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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 P 「브레지어 보인다」(1)

댓글: 10 / 조회: 4246 / 추천: 5



본문 - 03-31, 2017 21:17에 작성됨.


모바 P 「브레지어 보인다」
(1)



3:2014/03/11(화) 16:25:32. 46 ID:I62kEiHOO


  00:큐트 걸

  귀엽다.
  나는 귀엽다.
  누구보다 무엇보다도.
  세계에서 제일. 이 세상에서 제일.
  은하 제일, 우주 제일.

  ――나는, 귀엽다.

  아이돌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그런 질문을 받는다면 코시미즈 사치코는 이렇게 대답할것이다.

  「자신에 대한 절대적인 자신」

  물론, 사람에 따라 그 대답은 다를것이다.
  노래, 춤, 비쥬얼, 종합적인 퍼포먼스, 팬 서비스, 권력과의 커넥션.
  예를 들자면 끝이 없을 정도로, 아이돌이란 것은 수많은 것들이 요구된다.
   




  사치코는 그것들이 잘못됐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잘못되긴 커녕 필요하다, 라고도 생각했다.
  생각하지만, 그녀에게 그것은 『필요』한 것에 불과했다.

  『아이돌』이라는 존재를 꾸며주는 옷.
  그것이, 그녀에게 있어서의 노래나 춤.

  그리고, 그 중심점에 있는 것이.

  자신.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누구도 막지 못하는, 압도적이 자기(自己).
  현재의 자신에 대한 긍정. 자신이라는 존재를 믿고, 믿고, 또 믿는다.
  하지만 그것은, 동시에 양날의 검이다.
  자신과잉이라는 말이 있듯이, 흘러넘치는 그것은 자신의 목을 맬 수도 있다.
  없어도 곤란하지만, 너무 심한것도 문제인것이다.





  지나침은 미치지 못한것과 같으며. 띠로는 짧고 멜빵으로는 길다.
(*띠로는 짧고 멜빵으로는 길다帯に短し襷に長し : 어중간하여 별로 쓸모가 없다)

  그렇기에 『적절한 상태』를 찾는것이 일반적인 방식이다.
  자신과 타협을 하며 때로는 부정하고, 받아 들인다.
  그것이, 『자신』과 마주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사치코는 아니었다.

  긍정. 긍정. 긍정. 긍정. 귀여워. 귀여워. 귀여워. 귀여워.
  그것에 「NO」는 없으며, 영원히 자신을 긍정한다.
  넘쳐 흐르는 자신, 흘러 넘치는 자신을, 그대로 힘으로 삼아 돌진한다.
  남는것의 리스크는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을 언제나 흘러넘치게 하며 그녀는 씩씩하게 나아가는 것이다.
  귀여운 자신을.
  귀여운 나를.
  언제나 끝없이 긍정하면서.





  귀엽다.
  나는 귀엽다.
  누구보다 무엇보다도.
  세계에서 제일. 세상으로 제일.
  은하 제일, 우주 제일.

  귀여우니까, 아이돌을 하고.
  귀여우니까, 톱을 노리고.
  귀여우니까. 귀여우니까. 귀여우니까.

  귀여우니까, 『그 사람』과――


  ――나는, 귀엽다.


  그것이, 코시미즈 사치코라는 아이돌의, 인간으로서의, 소녀로서의, 본연의 자세였다.







  01:데이・스타트

  「언제나 감사합니다, CG프로덕션의 시마무라입니다」

  메모를 보며 화이트 보드에 스케쥴을 쓰고 있으니 등뒤에서 목소리가 돌려 사치코는 내심 한숨을 토했다.

  ――익숙해지지 않는다.

  사무소 자체는 평소와 같다.
  적당히 오래된 빌딩의, 적당한 넓이의 한 방.
  방은 적당히 깔끔하고, 적당히 청소가 되어 있다.
 
  이 『적당함』를 확인할 때 마다, 사치코는 자신이 소속한 프로덕션의 『적당한 상태』를 인식하고 있었던 것이다.
  발전도상, 아직도 약소.
  그것이, 이곳 CG프로덕션. 여성 아이돌을 취급하는 예능사무소.

  하지만, 그 사무소도, 평서와는 다른 색채를 보이고 있었다.
  사무소 자체가 변화한 것은 아니다.
  빌딩은 갑자기 새것처럼 되지 않으며, 넓어지지도 않는다.
  방도 언제나처럼 아담하다. 적당히.






  뭐가 다르냐하면 분위기가 다르다.
  평소였다면 사무소는 좀 더 밝았다.
  아직 인원수가 적은, 규모는 크지 않은 사무소이지만, 한창때의 소녀들이 모이는 장소이다.
  평소였다면, 그야말로, 적당히 활기가 있었다.
  평소였다면.


  그러나.


