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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 P 「브레지어 보인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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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3-31, 2017 21:22에 작성됨.

모바 P 「브레지어 보인다」(3)

 


  「……저, 말이에요」

  또 시간이 조금 흘러, 오열이 멈추고 눈물도 멈춘 마유가 입을 열었다.


  남자를 좋아했던 것.
  사랑하고 있던 것.
  어쩌면 지금도 사랑하고 있는 것.
  운명의 만남이라고 생각한 것.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
  자신의 미래에 그만 있어준다면 괜찮다고 생각한 것.

  ――마음이 깨지고.

  분했던 것.
  허무했던 것.
  슬펐던 것.
  그리고 치히로에게, 심지어 사랑한 남자에게, 미움조차 느껴버린 것.
  그래서 자기 자신이 싫어졌다는 것.


  「왜 이렇게 마음이 더러운걸까요, 저……」


  마유는 자조스럽게 쓰게 웃었다.
  그곳에 있는 것은, 이전의 매력있는 그녀도, 적의가 있던 그녀도 아닌, 그저 실연을 한 소녀였다.








  사치코는, 마유의 말에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았다. 오로지,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마유은 말을 이었다.


  어떻게든 하고 싶은 기분이 있었다.
  동시에, 어떻게도 할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이전부터 두 사람에게 정이 있다는건 알고 있었지만, 그러나 그것을 어떻게 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늦었고, 그 정이 너무나 강했던것이다.


  이윽고, 운명의 날.


  치히로의 임신이 발각되고, 남자가 구혼, 그리고 혼인.
  진정한 의미로, 남자가, 마유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가 버렸던 것이다.


  「……어쩌면, 처음부터 손이 닿지 않았을지도……」


  그럴지도 모르다.

  사치코는 여전히 무언을 관철하고 있었지만, 마유의 군소리에 내심 찬동했다.
  연령적인 문제도 있다. 아이돌과 프로듀서라는 입장도 있다.
  그러나, 가령, 그것들 전부를 클리어 해도.


  그래도, 그럼에도, 그의 곁에 있는 사람은, 아마.


  「질투해버릴 정도로……후후, 어울리네요……」


  센카와 치히로. 단 한명 뿐이었다.


  「후, 흑……으흐흑……」


  ――또, 오열이 울려퍼진다.







  「……괜찮, 으세요?」


  보고있기 힘들어진 사치코가 입을 열자, 마유가 고개를 들고 사치코와 시선을 맞추었다.
  눈물이 흘러넘치는, 심지어 절망마저 엿보이는 마유의 얼굴은──하지만, 가련했다.


  「응, 고마워요……」

 
  그렇게 말하고, 마유는 다시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오열은 멈추었고, 눈물도 더이상 흐르지 않았다.
  이윽고, 마유은 말을 고르듯이 신중하게 입을 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말이죠」


  불쑥하고 흘러넘친, 그 말은.


  「사무소, 그만둘까……생각했어요」


  약하고, 또 덧없게.


  「그치만」


  사랑에 살고, 사랑에 죽는다.

  그런 말을 짊어진 소녀.
  그렇지만 그 사랑은, 어디에도 닿지 않는다.
  그저 허무하게 공중을 날다가, 이윽고 사라져 갈 뿐.
  그녀가 이 장소에 머무는 의미는, 없는, 것처럼 보인다.
  사랑이 닿지 못한 남자가, 다른 여자를 사랑하고 있는 모습을 계속해서 봐야한다.
  도망가고 싶어지는 것도 무리는 아니고, 또, 아무도 그것을 비난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녀는.
  사쿠마 마유는.




  「저, 저……아이돌은……사무소는……그만두기 싫어요……그만두기 싫어……모두, 모두와 함께, 함께……!」









  마유는 사랑을 위해서 아이돌이 되었다.
  그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마유는, 그의 존재만 있으면, 나머지는 사소한 것에 불과했다.
  그것도,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저, 그녀에게도 오산이었던 것은.

  보내온 나날이. 함께한 나날이.
  동료와 함께 절차탁마하며 아이돌로서 빛나는 일상을 보낸 경험이.


  그녀를, 바꾸었다.


  사랑은 사라졌다. 남자도 그녀에게 오지 않는다.
  그렇지만 그녀는 텅 비지 않았다. 혼자가, 아니었다.

