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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P「타치바나씨가 졸업하는날」

댓글: 8 / 조회: 2494 / 추천: 4



본문 - 03-28, 2017 00:51에 작성됨.

타치바나씨는 아리스쨩이지만, 아리스쨩이 아니다.

또는 타치바나씨는 아리스쨩이지만, 아리스쨩이 아니게 되었다고 해야할까. 말장난같은 호칭문제는「어른」으로 손을 뻗는 아리스쨩을 표상하고있다.

타치바나씨는 이름으로 불리는걸 싫어했다. 아리스쨩이라고 부르던 시절에는 「타치바나 입니다.」 하고 정정하길 요구해왔던 것이다.
이유를 물어보니 어린이같은 이름이니까 라고 한숨섞인 말로 대답했지만, 정말로 싫어했던것은 이름으로 부르는 행위 그 자체에 있는 것임을 나는 놓치지않았다. 분명 이름은 관계없다.
핑계를 만들기위해 그리했을 뿐으로, 분명 일본인의 입장에서도 흔해빠진 이름이라 하더라도 어떻게든 형편좋은 이유를 만들어서 정정하길 요구했을것이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동급생끼리는 서로 이름으로 부르고있으니까, 어른들은 서로 성으로 부르고있으니까.
그런 형식을 동경하고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절로 미소지어지는 저항이다. 귀엽디 귀여운 발돋움이다. 그저, 사춘기 아이들은 성미가 까다롭기 때문에,
우리 어른들에게 사소하게 여겨지는 것이라도, 그녀같은 아이에게는 중요한 사건인 경우도 많다.

그리고 그러한 경험은 누구라도 한다. 나도 그렇다. 그래서 나는 웃을수없었고, 웃지도 않았다.

어쨌든 열두살의 아이돌 타치바나 아리스를 어린이 취급했던것은 첫대면했을 때 뿐으로 담당하고 나서 수개월이 지나고나서는 본인의 희망대로 타치바나를 어른 취급하기로 마음먹었다.

이렇게 3년이란 시간이 지나갔고, 초등학교를 졸업한 타치바나씨는 아리스쨩을 졸업했다.

 

 


업무를 끝맺은 저녁쯤에 소회의실을 빌렸다. 테이블 위에 아리스의 3년하고 조금 넘는 시간의 궤적들을 펼쳐놓았다.

딱딱한 의자에 허리를 붙이고, 앨범을 펄럭펄럭하고 넘기니 사진의 변천사와 그리움을 느꼈다. 빨간 란도셀은 남색의 세라복으로 바뀌었고, 점점 키는 커지고 가슴은 부풀고, 몸매와 얼굴은「아이」에서 지금에 와선 익숙해진 타치바나씨로 변화해갔다.

처음 만났을 때의 타치바나씨는 아리스쨩이라 부르면 어울릴듯한 용모를 갖추고있어서 어른스러움을 갖추려 노력하는것처럼 보였지만 어른스러워보이지는 않고 아무리 용을 써봐도 어린애로 보였다. 물론 지금도 어린애다. 하지만 초등학생과 중학생의 경계에는 커다란 간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자아의 싹틈과 확립. 자신과 타인의 분리. 그러한 정신적인 탄생과 성장을 맞이하는 시기가 중학생이니까 말이다.
여태까지와 똑같이 대할수는 없겠지. 음, 여자는 남자보다 빨리 사춘기를 맞이하는것 같지만, 이 역시 하나의 단락을 짓는 커다란 의미를 가질것이다.

중학생이 되고 타치바나씨는 여자아이가 되었다. 내적으로도 외적으로도 모두 명확하게.

그래서 나는 타치바나씨를 어른취급하기로 마음 먹은것이다.

앨범을 넘기면서 사진을 찍은 시기를 4개로 분류했다. 하나는 데뷔 전부터 데뷔 직후, 초등학생시기.
이후는 중학교 1학년부터 3학년때까지. 각각의 시간을 카테고리로 분류해놓았다.

