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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 P 「연애 편지의 비술」(1)

댓글: 4 / 조회: 1718 / 추천: 5



본문 - 03-25, 2017 23:01에 작성됨.

모바 P 「연애 편지의 비술」(1)


1:모바 P가 후배 P에게 2017/03/20(월) 13:08:00. 04 ID:hIs0sHToo


   9월 20일

  편지 고마워.
  그쪽 사무소도 모두 무탈해보여서 다행이야.

  올 여름은 이벤트 출연에 상당히 열심으로 보이네.
  린이나 노노의 활약은 이쪽의 미디어에서도 잘 듣고 있어.
  아이돌 뿐만 아니라 너도 일을 제대로 하게된것 같아서 나는 기뻐.

  그건 그렇고, 갑자기 편지다발이 와서 놀랐어.
  퇴근하고 와보니 집 우체통에 심상찮은 기색이 느껴서 확인해봤더니, 역시나 심상찮은 팬시한 편지봉투가 34개가 꽂혀있더라고

  혼자 사는 남자의 아파트에 보낸다는걸 조금 고려해줬으면 좋았을텐데.
  「101호실 사람, 잘생긴 청년으로 보였는데 소녀취미가 있더라고」같은 소문이 이웃들에게 퍼지면 어떻게 책임질거야?
  이 반년간 부지런히 쌓아온 다재다능에 미목수려한 훈남의 이미지가 무너진다고.

  뭐, 그걸로 널 탓해봤자 의미없으니 일단 우편함에 제대로 넣지 않은 우편배달부 형씨의 탓으로 해두마.


  누가 했다고 쓰여있지는 않았지만, 이 고상한 편지지와 귀여운 봉투는 아마 노노가 선택했으려나.
  나와 사장이 떠난 후, 그쪽 사무소에서 꽃밭이 떠오르는 아이돌들이 즐겁게 보내는 모습이 떠오른다.
  그리고 내 머릿속에서는 아이돌들에 섞여서 너마저도 꺄꺄거리며 즐기는 모습도 떠오르는구나.




  카오루의 초등학교에서 「아는 사람의 사람에게 편지를 써 보자」라는 숙제가 나왔었댔지?
  그 아이는 나를 가장 잘 따랐으니까 분명히 외로움에 사무처 「선생님에게 편지쓰자!」라고 말을 꺼냈다는것도 쉽게 상상이 된다.
  담당 프로듀서 겸 교육담당인 네가 그 숙제를 도우면서, 하는 김에 나에게 개인적인 편지를 보냈다는 것도, 징그럽지만 이해 못할건 아니야.

  그런데 어째서 관계없는 노노랑 치히로씨까지 나에게 편지를 보낸거야

  너희들 그냥 재미삼아 쓴거지?
  한가지 충고해두는데 53프로 사무소는 놀이방이 아니다.
  담당 아이돌을 제어하는것도 프로듀서의 역활이라고.
  그 점에서 너는 아무래도 흘러가기 쉬운 성격이라서 걱정이다.


  ……같은 설교를 써봤지만, 솔직히 굉장히 기뻐.
  반년 전, 내가 이곳으로 떠나고 난 후에 너희들에게 한번도 연락하지 않았으니까.

  딱히 잊어버린건 아니야.
  나는 여기에서도 맹렬하게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거든.
  그건 그것대로 충실한 나날이지만, 마음의 여유를 잃기 쉬운 생할과 효율에 쫓기는 전자문명 속에서 이런 공들인 편지교환이란것이 예상 이상으로 기쁘다는것을 실감했어.


  이런 것도, 가끔은 나쁘지 않네.
  그런 생각으로, 굳이 쓸 필요는 없을것같은 네 편지도 이렇게 쓰고있는거지.
  바쁘다보니 답장이 늦어질수도 있는건 이해해줘.



  뭐, 그래서, 너희들의 편지는 즐겁게 읽었어.

  하지만 한가지, 도저히 이해가 안가는 점이 있어.

  왜 린의 편지가 없는거야?
  나에게 편지를 가장 쓰고싶어할 사람은 린이잖아.
  너희가 왁자지껄 편지를 쓰고 있었을 때, 우연히 린만 오프라서 사무소에 없었을 가능성도 있지만, 나중에 린에게 말해줘서 써줄 수 있었을텐데.

  나는 린의 전 담당이라고.
  헤어진지 반년 남짓정도 됐으니 그녀석도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을게 틀림없을텐데.

  그런 이유로, 현 담당인 네가 넌지시 유도해주면 안되겠냐?
  「선배 P에게 모두 편지를 보냈는데, 시부야씨도 써 보는게 어때?」같이.
  절대로 「외로우니까」같은 뉘앙스는 섞지 말고. 실제로 나는 조금도 외롭지 않지만, 은사에게 근황인사를 쓰는 정도의 예의는 보여도 괜찮겠지.
  부탁한다.
  일단, 아이돌 일에 지장없는 범위로.


  그리고, 그렇지.
  이곳에서의 내 생활에 대해 쓸까 했지만, 손이 아프니까 다음에 하자.

  네 편지에 10번 정도 나온 「사기사와씨」라는 여성도 굉장히 신경이 쓰이니까, 이어서 자세한 이야기를 써서 보내봐.
  연애 상담은 얼마든지 받아 줄게.
  그럼 다음에.



  후배 P에게



4:모바 P가 류자키 카오루에게 2017/03/20(월) 13:11:24. 97 ID:hIs0sHToo


   9월 20일


  안녕하세요. 선생님입니다.

  마음이 가득한 편지 감사합니다.

