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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야미 카나데 「한들한들 흔들려서, 꿈만 같아」

댓글: 5 / 조회: 1947 / 추천: 4



본문 - 03-14, 2017 01:24에 작성됨.

하야미 카나데 씨가 시부야 린 씨의 머리를 쓰담쓰담하는 녀석입니다

・단편

・지문



있지, 크로노스타시스란 걸 알고 있어?
린이 그렇게 말해서, 나는 손 안의 편의점 봉투를 살짝 흔들며, 모른다고 대답했다.

가로등에는 나방이나 하루살이들이 파닥파닥 하며 모여들고 있어서, 우리는 크게 돌아가기로 했다.
여자아이니까, 벌레는 서투르다.

그런데도, 흔들리는 가로등 빛에 맞춰, 린의 머리카락이 좌우로 흔들리는 걸 넋을 잃고 바라보는 내가 있었다.
잘 닦은 흑연처럼 빛나는 그녀의 스트레이트 헤어를, 만진다면 어떤 감촉이 들까.

내가 롱 헤어였을 때는 어떤 느낌이었을까. 희미한 기억만 남아 있다.

분명 린만큼 예쁘지도 않았을 거고, 지금은 어깨 위 근처에서 흔들리는 이 머리가 마음에 든다.


근처는 이미 칠흑같이 어둡다.

최근에는 낮도 길어졌지만, 린과 만나는 건 언제나 해가 떨어지고 나서다.
오늘도 언제나처럼, 달이 뒤쫓아 오는 걸 알면서도 모르는 체 하며, 집으로 돌아간다.

지난 번에 빌렸던 B급 영화는 오랜만에 당첨이어서, 내 오른손엔 그 영화의 속편이 매달려 있다.


「카나데네 집, 곧 도착이던가」

「거의 다 왔어」


최근에, 린은 가끔 우리 집에 자러 오게 됐다.

커다란 라이브가 끝나고 나서라든가, 멀리 로케를 다녀온 직후라든가. 이번엔 후자였다.


「왜 나오나 카렌네로 가지 않는 거야?」


몇 번쯤 그렇게 물은 적이 있지만, 그럴 때마다 그녀는 불리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카페오레를 마신다.
그래서 나도, 얼마 안 가서 물어보는 걸 그만뒀다.


왼쪽으로 돌아서 바로, 하얀 벽의 맨션이 보인다.

이렇다 할 대화도 없이, 언제나처럼 편의점에서 돌아오는 길.
맨션에 들어가도 그건 변함없어서, 엘리베이터의 전등이 조금씩 깜박거리던 걸 가벼운 이야깃거리로 삼고 싶을 정도였다.

현관을 열면, 집주인보다 먼저 그녀가 신발을 벗기 시작하는 것도, 이젠 익숙한 광경이다.

나는 얼마 전부터, 독신 생활을 하고 있었다.


―――――


거실에 들어오자마자, 린은 곧바로 소파 대신 침대에 앉았다.
내가 마실 걸 준비하는 동안, 그녀는 한가로이 패션 잡지의 페이지를 넘기고 있다.

마이페이스인데다, 가끔 작게 하품을 하는 모습도 보이는 게, 어딘가 고양이와 닮았다.

언제나의 의연한 린은, 어디로 가 버린 걸까.
스테이지 위의, 다이아몬드 같은 린과 갭이 있어서, 린이 자러 올 때마다 이상하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이번 로케는 어디였어?」

「삿포로야. 저 쪽에서는 이제야 벚꽃이 피기 시작해서」


내가 인스턴트 커피에 밀크를 듬뿍 넣으면, 그걸 본 린이 조금씩 말하기 시작한다.

홋카이도에서는 아직도 스키를 탈 수 있다든가.
선물로 사 온 초콜릿을 조금 먹어 버렸다든가.


「카나데도 최근엔 바쁜 것 같네」

「린만큼은 아니지만, 나름대로는」

「영화, 봤어. 라스트 씬에 입은 드레스…… 반짝반짝 빛나서 굉장히 어울렸어」

「후훗, 고마워. 기쁘네요」


실제로 프로듀서와도, 감독과도, 수많은 회의를 거쳐서 정한 드레스다.
어울리지 않았으면 곤란할 정도로.

검은 웨딩드레스, 나답지 않아?

농담인 체 그렇게 말하면, 「핑크 같은 색보다는 훨씬 카나데다워」 하며 린은 웃었다.


「그래도, 역시 꿈은 하얀 드레스지」

「뭐, 그러네. 여자아이인걸」

「나도 웨딩 드레스 입어 보고 싶어」

「린은 누구에게 보여 주고 싶은 걸까?」

「얘!」


이런 식으로, 린이 자러 올 때는 반드시 일 이야기부터 시작하기로 정해져 있다.

