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카테고리.

  1. 전체목록

  2. 그림

  3. 미디어



쇼코 "땋은 머리 이야기"

댓글: 5 / 조회: 2040 / 추천: 3



본문 - 06-20, 2017 13:12에 작성됨.

쇼코 "땋은 머리 이야기"

 

 

 

 

1: ◆S6NKsUHavA 2016/12/15(木) 21:50:57.39 ID:TASUOcfu0


기온이 뚝 떨어졌네요.
이런 때는 버섯 전골이라도 먹어서 온기를 되찾아야죠.


쇼코의 세 갈래로 땋아 묶은 리본 머리에 대한 망상 이야기입니다.
이런 만남이 있으면 재미있으려나, 하고 생각하면서 썼습니다.
누구와 만난 건지는……여러분들의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2: ◆S6NKsUHavA 2016/12/15(木) 21:51:50.89 ID:TASUOcfu0


"쇼코. 그 세 갈래로 땋은 머리, 항상 하고 다니네?"
"응?"


 레슨이 끝나고 한숨 돌리다가.
 다음 일정까지 시간을 죽이고 있을 때, 휴게실에서 자기도 모르게 땋은 머리를 손으로 가지고 놀고 있었던 쇼코를 보고 코우메가 말했다.
  쇼코의 허리까지 내려오는 아름다운 은발은 기본적으로 거의 손질이 되어 있지 않아 이리저리 뻗칠 대로 뻗쳐 있었지만, 왼쪽 귀 앞에 늘어뜨려진 한 갈래만은 세심하게 땋아서 핑크색 리본으로 장식되어 있다.
 쇼코는 코우메의 지적에 부끄러운 듯 볼을 붉히고 땋은 머리채를 빙글빙글 손으로 휘저었다.


"이건……옛날에 어떤 사람한테서 배워서, 그 때부터 쭉 하고 있어……. 아, 프,프로듀서는 아냐."


 당황한 것처럼 덧붙이는 쇼코를 보니 자기도 모르게 웃음이 비어져나왔다. 코우메는 들떠서 말했다.


"땋은 머리의 비밀, 듣고 싶은걸. 얘기해,줄래……?"
"후히……좋아. 딱히 비밀이랄 것도 없지만,말이지……"


 흔쾌한 쇼코의 대답에 "와아"하고 기쁜 듯한 표정의 코우메.
"좀 긴 이야기니까……"하고 쇼코는 휴게실에 비치된 자판기에서 캔 음료를 두 개 뽑아서 코우메에게 한 개를 건네면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옛날……이라고 해도, 중학교에 들어가서 얼마 안 지났을 때니까, 2년 반 정도 전에 있었던 일인데……"

 


*****

 

3: ◆S6NKsUHavA 2016/12/15(木) 21:54:27.74 ID:TASUOcfu0


"도로에 주저앉아 있으면 남한테 방해되잖아?"
"……?"


 봄……이었을까. 사람이 별로 오지 않는 평소에 다니는 공원에서 친구들을 관찰하고 있었는데, 누가 말을 걸어오는 거야.
걸어왔다고 할지, 내가 양산을 쓴 채로 공원 바깥쪽의 길 끝에 앉아 있었더니 방해된다고 혼난 거지만.
 고등학생 언니였어. 꽤나 고쳐 입긴 했지만 저 교복은 분명 아가씨들이 다니는 학교의 교복이었다고 생각해.
가벼이 물결치는 아름다운 금발에, 그래, 그 사람도 머리를 땋아서 리본을 달고 있었어. 지금 내가 한 것보다 훨씬 능숙하게 정리되어 있었지만 말야.

 


"아,미,미안……금방 비킬테니까……"
"다음부턴 조심하라고."


 내가 급히 자리를 비키자 그 사람은 그 말만 하고 재빠르게 자리를 떠나 버렸어.
"바람 같은 사람이구나."하고 생각했던 게 기억나. 굉장한 미인이었지만, 뭐라고 할지. 성급해 보였고, 걷는 속도도 쓸데없이 빠르니까.
 그 다음 날도 나는 공원에 가서 어제 봤던 친구들을 관찰했어. 그 날은 양산이 방해되지 않게 길 반대쪽에 두고서 말이지.
 하지만 아무래도 그 사람한테는 길가에 앉아 있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었나 봐.


"저기, 양산을 치워 놔도 방해되는 건 방해되는 거래도."
"아,안 돼는 건가……미,미안해……."
"다음부턴 그러면 안 된다? 그럼 이만."


 결국 또 혼났어. 그 사람은 그 날도 서두르고 있었던 모양이라, 그 말만 하고는 또 바람처럼 사라져 버렸어. 걷는 속도가 진짜 빨랐다니까.
눈 깜짝할 사이에 모퉁이를 돌아서 종적을 감춰 버려. 나는 멍하니 그걸 본 다음, 잠깐 친구들을 관찰하고 그 자리를 떠났어. 그 사람이 그 날 중에 다시 오는 일은 아마 없을 테지만, 왠지 무서워서 말이지.
 그래서 또 그 다음날. 이번에는 그 사람이 지나다니는 길에서 옆으로 빠진 곳의, 좀 좁은 길에서 앉아 있기로 했는데,


"……두 번이나 말했는데도 못 알아듣는 녀석은 정말 바보스러운걸."
"죄……죄송합니다……"


 운이 나쁘게도, 그 날은 그 쪽 길에서 그 사람이 나온 거야. 아무리 그래도 그건 예상하지 못해서, 나는 사죄할 수밖에 없었어.
 평소 같았으면 그 사람은 그대로 엄청난 속도로 사라져 버렸을 텐데, 그 날은 왠지 그대로 그 자리에 서서 나를 물끄러미 바라봤어.
'내가 몇 번이나 방해해대서 혹시 지금부터 또 혼나는 게 아닐까,' 하고 자세를 잡고 있었는데, 그 사람은 한숨을 쉬며 말했어.


