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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 P 「연애 편지의 비술」(4)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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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3-27, 2017 22:10에 작성됨.

모바 P 「연애 편지의 비술」(4)


84:모바 P보다 후배 P앞2017/03/21(화) 21:58:32. 23 ID:8eAfNHgBo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올해도 잘 부탁드립니다.

  연하엽서가 아니어서 미안하다.
  평소에 익숙한 편지지가 쓰기가 편하다보니.


  그런데, 그 후에 사기사와씨와는 어때?
  조금정도는 서로에 대해 알게 됐어?
  첫번째 높은 벽을 넘었으니까 안심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정말 험난한 싸움은 지금부터야.
  지금까지의 관계만으로 만족했다가는 금방 정나미가 떨어질거야.

  뭐, 물론 크리스마스 이후로 얼마 지나지도 않았으니 그렇게 서두를 필요는 없겠지. 일단 차분히 알아가는게 제일이야.
  사기사와씨와 그런 관계가 된 이상, 지금부터 너희 둘에게 일어날 문제는 서로가 협력하며 해결해야할테니까.



  그나저나.

  이 말만 몇번째인지 모르겠지만, 너 정말 그걸로 괜찮은거냐?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지 그게 가장 걱정된다.

  그 축제같았던 밤, 크리스마스 일루미네이션으로 장식된 넓은 무대는 그야말로 최고의 고백 시추에이션이었지.

  멀리서 몰래 훔쳐보던 린이랑 노노는 라이브 실전보다 훨씬 흥분했었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카오루만이 「예뻐─!」라면서 일루미네이션을 즐기고 있었지만, 한창대의 사춘기 소녀 둘은 「자, 지금이야. 손을 잡아!」라거나「아와와」라면서 응원했었지. 솔직히 시끄러웠어.
  너무 정신없다보니 결국 치히로씨가 도중에 데리고 가버렸을 정도였어.

  그래서 회장 휴게실에서 모두 함께 안절부절하며 결과 보고를 기다리고 있던 와중, 한참 후에야 너희들이 돌아왔지.

  그 때, 행복으로 가득해서 증기마저 뿜어나올것만 같던 너의 미소와 얼굴이 새빨개진채 고개를 숙이고 있는 사기사와씨의 모습을 봤다면 누구도 해피엔딩을 의심치 않았을거야.
  물론 우리들도 그것을 확신했으니, 우레의 박수로 후배 P와 사기사와씨의 커플 탄생을 맞이했었어.

  그러나 사기사와씨가 다음 순간에 내뱉은 말은, 우리들의 예상을 45도정도 뛰어넘은 것이었지.

  「53프로의 신인 아이돌로서 스카우트 된 사기사와 후미카입니다. 부족한 몸이지만, 잘 부탁드립니다.」

  박수를 멈추지 않았던 사람은 카오루 뿐이었어.


  그 때, 다들 이렇게 생각했을거야.
  「이게 아니잖아」라고.


  네 말에 따르면, 좋아한다는 마음을 전한 후에 「제 아이돌이 되어 주시지 않겠습니까」라고 고백했다던데, 버벅거리며 에둘러 말했다가 사기사와씨가 말 그대로의 의미로 받아들인거 아니냐?
  너의 바보같음을 생각하면 충분히 가능하겠군.

  그러나 나중에 몇번이나 이야기해도 시종일관 「이걸로 괜찮습니다」라고 말할뿐이고.
  처음부터 아이돌로서 스카우트 할 생각이었다니.
  그러면 연애사건이라며 씩씩거리며 도와준 나와 치히로씨의 입장은 어떻게 되는건데.

  이 업계에서 치히로씨를 저렇게까지 낭패하게 만든 사람은 아마 너정도 밖에 없겠지.
  나조차도 하지 못한 짓을 태연하게 해버리다니. 정말이지 대단한 남자구나, 너는.



  뭐, 그런 의미로 미묘하게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은 있지만, 후배 P가 사기사와씨에게 마음을 전할 수 있던건 큰 성과라고 생각해.
  사기사와씨가 그 말을 「연애」라고 받아들인건지 아닌지는 의문이 들지만, 적어도 거절은 아니었으니 가능성은 꽤 높다고 할 수 있겠지.
  장래에 진짜 「연애」라는 의미로 너희들이 이어진다면 그 때는 나도 진심으로 축하하고 싶어.


