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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바 유미 「프로듀서에게 꽃다발을」

댓글: 7 / 조회: 1745 / 추천: 6



본문 - 04-15, 2017 22:58에 작성됨.

아이바 유미

플라워 걸 아이돌

타카모리 아이코

둥실느긋 아이돌

 

 

1>> 2017/01/31


프로듀서,


몇 번이고 되뇌어 봐도, 역시 이상한 단어라고 생각해.
카메라맨이라든가, 감독이라든가, 이런 분들의 호칭에 대해선, 알 것 같긴 한데.

그래도 프로듀서는, 언제나 곁에 있어 주는 사람이고,
이 사무소에서만 그런 건지는 모르겠어도, 그렇게 불리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아.
내 담당 P 씨도 그런 사람 중 하나.


 「고마워, P 씨」

 「유미도 수고했어. 느긋하게 쉬도록 해」


P 씨의 차를 타고 돌아가는 길, 정신을 차려 보면 얼마 전에 이사한 집에 도착했어.

――좀 더 천천히 돌아서 와도 좋을 텐데에.

그렇게 생각하는 건 마음 속에서만.
이 사람이 보내 주는 마음을, 절대 무시할 수는 없으니까.


 「그런데 있지, 유미」

 「응?」

 「한 번만, 시험삼아서, 옛날처럼 프로듀서라고 불러 봐 줄래」

 「으응, 싫어」

 「……다른 부탁은 잘만 들어 주면서」

 「그게, 갑자기 『프로듀서』 『아이바 씨』 로 되돌아가는 게, 더 이상하다구?」

 「그건 그렇긴 한데…… 이건, 공사의, 그런 애매한……」

 「연인을 이름으로 부르는 게, 그렇게나 싫어?」

 「그럴 리가 없잖아. 그냥, 어쩐지…… 똑같이 취급하고 싶지 않아. 아이돌과, 보통 여자아이를」


P 씨와 비밀의 교제를 시작한 지, 슬슬 1년째.


린 쨩도, 슈코 쨩도, 아이코 쨩도 모르는 비밀의 관계.
그래도 어쩐지 모르게, 아마 들켜 버린 게 아니려나, 하고는 조금 생각하기도 해.
나도 P 씨도, 별로 거짓말을 잘 하는 게 아니기도 하고.


 「그런 건, 간단하다니까」


P 씨의 손을 잡아 봤어.
딱딱하고 까칠까칠한, 남자의 손.


 「사랑한다고, 제대로 말해 준다면, 나도…… 그렇게 불러 주지 못할 것도 없, 는데」


 「……미안」


P 씨가 고개를 흔들고, 얇게 웃으며, 손을 놓아 줬어.
세상에서 가장 상냥한 이 사람은, 내가 제일 듣고 싶은 말만은 들려 주지 않아서,
치사해. 너무 치사해.
소녀의 마음을 흔들어 놓기만 하면, 이 기분도 시들어 버릴지도 모른다구?


응, 아냐, 지금 건 취소.
마음 속에서 거짓말을 해 버리면, 언젠가 정말로 이뤄져 버릴 것 같아서 무서우니까, 그만그만.


 「잘 자」


멀리 작아져가는 회사 차를 배웅하면서, 자연스럽게 한숨이 나왔어.

평범한 데이트 경험, 없음.
키스, 몇 번 정도.
그 다음은―― 당연히, 일절 없음.


 「……하아」


아이돌 생활은 정말 즐거운데, 아이돌의 입장은 좀 싫어.
그런 어리광은 P 씨에게 전할 수도 없어서, 마음 속에서만 뭉게뭉게, 뭉게뭉게.


 「다녀왔어ー………… 앗」


현관문을 열었을 때 문득 떠오른 게 있어서, 서둘러서 신발을 벗었어.


오늘 아침에, 일광욕을 시켜 준 포인세티아.
아침 그대로 창가에 놓여 있는 그녀는, 조금 기운이 없는 것 같았어.

……미안해.





달달한 꽃다발, 아이바 유미 쨩의 SS입니다
 
 
전작
타카가키 카에데에게서 탈출해라

타카후지 카코의 부케 토스


『한겨울에 피어나는』 에서, 일 년쯤 지났을 무렵의 이야기입니다.
직접적인 성적 묘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 = ― ≡ ― = ―



 「유미 씨, 무슨 일이라도 있었나요?」

 「엣?」


사무소 카페에서 차를 마시고 있는데, 아이코 쨩이 고개를 갸웃거렸어.
무슨 일이냐고 물어도, 으음, 모르겠는데.