"그래서? 세 번이나 이 나를 방해할 정도로 뭘 그리 열심히 보고 있었어? 가르쳐 줘 봐."


 그런 질문을 듣는 건 처음이라 좀 놀랐어. 길가에서 몰래 숨어다니는 나 따위는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으니까 말야.


"버,버섯들의 성장을, 지,지켜보고 있었어."


 노력하긴 했지만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서 목소리가 뒤집혀 버렸어.
하지만 그런 걸 신경쓰는 낌새는 없었고, 그 사람은 가볍게 고개를 갸우뚱하며 나에게 또 물어봤어.


"버섯……?"
"봐, 이거……"


 내가 심은 곳에서 쑥쑥 자라고 있던 친구를 가리키니까, 그 사람은 역시 다시 고개를 갸우뚱 기울였어.


"어디서나 자라고 있을 거 같은 버섯인데?"
"마,맞아. 선녀낙엽버섯(일칭 직역 잔디버섯シバフタケ)이라고 해서, 이름 그대로 잔디가 있는 곳에 잘 돋아나. 요전에 비가 잔뜩 내렸으니까 분명 자라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쭉 관찰하고 있었는데……"


 버섯에 대한 질문을 받은지라 기뻐서 그만 길게 얘기해 버린 다음, 나는 좀 어색한 표정을 지었어. 애시당초 이런 버섯 이야기를 하면 듣는 쪽에서 질려 하거든. 이제까지 그래서 몇 번이나 실패했을 텐데.
 하지만 그 사람은 질리기는커녕 또 다시 나한테 물어왔어.


"일본에서만 자라는 버섯이야?"
"아,아니. 어디서든 자라. 미국이라던지, 유럽이라던지, 따뜻한 지방에선 언제든지 볼 수 있어. 형태가 스코틀랜드의 모자를 닮아서 영어로는 스카치 본넷(Scotch bonnet)이라고 불리고 있대."


 그렇게 설명하니까 그 사람은 아주 약간 표정을 풀었어.


"헤, 잘 알고 있잖아.."
"버,버섯은 친구,니까……후히."


 또 좀 기분나쁠 법한 말을 해버렸다고 생각했지만 그 사람은 이상하게도 납득한 것처럼 고개를 끄덕였어.


"친구가 될 때까지 마주보고 있었으니, 그야 지식이 대단할 수밖에 없겠네."


 그렇게 말하고 그 사람은 선녀낙엽버섯을 가리켰어.


"그래서, 먹을 수는 있어? 이거."
"힛!? 친구를 먹는다니, 무슨 소리를……! 머,……먹을 수 있어. 버섯대는 좀 못생겼지만, 된장국에 넣어도 좋고……"
"나메코 같은 건가?"
"꽤,꽤 다른 종인데……"


 어째서일까, 이 사람과 잠시 버섯 얘기를 하게 되었어. 다른 사람이랑 그렇게 길게 버섯 얘기를 해본 적은 처음이라 나도 잎새버섯처럼 좀 들떠 버렸지만, 그래도 그 사람은 고개를 끄덕이거나 질문을 반복하면서 결국 20분 정도 얘기한 것 같아.

 

 

 

4: ◆S6NKsUHavA 2016/12/15(木) 21:56:30.46 ID:TASUOcfu0


 얘기가 일단락되자, 그 사람은 어쩐지 감탄한 것 같은 얼굴로 나한테 말했어.


"너 대단하구나. 팔릴 만 한데?"
"어, 버,버섯을?"


 말 뜻을 잘 모르겠어서 반문했더니 그 사람은 처음으로 웃었어.
웃으니까 어쩐지 지금까지의 이미지랑 전혀 다르게도, 굉장히 귀여운 사람이었지.


"버섯 말고, 팔릴 만 하다는건 너를 말하는 거야."
"나,나……?"


 어째 인신매매 같은 얘기로 흘러가는지라 벌벌 떨고 있었는데, 그 사람은 아주 약간 진지한 얼굴로 돌아가서 이렇게 말했어.


"물건만 팔 수 있는 게 아냐. 지식, 정보, 뭐하면 분위기까지 팔 수 있어. 오히려 그런 형태 없는 것들이 높은 가격으로 거래되지. "
"부,분위기……? 그,그런 것까지."


 깜짝 놀라는 나한테 그 사람은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어.


"파티 같은 거. 그런 거 말야. 식사나 경품 같은 건 단순한 덤이고, 손님은 그 자리의 분위기에 돈을 내. 이런 뜻이지."
"과,과연……"


 왠지 모르게 납득하고 있는 나한테 그 사람은 만족스레 고개를 끄덕이고는 어째선지 내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핥는 것처럼 바라보았어.
시선이 간지러운 나머지 꼼지락거리고 있자 그 사람은 또 한숨은 내쉬며 말했어.


"소재는 나쁘지 않은데, 아까울 정도네. 팔려면 처음부터 다시 전부 프로듀스해야겠어."
"어……그게……왠진 모르겠지만, 미안……."


 갑자기 그런 소리를 들어서 나는 나도 모르게 사과했어. 아니, 딱히 사과할 필요는 없었겠지만, 그 사람한테 뭔가 안 좋은 말을 들으면 사과해야만 할 것같은 기분이 들어. 어쩐지 불가사의한 기분이지만.
 그 사람은 그런 나를 보고 팟 하고 눈을 뜨더니, 왠지 겸연쩍은 것 같은 표정을 지었어.


"……아니, 뭐 내가 파는 것도 아니고, 직업병 같은 거야. 됐어, 잊어 줘."
"으,응……."


 '고등학생인데 직업병이라니 뭘까.' 하고 생각했지만 왠지 묻기 어려운 분위기여서 나는 그냥 대답만 하고 가만히 있었어. 아마, 여러 모로 하는 일이 있겠지, 그,알바라던지.
 그러고 있는 새에 그 사람의 교복 가슴 쪽 주머니에서 작은 전자음이 울렸어. 스마트폰으로 설정해 둔 알람인 모양이야. 시간을 보고 그 사람은 "벌써 이런 시간인가."하고 중얼거리면서 이쪽을 봤어.