  다만, 위에도 썼지만 정말 힘든건 지금부터일거야.
  사기사와씨를 포함한 4명의 아이돌을 프로듀스하게 됐으니.

  그래도 린은 이제 세세하게 신경쓰지 않아도 셀프 메니지먼트 할 수 있을 정도로 일이 익숙할테니까 어느정도 네 노력을 경감해줄지도 모르겠어.
  노노와 카오루는 아직 손이 많이 가겠지만, 크리스마스 라이브라는 큰 무대를 성공한 경험은 분명 향후에 큰 도움이 될거야.
  그건 물론 아이돌 뿐이 아닌 너 자신에게도 마찬가지야.

  아이돌과 대등한 시선에 서서, 호흡을 맞추어 높은 곳을 노리는 너 나름의 방식으로 열심히 노력해봐.
  기대하고 있는다.


  53프로의 기둥 후배 P에게



87:모바 P가 류자키 카오루에게 2017/03/21(화) 22:01:44. 53 ID:8eAfNHgBo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올해도 잘 부탁드립니다.


  멋진 연하장 감사합니다.

  올해는 확실히 돼지해군요. 아무래도 카오루는 돼지를 그리는걸 좋아하는 모양이네요.

  예전에 카오루가 보내준 돼지를 빼닮은 후배 P의 초상화와 비교하면 요 몇개월만에 그림솜씨가 굉장히 늘은게 보입니다.

  돼지임에도 묘하게 귀여우면서 왠지 인간미가 느껴지는 고상하고 예술적인 그림이군요.

  비유하자면 후배 P를 닮은 돼지라는 느낌일까요.


  참고로 선생님도 한번 열심히 돼지 그림을 그려봤습니다.

  막상 그려보니 참 엉망입니다.

  무심코 웃어 버렸습니다.

  새해 첫날부터 자신이 그린 그림을 보고 웃다니 선생님도 참 이상한 사람이군요.

  카오루도 부디 이 돼지인지 후배 P인지 구분이 안가는 못생긴 그림을 보고 웃어줬으면 좋겠습니다.



  아, 지금 마침 설날 특별 프로에서 카오루가 나오고 있군요.

  카메라가 돌고있어도 또박또박 말하고, 정말 듬직하네요.

  과연. 이게 그 유명한 요리대결 방송이었군요.

  연상인 아리스쨩과 미리아쨩이 있는 팀을 이기다니, 대단합니다.

  딸기 파스타라는 두려운 강적에게 실력으로 승리를 치한 미소는 매우 빛나고 있습니다.

  TV를 보는 사람들에게도 분명 카오루의 즐거운 기분이 전해졌을거라고 생각합니다.

  그 기세로 올해야말로 L.M.B.G에 참가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후배 P도 노력해야겠지요.

  사기사와 선생님……아니, 사기사와 언니가 데뷔하면, 아마 53프로는 전보다 훨씬 바빠질겁니다.

  그러면 후배 P는 어쩌면 전처럼 카오루를 잘 챙겨주지 못할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기죽으면 안됩니다.

  자신이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어떤 아이돌이 되고 싶은지 열심히 생각하고 그것을 후배 P에게 말하세요.

  크리스마스 라이브나 설날의 버라이어티 방송을 열심히 하는 카오루를 보니 이제 다음 스텝으로 넘어가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일에 챌린지해 보고 싶어!」라고 손을 들고 말하면 앞으로의 아이돌 활동이 더 즐거울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나름대로 노력했으면 후배 P에게 「노력했어!」라고 말합시다.

  그 사람이라면, 분명 카오루의 노력을 인정해 줄 것입니다.


  향후의 새로운 활약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89:모바 P가 모리쿠보 노노에게 2017/03/21(화) 22:03:27. 74 ID:8eAfNHgBo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올해도 부디,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마침 얼마 전에 후배 P에게 샘플 데이터를 받았어. 지금 그걸 들으면서 이 연하장을 쓰고 있는데, 솔직히 얕보고 있었어.

  그야말로 뇌가 녹여지는듯한 감각이구나.
  아무래도 이대로는 언어중추가 침식되어 제대로된 글을 쓰지 못할것 같아.
  역시 일단 멈추자.

  후우.

  엄청난 파괴력이야.