 「최근에, 『희미해져 가는 사랑』이라든가, 『당신을 잊지 않아요』 라든갸햐」

 「쉿ー!  쉬이ー……잇!」


당황해서, 아이코 쨩의 입을 막았어.
주위를 둘러보니, 다른 아이들과는 조금 거리가 있어서,
잠시 동안 우물우물거리던 아이코 쨩과 눈을 맞추고, 몇 번쯤 끄덕였어.
살짝 손을 떼어 주면, 아이코 쨩은 푸하아, 하고 한숨을 토해내고선, 꾸짖는 것처럼 나를 바라봤어.


 「……숨막혔어요」

 「미, 미안…… 그래도오, 어떻게 안 거야」

 「꽃말, 이려나요?」


나와 P 씨는, 한 달에 한 송이씩 꽃을 교환하고 있어.
꽃에 말을 실어 보내고, 말을 실은 꽃으로 되돌려 받는 거야.
대상화, 개미취, 바베나.
너무 유명한 꽃이면 다들 눈치채 버릴지도 모르니까, 조금 마이너한 꽃을 골라서.
아이코 쨩도, 그렇게나 꽃을 자세히 아는, 건 아니었을 텐데…….


 「그게…… 사실은, 몰래 사진을 찍어 놨었어요. 가방이나 꽃병에 꽂혀 있을 때요」

 「사, 사진?」

 「그, 핸드폰으로요. 그걸, 그러니까…… 린 쨩에게」

 「……아ー, 아ー」


린 쨩의 가게에는, 단골 손님으로 다니고 있어.
꽃이나 씨앗, 앰플 같은 걸 사러 가는 김에, 다른 아이들과는 이야기할 수 없는 일도, 조금씩.
린 쨩도 나와 비슷한 처지인 것 같아서, 상담을 받아 주기도 하고.
그리고, P 씨에게 보낼 꽃을 사러 가기도 했어.
사진을 받아 보면, 분명 금방 알아챌 수 있었을 거라고 생각해. 하지만.


 「……왜, 일부러 그렇게까지?」

 「미안해요. 역시, 잘 되고 있는 건지 아닌지, 신경이 쓰여 버려서」

 「잘 되고, 있는지라니」


 「그것도 그렇잖아요, 친구가 담당 프로듀서와 사귀히」

 「쉬이ーー잇!!」


서로 몇 번이고 고개를 끄덕이고 나서, 이번엔 바로 손을 떼어 줬어.


 「……알고 있었던 거야?」

 「알고 있었냐고 하면, 그러니까…… 다들 알고 있지 않을까요」


뭔가 말하고 싶었는데, 입이 뻐끔거리기만 하고 말이 나오지 않아서, 테이블에 푹 엎드려 버렸어.
우으, 일단은 비밀로 하고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그래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에요?」

 「……」


주위를 살피면서, 아이코 쨩이 귓가에 손을 가져다 댔어.
고개를 들고, 무뚝뚝한 표정을 만들어 내고서, 작게 중얼거렸어.


 「P 씨가 있지」

 「네」

 「무슨 일이 있어도, 좋아한다고 말해 주지 않는걸」

 「네, 잘 먹었습니다」

 「여, 염장질하려는 게 아니라아」

 「소리질러 버릴 거에요?」

 「…………염장질 맞아요」


어쩐지 아이코 쨩, 요즘 둥실느긋이 아니라 뾰족느긋이 돼 가는 것 같아.


 「――과연, 그런 일이 있었나요」


대충 이야기가 끝나고, 아이코 쨩은 다 식은 카페라떼 잔을 입가에 옮겼어.
나도 따라서 허니 라떼 잔을 기울였는데, 역시 미지근해져 있었어.


 「언제까지나 변함없이 있으려는 건, 어렵네요」

 「……그런 걸까」

 「네. 저, 자주 일광욕을 하러 나가잖아요」


그렇게 말하고, 웃으면서 아이코 쨩이 창 밖으로 시선을 돌렸어.
나도 따라서 바깥을 바라보면, 봄의 햇살이 도쿄를 상냥하게 비추고 있어.


 「태양은, 정말 의외로 빠르게 움직여요. 일광욕이라고 하면 쉬워 보이지만, 실은 요령이 필요한 거에요」

 「너무 덥지 않게, 너무 춥지 않게……려나?」

 「네. 그리고, 무슨 일이든 그렇다고 생각해요」


아이코 쨩의 말은 둥실둥실 보드라와서, 듣고 있으면 점점 졸려져 버려.
잠기운을 날려 버리려고 손을 뻗었는데, 텅 빈 컵이 생각보다 차가워서 조금 눈이 떠졌어.
커피를 마시는 데도, 요령이 필요한 걸까나.


