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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키호 "째깍, 째깍."

댓글: 4 / 조회: 1283 / 추천: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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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5-27, 2017 12:34에 작성됨.

 

원글 출처: http://ssimas.blog.fc2.com/blog-entry-4150.html

 


유키호 "째깍, 째깍."

 


2 : ◆km.GW4AuOk [saga] :2014/12/24(水) 19:08:22.67 ID:zzL/XR4Qo

 


하양.

 

하얀색 속에 나는 있었다.

 

 

3 : ◆km.GW4AuOk [saga] :2014/12/24(水) 19:09:30.98 ID:zzL/XR4Qo

 


손을 뻗어 만져 본다.


'쩍'하는 소리를 내면서 하얀색이 깎여나갔다.

 


4 : ◆km.GW4AuOk [saga] :2014/12/24(水) 19:10:28.85 ID:zzL/XR4Qo

 


문득 일어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가슴팍에서 금속이 맞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회중시계가 사슬에 매여 목에 걸려 있었다.

 


5 : ◆km.GW4AuOk [saga] :2014/12/24(水) 19:11:29.23 ID:zzL/XR4Qo


시계를 손에 든 뒤 들여다보았다.


아까까지는 움직이지 않았던 시계가 째깍째깍 조금씩 초를 세어나가기 시작했다.


그 순간, 마치 마음이 강한 의지를 얻기라도 한 듯 얼굴이 앞을 향했다.


한 발짝, 걸어나간다.

 


6 : ◆km.GW4AuOk [saga] :2014/12/24(水) 19:22:34.14 ID:zzL/XR4Qo

 


걷는다, 한 발짝.

 

아이돌 사무소에 들어가게 되었다.


약하고 겁 많은 나를 바꿀 수 있었으면.


걷는다, 한 발짝.


째깍, 째깍


시계바늘이 나아간다.

 


7 : ◆km.GW4AuOk [saga] :2014/12/24(水) 19:37:44.04 ID:zzL/XR4Qo

 


걷는다, 한 발짝.

 

그를 만났다.


남자가 무섭다고 말하는 나한테 그는 자상하게 웃어 주었다.


…역시, 어떻게 무슨 얘기를 해야 될 지 몰라서 긴장했다.

 

걷는다, 한 발짝.


째깍, 째깍.


시계바늘이 나아간다.

 


8 : ◆km.GW4AuOk [saga] :2014/12/24(水) 19:39:38.26 ID:zzL/XR4Qo

 

 

"하얀색"을 지워 가는 다리가, 둘에서 넷으로 늘었다.


곁에서 함께 걷는 그는 내 걷는 속도에 맞춰 준다.

 


10 : ◆km.GW4AuOk [saga] :2014/12/24(水) 20:34:34.65 ID:zzL/XR4Qo

 


걷는다, 한 발짝.

 

그가 책상에 푹 엎드려 있다.


…보다 못해, 차를 끓여 주었다.


무척 기뻐해 줘서 나도 기뻤다.

 

걷는다, 한 발짝.


째깍, 째깍.


시계바늘이 나아간다.

 

11 : ◆km.GW4AuOk [saga] :2014/12/24(水) 20:36:58.13 ID:zzL/XR4Qo

 


걷는다, 한 발짝.

 

아파트 옥상에서 열린 미니 라이브.


관객들이 좀처럼 모이지가 않아서, 공연 도중에 울 것만 같았다.


하지만, 멀리서 그가 지켜봐 주는 걸 발견하고….


마지막까지 스테이지 위에서 도망치지 않고 노래했다.

 

걷는다, 한 발짝.


째깍, 째깍.


시계바늘이 나아간다.

 


12 : ◆km.GW4AuOk [saga] :2014/12/24(水) 20:38:43.16 ID:zzL/XR4Qo

 


걷는다, 한 발짝

 

……레슨을 빼먹어 버렸다.


그에게서 온 전화도 문자도, 처음 한 번을 빼고는 무시하고 있다. 나쁜 아이네.

 

간만에 찾아온 짧은 휴식.


