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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 P 「브레지어 보인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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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3-31, 2017 21:18에 작성됨.

모바 P 「브레지어 보인다」(2)

 

  04:더・팩트



  조금 시간이 지나고, 치히로가 복귀했다.
  일단 출산은 아직 멀었고, 인수인계 문제도 있다.
  한동안은 평소처럼 치히로는 사무일을 하게 됐다.
  치히로와 프로듀서는 이번 소동의 사죄를 하고, 정식으로 혼인신고를 한 것을 발표했다.
  표면적으로는, 그래, 표면적으로는 소녀들은 그들을 축복했다.
  그것에 한해서는, 기본적으로 평소의 일상이었다.
  아이돌 전국시대라고 표현할 정도인 이 시대. 니즈가 많은만큼, 자신을 갈고닦지 않으면 도퇴된다.
  소녀들은 바빴다. 일에, 레슨에, 쫓기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걸로 전부 잘 되고 깔끔하게 난제해결.
  당연히 그렇게 되지는 않았다.


  분위기가, 삐걱이고 있었다.

  적어도 사치코는 그렇게 느끼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것은, 그렇게 느끼고 있을 뿐. 사치코는 어떻게 할 수는 없다.
  그녀 자신부터 자신의 마음 속에 있는 검은 무언가와 마주보지 않은것이다.
  사무소에 만연한, 『평상소와는 다른 분위기』를 사치코는 인식하고 있었지만, 사치코는 그것을 해결할 방법을 몰랐다.









  게다가.
  사치코는, 딱히 이상한 분위기를 풍기지 않았다. 내심은 몰라도 행동 자체는 평소와 같다.
  우즈키도 평소처럼 평범한 그녀였고, 코즈에도 평소처럼 하품을 하고 있다.
  미쿠는 표표하게 냐앙 울고있었고, 치에리는 어째선지 이전보다 밝아보일 정도였다.
  마유는 여전히 분위기 자체는 어두웠지만, 일은 빈틈없이 하며 프로답게 아이돌 일을 하고있었다. 내심 고민과 고뇌가 있겠지만, 반대로 말하면 그것뿐이다.
  물론, 대표자인 사장은 평소처럼 일에 분주하고 있었다.

  그럼, 무엇이 문제이며, 무엇이 평소와는 다르고, 무엇이 삐걱거리고 있는 것인가.


  치히로와 프로듀서의 관계.


  그것이 이상해졌다.
  사이가 틀어진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묘하게 서먹서먹한것 느낌이 들었다.
  아이돌들을 신경쓰고 있는것 처럼은 안보인다.
  예기치 않은 임신이라는 사실에, 부끄러움을 느끼고 있다……도 아니다.
  무엇때문인지 도저히 알 수 없다.

  사치코는 은근히 속을 떠보았지만, 대답은 없었다. 얼버무리고 그걸로 끝.
  우즈키도  마찬가지로 이 분위기를 헤아리고 여전히 정면으로 돌파를 시도했지만, 깔끔히 튕겨내진 모양이다.
  우즈키는 멍하니 코즈에를 껴안으며 『이번도 실패했어……』라고 말했었다.
  코즈에는 조금 힘들어보였다.
  미쿠는, 천성의 가벼운 풋워크로 자연스럽게 물어보았지만, 명확한 대답은 받지 못했다고 했다.
  미쿠 본인의 말에 따르면, 『말하지 않으면 몰라. 옆에서 보는걸로는 안보이는 것을, 둘 다 숨기고 있는것 같아』라고 한다.

  숨기고 있다면, 말하기 싫다면, 말할 수 없다면. 그렇다면 어쩔 수 없다.













  CG프로덕션은, 일단은 정상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처럼은 보인다.
  그러나, 무거운 무언가가 강하게 짓누르고 있었다.

  그렇지만 이 중압은 의외로 간단히 해결될수도 있다.

  본인들이 숨기고 있다.
  그렇다면.

  그 본인이 토로하면, 그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것이다.



  「으, 우웁……!」


  어느 날. 사무소에는, 치히로, 사치코, 거기에 미쿠와 코즈에가 있었다.
  치히로는 PC를 사용하고 있었고, 사치코는 수업시간에 쓴 노트를 보고있었고, 미쿠는 소파에서 코즈에와 놀고있었다.
  그러자 치히로가 갑자기 입가를 막으며 화장실이 있는 복도로 달려갔다.

  입덧, 일까, 라고 생각하며 사치코가 걱정스럽게 복도를 바라보고 있으니 잠시 후에 끼익하고 문이 열렸다.


  「자, 잠깐, 왜 그러신가요!?」


  순간, 당황하며 사치코가 일어섰다.
  문 앞에 치히로가 있었지만 그 모습이 심상치 않았다.
  왠지 눈이 붉었다. 게다가 안색도 새파랬다.
  코즈에와 미쿠도 몸을 내밀며 바라보고 있었다.
  치히로는, 그런 그녀들에게 시선도 주지 않은채 흔들흔들하며 망령처럼 걸어 자신의 자리로 돌아왔다.

  「괜찮, 으세요……?」

  사치코가 치히로에게 다가가, 그렇게 묻자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들며.



  「죄송……죄송, 해요……」


  그렇게 말하고,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엣, 에엑, 에!?」


  한편 사치코는 영문을 몰랐다.
  왜, 어째서, 갑자기, 울음을 터뜨린 것인가.
  설마 태어나는 것인가.
  사치코는 사치코대로 격렬하게 곤혹해하고 있으니.


  「저……저는……」


  치히로는, 오열을 흘리며, 더듬더듬 말했다.


  가라사대, 프로듀서를 속였다, 라고.


  사치코는 크게 놀랐다.



  치히로의 말에 따르면, 이런 사정이었다.


  그 남자와 사귀고 수개월이 흘렀을 때.
  치히로는 불안을 느꼈다.
  안그래도 그는 여성과 관련된 일에 종사하고 있다.
  아이돌은 물론이고 미디어 등의 업계인들과도 두루 알고지내고 있었다.
  그래서, 불안했다.
  만약, 자신이 아닌 누군가의 어프로치에 그가 혹한다면――









  그런 생각이 들고부터는 멈출 수 없었다.
  성적인 관계는, 이전부터 있었다.
  그렇지만, 사회적인 입장을 생각해 철저히 피임을 하자고 약속했었다.