크게 대략적으로 분류하고나서 선정작업을 시작한다. 되도록 각 카테고리에 치우침 없게하도록 선정한다. 3분정도 진행해 나가던 도중 나는 고개를 숙였다. 삭제할 사진을 선별하는건 생각하지않았기 때문이다.

「추억보정이네, 이거」

타치바나씨의 부모님은 매우 바쁘신 분들로 타치바나씨의 라이브를 포함한 이벤트에 제대로 참가한적은 없다. 그것의 옳고 그름에 대해선 생각하지않는다.
타치바나씨와 가족의 문제이지, 내가 관여할만한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저 적어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는 생각한다. 타치바나씨의 성장 과정을. 아이돌로서의 그리고 한명의 여자아이로서, 그녀가 성장한 과정을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그녀가 어떤 마음으로 여기까지 열심히 달려왔는가, 알아줬으면 한다.

 


좋아, 하고 기합을 넣고 사진과 마주한다. 나에게 할수있는것은 별로 많지않지만, 할수 있는것을 하자.

그리고 사진을 손에 든 순간, 노크 소리가 두번 울렸다.

오늘 이 회의실의 사용 예정은 없을텐데. 고개를 갸웃거렸다. 특별한 이유는 생각나지않는다. 생각해봐도 안된다면 대답하는 수밖에.

「네, 들어오세요」

문이 열리고 더플 코트를 팔에 걸친 교복 차림의 타치바나씨가 방에 들어왔다.그녀는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나의 옆에 앉았다.
아무래도 중학교에서 바로 온듯 하다. 하지만 그녀는 오늘 쉬는 날일텐데. 일부러 회사를 방문할 이유가 없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유를 모르겠어서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치히로씨에게 듣고왔어요. 뭐하고 있는건가요?」

「에……아아,응. 앨범을 만들고 있었어.」

「앨범?」

「응. 자, 내가 주는 졸업 축하선물이야. 타치바나씨의 부모님께 말이지. 그리고 시간이 되면 라이브 영상을 정리한 DVD도 만들까 하고 생각하고있어」

「타치바나씨」라고 말한 순간 눈썹이 움찔하고 움직인것을 나는 놓치지않았다.

「민폐였으려나……?」

「앗,아뇨」놀랐다는 듯이 대답하는 타치바나씨. 바쁜듯이 머리를 좌우로 움직였다. 아무래도 뭔가 생각하고 있는것 같았다.

「민폐라뇨 그럴 일은……오히려 감사하다고 할까……기뻐요」

「그래? 그렇다면 괜찮지만……앗, 물론 타치바나씨의 것도 별도로 준비해둘테니 안심해」

「감사합니다……」

복잡한듯한 표정이었다. 싫다기보다는 뭔가 다른걸 신경쓰고있다는 느낌. 그 무언가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민폐인것도 싫은것도 아니어보여서 나는 안도했다.

 


「그래서, 타치바나씨는 뭐하러온거야? 오늘은 아무것도 없는거맞지?」

신경쓰고있던 의문을 건낸다. 그러자 타치바나씨는 그럴줄 알았다는 듯이 의기양양한 얼굴을 했다.
옛날과 비교해서 풍부한 표정을 갖게됐네, 라고 생각해 책상 위의 사진을 보며 조금 재밌어했다.

「볼일이 없으면 만나러오면 안되나요?」

「요컨대 나는 한가함을 달래기위한 상대인가」

「그,그게 아니라! 무읏」

무읏, 하고 뺨이 부풀어올랐다. 그 행위는 귀엽게 느껴져서 타치바나씨라고 부르기보다 아리스쨩이라고 부르는 편이 어울릴것 같았다.
타치바나씨는 원망스럽다는듯이 노려보면서 말했다.

「……자율 레슨의 메뉴를 트레이너씨에게 상담하러 온거에요」

「그렇구나. 겸사겸사 인사하러 와준건가. 고마워」

「겸사겸사가 아닌데……」라며 불만스럽다는 듯이 중얼거리며 한숨을 쉬었다.