  「두 사람을 봐서……괴로운데! 슬픈데……! 오늘도, 오늘도, 저런 모습을 보고……이렇게, 이렇게 괴로운데!」

  추억에 잠기기 위해, 이 공원에 왔다.
  그렇지만 이곳에는, 아름다운 과거 뿐만 아니라, 잔혹한 현재도 있었다.
  과거의 남자. 현재의 남자. 그 곁의 여자.
  가슴이 찌르르 아파오며, 마음음 검은 감정으로 물들었다.

  그래도.

  「그래도, 그만두기 싫어……더, 계속하고 싶어……」

  아아, 전부 못본척하고, 전부 내던졌다면, 얼마나 편했을까.
  그것은 아주 간단한 해결법이었다. 요즘 아이돌 사무소는 많으니 마유의 실력이 있다면 어디든 갈 수 있을것이다.

 
  가장 간단하고, 가장 편하고, 그렇지만, 그 길을, 마유는 선택할 수 없었다.
  라이벌이, 동료가, 친구가───이곳에 있었으니까.








  사람에게는 다양한 면이 있다.
  변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 변하는 사람도 있다.

  마유는, 둘 다 였다.

  안고 있던 사랑은 흔들리지 않는다. 마음은 언제나 그 남자의 곁에 있었다.
  그렇지만, 그만 있다면 그걸로 좋다, 라고는 생각하지 못하게 되었다.
  작은 사무소에서. 아직 일은 적지만, 동료와 함께 달렸던 시간.


  도망치는 것은, 편하다.


  사랑하는 이를 빼앗아간, 그러나 정말 상냥한 언니같은 여성을 미워할 수도 없었다.
  보지 않으면, 듣지 않으면, 엮이지 않으면, 부의 감정은 머물지 않는다.

  인생에서 도망치는 선택이 반드시 나쁘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도망치는 것으로 잃는 것이 있다는 것도, 진리였다.

  마유는 버릴 수 없었다.
  괴로워도. 슬퍼도.
  그럼에도 마유는 동료와 함께 있는 것을 선택한 것이다.







  사치코는 뺨을 한번 긁었다.
  어울리지 않는다는것은 알고 있었지만, 사치코는 일어서서 아직도 울고있는 마유의 뒤로 돌았다.
  그대로 달라붙어서, 양손을 그녀의 배에 두른다.


  「사, 사치코쨩……?」
  「……」

  마유의 놀란 목소리에도 사치코는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애초에, 할 말도 없었다.


  증오. 운명. 유대.


  마유는 그녀를 괴롭히는 모든것과 타협을 하여, 사무소의 모두와 함께 앞으로 나아가기로 결심한 것이다.


  그렇다면 사치코가 해줄 말은 없다.
  대신, 마유를 꼬옥 안아주었다. 사치코는 태도로 보여줬을 뿐. 자신도 같은 마음이라고.
  이전, 트레이너의 포옹을 거절한 사치코였지만, 뭐 이건, 그, 귀여우니까.
  그녀는 자기 자신에게 변명했다.
  울고있는 귀여운 소녀를 귀여운 내가 안아주고 있는것이다. 귀엽지 않을리가 없다.
  그러니까, 그래, 이걸로 됐다.


  그러고 있으니.


  「꺅!?」
  「으응!? 코즈에, 씨?」


  갑자기 마유의 배로 아이가 돌진해왔다.
  마유가 비명을 지르고, 사치코가 눈을 크게 뜨고 보니, 그것은 코즈에였다.








  「코, 코즈에, 쨩?」
  「왜, 여기에……?」
  「……」

  마유의 물음에도, 사치코의 물음에도 코즈에는 아무 말 없이, 그 머리를 마유의 배에 문지르고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이윽고 코즈에가 고개를 들고, 말했다.


  「마유……갈……거야?」


  마유도, 사치코도, 경악에 얼굴을 붉혔다.
  코즈에의 발언에, 라기보다는, 그 음색과 표정에.

  코즈에의 목소리는 떨고 있었다.
  표정도, 그녀답지 않게 슬픔으로 물들여있었다.

  적어도 사치코는, 코즈에의 이런 표정은, 목소리는 처음이었다.

  유사 코즈에.
  사무소의 최연소 아이돌이며, 또 가입시기도 가장 최근인 소녀.
  평소의 그녀는 언제나 졸린듯하고, 감정의 요동도 적다.
  어린 소녀이면서, 무엇을 생각하는지 알기 어려운 그런 신비적인 아이돌이었다.

