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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코 「아홉 번째 발렌타인」

댓글: 8 / 조회: 1565 / 추천: 4



본문 - 05-04, 2017 01:00에 작성됨.

비야님께서 번역하신 아이코 「첫 번째 발렌타인」 의 후속작입니다.



1>> 2015/03/17


 내가 대학을 졸업하고, 아이돌도 은퇴하고 나서, 이제 곧 2년이 다 되어 간다.
 이 카페에서 일하기 시작하고 나서는, 2년 반쯤.
 은퇴 뒤에 하고 싶은 일이 발견될 때까지만 하려고 생각했었지만, 이 일은 의외로 나에게 잘 맞는 것 같았다.
 지금은 웨이트리스 일만 하는 게 아니라, 요리나 제과도 공부해서 가끔 가게에 내기도 한다.


「안녕하세요ー!」

「어서 오세요, 미오 쨩」


 이 카페에 좀 특이한 점이 있다면, CG프로덕션 사람들이 자주 손님으로 온다는 거다.
 내가 일하기 시작하고 나선 단골이 된 사람들도 있다.


「주문을 정하시고, 다시 불러 주세요」

「벌써 정해 뒀어. 치즈 케이크 하나랑 오렌지 주스 하나, 그리고 아 쨩 하나!」

「치즈 케이크 하나와 오렌지 주스 하나네요. 저는…… 아주머니?」

「미오 쨩도 좀 오랜만에 왔으니까, 아이코 쨩도 쉬고 오렴」

「감사합니닷. 잠깐만 기다려 주세요, 미오 쨩」


 에이프런을 벗고, 일단 가게 안으로.
 이런 손님이 오면, 가끔은 나도 휴식 시간을 받아서 함께 이야기하기도 한다.
 별로 바쁘지 않을 때만 쉬긴 하지만, 좀 자주 있는 일이라 죄송한 기분이 든다.


「그럼, 바빠지면 다시 일할 테니까요」

「너무 신경쓰지 않아도 괜찮단다. 그런 것보다 이걸 가져가렴, 아이코 쨩. 홍차를 타 뒀어」

「감사합니다」


 지금은 평상시보단 한가하니까, 조금 길게 이야기할 수 있으려나.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치즈 케이크와 오렌지 주스입니다」

「오오, 맛있어 보여! 자자, 드세요드세요」

「미오 쨩, 그거 내 대사인데」


 미오 쨩은, 좋은 의미로 옛날이랑 달라진 게 없다.
 15살 때, 모두의 리더였던 그 때와 마찬가지로 아직 아이돌로 활동하고 있다.
 최근엔, 아이돌 연예인이라고도 불리게 돼 버렸는데.
 버라이어티를 중심으로 꽤 인기다.


「요즘이 제일 바쁠지도 모르겠다니까ー. 시간이 좀처럼 안 났다구」

「그 정도야? 옛날보단 좀 나아졌다고 생각했는데……」


 제일 바빴던 건, 뉴 제네레이션의 인기가 최고조에 달했을 때쯤.
 사무소가 커지고, 일도 많이 들어와서, 눈이 빙빙 돌 정도로 바빴었다.


「그렇긴 한데, 나도 언니라고 할 만한 나이가 돼서 그런지, 본격적으로 패션 그룹을 이끄는 듯한 입장을 맡게 돼 버려서」

「아아, 다들 자유분방한걸……」


 옛날에도 미오 쨩이 리더가 되고, 난 서포트를 하고 있었다.
 그 때랑 비교해선 아이돌들이 새로 들어오기도 하고, 은퇴해서 나가기도 했지만, 패션은 여전히 자유롭고 기운이 넘치는 모양이다.


「아코 쨩도 도와 주는 게 아니었던가?」

「츳치는, 있지…… 응……」


 아코 쨩도 착실한 성격이고, 분위기 정리하는 건 잘 할 것 같은데.


「가끔, 돈이 관련되면 폭주해 버리니까. 아 쨩이 있었던 시절이 그립다구~!」

「아하하…… 앗, 미오 쨩 테이블 너머로 안겨들면 안 된다구! 케이크랑 음료가 위험하니까!」


 연상인데도 자유로운 사람들이 많았었다고 생각해. 착실히 일은 하지만, 그러다가 고삐가 풀린다고 해야 할까.
 ……미오 쨩도 포함해서.


「아아, 전우(친구)여…… 왜 내 곁을 떠나가 버렸는가……」

「친구여라니, 어쩐지 소년만화같은 말투네」

「이건 남동생의 영향이야…… 어쨌든, 나랑 아 쨩의 관계는, 잘 생각해 보면 전우지」

「전우?」

「그 패션의 혼란을 함께 정리한 아쨩이랑은, 「전우」 라고 쓰고 「친구」 라고 읽는 관계라고 해도 과언이 아냐!」

「전우라아…… 응. 확실히 그건 전쟁에 가까웠어」


 미오 쨩이랑은 같이 한 일이 많았으니까, 전우는 딱 맞는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참고로, 아 쨩이랑 시부린은 『강적』이고, 아 쨩이랑 시마무는 『친우』 라고 쓰려나」

「으응, 그것도 잘 어울리네」

「그 중에서도! 전우랑은 헤어지면 안 되는 거였다구……」

「미오 쨩, 그렇게 고생이야?」

「응. 다들 아슬아슬하게 공격해 오니까, 언제 선을 넘을지 조마조마하다구. 아 쨩에게 치유받고 싶어」

「그래, 착하지 착해?」


 미오 쨩과는, 쭉 이런 식의 대화를 주고받아 왔다.
 오랜만이라서, 조금 그리웠다.


