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카테고리.

  1. 전체목록

  2. 그림

  3. 미디어



토코로 메구미「꽃에 붉은 실」

댓글: 3 / 조회: 1246 / 추천: 2



본문 - 04-15, 2017 15:14에 작성됨.

   그 날부터 아마 성격이 바뀌었을 것이다.
 사소한 일로 화를 내게 되고, 아무것도 아닌 일로 행복을 느끼게 되고.
 예전보다 눈물샘이 쉽게 터지게 되고……앗, 그건 예전부터 그랬나.
 어쨌든 예전과 비교해 여러 의미로 변화를 느끼게 되었다.

 

 「언제까지 숨길 생각인가요?」


 어느 날,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시호가 나한테 느닷없이 그렇게 고해왔다.


 「에? 뭘?」


 너무나도 갑작스러운 질문에, 멍청하기 짝이 없는 대답을 하는 나. 숨길 생각? 진짜로 무슨 이야기인지.


 「……메구미씨가 시치미를 뗀다면 그걸로 됐지만. 그 마음이랑은 마주보지 않으면 이내 고통에 빠질 거예요……라고, 저번에 제가 연기한 캐릭터가 말했어요」


 시호가 연기……아~, 과연. 그렇지. 다른 사람이 봐도 그렇게 생각한다는 건, 역시 그런 거겠지. 이거 참 곤란한걸.


 「윽! 하핫, 그렇네……걱정해줘서 고마워」


 당황하고 있다는 걸 눈치 채이고 싶지 않아, 어떻게든 그 말만을 꺼낸다.


 「아니요……메구미씨와 관련된 걱정이라면, 기꺼이」

 「뭐야, 그게. 무슨 의미?」


 거기서 그녀는 갑자기 미소를 짓고는


 「가끔은 의지해 주세요. 동료잖아요? 저희들」


 그런 예상치도 못한 말을 꺼내었다.

 

 ……패밀리 레스토랑을 나와, 집으로 향하는 길을 자전거를 타고 달리면서 생각한다.
 그렇지. 숨길만한 일이 아니지. 프로듀서는 이런 때 과연 어떻게 할까……아, 여기서 프로듀서를 끌어내어 비유하는 시점에서 이미 결정적이잖아, 나.
 나는 프로듀서를 좋아한다.
 프로듀서는 과연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가슴 깊은 곳이 가시에 찔린 것처럼 아프다. 그 가시는 가슴 깊숙이 박혀 결코 빠지지 않는다. 정중하게 미늘까지 솟아나 있어서, 쉽게 뺄 수 없게 되어있다.
 정말로, 아프지만.
 어째서일까. 이 아픔을, 마음 어딘가에서 요구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나.

 

 프로듀서, 있잖아.
 나는 당신이 내 마음을 알아줬으면 좋겠어.
 이 마음을, 당신에게 전하게 해줬으면 좋겠어.
 이 마음을, 당신이랑 이어지게 해줬으면 좋겠어.
 어울리지 않지만 붉은 실로 강하게, 강하게 맺어지고 싶어.
 눈앞이 갑자기 희미해지고, 클락션 소리가 울린다. 나는 그제서야 신호가 바뀌었다는 걸 겨우 깨달았다.
 당황해서 페달을 세게 밟으며, 횡단보도를 건넌다.
 거짓말, 싫어. 나는 왜, 슬프지도 않은데 울고 있는 걸까.

 

 며칠 후.
 시어터 옥상에서 멍하게 있다가, 빨래를 걷으러 온 시호랑 눈이 마주쳤다.


 「결론은 난 것 같네요」


 입을 열자마자 그 말을 꺼내다니. 정말 싫다니까, 본심밖에 못 말하는 아이는……그런 점이, 이 아이의 좋은 점이지만 말이야.


 「그렇네. 이야~, 무서워. 자각을 하고 나니까 말이야, 날이 갈수록 마음이 무거워져서. 이제 말이지~, 내가 내가 아닌 것 같아」

 「무서우……신가요」


 아아, 응. 그래.


