴 하지만. 아니, 그래도, 키라보다 아스란이 더 강하지」
「키라는 슈퍼 코디네이터거든!?」
「그래도 스트라이크랑 이지스는 무승부였지만 마지막에 아스란의 자폭으로 끝났으니 아스란이 이긴거지」
「SEEDdestiny의 아스란은 별로 강하지 않았잖아」
「라스트, 인피니트 저스티스로 신을 박살냈거든」
「키라라도 할 수 있었을거야!」
「그야 스트라이크 프리덤의 스펙이 개사기니까. 인피니트 저스티스로 이겼으니까 대단한거야.」

뭐, 인피니트 저스티스도 대단한 기체지만. 왜 발에 샤벨이 붙어있는건지, 멋있지만.
그러자 카미야씨는 그누누하는 신음을 흘리고는 등받이 뒤로 말을 걸었다.

「므으, 린은 어떻게 생각해?」
「몰라. 왜 나한테 묻는데?」
「카렌은?」
「아니, 카렌도 모른다고 생각하는데……」
「나도 실력만 보면 아스란이 더 강하다고 생각해」
「에? 알고있었어? 나만 모르는거야? 내가 이상한거야?」

헤에, 저 갈색머리는 카렌이라고 하는구나. 이걸로 타치바나씨와 하야미씨와 사기사와씨 외로 3명 더 이름을 외웠다.

「말도 안돼! 키라는 레이를 상대로 피탄제로로 이겼잖아!」
「그치만 상대가 레이잖아. 걔는 건담 받은 주제에 이자크나 디아카보다 약해보이던데?」
「디스트로이 상대로도 무쌍했잖아!」
「루나 마리아쨩한테도 진 파일럿이었는데? 그 디스트로이」

저기, 아무래도 좋지만 시부야씨 주위에서 건담 이야기는 그만하자. 복도쪽의 두명이 거기서 이야기하면 창가자리인 나와 시부야씨 둘 밖에 안남잖아. 이번엔 레이와 이자크중 누가 강한지 토론하고 있고……
왠지 헌팅하는것 같아서 싫지만, 여기선 내가 신경써줘야겠지.

「싯……시부야씨는, 몇학년이세요?」

말이 꼬여버렸지만, 말을 걸어봤다. 왠지 맨뒷자리에서 「절조가 전혀 없는건가요……?」 「후미카! 휴대폰 부서지겠어!」라는 소리가 들린것 같지만, 못들은셈 쳤다.
시부야씨는 언짢은 표정으로 나를 보고는 한숨을 쉬었다.

「……하아, 됐어. 신경써주지 않아도 돼. 그리고 고2랬지? 나는 한살 어리니까 존댓말 안써도 돼.」
「그, 그래……?」
「평소에는 둘 다 애니 이야기 별로 안하는데 말야. 공통의 취미를 가진 남자랑 처음으로 이야기한게 기뻤던걸까」
「……응? 처음? 프로듀서씨는?」
「프로듀서는 오타쿠가 아니잖아」

아니, 그 사람 초오타쿠라고 생각하는데. 혹시 숨기고 있는걸까. 프로듀서씨 쪽을 보니 입모양으로 「말하면 죽인다」라고 말했다.

「시부야씨도 애니 보면 되는거 아냐?」
「난 됐어. 관심 없고. 지금은 아이돌 하고있으니까」
「그래도 오프인 날에는 한가하지 않아?」
「……아니, 오프에는 집에서 하는 꽃집을 도우니까」
「…………엣, 꼬, 꽂집?」
「……왜? 안어울린다고 말하고 싶어?」
「솔직히」
「……그럼 뭐가 어울린다고 생각하는데?」
「츠○야, 라던가?」
(※츠타야:일본의 카페식 서점 프렌차이즈)
「……」
「아니, 썰렁개그가 아니라. 왠지 『추천하는 영화 있나요?』라고 물으면 미션 인○서블 추천해줄것 같은……」
「…………」
「미안, 입다물고 있을게」
「응」

옆자리에서 「하이네와 이자크 중 누가 강한가」가 전개되는 중, 나는 얌전히 앞쪽을 향해 자세를 바로잡았다.
버스는 어느새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었고, 이윽고 휴게소에 들어갔다. 그 때, 프로듀서씨가 일어서서 외쳤다.