  그렇지만, 지금의 코즈에는.

  「……가지, 마」








  코즈에는, 다시 마유의 복부에 얼굴을 묻었다.

  평소의 그녀는 본인의 분위기와 성격으로 속세에서 떨어진듯한 인상이 있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코즈에는, 역시 어린 소녀였던 것이다.

  치히로의 임신에서 시작된, 일련의 사건.
  코즈에는 그것 자체에는 별 리액션을 취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에 따른 사무소의 슬픔, 혹은 갈등은, 코즈에도 확실히 알고 있었던 것이다.

  마유는 코즈에의 머리를 상냥하게 쓰다듬으며 웃었다.
  그것은, 오늘 보였던 자조도, 자포자기도, 덧없음도 아닌, 자애로 가득한 언니와 같은, 그런 애정이 담긴 미소였다.


  「아무데도 가지 않아요……저는, 여기서……여기서, 모두와」
  「정말……?」
  「정말이에요……이제, 헤매지 않아요」


  그 결의로 가득한 말에, 사치코는 마유에게서 몸을 떨어뜨렸다.

  ――이제, 그녀는 걱정할 필요 없겠지.

  사랑은 닿지 않는다. 그곳에 없다.
  하지만, 그 이외는, 확실히 그곳에 있다.
  마유가 그것을 알 수 있다면, 이제 아무것도.








  「잠시 음료수좀 사올게요」

  사치코는 그렇게 말했다.
  두 소녀의 아름다운 우애.
  마치 그림같은, 환한 대낮의 공원에서의 1페이지.


  잠깐, 가만히 두자. 사치코가 그렇게 생각해 가려는 순간.


  「사치코……」
  「네?」
  「코즈에말야……후와아……배, 고파—……」
  「……네?」
  「오뎅, 먹고싶어……」
  「……」


  이건 사오라는 의미인가.
  그리고 그것은, 오뎅 캔, 이라고 하는 것인가.
  과연 이 세련된 공원에 있는 것일까.
  그러고보면 그녀는 오늘 레슨이 있고, 지금은 그것이 끝날 무렵일 것이다. 배가 고픈게 당연하다, 라고 사치코는 생각했지만, 그렇다고 왜 오뎅인지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역시 코즈에는 잘 모르겠다.
  사치코는 가볍게 웃고, 없을거라고 생각하며 공원의 자판기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있었다.

  자판기에는, 오뎅, 300엔의 문자가.

  「있구나……」


  작지만 세련된 공원과 도저히 안어울리는 「오뎅」이라는 문자.
  코즈에는 이걸 알고있었던가, 아니면 적당히 말했을 뿐이었던가.
  그녀의 경우 둘 다 설득력이 있었기에 사치코는 생각하는 것을 그만뒀다.

  사치코는 비싸다고 생각하며 의리있게 그 오뎅을 구입하고, 자신용으로 물을, 눈물을 흘린 마유를 위해 스포츠 드링크를 샀다.
  그때.



  「미쿠는 콜라가 마시고 싶다냥」
  「직접 사세요」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사치코는 차갑게 대답했다. 이 이상의 낭비는 사양이었다.


  「……안놀라네?」
  「코즈에씨가 혼자서 여기에 왔을리가 없잖아요. 뭐, 누가 따라왔을거라고 생각했어요」
  「냐하하하, 뭐, 그것도 그렇다냥. 오늘 미쿠랑 코즈에쨩은 레슨날이고, 냐앙」








  깔깔, 냥냥거리며 평소처럼 미쿠는 웃었다.
  그 후, 그녀는 조금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마유쨩……변했네」
  「……보셨나요?」
  「냐하하, 우연히 지나가는 길에. 나갈 타이밍을 놓친 사이에 코즈에쨩이 돌입했냥」
  「……변했다고하면, 코즈에씨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그럴지도」


  마유는 변했다. 사랑만을 요구하는 소녀가 아니게 되었다.
  코즈에는 변했……는지, 사치코에게 확증은 없다. 그래도 그녀는 주변에 무관심한 소녀는 결코 아닌것이다.


  사람은 변한다. 성장한다. 앞으로 나아간다.
  치에리처럼. 마유처럼. 코즈에처럼.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흔들리지 않는다. 요동치지 않는다.
  우즈키처럼. 미쿠처럼.