음, 최근엔 졸업식을 위해 스케쥴을 비워두었던 탓에 만날 기회가 없었으니까 얼굴을 비추러 보러 와준거겠지.

「시간있으면 사진 고르는거좀 도와줘. 돌아갈땐 바래다줄테니까 말이야」

그렇게 말하니 표정은 확 밝아졌다. 이렇게 곁에 있어주려 할 때가 좋은거구나, 하며 아버지같은 대사를 생각해본다. 결혼조차 하지않았는데 아버지의 기분을 맛보다니, 나는 점점 더 결혼하기 힘들어질거라 생각했다.

웨딩 드레스를 입었던, 아리스쨩이었을 시절의 사진을 손에 들었다. 「기다려주실건가요」하고 말해준것이 떠올라서 더욱 아빠와 딸같다며 웃었다.

공동 작업을 한 덕분인가, 그로부터 대략 1시간정도 지나니 사진 선별은 끝낼 수가 있었다.

 

「저도 이제 고등학생이에요. 사사로운 일에 구애받는건 그만두기로 했습니다」

돌아가는 자동차 안에서 뒷좌석에 앉은 타치바나씨는 돌연히 그렇게 말했다. 백미러에 짧게 시선을 옮기니 진지한 눈빛과 부딪혔다. 아무래도 여기서부터가 본론인것 같다.

「빨리 어른이 되고싶었어요.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는것 자체가 무엇보다 어린애라는것을 증명하는 것이었네요」

「그렇게 생각하게 된건 어른으로 향하는 첫걸음이구나」

「어른이 된다는것은 좋은 일만 있는건 아니였네요」

「나는 어린애로 돌아가고싶어」

후훗 하고 타치바나씨는 웃었다. 나는 농담으로 말할 생각이 아니었지만 웃어준다면 그걸로도 좋단 생각이 들었다.

그 웃는 얼굴은 조금 어른스러워 보였다.

「저기, 프로듀서씨. 전 이제 신경안써요」

「응? 무슨 얘기야」

신호등이 빨갛게 빛났다. 천천히 브레이크 페달을 밟아 정지선위에 딱 멈추었다.

「호칭말이에요. 벼,별로 아리스라고 불러도 된다구혀」

「…………」

「……된다구요」

차가 달리던 소리에 삼켜지워져있던 거리의 떠들썩함이 파고들어와, 차 안의 조용함을 두드러지게 만들었다. 10초 정도의 침묵뒤에 타치바나씨는 우우우 하고 짧게 신음했다. 조금 기다리니 신호가 변했다. 엑셀페달을 밟으니 몹시 엔진 소리가 크게 들렸다.

「뭐라고 말좀 해보세요!!」

「응, 타치바나씨는 귀엽구나 싶어서」

「또 그렇게 어린애 취급하고!」

깔깔 웃으니 타치바나씨는 한숨을 쉬며 반응했다.

 


「정말이지 프로듀서씨는……그리고,맞아요. 호칭이에요. 옛날엔 타치바나에요 하고 정정했지만요, 지금은 신경 안써요. 부디 아리스라 불러주세요」

「아니,괜찮아. 새삼스럽게 바꾸는것도 좀 그렇고」

「엣,하지만, 그렇잖아요……다른 사람 눈에는 사이가 좋지않다고 생각한다구요? 성으로 부르는것보다 이름쪽이 자연스러워요」

「그거야 말로 새삼스네.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 없다니까」

친밀하다던가 잡혀지낸다던가, 나와 타치바나의 관계는 그렇게 형용되어져있다. 거기에 이름으로 부르고 다니면 오해받을것같다. 우리 프로덕션은 아이돌과 프로듀서의 거리가 가까우므로 오해받아도 문제는 없지만서도.

「……아리스가, 좋잖아요……」

특별하게 구애받지않으므로 어느쪽이라도 상관없다. 그저, 상관없기에 일부러 바꿀 필요성 또한 찾지못했다.