  멋진 그림도 많이 보내 줘서, 선생님은 굉장히 기쁩니다.

  카오루다운 활기가 가득한 초상화를 보는것만으로도 미소가 샘솟았습니다.

  선생님도, 카오루에게 지지 않을 정도로 활기찬 매일을 보내고 있답니다.


  린언니와 노노언니와도 사이 좋게 일을 하고 있는것 같으니 다행입니다.

  특히 노노언니는, 카오루와 달리 조금 활기가 적은 사람이다보니 사이좋게 지낼 수 있을지 선생님은 조금 걱정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걱정은 필요 없었던 모양이군요.

  노노언니가 숨박꼭질의 달인이었다니, 선생님도 깜짝 놀랐습니다.

  실은 선생님도 숨박꼭질에는 자신이 있습니다.

  다음에 그 쪽에 돌아갈 때, 누가 가장 숨박꼭질을 잘 하는지 승부하는게 기대되네요.



  그리고 카오루에게 한가지 말해둘게 있습니다.

  후배 P를 제대로 이름으로 부르거나, 혹은 「프로듀서」라고 불러주세요.

  그 사람은 「돼지씨」가 아닙니다.

  확실히, 비슷할지도 모릅니다..

  옛날, 후배 P를 실수로 「돼지」라고 불러 버린 선생님도 반성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본인이 「돼지씨」라고 불리고 기뻐한다 해도, 아이돌이 프로듀서를 인간 외의 동물의 이름으로 부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카오루가 그린 초상화를 보고, 선생님은 조금 위기감을 느꼈습니다.

  그건 그냥 단순한 돼지입니다.

  위기감이라는 것은, 「이대로는 위험하다」라는 의미입니다.

  즉, 계속 돼지씨라고 부르다보면 언젠가는 진짜 돼지가 되버릴지도 모른다는 의미입니다.

  돼지를 기르는것은, 카오루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힘든 일입니다.

  가능하면 돼지씨라고 부르지 말고, 본명인 「무타씨」라고 불러 주세요.
(*돼지=ブタ부타)

  하지만, 그것과는 별도로, 그 초상화는 굉장히 잘 그렸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괜찮다면, 앞으로도 선생님에게 편지를 써 주면 기쁘겠습니다.

  치히로씨와 노노언니, 린언니와 어떤 일을 하고 놀았는지, 알려주면 선생님은 기쁘겠네요.


  그리고, 카오루의 숙제를 도와 주었다는 「사기사와 선생님」에게도, 안부를 전해주세요.

  답장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류자키 카오루씨에게



6:모바 P가 센카와 치히로에게2017/03/20(월) 13:13:03. 35 ID:hIs0sHToo


   9월 20일


  편지 감사합니다. 무탈하셔서 다행입니다.

  이쪽도 심한 늦더위때문에 땀을 떨어뜨리며 일하는 나날이 질리기 시작한 무렵입니다.
  에어컨을 싫어하는 사장님과 한 방에서 일하다보니, 낮에는 찌는듯한 더위에 일을 하는지 정신수행을 하는지 모를 정도입니다.
  이따금 타 부서 사람이 용건을 전하러 사무실에 오곤 합니다만, 그 회화의 대부분에 「여기 덥지 않나요?」라는 일정한 수식어가 붙습니다.

  당연히 덥지!

  창문을 열어도 사장님 책상쪽으로만 바람이 가서 저는 조금도 시원하지 않습니다.
  일단 선풍기를 켜고 있지만, 애초에 바람부터가 뜨겁다보니 열사병을 막는 정도의 효과 밖에 없습니다.

  어느 날, 도저히 못참겠어서 「에어컨 키면 안될까요?」라고 말했는데, 「싫어」라고 대답했습니다.
  뭐야 저 인간.


  치히로씨, 살려주세요.
  저는 도저히 그 원시인에게 이길 수가 없습니다..
  이전 여름에 당신이 「오늘은 덥네요」라고 딱 한마디 중얼거린 것만으로 사장님이 에어컨을 켰던 것이 그립습니다.

  애초에 사장이라는 직무인데 이렇게 장기간 출장해도 괜찮은걸까요?
  뭔가 법적으로 저촉되지 않을까요?
  이자식 진짜 사장맞나요?


  죄송합니다, 푸념이 너무 길었습니다.

  이제 곧 가을이 오면 이 답없는 여름의 폭력에서 해방되겠죠.
  추위에 심하게 약한 사람이니 분명 겨울이 오기도 전에 염치없이 도망갈게 뻔합니다.
  여하튼 이곳은 눈의 왕국으로 유명한 니가타, 어정쩡한 각오로는 봄이 오기도 전에 동사할테니까요.



  그건 그렇고, 덥군요.
  호쿠리쿠니까 여름에는 도쿄보다 시원하겠지, 같은 생각을 했던 시기가 저에게도 있었습니다.
  유감스럽게도, 그런 안이한 생각은 여기 에치고 평야에서는 통하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기온만 따지면 도쿄와 별 차이 없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번에 저희가 하고 있는 종합 어뮤즈멘트 프로젝트 어쩌구가 과연 성공할지 어떨지 제 마음에 불안이 생기고 있습니다.

  확실히, 오락 산업 혁명이라고도 불러도 될 정도로 최근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호경기이니까, 이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의향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정부가 내건 『국내 수요 뿐만이 아니라 해외에도 어필하기 위한 관광 자산으로서의 오락 복합 시설』이란 이념도 훌륭하고요.