「아ー 진정되네ー……그래도, 지금은 가라앉았어도, 아 쨩도 꽤 대단했었지」

「지금은 자각하고 있어……」

「제일 처음에 히놋치를 따라갔던 시점에서 깨달았어야 했다구」

「즐거워서 무심코 해 버렸을 뿐이라구욧」

「즐거운 정도로 키라링이랑 해피해피☆ 할 수 있는 거야?」

「우으, 그런 일도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아니, 미오 쨩도 똑같잖아?」

「그렇다고도 말할 수 있지! 다들 모여들어 오니까 어느새 이런저런 취미 특기가 늘어났어」


 미오 쨩은 스스로 움직여서, 나는 모두가 다가와서,
 정말 이런저런 일을 했었구나아. 지금도 몇 가지는 취미삼아 하고 있다.


「최근에도 많이들 여기 와 줘서, 휴일엔 이것저것 하고 있어」

「요즘은 뭐 하고 지내?」

「후미카 씨나 사오리 씨랑 도서관이나 서점 순회하면서 독서도 하고, 다음엔 메이코 씨랑 히나코 쨩하고 같이 여행 가기로 했어. 메이코 씨가 취재하는 김에 관광도 하고 오자고 권유받아서」

「이, 이게 여자력이란 것인가……!」


 미오 쨩이 테이블 위에 푹 엎드려 버렸다. 이건, 쿡쿡 찔러 주는 게 좋으려나?


「미오 쨩은 뭐 하고 지내?」

「……마라톤 대회에 참가한다든가」

「이번에 게스트 참가랬었지」

「사치코 챌린지랑 보노노 챌린지의 게스트라든가」

「둘 다 골든타임 방송이지. 보고 있어」

「전통 의상 입고 유럽 축제에 날아가거나」

「그건 정기적으로 하고 있지」

「나탈리아의 아마존 생활!」

「브라질엔 작년에 갔었던가?」

「조만간 열탕에 밀려떨어질 것 같다구」

「어라? 아직 안 했었어?」

「엣……?」

「……미오 쨩의 프로듀서는 열혈이니까. 어쩌면, 언젠가 그런 일이 있을지도 몰라」


 가끔 잊어버릴 것 같지만, 미오 쨩의 본업은 아이돌이었지.


「지금 『그러고 보니 아이돌이었지』 라고 생각했지!」

「그게…… 그러고 보니 아이돌 예능인이었구나, 하고……」

「아니라구! 백 보 양보해서 예능인이 붙어도, 난 예능인 아이돌이야!」


 순서가 그렇게 중요한 걸까……?


「순서가 중요한 거라구!」

「그, 그렇게나 내 생각은 읽기 쉬운 거야?」

「물론! 지금부터 아 쨩에게 순서가 얼마나 중요한 건지 가르쳐 주도록 하지!」


 그렇게 말하고, 지시봉을 휘두르는 흉내를 낸다. 낸 것 같다.


「우선 알기 쉬운 예시로, 우사밍! 캐치 카피는?」

「노래하고 춤추는 성우 아이돌, 이었지」

「바로 그거지! 여기서 중요한 건, 아이돌이 뒤에 붙어서 성우 속성의 아이돌이 되는 거라구!」

「하, 하아……?」


 그것도, 뭐가 다른 걸까.


「성우 아이돌이나 아이돌 성우나 똑같은 거라고 생각하고 있지?」


 오래 사귄 친구끼리는 이렇게 마음을 읽을 수 있는 건가?


「그게, 나나 씨는 아직 성우도 아이돌도 현역이니까……」

「우사밍 성의 우사밍 왕국 공주님은, 왕국 국민도 늘었고 세상에서 제일 귀엽긴 한데…… 알기 어려운 예시인가아」

「부자 함께 우사밍 성인인 사람들도 늘고 있댔지?」


 나나 씨는 아직도 17세 그대로, 계속 현역이다.


「그럼 그거야! 예전 니나 쨩! 인형옷 아이돌이랑 아이돌 인형옷은 다르잖아!?」

「아, 그러네. 확실히」


 어디까지나 아이돌이 메인이라는 걸까.


「그러니까 순서가 중요한 건데…… 왜 이런 얘기가 됐을까」

「의외로 시작부터 그랬던 것 같아」

「뉴제네에 있으면 바보짓 해서 시부린에게 태클 걸리거나, 시마무가 바보짓할 때 얹혀서 같이 바보짓 하고 싶어지잖아?」

「그게 원인이었구나……」


 그 시절부터 버라이어티에서 활약하고 있었고, 그 뒤에도 자주 불려 나가고 있었으니까.


「10년 전부터 포기했어야 했던 걸까…… 아, 시간 다 됐네」

「일이 또 있어?」

「그래그래! 드라마에 나오게 됐어!」

「축하해! 조금 오랜만이지?」


 미오 쨩은, 이런 식으로 아이돌다운 일도 하고 있다.
 이런저런 방송에 나오고 있으니까 인상은 강하지 않지만.
 정말, 아쉽게도.


「음, 그렇긴 하지. 이번에 시작하니까, 꼭 봐야 해!」

「응. 챙겨 볼게」


 내 휴식 시간도 끝이구나.


「그럼, 계산할게」

「치즈 케이크와 오렌지 주스, 850엔입니다」

「자, 노구치 씨」

「1000엔 받았습니다…… 거스름돈 150엔 드리겠습니다」

「고마워! 그럼, 담에 봐~」

「감사합니닷」


 오랜만에 이야기할 수 있어서 즐거웠다.
 이제 다시 일해야지.


「늦었어요. 바로 일할게요」

「아이코 쨩을 보러 오는 손님도 많으니까, 가끔 쉬는 것 정도는 신경쓸 필요 없는데」

「그렇게 말씀하셔두요……」


 역시, 업무 시간에 쉬면 죄책감이……
 그렇지 않아도, 은퇴하고 나서 바로 취직했다는 것만으로도 민폐를 끼치고 있는 셈인데.