 「연인이라는 관계…… 정말, 멋진 거라고 생각해요」


생긋 웃으며 그렇게 말하는 아이코 쨩이야말로, 정말 멋진 표정을 짓고 있어.
가끔은 아이코 쨩의 담당 P씨에게도, 그렇게 솔직한 표정을 보여 주면 좋을 텐데.


 「언제까지나 곁에 있고 싶다면, 조금 가까이 다가가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그럴지도」

 「유미 씨, 곧 생일이잖아요?」

 「응」

 「꽃이나 꽃다발을 주고받는 것도 괜찮지만, 가끔은 다른 걸 달라고 졸라 보는 건 어떨까요」

 「……선물, 인가아」


내가 꽃을 좋아하니까, P 씨도 꽃을 좋아하게 돼 줬다, 고 생각해.
하지만 분명히, 꽃을 주고받기만 하는 게 괜찮냐고 묻는다면…… 조금, 그건 아닌 것 같아.

연인답게.
아직도 어려운 말이지만, 확실히 중요한 일일지도.


 「……응. 어쩐지 알 것 같을지도. 고마워, 아이코 쨩」

 「천만에요」

 「그럼, 이젠 아이코 쨩 이야기를 해야지」

 「……」


미소를 지으며 자리를 떠나려는 아이코 쨩의 팔을 붙잡았어.
의외로 힘이 있는 이 둥실느긋을 놓치지 않도록, 나도 생긋 미소지으며,

뿌리까지, 꼬치꼬치 캐물을 거야? 아이코 쨩.


 「지…… 지금부터, 일광욕하러 갈 예정이라서……」

 「안 돼. 나만 말하는 건 치사하구.…… 유닛 멤버로서의 의무얏」

 「유, 유닛이라니, 그냥 듀오였잖아요오오……!」


그렇게 떠들고 있어서였는지, 다른 아이들도 모여들어서.
결국 흐지부지된 채로, 우리는 도망치는 것처럼 카페에서 빠져나왔어.

여자아이에게, 사랑 이야기는 무엇보다 소중한 영양소인데.



……연인답게, 인가아.



 ― = ― ≡ ― = ―



 「수고했어, 유미」

 「응」


처음 하는 생일 기념 라이브는, 규모는 작았지만 대성공.
공연장 안에 노란 사이리움이 흐드러지게 피어나서, 마치 꽃밭에서 라이브하는 것 같았어.
아직도 둥실둥실 떠다니는 기분을 안고, 평소대로 조수석에 주저앉았어.

……아, 곤란할지도.
지쳐서, 잠들어 버릴 것 같아…… 아냐, 오늘만큼은 안 돼, 절대 안 돼.


 「저녁식사 약속, 갈 수 있을 것 같아? 너무 피곤하면」

 「갈랫! 갠차나앗!」

 「……그, 그래. 역시 패션이라고 해야 하나」


무심코 말을 끊는 것처럼 대답해 버려서, 뺨이 뜨거워졌어.
두근두근대는 가슴의 고동을 억누르고, 아무렇지도 않다는 것처럼, 시선을 창 밖으로.
뭔가 이야기해야 하는데, 화제가 전혀 떠오르지 않아.
어쩌지, 어떻게 하지, 하며 초조해하는 사이에, 차가 레스토랑에 도착해 버렸어.


 「――잘 됐네, 많이 모여 줘서」


 「……응」

 「티켓, 회수율 97%라더라. 환불 포함하면 거의 100%. 대단했어, 유미」

 「그, 그런…… 걸까나?」

 「유미」

 「으, 응. 듣고 있다구?」

 「지금, 뭐 먹고 있어?」

 「에? 그게…… 농어?」

 「가자미야」


분명 굉장히 맛있을 텐데, 맛이 느껴지지 않고, 무슨 말을 했었는지도 기억나질 않아서.
둘이서 보내는 중요한 시간인데, 난 너무 긴장해서 굳어 있을 뿐이었어.
P 씨도 알고 있는 것 같아서, 말을 걸어 주면서, 곤란하다는 듯이 웃고 있었어.


 「슬슬, 나갈까」

 「……응」


지난 한 시간이 사라져 버린 것 같아.
나는 빙글빙글 돌기만 하고, 텅텅 빈 머리를 안고, 출구의 자동문을 비틀비틀거리며 통과했어.


변함없는 엔진 소리와, 가끔 작게 흔들리는 차체의 진동.
집에 돌아가는 길을 따라가는 차에 앉아 있으니, 심장 박동이 조금은 안정되기 시작해서,
완전히 바싹 말라 버린 목을 울리면서, 있는 힘껏 자연스러운 체 하며, 입을 열어 봤어.