아니, 그렇게 하지 않으면 린이 점점 꽁해져 버린다.
처음 자러 왔을 때 그걸 깨닫고, 그 후로부터는 규칙처럼 되어 있다.

기분나빠하는 린을 놀리는 것도 분명 즐거울 테지만, 그렇게 하는 것보다는 지금 같은 관계가 편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서로가 모르는 걸 이야기하는 것도 즐거웠고, 아이처럼 웃는 린을 볼 수 있는 것도 드문 일일 테니까.


「린은 언젠가, 나랑 같은 스테이지에 서고 싶다고 생각해 본 적 있어?」

「……생각해 본 적 없으려나」

「역시네」


그걸로 일 이야기는 끝났다.

그 후로 린은 쭉 모드계의 패션 잡지를 읽고 있고, 할 일이 없는 나는 오디오의 재생 버튼을 눌렀다.

서로가 하고 싶은 걸 하고 있다. 린은 아마, 이런 시간을 좋아하는 거겠지. 오디오에선 피아노 소리가 들려왔다.


「이 곡은 누구 노래야?」

「시규어 로스라는 밴드야. 영화 배경음악으로도 쓰였었죠?」

「흐응, 그래서 들어 본 적이 있었던 거구나. 좋아해, 이 곡」


간접 조명을 켜고, 거실의 천장등을 끄자, 방이 단번에 어두워진다.

린 옆에 앉으면, 하얀 벽에 두 사람의 그림자가 둥실 떠올라서, 나는 이 시간을 좋아한다.
빛 안에서, 흑연처럼 빛나는 린의 그림자가 한들한들 흔들린다. 그러고 보니 흑연은, 굉장히 무른 물질이었던가.

만지면 부스러져 버리는 걸까.


「저기, 만져도 돼?」

「다음에」

「심술쟁이」


린은 톡 하고 내 어깨에 머리를 올렸다.
높은 체온이 전해져 와서, 역시 고양이 같다고 생각했다.

후훗, 하고 웃어 버려서, 그녀에게서 의심스러워하는 듯한 눈빛이 날아왔지만. 그래도, 강아지를 기르고 있는 린이 『고양이 같다』니,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응석부리는 게 서투른 도둑고양이와 쏙 빼닮았다.

비좁고 답답한 원룸에 데려온 건 누구였더라.


―――――


그 뒤에, 우리는 따로따로 샤워를 하고, 다시 침대 위에 나란히 앉았다.

잠옷 대신 검은 고양이 인형옷을 입은 린은, 입을 삐죽거리고 있다.
린이 샤워를 하고 있는 동안, 내가 준비한 의상이었다.


「왜 카나데가 이런 옷을 갖고 있는 거야……」

「괜찮잖아. 어울리니까」

「어디서 샀어, 이런 건」

「글쎄? 새 옷인데, 지난번에 프레 쨩이 두고 갔어」

「프레데리카가?」

「니나 쨩이랑 같이 샀다고 말했었어요」

「아아……」


참고로, 나도 새 인형옷을 입고 있다.
후드에는 장식 날개가 붙어 있어서, 어떤 새냐고 프레 쨩에게 물어봤더니 『부엉이야!』 라더라.


「부엉이는, 카나데에게 딱 맞지」

「밤의 헌터, 라거나?」

「헌터라고 말하지만 꽤 겁쟁이인 부분이라든가」

「얘」

「후후, 농담이야」


째깍째깍 시계가 울고 있다. 곧 자정이다.
평범한 여고생끼리의 숙박모임이라면, 지금부터 시작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우리들의 밤모임은, 날짜가 바뀔 무렵에는 거의 끝난다.

오늘도 큰 로케가 끝난 직후에 그대로 온 걸까, 린은 졸린 듯이 눈을 비볐다.

그러면 안 되지. 빨개져 버려요.


「카나데는, 언니 같아」

「어머, 그래? 그럼 린은 손이 많이 가는 여동생이네」

「귀찮다는 거야? 실례네」

「후훗! 그럴지도 모르겠네. 조금 어른인 체 해 버렸을지도」

「어라, 어른스럽다는 말을 듣는 건 싫어하지 않았던가」

「린에게 듣는 건 괜찮아. 실제로, 내가 린보다 언니인걸」


우리는 꾸물꾸물 침대로 기어들어간다.
그녀가 얇은 이불을 입가까지 푹 덮어쓰면, 키가 3센티미터 작은 내 발끝이 차가워져 버린다.

조금 둥글게 몸을 말면, 침대 위가 우리로 가득 찼다.
큰 침대를 사서 다행이야.

시곗소리.

이불 안은 굉장히 조용했다.

린과의 밤 이야기, 시곗바늘은 거의 12시를 가리키고 있다.


「카나데는 있지」

「왜?」

「그 날 왜, 날 재워 준 거야?」

「이제 와서야 묻다니, 무슨 바람이 불어서?」

「얼버무리지 말고 알려 줘」


―――――


린을 처음 재워 준 건, 분명 12월의 눈 내리던 날이었다.