"그럼 잘 있어. 생각지도 못하게 유의미한 시간이었고, 버섯을 팔고 싶어지면 너한테 물어볼게."
"어, 아, 응……."


 내 대답을 듣는 둥 마는 둥 하면서, 그 사람은 또 바람처럼 사라져 버렸어. '주소도 모르면서 어떻게 나한테 물어본다는 건지…' 하고 생각했지만, '사교성 멘트 같은 건가 봐.' 라며 생각을 고쳐먹고 나는 다시 그 자리에서 벗어났어. 길가에 있으면 또 어디선가 그 사람이 찾아와서 날 혼낼 것 같았거든.
 그 후에도 매일은 아니지만 자주 그 사람과 마주치게 되었어. 아무리 그래도 이제 길가에 앉지는 않으니 혼나는 일은 없어졌지만, 여전히 일방적으로 말을 걸어오다가 떠나 버리는 느낌이었지. 하지만 내 기나긴 버섯 얘기에도 어울려 줘서, 실은 의외로 좋은 사람이었는지도 몰라.

 

5: ◆S6NKsUHavA 2016/12/15(木) 21:57:25.38 ID:TASUOcfu0


"환각버섯?"
"이건 그다지 큰 소리로 말하진 못하겠지만……마법의 버섯이라는 버섯의 일종이야. 말하자면, 독버섯……."
"법률에 걸리는 녀석이잖아. 그런 게 평범하게 자란다는 거야?"
"버섯에게 경계는 없으니까,말이지. 포자가 날아갈 수 있는 범위라면 어디라도 갈 수 있고, 어디서든 자라. 버섯한테 법률은 없으니까, 후히."
"그거야 그렇네. 그래도 완전 위험한거 아냐? 착각하고 먹었다간."
"아마, 괜찮을 거……라고 생각해. 엄청 맛없으니까."
"……혹시 먹어본 거야?"
"아,아무리 나라도 그런 걸 먹지는 않아……유명하니까, 도감에 실려 있거든. 버섯 중에는 독을 가진 종들도 많아서, 사전 조사는 중요해……."
"분명 그렇겠네, 당연한 얘기를 물어봤구나, 나 정도 되는 사람이."
"그 중에는 만지기만 해도 위험한 버섯들도 있으니까, 붉은사슴뿔버섯이라는 종인데."
"그쪽이 훨씬 위험하겠네. 그보다, 네 그 지식이 위험해-."
"에, 어, 그래?"
"악용하면 안 된다."
"아,안 한다니까……."

 

6: ◆S6NKsUHavA 2016/12/15(木) 21:58:50.69 ID:TASUOcfu0

 

그런 느낌으로 그 때 관찰하고 있는 친구들에 대해서 여러모로 질문을 받거나, 거기에 대답하거나. 그러고 보니 한 번은 '겨된장 절임이 가능한 버섯'에 대해서 물어본 적이 있었어. 나는 그런 쪽으로는 잘 몰라서 자세히 대답해 주진 못했는데, 그러니까 좀 아쉬운 것 같은 표정을 지었어.
 그렇게 한 달정도 지났을 무렵일까. 평소처럼 찾아온 그 사람이, 평소와는 좀 다른 분위기로 나에게 물었어.


"너, 이제 자기를 좀 팔아보려는 생각은 없어?"
"어?"


 무슨 질문인지를 알 수가 없어서 나는 나도 모르게 반문했어. 팔다니, 자기를?


"무,무슨 소리야?"
"무슨 소리냐면, 그 지식을 살릴 장소를 만들어 보지 않을래? 하는 소리야."
"?"


 점점 더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어. 버섯에 대한 지식이라면 분명 나는 평범한 사람보다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해. 친구에 대한 거니까. 그래도, 나보다 넓고 깊은 지식을 가진 사람은 찾으면 얼마든지 있을 거야. 일부러 내 지식을 구하러 올 사람은 없겠지. 무엇보다, 난 외톨이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사람은 쓴웃음을 지었어.


"그 얼굴을 보니 아직 이해를 못 한 모양이네. 내 프레젠테이션 능력도 아직 갈 길이 먼가 봐."


 그렇게 말하고 이번엔 가방 안에서 작은 손거울을 꺼냈어.


"네 버섯에 대한 지식, 내가 들은 것만 어림해도 완전 깊었어. 솔직히 얕보고 있었는걸. 처음엔 다음 비지니스까지 진짜 가벼운 시간때우기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얘기를 듣고 보니 이 녀석은 팔리겠다 싶었어. 진짜라니까."


 확실히, 제일 처음에 버섯 얘기를 한 다음 그런 말을 했던 걸 난 기억해냈어. 꼭 물건만이 팔리는 건 아니야. 지식이나 정보, 분위기 같은 형체 없는 것들도 팔 수 있어. 그런 이야기를 했었지.
 하지만 좀 전에 말했다시피, 내가 가진 버섯에 대한 지식은 특출난 게 아니야. 그렇게 대박이 날 정도로 잘 팔린다고는 상상할 수 없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까 그 사람은 손에 쥔 손거울을 내 쪽으로 향했어.


"하지만, 지식이나 정보만 파는 건 어중간한 걸로는 통하지 않아. 그러니까 전체적으로 판매할 거야."


 그 사람이 향해 온 거울 속에는 아직 맥락을 잘 이해하지 못한 채 멍하니 있는 내 모습이 비춰져 있었어. 머리카락은 부석부석하고, 셔츠 목은 늘어질대로 늘어져서 단정치 못한 내 모습.
지금도 그다지 변한 건 없지만 말이지. 하지만, 그 때는 아직 아이돌도 뭣도 아니었으니, 지금보다 훨씬 그런 걸 신경쓰지 않아서 더 칠칠맞았지.
 그런 자기 모습을 나한테 보여주면서, 그 사람은 아주 살짝 나에게 얼굴을 가까이했어.