  ――――술에 취해서 피임을 잊어 버렸다.
  이것은 거짓말이었다.
  술은 확실히 마셨다. 그러나, 적어도 치히로는, 확실히 의식이 있었던 것이다.
  저질렀을 때, 불안이 머리를 스쳐지나갔다.
  일종의 충동이었다. 확신은 없지만, 적어도, 『생으로 했다는 사실』은, 그와의 정을 강고하게 만들지 않을까.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서 성교를 했을 때 그녀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고, 남자는 취기때문에 도구를 잊어버렸다.
  아니나 다를까, 다음날 아침, 남자는 기억하지 못했다. 그래서, 치히로도 기억나지 않는 척을 했다.
  두 사람은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 채, 피임도구를 사용한 흔적이 안보인다는 사실만이 남았던것이다.
  그 이후, 남자는 보다 치히로를 소중히 여겨주었다, 라고 그녀는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끝나지 않았다.
  그 이후에는 성적 접촉을 삼가하고 있었지만, 그래, 바로 얼마전의, 회임.
  여기까지 할 생각은, 치히로에게는 없었던 것이다.


  물론, 기뻤고, 행복감도 있었다.
  그에게 구혼받고, 그의 아이를 임신하고, 얼마후 태어날 행복한 가정을 상상하면 자연스럽게 미소가 새어나온다.
  그렇지만.


  그를 속였다. 그 사실은, 사라지지 않는다.










  남자는 둘 다 취해서 기억하지 못하는 성교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실제로, 자신은 의식이 뚜렷했고, 하려고만 했으면 피임을 할 수 있었다.
  굳이, 그래, 굳이 하지 않았던 것이다. 남자를 자신의 손에 넣기 위해.


  「히윽……저……흑……죄송, 죄송해요……」


  그녀가 눈물을 흘리고 있는 모습은 평소 사치코가, 사무소의 모두가 의지하고 있는 『언니』의 모습이 아니었다.
  어린 소녀처럼, 후회에, 불안에, 두려움에, 그저 하염없이 울고 있을 뿐이었다.


  (어, 어떡하지……)


  사치코는 아무 말도 해줄 수 없었다.
  지나치게 갑작스러운 사실이었고, 14살인 그녀에게 너무 적나라한 이야기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얼굴이 붉어진다.
  정리하면 치히로는 만취한 척해서 일부러 남자의 정을 받아들였다, 라는 이야기이지만.
  성의 지식이 많지 않은 사치코에게는 지나치게 자극이 강한 화제였다.
  게다가, 치히로도 혼란했는지 중간중간 묘하게 구체적인 표현을 섞기도 했다.
  성교에 대해서, 전희는 이렇게 했다거나, 저런 것이나 이런 것을 했다거나, 그러한.
  이 때, 사치코는 치히로가 자신이 좋아하는 남자를 억지로(라고 표현하면 조금 지나치지만) 손에 넣으려했다라는 것조차 머리속에서 날아갈 정도로 당황했다.



  하지만 사치코는 그런 적나라한 고백을 듣고 얼굴을 붉히는 것과 동시에, 어떠한 위화감을 느꼈다. 
  다시 경위를 들어보니, 뭔가, 놓친듯한――








  「드~디어 알았냥」

  사치코가 망설이고 있는 사이에, 짝, 하고 경쾌하게 손뼉을 친 미쿠가 스텝을 밟으며 치히로에게 다가갔다. 어째선지 등에 코즈에가 업혀있었다.

  「치히로쨩, 냉정하게 생각해봐」

  그렇게 말하고, 미쿠는 상냥하게 치히로에게 미소지었다.

  「프로듀서, 술, 엄청 강하잖아?」
  「엣……」

  치히로와 동시에 사치코는 작게 탄성을 질렀다.
  예전에 남자가 했었던 이야기를 떠올렸다.


  ――나, 아무리 마셔도 안취해. 그래서 학생시절에는 허구한날 취한애들 챙겨줬지.


  남자는 술고래였다.

  즉.

  이상하다고 생각했냥, 이라고 미쿠가 서론을 뗀 후, 기막힌듯이 말을 이었다.


  「미쿠의 생각으로는 아마 프로듀서도 같은 기분이었을거냥. 치히로쨩 인기있고」
  「그, 그치만……」
  「만약 치히로쨩만 기억하고 있으면 프로듀서까지 태도가 이상한건 이상하냥. 이걸로 그 사람까지 이상한게 설명이 된다냥」










  치히로가 입을 열자마자 미쿠는 그것을 싹뚝 셧아웃시킨다.
  냐하하하, 하며 미쿠는 크게 웃고는,

  「부부는 닮는다더니. 같은 방법으로 이어지려했고, 같은 것때문에 고민하고 있었구냥」

  타이르듯이, 그렇지만 상냥하게, 미쿠는 그렇게 말했다.

  「요점은 단순한 계획없는 임신이었다는거냥. 그리고 서로가 서로를 속였다고 생각하고 있었을 뿐.」

  미쿠의 시선과 치히로의 시선이 얽힌다.


  「둘 다 바보냥. 그렇게 가벼운 관계가 아니었잖냥. 더 제대로 이야기하고 서로 바라봐야 한다냥」


  그렇게 말하고, 미쿠는 조금 몸을 구부렸다.
  그러자, 등에서 코즈에가 스르륵 미끄러져 내려오고, 그대로 치히로에게 다가갔다.


  「아이를 안는 예행 연습이라도 해봐냥」
  「마마~……」


  코즈에는 왠지 의욕만만이었다.
  치히로가, 조심조심, 어색하게, 코즈에를 껴안았다.
  미쿠는, 그런 두 사람에게서 등을 돌렸다.

  「좋은 마마가, 좋은 파파가 되지 않으면 미쿠 화낼거야」

  미쿠는 이제 레슨 시간이라고 말하고 사무소에서 나갔다.










  「……」

  치히로는 무언이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대신, 그저 코즈에를 꼬옥 껴안았다.
  머지않아 태어날 자신의 아이에게 해주듯이, 사랑스럽게.


  「히, 힘들어……」


  코즈에는 조금 괴로워보였다.
  사치코는 이번에야말로 주의를 주었다.

  「힘, 너무 넣었어요……」
  「엣, 앗, 죄, 죄송해요, 코즈에쨩!」
  「연습, 해~……후와아……」
  「……응」



  훈훈한, 보기좋은 광경을 지켜본 후, 사치코는 자신도 레슨 시간이라는것을 깨닫고 당황하며 미쿠의 뒤를 쫓았다.



  그 후, 그녀와 그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사치코는 모른다.
  그렇지만, 적어도, 그들에게 부자연스러움은 완전히 사라지게 됐다.