 「저기……P 씨. 저기, 저기 있지?」

 「응. 아아…… 선물 말이지. 괜찮아, 안 잊어버렸으니까」

 「그, 그것도, 물어보려고 했는데. 그게…… 어딘가 조용한 데로, 데려가 줬으면 좋겠어」

 「조용한…… 응, 알겠어. 어디서 주면 될지 고민하고 있었거든」

 「그럼, 마침 잘 됐던, 거려나」

 「방금 전에 줘 버렸으면, 그대로 테이블 위에 두고 왔을 것 같으니까」

 「그, 그 정도는 아냣!?」

 「하핫」


괜찮아, 제대로 대화가 되고 있어.
거짓말을 하려는 게 아냐. 마음에도 없는 말을 늘어놓으려는 것도 아냐.


아주 조금만, 가까이 다가가 보는 거야.
그것뿐이니까, 괜찮을 거야. 분명 괜찮을 거야.



 ― = ― ≡ ― = ―



 「아름답네」

 「……응」


야트막한 언덕 위에 펼쳐진, 조금 넓은 공원.
꽤 최근에 생긴 것 같아서, 밤인데도 산책하는 사람들이 한두 명씩 보여.
나는 안경과 모자를 쓰고, P 씨는 내 이름을 부르지 않을 것.
나는 아이돌이고, P 씨는 프로듀서니까. 갑갑한 룰에 얽매여 있어야만 해.


 「P 씨」

 「응」

 「지난 번에 준 라일락, 고마워」

 「……아. 그랬지, 슬슬 네 차례인가」


월초에 P 씨가, 중순에는 내가.
각각 꽃을 서로 주고받는, 모두에게는 비밀인 이야기.
스스로도 좀 지나치게 소녀다우려나, 하고 생각하는 취미에, P 씨도 잘 어울려 주고 있다고 생각해.
이번에 받은 라일락은, 꽃말에 의미를 담았다기보다는, 생일을 기념하는 걸 테지만.


 「오늘은 나도…… 선물로, 비장의 꽃을 준비해 왔어」

 「……어?」


빈 손으로 그렇게 중얼거리는 나를 보고, P 씨가 작게 고개를 갸웃거렸어.
텅 빈 손바닥을 과시하듯이 흔들며, 떨릴 것 같은 얼굴에 억지로 미소를 띄웠어.


 「P 씨. 나, 이제 몇 살이게?」

 「스물둘. 아이돌이 되고선 사 년째」

 「나, 조금은 아름다워질 수 있었을까?」

 「조금 정도가 아냐. 굉장히, 아름다워졌어」


듣고 싶은 말을 들려주진 않는 주제에, 부끄러운 말은 바로 되돌아와.
치사해, 치사하다구, 하고 생각하면서, 한 걸음씩 P 씨에게 다가갔어.


 「꽃만큼?」


내가 속삭이면, P 씨가, 눈치챈 것처럼 작게 입을 열었어.
벚나무 잎사귀가 돋을 무렵의, 저녁 노을.
만났을 때는 이미 떨어져 있던, 왕벚나무의 꽃잎.
작고, 많은 분홍빛들이, 봄바람에 휘날려 느긋하게 춤췄어.


 「유미」


P 씨가, 내 프로듀서가, 내 이름을 불러 주고,


 「사랑해」


텅 빈 손이 외롭게 느껴져서, 바로 옆에 있던 손을 잡았어.
평소처럼 성실한 표정을, 놓치지 않도록, 똑바로 올려다봤어.


 「나를 선물할게. 내 전부를, 당신께 드릴게요」


반짝이는 가로등은 아마 LED라서, 밤인데도 P 씨의 얼굴이 똑똑히 보였어.
등 뒤 저편에서, 지나가는 커플이 살짝 이쪽을 보더니, 다시 지나갔어.


 「……사귀고 있으면서 대체 뭐냐고 생각하고 있었는지는 모르겠는데, 그런」

 「착각 아냐. 말 실수도, 아니니까」

 「아이돌. 아이돌이라고. 나도, 아마 아직 프로듀서고」

 「나도 알고 있어」


쭉 알고 있었어. 당신을 좋아하게 되기 전부터.


 「사랑한다고, 말해 주지 않아도 돼. P 씨가, 무슨 일이 있어도 그러고 싶다면」

 「……」

 「그러니까, 오늘만이라도 좋으니까…… 나를, P 씨의 것으로…… 만들어 주세요」


말하고 싶었던 걸 전부 잘라 말하자마자, 바로 가슴이 떨리기 시작했어.
떨림은 바로 팔다리로 전해져서, 봄날 밤인데도 난 부들부들 떨고 있었어.
그러면서도, 온 몸 여기저기가 뜨겁고 뜨거워져서.