  평소였다면, 사쿠마 마유는 소파에 앉은채로 죽은듯이 책상에 엎드리고 있지 않았을것이다.
  평소였다면, 오가타 치에리는 그 맞은편의 소파에서 마찬가지로 시체같은 눈으로 유사 코즈에를 꼭 껴안고 있지는 않았을것이다.
  평소였다면, 유사 코즈에는 강하게 껴안겨서 신음소리를 흘리지는 않았을것이다.
  평소였다면, 오가타 치에리는 그 SOS를 무시하지 않았을것이다.







  (철야한 회장같아)

  내심 그렇게 중얼거리는 사치코.
  도저히 아이돌 사무소답지 않은 우울한 분위기에 사치코는 고개를 절래절래 저었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 무엇보다도 강하게 위화감을 발산하고 있는 것은.

  「……죄송합니다, 그 건에 대해서는 현재 저희도 알지 못하는 상황이라 다시한번──」

  이것이었다.

  사치코의 후방에서 전화 대응을 하고 있는 사람은, 시마무라 우즈키.
  이 사무소에서 아이돌로서 가장 선배인 그녀는 평소와 똑같은 밝음으로, 그럼에도 정중하게 전화대응을 하고있었다.
  위화감의 원인은, 딱히 우즈키가 이상하다거나 그런 이유가 아니었다.
  이상하다, 라는 것은, 그녀가 전화를 받고 있는 것 자체가 이상한 것이다.


  확실히, 이 사무소는 아이돌이 적고, 마찬가지로 백업해주는 인원도 적다.
  적다고할지, 정확히는 딱 한명뿐이다.

  센카와 치히로.
  그녀가 이 사무소에서 유일한 사무적인 배후자였으며, 당연하게도 평소에 전화를 받는 사람도 그녀였다.
  그러나 그녀가 다른 전화를 받고있거나, 시간이 나지 않을 때는 다른 사람이 받곤 한다.







  이 사무소의 대표자나 프로듀서조차 부재중인 경우에는 아이돌이 전화대응을 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이 사무소는 여전히 약소하고, 추가로 인원을 늘릴 여유는 없으니까.
  그렇기에 우즈키의 전화대응은 딱히 희귀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그것이 하루종일 계속 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게다가, 사치코가 화이트보드에 스케쥴을 쓰고 있는것도 마찬가지이다.
  치히로의 부탁으로 쓰는 경우는 당연히 있고, 그것도 드물지는 않다 .
  우즈키가 전화를 받고, 사치코가 스케쥴을 쓴다.
  그 광경은 결코 드물지는 않지만, 본래라면 그것은 그녀들의 일은 아니다. 


  무엇이 이상하고, 무엇이 문제인가.

  한마디로 말하면, 유일한 사무원인 센카와 치히로의 부재.


  이것이, 우즈키가 전화대응을 하고 있는 원인이며.
  사치코가 각 아이돌의 스케쥴을 쓰고 있는 원인이기도 하며.
  하는김에 말하자면, 마유와 치에리가 우울해하고 있는 이유도 그녀의 부재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센카와 치히로
  젊은 나이임에도 CG프로덕션의 사무일을 혼자 맡은 그녀는 아이돌에게는 어머니같은, 언니같은, 그런 듬직한 존재였다.

  그런 그녀는, 오늘은 없다.

  휴가를 냈기 때문에.
  휴가를 낸 이유는 신중을 기해야하기 때문에.
  신중을 기하는 이유는, 얼마전 그녀가 몸이 안좋기 때문에 
  몸이 안좋아서 병원에 간 그녀가 의사에게 들은 선고는.





  임신.




  이것이, 모든 원인이었다.








  사치코는, 지금 이 장소에는 없는, 어느 소녀가 한 대사를 문득 떠올렸다.


  『……잠깐, 프로듀서한테 이야기를 듣고올게』


  평소에는 시끄럽게 냥냥거리는 이곳의 무드메이커인 소녀는, 무서울 정도로 차가운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그 후에도.

  『사장님……』
  『왜 그런가, 마에카와군』
  『경우에 따라서는, 미쿠, 프로듀서를 때릴지도 몰라』
  『……안보이는 곳에, 해주렴』
 
  그녀의 언동을, 아무도 비난하지 않았다.
  평화주의자인 사장님도, 온화하고 폭력을 싫어하는 우즈키와 치에리도, 그 남자에게 홀딱 반한 마유조차도, 아무도 막지 않았다.
  물론, 사치코도.







  사치코는, 표면적으로는 냉정했다.
  평소의 사치코였으며, 평소의 『귀여운 나』였다.
 
  사치코는 귀엽다. 귀여운 나를 유지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가령, 언니처럼 따르던 여성이 임신하고.
  가령, 사치코가 연정을 안고 있던 남성이 그 원인이었으며
  가령, 그 남자가 책임을 진다며 치히로에게 프로포즈를 하고.
  가령, 치히로가 그것을 받아들였다해도


  가령, 사치코의 사람이 마음을 전하기도 전에 떠났다고해도.