  「놀랐어요……갑자기, 그런 이야기를 하셔서……」
  「뭐, 매리지 블루인지, 매터니티 블루인지……그것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그것을 우리들에게 말해버릴 정도로 심란했겠지냥. 아무리 치히로쨩이라도」
  「애초에 프로듀서씨도 혼란하고 있었던 모양이고요. 그 사람이 낳는것도 아니면서」
  「남자의 매터니티 블루……라는 걸까냥……그렇게 순진해보이진 않지만」


  하지만. 이라고 운을 떼며 미쿠가 한숨을 쉬었다.
  사치코가 미쿠를 보자, 그녀는 그저 정면을, 이곳이 아닌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불쑥, 미쿠가 중얼인다. 그것은 사치코에게 향한 말이 아니었고, 애초에 누군가를 향한것도 아니었다.
  그저 충동적으로 입에서 나온, 그런 말이었다.



  「그 정도로, 그 둘은 서로를 소중히 여기고 있다, 는 말이겠지.」



  미쿠의 목소리는, 그녀답지 않게 차갑고, 그녀답지 않게 슬픈듯 했으며, 사치코에게는 마치 버려진 새끼고양이의 울음소리처럼 들렸다.








  또 몇일이 지났다.
  아이돌 사무소, CG프로덕션은, 완전히 평소처럼 돌아왔다. 표면적으로는.

  사장이 바쁜게 돌아다니고, 프로듀서와 치히로가 일에 관한 여러가지 대화(그들은 아이돌 앞에서는 서로의 프라이빗의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하고, 우즈키는 여전히 곧게 달리고 있고, 미쿠는 깔깔 웃으며, 코즈에는 하품을 하고, 사치코는 귀여웠다.
  그 마유조차도, 온화하게 미소를 짓고, 예를 들면 코즈에를 껴안아주곤 했다.
  하지만 마유는 프로듀서나 치히로와 이야기하려고 하지 않았다.
  아니, 아예 이야기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저 사무적인 이야기, 일에 관한 이야기를 두세마디 하고 끝, 그런 상태였다.

 
  아무도, 거기에 발을 디디지 않았다.


  프로듀서도, 치히로도, 당연히 마유의 마음을 알고있었다.
  그렇지만, 그럼, 그들이 말을 해야하는것인가, 너의 마음은 받아줄 수 없다,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은 건내줄 수 없다, 그렇게 마유에게 말하란 말인가

  그것은, 지나치게 가혹했다.
 







  현상, 마유는 확실히 무언가를 안고있다, 그것은 틀림없었다.
  그러나, 표면화된 문제가 있는것도 아니고, 그녀가 문제를 일으키는것도 아니다.
 

  ――조금, 시간을 갖고 싶다.
  그녀는, 유일하게 다가간 우즈키에게 그렇게 말했다.
  즉, 지금은 『대기』시간인것이다.
  마유가 어떠한 결단을 할 시간. 그것이 지금이었다.
  그러니까, 아무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한편.

  사치코는, 오늘의 나는 어제보다 귀여운것 같지만, 어제의 자신은 어제 나름대로 귀여웠던것 같고, 뭐, 결국 나는 오늘도 귀여워, 라는 여전한 지론을 전개하면서 문득 마유를 바라보았다.

  마유는 소파에 앉은 채 코즈에를 무릎에 앉히고 안아주고 있었다.
  그 얼굴은 온화……해 보인다. 적어도, 사치코에게는.
 
  이러는 동안에도 그녀는 무언가를 생각하는걸까, 정하고 있는걸까.
  사치코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결국 그것은 마유 자신 밖에 모른다

  그래, 자신의 마음은 자신 밖에 모른다.
  또, 어떠한 결착이든, 본인이 내야 하는 것이다.


  사치코는, 한가지, 알고있었다. 정하고 있었다.
  남자와 치히로가 부부가 되고, 그 결과 사치코의 사랑이 깨졌다.
  그렇게 사치코의 마음에서 태어난, 잘 모르겠는 검은 뭉게구름.
  이 정체를 그녀는 지난 시간동안 어느정도 이해했고, 그리고 그 해소법도 이미 파악했다.

  그렇지만.








  (……좀 더, 시간을 갖고 싶어)


  그 해소법은 상당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사치코가, 한창 때의 소녀가, 혹은 사람이 쉽게 할 수 있는 일은 아닌 것이었다.
  시간이 지나면 그럼 용기가 생기냐하면 꼭 그렇다고 할수도 없다.
  시간, 이라기 보다는 계기이다. 사치코가 결착을 내기 위해는, 용기를 얻기 위한 계기가 필요했다.
  그것과 만나기 위한, 시간.

  그렇기에 그녀는 평소처럼, 평소의 일상을 보낼 수 밖에 없었다.
  사치코는 벌떡 일어나서 레슨에 가겠다고 말한 후 사무소에서 나갔다.

  그 때, 사치코는 힐끔, 다음 이벤트는 어떻게 할지, 그 기획은 어떤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남자와 치히로를 보았다.
  자연스러운 두 사람. 그저 일을 하고 있는 두 사람.
  하지만 거기에는 강한 관계가 엿보였다. 사치코는 알지 못하는, 특정한 남녀간에서만 뿜어져나오는 분위기가, 확실히 있었다.



  찰나동안, 그것을 본 사치코는――









  남자는 자신을 귀엽다고 말했다.
  자신은 남자를 좋아했다. 그것은 확실히 사랑이며, 애정이었다.
  자신은 여자도 좋아했다. 믿음직하고, 상냥한, 언니같은 여성이었다.
  남자는 여자를 선택했다.
  남자는 자신을 선택하지 않았다.

  만남.
  함께한 나날.
  추억.

  사랑.
  애정.
  동경.

  끝.

  아픔.
  괴로움.
  안타까움.
  슬픔.
  외로움.
  아쉬움.
  쓸쓸함.
  조금의 분노.
  어쩌면, 미움도――








  ――그것은 귀엽지 않아.



  사치코는 그 전부를 봉살했다.
  얼굴을 구기지도 않았다.
  입술을 깨물거나 씁쓸한 표정을 짓지도 않았다.
  그녀는 자신의 신조 단 하나만을 위해, 검은 감정 전부를 억눌렀다.
  표정을 바꾸지 않고, 평소대로의 코시미즈 사치코로 있었다.



  다시 한 번, 사치코는 마유를 보았다.


  코즈에를 꼭 껴안고 있다.
  온화한 얼굴로, 미소마저 지으며.
  코즈에는, 조금 힘들어보였다. 아마 꾸욱 강하게 안고있었기 때문에.
  하지만 코즈에는 신음소리를 흘리지 않고, 그저 마유의 손에 자신의 작은 손을 모으고 있었다.








  작은 사무소의, 작지 않은 사건.
  경애받고 있던 여성의 임신, 그리고 경애받고 있던 남성과의 혼인.
  물론, 그것은 소속된 아이돌에게 크든 작든 다양한 영향을 주었다.
 