심야 영화를 보고 돌아오던 길에, 편의점 앞에서 과장스러울 정도로 머플러를 두른 린을 찾아냈다.
추위에 얼굴이 빨개진 린에게, 내가 먼저 말을 걸었다.

그 날도 린은, 가로등 아래서 한들한들 그림자를 자아내고 있었던가.


「무슨 일이야, 이런 시간에. 벌써 열 시야」


내가 그렇게 말했더니, 갑자기 『카나데네 집에서 자게 해 줘』 란 대답이 돌아와서 당황했지만, 결국 둘이 함께 돌아왔다.


다음 날, 린은 우리 집에서 바로 학교로 갔다.

벚꽃이 지고, 나무가 녹색 옷을 입은 지금도, 이렇게 그녀는 내 옆에 있다.


『왜 린을 재워 준 건지』 같은 건, 지금까지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
그게, 그 날의 린은 어쩐지 지친 것 같아 보여서, 내버려 둘 수 없었을 뿐이었으니까.

혹시 이 아이는 내 상상보다 훨씬 무른 걸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이 들어 버리면, 곁에 있어 주고 싶어졌다.


「……걱정스러웠어. 린이」

「걱정…… 그런가, 걱정해 준 거구나」

「반대로 물어 봐도 괜찮을까」

「뭘?」

「왜, 나였어?」


린에게는 나오나 카렌, 우즈키와 미오 같은 친구가 많다.
그 중에 나를 선택한 건 왜였을까?

처음 재워 줬던 겨울날은, 우연이었다 해도. 두 번째나 세 번째는 우연은 아니겠죠?

그렇게 물었더니, 역시 린은 불리하단 듯한 표정을 지으며, 이불에 코 끝을 묻었다.


「우연 같은 게 아냐」

「첫날도?」

「나, 알고 있었어. 카나데가 독신 생활을 하고 있단 거. 그 시간에 편의점에 들르는 것도. 그 날, 나는 카나데를 만나러 갔던 거야」


저기, 크로노스타시스란 걸 알고 있어?

또 린이 그렇게 말해서, 난 이번에는 『가르쳐 줄래?』 라고 대답했다.


「시곗바늘이 멈춘 것처럼 보이는 현상을 말하는 거야. 빠른 안구 운동 직후에 시계를 보면, 시계가 멈춘 것처럼 보인대. 카나데와 함께 있는 시간은 그거랑 닮았어. 언제까지나 계속되는 거 아닐까, 하고 생각해 버리는걸」


린은 마치, 피를 토하는 것처럼 말을 이었다.

지쳤어, 그녀가 툭 흘리는 말을 들은 순간, 전부 납득할 수 있었다.

아아, 그랬었구나. 계속 달려서, 지쳐 버렸던 거구나.

힘든 말을 하게 해 버려서, 미안해.


린은 언제나 강하고, 반짝반짝 빛나며, 온 힘을 다해 계속 달려나갈 거라고, 틀림없이 그럴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나는 흑연 같은 머리카락을 쓰다듬는다.
내가 만져도 부스러지지는 않았지만, 굉장히 섬세한 느낌이 든다.

시곗바늘은 12시를 훨씬 넘겨서, 그녀는 더 이상 다이아몬드가 아니었다.

내 앞에는 시부야 린이라는, 무르고 덧없는 여자아이가 있을 뿐이다.


「카나데는, 나랑 함께 달려 주지 않잖아?」

「그러네. 분명, 린과는 함께 달리지 않을 거야」

「그래서 좋아해…… 차분해져, 카나데가 있는 곳에선」


그녀의 머리카락에 손가락을 묻으면, 손가락 사이로 보슬보슬 흐른다.
마음껏 응석부려 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도둑고양이를 닮은 점, 어린아이 같은 점, 그녀의 약함까지 알아 버린 나는, 그녀의 가는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몸을 꼭 껴안아 주는, 그것밖엔 할 수 없지만.

린의 눈꺼풀이 닫히는 순간에 맞춰서, 나는 조명을 어둡게 한다.

날이 밝으면, 린은 다시 달려나가기 시작하겠지.
그러니까, 그 때까지는 내 옆에서.


잘 자, 린.


ㄲ ㅡ ㅌ


???「카나데가 나데나데…… 후훗」

이번의 원네타는 버섯 제국의 「크로노스타시스」였습니다. →  https://www.youtube.com/watch?v=U42mV75h6IA

최근에 쓴 것 → 미즈모토 유카리 「깜빡일 때마다 바뀌듯이」


元スレ
速水奏「ゆらゆら揺れて、夢のようで」
http://ex14.vip2ch.com/test/read.cgi/news4ssnip/1456130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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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문 카나데x린이었습니다. 노래도 굉장히 좋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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