  오늘도, 언제나처럼 그녀는 귀엽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그것이, 코시미즈 사치코라는 아이돌로서의, 인간으로서의, 소녀로서의, 본연의 자세였다.







  02:캣 워크


  「피곤해냥……진짜아……」
  「후아아……미쿠~……」
  「냐, 코즈에쨩, 왜 그래냥?」
  「코즈에도, 피곤해……」
  「응응? 코즈에쨩, 오늘 하루종일 사무소 아니었어냥?」
  「그게말야……쭉, 치에리가 껴안고있었어……꾸욱하고~」
  「아~……」
  「내장이 푸욱 나올정도로……후아아……」
  「으응」

  지금, 사무소에는 세 사람의 소녀가 있었다.
  그 중 한 사람, 갈색머리의 소녀──마에카와 미쿠가 소파에 쓰러지자 이 사무소 최연소자인 코즈에가 그녀의 옆에 앉았다.
  평소처럼 졸린듯한 그녀는 여전히 하품을 연발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코즈에의 얼굴에는 피로가 엿보였다.









  무리도 없다.코즈에는, 오늘, 대부분의 시간을 치에리에게 안긴채로 보냈으니까.
  게다가, 치에리는 코즈에를 안고있는 힘을 조절할 여유도 없었던것이다.
  그런 치에리는 지금 마유와 함께 레슨에 갔다.
  미쿠는 그녀들과 엇갈려서 들어왔기에 그 참상을 보지 못했다.
  참고로 우즈키는 사무소의 사장과 함께 잡지촬영을 갔다.

  미쿠는 자신에게 기대는 어린 소녀의 머리를 상냥하게 쓰다듬어줬다.

  「누가 좀 말려줬으면 좋았을텐데」
  「그러고 싶은 마음은 산같았지만」

  그렇게 말하며, 지금 있는 마지막 소녀, 사치코가 미쿠와 코즈에에게 쥬스를 담은 컵을 건냈다.
  그리고 사치코는 그녀들의 맞은편 소파에 앉아 한숨을 토했따.







  「공교롭게도, 저도 우즈키씨도 바빠서. 마유씨는……그렇고」
  「냐아……」

  이해했다는듯이 고양이 울음소리 흉내로 대답하는 미쿠
  미쿠는, 컵에 입을 댄 후 정면의 테이블 위에 그것을 두었다.

  「생각보다 심각한 상황일지도 모르겠어냥……」
  「네……」

  미쿠는 팔짱을 끼고 신음하고, 사치코는 가볍게 눈을 감았다.
  코즈에는 사무소의 혼란을 이해하지 못해서인지 손에 있는 컵을 기울이며 꿀꺽꿀꺽 어린 목을 울리고 있었다.

  ――미쿠는 결국, 어떤 의미로 원흉인 프로듀서에게 때린다거나 무언가를 했다고 하지 않았다.
  그녀의 『경우에 따라서는 때린다』라는 발언은, 상황이 불투명했기 때문에 나온 발언이었다.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그 남자는 쭉 성실하게 대응했으며, 그리고, 전부 그의 잘못인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아니, 말하자면 『누군가의 잘못』이라고도 말할 수 없는 것이다.
  사회인으로서 경솔한 면이 있던 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결코 잘못은 아니다.

  두 사람의 남녀가 사랑을 주고 받고, 하나의 생명이 태어났다.
  그것은, 축복되어야 할 일이다, 본래라면.

  미쿠는 사치코에게 시선을 향했다.

  「사치코쨩은 눈치채고 있었냥?」
 

  사치코는, 무엇을, 이라고는 묻지 않았다.

 
  「……수상하다, 라고는 생각했어요. 특히 요 최근에는……미쿠씨는 어떤가요?」
  「솔직히 말하면 눈치챘어냥. 라고할까……알고있었다고 해야할지, 봤다고 해야할지」


  다시 생각하며, 수줍은듯이 미쿠가 뺨을 긁었다.







  「3달 전쯤이었냥. 치히로쟝이랑 프로듀서, 서로 안고 있었냥. 사무소에서」
  「그거……」

  조금, 사치코가 얼굴을 붉혔다.
  그녀는 아직 14살 아가씨였지만, 남녀관계에 대해 모를 정도로 순진하지는 않았다.
  사전 정보로서, 임신, 이라는 정사의 결과를 알고있으니 자연스럽게 『그렇고 그런 그것』을 상상해버렸다.
  사치코는, 부끄러움과 민망함과──가슴을 찌르는듯한 아픔을 느꼈다.
  하지만, 사치코는, 적어도 그 아픔에 대해서는 조금도 얼굴에 드러내지 않았다.
 