 「무서워. 상대방이 나한테 있어 가장 중요한 존재가 되어, 지금까지의 사고방식도 전부 바뀌어 버렸거든. 봐봐, 이 곱창. 이걸 사기 위해 저번에 미라이랑 같이 나갔었어」


 그가 좋아할 것 같은 옷은? 머리 모양은? 그런 걸 생각하는 동안, 내 취향 같은 건 어디론가 사라지고 말았다.


 「……메구미씨를 그렇게까지 하게 만드는 뭔가가, 프로듀서씨한테 있었군요……그렇네요. 그런 사람이죠. 그 사람은」


 어디 먼 곳을 그리워하듯, 시호가 시선을 하늘로 향한다.
 그것만으로 모든 것을 알아챌 수 있게 된 것은……성장한 거려나?
 아, 진짜. 우리들은 왜 자신의 감정에 대해 둔감하기 짝이 없는 걸까.

 

 그 뒤로 프로듀서랑 보내는 나날이, 정말로 행복했다.
 일을 하는데도 기합이 들어가고, 오프에도 만나러 갔다. 예전보다 주위를 잘 보게 되었고, 프로듀서가 원한다면 2kg을 빼어 허리둘레도 가늘게 만들었다.
 정말로 행복해서, 나는 마음 어디선가「프로듀서와의 관계는 망가지지 않는다」라는 형편 좋은 생각을 태평하게 하고 있었고,
 그렇기에 프로듀서가 해외로 유학을 간다는 말을 들었을 때, 놀랄 수밖에 없었다.
 우리 사무소는 어느새인가 그렇게 거대해졌구나 싶어서.

 

 「……1년 동안 해외라」


 방과 후 교실에서, 멍하게 중얼거렸다. 중얼거린다고 해서 정해진 게 바뀌는 것도 아니고, 어떻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원래는, 축복을 해줘야 하지……」


 그래. 그렇지.
 반한 남자한테 축복 하나 못 해서야, 여자로서 수치지.


 「좋아, 정했어」


 내가, 내가 다른 어느 누구보다 그 사람을 축복해주도록 하자.
 그 사람의 담당 아이돌로서. 그 사람을 좋아하는, 한 사람의 여자로서.

 

 「프로듀서. 정말로 축하해. 이런 것 밖에 준비 못해서 미안하지만, 괜찮다면 이거 받아줘」

 「……그래, 고마워. 메구미」


 미국으로 건너가기 전날. 내 고집 때문에 시간을 만들어준 프로듀서한테, 나는 건조화로 만든 책갈피를 내밀었다.
 이건 우리 뜰에서 기른 꽃을 가공한 것으로……나 자신이 피우는데 성공한 꽃이다.
 이건, 저주다.
 나는 이 꽃을 볼 때마다 프로듀서를 떠올릴 것이다.
 그렇게 멀리 있는 프로듀서를 떠올리고, 힘을 받을 수 있다.


 「……정말, 치사한 여자」

 「에? 뭐라고?」

 「아무것도 아니야! 있잖아, 프로듀서. 나 말이지, 프로듀서가 정말 좋아!」


 이렇게, 어디까지가 진심인지 모르도록 거짓말을 하는 것도, 사실은 하면 안 되는 거겠지. 참 치사한 여자구나, 나.


 「그렇구나……응. 나도 좋아해, 메구미를. 앞으로도」


 ……아~, 진짜! 대체 뭐야, 이 사람. 왜, 마지막 순간에 내가 원했던 말을 하는 건데……!
 ……응. 정말로 당신이라서 다행이야, 프로듀서.
 난생 처음으로 사랑을 가르쳐줘서 고마워.
 난생 처음으로 좋아한다는 감정을 알게 해줘서 감사해.


 「고마워!……1년 뒤, 그 말 다시 들려줘!」

 


 

 


3

2 여길 눌러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