  전국 50개소에 거대 테마파크를 만들고, 그곳들을 거점으로서 올 시즌에 이벤트를 개최, 거기에 지역별로 특색을 주는 것으로 입장객의 평활한 유동을 이룬다.
  장래 이 프로젝트가 이념 대로 진행된다면, 사람들은 장르의 울타리를 넘어 교류하고, 국내 엔터테인먼트의 지역 격차도 제로가 되겠죠.
  꿈같은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제가 한마디 하자면, 지리적인 문제라는 것은 이념 하나로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아무리 교통망이 고속화하고, 이동에 걸리는 비용과 시간이 과거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경감되었다해도, 사람은 「사과 먹고싶다」라는 생각만으로 아오모리에 가지 않습니다.


  물론, 그 사과가 얼마나 맛있는지를 어필하는 것이 제 일입니다만, 전국 각지의 액세스가 평등해지면 지역 마다 손님 쟁탈전이 발생합니다.
  그러면 기본적으로 인구가 많은 도시지역의 이벤트의 편중이 더욱 가속되지 않을지.
  아무래도 저는 그런 생각을 떠나보낼 수 없습니다.


  뭐, 어떻게 되든, 말단인 제가 걱정할 일은 아닙니다만



  그건 그렇고, 치히로씨.

  후배 P에게 잘 해주는 겁니까?
  그녀석의 곤약같은 멘탈은 치히로씨의 상상 이상으로 상당히 섬세합니다.
  저나 사장님에게 대하듯이 하면 그녀석은 쉽게 무너질겁니다.

  모두 태평하게 편지를 쓰고 있는걸 보아 걱정할 필요는 없어보입니다만……

  그리고 묻고싶은게 있는데, 후배 P 지금 린, 노노, 카오루 셋을 동시에 프로듀스 하는거 맞죠?
  왠지 그녀석의 편지에서 그런 고생의 기색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아서 의문이 들었습니다.

  너무 엄한것도 안되지만, 너무 응석을 받아 주는 건 더 안됩니다.
  그녀석의 멘탈은 곤약입니다. 물렁물렁한 두부가 아니라요.
  아슬아슬하게 바보는 아닌 순수함은 취급하기 어렵지만, 곤약은 나름대로 반발 계수가 있으니, 각도를 잘 잡아서 때리면 찰지게 튕길겁니다.


  그리고, 아직도 아이돌들이 후배 P를 「돼지」라고 부르고 있던데 좀 제지해주십시오.
  처음에 말한 제가 잘못한거란건 잘 알고 있지만 치히로씨도 죄가 있습니다.
  당신이 자주 소란속에 숨어 「돼지씨」라고 부르던걸 저는 알고있습니다.

  절대 후배P가 불쌍해서 하는 말이 아닙니다.
  사무소의 풍기적인 문제입니다.


  그 외, 모두의 편지를 읽고 몇가지 신경쓰인 점이 있었지만, 큰 일은 아니므로 제가 개별적으로 대처할 생각입니다.

  난필 난문 실례했습니다.
  그러면, 건강하시길.

  이만 줄이겠습니다.


  센카와 치히로님



9:모바 P가 모리쿠보 노노에게 2017/03/20(월) 13:15:26. 40 ID:hIs0sHToo


   9월 20일


  편지 고마워.
  굉장히 즐겁게 읽었어.

  그럼, 감상을 쓸게.

  너는 굉장히 귀여운 글을 쓰는구나.
  옛날, 나와 함께 사인 연습을 했을 때는 손이 덜덜 떨고 있었는데, 이번에 편지를 읽었을 때 동일인물이 아닌줄 알았어.
  여유로운 기분이 느껴져서, 즐겁게 썼다는것이 전해졌어.
  성장했구나, 노노.

  아니면, 일과 관련 없을 때는 언제나 이런 느낌이었던가?
  뭐, 어느쪽이든 너는 자신감만 있으면 충분히 아이돌로서 성공할 수 있는 재능이 있어.
  너무 비굴해하지 말고 자신을 가져.

  그래서, 중요한 시 말인데, 제법 독창적이고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
  특히, 언제나 주변 빌딩 그림자에 덮혀서 어둑어둑한 53프로의 사옥을 「재투성이 성」이라고 비유한 표현에서는 예리한 착안점이 느껴졌어.
  그 외에 신경 쓰인 부분은 이정도려나.

  「태평한 새끼 돼지는 콧노래를 부른다」
  으음. 한가한 사무소의 모습이 눈에 떠오르는듯해.

  「눈의 결정처럼 아름다운 눈동자의, 봄의 방문처럼 상냥한 얼굴」
  「이 성으로부터 데리고 나가줘」
  이건 누구를 말하는지 한동안 생각해봤는데, 후배P가 아닌건 확실해보이네.
  그러면 린이야?

  「그래도 일은, 역시 무리」
  왜 마지막 부분만 원래대로 돌아간듯이 절실한거야


  뭐, 노노가 여전히 아이돌 일을 어려워 하는건 이해했어.
  거의 모든 편지가 시여서 당황했었지만, 이건 너 나름의 표현법이겠구나.
  나는 너의 그런 서툰 점이나 얌전한 성격도 합쳐서 모리쿠보 노노라는 아이돌의 매력이라고 생각해.
  정말이야.


  단지, 다음에는 조금만 더 알기 쉽게 써줬으면 좋겠어




  그나저나, 일이 싫다면서 이러니 저러니 열심히 하잖아.
  얼마전에 TV의 정보 방송에 나온걸 봤었어.
  다른 많은 아이돌들에게 가려 있었지만, 결코 묻히지 않았고, 미묘하게 화면의 구석에서 툭 튀어나온게 오히려 존재감이 느껴졌어.
  마이크가 향해졌다는 대위기에서 도망치지 않은 노노는 대단해!