우회전을 마지막으로 타치바나씨의 자택 앞에 차를 세웠다. 엔진을 끄고 차에서 내린다. 밖으로 나오니 얼어붙을듯한 바람에 얼굴이 아팠다. 차체의 왼쪽으로 돌아 뒷자석 문을 열고 손을 내밀었다.

「공주님, 도착했습니다」

「앨리스는 모험엔 뛰어들었지만 공주님이 되진않았어요」(※앨리스의 일본어식 발음은 아리스)

심통이 난듯이 타치바나씨는 얼굴을 돌렸다.

「나는 마법사라구. 유리구두를 준비할꺼야. 타치바나씨를 공주님으로 만들기위해서말야」

「거기는 왕자님이 되주셨으면 좋겠네요. 백마를 타고 마중나와줬으면 좋겠어요」

「왕자는 성에서 기다리고있을거야」

「……그렇네요. 제가 마중나가주지않으면 안되겠네요」

마지못해서 라는 느낌으로 내 손을 잡아준 타치바나씨. 그 가늘고 부드러운 손은 내 손보다 훨씬 따뜻했다. 놓는것이 아쉽게 느껴질 정도로.

「앨범은 졸업식이 끝나면 가지러갈게요. 연락할테니 기다려주세요」

나는 타치바나씨가 집안으로 들어갈때까지 지켜보았다. 문을 닫으려는 찰나 작게 손을 흔들어주었기에 나도 작게 손을 흔들어주었다.


졸업식 당일, 타치바나씨와는 점심쯤에 회사 로비에서 만나기로했다.

도착한 타치바나씨는 눈가가 빨갛게 되어있었다. 분명 졸업식 도중 울어버린거겠지. 새삼스럽게도 타치바나씨가 중학교를 졸업하였다고 생각하니 3년 조금넘게 같이 지내왔던 나도 조금 감개무량하게 느껴졌다.

「졸업 축하해, 타치바나씨」

「고맙습니다」

완성한 앨범과 DVD, 과자상자와 편지를 담은 종이봉투를 건낸다. 그리고 또 하나 작은 종이봉투를 건냈다.

「이건 타치바나씨에게 주는 선물」

「……열어봐도 되나요?」

고개를 끄덕이니 타치바나씨는 종이봉투로부터 원통형의 상자를 꺼내, 조심스럽게 열었다. 안에는 핑크골드의 손목시계. 악세사리 대용으로도 가능한 어른스러운 디자인이었다.

타치바나씨는 놀란듯한 표정 뒤에 내 얼굴을 보고 활짝 웃었다.

「고,고맙습니다」

「사이즈는 맞지않을테니까 가까운 시일에 같이 맞추러가자」

「네!」

기쁘게 받아주어서 다행이다.

 

그러나 웃는 얼굴을 보여주자마자 바로 「하지만」하고 타치바나씨는 말을 꺼냈다.

「한가지 불만이 있어요」

생각치도 못한 발언에 나는 초조해졌다. 디자인이 너무 노골적이었던건가. 아니, 타치바나씨가 그런걸로 불만을 말할거라곤 생각하지않는다.

나는 무슨 문제일까 하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름, 아리스라고 불러주지않았어요」

「엣,그거 중요해?」

이것이 좋지않았던 것같다. 사춘기 어린아이에겐 사소한 일이 중요하게 여겨지는 일이 많다. 이해하려고 노력할 생각이었는데, 나는 얼떨결에 깜빡 잊고있었다.

부들부들하고 몸을 떠는 타치바나씨는 손에 든 짐을 바닥에 내려놓고선,

「언제가되야 이름으로 불러주실건가요!」

통곡했다. 진짜로 울고있었다.

「정말----!!」

말로 형용되지않는 목소리가 로비에 메아리친다. 주위의 사람들의 시선이 나에게 꽂힌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울렸다고밖에 볼수없는 구도가 되어있었다. 접수처의 누님이 찌릿하고 도끼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분명 졸업식이 끝나 감상적(感傷的)이게 되어있음이 틀림없다. 그리고 감정적으로도. 아니 하지만, 울 정도인가? 생각해볼수록 혼란스러워진다.