  ――자신처럼.


  사치코는, 미쿠와 시선을 맞추었다.


  「미쿠씨」
  「왜냥?」
  「오늘, 저녁에 시간 있나요?」
  「……뭐, 딱히 없는데」


  ――이제 자신도, 결착을 낼 시기다.


  「여자모임, 하죠」


  결착의 때는 가깝다.








  07:샤이니・에러


  제사계(除死界).

  그것은, 더러움을 모르는 아가씨들의 지저귐으로 절망으로 가득한 미래를 멀리하는, 미래를 향한 등불을 펼치는 결계를 만드는 마술.

  「이라는 고대의 의식이 지금의 여자모임의 원형이냥」
  「후에에, 무서워……」
  「미쿠쨩, 코즈에쨩에게 거짓말을 하면 안되요오……」


  그 공원의 사건에서, 대여섯 시간 후.
  지금, CG프로덕션에 소속된 아이돌 6인은, 그녀들이 살고 있는 기숙사의, 치에리의 방에 모여 있었다.

  「……애초에 뭔가요, 그, 흑마술같은 여자모임은……」
  「무슨 책에 써있었냥」
  「미쿠쨩, 책도 읽는구나……!」
  「우즈키쨩, 논점은 그게 아니라고 생각해……」


  ――오늘, 모두 함께 여자모임을 하죠.
  사치코의 제안에, 모두 양손을 올려 찬성했다.
  특히 시마무라 우즈키는 크게 내켜했으며, 처음에는 『내 방에서 하자!』라고 주장했지만, 그녀의 방은 어질러져 있었기에 치에리의 방에서 하게 되었다.

  「우즈키씨, 자신의 방에서 하고싶으시면 방을 좀 깨끗하게 치우시는게……」
  「으, 내, 내가 보기엔 상당히 정리했다고 생각하는데……아, 아하하……」











  사치코의 말에 뺨을 긁으며 말하는 우즈키.
  그녀는 이 중에서 최연장자이며, 리더였기에, 당연히 존경받고 있는것은 틀림없었지만, 사생활에 대해서는 상당히 틈이 많은 인생을 보내고 있었다.


  그럼.


  사치코가 이 모임을 제안한 이유는, 사실 그렇게까지 깊은 이유가 있는건 아니었다.
  그냥 모두와 모여서 여러가지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한마디로 하면 그것뿐이다.
  그렇지만, 굳이 말하자면.
  ――연결을, 인식하고 싶었다.
  그것이, 사치코의 마음에 있었다.

  혼자가 아니다. 외톨이가 아니다.
  그것을, 알고 싶었다. 다시한번, 그것을 인식하고 싶었다.
  그렇게, 용기를 얻고 싶은 것이다.

  결착을 낼, 용기를.




  「여자모임이라면, 이거다냥」

  한바탕 그녀들끼리 식사를 만들고, 테이블에 앉아 수저를 들기 직전에 미쿠가 봉투를 뒤져 갈색 병을 꺼냈다.

  「맥주……무알콜, 인가요?」
  「뭐, 우리들은 아직 미성년자고, 분위기만, 냐앙」
  「좋네좋네! 역시 미쿠쨩!」








  그렇게 말하고 우즈키는 각자의 잔에 맥주를 흉내낸 주스를 따랐다.

  「그럼, 리더. 건배의 선창, 부탁해냥」
  「에, 에에!? 나, 나!?」

  미쿠에게 지명된 우즈키가 고개를 흔들며 주위를 바라본다.
  다른 모두는 그저 지긋이 우즈키를 보고 있었고, 그것이 그녀를 더더욱 당황시켰다.

  「으, 으우우……뭐에 건배하면 되지……?」

  라고 그녀가 신음하고 있으니.

  「모두의……후와아……」

  거기서, 치에리의 옆에 앉아있던 코즈에가 하품을 하며 입을 열었다.
  모두의 시선이 어린 소녀에게 향하지만, 코즈에는 기죽지 않았다.

  「……모두의, 내일에……건배」

  평소의 졸린듯한 얼굴로.
  감정을 읽을 수 없는 표정으로.
  그렇지만, 잔은 그 손으로 꽉 잡고.
  코즈에는, 그렇게 말했다


  「……그렇네요」


  가장 먼저 반응한 사람은 마유였다.