  「……이상한 의미가 아니야? 그……허그하고 있었어」
  「뭐, 그럴거라고 생각했지만……헷깔리잖아요」

  사치코의 붉어진 얼굴을 보며 미쿠는 씁쓸하게 웃었다.

  「냐하하, 미안해냥……그래서, 그게 뭐라고 해야할지, 익숙하다는 느낌이었어냥. 그래서」
  「그래서……사귀고있다, 라고 알고있었던건가요?」
  「뭐, 확증은 없었지만, 그런 셈이냥」








  ――치히로와 프로듀서는, 약 반년 전부터 남녀의 관계였다.
  그리고, 그 관계를 주변에는 숨기고 있었다.
  물론, 성행위에 대해서도 절도있게 했었지만, 어느 하루, 두 사람이 술에 취한 기세로 『저질러』버렸고, 그 때 피임을 잊어버리고, 그리고――

  이것이, 일의 전말.

  이야기만 들으면 애초에 그 둘은 그런 관계였으며.
  입장상, 상황상, 남자는 『책임을 진다』라는 형태로 구혼하고, 여자는 그것을 받아 들인 것이지만, 이런 일이 없어도 곧 그들은 이렇게 됐을것이었다.
  최소한 그들은 놀이가 아닌 진심이었다.
  진심으로, 서로를 사랑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을 강하게 인식할 때마다, 사치코의 가슴에 찌르는듯한 아픔은 늘어간다.
  작은 상처를 꾹꾹 누르듯이, 천천히, 그러나 지독하게도, 확실히









  그렇지만 사치코는 그것을 드러내지 않는다.


  대신, 사치코는 자신의 앞머리를 가볍게 손가락으로 흩으며 재차 미쿠와 눈을 마주했다.

  「……용케, 눈치채이지 않았네요」
  「응? 봐버린거 말이냥? 뭐, 고양이는 잽싸니까. 냐하하하」

  ――조금, 사치코의 의도한 물음과 다른 대답이 돌아왔다.
  그러나, 사치코는 일일히 정정하지는 않았다.

  눈치채이지 않았다, 라는 것은, 「그 때, 미쿠가 그들을 보고 있었다」라는 것이 아니라.
  「미쿠는 그들이 남녀의 관계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라는 사실을, 누구에게도 눈치채이지 않았던 것이다. 그것도, 3개월이라는 긴 시간동안.
  사치코가 보는 한 미쿠는 그런 그들에게 지극히 평소처럼 대하고 있었다.
  아무것도 모르는듯이. 조금도 모르는듯이.
  마치 고양이처럼, 그런 연애담에는 흥미가 없다, 라고 말하듯이.







  그것은 사무소 아이돌 중에서는 그녀 밖에 불가능한 곡예였다.
  적어도, 사치코였다면 금방 표정이나 태도로 드러냈을 것이다.
  애초에 이곳에 있는 아이돌은 모두 10대의 소녀이다.
  한창때의 소녀가 지인들의 교제관계를 알고도 아무것도 모르는듯이 시치미를 뗄 수 있는것도 특수한것이겠지.

  ――마에카와 미쿠.
  밝고, 소란스럽고, 사무소의 분위기 메이커이며, 언제나 냥냥 울고있는 그녀.
  고양이는 잽싸다. 미쿠는 그렇게 말했다.
  확실히 그 말대로, 사치코는, 그것이 미쿠의 진면목이라고 생각했다.
  신체능력, 을 의미하는것이 아니다. 아니, 미쿠는 정말 고양이처럼 유연하게 운동할 수 있지만, 그게 아니라.


  대인관계, 인간 관계의 밸런스 감각이 발군이다, 미쿠는.


  상대가 접하길 원치 않는 부분에는, 접하지 않는다. 다가가지 않는다. 만지지 않는다.
  고양이처럼, 경쾌하게, 잽싸게, 화려한 스텝으로 지뢰를 피하는, 그런 소녀.
  언뜻 보면 낯가림없이 누구의 품에든 발을 디디는듯이 보이지만──사실 그녀는 『안보이는 경계선』을 판별하고 그 이상은 절대로 들어가지 않는다.








  사치코는, 미쿠의 그 대응력을 동경하고 있었다.

  이 사무소에 있는 아이돌 자체는, 사치코보다 뛰어난 면을 가진 사람이 흘러넘치고 있다.
  사치코는 자신이 뒤떨어진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부족한 점, 자신에게는 없는 점 등이 다른 아이돌에게는 있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미쿠의 경우는 그 포지셔닝. 사람과 사람의 사이를 빙글빙글 돌아다니며, 자연스럽게, 자유롭게, 냐앙 운다. 그것이 마에카와 미쿠였다.

  ――그러니까 사치코는 알고 있었다.
  미쿠는 그녀의 마음을 알고 있을 것이다, 라는 것을.
  숨기고있는 가슴의 아픔조차, 미쿠에게는 다 보일거라는 것을.
 