  전 담당 P로서 이제와서 노노가 속삭이는 목소리를 들어봤자 딱히 신선미는 없을거라고 생각했지만, 뭐든간에 경험해보고 볼 일이구나.
  귓가에 속삭이는게 이렇게나 뇌를 울리다니. 무섭도다 ASMR, 아니, 귀이개 보이스.

  다시한번 들어보니 확실히 노노가 독특한 간드러지는 목소리라는게 느껴지네.
  게다가 어눌한 말투나 불안한듯한 억양이 오히려 두근두근 하게 만든다고 할지, 솔직히 위험했어.

  이거 잘만 팔면 분명히 히트하겠어.
  이걸보니 후배 P의 취미도 바보취급 못하겠는데. 아니 오히려 혜안이었겠지.

  낭독하는 텍스트도, 린이 감수에 참가한 덕분인지 완성도가 높아.
  노노의 매력을 한줌 남김없이 발휘하는 달콤한 시에, 때때로 소극적으로 말을 거는 내용이 절묘한 거리감을 유지하면서 청자의 의식을 만취시키는 느낌이야.
  역시나 모리쿠보 노노에 정통하신 시부야 린. 노노에 대한 세계적 권위자라고 자부할만 해.

  나도 한동안으니 휴식시간마다 이 샘플을 들을 생각이야.
  직장에서 트립해버릴 가능성이 있는게 다소 위험하지만, 뭐, 이것도 업무의 일환이라고 생각하면 되지.



  그건 그렇고, 사기사와씨와는 잘 지내?
  53프로의 아이돌 중에서 최연장자이면서 신인이라는 입장이다보니 그녀도 좀 불편할 수 있다고 생각해.
  그런 사기사와씨의 시점에 서 보면, 노노의 존재는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을거야.
  둘 다 소극적인 성격이라는것도 비슷하고, 앞으로 사기사와씨가 틀림없이 직면하게 될 고민들도 노노라면 자신의 일처럼 조언해줄 수 있지 않을까?
  같은 선배라도, 린이 앞에서 듬직하게 이끌어 가는 타입이라면, 노노은 옆에서 지지해주는 타입으로 사기사와씨를 도와 줄 수 있다고 생각해.

  게다가, 노노는 상냥하니까.
  크리스마스 라이브때도 내가 일때문에 야윈걸 진심으로 걱정해주고, 그야말로 53프로의 위안계라고 해도 되겠지.

  애초에 사무소의 투 톱이 「타인을 위로하는」상냥함을 굉장히 아끼는 타입이다보니 후배 P나 노노같은 밸랜스가 없으면 곤란해.
  물론 사무소의 투 톱이란 치히로씨와 린이며, 예전에는 거기에 나도 포함되어 쓰리 톱이던 시기가 있었지만……솔직히, 지금은 조금 반성하고 있어.


  뭐, 그래서 노노도, 보이스 CD나 방송 출연 등으로 더더욱 활약이 펼쳐질거라고 생각해.
  그런 비약의 시기다보니 가끔은 힘든 일이나 도망치고 싶을 때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크리스마스 라이브 때 보여준 그 미소를 잊지 말고 앞으로도 아이도 활동을 힘껏 즐겼으면 좋겠어.

  올해가, 아이돌 모리쿠보 노노에게도 좋은 해이기를.



91:모바 P가 시부야 린에게2017/03/21(화) 22:05:09. 11 ID:8eAfNHgBo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올해도 잘 부탁드립니다.


  이것 참, 연하장 보내는걸 완전히 잊고있었어.
  정말 면목없다.
  이 편지를 쓰고 있는 지금은 설날이지만, 지금 우체통에 넣어도 도착하려면 3일은 걸리겠지.

  그런데, 생각해보니 린에게 편지를 받는건 처음인것같아.
  린 나이때의 애들은 메일이나 문자같은 간결한 수단으로 「새해 복 많이」정도로 끝낼것 같았지만, 예상 외로 직접 자필로 연하장을 보내줄줄은.
  아무튼 기뻐.

  친애의 증표로 혼신의 힘을 다해 그린 돼지 그림도 첨부할게.
  누군가를 닮았다는 생각은 안해도 돼.
  웃어웃어. 나도 웃었어.