"대학 교수나 대단한 위인이 지식을 피로해 봤자 팔 거리는 안 되지. 하지만 당사자를 JC(여중생)로 바꾸는 것만으로 수요는 생길 거야."
"제, 제이~씨~?"
"여자 중학생을 줄인 말이야. 게다가 그게 귀염상의 JC라면 더더욱 어필할 수 있어. 지식은 곧 무기지만, 울퉁불퉁하고 거친 무기는 안 팔리지, 많이 모아서, 장식해 두고, 광을 낸다. 그게 불가능하다면 돼지 목에 진주 목걸이라는 거야."


 그렇게 말하고 이번엔 내 머리를 거울을 안 든 손으로 폭 하고 쓰다듬었어. 푸석푸석한 머리가 더더욱 푸석푸석해지지만, 금세 손으로 빗어서 원래의 머릿결보다 단정하게 정리해 줬지.
 그리고 그 사람은 말했어.


"너, 내 프로듀스를 받아서 한 번 팔려 보지 않을래?"
"어, 어어……!?"

 

*****

 

7: ◆S6NKsUHavA 2016/12/15(木) 21:59:21.78 ID:TASUOcfu0


"프,프로듀서 씨와 만나기 전에 스카우트된 적이 있었구나……"
"스카우트라고 해야 할지, 뭐라고 할지……'새로운 비지니스가 된다'고 그랬었어. 나는 지금까지 그게 무슨 소린지 잘 모르겠지만……."


 코우메의 말에 쇼코는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그 당시의 쇼코도 그녀의 말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었고, 결국 망설일 뿐 제대로 된 대답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의 말이 쇼코의 마음을 아주 약간 바꾼 것은 사실이었다.


"그래서 어떻게 됐어……?"
"음 그게……결국, 그 사람한테는 '이 다음에 대답 들려 줘.'라는 말만 듣고 그 자리에서 헤어졌지만, 그 후에 사소한 사건이 있어서……"


 그 때 있었던 일을 되새김질하면서 쇼코는 계속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쇼코가 처음으로 머리를 땋기 시작했을 때.
 그리고
 쇼코와 그녀의, 이상한 인연이 이끌어 준 일들의 전말을.

 

*****

 

8: ◆S6NKsUHavA 2016/12/15(木) 22:00:15.58 ID:TASUOcfu0


"……귀엽게, 라니 어떻게 해야 되지……"


 그 사람한테는 "팔지 말지와는 별개로, 넌 우선 외견이 꽝이야."라는 소리를 들었어. "겉모습은 내면의 가장 바깥 부분이니까, 외견이 실망스러우면 내용물도 실망스럽게 보이겠지."라던지,
"겉만 보고 사람을 판단하는 쓰레기들한테 부당하게 평가받을 거라고."라던지, 꽤 심한 소리를 들었던 기억이 나. 무슨 뜻으로 말하는 건지는 왠지 모르게 알 수 있었지만 말야.
 '원재료를 잘 살려 봐'라는 말도 들었지만 나는 뭘 해야 좋은지를 전혀 알 수가 없었어. 딱히 외모가 특출난 것도 아니고, 그 당시엔 지금보다 키도 작았고. 옷 입는 센스도 없어서 항상 비슷한 옷만 입고 다녔어.
  그러다가 그 사람의 머리 스타일을 떠올렸어. 그 사람은, 펌이 들어간 머리의 한 쪽만 땋아서 리본을 달고 있었어. 나도 머리는 그 사람만큼 길기도 하고, 그렇다고 그렇게 예쁜 굴곡은 없지만, 은색의 머리는 보기 드물다고 칭찬받은 적도 있어. 그러니까 좀 흉내내 보기로 했지.
하지만, 그게 생각보다 잘 안 되더라구, 그게, 머리를 묶어보는 것도 그게 처음이었고, 책을 보면서 어떻게든 모양을 잡아보려고 노력했지만.


"……이거 뭔가, 전혀 다른데……."


 그 사람의 머리는 꼭대기서부터 전부 예쁘게 땋여 있는데, 내가 하니까 무슨 수를 써봐도 머리카락 아랫부분만 그렇게 되는 거야. 그래, 딱 지금 같은 느낌으로.
게다가 리본 같은 거 안 가지고 있었으니까 학교에서 집에 가는 길에 난생 처음으로 근처 가게에서 샀었어. 뭐가 귀여운 건지도 잘 몰랐으니 진짜 적당적당한 리본을 사서, 그래서 그 사람을 흉내내 땋은 머리카락에 묶었더니……뭐, 빈말로라도 귀엽다고 할 수가 없는 꼴이었지.


"이……이거……절대로 귀여울 리가 없을 것, 같은데……."


 몇 번 다시 해 봤지만 결국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어. 어쩔 수 없이 또 그 사람을 만났을 때 땋는 법을 물어보기로 하고 당분간 그러고 지내기로 했지.
 사소한 사건이 일어난 건 그로부터 3일정도 지났을 무렵이려나.
평소에 다니던 공원에는 작은 미끄럼틀이 있었는데 그 밑이 돔 형태로 되어 있어서 말야. 그 안쪽에서는 아무도 놀지 않았으니까, 내 비밀 기지가 되어 있었지.
표고버섯 원목 재배에 도전 중이라 그 돔 안에 원목을 세워 두고 기르고 있었어. 근처에 수도도 있고, 물을 뿌려 두면 계속 눅눅한 상태니까 버섯 재배에는 최적의 환경이었지.
 게다가 거기는 소리가 잘 안 새니까 작은 CD 플레이어를 가져와서 메탈을 듣기도 했어. 아무래도 큰 소리로 틀면 근처에 피해가 가니까, 작은 소리로 들었지만, 후히.

