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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사와씨가 오타쿠가 된 것은 내 탓이 아니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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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6-18, 2017 23:00에 작성됨.


사기사와씨가 오타쿠가 된 것은 내 탓이 아니다.


프롤로그


책이 어울리는 여자는 대체로 미인.


학교가 끝나고 집에 가는 길. 나는 여느 때처럼, 책을 읽으며 귀가하고 있었다. 책, 이라고 해도 딱히 문학적인 책이 아닌, 라이트 노벨이다. 나는 그런 책이 읽기 쉬워서 좋아하고. 뭐, 라이트 노벨에 빠진건 고등학교에 들어간 이후다보니 별로 많이 읽은건 아니지만.
라노벨을 읽으면서 걸으면 오타쿠처럼 보일지도 모르지만, 애초에 타인과 이야기할 기회가 없다보니 문제는 없다. 어떤 악인이라해도 얽히지만 않으면 무해한 법이다.
참고로, 지금 읽고 있는 것은 「역시 내 청춘 러브 코미디는 잘못됐다」 5권. 거의 다 읽어서 헌책방으로 향하는 중이다. 참고로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는 자이모쿠자 요시테루. 이녀석 엄청 재미있잖아.
다 읽고, 책을 가방 속에 넣었다. 마지막 페이지 근처에서 힛키와 유키농이 엇갈리는 페이지에서는 조금 움찔했습니다. 마침 헌책방에 도착했기에 바로 이어지는 6권을 찾기로 했다.
익숙한 라노벨 코너로 직행해서, 새파란 표지를 찾는다. 그러니까……「ㅇ」행……「ㅇ」행……….

「어, 어라………?」

이, 이상하네………「역시」의 머리 글자가 안보인다.착각인가? 다시 찾자. 역시 내……역시 내………. 아, 찾았다. 으음, 1권, 2권, 3권, 4권, 5권, 7권 드라마CD 동봉……….

「어라?」

이상하네. 6이 안보여. 착각인가? 한번 더 찾아볼까………. 1권, 2권, 3권, 4권, 5권, 7권 드라마 CD 동봉……….
아니, 없을 리가 없잖아. 그치만, 에? 드라마 CD 동봉판이 있는데 6권이 없을리가 없잖아. 뭔가 실수한건가?
1권, 2권, 3권, 4권, 5권, 지금 몇 시지? 헤에, 6시구나. 7권 드라마 CD 동봉, 8권, 9권, 10권……….
개드립까지 동원해서 세봤지만 6권은 없었다.

「…………실화냐」

에, 어떡하지. 헌책방은 다른 서점과 달리 꼭 입하하는게 아니다. 누군가가 헌책을 팔 때까지 내가 기다릴 수 있을까? 무리겠네.
그렇다면 새 책으로 살 수 밖에 없겠는데………뭐, 가끔씩 새 책도 좋나. 중고에 비하면 가격이 꽤 비싸지만, 어쩔 수 없지.
나는 헌책방에서 나와, 서점으로 향했다. 어차피 새 책을 살거라면, 상태가 좋은걸 사고 싶었다. 따라서, 역의 서점은 아웃. 그렇다면, 집 근처의 서점 밖에 선택지가 없겠지만, 나는 별로 가본 적 없단말이지. 뭐, 상관없다.
살짝 종종걸음으로 서점으로 향하고, 가게 문을 열었다. 아직도 자동문이 아닌 점에서 연한이 느껴진다.

「……………」

가게에 들어가도 「어서오세요」 한마디도 없었다. 뭐, 서점은 원래 그런걸지도 모르지만. 애초에 손님도 나밖에 없고. 가게를 둘러보며 라노벨 코너를 찾는다. 하지만 아무리 찾아봐도 문학서같은 책 밖에 보이지 않았다……어이, 여긴 대체 어느 시대의 서점이냐고. 라노벨은 커녕 잡지도 안보이다니.
………일단, 점원에게 물어볼까. 그런데 점원 있나? 아니, 일단 계산대에 가볼까.
이미 미로라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닐 책장들을 빠져나와 계산대로 앞으로 향하자, 한 여성이 계산대 앞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
꽤 미인인 여성. 표현하자면 「미인」을 그림으로 그런 듯한 아가씨같은 여성이었다.………그런데 너 왜 책읽고 있는건데? 일하라고.

「………저기」

말을 걸자 그 여성은 깜짝 놀라며 나를 바라보았다. 당황하며 책에 책갈피를 끼우고, 나를 다시 바라보면서 인사했다.

「앗, 어, 어서오세요」
「아, 죄, 죄송합니다」

왜 사과하는건데, 나.