  그렇지만 미쿠는, 아니, 그렇기에 미쿠는 발을 디디지 않는다.
 
  「……저는 슬슬 가야하겠네요. 사무소 부탁드릴게요.」

  사치코가 일어서서 그렇게 말하자, 미쿠는 겍이라며 노골적으로 고개를 올렸다.

  「미쿠, 혼자서 전화당번 하라고……?」
  「코즈에씨가 있잖아요. 게다가 지금은 전화도 별로 안 올 시간이니까 괜찮을거에요. 아마도」
  「후냐아……」

  권태로운 표정의 미쿠를 뒤로한 채, 사치코는 재빠르게 나갈 준비를 했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냐아, 다녀와」
  「후와아……다녀, 와……」

  배웅의 말에 손을 가볍게 흔들고, 사치코는 사무소 밖으로 나갔다.
  문이 닫히고, 계단을 내려 가는 소리가 멀리서 들린다.
  조금 썰렁해진 사무소에서, 미쿠는 가볍게 한숨을 토했다.

  「뭐, 다음은 『리더』에게 맡길까, 냐앙……」

  그 『사건』이 일어난 후, 사치코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누구에게도 ,무엇에게도, 그야말로 평소의 『귀여운 나』를 들이대는, 평소의 사치코였다.
  명백하게 우울해하는 치에리와 마유와는 달리, 평소처럼 움직이고 있다.

  그렇다고 사치코가 아무 생각이 없냐하면, 그건 아니다.

  그것은 사치코의 고집이며, 긍지이며, 존재의의이며──여하튼, 그녀는 부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다.









  미쿠는 그런 그녀의 마음을 존중했지만, 동시에, 그걸로 끝나지 않는 상황이라는 것도 알고있었다.

  누군가가, 그녀의 지뢰를 밟아줘야 한다.

  겉으로 보면 평소의 사치코같지만, 잘 아는 사람이 보면 무리를 하는것은 자명했다.
 

  「어떻게든 되길 바래야, 하려냐앙」

  그렇게 말하고, 미쿠는 소파 위에서 벌렁 누웠다.
  그것을 본 코즈에는 들고 있던 컵을 일단 테이블 위에 두고 나서, 장난치듯이 누운 미쿠 위에 올라앉았다.
  중량감을 별로 느껴지지 않는 조그만 소녀와, 미쿠의 시선이 만난다.
  코즈에는, 한없이 맑고 투명한 눈동자로, 미쿠를 보고있었다.

  「미쿠는……괜찮, 아……?」
  「무슨 말인걸까냥?」

  소녀의 모든것을 간파하는듯한 신기한 눈동자를 직시했음에도 미쿠는 평소처럼 냐앙하고 울었다.

  고양이의 꼬리는, 누구도 잡지 못한다.







  03:얼티메이트・베이직



  사치코가 언제부터 그 남자를 연모했는가.
  언제부터냐고 묻는다면, 어느새인가, 라고 대답하는것이 정답일것이다.
  그와 접해온 나날이. 함께한 과거가. 지나간 나날이.
  그 모든것이, 그녀의 마음을 형성하고 있었다.

  처음은 시원찮은 남자라고 생각했다.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섬세함이 없는, 여자의 마음을 모르는, 그런 남자였다.

  ――아마, 그는 평생 그런 남자일것이다.

  그의 나쁜 점을 들자면 끝도 없이 나올것이다.
  심지어 어째서 왜 그를 좋아했는지, 그것마저도 의문이 들 정도였다.

  그저, 사실로서.
  코시미즈 사치코는 한 사람의 남자를 좋아했다.
  그것만은, 확실했다.

  물론 그 남자가 다른 여자에게 사랑을 맹세했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으아아……)

  사무소로 돌아온 사치코는, 문을 연 순간 무기력한 표정을 지었다.
  스케줄을 생각하면 『그렇게 될것이다』라고는 알고 있었지만, 사무소에 있는 한 명의 소녀를 본 순간, 그 소녀가 발하는 명백한 분위기를 헤아렸기 때문이다.


  「어서와, 사치코쨩!」
  「……네」


  시마무라 우즈키.
  이 CG프로덕션의 소속 아이돌 중에서 가장 연장자인 그녀는, 상냥하게 사치코를 밀어넣듯이 소파에 앉히고, 흐르는듯한 동작으로 홍차가 담긴 컵을 사치코의 앞에 두었다.

  일절의 망설임도 없는 그 일련의 행동에 사치코는 씁쓸하게 웃었다.
  홍차에 입을 댄다. 티백으로 탄 싸구려같은 그 맛은 솔직히 조금 썼다.
  사치코는 눈앞에서 어째선지 분발하고 있는 우즈키를 넘겨 사무소를 둘러보았다.


  아무도 없다.


  지금, 여기에는 우즈키와 사치코 밖에 없으며, 시간상 전화도 오지 않을것이다.
  즉, 방해꾼은 아무도 없는, 그녀와의 1:1이다.