째깍, 째깍.


그래도 시계바늘은 나아간다. 느릿느릿, 천천히.

 


13 : ◆km.GW4AuOk [saga] :2014/12/24(水) 20:53:25.88 ID:zzL/XR4Qo

 


걷는다, 한 발짝.

 

처음으로 사무소로 통하는 지름길로 가 보았다.


길이 나 있다는 건 알았지만, 개가 있는지 없는지 확인을 못 해서 지금까지 다니지 않았었다.


그리고…예상했던 대로 커다란 개가. 소리도 못 지르고 굳어 있었는데, 뒤에서 나를 부르는 그의 목소리와…비명.


아무래도 그도 개를 싫어하는 모양이었다. 둘이서 같이 굳은 몸을 겨우 움직여 탈출했다.

 

걷는다, 한 발짝.


째깍, 째깍.


시계바늘이 나아간다.

 


14 : ◆km.GW4AuOk [saga] :2014/12/24(水) 21:01:50.01 ID:zzL/XR4Qo

 


걷는다, 한 발짝.

 

오늘은 댄스 레슨, 그와 함께 있었다.


동작이 굼떠서 분한 나머지 구멍을 파려고 한 나를, 그가 다독였다.


지금은 실패해도 괜찮아. 분한 마음을 가져도 돼.
하지만, 그걸 착실히 받아들인 다음 다시 한 번 해 보렴!


눈물을 닦고 손발을 움직인다.

 

걷는다, 한 발짝.


째깍, 째깍.


시계바늘이 나아간다.

 


15 : ◆km.GW4AuOk [saga] :2014/12/24(水) 21:11:26.29 ID:zzL/XR4Qo

 


걷는다, 한 발짝.


신곡을 받았다. 'First stage'


짝사랑에 빠진 소극적인 여자아이의 노래.


나와 겹치는 부분이 있어서 웃음이 흘러나왔다.

 

걷는다, 한 발짝.


째깍, 째깍.


시계바늘이 나아간다.

 

16 : ◆km.GW4AuOk [saga] :2014/12/24(水) 21:20:36.89 ID:zzL/XR4Qo

 


걷는다, 한 발짝.

 

그와 함꼐 수록 예정인 스튜디오로 가다가 팬 분을 만났다.


흥분한 표정으로 말을 걸어 오셔서, 몸이 굳어졌다.


그가 대응하고 있는 시간이 무한한 세월처럼 길게 느껴진다.

 

걷는다, 한 발짝.


째깍, 째깍.


시계바늘이 천천히 나아간다.

 

17 : ◆km.GW4AuOk [saga] :2014/12/24(水) 21:35:33.76 ID:zzL/XR4Qo

 


걷는다, 한 발짝.

 

까페에서 그와 이야기를 했다.


커피는 못 마신다고 말하고는 코코아를 주문한다.


그러고 보니, 그가 커피를 마시는 걸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오챠즈케(밥 위에 곁들이는 음식의 일종)얘기로 흘러갔던 시간을 떠올리며, 일본 차를 내릴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걷는다, 한 발짝.


째깍, 째깍.


시계바늘이 뛰듯이 나아간다.

 


18 : ◆km.GW4AuOk [saga] :2014/12/24(水) 21:44:12.08 ID:zzL/XR4Qo

 


걷는다, 한 발짝.

 

나의 첫 라이브 스테이지.


무대 옆에서 관객석을 몰래 들여다보았다.


괜찮아, 이제 안 무서워.

 

걷는다, 한 발짝.


째깍, 째깍.


시계바늘이 나아간다.

 


19 : ◆km.GW4AuOk [saga] :2014/12/24(水) 21:53:24.75 ID:zzL/XR4Qo

 


걷는다, 한 발짝.

 

"와아아아!"하는 함성이 나를 감싼다.


감은 눈을 뜨고, 그리고.


괜찮아.


빛의 파도가 나를 지탱해 준다.

 

괜찮아. 한 걸음, 내딛는다.


째깍째깍.


시계바늘이 심장이 뛰는 소리처럼 빨라진다.