  그리고 지금, 사치코의 눈앞에는 그 사건 이후로 가장 크게 변한 인물이 있었다.

  「오가타, 이 안무는 좀 더 팔을──」
  「넵!」

  오가타 치에리.
  그녀와 사치코는 댄스의 레슨의 한중간이었으며, 운동에 약한 치에리는 집중지도를 받고 있었다.
 

  애초에, 치에리는 아이돌이 어울리는 성격은 아니다.

  겁이 많고, 소극적이며, 덧없다. 그런 소녀였다.
  하지만 동시에 그것이 무기이기도 했다.
  누구나 보호해주고 싶어지는, 가련함.
  그녀는 그것을 가지고 있었고, 그것이 그녀의 매력이었다.







  언제였던가, 사치코와 치에리의 둘이서 소규모 사인회를 연 적이 있었다.


  치에리에게 모여든 팬들은, 왠지 건장한 남자들이 많았다.
  즉, 그런 것이겠지. 힘이 있는 사람이, 그 힘으로 지키고 싶어지는 소녀.
  치에리는 주위를 둘러싼 머슬한 남자들에게, 조금 압도된듯이 보였다.
  하지만 팬들은 오히려 그 덧없음이 좋았는지 굉장히 좋은 미소를 짓고있었다.
  그 중에서는 독일에서 소시지 가게를 하는 남자까지 왔다고하니 어찌 말해야할지.


  그나저나, 그 때 사치코의 사인을 받은 스카이 다이빙 강사라는 남성이 프로듀서와 한참 이야기하던 모습이 그녀에게 일말의 불안을 안겨주었다.


  ――왠지, 터무니 없는 짓을 할것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렇지만 그 때는 꽤 예전일이고, 뭐 아무일도 없겠지. 사치코는 그렇게 홀로 끄덕였다.
  스카이 다이버, 아이돌.
  전혀 공통점이 없는 직업이다.
  그러니까, 프로듀서가 다이버에 일을 부탁하지는 않았다. 않을것이다. 절대아니지. 당연히 아니다.



  그 후에 어떻게 되었는지는, 또 다른 이야기.








  그건 그렇고


  한편, 치에리와 사치코는 같은 컨셉의 아이돌이며, 동시에 정반대의 아이돌이기도 했다.


  사치코와 치에리.
  귀여움을 어필한다, 라는 컨셉에 대해서는 그녀들은 같았다.
  하지만, 그 방식은 당연히 다르다.
  사치코는 자신을 밀어붙이는 방식이다.
  자신의 귀여움을, 자신의 존재를, 보는 이들에게 인상지우는, 공격적인 개성.
  치에리는 사치코와 다르다.
  그녀는, 그 보호욕구를 일으키는 덧없는 인상으로 상대가 그렇게 생각하게 만드는, 방어적인 개성이었다.
  액티브인가 패시브인가.
  귀여움, 이라고 하는 컨셉은 같지만, 실제로는 딴판이기도 했다.


  그것은, 사치코도 치에리도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
  변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치에리는 변했다.
  어쩌면 그것은 성장, 이라고 말해도 괜찮을지도 모른다.








  「턴이 약해!」
  「네! 하, 한번 더 부탁합니다!」


  (노력하네, 치에리씨……)


  점점 뜨거워지는 지도를, 바닥에 앉은 채 보고있는 사치코.
  본래라면 지금은 휴식 시간이었을 터이다.
  그런데 오늘은, 이라기보다 요 최근의 치에리는 휴식시간에 잘 안되는 움직임이나 어려운 안무를 트레이너에게 질문한다.
  한편 이곳의 트레이너는 엄하면서도 정열적인 사람이었다. 예를들어 가벼운 질문으로 이것을 모른다고 물으면 이거는 이렇다, 좋아, 지금 해봐라, 라고 하는 타입이었다.
  이래서는 휴식시간의 의미가 없다.
  체력이 약한 치에리는 평소였다면 휴식시간에 녹초가 되어있었고, 실제로 지금도 조금 힘들어보였다. 움직임도 점점 힘이 빠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치에리는 빛나고 있었다.
  힘이 빠져서 트레이너에게 질타를 받고, 또 힘이 빠지고
  그럼에도, 빛나고 있었다. 그녀의 이마에서 떨어지는 이슬처럼, 그녀 자신도 빛나고 있었다.






  오가타 치에리는, 조금, 적극적으로 되었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이렇다.
  여전히 덧없는 분위기는 있다.
  가련한 인상도, 보는 사람의 보호욕구를 자극시키는 인상도 건재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치에리는 이전보다 한층 강하게 빛났다. 아니, 빛나기 위해 지금처럼 스스로 높은 곳을 목표하고 있었다.
  서투른 운동, 댄스도 적극적으로 지도를 요구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체력까지는 그리 쉽게 늘지 않았는지

  「후우……앗……」
  「이런, 너무 성급했군. 쉬어둬라. 10분 후에 다시 시작한다」
  「네, 네……」


  괴롭게 숨을 헐떡이는 치에리에게 그렇게 말한 후 트레이너는 플로어에서 나갔다.
  치에리는 대답한 후, 휘청이는 불안한 발걸음으로 사치코가 있는 플로어 구석으로 걸어갔다.


  「……수고하셨어요. 여기요」
  「아, 고마워 사치코쨩……」


  사치코가 꺼낸 드링크를,뜨거운 한숨을 내쉬며 받는 치에리.
  그런 그녀의 표정에서 피로가 느껴졌고, 그리고 가련함도 느껴졌고, 동시에 강함도 느껴졌다.


  목을 꿀꺽이며 수분을 보급하는 치에리를 보며, 사치코는 어떻게 말을 꺼낼지 망설였다.








  (물어야할까, 묻지 말아야할까)

  치에리의 변화, 혹은 성장.
  그것은 분명하게 눈에 보이는 것이었다.
  치히로가 임신했다고 판명된 그 날, 그 때, 크게 우울해하던 치에리의 모습은 이미 흔적도 없었다.
  지금 있는 것은, 이전보다 더욱 눈부셔진 소녀.


  어째서, 일까.


  사치코는 속으로 여러가지 생각을 해봤지만, 이렇다할 결정적인 이유는 떠올리지 못했다.
  예를 들면, 자포자기 했다거나.
  예를 들면, 치에리도 좋아했떤 그 남자를 잊기 위해 필사적이 되었다거나


  그건, 뭐 그럴법하다.
  그녀는 낯가림이 심하지만, 그만큼 그녀가 좋아하는 사람은 철저하게 좋아하는, 그런 소녀이다.
  그렇기에, 가장 「남성」으로서 가까웠으며, 또 신뢰를 가지고 있던 그 남자에게 사모를 안고 있었을것이다.
  거기까지는 안다. 그래서 그 사건때, 치에리는 우울해하고 있었던것이다.