  물론 짧은 출연 시간이라도 반성할 점은 있었을테고, 그건 너도 잘 알고 있을거라고 생각하지만, 여기서 내가 그걸 지적하는건 넌센스지.
  그런건 너의 담당인 후배 P의 일이니까.
  내가 할 수 있는 조언은, 실패한 것을 질질 끌지 마! 라는 거야.


  실제로, 너는 정말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해.

  희미하게 느끼고 있던건데, 역시 노노는 나보다 후배 P와 하는게 더 맞지 않을까 싶어.
  나는 성격상 아무래도 위압적으로 되기 쉽고, 남의 말에 귀를 잘 기울이지 않는 인간이라서, 초반에는 노노의 본래 캐릭터에 맞지 않은 프로듀스를 한게 아닐까 해.

  버라이어티 쪽의 진출을 생각하지 않았던건 아니야.
  하지만 나는, 내가 처음으로 담당한 린이 예상 이상으로 성공해서 「이 방식이 제일이야」라고 무의식적으로 믿고 있었을지도 모르겠어.
  애초에 너를 스카우트 했던 것도 린과 같은 정통파 아티스트계 아이돌의 후계자를 찾고 있어서였고.
  그래서 내가 일방적으로 정한 방침을, 노노에게 억지로 밀어붙인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어.


  이런 이야기를 해봤자 변명 밖에 되지 않지만, 솔지기 미안하다고 생각해



  후배 P와는 잘 하고 있어?
  조금은 아이돌 활동이 즐거워졌어?
  카오루와 친해졌어?

  반년이나 지났으니 여러가지 변화가 있었겠지.
  게다가 노노는 요즘 크게 활약중이니까 불안이나 고민도 상당히 많다고 생각해.


  만약 상당하고 싶은게 있다면 사양하지 말고 의지해줘.
  물론, 본래라면 가장 먼저 후배 P를 의지해야 하겠지만, 가끔은 담당 프로듀서라서 오히려 상담하기 어려울 때도 있을거야.
  애초에 네 경우, 정면에서 이야기하는 것도 어려워할 수도 있겠고.

  그럴 때야말로 편지라는 커뮤니케이션 툴이 유용하지 않겠어?
  고풍적인 너에게 딱이잖아.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뭐든 써서 나에게 보내줘.
  시든 뭐든 상관 없어

  물론 그럴 필요가 없다면 무리해서 할 필요는 없지만.
  그저 노노에게 하고 싶은 말은, 나는 절대 너희들을 버린게 아니라는 것이야.
  어떤 형태든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가능한한 협력하고 싶어.


  그리고, 이건 괜한 걱정일지도 모르겠지만, 학교 공부는 괜찮아?
  예전에 내가 린과 이인삼각이었을 때, 예상 외로 학교 공부에서 걸려 넘어진 적이 있었거든.
  저녀석, 아이돌 일이 바쁘다보니 하나도 공부 안했었어.
  딱 일년전쯤이었나.
  갑자기 울먹이면서 「나, 유급 할지도」라고 말했을 때는 나도 머리를 쥐어뜯었어.

  노노는 중학생이니 유급은 없겠지만, 그래도 진학이라는 큰 벽이 있어.
  53프로는 기본적으로 학업이 우선이니까(알고있지?), 일을 위해서 진학을 포기하면 안돼.

  뭐, 요컨데 요령좋게 하라는 거야.

  그럼 이만.



  모리쿠보 노노님



12:모바 P가 후배 P에게2017/03/20(월) 13:18:38. 04 ID:hIs0sHToo


   9월 28일


  편지 읽었어.
  답장이 늦어서 미안하다.


  린에게 말해줘서 고맙다.

  지난 주 너에게 편지를 보내고 얼마 후에 린에게 전화가 왔어.
  「편지같은건 어떻게 써야하는지 모르겠고, 전화가 편하니까 좋잖아. 그래서, 무슨 용건이야?」라더라.
  귀염성 없는 녀석.

  하지만 그게 좋아.

  반년만에 이야기해 봤는데, 여전하더라.
  「동료들이랑 잘 지내고 있어?」라고 물어도 「뭐, 좋지 않을까」라고만 대답하고, 「일은 어때?」라고 물으면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아」라고 대답하고.

  그런 상태다보니 전화로 조금 이야기해도 별 감흥이 없더라고. 오랫만에 목소리를 듣고 안심은 했지만, 여러가지 의미로 소화불량같은 느낌인건 부정할 수 없겠어.

  애초에 린은 말로 무언가를 표현하는 것이 서투른 타입이었지.
  이것저것 말하기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는, 불언실행(不言実行)을 실천하는 녀석이었으니까.

  그러니까, 프로듀서인 너는 주의해라.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린이 말하는 「괜찮아」는 별로 신용하지 마.
  주의하지 않으면 어느새 혼자서 고민하다가 가슴속에 쌓아둘거야.

  평소에 꾸준히 관찰하고, 위화감을 느끼면 최대한 끈질기게 이야기를 해봐.
  뭐, 이건 린뿐만 아니라 노노도 카오루도 마찬가지지만.



  일에 대한 이야기는 이쯤 해 두자.


  그래서, 「사기사와씨」였지.

  우선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하나.

  객관적 사실만을 써라.
  너무 들뜨지 마.
  냉정해.

  미안, 하나가 아니었다.
  아, 그리고 하나만 더.

  나는 「사기사와씨」에 관한 조사보고서를 보내라고 한 기억은 없어.