  「이리 와!」



  사치코가 컵을 두고 한숨 토하자, 우즈키은 양팔을 활짝 펼쳤다.










  「내가, 받아 들여 줄게!」


  ――눈물을 흘리렴.


  그렇게 말하는듯한 우즈키의 당당한 얼굴에 사치코는 또다시 쓴웃음 짓는다.
  사치코는 자신의 마음이 들킨 부끄러움이나, 사랑한 남자가 멀리 가버린 슬픔도, 지금은 느끼지 않았다.
  상쾌함마저 느껴지는 그런 지뢰밝기였다.


  인간관계의 능숙함으로 말하자면 우즈키도 마찬가지로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것은, 미쿠의 포지셔닝과는 다른것이다.
  미쿠의 경우는 사람의 감정의 기미를 읽고, 일선을 그은 후에 행동한다.
  접하면 안 되는 폭발점을 단념하고, 깊아웃 선을 긋는다.
  한마디로 『지뢰에 들어가지 않는 상냥함』이었다.

  우즈키는 다르다.

  그녀에게는 주저가 없다.
  지뢰가 있든없든, 혹은 빤히 눈에 보이는 선이 그어져 있다해도.



  시마무라 우즈키는 멈추지 않는다.








  포근하고, 따뜻하게, 그렇지만, 어쩌면 잔혹하게.
  그녀는 발을 디딘다. 억지로 지뢰를 밟고, 폭발시키는, 그런 움직임.
  미쿠와는 다른, 우즈키는 『지뢰에 들어가는 상냥함』이었다.
  발을 디디고, 폭발시키고, 슬퍼하게 하고, 괴롭게 하고, 그리고, 우즈키도 함께 슬퍼하며, 괴로워한다.
  그런, 힘으로 밀어붙이는 타입이었다.
  그리고, 그녀에게는 그것이 가능한──혹은 그것이 허락되는, 그런 인간적인 포텐셜이 있었다.



  가지고는 있지만, 실제로 잘 되느냐하면 또 이야기가 달라진다.
  한창때의 소녀들의, 씁쓸한 연애사정.
  그것은, 적잖히 섬세한 것이기 때문이다.

  「마음은 고맙지만, 사양할게요.」

  사치코가 단호하게 그렇게 말하자, 우즈키는 당당한 표정을 슬픔으로 물들였다.
  털썩 고개를 떨구고, 눈썹을 내린다.

  「으에에에……사치코쨩도……?」
  「설마 그거 전원에게 말했나요……?」
  「코즈에쨩 뿐이었어……안겨준 사람」
  「언제나 안아주고 있잖아요……」








  사무소가 시끄러워도, 그녀는 그녀.
  변하지 않는다. 우즈키는 조금도 변하지 않는다.
  우즈키는 이 사무소에서 최고참 아이돌이다.
  물론, 아이돌로서 그 남자와 지낸 시간도 가장 길다.
  아마, 우즈키에게 『프로듀서를 좋아하는가』라고 물으면 예스라는 대답이 돌아올 것이다.
  그리고, 그 후에.


  『사장님도, 치히로씨도, 미쿠쨩도 사치코쨩도 치에리쨩도 마유쨩도, 모두 좋아해요!』


  라고 말할것이다.
  사치코는 그런 우즈키의 흔들림 없는, 변하지 않는 보편성을 부럽다고 생각했다.



  우즈키에게는 아이돌로서 명확한 어필포인트가 ㅇ벗다.
  대놓고 말하자면, 평범.
  평범한 아이돌. 그것이 그녀였다.


  다른 아이돌에 비해, 무언가 특출난것이 우즈키에게는 없다.








  약삭빠르게 타인과의 관계성을 구축 할 수 있는, 미쿠.
  강렬한 개성을 항상 발하고 있는, 사치코.
  덧없지만, 동시에 확실한 존재감이 있는, 치에리.
  자신에게 『매료 시키는 법』이 누구보다 능숙한, 마유.
  속세에서 떨어진듯한 신비성을 지닌, 코즈에.



  그녀들과 비교하면 우즈키는 특별한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인간관계에 대해서도 미쿠의 그것과는 달리 우즈키는 테크닉같은건 일절 없는 힘으로 밀어붙이는 것.
  외모도. 운동 센스도. 가창력도. 별로 특출나지는 않다.



  그럼에도 우즈키는 사무소에서 리더로서 빛나고 있었다.



  곧고 곧게, 그저 자신의 영역에서 『노력』할 뿐.
  어떤 의미로는 극에 달했을 것이다.
  그것은, 하나의 정점이었다.
  평범한 소녀가 평범하게 노력해서 평범하게 빛난다.
  그 도달점이, 시마무라 우즈키라는 아이돌이었다.








  「별로 강하게 말할 수는 없지만」

  그렇게 서론을 떼며 우즈키가 말했다.