  하지만.
  그럼 치에리는 자포자기 한것인가.
  지금, 잊기 위해, 생각하지 않기위해, 무리하고 있을 뿐인가.
  그렇게도 생각해봤지만, 사치코에게 그렇게는 보이지 않았다.

  상기의 사고는, 결코 나쁜 것은 아니다. 아니지만, 동시에 네거티브한 감정에 의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금의 치에리에게 그러한 부의 감정은 보이지 않는다.
  정말로, 진실되게, 진심으로, 치에리는 적극적이 되었고, 그리고 더욱 아름답고, 더욱 가련하게, 귀엽게 됐다, 라고 사치코는 생각했다.

  (뭐, 저만큼은 아니지만요)

  그 점은 양보할 수 없는것이다.
  뭐, 그건 놓아두고


  그렇지만, 바로 정면에서 그 이유를 묻는것도 쉽지 않다.


  『사랑하는 프로듀서가 다른 여성과 결혼했는데 왜 그렇게 건강하신건가요?』


  라니, 섬세함이 없는것도 정도가 있지. 애초에 이 말은 사치코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
  역시 접하지 않는게 나으려나, 라고 사치코가 멍하니 생각하고 있으니







  「사치코쨩은……」
  「네?」
  「사치코쨩은, 그, 괜찮……아?」

  의외로 치에리에게서 그 화제가 나왔다.
  주어가 없는 말이었지만 무엇을 가리키고 있는지는 명백했다.


  「네, 저는」
  「정말로?」
  「정말이에요. 저는 귀여우니까요!」


  사치코는 걱정스럽게 응시하는 치에리에게 혼신을 다해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단언했다.

  그것은, 진실도 거짓도 아닌, 그야말로 그레이 존의 대답이었다.

  괜찮냐고 묻는다면 괜찮다. 딱히 문제는 없다.

  그러나, 아무것도 고민하는게 없냐고 묻는다면, 그렇지 않다.
  사치코의 의식, 무의식 동시에 고민과 그 영향은 지금도 나름대로 있었다.









  ――최후의, 끝을 내야하는 것이, 넘어야 할 벽이, 아직 남아있다.




  하지만 그것을 치에리에게 말해봤자 의미는 없다.
  이것은 사치코 자신 밖에 해결 할 수 없고, 괜히 입을 헛디뎌버리면 이 상냥하고 착한 소녀는 걱정해줄것이다.
  그러니까, 말하지 않았다.


  그 대신.


  「치에리씨는……이제, 괜찮아 보이네요」
  「……응」


  사치코가 말하자, 치에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만지면 사라져버릴것 같은 이전의 덧없음은 거기에 없었다. 강하고, 굳센 대답이었다.


  「나말야, 프로듀서를 좋아했어……라고 생각해」


  치에리의 시선은, 옆에 있는 사치코가 아니라 정면을 향하고 있었다.








  「그치만말야, 그, 사, 사귀고 싶다거나, 소, 손을, 그, 자, 잡고 싶다거나 그런게 아니라 말야……」


  더듬거리며 얼굴을 붉히는 치에리를 보며 사치코는


  ――아아, 이 사람이 치히로씨의 그 독백을 듣지 않아서 다행이다.


  라고 진심으로 생각했다.
  그 때는 정사의 설명부터해서 피임도구의 이름이며 안에 했니 어쩌니.
  그런 자극이 흘러넘치는 단어들의 온 퍼레이드였던것이다.
  사치코도 말이 막혔을 정도였고, 애초에 한창때의 소녀라면 당연하다.
  의미를 모르는 코즈에는 제외하고, 그 장소에서 안색 하나 변하지 않은 미쿠가 비정상이다.


  그러나, 치에리는 「사귄다」나 「손을 잡는다」같은 그런 순진한 단어조차도 얼굴을 붉힐 정도이다.


  새하얀 천은, 계속 새하얀게 좋다.
  동성인 사치코조차 그렇게 생각할 정도로 치에리는 순수하며 순백이었다.








  「……응석부리고 있었다고 생각해」


  치에리는 앞을 향하고 있었다.
  플로어의 전방에는 벽 밖에 없지만, 그녀는 그것을 보고 있는 것이 아니다.
  아마, 그녀 밖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보고 있으며, 생각하고 있다.


  「응석, 인가요」
  「응……이 사람을 따라가면 괜찮아, 라던가, 이 사람만 있으면, 안심, 이라거나…………나의 『마음』은, 거기서부터 시작됐다고 생각해」

  연정의 시작점은 사람마다 다르다.
  만약 그것이 의존에서 시작된 것이라해도, 탓할 일은 아니다.
  사치코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치에리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그게말야, 나, 프로듀서랑 치히로씨가 이어져서……처음에는, 그, 쇼크였어……그렇지만」


  거기서, 치에리는 말을 자르고, 사치코를 보았다.
  치에리는, 웃고 있었다. 순수한 미소로. 어지러울 정도로 눈부신 미소로. 그저, 웃고있었다.


  「사무소에서, 행복한 두 사람을 보고, 웃고 있는 프로듀서와 치히로씨를 보고……잘됐다고, 그렇게 생각했어……」








  나름대로 시간이 흘렀다. 우울해한 그 날에서. 충격을 받은 그 때에서.
  치에리가 냉정하게 생각하기 시작하자, 스스로도 놀랄 정도도 마음이 온화하면서, 동시에 불타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 남자를 좋아한 것은, 틀림없다.
  그 남자가 다른 여성을 선택한 것에 우울해 했던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그렇지만, 그것뿐이었다.


  말하자면.
  자신의, 오가타 치에리의 지금부터는, 미래는, 아무것도 끝나지 않았다.
  연정을 안은 남자가, 자신의 곁에 있지 않는다. 그저, 그것 뿐.
  치에리에게는 친구도, 동료도, 라이벌도 있었고, 그 남자도 어딘가에 사라지는것은 아니다.
  그렇게 생각하자, 그녀는 행복해하는 두 사람을 진심으로 축복할 수 있었따.
 
  사무소에서 치에리가 신뢰하고있는 두 사람의 어른이, 서로 사랑을 기른다.


  문면만 보면 그것은 기뻐해야 할 일이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그저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치에리는 정면으로 받아 들였던 것이다.








  그리고 그녀의 앞에는 길이 있었다. 아이돌의 톱을 노린다는, 어려운, 그렇지만 자신을 고양시키는 도정이.

  그래서, 치에리는.