「그럼, 일단 휴식하자. 20분 후에 출발할테니까 늦지 않게 버스에 타도록. 모두 변장 잊지 말고. ……타카미야군은 마지막에 내리고, 버스에서 내린 아이들의 인수확인. 그 다음에는 내린 아이들에게 무슨 일이 생기지 않는지 보고있어줄래?」
「네」


이제와서긴한데, 이건 가벼운 작업・운반이 아니잖아…… 완전히 프로듀서 잡무인데. 뭐, 이걸로 돈 받을 수 있으니 상관없지만.
버스가 주차장에 들어가고 문이 열렸다. 카미야씨와 카렌씨, 시부야씨가 내리고, 이어서 아이돌들이 우르르 내렸다. 내 옆에서 버스에서 내리는 열이 중된되고 뒤를 확인했다. 뭐야, 다 내렸잖아.
일단 등받이에 가려서 안보이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니 뒷자석까지 한번 확인한 후에 나도 버스에서 내렸다.
후우……지금부터 아이돌 전원의 행동을 파악해야되나. 이 알바 생각보다 빡셀지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버스 옆에서 세명정도의 아이돌이 기다리고 있었다.

「……타카미야군?」
「?……앗」

싱글벙글 미소짓고 있는데 눈은 웃고있지 않은 하야미씨가 있었다.

「……나, 하야미 카나데라고 해.」
「아, 안녕하세요」

그런가, 처음 만났다는 설정인가.

「……잠깐, 이야기좀 할까?」

나는 하야미씨에게 연행되었다.


×××


「그래서, 무슨 속셈이야?」

하야미씨가 나에게 캔커피를 사주고, 둘이서 벤치에 앉았다. 이곳이라면 휴게소 전체를 바라볼 수 있기 때문에 나도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프로듀서가 말한 대로야. 우연히 응모한 알바가 여기였을 뿐이라니까」
「흐응? 뭐, 그건 좋아. ……왜 다른 아이돌이랑 사이좋게 대화한거야」
「나는 사이좋아질 생각 없어. 저쪽이 먼저 말을 걸었다고」
「그건 봤으니까 나도 알아. 그래도 후미카가 굉장히 화났어? 지금은 어떻게든 아리스가 달래주고 있지만」
「……사기사와씨는 왜 화난거야?」
「……뭐, 그건 스스로 생각하렴」

에, 그거 횡포야.

「어쨌든 한번 후미카한테 가서 기분 풀어주고 와」
「에, 그건 위험하잖아. 프로듀서한테 들키면 큰일난다고. 알바 시작하기도 전에 약속을 찢어버렸단말야.」
「몰라. 네 입장과 후미카의 마음, 뭐가 더 중요해?」
「아니, 사기사와씨의 입장도 위험한데……」
「너는 모를거야. 옆자리에서 굉장히 화난 후미카가 얼마나 무서웠는지. 『……나중에 스트라이크 거스트 영식이에요』라고 말했었어」
「그건 무섭네……」
(※스트라이크 거스트 영식 : 온라인게임 PSO2의 기술. 유튜브 링크)


하야미씨도 울상이 됐구만…… 아니, 귀엽긴한데

「……알았어. 도착해서 이야기하면 되지?」
「지금 당장 해」
「……오케이」

나는 하야미씨에게서 멀어져 사기사와씨를 찾았다. 하는 김에 멤버 전원의 상태도 볼까.
선물코너에 갔을 때, 사기사와씨와 타치바나씨가 뽑기기계를 바라보고 있는게 보였다. 타치바나씨는 나이에 어울리는 것을 보고 있었지만, 어째선지 사기사와씨는 수갑이 들어있는 뽑기기계를 보고는 「먼저 이걸로 손발을 묶죠……」라고 중얼거렸다. 엣, 나 지금부터 저거한테 말걸어야 돼……?
아니, 떨지마. 일단 처음 보는 척을 하자.

「……저기, 실례합니다」

말을 걸자 타치바나씨와 사기사와씨가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사기사와씨의 뺨이 삐줍해지고, 고개를 홱 돌렸다.

「처음뵙겠습니다. 타카미야라고 합니다. 실은 버스에 타고 있었던 사람들의 이름을 파악해두고 싶어서 돌고 있는데」
「………?」
「성함, 이 어떻게 되시나요?」

머리 위에 「?」를 띄우는 사기사와씨. 하지만 이윽고 무언가를 떠올렸는지 손바닥을 쳤다.

「……사기사와 후미카라고 해요. 이쪽은 타치바나 아리스쨩이에요.」

좋아, 통했나. 일단 이대로 벤치로 불러서 이야기를……

「……혹시, 타카미야 치아키군의 동생이신가요? 쌍둥이?」
「………네?」
「………죄송해요. 타카미야 치아키군 본인인줄 알았어요…… 정말 닮았네요」
「………에, 아니」
「……그렇네요. 타카미야군이 아이돌 아르바이트를 할 리가 없지요」
「………아니, 저기!」
「……오늘부터 3일간, 잘 부탁드려요」
「…………」


나는 팔짱을 끼고 한동안 생각한 후, 미소지으면서 말했다.

「네, 잘 부탁드립니다」

……아아, 저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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