  「앞으로의 미래에」

  그렇게 말하고, 마유는 잔을 내걸었다.
  그 때, 마유와 맞은편에 있는 사치코의 시선이 마주쳤다.
  마유의 눈동자는 맑았다. 사치코는 부끄러움을 숨기려 뺨을 한번 긁었다.

  「……노, 노려라! 톱, 아이돌!」

  그 다음에, 치에리가 얼굴을 붉히며, 하지만 똑똑히 단언하며 마찬가지로 잔을 올렸다.

  「냐하하, 치에리쨩도 용기있어졌냥」
  「이, 이상할, 까……?」
  「아니」

  미쿠는 고개를 저으며, 경쾌하게 잔을 들었다.

  「목표를 말하지도 못하면, 그것을 할 수 있을리가 없지냥」

  그 말에 사치코가 움찔 몸을 떨었지만, 딱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사치코도 잔을 올렸다.
  우즈키가, 다시 목소리를 높였다.


  「좋~아! 그럼, 모두의 내일과 미래와 톱아이돌이랑 이거랑 저거랑!」
  「대충이다냥」
  「괜찮아! 좋아~ 그럼 모두, 잔을」
  「그리고」


  우즈키의 말을 끊고, 사치코가 조용하게 입을 열었다.








  ――말해도, 괜찮을 것이다.
  이렇게 사무소 아이돌들만 모이는건 얼마만일까.
  이전에는 가끔 이렇게 모일때가 있었지만, 『그 사건』이후로 그녀들에게 자숙무드가 생겼다.
  아무도 말하지 않았지만, 암묵의 이해, 접하면 안되는 점, 그것이 확실히 있었던것이다.

  그렇지만, 지금은.
  사치코는 믿었다. 자신의 미래도, 내일도 그렇지만, 모두의 마음과, 영혼을.
  상냥한 소녀들의, 강한 힘을.


  「프로듀서와 치히로씨의, 결혼에도」

  사치코가 그렇게 말하자, 다른 모두는 딱히 동요하지 않고 강력하게 수긍했다.

  「응, 그렇네……」

  우즈키는 상냥하게 미소짓고, 벌떡 기세좋게 일어서서, 높게 잔을 내걸었다.

  「그럼, 이제 사무소의 이것도 저것도! 모두에게! 건배!」
  『건배!』


  각각이 치켜 든 잔에, 각각이 쨍하는 음색을 울리며 잔들을 부딪힌다.
  그 소리는, 곧고, 강하게 울려퍼졌다.









  다양한, 그래, 그야말로 다양한 이야기를 소녀들은 나누었다.
  아이돌에 대해. 일에 대해. 학교에 대해. 공부에 대해.
  ――그 남자와 치히로에 대해.
  거짓 한마디 없이, 소녀들은 자신의 마음을 이야기했다.



  그런 가운데.


  「정마아아아알! 그 히언차는 흐로두서노옴! 정말로 섬세하지 못하아니하요! 그렇죠, 치에리쨩!」
  「맞아요 먀유쟝, 부, 불겨레요! 제, 제대로 피임 안하면 떽, 인데, 인데에!」
  「미쿠씨, 이거 정말 쥬스 맞죠……?」
  「아니아니아니, 사치코쨩, 아무리 그래도 너무한 의심이냥. 아마 이것때문이냥」
  「초콜릿……아아, 그런건가요」
  「알콜함유, 냥. 별로 강한게 아니라서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냐앙」

  마유와 치에리가 얼굴을 붉히고 눈을 빙글빙글 돌리며 왠지 엄청난 말을 하고있었다. 발음도 이상했다.
  그것을 곁눈질로 보면서, 사치코와 미쿠는 그 초콜릿을 입에 넣었다.

  「……딱히, 아무렇지도 않네요」
  「저 둘이 유난히 약한걸지도 모르겠냥. 분위기에 취한걸지도 모르겠지만. 만일을 위해서 코즈에쨩에게는 먹이지 않는게 좋겠냥」
  「코즈에쨔앙」
  「코즈에쨩!」
  「후와아……내장……내장이이」
  「그럴 경황도 없어보이는데요, 코즈에씨」
  「저 둘 코즈에쨩가지고 싸우고 있네. 우리 사무소 질척질척하다냥」
  「왠지 불길하니까 그만 말하세요」


  라고 그 둘이 이야기하고 있으니










  「조오아, 좋아좋아!」
  「꺄아!」
  「후엣!」
  「후와아」

  셋이서 투닥데던 그녀들을 한꺼번에 우즈키가 포옹했다.
  우즈키는 혼신의 의기양양한 얼굴로 소녀들에게 말했다.