  「그래서, 나는 더이상 응석부리지 않을거야. 잊지 않고, 없던 일로 치부하지 않고……전부 다 소중히 마음에 담아서……지금부터, 더, 더 노력해서, 아이돌의……아이돌로서……」

  거기서, 치에리는 다시 말을 잘랐다.
  사치코가 보기에 치에리는 계속해서 곧은 눈동자로, 그저 앞만을 응시하고 있었다.

  「톱을, 노릴거야……그렇게, 결심했어」


  그것은, 그녀답지않는, 소리 높은 선언이었다.
  이전의 자신없는 표정은 어디로 갔는지.
  치에리의 얼굴은, 그 눈동자는, 빛나고 있었다.
  무심코, 사치코는 넋을 잃고 보았다.

  오가타 치에리는, 확실히 덧없고, 소극적이고, 낯가림이 심한 소녀였다.
  하지만, 결코 약한 인간은 아닌 것이다.
  모든 사실을, 감정을, 마음을, 그것들을 전부 삼키고, 그리고 앞으로 나아간다.
  그런 힘을 그녀는 지니고 있었다.
  그 결과가, 지금의 치에리다.
  모든 것을 인정하고, 그저 더더욱 빛나는것 목표한다.
 
  강의(剛毅), 그러면서도 순심(純心)






  아이돌로서 소녀로서 인간으로서.
  그녀는, 모든것에서, 한층 높은 계단에 오른 것이다.


  그런 치에리의 확실한 성장에, 사치코가 칭찬의 말을 해주려 한 그 때, 플로어의 문이 쾅하고 기세좋게 열렸다.


  「오가타아아아아아!!」
  「히읏!」
  「우왁!?」


  노성에 가까운 큰 목소리와 함께, 트레이너가 성큼성큼 그녀들에게 다가갔다.
  그 넘쳐 흐르는 박력에 치에리와 사치코의 몸이 무심코 굳었다.
  가까이 온 트레이너는, 일단 꿇어앉아서 치에리의 어깨에 양 손을 올려



  「잘 말했다!」


  라고 밝은 미소로 그렇게 말했다.


  「네, 네에……?」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치에리가 대답하자, 미안하지만 이야기를 엿듣고 있었다, 라고 서론을 뗀 뒤에 트레이너가 말했다.







  「아이돌에게 연애는 금기지. 그렇지만 사람을 좋아하는 것은 누구도 막을 수 없고, 그 마음도 버릴게 아니라고 나는 생각한다」


  소녀와 여성의 시선이 교차한다.
  소녀의 눈은 곧았으며.
  여성의 눈은 따뜻했다.


  「너는……너는 닿지 못한 마음을 포함해서 전부, 받아들였구나……그걸 할 수 있는 녀석은 좀처럼 없어……」


  그렇게 말하고, 트레이너는 양손을 펼쳤다.


  「와라」


  홀로 외야에 떨어진 사치코는 데자뷰를 느꼈다. 어디의 누군가와 같은 자세였다.
  그렇게 치에리가 흠칫흠칫 그녀에게 몸을 맡기자 트레이너는 강하게, 그렇지만 상냥하게 치에리의 몸을 안아주었다.








  「너는 좋은 아이돌이……좋은 여자가 될거다. 내가 증명하마! 뭣하면 그 남자를 후회시킬 정도로 최고의 여자가 말이지……반드시, 톱이 될거다」
  「네……넵……!」

  대답하는 치에리의 목소리는, 트레이너의 가슴에 얼굴이 파묻혀서인지 흐려져있었다.
  그리고 동시에, 희미하게 떨고 있었다.


  ――전부를 삼켜도. 아니, 삼켰기 때문에.
  슬픈 마음은 사라지지 않고, 그곳에 남아있다.
  그렇지만, 그 감정은, 마음 속의 눈물은, 틀림없이 그녀의 양식이 될것이다.


  그리고, 그 때 트레이너는 사치코에게 시선을 향했다.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 눈은, 「너도 어때?」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러나, 사치코는.


  「잠시 꽃을 따고 올게요」
  「그래……」


  트레이너는 조금 멍하니 대답했다.
  여기서까지 데자뷰가, 라고 사치코는 생각하며 일단 플로어에서 나갔다.







  (설마, 그 치에리씨가……)

  걸으며 사치코는 생각한다.
  딱히 치에리를 경시하고 있던 것은 아니지만, 성격상 회복하는데 시간이 걸릴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정작.
  그녀는 회복은 물론이고, 더욱 강해졌다. 그것도, 짧은 시간만에.
  아니, 원래 있었던 힘이 전면에 나오게 되었다, 라고 해야하는가.


  어쨌든 치에리는 이제 괜찮을것이다.


  사치코가 뜨거운 포옹을 거절한것에는, 몇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번째로, 사치코 자신이 그러한 『열혈』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귀엽지 않으니까)
  두번째로, 그 때는 치에리의 시간이었다. 따라서, 그 세계에 들어가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마지막으로.

  ――그대로 트레이너에게 몸을 맡기면, 자신의 감정을 억누룰 수 없었을것이다.

  ――그것도 역시, 귀엽지 않다.


  화장실에 도착한다.
  문득 거울을 보자, 평소의 자신이 비쳐 있었다.
  틀림없고, 누가 어떻게 봐도, 전우주적인 규모로.

  「나는 귀여워」

  그러니까, 그것을 증명해야한다.
  설혹 무슨 일이 있다해도, 자기 자신이 어떤 생각을 하더라도.
  자신의 귀여움의 증명은, 그녀의 전부이다.







  06:헤이트 레드・레드 스트링・링크 라인


  오늘은, 날씨가 좋다.

  사치코는 어떤 공원의 벤치에 앉아 그저 눈 앞의 화단에 피어있는 꽃들을 보고있었다.
  하늘은 쾌청, 바람은 순풍. 상쾌하게 꽃이 흔들리자, 사치코의 비강에 달콤한 향기가 전해진다.
  일단, 오늘 사무소는 휴일이다. 레슨이 있는 아이도 있지만 사치코는 완전하게 오프였기에 별 생각없이 이 공원을 방문했다.

  사치코는, 이곳을 좋아했다.
  이 공원 자체가 아름답고, 청결하게 관리되고 있고, 또 이곳에 심어진 식물들도 예뻤다.
  가까이에는 강이 있고, 졸졸 물이 흐르는 소리가 들려 상쾌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하지만, 사치코가 이곳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 뿐이 아니었다.

  멍하니, 사치코는 예전에 남자가 했던 말을 떠올리고 있었다.

  ――여기는, 특별한 장소야.








  남자는 말을 이었다.