  「힘들면 무리하지 않는게 좋다고 생각해?」

  상냥하고, 온화하게.
  평소처럼, 평범하게, 우울해하는 동료들을 위로한다.
  평소의 그녀. 일상의 우즈키.

  「……저 자신도, 잘 모르겠어요」

  그 모습을 바라보며, 사치코는 조금만, 가슴 속의 일부만을 토해내기로 했다.
  역시 누군가가 들어주기를 바랬을것이다.


  「네, 확실히 저는 그 사람을 좋아하고……솔직히 쇼크도 받았었고, 유감이라고도 생각했어요.」


  그것은 소녀의 진심의 마음이었다.
  그렇지만, 동시에.


  「그래도, 마음 어딘가에서는 언젠가 이렇게 되겠지, 라고는 저도 생각했어요.」


  만약 사치코가 모르는 완전한 제 3자가 그와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다면 좀 사정이 달라졌을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결국 그와 가까운, 예상하던 여성이 가져가버렸다.
  어떤 의미로 예정조화. 자연스러운 흐름.
  그래서 사치코는 각오하고 있었다. 기습이라고 보기도 어려운, 처음부터 알고 있던 결말이었던 것이다.









  「치히로씨와 그 사람, 확실했어요. 그 일이 없었어도 조만간 이렇게 됐었을거에요」
  「난……조금도 눈치 못챘는데……」


  우즈키는 더욱 슬픈듯이 눈썹을 내리고, 사치코는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뭐, 그건 『그 남자를 향한 호의의 차이』때문일 것이다.
  좋아하는 남자였기에 사치코는 치히로와 그 남자의 관계를 헤아리고 있었던것이다.


  「뭐, 저는 괜찮아요. 동요하고 있는건 부정하지 않고 인정하죠. 그래도, 그 두 사람보다는 아직, 저는」


  그것은 허세였으며, 동시에 본심이기도 했다.


  깊고, 깊게 우울해하는 두 사람의 소녀가 근처에 있었기에, 사치코는 의외로 냉정할 수 있었던 것이다.
  사치코는 천상천하 유아독존. 그런 말이 어울리는 소녀이며.
  자신이 가장 귀엽다. 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렇지만, 남 일은 아무래도 좋다, 라고는 말할 수 없는 소녀이기도 했다.








  치에리와 마유.
  눈에 띄게 우울에 잠긴 그녀들을 걱정하는 감정이, 사치코에게는 확실히 있었다.

  사치코의 말을 듣고 우즈키는 끄덕하고 수긍했다.

  「치에리쨩이랑 마유쨩은 조금 시간을 갖고싶다고 말했어」
  「뭐, 그렇겠, 네요……」

  그럼 시간이 지나면 어떻게 되는가, 라고 묻는다면 사치코도 간단히 대답할 수는 없다.
  그 중의 한 명, 마유에 대해서는 특히나.
  그녀의 호의는, 사랑은, 깊고, 무겁다. 적어도 사치코는 감당할 수 없다.
  그렇기에 시간일 갖고싶다면 지금은 그렇게 할 수 밖에 없겠지. 본인이 그렇게 말하는 이상 일단은 한 발 뺄 수 밖에 없다.


  「저도, 그런 셈이에요.」


  그렇게 말하고, 사치코는 홍차에 다시한번 입을 대고, 컵을 내려놓았다.
  아직 조금 남아있는 홍차가, 조금 슬픔이 엿보이는사치코의 얼굴을 비추었다.



  딱 하나, 사치코는 결론을 산출했었다.









  왜, 이렇게나 가슴이 아픈 것인가.


  실연. 그것도 있겠지.
  그러나, 그것뿐이 아니다.
  머지않아 다가왔을 사랑의 붕괴는 예측하고 있었고, 좋아하는 남자가 좋아하는 여자와 한 쌍이 되는것은 좋은 일이겠지.
  기뻐해야 할 터였다. 축복하며, 연모의 정은 씁쓸한 추억으로 적막히 끝내면 된다.
  적어도, 사치코는 그것을 할 수 있는 소녀였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사치코는 귀엽구나』


  남자가 과거에 말했던 말이, 사치코의 마음을 채웠다. 채우고 있었다..
  사치코는 귀여운것이다. 그녀에게 그것은 절대적인 진리이며 굽히면 안되는 중심이었다.

  딱히 다른 여자들을 얕보고 있는것은 아니다.

  사치코는 우즈키도 귀엽다고 생각했고, 치에리도, 미쿠도, 마유도, 코즈에도 귀엽다고 생각했으며, 심지어 치히로도 귀엽다고 생각했다.


  그저, 가장 귀여운 사람은 사치코인것이다.