  「자, 마유쨩도 치에리쨩도. 하는김에 코즈에쨩도. 나한테 안겨. 전부 받아들여줄게!」
  「우즈키쨔앙……」
  「우즈키쨩……」
  「하는김에……」

  얼굴을 붉히며, 그리고 눈물을 글썽이며.
  마유와 치에리는, 소녀의 품으로 뛰어들었다. 하는 김에, 그 사이에 코즈에도 끼어서.

  「으아아아아앙. 프로듀서씨 바보오……」
  「우, 울지 마세요, 마유쨩, 저, 저도……저도……후엥」
  「후아아, 착하지 착하지……」
  「응, 응. 잔뜩 울고, 잔뜩 떠들고. 또 내일부터 함께 힘내자, 응?」
  「……저거 취한걸까요??」
  「우즈키쨩은 멀쩡하다고 생각해냥. 애초에 항상 저러니까 구분이 안간다냥」
  「후후후, 이걸로 우리 아이돌은 셋 다 안아줬다……남은건」

  우즈키는 울고있는 소녀들을 포옹하며 힐끔 미쿠와 사치코를 보았다.
  그녀들은 우즈키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헤아리고는 바로 고개를 저었다.

  「저는 사양할게요」
  「미쿠도냥. 고양이는 더운걸 싫어해. 추운것도 싫지만」
  「그럴수가……」


  우즈키는 쓸쓸하게 눈썹을 내렸다.







  여자모임은 그 기세로 더더욱 카오스가 되어, 이윽고 조용해졌다.
  우즈키은 세 사람을 꼬옥 안아줬고.
  마유와 치에리는, 마음을 드러냈고.
  코즈에는 평소와 같지만, 그래도 상냥하게 울고있는 두 사람을 쓰다듬어주었고.
  미쿠는 그저 냐앙하고 울고.
  ――사치코는, 몰래 휴대폰을 조작했다.



  일자가 바뀌기 직전의 시간.
  여자모임은 지친 소녀들이 잠에 빠지면서 끝이났다.


  마유, 치에리, 코즈에는 서로를 껴안은 채 좁은 침대에서 자고있고 미쿠는 책상에 엎드려 있었다.
  우즈키는 침대가 좁다는 이유로 입구 근처에서 홀로 누워 자고있었다.
  그리고, 사치코는.


  「……갈까요」

  사치코는, 잠들지 않았다.
  그렇다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서 잘 생각도 없었다.
  그녀의 결착은, 지금부터다.










  08:아이언・소울



  코시미즈 사치코.


  만약 정신의 내구성이 인간의 강약을 나눈다면 그녀는 『강한』인간이었다.
  그녀는 선천적으로 나르시스트였으며, 자신을 밀어붙이는 강렬한 존재감을 발하고 있다.
  그렇지만 그것은, 어떤 사람에게는 불쾌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그런 개성이었다.
  그러나, 사치코는 주위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았다.

  그녀의 세계는 단순하고 유일하다.


  귀여운 나.


  중심에 그것이 있고, 주변에는 그 외가 있다.
  물론 『그 외』를 멸시하고 있는것은 아니다.
  그저, 아이돌로서.소녀로서.인간으로서.
  자신의 귀여움이란, 그녀 자신이며 전부이다.



  사치코에게는, 흔들리는 경우가 『거의』 없다.
  그 점에서는, 예를 들어 우즈키나, 미쿠도 그렇다고 할 수 있겠지만, 그 상세는 삼인삼색이다.








  예를 들어 우즈키.
  그녀는 한마디로 개념적인 보편이다.
  변하지 않는다. 변할 수 없다. 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애초에 『그런 인간』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는, 절대의 직선. 그것이 그녀.
  Y=X。항상 일정한 선. 기울기나 절편은, 그녀에게 존재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미쿠.
  그녀는 유연하게 흔들리는 버드나무다. 만지면 오른쪽으로도 왼쪽으로도 기울고, 그 기울기를 유지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근본은 곧디 곧은 한줄기이며, 기울수는 있지만 굽히지 않는다. 높은 유연성이 있지만 굽히지 않는다. 그런 소녀이다.