  이곳에서, 자신의 세계가 시작되었다고.
  그는 소위 취직활동, 이라는 것에 실패한 인간이었으며, 대학 졸업이 코앞이었지만 갈 곳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남자에게 비장감은 없었다.
  낙관하고 있던게 아니라, 아무래도 좋았던 것이다, 이 앞의 인생과 자신의 미래가.
  인생에 절망했다거나 하는 것도 아니었지만, 이라고 말하며 웃고 남자는 말을 이었다.

  「전부, 아무래도 좋았어, 그 때는」

  지금까지 쭉, 그런 인생이었다. 그는 말했다.

  절망은 없다.
  하지만 희망도 없다.

  그냥 살고, 그냥 대학에 들어가서, 그냥 술을 마시다가, 그리고 그냥 미래가 없다.
  하고 싶은 것도 없었고, 목표도 꿈도 없었다. 텅 빈 인간이었다.







  그렇게 적당히 휘청거리던, 어느 날.
  이곳에서, 예능 프로덕션을 운영한다는 남자가 말을 걸었다.

  『아이돌 프로듀스를 해 보지 않겠나』

  라고.
  그것이, 모든 시작이었다.


  ――처음엔 농담이라고 생각했어.


  그는, 그 당시를 떠올려서인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처음 본 남자의 갑작스러운 권유. 못믿는것도 당연하다.
  물론, 농담은 아니었으며, 그 남자는 CG프로덕션의 사장이었다.

  『사원을 모집하고 있었을 때, 한가해 보이면서도 나이가 딱 맞고 왠지 감이 왔다』

  라고 사장은 후에 말했다고 한다.
  뭐, 어쨌든 적당한 이유였다.
  현 프로듀서인 그 남자는, 딱히 할 일도 없었기에 일단 해볼까, 라는 마찬가지로 적당한 생각으로 그것을 받아들였다.


  그것이 시작.







  다음은, 흔한 전개였다.

  처음에는 아무것에도 흥미가 없었던 사람이, 한가지 일을 만나고 열중한다.
  어쩌면 진부할테고, 누구에게나 있는 일일것이다. 딱히 그가 이 세상에서 유일한 경우도 아니다.
  하지만 남자에게 그것은 특별했으며, 천명이라고까지 생각했다고 한다. 아이돌 프로듀스가.

  전부 잘되기만 한것은 아니다.
  애초에 순풍만범했다면 사치코가 지금까지 약소하지는 않았을것이다.
  실패도 있었다. 괜찮은 일이 없었을 때도 있었다.
  소속한 아이돌도, 그 길을 포기한 사람이 있었고, 길을 달리해서 다른 사무소로 옮긴 사람도 있었다.


  현 에이스, 시마무라 우즈키가 소속하고, 그 후에, 미쿠와 사치코가 들어올 때까지는 도저히 안정적이라고 볼 수 없었던것이다.


  그렇게, 그는 우울하거나 혹은 기분전환을 하고 싶을 때 이 공원에 온다고 말했다.


  『뭔가가 바뀌는건 아니지만, 하지만 그 날, 사장님을 만났듯이, 이곳에 오면, 혹시 뭔가가 바뀌지 않을까, 깨닫게되지 않을가……그렇게 생각해』


  ――뭐, 결국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했지만.


  라며 그는 크게 웃었다.








  사치코는 이곳에서 들은 그의 일에대한 정열과 아이돌에 대한 진지한 태도, 또 때때로 보이는 아이같은 순진한 미소.

  그 모두를 넋을 잃고 보았었다.



  이 공원은, 남자에게 특별한 장소라고 했다.
  사치코도, 그랬다.
  남자가 특별한 추억을 이야기했고, 특별한 정열을 보여준, 특별한 장소.
  어쩌면 사치코에게도, 이곳은 시작의 장소일지도 모른다.

  한 사랑의, 시작.


  사치코가 이곳에 온 것에는 별 의미가 없었지만, 막상 이곳에 오니 역시 이것저것 떠올랐다.


  그의, 특별.
  특별한, 감정.


  바람이, 상냥하게 사치코의 머리카락을 흔든다.
  따뜻하게 흐르는 분위기에 사치코가 몸을 맡기고 있던, 그 때.



  그녀에게서 별로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그 남자의 모습이 있었다. 사치코에게는 낯선, 사복이었다.






  남자는, 혼자가 아니었다.
  옆에는 그의 반려인 치히로가 있었다.
  그녀도 마찬가지로 낯선 사복으로, 그리고 낯선, 넋을 잃은듯한, 녹은듯한, 한 마디로, 행복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두 사람의 손은, 연결되어 있다.


  사치코는 아연실색──하지 않았다.


  「흐응……」


  오히려, 코웃음쳤다.
  어째서냐하면, 예측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곳은 그에게 특별한 장소.

  그가 그렇게 말했기에, 사치코에게도 특별한 장소.

  그렇지만, 물론 그것은, 사치코와 남자, 단 둘만의 것은 아니다.

  사치코는 알고 있었다.
  원래, 그는 그런 남자다.
  특별하다고 말해준다. 열의를 보여준다. 즐겁게 웃는다.
  아마, 그는 모두와 그랬을것이다.
  사무소의 아이돌 전부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을것이었고, 어쩌면 이곳에서 만났다고 한 장년의 남성인 사장에게도 사치코에게 해준 것과 같은 이야기를 했을 가능성이 있다.
  물론, 치히로도, 마찬가지다.


  사치코는 그에게 특별하지 않다.


  그에게는, 아이돌과 관련된 모두가 특별한것이다.







  사무소가 그렇듯이, 사원인 그들도 당연히 휴일이다.
  지금처럼 두 사람이 데이트를 하는것도 당연하다고 볼 수 있을것이다.
  치히로는 임신하고 있고, 공원을 걷는 것은 태교적으로 좋……을지도 모르다.
  그렇기에 사치코는 별 감정은 없었다.

  뭐, 사이가 좋은건 좋다.
  기껏해야 그정도이다.


  ――어디까지나, 사치코는.

  순간, 사치코는, 눈을 크게 떴다.
  두 사람의 남녀가 있다. 화목하고, 행복한 단 둘만의 세계였다. 약간 거리가 있지만 바로 옆에 앉아있는 사치코도 전혀 눈치채지 못할 정도이다.


  그리고, 그런 두 사람의 뒤에, 사치코와 면식이 있느 소녀가 있었다.



  사쿠마 마유.



  그녀는 무표정하게, 지니고있는 백에서 번뜩 빛나는 것을――――








  (위험해!)

  사치코는 식은 땀이 흐르는것을 느꼈다.
  설마, 혹시, 아니, 그녀라면, 어쩌면.
  사치코가 당황하며 벤치에서 일어서려했을 때.