  얼굴도 모르는 그녀의 생태에 대해 내가 자세하게 알아서 뭘 어쩌라고.
  긴 머리카락을 쓸어올릴 때는 언제나 왼손을 사용한다던가, 아름답고 새하얀 피부가 이 세상의 것이 아닌것같다거나, 평소에는 앞머리에 숨기는 눈을 잘 보면 영혼이 뽑힐것같을 정도로 깊은 코발트 블루의 눈동자가 있다거나.
  그런건 네 마음 속에 숨겨두고 겉에 내지 마라.


  내가 알고 싶은 것은, 너와 「사기사와씨」가 어떻게 알게 됐고, 현재 어떤 관계인지라고.
  53프로에 출입하고 있는 사람이야?
  아무래도 듣자하니 사무소에서 카오루도 보살펴주고 있는 모양인데.

  더더욱 상황을 모르겠어.
  그러니까 괜히 더 신경이 쓰이고.

  지금 충고해 두는데, 스토커만은 되지 마라.
  애초에 이미 스토커 비슷한 행위에 한쪽 발을 담갔다는걸 자각해라.
  냉정하라는 말은 그런 의미다.

  사랑에 눈이 멀기엔, 너는 조금 너무 어른이 됐어.
  그 나이에 함부로 행동하면 진짜 유치장에 끌려간다.



  그래서 까놓고 묻는데, 너는 결국 어떻게 하고 싶은 거야?

  「사기사와씨」라는 여성이 얼마나 미려하고 섬세하고 고귀하고 지적이고 귀여운지를 묻는 이야기가 아니야.
  너 자신이 그녀에게 무엇을 바라고 있는가를 묻는 이야기다.

  친구가 되고 싶은거냐?
  사귀고 싶은거냐?
  일단 그것부터 확실히 말해.

  어쨌든 그쪽의 구체적인 상황을 듣지 않은 이상 나도 조언해 줄 방법이 없다.
  일단 심호흡하고, 자신을 생각해라.
  연애 경험이 부족한 인간이 갑자기 달려보려해도, 다리가 꼬여서 넘어지거나, 혹은 헐떡이며 추태를 부리거나 둘 중 하나다.
  열을 올리는데도 순서가 있어.
  아이돌도 라이브 전에 리허설을 하고, 레슨 하기 전에 준비운동 하지?
  요점은 워밍업을 게을리하지 말라는 의미야.

  마지막은 나도 무슨 소리를 하는건지 잘 모르겠지만, 이상.
  건투를 빈다.



  후배 P에게



15:모바 P가 류자키 카오루에게 2017/03/20(월) 13:20:56. 11 ID:hIs0sHToo


   9월 28일


  안녕하세요.

  편지 감사합니다.

  이쪽에서는 이제야 시원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도쿄는 아직도 더운 모양이네요.

  실은 최근, 도쿄가 조금 그립습니다.

  더운게 좋다는 말이 아닙니다.

  선생님이 지금 일하고 있는 니가타현이라는 곳은, 논과 자연이 많아서 공기의 깨끗한 좋은 장소입니다.

  그런데 논이 좀 너무 많습니다.

  처음은 조용하고 좋다고 생각했습니다만, 경치가 너무나 너무나 조용하고, 그 외에 할 일이 없습니다.

  하지만, 바다와 강, 산과 숲이 주변에 많으니, 카오루처럼 기운찬 아이에게는 정말 즐거운 곳일지도 모르겠군요.

  다음에 모두와 함께 놀러오세요.



  후배 P를 「돼지씨」라고 부르지 말자고, 모두에게 말했다고 들었습니다. 굉장히 좋은 일을 했군요.

  카오루의 그런 솔직하고 올곧은 배려는 굉장히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설마 「사기사와 선생님」까지 후배 P를 돼지라고 부르고 있었을줄은 몰랐습니다.

  별명이라고 착각하고 있었다고하니 어쩔 수 없지만요.


  카오루의 편지는 예의바르고 굉장히 잘 썼다고 생각합니다.

  선생님이 초등학교 4학년 때는 「삼가 아뢰옵니다」같은 어려운 말도 몰랐고, 써 본 적도 없었습니다.

  카오루의 말대로 사기사와 선생님이 잘 가르쳐줘서 일까요?

  학교 공부도, 아이돌 일도 열심히 하고 있는것 같아서 선생님은 기쁩니다.


  그러고 보면 얼마 전에, 카오루가 좋아하는 아이돌인 사사키 치에가 선생님네 사무소에 인사하러 왔었습니다.

  치에도 선생님도 바빠서 길게 이야기할 수 없었지만, 치에는 카오루를 알고있다고 말했습니다.

  언젠가 함께 공연할 수 있으면 좋겠네, 하는 이야기도 했었습니다.

  카오루가 후배 P의 말을 잘 듣고 착한 아이로 지내고 있으면 금방 이뤄질 수 있다고 선생님은 생각합니다.

  그럼 또.


  활기가 가득한 류자키 카오루씨에게



17:모바 P가 후배 P에게 2017/03/20(월) 13:22:23. 77 ID:hIs0sHToo


   10월 1일


  있잖아.

  왜 그렇게 화내는거야.
  내가 언제 이상한 소리를 했어?
  거의 다 사실이잖아.

  일년쯤 전, 취업활동중이던 너를 53프로로 데려왔었을 때, 네가 뭐라고 말했었는지 기억 안나냐?
  「저는 여자랑 제대로 이야기해본 적도 없는데 괜찮나요?」랬지.
  나는 여자에게 익숙하지 못한 그런 면도 하나의 적성이라고 생각해서 너를 입사시켰어

  네 학생시절에 건전하든 불건전하든 이성교제라는 것에 인연이 없다는건 불보듯 뻔하거든.