「처음 왔을 때랑 비교하면, 좀 쉬는 건 민폐 축에도 안 든단다」

「우으…… 죄송합니다……」

「그리고, 우리 가게는 그 정도로 기울 만큼 약하지 않으니까. 이상한 일만 안 일어나면 앞으로 100년은 버틸 수 있을 거야」

「그건 의심한 적도 없어요」

「그러니? 그럼 괜찮은데. 그럼, 이제 일하자」

「네에」





 딸랑, 하고 문에 붙은 벨이 울렸다.


「어서 오세요…… 린 쨩?」

「아이코, 오랜만이야. 시간 괜찮아?」


 본 적 없는 변장이었으니까 자신감이 아주 조금 부족했지만, 이런 미녀를 잘못 볼 리가 없지.
 지금에서야 생각하는 거지만, 변장도 안 하고 온 미오 쨩은 좀만 더 조심하자……


「마침 자리가 비었어요. 이 쪽 자리로 오세요」


 린 쨩도 바빠서, 정말 오랜만이다.


「주문을 정하시고, 다시 불러 주세요」

「그럼, 지금 괜찮지? 초콜릿 케이크랑 핫 티로. 그리고, 아이코 하나」

「초콜릿 케이크 하나랑 핫 티 하나네요. 그리고, 또 나……?」

「응. 미오가 이렇게 하면 된다고 말했어」


 어쩐지 그럴 것 같긴 했는데. 나를 덤으로 주문하는 건 어떨까 싶다.


「안쪽에 물어 봐야 할 것 같아」

「안 돼도 괜찮으니까」


 미오 쨩이 오고 나서 며칠 안 지났는데. 괜찮을까나.


「죄송합니다. 또, 인데요……」

「이번엔 린 쨩? 혼자서 오는 건 처음이네. 괜찮으니까 다녀오렴」

「죄송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저 쪽도, 비는 시간에 와 주는 거니까」

「그렇지만요…… 그럼, 다녀올게요」

「오래 기다리셨어요」

「아이코도 같은 걸로 했구나」

「린 쨩 걸 보다가, 나도 먹고 싶어져 버려서」

「그렇구나. 오늘 홍차는 뭐야?」

「다즐링이랑 앗삼 블렌드야. 그리고 위스키 조금. 오늘 초콜릿 케이크에는 이 차가 어울린대」

「그렇구나…… 응, 맛있네」

「초콜릿이랑 같이 먹으려면, 풍미를 방해하지 않는 게 중요하지」

「응. 아저씨 솜씨가 좋으시니까. 최근엔 아이코의 프로듀서도 잘 타는데」

「에, 그 사람은 뭘 하고 있는 거야……」


 내가 은퇴하고 나서도, 아직 프로듀서로 일하고 있다. 지금은 그럭저럭 승진했다…… 는 것 같다.
 그건 어쨌든, 왜 홍차 타는 걸 연습하고 있는 걸까.


「모모카 같은 아가씨들한테 배워서, 지난 번에 합격 평가도 받았어」

「프로급 선생님들한테 배우는구나……」


 그 사람은 뭘 하려는 걸까. 그러고 보니, 요리도 연습하고 있었던 것 같은데……


「뭐, 하고 싶어서 하는 걸 거야, 분명」

「그러려나? 프로듀스 업무는 괜찮을까」

「후후, 아이코는 걱정이 너무 많아. 제대로 하고 있는 것 같으니까」

「그럼 괜찮은데」


 일단 성실한 사람이란 건 알고 있는데도, 걱정된다.
 이것저것 손대다가 무리하진 않을까, 어떻게든 신경이 쓰여 버린다.


「그러고 보니, 린 쨩 새 싱글 발매했었지. 한 번 더, 랭킹 2위 축하해」

「고마워. 이번에도 납득할 수 있는 녹음이었다고 생각해」


 린 쨩은, 지금은 가수를 메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뉴 제네레이션이란 유닛은 아직도 남았지만, 미오 쨩도 우즈키 쨩도, 주로 솔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만큼, 가끔 유닛으로 활동할 땐 아직도 인기가 많다.


「린 쨩은, 예전부터 노래에 타협이 없었지」

「아이돌을 시작했을 때 제일 즐거웠던 게 노래였으니까. 좋아하는 건 완벽하게 하고 싶기도 하고」

「대단해. 난 노래도 어중간했으니까」

「아이코는 마지막까지 아이코다웠는걸. 아이돌로서 존경했었어」

「그것만큼은 자신감을 갖고 말할 수 있으려나」


 모두에게 미소를 보낸다는 목적은, 마지막까지 관철해낼 수 있었다.
 내가 동경했던, 내가 닮고 싶었던 아이돌은 아직도 현역이지만.


「있지, 아이코는, 왜 아이돌을 그만둔 거야?」


 한동안 침묵이 흐르고 나서, 조금 눈을 피하며, 린 쨩은 그렇게 말했다.


「그건…… 갑자기 왜 그래?」


 가게에 들어왔을 때부터, 평소랑은 좀 달랐으니까.
 뭔가 이야기할 게 있을 거라곤 생각했지만.


「2년 전엔 바빠서 이야기할 짬이 없었고, 그 뒤에는 어쩐지 말을 꺼내기가 어려워서. 우즈키나 미오에게는 이야기했다는 것 같은데, 물어 봐도 본인에게 직접 들으라고 말해서…… 그 무렵의 아이코였다면, 좀 더 계속할 수 있지 않았어?」


 린 쨩과 유닛으로 활동하던 미오 쨩이나 우즈키 쨩과는 달리, 린 쨩에게는 이야기하지 않았었다.
 커다란 사무소였으니까, 은퇴할 때 사무소 사람들 모두랑 이야기하는 건 아무래도 무리였지만, 가게에 와 줬을 때 이렇게 이야기했던 적도 있다.
 하지만, 린 쨩은 좀 심각해 보인다. 공식 발표랑 거의 다를 거 없는 이유인데……


「그 때 말했던 거랑 다를 건 없어. 할 수 있는 건 다 했고, 여기서 끝내고 다음 길로 나아가고 싶다는 거」


 은퇴하기 좀 전, 스무 살이 됐을 때부터 생각하던 마지막 순간에 대해서.