 

9: ◆S6NKsUHavA 2016/12/15(木) 22:02:16.19 ID:TASUOcfu0


 그 날은…분명, 좀 흐렸었지. 슬슬 또 어디선가 다른 친구가 모습을 나타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들떠서 돔 안에서 표고버섯 원목에 분무기로 물을 뿌리고 있었는데. 잠시 후에 어디선가 말다툼하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려오는 거야.


"끈질기네. 당신네랑은 이제 거래하지 않을 거라고 말했잖아?"
"자, 자, 사장님, 그러지 마시고."


 한 사람은 평소에 봤던 그 사람의 목소리. 다른 한 사람은, 좀 새된 느낌의 남자 목소리. 어쩐지 분위기가 안 좋아 보여서, 돔에서 살짝 얼굴을 내밀어서 소리가 들리는 쪽을 살폈어.
 그 사람은 멀리서 봐도 평소보다 훨씬 떨떠름한 표정이었어. 그 눈 앞에는 잿빛의 양복을 입은 중년 정도의 키가 큰 남자가 있었는데, 어쩐지 고개를 꾸벅꾸벅 숙이고 있었어.
그 사람을 "사장"이라고 부르고 있었는데, 애칭이나 뭐 그런 거였을까?


"저희랑 계약해 주시면 우선적으로 상품을 배당해드릴 거고, 광고 비용도."
"나한테는 나 나름대로의 노선이란 게 있거든? 화제성만 보고 편승하는 바보는 필요없어."


 입버릇은 여전했지만 그 사람의 목소리에서는 평소와는 다른, 분노 같은 게 배어 있었어. 분명 그 남자가 상당히 끈질겨서 그런 거라고 생각해. 그래도, 남자는 인형처럼 꾸벅꾸벅 고개를 숙이면서 살짝 기분나쁠 정도로 간드러진 목소리로 얘기를 계속했어.


"화제성만 보다니 그런……저희는 그저 조금이라도 사장님께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그렇다면 진심으로 일하는 걸 보여줘 봐. 그런 웃기지도 않는 계획서를 써 오는 곳이 내게 도움이 된다고? 잠꼬대는 자면서 하셔. 죽을 각오로 임하지 않는 녀석의 심정따위는 흥미 없거든요?"


 그에 대한 반론은 듣는 내가 다 조마조마할 정도로 신랄해서, 나는 돔에서 그 이상 얼굴을 내밀지 못했어. 마침 두 사람의 사각지대가 될 법한 위치여서 이 쪽을 알아차리지는 못한 것 같지만.
 그 사람은 그 이상 할 얘기는 없다고 말하자마자, 평소처럼 걸어가려고 했지만 남자가 먼저 앞질러서 길을 막았어. 그 사람이 혀를 차자 남자는 굽실굽실 고개를 숙이는 걸 멈추고, 눈을 가늘게 뜨면서 웃었어.
 오싹했어. 잘은 몰랐지만, 그 웃음에서는 굉장히 위험한 냄새가 났어. 뭐라고 할까, 맹독을 가진 버섯 같은, 그런 냄새가.


"……그러면, 죽을 각오로 설득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하아? 너 대체 무슨 소리를……!?"


 순식간이었어. 남자의 오른손이 그 사람의 왼손목을 잡았어. 그 사람은 순간적으로 뿌리치려고 한 것 같은데, 남자의 힘이 생각보다 센지 꼼짝도 하지 않았어. 그 사람의 손목을 붙잡을 채로 남자는 한 걸음 다가왔어.
내가 있는 돔 쪽으로. 나는 얼른 숨었어. 위험해, 이건 진짜로 위험해. 들키면 나도 심한 짓을 당할지도 몰라!

 

10: ◆S6NKsUHavA 2016/12/15(木) 22:03:22.83 ID:TASUOcfu0


 돔 안에서 숨을 죽이면서, 나는 대화를 듣고 있었어.


"시간도 별로 안 걸릴 겁니다, 사장님. 그냥 동의하고 계약서에 사인만 해 주시면 금세 놓아 드릴게요."
"……너, 지금 자기가 무슨 짓을 한 건지 알고 있는 거야?"
"예, 물론. 사장님이 진지하게 고려해 보시도록, 선택지를 준비해 둔 거죠."
"강압에 의해 체결된 계약은 민법 96조로 원천 무효야. 덧붙여서, 나에 대한 폭력행위로 형법 제 222조도 적용돼. 이제 비지니스 거래 운운할 때가 아니라고."
"그런가요? 사장님은 자신의 상품가치를 좀 더 잘 알고 계시다고 생각했습니다만."
"무슨 소리야?"
"[상처가 난] 상품은, 가치가 떨어지겠죠?"
"……!!"
"저희도 사장님이 더 아름답게 계셨으면 하지만, 다른 곳이랑 계약해 버리시면 입장이 마땅찮아서요."
"당신네 사정 따위 내가 알 게 뭐야!"
"그러니까, 지금부터 죽을 각오로 이해시켜 드리려고 생각해서요……그런 거 좋아하시잖아요?"
"제정신이 아니구만, 너……!!"