  그런데, 형식적인 연하장의 답장으로 이런 편지지를 보내는건 이상할지도 모르지만, 뭐 넘어가 줘.
  편지 스타일이 습관이 돼서

  노노의 보이스 CD 샘플, 들었어.
  크리스마스 날에 린이 한 말대로, 확실히 그 귓가에서 속삭이는듯한 목소리가 등골을 타고 흐르는듯한 매력이 있었어.
  상품화를 떠올린건 후배 P라고 했지만, 그 계기가 된 린의 착안점도 대단하다고 생각해.


  그래서, 그 노노의 일과 관련해서, 신경쓰이는 점이 하나 있어.

  그 크리스마스의 날, 네가 지나가듯이 말한 「장래의 꿈」의 이야기에 대해서인데……
  기억해?

  그 때, 린은 「프로듀서가 되는 것도 좋을지도 모르겠어」라고 말했지.

  그리고 여태까지 린이 무슨 생각으로 그렇게 말한건지 계속 마음에 걸리고 있었어.



  나는 그저 「어떤 아이돌상이 목표인가」라는 이상에 대해 물을 생각이었어.
  그 때 네 대답은 생각도 못한 것이라서 내가 그 말의 의미를 고민하느라 한동안 입다물고 있었더니, 너는 부끄러운 듯이 「아무것도 아냐」라며 얼버무렸지.

  처음에는 농담이라고 생각했어.
  어중간한걸 싫어하는 네 성격을 잘 알고있으니까. 톱 아이돌을 노리는 한창일 때, 다른 목표를 생각하는게 너답지 않다고조차 생각했지.

  하지만 평소에 노노를 귀여워하고, 애지중지 챙겨주던 린의 열의가 이번 보이스 CD로 직접 연결되고 결실이 맺히려는 지금, 그 때 네가 「프로듀서가 되고 싶어」라고 한 말의 의미를 나도 간신히 실감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

  진심이야?

  린이니까 톱 아이돌의 꿈을 이룬다는 전제 하에서, 그 뒤에 일을 생각하고 있는거라고 생각해.
  그렇지 않으면 곤란한데.
  설마 꿈을 포기해서까지 프로듀서가 되고 싶은건 아니지?

  만약 진심으로 이 일에 종사하고 싶다면……아니, 관두자.
  너무 많이 말해서 혼란시키는것도 좋지 않을테니까. 이 일에 대해서는, 네가 진지하게 생각할 때까지 내 마음속에 넣어둘게.
  게다가, 전부 내 착각일지도 모르고.


  아, 그리고, 사기사와씨랑 카오루도 잘 챙겨줘.
  노노한테만 찰싹 들러붙어있지 말고.
  특히 사기사와씨는 연상이라고 기죽지 말고 사무소의 선배로서 확실하게 지도해주도록.

  뭐, 말은 이렇게 해도 린은 별로 걱정 안해.
  너라면 분명 잘 할 수 있을거라고 믿어.

  누가 뭐래도, 내가 프로듀스한 아이돌이니까.


  건투를 빈다.



93:모바 P가 센카와 치히로에게2017/03/21(화) 22:07:31. 55 ID:8eAfNHgBo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정월은 어떻게 지내셨는지요.

  저는 여전히 집에서 홀로 정월 방송들을 체크하면서 떡을 먹다가 하는김에 잊고있던 연하장을 서둘러 쓰고 있습니다.

  왠지 상당히 오랜만에 휴일다운 휴일을 맛보고 있는것 같습니다.
  뭐, 휴일은 설날 딱 하루뿐이다보니 내일부터는 또 열심히 일해야합니다만.
  그렇다고 너무 오래 쉬면 다시 일을 잡기 힘들어지니 차라리 이게 나을지도 모르겠군요.

  사실 우울한 이유는 창 밖에 펼쳐진 호쿠리쿠로 이름높은 백은의 세계에 있습니다.
  즉, 신년이 오자마자 바로 눈을 치워야 한다는 겁니다.
  경치가 좋다는걸 제외하면 아무런 쓸모도 없는 끔찍한 겨울의 마물입니다.
  내일은 사장님도 출근하신다던데, 과연 사무소에 제때 오실 수 있을지.

  한편 추위에 약한 사장님이 한겨울인 이시기까지 이곳에 머물고 있다는게 경악이었습니다.