「나는 중간 규모 정도 되는 활동을 주로 했었잖아?」

「응. 팬과의 교류를 중시했었지」


 커다란 스테이지에 서는 것보다는, 인원수가 적은 이벤트나, 라디오로 교류할 수 있도록.
 그게, 내가 되고 싶은 아이돌을 목표로 활동해 나가는 방침이었다.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팬도 순조롭게 늘고 있었다.


「내 이벤트를 쭉 기대해 주던 팬 분들은 많았으니까. 아마, 지금까지도 계속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네」


 7년간 응원해 주시고, 지금 여기에 손님으로 와 주시는 분들도 있다.
 아이돌 계속 했으면 좋았을 텐데, 하시며 아껴 주시는 것도 정말 감사하고 있다.
 그래도――


「그래도, 가수나 배우처럼 다른 길로 나아가지 않는 이상, 어디선가 은퇴해야만 했어. 쭉 연예계에 남는다고 해도, 아이돌은 그만둬야 하는 거였으니까」


 그렇게 되면, 문제가 되는 건 어디서 그만둘 것인지.


「이제 아이돌로서 새로운 걸 시작해야만 하는 시기. 팬 분들이 납득해 주실 시기. 이 이상의 인기를 보장할 수 없는 시기. 그리고, 내가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데 딱 좋은 시기. 이런 걸 고려해 봤을 때, 대학 졸업과 동시에 은퇴하는 게 괜찮을까 해서」


 활동 기간이 길었으니까, 은퇴하는 방법도 많이 봤었다.
 사무소의 의향도 그랬지만.
 나 자신이, 납득이 될 만한 구별을 지어 놓고 싶었던 것도 사실.


「칼럼이나 카메라로 계속하는 방법도 있었지만, 한 번 연예계에서 완전히 떨어져 보고 싶었어. 여기서 일하게 될 거라곤 생각 못 했는데」


 여기까지 이야기하니, 린 쨩은 긴장을 풀었다.


「고마워. 꽤 평범했구나」

「그러니까, 공식 발표한 이유랑 다를 것도 없었다니까 정말」

「응. 그랬긴 한데…… 다음에 우즈키랑 미오 혼내 주러 갈래」

「저기,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린 쨩, 꽤 화난 것 같은데……


「우즈키…… 는 제쳐 두고서라도, 요즘 그 미오에게 아이코가 어떤지 물어보면 자꾸 심각하다는 것처럼 말했으니까! 그 때까지는 공식 발표를 믿고 있었는데, 그것 때문에 불안해져서」

「아ー, 미오 쨩 내가 상대였으니까, 꽤 심한 농담을」

「나 상대라서 더 그랬을 거라고 생각해. 이상한 착각을 해 버렸잖아. 부끄러워」


 이건 뒷처리가 힘들 것 같아, 미오 쨩.


「그래도, 걱정해 준 거지? 고마워, 린 쨩」

「……뭐, 일단은」


 여전히, 이런 건 서투르고, 솔직하지 못한 아이다.


「린 쨩이랑 이렇게 얘기한 적은 별로 없으니까」


 유닛이 다르면, 어쨌든 기회가 많지 않다.
 여럿이 같이 이야기한 적은 많았지만.


「그러네. 단둘이 이야기할 일은 별로 없었지」

「그래도, 린 쨩은 알기 쉽지. 잔걱정도 많고, 의외로 열혈이고, 부끄럼도 많이 타고」

「증말, 아이코까지 놀리려는 거냐구…… 어쨌든, 안심했어」


 미오 쨩이 놀리고 싶어하는 것도 알 것 같네.


「불평은, 미오 쨩이랑 우즈키 쨩에게 부탁드립니다ー」

「뭐야 그게. 뭐 그럴 건데」

「응. 그렇게 해 주세요. 오늘은 오랜만에 태클 걸어 주는 사람이 왔으니까, 나도 바보짓 좀 해 보고 싶었는데」


 무거운 이야기가 돼 버린 건 좀 불만스러울까나.


「그 불평도 미오랑 우즈키한테 말하라구」

「네ー에. 다음에 만나면 말할게」

「맞다, 아이코의 프로듀서 말인데――」

 
 이야기가 잠깐 잦아들었을 때, 린 쨩이 화제를 돌렸다.
 무슨 일이 더 있었던 걸까.


「조만간 사내에서 꽤 큰 인사 이동이 있지 않을까, 하는 소문이 있는데. 아이코는 뭐 들은 거 없어?」

「나는 아무 것도 못 들었어. 사내에서 이야기 못 할 걸 나한테 말해 줄 거 같지도 않구……」

「그렇구나. 모르면 됐는데」


 그런 소문이 있었구나.
 은퇴한 지금 와선, 사무소의 내부 사정까지는 모른다.


「그래도, 경영은 순조롭댔지? 그럼, 승진 같은 거 아니려나……」

「그거랑은 또 느낌이 좀 다른 거 같은데…… 숨길 일이라면 이상하게 파헤칠 것도 아니긴 하지」

「그러네. 괜히 파헤칠 필욘 없을지도」


 사장님께 맡겨 두면, 나쁜 일은 안 일어날 거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정보를 다루는 데 신경을 쓰는 일이니까, 보이지 않는 부분이 있어도 어쩔 수 없는 거고.