  그런데 너는 「연애경험이 부족하다고 단정짓지 마」라고 말했겠다.
  「친구라던가 사귄다던가 하는 결론을 갑작스럽게 요구하지 마」라고도 했군.
  「이게 연애감정이 확실한것도 아니다」라고도.


  그럼 나보고 어쩌라고.

  너의 「사기사와 후미카 관찰일기」에 그냥 맞장구나 치라는거냐?
  분량도 엄청나더만.
  그런 추악하기 그지없는 범죄적 편지왕래를 계속해봤자 한심할정도로 쌍방의 이득이 전혀 없거든.



  뭐, 좋아.
  일단 최소한의 정보는 모였으니 일단 정리해보자.

  ・「사기사와씨」는 K대의 여대생이며, 사무 아르바이트로 일하고 있다.
  ・주에 2회, 치히로씨 밑에서 경리일을 돕고있다.
  ・그 때, 하는 김에 카오루도 돌봐주고 있다.

  아주 잘했어.
  내가 알고 싶었던 것은 이런 정보였어.

  다만, 이하의 일련의 항목에 대해서는 변함 없이 주관이 섞여있어서 판단이 어려워.

  ・5월, 사기사와씨의 환영회를 열었다.
  ・너는 그 때 과음해서 만취하고, 첫대면인 그녀에게 추태를 보였다.
  ・그 이후로 사무소에서 묘하게 거리를 두는것같은 느낌이 든다.
  ・어쩌면 싫어하고 있는걸지도 모른다.
  ・때때로 경멸하는듯한 눈으로 보는것같은 느낌이 든다.
  ・하지만, 그것이 오히려 흥분된다.

  쓰다보니 점점 열불이 난다.
  어째서 나는 이런 변태를 위해 귀중한 프라이빗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 것인가.

  자신의 상냥함이 싫어진다.
  그렇지만 나는 곤란해 하는 인간을 보면 돕지 않고는 참을 수 없는 성품이다.
  감사하도록.


  그러므로 구체적인 조언을 해주지.

  「사기사와씨」에게 남자친구는 있냐?

  일단은 그것부터 조사해야겠지.
  적당히 잡담이라도 하면서 자연스럽게 물어봐라.

  결과를 알게되면 연락하도록.


  체리 후배 P에게



19:모바 P가 모리쿠보 노노에게 2017/03/20(월) 13:24:24. 39 ID:hIs0sHToo


   10월3일

  편지 고마워요.

  우선, 시를 일부러 하나하나 해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너의 말, 완전히 동의해.
  내가 센스가 없었어. 미안해.


  그쪽 사무소는 여전히 평화로운것 같네.

  그런데 노노의 편지를 읽다보니 한가지 신경쓰이는 점이 생겼어.

  후배 P는 제대로 일하고 있는거 맞아?
  아무래도 후배 P보다 린의 화제가 많은듯한……

  너의 편지를 요약하면, 즉 이렇게 되겠지.

  「린씨가 레슨을 함께해 주었다.」
  「수록은 린씨와 함께 갔다」
  「의상 회의에는 린씨가 동행해 주었다」
  「학교까지 린씨가 마중 나와 주었다」
  「끝나고 집에도 보내 주었다」etc.

  린은 언제부터 노노의 프로듀서가 된거야.
  아무리 린이 후배를 잘 챙겨준다해도, 집에까지 보내주는건 좀 과보호 아닐까?

  너와 린의 사이가 좋은 건 알고 있었지만, 그정도로 찰싹 붙어 있었을줄은 몰랐어.

  뭐, 린의 마음도 모르지는 않아.
  저녀석에게 노노은 첫 후배 아이돌이고, 나이도 가까우니까 아무래도 손이 가겠지.

  어느새 너도 린의 말은 순순히 따르게 됐었고.
  처음에는 린을 그렇게 무서워했으면서, 신기하다니까.

  사이 좋은 모습이 아름답구나.
  그건 그것대로 매우 좋지만, 너무 린에게 기대는건 좋지 않아.

  특히 지금은 크리스마스와 연말 이벤트 때문에 둘 다 매우 바쁠 시기잖아.
  확실히 53프로는 합동 라이브 출연이 예정되어있었지?
  말해두는데, 나는 제대로 체크하고 있다.

  노노도 곧 있으면 데뷔한지 1년차야.
  슬슬 자립해야지.


  그리고, 후배 P에에게 너무 떼쓰지는 말고.
  적극적인 상담이라면 좋지만, 옛날처럼 틀어박히면 안돼.
  폐를 끼칠거면 차라리 치히로씨에게 해줘.

  그럼 이만.
  린에게도 안부 전해줘.


  모리쿠보 노노님



20:모바 P가 센카와 치히로에게2017/03/20(월) 13:25:12. 10 ID:hIs0sHToo


   10월3일

  편지 읽었습니다.

  우선 질문에 대답하자면, 제가 그쪽에 전혀 얼굴을 비추지 않는 것에는, 몇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번째로, 바쁩니다.
  일이 있는 날은 당연하고, 휴일도 쉴 틈이 없습니다.
  니가타는 넓습니다.
  지역 문화나 고객의 니즈를 자신의 다리로 조사하고, 하는 김에 관광 명소도 체크하다보면, 필연적으로 토, 일요일을 이용해야하고, 그렇기에 도쿄에 갈 틈이 없는것입니다.