  적어도, 그녀 자신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자신이 제일 귀엽다고 자기 자신이 생각하지 않는다면 그 누가 그것을 증명해준단 말인가









  자신 밖에, 없다. 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귀엽다고 말해 준 프로듀서는, 사치코가 아닌 다른 여자를――


  찌릿, 하고 사치코의 가슴이 쑤셔왔다.


  자신의 『중심점』은, 스스로 세워야 한다.
  섣불리 타인에게, 그래, 남자에게 그 증명을 맡겨버려서.


  (나는)


  사치코의 가슴 속에, 검은 안개가 샘솟는다.


  (나는, 귀엽지 않은걸까)


  좋아하는 남자.
  자신을 빛내주기 위해 분주해 준 남자.
  귀엽다고 말해 준 남자.

  그렇지만, 그 남자는, 그녀에게는 가지 않는다.
  그것이, 확정됐으니까.

  「후우……」

  무거운 한숨을 내쉬고, 사치코는 일어섰다.
  잠시 화장실에. 그렇게 말하고 뒤를 돌은 사치코에게.



  「사치코쨩은, 귀여워」



  우즈키는, 그렇게 말했다.
  그것은 사치코의 정곡을 찌르는 말이었다.


  「언제서나. 어디서나. 사치코쨩은 자신만만하고 노력하는 모습이 귀여워」


  아마, 우즈키는 그 말을 사치코에게 해주는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는 않을것이다.
  그저 앞을 향해 돌진했을 뿐. 왠지 모르게 그렇게 생각해서 말했을 뿐.
  그렇지만 그것이 정답이었다. 핀 포인트의 지뢰였다. 








  사치코는 뒤를 돌아 우즈키를 바라보았다.
  그 방향에는, 방금 전의 당당한 얼굴도 아닌, 슬픈 표정도 아닌.
  끝없이 상냥하고, 성모처럼 온화하게 미소짓는 우즈키의 모습이 있었다.


  「사치코쨩이 어떻게 생각하든간에, 나는 그렇게 생각해」


  그렇게 말을 끝낸 우즈키를 본 사치코는 다시한번 한숨을 내쉬었다.
  그것은 무겁지도, 괴롭지도 않은, 안도가 섞인 가벼운 것이었다.


  (정말이지, 이 사람은……)


  우즈키에게는 이것이 있다.
  거리를 단숨에 좁힌 직후, 필중 필살.
  폭탄을 밟고 어떻게 될지는, 그것은 우즈키도 모른다.
  일단 밟는다. 일단 폭발시킨다. 결과는 나중에 따라온다.
  누구에게나 같은 올곧은 인간성.


  CG프로덕션, 소속 아이돌의 리더, 시마무라 우즈키.
  그녀의 평소 그대로인, 평범한 그대로인, 있는 그대로인 그녀의 말에, 사치코는 『평소의 자신』으로 대답한다.



  「당연하죠. 천지가 뒤집혀도 저는 귀여운걸요」



  자신만만. 평소의 의기양양한 얼굴로.
  그렇지만, 그것은 치히로의 회임을 들은 이후 처음지은 자연스러운 표정이었다.
  그렇게 단언한 후, 사치코는 다시 화장실로 향했다.


  문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다.
  그렇지만.
  약간, 가슴이 가벼워졌다. 사치코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직도 가슴 속에는 검은 무언가가 남아있지만, 그것을 털어낼 해답이 왠지 보인것 같았다.
  ――적어도, 이곳에 한 명은 있다. 자신의 귀여움을 증명해 주는 인물이.
  다음은, 자신의 문제. 자신이 넘어야 할 문제였다.








  혼자 남겨진 우즈키는 책상에 있는 컵을 잡았다.


  「잘 안되네……」


  그렇게 홀로 중얼인다.
  곧게 부딪친다, 라고 해도.
  그것을 정면으로 튕겨내면 우즈키는 할 수 있는게 없다.
  돌려말하면 소녀들은 아직 그것이 필요할 정도로 약해지지는 않았다, 라는 말이기도 하겠지만, 그것을 알아도 우즈키는 답답함을 지울 수 없었다.
  우즈키는 그 사건(이라고 할 정도로 큰 일은 아니지만)에 대해서, 조금도 마이너스의 감정을 느끼지 않았다.
  오빠같은 남자와 언니같은 여자가 이어진다. 결과만 말하면 단지 그것 뿐.
  그렇기에, 파고들 수 있다.
  그렇기에, 우즈키는 해결할 수 없다.



  그녀가 아무리 손을 뻗쳐봤자.
  치에리와 마유는 우울한 채였고.
  사치코는 무엇인가를 안고있는 채였고.
  미쿠는――


  우즈키은 완전히 식어버린 자신의 홍차를 한모금 마셨다.


  「쓰다……」


  혀를 찌르는듯한 이 씁쓸한 맛처럼.
  최소한, 사랑의 씁쓸함도 공유할 수 있다면――
  그렇게 생각해도, 모르는 것은, 모른다.

 

(2)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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