「그럼, 다음 스케줄도 있으니까」

「네. 그럼 이 쪽으로……」


 잡담…… 치곤 무거웠지만, 린 쨩이랑 이야기할 수 있어서 즐거웠다.


「초콜릿 케이크와 핫 티, 930엔입니다」

「……응」

「930엔 받았습니다」

「오늘 대화, 즐거웠어」

「나도. 다음 스케줄은 뭐야?」

「가요 방송. 시간 나면 봐봐」


 오늘 방송이라면…… 꽤 큰 방송 아니었나?


「알았어. 여유 있으면 볼게」

「응, 잘 부탁해」

「그리고, 또 느긋하게 이야기하러 와야 해?」

「……오늘은 평범한 이야기를 못 했으니까. 조만간 또 올게」

「약속이야?」

「응. 그럼, 또 봐」

「감사합니닷」


「오래 기다리셨어요」

「좀 더 이야기하고 오지 그랬니」

「아저씨…… 아무리 그래도 그건 너무 죄송해요. 린 쨩도 일이 있구요」
 
「그건 그렇고, 그 녀석도 꽤 능숙해졌다는 것 같구만. 다음에 또 시켜 볼까」


 평소에는 엄격하시지만…… 내겐 어쩐지 무르시다.
 그만큼, 그 사람에겐 더 어렵게 대하시지만.


「너무 무리한 일을 시키시면 안 돼요?」

「알고 있다니까. 걱정 안 해도 돼」

「그런 게 아니라요. 그냥, 오래 알고 지낸 사이니까……」

「그런 거였나? 뭐 상관은 없는데」


 방심하면 꽤 곤란한 일을 저지르기도 하니까, 걱정하는 것도 당연하다.
 이런저런 의미로, 좀 더 침착해지면 좋을 텐데.


「좋아. 그럼, 주방 쪽을 도와 줄래」

「네에. 지금 갈게요」





「어서 오세요」

「안녕하세요, 아이코 쨩!」

「이 쪽 자리로 오세요」


 오늘도 좋은 날씨. 점심 시간도 막바지가 다가와서, 가게 안에 여유가 생기기 시작했다.


「주문을 정하시고, 다시 불러 주세요」

「페페론치노 하나랑, 아이코 쨩 하나 부탁드려요♪」

「그럴 거라고 생각했어, 우즈키 쨩」

「어머, 역시 들켰어?」


 깜짝 놀랄 만한 손님은 아니었다.
 미오 쨩만 왔다면 모를까, 린 쨩까지 왔는데 우즈키 쨩이 안 올 리가 없으니까.


「미오 쨩이랑 린 쨩에게 치사하다고 말해서 곤란하게 만들었지?」

「그, 그런 것까지 아는구나……」

「평소대로니까. 우즈키 쨩이 오면 잠깐 쉴 수 있게 해 달라고 부탁해 뒀으니까. 잠시만 기다려 줘」

「응, 고마워」


 아주머니를 바라보니, 웃는 얼굴로 끄덕여 주셨다. 그걸 확인하고 나서 주방으로 들어간다.
 만들어야 하는 건 페페론치노 2인분. 우즈키 쨩이 왔을 땐 여유가 있으면 내가 만들기로 돼 있다.
 옛날부터 연습했었으니까, 자신감을 갖고 대접할 수 있는 메뉴 중에 하나다.


「오래 기다리셨어요」

「아이코 쨩도 같이 먹을 거야?」

「나도 아직 안 먹었으니까」


 마침 좋은 기회니까, 지금 먹기로 했다.
 만드는 김에 다른 주문들도 처리했으니까 조금 기다리게 해 버렸지만.


「역시 맛있어♪」

「우즈키 쨩 덕분에 꽤 연습했으니까. 실력이 그렇게 녹슬진 않아」


 옛날부터 우즈키 쨩이 좋아하는 음식이었다.
 스스로 만드는 것도 맛있지만 누군가가 만들어 주는 게 더 맛있다고 해서, 내가 만들어 준 적도 꽤 많았다.


「만족스럽긴 한데, 오늘 케이크까지 못 먹는 게 아쉬워……」

「우즈키 쨩도 또 오면 되니까. 그래도, 바빴댔지……?」


 우즈키 쨩은 아직도 아이돌로 활동하고 있다.
 스물다섯 살이 된 지금도, 왕도 아이돌의 상징이다.
 내가 동경했던, 모두를 미소짓게 하는 아이돌은 지금까지도 변함없다.


「지금은 곧 있을 발렌타인 이벤트를 준비하느라 스케줄은 적으려나. 그만큼 초콜릿을 만들어야 하긴 해도」

「아아, 매년 인기 있는 이벤트인걸」


 우즈키 쨩의 발렌타인 이벤트는 수제 초콜릿을 나눠 주는 게 메인이다.
 이벤트 규모가 작으니까, 경쟁률은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우즈키 쨩의 인기도 그렇지만, 해마다 초콜릿의 퀄리티가 올라가고 있는 것도 인기의 이유 중 하나다.


「아이코 쨩은 어떻게 지내?」

「가게에서 팔 초콜릿을 만들어야 하니까, 곧 바빠질 거야」

「여기 초콜릿도 인기 많은걸. 올해도 선물하는 건 직접 안 만들 거야?」

「우응, 역시 평소대로 가게 되려나」


 발렌타인 시기엔 가게 초콜릿을 만들어야 하니까, 내가 선물할 몫은 그러는 김에 간단하게 만들고 있다.
 상품으로 내는 것들처럼 공을 들일 수는 없고, 애초에 그럴 시간도 없다.