 「……선물, 내가 줘야 하는 입장인데」

 「응」

 「받아도, 괜찮을까」

 「……응」


머리를 긁으며, P 씨가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냈어.
카드를 몇 장쯤 꺼내서 바라보다가, 두 장을 팡 하고 부딪혔어.


 「따라와」


왔던 길을 되돌아가기 시작하는 등 뒤를 따라, 나도 굳어 버린 다리를 내디뎌 봤어.
한 걸음 걸을 때마다 찌릿찌릿 저려서, 어쩐지 굉장히 이상한 기분이었어.




 ― = ― ≡ ― = ―



 「어서 오십시오」


무심코 올려다봐 버릴 정도의 높이에 정신을 빼앗겼어.

당황해서 쫓아가 보니, 로비는 여기저기 어디나 하얗고 반짝반짝.
오가는 사람들의 옷차림도 훌륭해서, 누군가 지나갈 때마다 자신의 옷과 비교해 버렸어.
폭신폭신한 소파에 앉아 모자를 깊이 눌러쓰고, 프런트에 선 P 씨를 곁눈질했어.


 「더블 룸을 하나 부탁하고 싶습니다」

 「죄송합니다, 혹시 예약하셨는지요」

 「아뇨…… 그리고, 이걸 사용할 수 있을까요」

 「실례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P 씨가 녹색 카드를 꺼내면, 프런트 직원이 몇 번쯤 끄덕였어.


 「더블 룸 하나 말씀이시군요. 지금 조사하겠으니,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아, 감사합니다. 그리고…… 가능한 한, 좋은 방으로 부탁합니다」

 「그러시다면, 스위트 룸으로, 몇 개실이 비어 있습니다만」


 「……엣」


들려온 말에, 신음이 흘러넘쳤어.

더블, 스위트.

부, 분명 내가 먼저 부탁했어. 부탁하긴 했는데.
막상, 그런 일을 할 거라고 생각하면, 자꾸자꾸, 점점 얼굴이 뜨거워져서,
모자를 깊이 누르는 것만으론 부족해서, 챙을 누르며 고개를 숙여 버렸어.


 「야경이 제일 아름다운 방으로 부탁드립니다」

 「그러면…… 밀레니어 스위트 룸이 있습니다. 조금 좁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럼――」


가슴이 시끄러워.
바로 저기서 그 사람이 담담하게 수속을 밟고 있는데, 내 마음 속에선 대소동.
내가 먼저 이러자고 했으면서, 지금 당장 달려나가 버리고 싶어.


 「그, 듣고 있는 거야?」


 「ㄴ, 녜헤!?」

 「그럼…… 가자. 51층이래. 안내해 준단 것도 거절하고 왔으니까」

 「으……응」


얼빠진 목소리로 외쳐 버려서, 얼굴이 더욱더 뜨거워졌어.
……이대로 있다간, 익어 버릴 정도로.

엘리베이터도, 살면서 본 어떤 것보다 넓었어.
버튼을 누르려고 했는데, 2층이랑 45층 사이의 버튼이 하나도 없는 걸 보고 또 놀라고,
천천히 올라가는 상자 안에서, 조용히 있으면 가라앉아 버릴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


 「……방금 그 카드, 뭐야?」

 「어? 아아, 옛날에, 치히로 씨가 시키는 대로 가입해 둔 녀석」

 「그거, 괜찮으려나」

 「곤란할 때 사용하라고 들었고…… 뭐, 따로 돈 쓸 데도 없으니까」

 「그런 것보다, 저기, 왜 이런」

 「집은 위험하고, 이런 데는 이상한 녀석들도 들어오기 어려우니까――」


조금씩 늘어나던 패널의 숫자가 51이 되었어.
작게 울리면서 열린 문 밖으로 내디디자마자, 지나칠 정도로 부드러운 융단에 발이 걸렸어.


 「와앗」

 「앗…… 괜찮아?」

 「응…… 아, 걷기 좀 어려울, 지도」

 「이건…… 좀 지나친 거 아닌가」


이상한 감촉 위를 조금씩 디디며, 이상할 정도로 방이 적은 복도를 걸었어.
어디선가 흘러나오는 클래식 음악이 없으면 귀가 따가워질 것 같을 정도로 조용했어.

목적지인 5102호실엔 굉장히 비싸 보이는 목재 문이 달려 있었어.
금빛의 리더기에 P 씨가 카드를 대면, 전자 도어락이 풀리는 소리가 들렸어.


 「……」

 「좁다고?」

 「나도 그렇게 들었는데」


방 안에, 또 로비.
한 순간만,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해 버렸어.


검게 칠해진 테이블 주위에는 의자가 몇 개.
창가에는 커다란 꽃병이 두 개.
조명 스탠드는, 이렇게나 많이 필요하냐고 묻고 싶을 정도로 많이 있는데, 그런데도 조금 어둡고,
방의 모서리마다, 아래에서 들은 대로 창이 나 있어서, 나와 P 씨의 모습이 나란히 비쳤어.