 


20 : ◆km.GW4AuOk [saga] :2014/12/24(水) 21:58:17.53 ID:zzL/XR4Qo

 

 

곁에서 함께 걸어 주는 그에게 웃어 보였다.


하지만 그가 있던 곳은, 원래부터 아무도 없었던 것처럼 텅 비어 있어서.


필사적으로 "하얀색"속을 바라보았다.

 

보이지 않는다.


걸음이 멈췄다.

 


21 : ◆km.GW4AuOk [saga] :2014/12/24(水) 22:01:39.51 ID:zzL/XR4Qo

 

 

어쩌면 좋을지 알 수가 없어서 주저앉아 버렸다.


"하얀색"이 허공에서 춤춘다.


쭉, 어디까지고 계속되던 "하얀색"은 어느새 암흑으로 변해 있어서.


눈물이 방울방울 "하얀색"위로 떨어진다.

 


22 : ◆km.GW4AuOk [saga] :2014/12/24(水) 22:13:13.30 ID:zzL/XR4Qo

 

 

어둠 속에서 아래를 내려다본 채 그의 말을 떠올린다.


실패해도 괜찮아.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지만, 그래도 아직 끝난 건 아니야.

자, 웃어 보렴.

 


23 : ◆km.GW4AuOk [saga] :2014/12/24(水) 22:14:38.72 ID:zzL/XR4Qo

 

 

눈물을 흘리면서, 그래도 똑똑히 웃었다.


그가 칭찬해 준 이 미소.


똑, 하고 새로운 눈물 방울이 "하얀색"에 빨려들어간다.

 


24 : ◆km.GW4AuOk [saga] :2014/12/24(水) 22:15:04.42 ID:zzL/XR4Qo

 

 

그 순간, 눈물 방울은 빛줄기로 바뀌고… 암흑의 끝을 가리켰다.


째깍째깍 귀에 익은 시계 소리.


시계를 눈 높이로 들고 바늘을 바라보다 나도 모르게 눈을 크게 떴다.


계속 움직이고 있었다.


내가 걸음을 멈추고 있었을 때에도, 이 시계는, 계속.

 


25 : ◆km.GW4AuOk [saga] :2014/12/24(水) 22:15:36.61 ID:zzL/XR4Qo

 

 

일어서서, 조금 걸어 본다.


아주 살짝, 되돌아 본다.


계속, 계속해 이어진 발자국.


"하얀색"위에 남은, 나와 그가 걸어 온 궤적.

 

한 발짝, 걷는다.


째깍, 째깍.


마음 때문인지 무거웠던 바늘이 경쾌히 나아간다.

 


26 : ◆km.GW4AuOk [saga] :2014/12/24(水) 22:16:08.56 ID:zzL/XR4Qo

 

 

한 번 더 뒤돌아본다.


손으로 땅을 짚으며 넘어졌던 곳도.


마음 졸이며, 방향도 정하지 못하고 무작정 나아갔던 곳도.


앉아서 쉬었던 곳도.


목적지를 확인해 가며 느긋하게 걸었던 곳도.


전부, 전부 확실히 "하얀색"위에 새겨져 있어서.


괜찮아.
내딛을 수 있었어.


괜찮아.
걸어갈 수 있어.

 


27 : ◆km.GW4AuOk [saga] :2014/12/24(水) 22:17:11.39 ID:zzL/XR4Qo

 


걷는다. 한 발짝.


그리고 다시 만났다.


다시, 둘이서.


또 다시, 한 걸음씩.


째짝, 째깍.


시계바늘이, 나아간다.

 


28 : ◆km.GW4AuOk [sage] :2014/12/24(水) 22:17:39.45 ID:zzL/XR4Qo

 


졸문을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크리스마스 선물로 '째깍째깍' 유키호 솔로 버전 주세요.


유키호, 생일 축하해.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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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거 작년에 유키호 생일 축하용으로 번역한 건데... 어쩌다 올릴 타이밍을 놓쳐서 지금 올립니다.

게을러터지고 못난 프로듀서라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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