「그렇구나. 조금 아쉬울지도」

「여유 있을 때, 만들어 달라고 얘기만 하면 언제라도 만들어 줄 텐데……」

「발렌타인은 특별하다구! 아이코 쨩도 알고 있잖아?」

「그, 그렇긴 한데……」


 이 시즌은 판매 경쟁이 중요하다는 의식이 강해진 것 같다.
 혹시, 아이돌로 활동하던 시절에 오히려 더 신경쓰고 있었던 건가……?


「혹시, 프로듀서 씨에게도 하는 김에 만든 걸 주려는 거야?」

「그러니까……」


 어쩌지, 할 말이 없어.


「하아…… 그렇게 오래 신세졌는데. 슬슬 일도 익숙해졌으니까, 조금 고민해 보는 게 어때?」

「네에……」


 실제로, 아이돌로 활동하던 7년 동안, 그리고 아이돌을 그만두고 나서 2년 동안은 신세지고만 있을 뿐이다.
 담당 아이돌로서 프로듀스를 받고 있을 때는 물론이고, 은퇴한 뒤의 취직 자리로 이 카페를 소개받은 것도 그렇다.
 알려졌던 아이돌이 일할 수 있는 장소는 한정돼 있다.
 평범하게 일할 수 있고, 내가 일해서 생기는 트러블도 신경쓰지 않으신다고 해 주시는 이 가게 분들께는 감사한 마음뿐이다.


「음, 좋노라」


 우즈키 쨩이 과장스럽게 끄덕인다.


「그러고 보니, 얼마 전에 린 쨩한테 혼나지 않았어?」


 미오 쨩이 울면서 말했었는데, 우즈키 쨩은 어땠으려나.


「꽤 혼났어……」

「린 쨩도 안 봐 줬구나」

「직접 말해 주기 전에 들켜 버렸으니까」

「너무 놀리면 안 돼?」

「네ー에. 다음 대형 라이브에 뉴 제네로 참가하게 돼서, 귀신 중사 린 님께 혼나고만 있다구……」


 린 쨩, 평상시보다 좀 더 엄격하게 하고 있는 거려나.


「아이코 쨩은 요즘 어때?」

「이제 확실히 익숙해졌으려나. CG프로 아이돌들이나, 아이돌 시절의 팬 분들도 와 주시고, 단골 손님도 많아졌으니까. 즐겁게 일하고 있어」

「카페에서 일하는 게 역시 아이코 쨩에게 잘 맞는 걸까?」

「그렇지. 여기서 쭉 이대로 일하는 것도 괜찮겠네에」


 아이돌과 다음 일 사이에 잠시 할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나랑 잘 어울리는 일이었나 보다.
 계속 일해도 괜찮다는 말도 들었으니까, 언제까지나 여기 남아 있을 것 같다.


「이것도 괜찮다고 생각해. 아이코 쨩다워서」

「당분간은 그럴 생각이야. 끌려가듯이 계속하지는 않으려고 하는데」


 슬슬, 또 앞날을 생각해야 할 시기가 온 거려나.


「아, 맞다. 린 쨩한테서 프로듀서 씨 얘기 들었다며?」

「응. 인사 이동이 있다는 소문이라던데」


 우즈키 쨩은 아직도 프로듀서 씨 담당이니까, 린 쨩보다 자세히 알지도 모른다.


「그런 이야기가 나도는 것도 어쩔 수 없으려나. 아마, 그 소문은 정말인 것 같아」

「그래? 어떻게 될까」


 대규모 인사 이동은 지금까지 한 번 있었던 기억이 난다.
 그 때부터 꽤 오래 지났으니까, 있을 법도 하려나.


「어쩌면, 내 담당도 그만두시게 될지두」

「……엣?」


 한 순간, 들은 말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우즈키 쨩 담당을 그만둔다니, 그런 건 생각해 본 적도 없었으니까.


「그럴 수 있는 거야?」

「전체 관리나, 신인 담당, 아니면 스카우트 파트로 이동. 승진 취급이라고는 생각하는데…… 내 활동도 이제 와선 안정적이고」


 데뷔 때부터는 아니지만, 여태까지 대부분의 기간 동안 프로듀스받아 왔다.
 당연히, 우즈키 쨩을 가장 잘 프로듀스할 수 있는 사람이란 거다.
 최근에 활동이 안정되고 있다는 건 알겠지만, 앞으로 남은 활동 기간이나 나이를 생각하면 전체 관리는 어렵지 않으려나?


「그럼, 우즈키 쨩의 담당이 될 수 있는 사람이라도 있어……?」

「다른 프로듀서님들도 떠나는 게 아니니까, 아마 괜찮을 거라고 생각해. 인원은 계속 늘리고 키워 왔으니까」


 우즈키 쨩의 프로듀서란 건, 일종의 지위 같은 거다.
 그걸 어느 방향으로 사용하려는 건지…… 어떻게 될까.


「슬슬 개편해야 할 시기라는 거구나……」

「사실은 어떻게 될지, 대충 예상은 하고 있어」


 우즈키 쨩, 알고 있으면 알려 줘.


「그럼, 어떻게 되는 건데?」

「그건 대외비랍니다♪」


 검지를 입술에 대고, 윙크를 보내 온다.
 귀엽긴 한데……


「정말정말 신경쓰이는데?」

「비밀이니까? 그건 그렇고, 이제 적당히 그 겁쟁이도 각오해야 할 텐데」

「그게, 누구 얘기야?」

「연애담도, 지나치게 많이 들으면 좀 화나지」

「그런 이야기가 돌아?」


 은퇴한 사람들의 그런 이야기가 도는 경우가 가끔 있다.
 우즈키 쨩이 들을 만한 소문이라, 대체 누굴까.


「거창한 건 아닌데…… 이제 슬슬 그것도 끝날 것 같고」

「그래?」

「응. 이것도 조만간 알게 될까나?」

「하아…… 잘은 모르겠는데, 그럼 기다려 볼게」


 이런 태도라면, 절대 말해 주지 않겠지.
 우즈키 쨩만 즐기고 있는 건 좀 불만이다.