  저도 슬슬 그 사람에게 고맙다고 해야할텐데, 아무래도 솔직해지기가 어려워서 무심코 차갑게 대해버립니다.
  인간의 그릇이라할지, 사장님의 그 순진한 인품에는 머리를 들 수가 없군요.
  애초에 작년 여러 일들을 돌아보면 사장님의 그림자도 못밟겠는건 물론이고, 무급으로 일하게 되도 투덜대지 못할 레벨로 신세지고 있었습니다.

  지난 봄에 여기에 오고 제 일이 잘 되지 않았던 것을 그 사람은 확실히 간파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가을이 되서도 도쿄로 돌아가지 않고 일부러 저를 챙겨주며 실패의 뒤치다꺼리마저 해주었습니다.
  대량의 일을 가져온건 물론이고, 저를 신경써줘서 크리스마스에 일정을 비워 준 것도 그 사람이었습니다.
  제가 지금 이처럼 적극적으로 해를 넘길 수 있었던건 사실 거의 사장님 덕분입니다.

  그런데 정작 저는 귀찮다는 이유만으로 스키 권유를 거절하고 있었고.
  그야말로 배은망덕하기 그지없군요.

  결국 저는 스스로 깨닫지 못했을 뿐, 많은 사람들에게 기대어 여기까지 왔다는 것입니다.
  과거의 자신을 꾸짖고 싶습니다.
  혼자서 뭐든 해왔다고 생각해서 린이나 후배 P에게 잘난듯이 설교했으니 기막힐 노릇입니다.
  정말이지, 웃음거리밖에 안되겠군요.

  뭐, 그런 이유로 신세를 진 답례삼아 사장님께 신년회라도 권해볼까 생각합니다.
  전혀 보은을 하지 않으면 면목이 없으니까요.



  그나저나 신년인사인데 어째선지 사장님 이야기만 해버렸군요.
  이래서는 당신을 또 화나게 만들것 같습니다.

  딱히 부끄럽거나 당신에게 샘나서 그런게 아닙니다.
  그저 어떻게 이야기를 꺼내야 할지 생각하면서 글을 쓰다보니 이야기가 자꾸 옆으로 새버렸습니다.

  그렇지만 치히로씨에 대해 생각하며 쓰려하면 다양하고 복잡한 감정이 마수 솟아나와 잘 정리가 안됩니다.
  편지는 이상하군요.
  전하고 싶은 말은 간단한데, 문자로 쓰려는 순간 자신의 마음은 이런 짧은 문장으로는 표현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왠지 부족하게 느껴집니다.
  그리고 무심코 길게 변명같은 글을 써버립니다.

  저같은 직설적인 사람마저 이런데, 연애편지를 쓰는건 그야말로 머리를 텅 비게 하지 않으면 불가능할것 같습니다.
  인간은 잘하려 하면 할수록 잘 안움직여 지는 법입니다.
  게다가 아무리 시적인 표현을 구사해도, 그것이 오히려 자신의 진정한 마음의 소리를 덮어버릴 수도 있겠죠.

  물론 편지를 통해 느껴지는 마음도 있고, 편지라서 더더욱 전할 수 있는 것도 많습니다.
  사람에 따라서 문자로 쓰는것이, 혹은 그림으로 그리는 것이 자신에게 솔직하게 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저는 진심으로 전하고 싶은 마음은 직접 만나서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생각이 나는 그대로, 소리를 내어 들려주고 싶습니다.

  그래서 저는 마음을 숨긴 연애편지보다는, 자신에게 가장 솔직해 질 수 있는 방법으로 다시 한번 치히로씨에게 이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이번에는, 별로 기다리게 하지 않겠습니다.
  그 날, 크리스마스 밤에 말할 기회를 놓쳤으니까요.


  그렇군요.
  괜찮다면, 이번 신년회에 치히로씨도 오시면 어떨까요?
  만약 괜찮으시다면 부디 참가해주세요.
  자세한 일정은 추후에 연락드리겠습니다.

  참가하시면 그 탁월한 연애론적 관점으로 작년 수개월에 이른 편지왕래에 대해 기탄없는 총평을 들려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또, 가까운 시일 내에 저희 둘의 미래에 대해 술이라도 한전 하면서 느긋하게 이야기합시다.

  재회의 날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사랑을 담아서 센카와 치히로님



95:모바 P가 2017/03/21(화) 22:12:44. 38 ID:8eAfNHgBo


   3월 21일

  삼가 아뢰옵니다.

  이른 봄, 여러분들은 더더욱 건승하시길 빌며 말씀을 올립니다.