 「에…… 앗, 방이 또 있어」

 「거, 거짓마알」


P 씨의 말대로, 여기랑 비슷할 정도로 넓은 방이, 안쪽에 하나 더.
하지만 장식은 꽤 적어서, 더블 베드와, 한 쪽 벽의 창문에서 비치는 야경이, 눈에 띄었어.


 「……」


P 씨와 둘이서, 안절부절못한 채 서 있었어.
어딜 봐도 상상 이상인데다, 감상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도 모르겠어서,


 「……그, 럼. 아직 문이 남았었지」

 「응, 여기는…… 아」


베드룸 반대 쪽에 있는 문을 여니까, 한켠에 반짝반짝 빛나는 거울이 있고,
방 안은 유리판으로 나뉘어 있어서, 유리판 저편엔 금빛 고양이 다리가 달린 욕조가 놓여 있었어.
……처음 봐, 고양이 다리 모양 욕조.
(주1)


 「뭐라고 해야 할까, 눈부시네」

 「확실히…… 응」


욕조 옆에 놓여져 있는 건, 작은 등나무 바구니.
그 안엔 장미 꽃잎만이 들어 있는데, 하나하나가 갓 따낸 것처럼 아름다운 색을 띠고 있었어.


 「목욕탕에, 장미꽃? 이건 뭐지」

 「아마, 목욕물 위에 띄우는 그거 아닐까나」

 「장미 목욕……」


더운 물 위에 떠오르는 색색의 장미 꽃잎을 상상해 봤어.
옛날부터 조금 동경하고 있었지만, 너무 아까워서 실현할 수 없었던 꿈.
그게 지금, 실현돼 버릴지도.


 「……들떠 있네, 유미」

 「엣? 그, 그러려나?」

 「응. 신곡 발표 직전처럼 말이지」

 「그, 그래두그래두, 장미 목욕이라구우, 평소엔 못 하는 거잖앗」

 「……정말, 꽃 좋아하는구나. 유미는」


정신을 차려 보면, 난 꽃잎 바구니를 들여다보기만 하고 있고,
P 씨의 눈은, 까부는 아이라도 지켜보는 것 같았어.


나, 이젠 어린아이가 아니라구?


 「목욕 할래?」

 「어?」

 「P 씨도」


조금 대답이 늦어지고, P 씨가 눈치챘다는 듯이 입을 열었어.
어떤 대답이 날아올지, 무서워서 시선을 돌렸어.

커다란 욕조는 새하얘서, 내 얼굴이 엷게 비치고 있었어.



30>> 2017/01/31



 ― = ― ≡ ― = ―



    ……

    
    
74>> 2017/02/05
    
    

 ― = ― ≡ ― = ―



 「……♪」


 「……」

 「~~♪」

 「……저기, 유미. 야경이 아름다운데」

 「그러네에ー」

 「안 볼 거야?」

 「응♪」


욕실에 다시 들어가서 몸을 가볍게 하고, 피로한 그대로 둘이서 침대에 들어왔다.
차근차근 생각해 보면, 나도 나지만, 유미도 라이브 스테이지를 끝냈던 직후였는데.
뭐 잘도 해 버렸구만, 하고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어이없기도 하고, 감탄스럽기도 하다.


 「♪」


그러는 그녀는 이렇게나 아름다운 풍경도 보는 둥 마는 둥 하며, 조금 전부터 달라붙어선 떨어지려고 하지 않는다.
이젠 잘 알게 된 부드러운 게 꽉 눌러 오며, 기진맥진해진 아들놈을 용서 없이 자극해 온다.
아니, 이젠 무리니까. 쉬고 계세요.


 「P씨, 그거 알아?」

 「응?」

 「여자아이도 꽃도, 보는 사람이 있으면 아름다워져」

 「…………응. 알고 있어」


 「그러니까―― 앞으로도, 제대로 바라봐 줘야 해?」


아이돌은, 꽃이라고 생각한다.


흙을 고르고, 잎도 솎아 주고, 물과 영양, 그리고 애정을 쏟아서 기른다.
그렇게 하고 꽃이 피어나는 걸 지켜보는 게 프로듀서가 할 일이 아닐까.

그 생각은, 아직 변하지 않았다.


 「저기, P 씨」


약간 졸음기가 섞이기 시작한 목소리를 내며, 유미가 몸을 기대 온다.
그리고 느닷없이, 놀라운 사실을 알렸다.


 「좀 더, 꽁냥꽁냥해도 돼?」


……이 정도론, 아직 꽁냥대고 있었던 것도 아니었구나.