「그러고 보니, 프로듀서 씨가 또 이상한 걸 하고 있어」

「또? 이번엔 뭘 하는데?」

「예를 들면, 홍차 타는 연습?」

「그건 린 쨩에게 들었어. 칭찬받을 정도로 잘 하게 됐다던데」

「그리고, 카나코 쨩이랑 과자도 만들고 있어」

「……정말 뭘 하려는 걸까」


 옛날부터 잘 모를 일들을 해 오고 있지만, 그게 일에 도움이 된 적도 많으니까 뭐라 말할 수도 없다.
 홍차에 과자라니, 취미로 여자력이라도 쌓을 생각일까.


「그 외에도, 그런 걸 적당히 하고 있으려나」

「정말 뭘 하려는 거야……」

「그렇게 걱정할 건 아냐. 프로듀서 씨 일은 성실하게 하시니까」

「걱정…… 하고 있다구. 요즘은 집에도 늦게 들어오는 것 같고」


 가게가 닫히기 전에 들르는 날도 줄었다.
 일이 빨리 끝나면, 저녁이라도 먹으러 왔었는데.


「이 시기엔 어쩔 수 없어. 우리 라이브도 들어왔구」

「다음에 느긋하게 이야기해 봐야 하나」


 가끔은 시간을 내 달라고 해도 괜찮겠지?


「그럼, 난 슬슬 갈게」

「스케줄이라도 있어?」

「저녁부터 레슨인데, 아이코 쨩도 너무 오래 쉬긴 그렇잖아?」

「응, 고마워」


 전표를 들고 계산대로 향한다.


「페페론치노 하나, 750엔입니다」

「여기, 750엔이에요」


 슬슬 오후의 휴식을 위해 방문하는 손님이 많아질 시간대다.
 마침 좋을 때 이야기를 맺어 줬다.


「오늘 이야기, 즐거웠어♪」

「나도, 이것저것 들을 수 있어서 재밌었는걸」

「나두, 좋은 이야기를 들어서 만족했어」

「나, 우즈키 쨩에게 뭔가 새로운 걸 이야기하진 않았는데……」

「듣는 사람에 따라서 다른 거야! 그럼, 또 봐」

「응, 또 봐. 감사합니닷」


 우즈키 쨩이랑 이야기하고 나서, 막연하던 부분을 좀 정리할 수 있었다.
 매년 이 시기엔, 나도 바쁘긴 한데……
 올해엔, 뭔가 해 보고 싶다.
 힘들긴 해도, 역시……


「저기, 아주머니…… 올해는 조금만, 여유 시간을 받을 수 있을까요……?」

「……뭐, 안 될 것 없지. 아이코 쨩이 담당한 만큼만 끝내고, 남은 시간은 자유롭게 쓰도록 하렴」

「감사합니닷」


 이제, 평소와는 다른 날로 만들 수 있으려나.


「힘내더라도, 너무 무리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시간은 괜찮으니까, 그렇게 힘낼 일도 없다고 생각하는데요?」

「이건, 큰일이구나…… 자, 다시 일해 볼까」

「네에. 정말로 괜찮은데요……」





「다녀왔어」

「아, 오셨어요」

「준비됐어?」

「됐어요.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발렌타인 데이에 같이 식사하러 가는 것도, 벌써 올해가 세 번째다.
 꽤 시간이 안 나니까, 화이트 데이 때의 답례도 같이 해 버린다는 걸로.
 누가 먼저 말하진 않았지만, 자연스럽게 그렇게 됐다.


「올해도 감사합니다. 시간이 안 날 거라고 생각했어요」

「아ー, 미안해」

「전 괜찮으니까, 무리하시면 안 돼요?」

「몇 번 들은 말인데, 당연히 알고 있지」


 조금 오랜만에, 대화를 나누면서 차로.
 오늘도 내 정위치는 조수석이다.


「안전 벨트 똑바로 메고」

「네ー에」

「왜 웃는 거야」

「아뇨, 변한 게 없다 싶어서」


 은퇴하고 나선, 프로듀서 씨의 차를 타고 이동할 일도 없게 됐다.
 오랜만에 탔는데도, 전혀 변한 게 없다.


「요즘은 어때?」

「어떠냐, 고 하셔도…… 평소대로에요」


 특별히 달라질 것도 없는, 평범한 생활.
 곤란한 일이라도 있을까봐 신경써 주고 있는 걸 텐데.


「발렌타인도 전날까지가 바쁘고, 당일부터는 오히려 손님이 적어지니까요」

「즐겁게 일하고 있는 것 같네」

「네. 이 일에 잘 맞는 것 같아요. 하면 할수록 좋아지는 느낌이 들어요」


 이런 식으로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평범한 일상을 보내는 게 내 행복이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지금은.


「맞다. 오늘 예약한 데도, 맛있을 거라고 생각하긴 하는데……」

「새로운 가게를 찾는 것도 즐겁잖아요. 항상 조사도 완벽하시니까 실패한 적도 없구요. 기대하고 있답니다?」

「책임이 무겁구만」


 그 말을 마지막으로, 차 안에 침묵이 찾아왔다.
 언제나 BGM처럼 켜 둔 라디오 소리만이 흐른다.
 오래 알고 지낸 사람과 함께라면, 이런 분위기도 나쁘지 않다.
 기분 좋은 정적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도 행복한 일이다.


「좋아, 도착」

「감사합니다」


 그 침묵은 목적지까지 계속되었다.
 역시 올해도 조금 세련된 레스토랑이다.
 평소보다 기합을 넣고 옷을 고르긴 했는데.
 예약되어 있어서, 바로 자리로 안내받았다.
 조용하지만, 딱딱한 분위기는 없는 가게다.