 나는 그저 돔 안에서 떨고 있었어. 무서웠어. 무섭고 무서워서, 어쩔 수가 없었어. 무슨 일인지 보이지 않았지만 듣기만 해도 알 수가 있었어. 분명 좋지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었어. 그래서, 무서워서.
 달려서 다른 사람한테 도움을 청할까? 하지만, 들키면 나도 습격당할지도 몰라. 2대 1이라면 이길 수 있을지도……그래도, 다칠지도 모르고, 아픈 건 싫어. 그렇게 생각하니 여기서 가만히 있는 게 제일 좋을 것 같은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 누가 지나가다 도와 줄지도 몰라……하지만, 이 공원은 낮에도 사람들이 거의 오지 않아. 혹시 아무도 지나가지 않으면. 그러면 그 사람은 어떻게 되는 거지?
 여러 생각이 빙글빙글 머릿속을 돌 뿐, 나는 움직이지 못했어. 어떻게 생각해 봐도 실패하는 미래밖에 보이지 않아서, 행동으로 옮길 수가 없었어. 나에겐 어쩔 수 없는 문제야. 어떻게 할 수도 없어. 포기하고 있었어.
 그 때, 문득 돔 안에 만든 선반 위에 있는 '어떤 것'을 알아차렸어. 그걸 봤을 때, 머릿속에 떠올랐지.
 지식은 무기. 모아서, 장식하고, 광을 낸다.
 나는 선반 위의 그것을 손으로 들었어. 이게 있으면 가능할지도 몰라. 이 다음은, 걸음을 내딛을 용기가 필요해. 선반 위에는 또 하나 작은 상자가 있었어. 금속으로 된 작은 상자. 내게 용기와 힘을 주는 음을 울리는, 믿음직한 상자가.
 상자의 내용물은 내가 가진 것들 중 가장 흉악한 것들로 바꿔 뒀어. 평소에는 묶어 뒀던 손잡이 부분도 최대한 풀어헤쳤어. 그리고 마지막으로, 운명의 버튼을 눌렀어.
 그 다음은 희미하게밖에 기억하고 있지 않아.

 

11: ◆S6NKsUHavA 2016/12/15(木) 22:06:33.85 ID:TASUOcfu0


*****

 

"히이이이이얏하아아아아아아아아앗!!!!"


 갑자기 울려퍼진 폭풍 같은 폭음과 짐승 수준의 포효에, 남자는 자기도 모르게 손에서 힘을 뺐다. 그 틈에, 사장이라고 불린 여고생은 잡힌 손을 뿌리치고 남자한테서 거리를 벌렸다. 어디선지 모르게 흘러나오는 땅울림 같은 음악에 혀를 차면서, 남자는 다시 그녀를 붙잡으려고 발을 내딛으려 하다가- 그 자리에 나타난 그림자를 보고 자기도 모르게 걸음을 멈췄다.
 사람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미끄럼틀 아래 돔에서 한 명의 소녀가 나타났다. '소녀' 라고 간신히 인식할 수 있었던 것은 그녀의 가슴이 희미하게 부풀어 있어서였다. 하지만 그 모습은 이상하기 짝이 없었다. 눈길을 끄는 은발은 생물체처럼 괴기하게 흔들리고 있었고, 크게 뜨여진 양 눈은 극단적으로 동공이 수축해서는 빛을 거부하는 것처럼 혼탁해져 있었다. 다 늘어난 셔츠에 닳아빠진 반바지를 걸친 기묘한 소녀는, 양손에 화분을 안고 남자와 여고생 사이로 끼어들었다.
 그 모습을 보고 여고생은 "설마"하고 중얼거렸다.


"너……그 버섯 JC야……?"


 그녀가 부르는 소리를 듣고 소녀- 쇼코는 살짝 뒤돌아보았다. 여고생의 모습을 보고 희미하게 눈을 가늘게 뜨고는, 이번에는 남자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히죽 웃는다.
 그리고 절규가 울려퍼졌다.


"이 사람한테 손 대지 말라고오오오오오오!!"
"!?"


 희미하게 울리는 음악 소리를 훨씬 뛰어넘는 성량에, 남자도, 그리고 여고생도 딱딱하게 굳었다. 이 작은 몸의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의, 압도적인 박력. 남자는 주눅든 것처럼 몸을 뒤로 젖혔지만, 잠시 후 침착함을 되찾고 아까의 간드러진 웃음을 얼굴에 띄우며 말했다.


"너는 사장님 지인이니? 지금은 일 얘기 중이니까 저 쪽으로……."
"어엉? 사람을 협박하는 게 일이라고 지껄였냐 지금……?"
"협박이라니……나는 그냥 사장님한테……."


 그렇게 말하고 가까이 다가오려고 하는 남자의 눈 앞에, 쇼코의 손에 들린 화분이 튀어나왔다. 거기 자라고 있는 건 마치 사람의 손가락 같은 모습을 한 기묘한 식물이었다. 바람을 맞아 수상쩍게 흔들리는 새빨간 색깔의 그것은 생리적인 거부감을 불러일으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뭐, 뭐야? 이건."


 다시 걸음을 멈추는 남자를 향해 쇼코는 입꼬리를 틀어올렸다.


"눈치가 빠른걸, 너……이 녀석은 내 친구 중에서도 최강의 맹독을 가진 버섯, 붉은사슴뿔버섯이다."
"붉은사슴뿔버섯……?"


 의아한 듯이 반문하는 남자. 화분을 오른쪽 왼쪽으로 천천히 흔들면서, 쇼코는 노래하듯이 계속 말했다.


"학명은 Podostroma cornu-damae. 만지기만 해도 피부가 문드러지고, 이름대로 새빨갛게 부풀어올라서 고통에 몸부림치게 되며……새끼손가락 손톱만큼이라도 먹으면, 10분이 되기도 전에 저세상 직행이지……후히……후히히……후히히히……!!"


 마치 악령에라도 씌인 것 같은 쇼코의 광기 어린 표정에, 남자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그런 위험한 물건을, 너 같은 어린애가 가지고 있을 리가."
"그럼……시험해 볼래? 이거 지옥문이 열릴지도 모르겠구만!!"


 그렇게 말하고 기세 좋게 내밀어진 화분에, 남자는 "힉!"하고 자기도 모르게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났다. 설령 그게 거짓이라는 걸 의심하고 있을지라도 확신이 없는 한 그 화분에 닿으면 손해가 크다. 무엇보다도 쇼코의 언동 곳곳에서 흘러넘치는 자신감이, 계속해서 그의 마음 속 경종을 울리고 있었다.
 이보다 더 걸음을 내딛어서는 안된다.
 남자는 뒷걸음질치면서도 자세를 바로잡고, 쇼코의 등 뒤에서 이쪽을 노려보는 여고생을 향해 말했다.


"사장님, 다시 날짜를 잡아서 찾아뵙겠습니다. 그 때는 좋은 답을 들을 수 있도록……"
"올 테면 와 보라고오오오오오오오!!"
"큭!! ……그, 그럼 이만!"