  그리고, 사치코.
  그녀의 정신은 강철이다.
  자신의 나르시즘을 지지하는, 철벽의 마음. 부러지지 않고 굽히지 않고 상처도 받지 않는 무적의 정신.
  ――이라고, 생각했다. 사치코 자신도.

  확실히.

  사치코의 마음은 완강했다.
  우스워보일수도 있는 절대적인 자신.
  그걸 위한 주변의 비웃음을 전혀 접근시키지 않는 강철의 영혼.









  그러나.
  사치코의 마음은, 그녀답지 않게 흔들리고 있었다.
  하지만, 실연에 의한 상심과는 별로 관계가 없다.
  그정도로 무너질 정도로 약하진 않는것이다. 사치코의 정신은.


  그녀의 강철이 구부러질 위기에 처한 이유는 더 근본적인 문제에 있었다.


  프로듀서인 남자는, 사치코가 귀엽다고 말했다.
  ――당연하다.
  하지만, 남자는 사치코를 선택하지 않았다.
  ――다른 여성을 선택했다.
  그럼, 사치코는, 뭐지.
  자신은, 뭐가 되는거지?



  남자에게 선택받지 못한 자신은, 귀엽지 않은것인가?



  사치코를 괴롭히던 것은, 이것이었다.
  남자를 좋아한 것은 사실이다. 실연에 의한 상처도 있다.
  그렇지만, 그것보다 더 그녀를 괴롭히는 것은, 자신의 아이덴티티에 대한 것이었다.
  참 고생스럽게 산다고 사치코는 생각했다.
  그러나, 이것은, 이것만은.

  『나는 귀여워』라는 것.

  이것만은, 절대여야만 한다.
  그 증명 과정에서, 자신이 상처받는다고 해도.
 

  그것만은, 반드시.










  ――스읍, 하고 숨을 들이마신다.


  용기는, 받았다. 정확히는, 알았다.
  지금의 소녀들은, 강하다. 그것을, 알았다.
  그렇다면 동료인 자신도 같은 수준으로 강하다. 그럴 터이다.
  이론적이지 않은, 감정적인 충동.
  그렇지만, 그래, 이거면 된다.
  자신의 용기를, 힘을, 귀여움을.
  남은건 부딪칠 뿐.


  ――천천히, 숨을 내쉰다.


  그렇게, 남몰래, 자고 있는 소녀들을 깨우지 않게, 소리없이 사치코가 방에서 나가려 한, 그 때.



  「……어디, 가는거냥?」



  뒤에서 그런 말이 들렸지만, 사치코는 동요하지 않았다.
  그녀라면 깨어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어딜까요……미쿠씨는, 어디라고 생각하나요?」


  책상에서 고개를 들은, 그렇지만 잠기운은 전혀 없는 미쿠에게 사치코는 짖궂게 웃었다.
  미쿠는, 웃지 않았다.


  「……아마도, 그 공원」
  「헤에……」
  「사치코쨩, 아까 몰래 휴대폰 만졌지? 그리고 평소에 사치코쨩은 어지간한 일이 아닌 이상 모두와 이야기 하고 있을 때는 휴대폰에 손을 대지 않아. 즉, 『어지간하지 않은』일이란 말이냥」
  「그래서, 공원, 인가요?」
  「……휴대폰을 만진건 2번. 아마도지만, 송신과 답신의 확인.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보내고, 그 답장을 봤겠지. 그 타이밍과 현재 상황을 생각하면──」
  「맞아요」


  거기서, 사치코는 미쿠의 말을 끊었다. 너무 길게 이야기하면, 늦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저는 그 공원으로 프로듀서씨를 불렀어요……30분 정도 남았네요」
  「이런 늦은 시간에? 그 사람이 잘도 허가했냥」
  「중요한 이야기가 있다고 말하면 그 사람은 언제든 날아와요……미쿠씨도 아시잖아요?」
  「……그렇지, 냥」








  미쿠는, 먼 곳을 보듯이 웃음을 지었다.


  그 행동에, 사치코는 하고 싶은 말이 있었지만, 지금은 문답하고 있을 여유가 없다.
  대신, 사치코는 왼발을 가볍게 움직였다.
  살짝 옆을 본 뒤, 사치코는 다시 시선을 미쿠에게 향한다.
  미쿠는, 손에 초콜릿을 들고 그대로 입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말한다. 