「주문은 정하셨습니까?」

「둘 다 고기가 메인인 코스로 할 건데, 괜찮아?」

「괜찮아요」


 음식의 취향은 거의 비슷하다.
 내가, 굳이 따지자면 간이 진한 음식을 좋아해서 그럴 거라고 생각한다.
 내 취향이 남자 같은 걸지도 모르겠지만, 그건 이제 와서 걱정할 일은 아니려나……


「그러고 보니, 또 이런저런 일을 하신다는 것 같던데요. 우즈키 쨩한테 들었다구요?」

「우즈키…… 쓸데없는 짓을……」

「증말…… 뭘 하고 싶으신 거에요?」

「나한테도 이것저것 사정이 있다고. 아마도」

「신부 수업이라도 받으시는 건가요?」

「그거 싫구만. 적어도 집사라고 해 줘」


 둘 다 전혀 안 어울리는데에.


「그런 데 말고도 써먹을 수 있는 데가 있을 거 아냐」

「주부랑 집사 말고도요?」

「야……」

「뭐, 최근엔 그런 취미를 가진 사람도 는다고 하고요. 괜찮지 않을까요?」


 잠깐 안 보고 지내면, 모르는 사이에 이것저것 배워 오기도 하고.
 나도 지지 않도록, 힘내야지.


 서로 요즘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 시간은 느긋하게 흘러간다.
 벌써, 디저트만이 남아 있다.


「그럼, 올해도 발렌타인 초콜릿이에요. 디저트랑 같이 먹어요」

「올해도 고마워」


 그렇게 말하고 받아들어서, 포장을 풀어 나간다.
 지난 몇 번은 그렇지 않았지만, 올해는 긴장해 버렸다.


「어쩐지, 지난번보다 호화로운데」

「……올해는, 따로 만들어 봤어요. 언제나 신세를 지고만 있기도 하고, 감사하단 마음을 전하고 싶어서」

「가게 걸 만드느라 힘들었을 텐데. 정말 고마워…… 응, 맛있네」


 기뻐해 준다면, 잘 됐다.


「모양도 중요하지만, 역시 맛이 더 중요하죠」

「달아서, 좋네 이거」

「단 거 좋아하시잖아요? 다양한 종류의 설탕을 써서 맛을 바꿔 봤어요. 기본적으로는 다 달지만요」

「엄청 맛있다고. 지난번처럼, 가지고 돌아가도 괜찮지?」

「네. 일하시면서 느긋하게 드세요」


 예전부터 일하는 동안엔 단 걸 먹고 있었으니까. 딱 맞는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기뻐하는 것 같다.


「이건 매년 먹고 싶을 정도인데, 힘들겠지……」

「별로 발렌타인 한정인 것도 아니고요…… 시간이 좀 남으면, 간식으로 드실 정도는 만들게요?」

「미안해. 그럼, 가끔씩 부탁하게 해 줘」

「너무 신경쓰지 마세요. 뭘 만들지 고민하는 것도 기대되니까요」


「그리고, 잠깐 상담이라고 해야 하나…… 이야기하고 싶은 게 있는데요……」

「무슨 일이라도 있어?」

「아뇨, 지금 바로, 는 아니긴 해도, 슬슬 앞으로 뭘 할지 고민해야 할 때가 왔다고 생각해서요」


 애초에, 이음새 정도라 생각하고 시작한 일이었다.
 정신차려 보니, 벌써 2년째다.
 이대로 계속 일하든, 다른 길을 찾아보든, 슬슬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가게에서 계속 일할지는, 점장님이랑 이야기해야 하는 거 아냐?」

「그건 그렇긴 한데요…… 그러기 전에, 옛날처럼 상담해 주셔도 괜찮잖아요」


 은퇴할 때도, 결론이 나올 때까지 천천히 이야기를 들어 줬었다.
 이야기하는 사람을 가장 먼저 생각해 주니까, 무심코 응석부리게 된다.


「그래도, 지금은 아무것도 결정 못 했지만, 계속하고 싶은 마음도, 그래도 괜찮은 건가 싶은 마음도 있어서, 잘 모르겠어요」

「그렇게 초조해할 건 없지 않을까? 지금도 평범하게 생활하고 있고, 미래가 불투명한 것도 아니니까 시간 좀 들여도 괜찮잖아」


 수입에 불만은 없긴 한데, 그런 게 아니라……
 나도 뭐가 마음에 걸리는 건지, 아직도 잘 모른다.


「역시 시간을 두고 생각해야 하는 걸까요……」

「지금 상황을 파악하고 나면, 뭘 하고 싶은 건지에 달렸지」

「항상 듣는 말이니까, 알고 있다구요」


 아마, 이대로 카페에서 일하게 될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 이외에, 뭔가가 신경쓰여서……


「조금만 더, 찾아 볼게요」


 평소대로 있으면, 아마 변하지 않는다.
 무슨 일이라도 생기는 게 좋을지도 모른다.
 그게 뭔지, 발견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어쩌면, 답을 찾는 걸 도와 줄 수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정말인가요?」

「아니, 확실히 그럴지는 모르겠는데」

「괜찮아요. 어쩌면 뭔가 힌트가 될지도 모르고요」

「아ー, 그렇지…… 마침 좋은 기회니까, 지금 말해 두는 게 나으려나……」

「그게, 뭔데요? 빨리 말해 주세요」

「저기, 아이코…… 나도, 할 얘기가 있는데――」





元スレ
http://ex14.vip2ch.com/test/read.cgi/news4ssnip/1426581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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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속작은 모바P 『아이코와 신혼 생활』
이걸 하고 싶어서 번역했습니다.

다음 번역작은
1. P 『미호가 자고 있다…』
2. 모바P 『아이코와 신혼 생활』
3. 유키 『기습』

중 하나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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