 마지막으로 간청하는 말까지 도중에 끊긴 남자는, 그대로 도망치는 것처럼 그 자리를 떠났다. 쇼코는 크게 웃으면서 남자가 도망치는 모습을 배웅한다. 그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고, 포학한 중저음이 예정된 곡의 마침표를 찍을 때까지- 그리고 마지막 소리와 함께 쇼코는 털썩 하고 땅에 무릎을 꿇었다.

 

*****

 

12: ◆S6NKsUHavA 2016/12/15(木) 22:08:13.60 ID:TASUOcfu0


"후……후히……하아아아아……."
"이, 이봐! 너! 괜찮아!?"


 거친 숨을 내뱉으며 나는 멍한 머리로 소리가 들리는 쪽을 봤어. 눈앞에는 걱정스러워 보이는 표정을 지은 그 사람의 얼굴이 있었어. 그대로 주위를 둘러봤지만, 그 남자는 이제 없어진 것 같아서 나는 완전히 마음을 놓았어.
 "아무래도, 잘 된 것 같네." 그렇게 말하고 얼빠진 것처럼 웃고 있었는데, 그 사람은 좀 화난 표정으로 내게 말했어.


"바보! 왜 그렇게 무리하는 거야 너는!"
"후히히……미,미안해……아무래도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서……."
"땀을 이렇게 흘리고 떨고 있으면서……너도 무서웠을 거 아냐……"


 이번엔 표정이 휙 바뀌어서 걱정스러운 얼굴로. 잘 보니 그 사람의 손도 살짝 떨리고 있었어. 분명 그 사람도 무서웠을 거야. 혼자서 그런 남자랑 맞섰으니.
그러니까, 나는 역시 뛰어나가길 잘했다고 생각했어.
 왜냐하면.


"왜냐하면……내가 하는 버섯 얘기, 잔뜩 들어줬으니까……"


 다시 어떻게든 웃으며 말했더니, 그 사람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역시 화난 것 같은 표정으로


"……역시 바보구나, 너는."


 그렇게 말하고 살짝 난폭하게 머리를 쓰다듬어 줬어. 나는 그런 게 익숙하지가 않아서, 간지럽고 좀 부끄러워서 쓰다듬어지는 동안 계속 히죽히죽 기분나쁜 웃음을 짓고 있었어.
 잠시 그렇게 있다 보니, 그 사람이 내 머리를 알아봐 주더라.


"너, 그 머리……혹시 나를 따라한 거야?"
"……아, 응. 이거, 땋는 방법을 물어보려고……"


 몇 번 해 봐도 잘 안 됐어, 내가 땋은 머리는. 아까 일로 어쩐지 머리가 이리저리 뻗치고 리본도 떨어져 어디론가 가 버렸어. 그걸 보고 그 사람은 웃었어.


"형태만이라도, 라는 건가. 괜찮은걸, 그것도 향상심의 일종이고. 머리 좀 줘봐."


 그 사람은 전처럼 손거울을 꺼내더니 그걸 나한테 들게 하고 내 뒤로 돌아갔어. 거울의 각도를 나를 비추게 돌리면서, 푸석하게 땋은 머리를 풀고 다시 예쁘게 펴 줬어. 그리고 다시 한 번 머리를 묶어서 정리하고 자기가 했던 것보다 낮은 데부터 땋기 시작했어.


"기본적으로는 양 끝의 머리다발을 교차시키는 세 갈래 땋은 머리야. 이게 가능하면 그 다음은 이걸 응용해서 놀 수도 있지. 끈 같은 걸로 시험해 봤어?"
"아,아니……책 보고, 거울 보면서 어떻게든……."
"그럼 집에서 시험해 봐. 연습은 기본이야. OK?"
"아,알았어."

 

13: ◆S6NKsUHavA 2016/12/15(木) 22:10:48.58 ID:TASUOcfu0


 얘기하는 사이에도 세 갈래로 땋은 머리는 점점 완성에 가까워져서, 머리카락 끝까지 다다랐어. 내가 땋은 것보다 훨씬 예뻐서, 거울을 봤을 때는 감동했었어. "오오." 하고 나도 모르게 목소리를 내 버렸지.
 그 다음 그 사람은 가방 안을 뒤적거리면서 뭔가를 찾더니, 작은 봉투를 꺼내들었어.


"우리 샘플 제품이라 미안하긴 한데……네 머리칼이랑 잘 어울리지 않을까?"


 그렇게 말하면서 세 갈래로 땋은 머리에 묶인 건 핑크색 리본이었어. 단순하지만 내가 골랐던 것보다 귀여워서 왠지 마음에 들었어.


"바,받아도 돼……?"


 내가 그렇게 말하니까 그 사람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어.


"도움을 받은 데 대한 사례로는 좀 초라하지만, 지금은 이걸로 봐 줘."
"그,그런 거 신경쓸 필요 없어. 나도, 기뻤으니까……."


 정말 기뻤어. 나한테 이렇게 신경써주는 사람은 지금까지 없었으니까.
 내가 히죽거리고 있었더니, 그 사람은 내가 아까 땅바닥에 놔둔 화분을 가리키면서 말했어.


"그건 그렇고, 그거, 전에 말했던 버섯이잖아. 그런 맹독 버섯 키워도 돼? 화분에 심어져 있다는 건 네가 기른다는 거지?"


 내가 남자한테 내민 새빨간 친구. 그래도, 그 이름은 사실 붉은사슴뿔버섯이 아니었어.

"실은……이건 붉은사슴뿔버섯이랑 닮긴 했지만 전혀 다른 버섯이야. 얘는 붉은왜장도버섯이라고 해, 안전한 버섯……."
"허풍이었다는 거야!?"


 놀란 것처럼 말하는 그 사람한테, 나는 고개를 끄덕여 줬어.