흘러넘치려던 말을 삼키고,
응석부려 오는 연인을 껴안은 채, 보드라운 머리카락을 쓰다듬어 주었다.



 ― = ― ≡ ― = ―



까마귀가 친구를 부르는 소리.
란도셀 몇 개가 나란히 흔들리는 소리.

바람을 들이마시면 기분 좋게 상쾌하고, 발 밑의 잔디는 폭신폭신하게 보드라와서.
평온하게 흐르는, 작지도 크지도 않은 강이, 타오르는 듯한 하늘을 아름답게 비추고 있어.


꿈이야.
바로 눈치채고 나서, 주변 풍경을 본 적이 있다고 생각했어.
딱 한 번, 여기 온 적이 있었어.

대학 생활에도 익숙해지고, 친구도 생기고.
대학생다운 일을 해 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학교 가는 도중에 아무 역에서나 내려서.
목적지도 목적도 아무 것도 없이, 그냥 어슬렁거리다 보니 도착한 하천 부지에서.
완전히 옷을 갈아입은 벚나무들을 올려다보고 있을 때,


 「아름답네요」


등 뒤에서 들려온 말에 되돌아보면, 거기 있던 건 슈트 차림의 남성.
꽤 멋있는 사람이어서, 헌팅이라고 생각했던 나는, 당황하며 얼버무리려고 했어.


 「네에, 벚나무 잎도, 아름답죠」


내 말을 듣고, 그 사람은 조금 놀라더니, 그리고 나선 곤란하다는 듯이 웃으며,


 「죄송합니다」

 「네?」

 「이름을, 알려주실 수 있나요」

 「엣? 유미…… 인데요」


갑자기 이름을 물어 와서.
무시해도 상관없었을 텐데, 무심코 정직하게 대답해 버렸어.


 「……*아름다운 저녁놀, 인가요」
 *유미의 이름, 저녁 夕 아름다울 美

 「와…… 대단하네! 오빠, 점쟁이였어? 슈트 입고 있으면서!」


솔직하게 감탄해서, 그렇게 되물어 봤어.
그러면 그 사람은 대답하려다가, 조금 고민하고, 뺨을 긁으며,


 「아뇨―― 마법사입니다」


 「……풋, 아하핫! 마, 마법사라니」

 「……뭐, 보통 이런 반응이겠죠」

 「그럼…… 꽃, 피게 할 수도 있어? 마법으로!」

 「아뇨, 부끄럽지만, 수행 중이라서요」


벚나무를 가리키면서 그렇게 말하니까, 조금 곤란하다는 듯이 웃었어.
주머니에 손을 넣더니, 케이스 안에 들어 있던 걸 한 장, 내게 내밀고.


 「그렇지만, 언젠간, 반드시」



 ― = ― ≡ ― = ―



 「――…………?」


손을 뻗어 봤지만 아무것도 없고, 그 사람도 없어.
아, 그런가. 꿈이었구나.

몸이 폭신폭신하고 보드라운 감촉에 싸여 있어.
어라, 겨울 이불은 얼마 전에 정리했을…… 텐데…….


 「……으, 으엣!? ㄴ, 나아」


쓸데없을 정도로 큰 침대 위에 누운 나는, 아무 것도 입고 있지 않았어.
그제서야 겨우, 어젯 밤의 대사건을 생각해 냈어.
꿈에서 깨어난 지금도, 꿈이었던 게 아닐까 하고 생각해 버릴 것 같은 시간.
배 안쪽 어딘가에, 아주 조금 위화감이 남아 있었어.


 「P 씨?」


주위를 둘러봐도 안 보여.
화장실에 간 걸까나, 하고 고개를 갸웃거리고 나서, 장식장에 메모지가 붙어 있다는 걸 눈치챘어.



 유미에게

 좋은 아침
 혹시 모르니까, 난 먼저 나갈게.
 카드 키랑 택시비는 여기 있어
 프런트에는 전해 뒀으니까, 카드 키만 반납하면 돼
 거듭거듭 말하는 거지만, 조금이라도 몸 상태가
 이상하다 싶으면, 바로 말할 것
 내일, 사무소에서 봐



 「…………」


퉁.

침대에 몸을 가라앉히고, 텅텅 빈 옆 자리를 두드렸어.
몇 번이고 두드릴 때마다, 매트리스가 상냥하게 받아들여 줬어.


 「바보」


P 씨, 아~무것도 모르는걸.
이런 아침엔, 눈을 떴을 때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고,
행복하구나아, 하며 마주보고 웃기도 하고.
잠꼬대처럼 서로 들러붙어선,
어제는 당하기만 했으니까, 이번엔 내가


크흠.


