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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사와씨가 오타쿠가 된 것은 내 탓이 아니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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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6-18, 2017 23:03에 작성됨.

 

사기사와씨가 오타쿠가 된 것은 내 탓이 아니다.


프롤로그


순수한 사람일수록, 물들기 쉽다.


우리 학교는 스포츠로 유명한 학교다. 축구부, 야구부, 농구부, 발레부, 소프트부, 어느 동아리든 과거에 2번씩은 인터하이나 코시엔에 나갔었다.
따라서 나같은 오타쿠같은 녀석에게 친구는 없다. 누구나 하나같이 한창때의 리얼충이니까. 아, 나는 딱히 리얼충 폭발하라고 말하고 다니진 않는다. 그저 생각할 뿐.
뭐, 친구가 없다는 것에 불만은 없다. 라노베에 빠져든 내 탓이니까. 그래도 딱 하나 고민이 있다면, 모처럼 라노벨이나 만화나 애니메이션 취미가 생겼는데, 이야기를 주고 받을 친구가 없다는 것이다. 역시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 공통의 취미를 가진 누군가와 이야기하고 싶은 법이다.
그러나, 이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라노벨에 빠진건 고등학교에 들어간 이후이고, 고등학교는 중학생때 선택한다. 처음부터 외통수였다. 뭐, 그런 친구는 대학에서 찾으면 되겠지. 그때까지는 마음껏 내 취향의 라노벨이나 읽으면서 지내자.
그런 생각을 하면서, 멍하니 수업을 듣고 있었다. 현재는 현대 문학 수업. 솔직히 이 과목을 왜 공부하는건지 도저히 모르겠다. 그치만 답은 전부 본문에 나와있잖아. 공부 안해도 80점은 기본이다.
그래서 나는 라이트 노벨을 탐독했다. 지금은 소드 아트 온라인 2권. 만난 당일에 같이 자다니, 키리토씨 진짜 리얼충이구만, 죽으면 좋을텐데. 뭐, 1권에서 게임 클리어했으니 안죽겠지만.

「후와아………」

이런, 하품나왔다. 많이 졸리구나, 나. 이제 됐어. 그냥 자자.
책상 위에 엎드리고, 눈을 감은 직후였다.
삐리리리리리리리리, 대음량의 전자음이 울려퍼졌다. 내 스마트폰에서.

「……………」

스마트폰을 내려다 보면, 처음보는 번호의 전화.………아, 사기사와씨의 서점인가………. 그래도 이런 시간에 전화하지 말라고……이제 오후 2시라고……….

「타카미야, 휴대폰 내라」

봐봐, 선생님에게 몰수됐잖아. 이미 튀고 있지만, 이 이상 튀는건 사양이었기에 순순히 냈다. 그럼, 방과후에는 학생지도 시간이 기다리고 있겠군. 일단 사과하자.

×××

방과후가 되어 「전원 끄는걸 깜빡했습니다. 앞으로는 조심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라는 형식적인 사죄를 하고 스마트폰을 돌려받았다.
학교에서 나오고 일단 서점에 연락을 하기로 했다. 최근전화에서 번호를 찾고, 발신……하려 했지만, 손이 멈췄다. 왜 휴대폰 번호야………? 일반적으로 가게 전화로 걸잖아. 이거, 혹시 그거 아닌가? 좀 위험한 거. 자동응답전화도 없었던것같고.
………일단, 전화는 포기하고 나중에 서점에 가볼까. 아니라면 굉장히 부끄럽지만, 만약 진짜 그녀의 전화였다면 실례니까.
만약 책이 도착했다고 생각하니 기분 업되는데. 6권은 어떻게 되는걸까? 힛키와 유키농의 관계는 수복될까? 아니, 딱히 싸운건 아니지만. 그리고 표지, 누굴까? 이 작품의 일러스터는 가하마씨를 너무 좋아한다니까. 1번이라도 좋으니까 자이모쿠자가 표지에 나왔으면 좋을텐데.
가슴의 고동을 느끼며 서점에 도착했다.………보면 볼수록 낡은 책방이다. 잘 보면 3층부터는 맨션이었고. 뭐, 나는 지브리 작품의 집같은, 연한이 있는 건물을 싫어하지 않지만. 사는건 사양이지만.
가게에 들어가 바로 계산대로 향했다. 사기사와씨는 여전히 농땡이치며 책을 읽고 있었다.