「저, 저기……무슨 일이신가요?」
「아, 아니……라이트 노벨 없나요?」
「…………라이트노베?」

어이, 이 사람 실화냐? 지금, 발음이 완전히 할머니 발음이었다고. 젊어 보이는데 설마 40 넘었다거나?………아니, 그건 아니겠지. 기껏해야 17이나 18정도일것이다.

「아, 그게……뭐라고 해야할지」

곤란하네. 막상 나도 「라이트 노벨이 뭐야?」라는 질문을 받고 대답할 수 없었다.
생각하는 것도 설명하는 것도 귀찮았고, 무엇보다 다음 편을 빨리 읽고 싶었기에 가방에서 방금 전의 5권을 꺼냈다.

「저, 저기, 이 시리즈 있나요?」
「………아, 죄, 죄송합니다.……저희 가게에서는 취급하지 않습니다.」

즉답이냐. 하다못해 찾는 척이라도 해줘라.

「………하, 하아. 알겠습니다.」

그나저나 이렇게 되면 귀찮은데. 역의 서점은 싫고, 그러면 쇼핑몰에 가야할텐데, 그 근처는 같은 반 애들이 많아서 가기 싫은데.………흠, 어쩌지. 차라리 인터넷으로라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니 여성이 말을 걸었다.

「………저기, 괜찮으시다면 주문도 가능, 합니다만」
「주문?」
「……네……그 경우에는 몇일 걸립니다만……」
「……………」

어쩌지. 뭐, 서점에서 주문한거면 적어도 상태는 좋을테고, 다른 서점에서 사는 것보다는 낫다. 부탁해볼가

「아, 그럼 부탁합니다」

매번 생각하는데, 이 「아, 」부터 시작하는거 대체 뭐냐고. 관사냐?
여성은 종이와 펜을 잡고는 내 얼굴을 보았다.

「……그럼, 상품명을 말씀해주시겠나요?」
「아, 네」

또, 말해 버렸다.

「역시 내 청춘 러브 코미디는 잘못됐다」
「………하, 하아.……그러신, 가요」
「에? 네. 그것의 6권입니다」
「…………아, 죄송합니다.……저기, 권수뿐 아니라, 책의 제목도 말씀해주시겠나요?」
「아니, 그러니까 『역시 내 청춘 러브 코미디는 잘못됐다』」
「……?……?」

어라, 뭔가 이야기가 통하질 않아. 설마 일본인이 아닌건가…….

「…………저, 저기, 그러니까 책의 제목을……」

…………아아, 설마 『역시 내 청춘 러브 코미디는 잘못됐다』를 책의 제목으로서 인식하지 못한건가? 그야 그런가, 서술형 제목은 라노벨정도밖에 없으니(아마).

「죄, 죄송합니다. 제목이 그겁니다」
「………에?」
「『역시 내 청춘 러브 코미디는 잘못됐다』가 제목입니다. 헷깔리게 말해서 죄송합니다……」
「…………아, 아아. 그랬군요. 죄송합니다, 처음 듣는 책이라서………!」
「아, 아뇨, 그거의 6권입니다.」

굉장히 부끄러웠는지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며 제목을 메모하기 시작했다.

「……………저, 저기, 손님의 전화번호는」
「아, 080-××××-0000입니다」
「……080, ……. 그리고 성함을 말씀해주시겠나요?」
「타카미야 치아키입니다」
「………저기, 성만 말씀하셔도 괜찮은데……」
「앗, 죄, 죄송합니다!」
「……아, 아뇨, 저야말로 설명이 부족해서 죄송합니다………」

타카미야, 라고 카타카나로 메모하는 점원. 왠지 지금 통렬하게 부끄러워졌다……….
메모를 끝내고, 점원는 메모를 주문표에 옮겨적고는, 그 메모를 찢어 나에게 건냈다.

「………그럼, 도착하면 전화드릴테니, 그 날 이후에 다시 와주세요.」
「네」
「감사합니다」

빙긋 미소지은 그녀와 눈이 맞은 나는 무심코 움찔해버렸다. 기본적으로 미인인 이 점원의 미소는 예뻤다.

「그럼, 저기……실례했습니다」

나는 어째선지 예의 바르게 인사를 하고, 계산대에서 멀어졌다. 응, 좋은 가게를 알았네. 설마, 저런 미인이 점원이었을 줄이야. 아니, 알바일 가능성도 있지만, 좀 더 빨리 와보길 그랬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가게를 나오고, 받은 종이를 내려다 보았다. 전표에는 「담당자:사기사와 후미카」라고 쓰여 있었다.
…………그렇구나, 사기사와씨였구나. 뭐, 이름을 안다고 뭔가가 되는 것도 아니겠지만. 그럼, 전화가 올 때까지 「소드 아트 온라인」이나 읽고 있자.
그렇게 생각한 나는 가방에서 라노벨을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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