  「왜?」
  「……」
  「설마, 사무소를」
  「아니에요」


  사치코는 바로 부정했다. 이런 일, 그야말로 『이런 일』로, 이곳에 있는 정을 끊고 싶지는 않았다.
  후우, 하고 한숨을 흘리고, 미쿠를 바라본다.


  「먼저, 프로듀서씨를 만나서 저는 귀여운가요, 라고 물을거에요」
  「……뭐?」
  「당연히 그 사람은 귀엽다고 말하겠죠. 빈말이 아닌 사실로서. 저는 귀여우니까요!」
  「……」
  「그리고……」



  한번, 숨을 가다듬는다.



  「그 사람에게, 좋아했다고, 말할거에요」
  「……」

  미쿠가 침을 삼킨 소리가 들린듯했다.










  「……이것도 당연히, 저는 차이겠죠. 입장이나 연령이나……이건 변명인가. 그 사람에게는……치히로씨가 있어요」

  그것이, 사치코가 낸 결론. 대답.
  남자에게 귀엽다는 말을 듣고, 마음을 전하고, 그 후에 차인다.
  그러면, 한가지 증명이 가능한 것이다.


  『남자가 자신을 선택하지 않은 것과, 자신이 귀여운 것, 이 둘에는 아무 관계도 없다』


  사치코에게는, 그것이 절대. 그것이, 자기 자신.
  이것이, 이것이 코시미즈 사치코라는 소녀의 삶이었다.

  ――자신의 절대적인 신념에 맞지 않는 것은 전부 봉살해버리는 강철의 영혼.



  「바보다냥」


  미쿠는, 단호하게 그렇게 말했다.


  「그래봤자……상처받을 뿐인데」


  그러나 그 말에, 비웃음의 색은 없었다.
  그저 지금부터 차이러 가는 소녀를 향한, 마음을 가라앉히러 가는 소녀를 향한, 선망이 있었다.
  사치코는, 미쿠에게는 너무나 눈부신 빛나는 미소를 향했다.



  「바보같을지도 몰라요. 멍청할지도 모르죠. 하지만, 저는 귀여워요……그거 말고 뭐가 또 필요한가요?」









  뭐가 또 필요한가

  사실은, 그 남자를 원한다.
  자신의 곁에, 귀엽다고 말해주는 그 남자가 있었다면 완전하게 완벽했다.
  하지만 그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니까, 그녀는.


  「이걸로 끝낼거에요. 또, 미래를 바라볼 수 있게」


  사치코는 홱 뒤를 돌았다.
  이 이상, 할 말은 없다. 들을 말도 없다. 게다가 시간도 없다.
  미쿠가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있는지 확인할 시간적인 여유가 없는것이다.

  딱 하나, 사치코는 걱정되는게 있었다.

  미쿠는, 치에리에게 말했다.



 『목표를 말하지도 못하면, 그것을 할 수 있을리가 없다』




  그 말은 과연 누구에게 한 대사인것인가.









  미쿠는, 그 공원에서, 사치코에게 말했다.


  『우연히 지나갔다』


  아마, 그것은 진실이겠지.
  그렇지만 그것은, 『우연히 정자에서 마유와 사치코가 있는 곳을 지나갔다』라는 것이 본질이다.
  그 공원은, 레슨을 끝내고 우연히 들를만한 위치가 아니다.
  어쩌면 코즈에가 변덕으로 공원에 가고싶다고 말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코즈에는 그 때 배가 고프다고 말했다.
  그런 그녀가, 굳이 공원으로 오고싶어 했을까.


  저것은, 누구의 변덕이었던가?


  오늘, 이 여자모임에서, 모두가 한 말에, 마음에, 거짓은 틀림없이 없었다.


  그렇지만 딱 한명, 거짓말은 하지 않고, 그저 숨기고 넘어가려 한 소녀가 이곳에 있었던 것이다.



  (뒷일은, 부탁할게요)


  사치코는 내심 그렇게 중얼거렸다.
  여기에서는 역시 부탁할 수 밖에 없다.
  그녀들의 믿음직스럽지 못한, 그렇지만 정말 곧고 곧은 그 소녀에게



  조용히, 소리없이, 사치코는 문을 닫았다.

 

(4)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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