  이번에 저희 일본 어뮤즈멘트 종합 프로젝트 니가타 지부에서 호쿠리쿠 혼합 이벤트 투어를 주최하게 되었습니다.

  당 프로젝트 팀의 첫 대규모이며 장기의 이벤트라는 기념스러운 날을 위하여 현재 각 방면의 사무소에서 아이돌 및 아티스트로 구성된 게스트분들을 모집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귀소 소속의 시부야 린님, 모리쿠보 노노님, 류자키 카오루님, 사기사와 후미카님의 참가를 의뢰하고 싶어 주제점게도 안내서를 보내드립니다.
  자세한 사항은 동봉된 팜플렛을 읽어주십시오.


  또 지장이 없으시다면 여기에 사적인 편지를 일필 올리는것을 허락해주시길 바랍니다.



  시간의 흐름은 빨라 이쪽에 온지 곧 1년이 되가고 있습니다.

  출향한 당초에는 익숙하지 않은 땅에서 당황할 때가 잦았고, 긴 시간동안 일이 잘 풀리지 않아 쓴맛을 보던 때가 있었습니다만, 지금은 그러한 여름이 그립게 느껴집니다.

  또, 작년 가을에는 일말의 외로움으로 편지를 주고받기도 했습니다.

  사소한 근황 보고나 걱정의 글들에 치유받는거 하면, 제 오지랖으로 불필요한 풍파를 만들어 폐를 끼쳤습니다.
  파란으로 가득한 사랑의 행방을 쫒다가 크리스마스의 예상치 못한 기적과 만난것도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렇게 돌아보면, 작년 1년은 각각이 가지각색의 가능성을 열고, 새로운 스테이지로 한 걸음을 내디딘 성장의 해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성장에는 고난이 따른다는 말이 있습니다만, 그 중에는 무심코 실소해버릴 변변찮은 고민으로 우왕좌왕했을 때도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남이 보면 매우 시시하게 느껴지는 고민도, 본인에게는 결코 웃지 못하는 법입니다.

  그러나 그것도, 시간에 흐름에 따라 알록달록한 추억으로 지나가버리니 인생은 참으로 재미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인생에 끝이 없다는 말처럼, 저희의 미래에는 더 많은 재미있는 일과, 혹은 두려운 고난이 기다리고 있을것임에 틀림없습니다.
  저는 그런 끝없는 도정을 몽상할때마다 표현할 수 없는 불안과, 그리고 기대로 크게 울리는 가슴의 고동을 느낍니다.

  제 곁에는 반년 남짓동안 주고받아온 여러분과의 여러가지 필적으로 쓰여진 편지가 소중히 보관되어 있습니다.
  아직 그립다고 생각할 정도로 긴 세월이 흐르진 않았습니다만, 그럼에도 때때로 집어서 다시 읽으며 당시에 대해 떠올리곤 합니다.
  신기하게도 그렇게 저희가 자아낸 이야기의 단편들을 슬쩍 주워보면, 앞으로의 미래에 대한 이유없는 불안들이 바로 밝은 희망으로 변해버리는것 같습니다.

  어쩌면 편지라는 것은 과거를 다양한 형태로 번역해서 미래에게 말을 거는 시계태엽과 같은 생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여러분들도 부디 그리운 기분에 잠기고 싶어지거나, 웃고 싶어지거나, 부끄러움에 얼굴을 붉히고 싶어질 때는 편지에 쓰여진 다양한 색채의 이야기를 다시 읽으며 인생의 묘미를 맛보는게 어떨까요?

  그리고 기분이 내킬 때 간단한 편지를 보내신다면 저는 기쁘겠습니다.



  또한 독자 분들께, 정말로 아쉽습니다만 이 삼류극단의 서투른 배우들이 자아낸 유쾌천만한 군상극, 그 기쁘면서도 부끄러운 이야기를 이쯤에서 막을 내릴까 합니다.

  바라컨데, 그들과 그녀들에게 행복한 미래가 있기를.


  그리고 바라컨데, 흘러넘치는 사랑과 아낌없는 성원을!





  完


97:2017/03/21(화) 22:22:41. 36 ID:8eAfNHgBo

  이상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원소재는 모리미 도미히코(森見登美彦) 소설 「연애편지의 기술(恋文の技術)」입니다



부타 P 폭발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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