  노는것처럼 보일지도 모르지만, 여유가 없으면 좋은 기획의 아이디어는 떠오르지 않습니다.
  저는 어떤 일이든 진지하게 임하는 남자입니다.
  비록 근무시간 외여도, 자신의 야망을 달성하기 위해서 필요한 일은 대충 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치히로씨도 잘 아시죠?


  두번째 이유는, 후배 P를 위해서입니다.
  정확히는 린을 위해서라고 표현하는게 옳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린의 담당을 계승하고 요 반년간, 제가 없어도 혼자서 일을 할 수 있게 된 후배 P도 많이 노력했다고 생각합니다.
  당연히 그건 린도 마찬가지입니다. 틀림없이 새로운 프로듀서와 맞지 않는 점이 많았을겁니다.

  그런 가운데, 그 둘이 새로이 관계를 쌓아 올리고 있는 와중에 전임자인 제가 어슬렁어슬렁 돌아가서 방해하면 될 일도 안되게 되겠죠.

  저는 이제 외부인입니다.
  후임에게 자리를 양보한 이상, 괜히 참견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저에게는 저의 방식이 있듯이, 후배 P에는 후배 P의 방식이 있습니다.

  물론 불안이나 걱정은 아직 있습니다만, 53프로에는 치히로씨, 당신이라는 중심이 있습니다.
  후배 P가 무엇을 저지르든, 당신이라면 충분히 대처할 수 있다고 믿었기에 저는 망설임 없이 사무소를 떠날 수 있었습니다.
  뭐, 치히로씨에게 응석부리고 있다고 하는 점에서는 저도 후배 P의 뭐라고 할 수 없는 입장입니다만.

  린과 노노에게는 미안한 마음이 있습니다.
  이쪽의 일방적인 사정으로 담당 프로듀서를 바꾼거니까, 납득할 수 없다는 생각도 많이 안고있겠죠.
  그것은 물론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프로듀서와 아이돌의 관계라는 것은, 본래 그 정도의 거리감이며 그것이 올바르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기본적으로는 비즈니스 파트너니까요.
  어느 공통의 목적이 있고, 그것을 위해 서로가 협력하는것에 불과합니다.
  프로 스포츠 선수와 감독의 관계와 마찬가지에요.
  정만으로 일이 잘 풀리는건 아닙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라고 여기까시 써놓고 좀 그렇습니다만, 솔직히 「이제 됐으려나」같은 생각도 듭니다.
  실제로 요 일주일동안 이래저래 편지를 쓰면서 참견을 하고 있고, 저도 가끔씩은 애들과 만나고 싶기도 하고요.

  후배 P도 나름대로 제몫을 하고 있는것 같고, 저도 슬슬 어깨의 짐을 내려도 괜찮을까 하고 생각하던 참이었습니다.

  어쩌면 가까운 시일내에 그쪽에 놀러 갈지도 모릅니다.
  예정이 정해지면 바로 연락하겠습니다.
  그럼 이만.



  53프로 최후의 보루 센카와 치히로님



26:모바 P가 센카와 치히로에게 2017/03/21(화) 00:55:08. 93 ID:8eAfNHgBo


   10월9일

  죄송합니다.
  치히로씨가 왜 화가 나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무래도 저는 편지를 쓰면 상대를 화나게 만드는 능력이 있는것 같습니다.
  전에는 후배 P를 체리보이라고 썼더니 「철회를 요구한다」라는 답장이 왔었습니다.
  그 전에는 노노의 시를 멋대로 해석했다가 혼났었습니다.

  그래도 이번에는 딱히 이상한건 쓰여있지 않다고 생각합니다만……뭐가 문제였던걸까요.

  「P씨 매정해요!」라고 쓰셨는데, 근시일 내에 놀러간다고 썼잖습니까.
  아이돌들의 스케쥴 조정이 귀찮아서입니까?
  그러고보면 확실히 사장님에게는 말하지 않았습니다만, 치히로씨도 그 사람이 굳이 오는걸 원하지 않을텐데요?

  으응~……모르겠습니다. 항복.
  일단, 사과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리고, 덤처럼 쓰여있던데 후배 P는 괜찮습니까?

  요즘 그녀석에게서 편지가 오지 않아서 조금 걱정했었습니다.
  설마 그런 사건이 일어났었을 줄이야.

  편지로 써봤자 이미 늦었을지도 모릅니다만 일단 지금은 그냥 냅두세요.
  특히, 이런 문제는 여성에게 위로받으면 더 비참한 법입니다.

  저녀석은 제가 따로 연락을 해서 달래보겠습니다.
  정말 손이 많이 가는 녀석입니다.



  뭐, 이제와서 오타쿠라는게 들킨걸로 그렇게까지 우울해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애초에 여태까지 들키지 않았다고 생각한게 더 놀랍군요.
  머릿속이 복숭아색 패션으로 흘러넘치는군요.

  일찌기 그리스도는 신의 용서를 받기 위해 수많은 고난을 받아들여 인류의 죄를 갚았습니다.
  그러나 후배 P의 파렴치를 농축한듯한 passion을 대체 누가 원할까요.
  신도 피할것같습니다.

  저녀석은 바보주제에 가끔씩 지나치게 깊이 생각하는 버릇이 있습니다.
  답없이 순수한 면이 유일한 장점인데, 분수도 모르고 절망해서 있을까말까한 애교조차 잃으면 대체 누가 녀석을 챙겨준단 말입니까.
  그러면 너무나도 불쌍하겠죠.