"맞아, 전에 말했었잖아. 지식은 곧 무기라고."
"……대단한 녀석이구나, 너는. 그 때의 강렬한 샤우팅도 그렇고, 지금의 나로서는 취급할 수가 없는 상품이네, 이거."


 그렇게 말하고 그 사람은 나한테서 손거울을 받아서 가방 안에 넣고, 후우 하고 한숨을 쉬었어. 아주 약간 유쾌한 듯이.


"나는 내일부터 등하교 길을 바꿔서 당분간 모습을 감출 거야. 또 그 바보가 올지도 모르니까."
"아,그,그렇구나……."


 그 사람의 말에 나는 좀 쓸쓸한 기분으로 수긍했어. 이제 다시 만날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더니 역시 슬퍼져서. 그래도 그 남자한테 다시 습격받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자 여기에는 안 오는 편이 더 나은 것도 확실하고, 말릴 수는 없었어.
 그런 나를 향해서 그 사람은 아주 약간 상냥하게 말해줬어.


"이제 다시 만나지 못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생각이 바뀌었어. 너랑은 또 다시 만날거야. 아마 다음 번엔 또 다른 장소에서."
"다른……장소?"


 그 사람이 무슨 말을 하는지를 알 수가 없어서 나는 되물었어. 하지만 그 사람은 내 말에는 대답하지 않고 등을 꼿꼿하게 세우고 계속해서 말했어.


"그러니까 네 이름은 이번에 묻지 않을 거고, 나도 이름을 대지 않을게. 비지니스 관계상으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아……."


 그러고 보니 지금까지 나도 그 사람도, 한 번도 이름을 댄 적은 없었어. 항상 일방적으로 말을 걸어 오고, 나도 그에 대답할 뿐이었으니까, 이름 같은 건 필요가 없었거든.
 그리고 그 사람은 말했어. 마치 도전하는 것처럼.


"너는 분명 또 다시 내가 가는 길을 방해하겠지. 이건 확실해."
"에, 에에……"


 자신감이 가득 담긴 그 사람의 말에 나는 좀 곤혹스러워졌어. 제일 처음에 만났던 때를 떠올렸어. 길가에 앉아서 우산을 펴고, 방해된다고 혼났던 때.
그래도 아마 지금 이 사람이 하는 말은 그런 뜻이 아냐. 그런 생각이 들었어. 어째선지 모르겠지만.
 마지막으로 그 사람은 방긋 웃었어.


"서로의 이름을 밝히는 건 그 때로 하자. 그럼 이만."


 그렇게 말하고 그 사람은 시원스레 그 자리를 떠나 버렸어. 평소처럼, 바람과 같이.

 


그리고, 그 사람의 이름을 나는 아직 몰라.

 

*****

 

14: ◆S6NKsUHavA 2016/12/15(木) 22:12:07.56 ID:TASUOcfu0


"그 이후로 한 번도 못 만났구나……."
"응……그 후에도 계속 그 공원에 있었는데, 결국 그 다음부턴 한 번도 못 봤어……."


 그 때를 떠올리고 쇼코는 조금 고개를 숙였다. 그때부터 그녀가 그 공원을 지나다니는 일은 없었고, 그 남자도 한 번 슬쩍 보였던 것 말고는 두 번 다시 오지 않았다.
 코우메는 쇼코의 세 갈래로 땋인 머리에 묶인 리본으로 시선을 향했다. 약간 수수하고, 끝의 올이 살짝 해져서 풀린, 핑크색 리본.


"이 리본, 그 때 받은 거야……?"
"마,맞아. 이제 슬슬 햇빛을 너무 받아서 색이 바래 버렸지만, 버릴 수가 없어서."
"땋은 머리도, 그 때부터 계속 하고 다니는 거구나."
"응. 이거랑 다르게도 많이 땋아 봤는데, 이게 제일 안심이 되서……."


 그렇게 말하면서 쇼코는 또 다시 땋은 머리를 손으로 만지작거렸다. 버석버석한 머리카락 가운데 유일한, 정말 약간의 단장.
그건 그녀가 처음으로 자신의 가능성을 의식한 상징인 동시에, 이름도 모르는 그 사람을 잊지 않으려 새긴 비석이었다.
 "너는 분명 또 다시 내가 가는 길을 방해하겠지." 그녀는 그렇게 말했다. '그런 날이 정말로 올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쇼코는 조금 기대하고 있었다. 자신의 안에 바람을 일게 해 준, 그 사람과의 재회를.


"……아, 이제 곧 프로젝트실로 돌아가야지."
"오,오늘은 프로듀서 씨가 차로 바래다 주시는 날, 이니까."


 휴게실 벽에 붙은 TV가 마침 적당한 시간을 알린다. 쇼코와 코우메는 허둥지둥 음료수를 다 마시고 캔을 쓰레기통에 버린 다음 휴게실을 뒤로 했다.
 텅 빈 방에 TV에서 나온 버라이어티 방송이 흐른다.
 박수소리에 파묻히지 않으려는 사회자의 목소리가, 화제에 오른 인물을 소개하려고 원고를 읽기 시작했다.

 


"자, 오늘 모신 게스트는 충격의 아이돌 데뷔를 선언해 화제인 현역 JK(여고생)사장──"

 

 

(끝)

 

 


15: ◆S6NKsUHavA 2016/12/15(木) 22:14:24.59 ID:TASUOcfu0

감사합니다.
어쩌면 과거에 여러 모로 인연이 이어져 있을지도 모른다……그런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

 

퍄퍄 리본 하나 가지고 짜낸 스토리에 이런 참신한 조합이라니 10키노코 만점 드리겠읍니다.

이름이 직접 나오지는 않았지만 리더 체질에 바람처럼 빠르다는 점으로 미루어 볼 때, 빼도박도 못하고 팀 사티스팩션의 리더인 라이딩 듀얼리스트 키류 쿄스케...가 아니라 현역 JK 사장 아이돌인 신데마스의 막내 키류 츠카사인 것 같습니다.

3 여길 눌러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