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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부야 린 「10센티미터를 좁히는 비」

댓글: 10 / 조회: 1761 / 추천: 6



본문 - 06-16, 2017 02:04에 작성됨.

1>> 2016/06/29


지금, 나랑 프로듀서는 카페에서 비를 피하는 중.

프로듀서는 커피를, 난 크림 소다를 앞에 두고 비가 그치는 걸 기다리고 있어.

……이래저래 한 시간 정도.

「그칠 것 같지가 않은데」

인내심에 한계가 왔는지, 팔짱을 끼고 밖을 바라보던 프로듀서가 멍하니 중얼거렸어.

「그러네」

이미 텅 비어 있는 유리잔에서 눈을 돌리며, 난 그렇게 대답했어.

「미안한데, 잠깐만 기다리고 있어 봐. 우산 사 올 테니까」

그렇게 말하고, 프로듀서는 자리에서 일어났어.

「미안해. 나 때문에 이런 일이 돼 버려서」

「미안할 거 아니래도. 뭐 아무튼 기다려 줘」

프로듀서는 내 어깨를 톡 두드리고 나서, 그대로 밖에 나갔어.

쏴아 하고 퍼붓는 빗속을 수트 차림으로 전력질주하는 그 모습은 굉장히 마음아파서, 난 「하아」 하고 한숨을 내쉬었어.



왜 이렇게 된 거냐구?

단순하고, 바보 같은 이야기긴 한데.

내가 「촬영 시간까진 여유도 있고, 오늘은 현장까지 걸어가자」 같은 소릴 한 게 원인이야.

그런 내 제안을 들은 프로듀서도 「오랜만에 날씨도 좋으니까」 하고 흔쾌히 수락해 줘서, 같이 현장까지 걸어갔어.

거기까진 좋았는데.

촬영이 끝나고 나서, 「자, 이제 돌아갈까」 하고 스튜디오 밖에 나왔더니, 왔을 땐 맑았던 하늘이 깜깜해져서,

「아아, 쏟아지겠구나」 하고 둘이 이야기하면서, 뛰어서 사무소로 돌아가려고 했어.

사무소까지 3분의 1쯤 왔을 때였을까.

그 때쯤 비가 내리기 시작해서, 「이렇게 쏟아지는 걸 보니까 금방 그치겠지」 하고 카페에 들어왔어.

그게 한 시간쯤 전이었나.

그렇게 지금 이 상황이 된 거야.



나도 프로듀서도 다음 스케줄이 없어서, 아무 영향도 없는 게 불행 중 다행이려나.

아ー. 프로듀서는 일지를 써야 하던가.

뭐, 어쨌든 큰 일은 없어서 다행이야. 테이블에 턱을 괴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더니,

창 밖에, 낯익은 얼굴이 우산을 쓰고 있는 게 보였어.

프로듀서.

싸구려틱한 비닐 우산이랑 비싸 보이는 슈트의 미스매치가 도드라져서, 좀 이상했어.



프로듀서가 돌아온 것 같아서, 나도 자리에서 일어났어.

입구 근처까지 나오니까, 마침 프로듀서가 계산을 하고 있었어.

「기다렸지. 갈까」

「응. 미안해, 정말」

「미안해할 거 아니라니까 그러네」

「응, 알았어」

계산을 끝내고, 둘이서 밖으로.

그 순간, 눈치챘어.

「저기, 내 우산은?」

「아」

이 사람도 참. 중요한 데서 모양이 빠진다니까.



「어쩔 수 없으니까 같이 써 줄게, 같은 건, 안 되… 려나」

한 우산 아래.

의식해 버렸더니 얼굴이 화악 뜨거워졌어. 얼른 침착한 체 해야지.

「…… 으음ー. 긴급사태니까. 린만 괜찮다면 그러자」

「… 프로듀서는 좀 얼빠진 부분이 있지」

「이 상황에서 부정할 수는 없으려나」

「후훗」

평소엔 좀 더 멀리서 걷는 프로듀서가, 지금은 딱 붙을 정도로 가까워서.

가끔, 물웅덩이를 피하다가 어깨끼리 닿는 게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기분 좋았어.



「가끔은 이런 것도 나쁘진 않네」

「이런 거, 라니?」

「아무것도 아냐. 후훗」

「우산 같이 쓰는 거, 처음일지도」

「어머? 정말 처음이야?」

「음ー. 써 본 적이 있냐면 있는데, 이렇게 귀여운 아이랑은 처음일걸」

「…… 바보 같아」

정말.

바보 같아.

고작 이 정도 빈말에 들떠 버리는 내가.



나랑 프로듀서 사이의 거리는 지금, 5센티미터도 안 될 정도.

사무소까지 조금 남은 거리를, 음미하는 것처럼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뎠어.

그 와중에, 난 문득 깨달았어.

어라, 나 하나도 안 젖었네, 하고.



그럼 그렇지.

프로듀서의 반대쪽 어깨는 흠뻑 젖어 있었어.

치사해, 폼이나 잡구.

무의식적으로 한 걸지도 모르지만.



내가, 프로듀서만 폼잡는 걸, 그냥 두고 볼 거라고 생각한 걸까.

그럴 리가 없는데.

「프로듀서?」

불렀어.

「왜?」

대답이 돌아왔어.

「… 교대」

내가 히죽, 웃으면서 그렇게 말하니까, 프로듀서는 부끄러워하는 것처럼 「들켰나」 하며, 내게 우산을 건넸어.



여기서부턴, 내가 대신 젖어 주자.

그렇게 생각하면서, 프로듀서 쪽으로 우산을 기울였어.

그만큼, 내가 우산 밖으로 밀려나서 어깨에 물방울이 방울방울 떨어지기 시작해도,

이 차가운 느낌이, 나쁘진 않다고 생각했어.

자, 돌아가자.

언젠가, 이런 날이 또 왔으면 좋겠어.

그리고, 언젠가 반드시.

비의 힘을 빌리지 않고도, 10센티미터를 좁힐 수 있기를.







元スレ
渋谷凛「10センチを埋める雨」
http://ex14.vip2ch.com/test/read.cgi/news4ssnip/1467132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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