  마유는 손거울을 꺼냈다.


  번뜩인것은 그저 거울이 빛을 반사했을 뿐이었다.
  사치코는, 깊은 한숨을 내쉬고, 힘을 풀고 다시 앉았다.

  마유는 컴팩트하게 자신의 얼굴을 거울에 비추고, 눈매를 닦았다.
  그리고, 그녀는 거울을 백에 넣고 뒤를 돌아 치히로와 프로듀서의 반대방향으로 걸어갔다.
  마유는 옆에 있는 사치코는 눈치채지 못한 채, 두 사람의 남녀도 마유와 사치코의 존재를 알지 못한채, 그저 걸어가고는 이윽고 시야에서 사라졌다.

  「후우, 하아……」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사치코.
  이마를 가볍게 닦으니 약간의 물기가 흘러내렸다. 소위 식음땀이었다.
  ――다행이다.
  사치코의 내심은 이정도였다.








  행복한 두 사람, 무표정한 마유, 백에서 꺼낸 번뜩이는 무언가.

 
  문자의 표면적 의미만 보면, 사치코가 당황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대낮의 공원이다. 상식적으로 그럴리 없다.
  사치코의 상상은, 어쩌면 단순한 망상이었다.


  대낮의 흉행. 일종의 치정싸움.


  말도 안된다. 그럴리가 없다.
  라고, 장담할 수 없는 것이 사쿠마 마유라는 소녀였다.



  사쿠마 마유.
  그녀도 프로듀서인 남자를 연모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안고 있는 마음은, 치에리나 사치코같은 다른 아이돌의 감정과는 다른 마음이기도 했다.









  사치코는, 말하자면 나중에 남자에게 매료된 입장이다.
  함께 보낸 시간이, 함께 걸은 과거가, 사치코의 마음을 형성하고 있다.


  마유은, 다르다.


  그녀는 반대였다. 시간의 뒤에 사랑이 온 것은 아니라, 사랑했기 때문에 시간을 사용한다고 결심한, 그런 소녀였다.


  한 눈에 반했다고 했다.

  이전에는 독자모델이었던 마유가, 어쩌다보니 남자와 만나고, 그리고――
  지금에 이르다, 라는 셈이지만, 그래, 지금에 이러버렸다, 라고도 말할 수 있다.
  결국, 마유의 사랑은 끝나버린 것이다.



  평소의 마유는 온화하고, 숙녀다웠으며, 일도 우수했다.
  하지만, 그 남자와 연관되면 그녀의 다른 면이 나타났다.







  무겁고, 질척하며, 어둠이 느껴지는 중후한 감정을 향하는, 그녀.
  그것은 그야말로 사랑이었지만, 십대 중반에 불과한 소녀가 가질것이 아니었다.
  표면적으로, 예를들어 그 남자에게 접근한 다른 여성에게 마유가 위해를 주었던 적은 없다.
  그러나, 사치코는 종종 느끼고 있었다. 남자가 자신이나 다른 여성과 이야기하고 있을 때, 또는 접하고 있을 때에 마유가 발하는 어두운 감정을.


  질투와 독점욕.


  아이돌답지 않은, 검은 마음.
  그렇지만 평소에는 그저 매력이 넘치는 귀여운 소녀.
  그 이면성이, 마유라는 인간이었다.

  (자, 그럼, 어떻게 할지……)


  여기서 사치코는 생각했다.
  마유가 왜 이곳에 왔는지는 예상이 가지만, 과연 그녀에게 어떻게 해줘야 할것인지, 사치코는 고민했다.


  쫓아야할 것인가. 방치해야할 것인가.


  사치코의 위치에서 잘은 안보였지만, 그렇지만 방금 전의 행동을 보아 마유는 눈물을 흘린것처럼 보였다.
  여태까지 그랬듯이 시간을 둔다, 즉 여기서는 못본 척 해주는게 나을지도 모른다.








  라고 생각했지만.

  「……」


  사치코는 벌떡 일어서서, 마유가 걸어간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
  사실 사치코 자신도 지금은 혼자 있게 해줘야 한다고는 생각한다.

  그렇지만 동시에, 누군가가 곁에 있어 줘야 한다고도 생각했다.

  그리고 이 장소에서, 마유의 곁에 있어줄 수 있는 사람은 사치코 밖에 없었다.

  ――만약, 그녀가 이 공원에서 나갔다면 포기하자.

  그러나 사치코는 마유가 아직 이곳에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같은 사람을 좋아한 동류인것이다..
  생각이 다를 수 있겠지만, 아마 마유는 이곳에서 잠겨있을것이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추억에.










  「사치코……쨩?」
  「……안녕하세요」

  예상대로, 마유는 아직 공원에 있었다.
  그늘진 정자 안에서, 그저 멍하니 의자에 앉아있었다.
  사치코를 본 마유는 눈을 크게 떴다. 그 눈동자는, 조금 붉었다.


  가벼운 인사의 뒤, 사치코는 마유의 바로 옆에 앉았다.
  사치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마유도 말하지 않았다.


  소녀 두 사람의 공간에, 부드러운 바람이 분다.

  잠깐의 침묵의 뒤, 먼저 입을 연 쪽은 마유였다.

  「……사치코쨩은, 봤나요?」


  무엇을, 라고 사치코는 묻지 않았다.


  「네, 방금 전에」
  「……어떻게 생각했나요?」
  「저는 딱히」
  「그렇구나……」
  「……」
  「……」


  또, 무언.
  사치코는 그저 기다리고 있고, 마유는 뭔가를 생각하고 있듯이 시선을 방황하고 있었다.
  그 때.


  「히끅」







  그런 소리가 사치코의 귀에 닿았다.
  사치코는 아무 것도 보지 않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신의 백에 손을 넣어 손수건을 꺼냈다.
  그리고, 마유를 보았다.


  「흑……후……으으, 읏……」


  사치코의 예상대로, 마유는 울고 있었다.
  무릎 위에 올린 손은 강하게 꽉 쥐고 있었고, 고개는 숙인 채 이를 악물며 오열을 흘리며, 마유는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실례할게요」


  그렇게 말하고 마유의 눈매를 가볍게 닦아주는 사치코.
  마유은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의 눈물은 사라지지 않는다.
  이거 쓰세요, 라고 사치코가 말하며 마유의 손에 손수건을 들려준다.


  「저라도 괜찮다면, 들을게요」


  그렇게 말하고, 마유와 마주 본다.
  마유는 받은 손수건으로 멈추지 않는 눈물을 닦고 있었다.
  그녀는 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사치코는 그저 그녀의 옆에 있었다.




(3)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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