어찌됐든 울음을 멈추지않으면.

「알았어 알았으니까. 아리스쨩, 앞으론 그렇게 부를께」

때는 이미 늦었다. 우와아아앙 하고 울음을 그치지않은 아리스쨩. 될대로 되라지, 싶은 심정으로 나는 아리스쨩의 머리를 쓰다듬는것밖에 할수없었다.

 

그로부터 5분뒤, 울음을 그친 아리스쨩과 차로 이동한다. 달리기 시작한 차내엔 뭐라고 말할수없는 공기가 감돌았다.

거북하다. 뭐라도 얘기하지않으면. 그렇게 생각해도 말은 제대로 나오지않은 채, 입만 뻐끔뻐금 움직일 뿐이었다.

「저……죄송해요」

먼저 말문을 연것은 아리스쨩이었다. 날 신경써준 것이겠지. 면목없다고 생각한다.

「아니, 나야말로 미안. 그렇게 신경쓰고 있을거라고 생각도 못했어」

기뻐할것이라고도 생각하진않았지만, 설마 울 정도로 싫어할것이라고는 상상조차 못했다. 음, 오늘같은 날이 아니었다면 울진 않았을지도 혹시 모르겠다. 하지만 아리스쨩에게 있어 중요한 일이었음에는 변함이 없다.

아리스쨩은 읏 하고 부끄럽다는듯 짧게 소리내었다.

「아니에요. 싫었던게 아니라……, 그저 약간 거리가 느껴졌어요」

「거리?」

「처음엔 신경써준 거구나, 기뻤었어요. 드디어 어른취급을 해주는구나하구요. 하지만 점점 성으로 불리는게 서먹서먹하게 느껴져서……」

분명 나이를 먹어가면서, 정신적으로도 안정되었을 무렵부터 여러가지 생각했던것이겠지. 주위의 아이돌과 프로듀서는 별로 구애받지않고 이름으로 부르고있는 것이다. 불안하게 생각해도 이상하진않다.

나는 애써 상냥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리스쨩의 불안을 불식하기 위해.


「그렇구나. 응, 뭐어, 알고있을거라 생각하지만, 나는 아리스쨩을 싫어하거나 그런건 아니니까. 오히려 좋아한다구? 알아채주지못해서 미안해.」

그야 3년하고도 반년 조금 안되는 시간을 함께 보냈던 상대에게 성으로 불려지거나 한다면 거리감을 느끼게됐을지도 모르겠다. 사정을 납득하고 있었다고 해도 이런 상황이 지속되고있으면 불안하게 느껴졌을지도 모르겠다. 사춘기는 불안정한 시기다. 그때 확인해 받았어야했었다. 이름을 대하는 마음이 변해도 이상하지않다걸 나 자신의 경험만으로도 눈치 챌수있었을텐데.

요컨대 커뮤니케이션 부족이다. 나는 어른이니까 조금 더 아리스쨩의 마음을 염두해두었어야했다.

반성은 머리속을 빙글빙글 돌았다. 사고를 일으키지않도록 평상시보다 약간 천천히 달린다.

「좋아,인가요……이제 1년남았어요. 약속, 지켜주셔야해요?」

스피드를 천천히 떨어뜨리니 아리스쨩은 갑작스럽게 그렇게 말했다. 사춘기 아이들의 말은 의미 깊고 난해하다.

「약속? 무슨 얘기야?」

「기다려달라고 말했었잖아요」

브라이덜 촬영때의 대화를 떠올린다. 아리스쨩은 뺨을 빨갛게 붉히며 말했다. 나는 뭐라 대답했던가. 생각날듯 하면서 생각나지않는다.

어떻게 대답해야할지 막혀하고있으니 뒷자석에서 한숨이 들려왔다.