「………저기, 안녕하세요」
「……!?……아, 그, 그저께 손님」

너무 놀라잖아. 얼마나 독서에 집중한거야?
아, 일단 볼일부터 마쳐야지.

「혹시……전화하셨나요?」
「……앗, 네, 네.……주문한 책이, 도착해서」
「역시. 죄송합니다, 수업중이어서」
「……앗, 그, 그렇네요! 그 시간은 수업중이겠네요!……죄, 죄송합니다」
「아뇨, 괜찮아요. 저도 아무 말 안했, 었고」
「…………」

어이쿠, 꽤 신경쓰고 있네. 그렇게 풀죽지 않아도 괜찮으니까. 나는 별로 신경 안쓰고. 그리고 책좀 빨리 줘.

「저, 저기……책을」
「……아, 아아. 그, 그렇네요! 죄송합니다…!」
「아니, 그렇게 사과하실건…….왠지, 죄송합니다」
「……아, 아뇨! 그렇지는…………!」

당황하며 내청춘 책을 꺼내는 사기사와씨.
조금 진정좀 해. 당황하는 모습은 귀엽지만. 혹시, 주문하는건 처음이었나? 그렇다면 조금 미안한데. 아니, 그래도 나는 손님이고 저쪽은 일이고, 미안할 필요는 없나?
이제 됐어, 빠르게 읽는건 포기하자. 점원의 페이스에 맡기기로 했다.
그렇지만 여기서부터는 저쪽도 익숙한 모양이었다. 책을 바코드에 찍고, 봉투에 넣고 돈을 받기만 하면 되니까.
계산을 끝내고 바로 가려고 하니 「저기……」라고 사기사와씨가 말을 걸었다.

「네?」
「……그, 책. 재미있나요?」
「엣?」

사기사와씨가 가리키는 곳에는, 내 손에 들린 내청춘이 있었다.

「예, 뭐, 재미있는데요」
「………」

뭐, 뭐지? 「그런게 재밌다니 역시나 씹덕후네. 킥킥」같은 상황인가? 뭐야 그거 죽고싶어.

「……어떤, 내용인가요……?」
「그……친구 없는 눈과 근성이 썩은 남학생의 인격교정을 위해 봉사 동아리에 넣는 이야기, 일까요」

뭐, 정확히는 조금 다르겠지만. 사기사와씨는 턱에 손을 대고 잠시 곰곰히 생각한 후, 「흐음……」하는 한숨을 흘리고는 이어서 질문했다.

「……몇 권까지, 있나요…?」
「그……11, 권일걸요? 아마도. 그리고 6.5, 7.5, 10.5권이 있었을거에요」
「………0.5?」
「아~……뭐, 예외편같은 거에요」
「………그렇군요」

또 다시 곰곰히 생각하는 사기사와씨. 고민하는 표정도 참으로 아름답다. 어쩌면 상품으로 들여올 수 있을지 생각하고 있는걸지도 모르겠는데. 그래도말야, 매상을 늘리고 싶으면 계산대에 있을 때는 책 읽지 말자.
………그런데, 나는 어떡하지? 이제 가도 되려나. 그래도, 일단 이야기를 하는 중인데 아무말 없이 떠나는것도 왠지 좀 아닌것같다.
일단 한동은 그 자리에서 대기하고 있으니, 사기사와씨가 깜짝 놀란 느낌으로 나를 재차 보았다.

「………핫, 죄, 죄송합니다! 저도 참, 무심코 생각에 빠져버려서……」
「아, 아뇨. 이제 괜찮나요?」
「……네, 네. 다음 내점을 기다리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얼굴을 붉히며 인사하는 사기사와씨에게 가볍게 인사하고 가게에서 나왔다.
기본적으로는 좋은 가게였다. 왠지 머리 좋아보이는 아우라가 느껴지는 서점이니 우리 학교 애들은 절대 안올테고. 뭐, 나도 기본적으로는 라노벨 말고는 안읽으니 헌책방에서 원하는 라노벨이 품절되지 않는 한 올 일이 없겠지만.
………그래도, 그 뭐냐? 점원이 미인이었고. 또 올까.

────이 때, 나는 몰랐다. 그저께에서 책이 도착할 때까지의 3일동안의 내 일련의 행동이, 사기사와씨의 인생을 크게 바꿔버린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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