어쨌든,
어쨌든 남자에겐, 그런 느낌으로 여친의 응석을 받아 줘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해.
응. 맞아, 의무…… 의무 맞지?


 「……바보」


베개도 때려 주려고 들어올린 순간, 뭔가 옆으로 데구르르 굴러갔어.
주워들어 보면, 그건 리본에 감싸인 자그마한 상자.


 「아」


그러고 보니까, 나 어제 생일이었던가.
어제 이런저런 일이 있어서 완전히 잊어버렸었는데, 그랬었지.

나빴던 기분은 한 순간에 어디론가 떠나 버렸어.
조심히 포장을 벗겨냈더니, 나타난 건 조그만 펜던트.
심플한 은장식의 중앙에, 푸른빛이 도는 작은 보석이 끼워져 있어.


 「꽃이, 아니었구나」


그런 말을 흘리면서, 어제 P 씨에게 한 이야기를 기억해 냈어.

화려함은 감추고 있어도, 굉장히 아름다웠어.
가끔 P 씨에게 받는, 꽃 액세서리하고는, 조금 분위기가 달라서,
세련된, 조금―― 성숙한 느낌.


 「……에헤헷」


가슴에 펜던트를 끌어안고, 침대 위를 굴렀어.
평소에 눕는 침대보다 두 배는 넓은 폭을 살려서, 데굴데굴, 데굴데굴.


행복해.


 「에헤헤……에………… 엣취」


……우선, 옷부터 입자.



 ― = ― ≡ ― = ―



경비 직원분께 인사를 드리고, 쭈뼛쭈뼛 복도를 걸어나갔어.
아직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아서, 조금 박동도 빨라졌어.
언제나 드나드는 문 앞에 서선, 몇 번이고 심호흡.


 「유미」


 「……읏! 아, 안녀엉!」

 「응, 안녕…… 아」


마침, 외근에서 돌아온 것 같은 P 씨가 뒤에서 말을 걸었어.
허둥지둥 뒤돌아보면, P 씨의 시선은 내 목으로 향하고,


 「차고 와 줬구나」

 「으, 응」

 「어울리네. 너무 어른스러운 거 아닐까 싶었는데…… 응. 정말 잘 어울려」

 「에헤헤…… 고마워…… 아니, P 씨」

 「……응」

이런 이야기를 하는 동안에도, P 씨는 등 뒤에 뭔가 숨기고 있어서,
들여다 보려고 하면, 자세를 바꾸면서 피해 버렸어.


 「주는 걸 잊어버렸다기보단, 줄 기회가 없었던 게 하나 있는데」


그렇게 말하며, P 씨가 눈앞에 내밀어 준 건,



――셀로판지에 감싸인, 한 송이 붉은 장미.



 「……」

 「그…… 유미에게 받은 것만큼의, 가치는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P 씨」

 「응」

 「P 씨」


말하고 싶은 마음이, 전하고 싶은 말이, 가슴 안쪽에서 차차 넘쳐올라 와서,
전부 전부, 목이 쉰 것처럼 어디론가 사라지고,
그저 눌어붙어 버릴 것 같은 뜨거움만이, 눈가에서 흘러넘쳤어.

하지만 이 사람이, 프로듀서가 보고 싶어하는 건, 흐느껴 우는 여자아이가 아니니까.
받은 꽃을 가슴에 끌어안고, 나는 젖은 뺨을 닦았어.


 「나…… 나 있지…… 좀 더, 노력할 테니까」

 「그래」

 「노래하고, 춤추고, 좀 더 사랑스러워져서…… 더 아름다운, 아이돌이 될 테니깟」

 「아아―― 앞으로도 잘 부탁해, 유미」


꽃이 되고 싶어.


어렸을 때 꾸던 순진한 꿈은, 얼마 안 가서 무리라는 걸 알았지만,
그런데도 내 앞에, 꿈을 실현시켜 주려고 하는 사람이 나타났어.


그러니까.


피어날 수 있다면, 좀 더 활짝.
이룰 수 있다면, 좀 더 가득히.



언젠가 반드시, 이 사람에게, 가장 아름다운 꽃다발을.


90>> 2017/02/05

끝.


元スレ
相葉夕美「プロデューサーに花束を」
http://ex14.vip2ch.com/test/read.cgi/news4ssnip/1485851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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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1)
다리가 고양이 다리 모양인 것. 적절한 번역이 떠오르질 않네요.
사진처럼 생긴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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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미 생일인 줄 몰랐는데, 결과적으론 생일에 맞춰서 올리게 됐네요.
중간에 잘린 부분도 (>>30부터 >>74 직전까지) 거의 40kb 되는데, 바로 번역할 예정입니다.
처음 하는 거라 어색하네요. 힘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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