「됐어요, 무리라곤 알고있었으니까요. 나이가 들어가면서 동시에 16살은 아직도 어린애라고 뼈저리게 느껴졌어요」


「엣,잠깐만. 그거, 진심이었어?」

「진심이에요. 지금도」

눈물을 흘렸기 때문인가 갑자기 당당하게 나오는것 같다. 단어에 부수되는 의미를 이해했음에도 여전히 아리스쨩은 당당하게 말했다.

그렇다면 나는 확실히 대답하는수밖에 없다. 그게 어른으로서 가져야할 자세다.

「미안. 역시 결혼은 할수없어. 법적으로 용서받는다고 해도말이야.」

「그건 저랑 결혼할수없다는 의미인가요?」

「나이차가 너무많이나」

「요즘 세상 열두살차는 흔한 이야기라구요?」

「……그렇긴한데 말이야.적어도 지금, 아리스쨩은 어린애잖아. 미안하지만 연애대상으로서 볼순없어」

악의적인 변명. 그렇지만 정말로 나는 어른이고 아리스쨩은 어린애다. 그것도 아직 중학생. 아무리 그럴듯하게 둘러말해도 이 구도는 변하지않을것이고, 이 구도가 바뀌지않는 이상 연애대상으로 볼순없다. 무책임한 말은 하고싶지않았다.

그런가요. 아리스쨩은 아무렇지도 않은듯이 말했다. 그 목소리는 어딘가 즐겁다는 듯이 들려서 나는 곤혹스럽게 느꼈다.

「앞으로도 계속 연애대상외인가요? 예를 들어 제가 20세가 되어도 아니면 대학을 졸업해서도 계속 대상외인가요?」

어려운 질문이었다.

그건,

「어떠려나. 솔직히 거기까지 생각하진않았으니까」

「그렇겠죠. 다시말하면 가능성은 있다는 말이에요. 그러니까 다시말할게요. 기다려주세요. 제가 어른이 될때까지 기다리고있어주세요.」

너무나도 자신만만한 말투에 나는 미소가 피어올랐다.

「만약 그때까지도 대상외인 채라한다면 그때쯤이면 난 이미 35살이라구. 결혼못하게되면 어떻게 책임져줄건데」

아리스쨩은 웃었다. 자신만만하게 웃었다.

「그때는 제가 결혼해드릴게요」

아무래도 미소를 참을수가 없어서 난 그냥 웃어버렸다.


끝으로 우회전을 하자 나온 아리스쨩의 자택 앞에 차를 세웠다. 엔진을 끄고 차에서 내렸다. 밖으로 나오니 상냥하게 느껴지는 햇볕이 기분 좋게 느껴졌다. 차체의 왼쪽으로 돌아서 뒷자석의 문을 열고 나는 손을 내밀었다.

아리스쨩은 나의 손을 잡고 차에서 내린다. 마주 대하고있으니 어쩐지 좀 멋쩍다.

「저는 이제 고등학생이에요. 사사로운 일에 구애받는건 그만두기로 했어요. 스스로를 어린애같다고 생각하는것도 부끄럽다는 이유로 망설이는것도 그만둘꺼에요. 그러니 각오해주세요. 절대로 절 돌아보게 만들어보일테니까. 지켜봐주셔야해요.」

당돌하게 미소짓는 아리스쨩.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보고있을게. 나는 아리스쨩의 프로듀서니까 말이야」

「후훗, 그럼 실례할게요. 오늘은 감사했습니다.」

나는 아리스쨩이 집에 들어갈때까지 지켜보았다. 문이 닫히려는 찰나 그녀는 내게 미소지어주었기에 나는 작게 손을 흔들어주었다.

문이 닫히고 나는 한숨을 쉬었다. 아리스쨩의 미소가 너무나도 어른스럽게 느껴져서 무의식적으로 가슴이 두근거렸기 때문이다.

「이건 만만치않겠는데.」

5년후 나는 아리스쨩의 아버지의 마음으로 있을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마지막에 보았던 미소를 떠올리고선 마음속에서 중얼거렸다.

 


아리스쨩을 졸업하고 3년. 아리스쨩은 중학교와 동시에 타치바나씨를 졸업하고, 아리스쨩이 되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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