  후배 P에게 동정하는게 아닙니다.
  그저, 녀석의 복숭아색 짝사랑을 본의 아니게 응원하고 있는 입장으로서 쉽게 「시시해」라는 한마디로 일축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고 보면 치히로씨가 아실지는 모르지만, 아무래도 최근들어 후배 P가 내심 좋아하는 여성이 있는 모양입니다.
  너무 말하면 후배 P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니 자세히는 쓸 수 없습니다만
  뭐, 젊은 프로듀서의 고민이라는 느낌입니다.

  옛날, 당신이 저에게 말한 연애론이 떠오르는군요.
  감정에 도리를 덧바르는듯한 복잡괴기한 논리에서 끝없이 쏟아지는 연애정리들은 저에게 너무 어려웠습니다.
  그렇게 귀찮게 생각할 필요 없이 좋아하는 사람에게 한마디 「좋아해」라고 말하면 될 뿐인 이야기라고 바나론했더니 당신은 화를 냈었지요.

  저는 확실히 여자의 마음을 모르는 인간입니다만, 여태까지의 인생에서 그것때문에 곤란한 일은 딱히 없었습니다.
  『여자란 사랑받기 위해 존재하며, 이해받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그 유명한 대작가, 오스카 와일드의 말입니다.

  뭐, 그런 어록을 들이대봤자 현실적으로 뭔가가 해결되는건 아닙니다만.
  요점은 경험이에요. 뭐든간에.

  일단, 후배 P에게 그 「특수상애성이론特殊相愛性理論」을 교수하는건 참아주세요.
  쓸데없이 고민의 씨앗을 심어버릴지도 모릅니다.
  그건 연애 상급자가 되서야 손을 댈 수 있는겁니다.
  충고는 했습니다.

  그럼 건강하시길.


  위대한 사랑의 어시스턴트 센카와 치히로님



28:모바 P가 후배 P에게2017/03/21(화) 00:56:44. 55 ID:8eAfNHgBo


   10월9일

  안녕.
  답장이 안와서 조금 걱정했는데, 잘 지내?

  치히로씨한테 들었어.

  너, 사무소에서 성대하게 성벽을 폭로했다며.
  정말이지 답이 없는 바보구나.

  격무에 쫓기는 와중, 잠시동안 위안이 필요한 그 마음은 이해해.
  그렇지만, 아무리 휴식시간이라해도 사람이 있는 장소에서 귀이개 보이스를 들으려 했으니 자업자득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다.
  그런건 밤에 집에 가서 이불에 기어들어 고독하고 적막하게 즐기라고.
(귀이개 보이스耳かきボイス : 입체음향을 이용해 캐릭터가 실제 귀를 파주며 이야기하는 듯한 드라마CD)


  2차원 미소녀의 달콤한 속삭임으로 치유받고 싶어하는 취미는 부정하지 않아.
  그래도 가능성으로서 듣고 있는 와중에 이어폰의 잭이 뽑혀서 너의 외설스러운 넋이 밖에 새어나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해본적 없냐?
  상상력의 결여는 때때로 눈 앞의 절벽도 놓친다는걸 알아라.



  ……라고 잘난듯이 썼지만, 뭐, 자주 있는 일이야. 신경쓰지마.

  솔까말 나도 비슷한 경험을 한 적 있어.
  어느 날, 사무소 컴퓨터로 몰래 추잡한 사이트를 열람하고 있었지.
  주로 여성의 흉부에 관한 귀중한 영상 자료를 찾아다니고 있었어.
  나는 신사적 긍지를 가지고 그것들을 음미하며 일고의 가치를 느끼며 한동안 집중하고 있었어.

  어느새 뒤에 치히로씨가 서있더라.

  뒤를 돌아보고, 찰나의 침묵, 시선이 마주쳤지.
  살해당할것 같았어.
  그러나 나는 도망치지 않았지.

  「어이쿠, 우연이네요」라고 나는 말했어.
  치히로씨는 얼음같이 차가운 표정으로 「네, 마침 잘됐네요」라고 대답했어.
  나는 의자를 돌리고 상냥한 미소를 지으며 「무슨 일이신가요?」라고 말했다.

  아아, 다시 생각해 보면, 그토록 허무하게 자신의 귀에 메아리친 말은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어.
  무슨 일은 분명히 내쪽에 있었지.

  치히로씨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의무적인 동작으로 서류다발을 책상에 올리고, 나와 내 컴퓨터에 어지러이 떠오른진 추잡한 피부색의 이것저것을 경멸하듯이 시선을 돌리며 떠났었어.
  나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슬쩍 어들티한 사이트를 닫고 일을 재개했어.
  이렇게 나는 구사일생을 얻었지.

  이후, 사내 로그의 감시시스템이 깔린건 말할 필요도 없을거야.


  알겠냐? 후배 P.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당당해라」라는 거다.
  울면서 사무소를 뛰쳐나오는건 패배를 선언한것과 마찬가지라고.
  네가 그저 한마디, 태연한 얼굴로 「이것은 업무의 일환입니다」정도로 말했다면 아무 일도 없었을거야.
  귀이개 보이스가 어떤 업무의 일환인지는 매우 의문이지만, 그런건 나중에 생각하면 돼.

  역경을 넘는 담력은 일에서만 필요한 능력이 아니야.
  인생을 공략하는데에도 매우 중요한, 꼭 익혀둬야 하는 능력이지.

  이번 기회에 인간으로서, 또 프로듀서로서도 한층 성장하기를 기대한다.
  한동안은 휴식시간에 클래식 음악이라도 틀면서 얼버무려.


  후배 P에게



(2)에서 계속


한 4편정도로 분할해서 올릴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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