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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나데 「서머 인 더 미러」

댓글: 6 / 조회: 1651 / 추천: 7



본문 - 03-12, 2017 12:52에 작성됨.

      「저기, 키스해 줄래?」


그녀는 언제나처럼 살며시 다가와서.

요염하게 속삭인다.


그렇지만, 입술이 겹치는 일은 없다.

내 반응을 보며, 장난스레 미소지을 뿐.

그게, 하야미 카나데라는 아이다.


17세지만, 그 얼굴은 도저히 고등학생으론 보이지 않는다.

수트를 입고 내 옆에 서면, 나와 동년대로 보인대도 이상하지 않겠지.


「……프로듀서, 뭔가 실례되는 걸 생각하고 있지 않아?」

덤으로 감도 좋다.
 
「아니, 그럴 리 없잖아」

「어떨까」

소파에 앉은 채, 이쪽을 등지고 있던 카나데는 의심스레 날 응시해 온다.

화제를 돌리기 위해, 텔레비전 화면을 가리켰다.
 
그녀는 사무소에서, 빌려온 영화를 보고 있었다.

「그것보다, 영화 감상은 끝났어?」
 
「엔드 마크가 안 보이는 걸까」
 
정지된 흑백 화면의 중앙에는 커다랗게 END가 떠 있다.

나에게도 잘 보인다. 사무소 텔레비전 화면은 크고.


이 쪽을 수상하게 바라보는 눈빛이 강해진다.

어떻게든 속여 보려고, 나는 화젯거리를 찾았다.

「어떤 내용의 영화였어?」

「같은 방에 있었는데도, 몰라?」

「아니, 난 일하고 있었고, 소리도 작았으니까 말이지」

신경써 준 거겠지, 카나데는 소리를 꽤 줄이고 있었다.

……뭐, 자막이니까 소리가 들리지 않아도 볼 수는 있지만.

그렇지만 일을 하고 있었으니까 안 봤다는 건 사실이다.

카나데는 아직 의심하고 있었지만,


「……그러네, 억지로 말하자면 우리들과도 많이 관계있는 영화였어요」

이야기를 맞춰 준다면, 이 쪽은 우선 안심.


카나데도, 영화의 감상평을 말하는 걸 주저하지 않는다.
 
물론, 묻고 있는 내게도 예외는 아니다.
 
별로 화제를 돌리기 위해서만 물어본 건 아니다. 정말로.

「오래된 영화 같은데, 아이돌과 관계가 있어?」

「아이돌이라고 하기보다는, 연예계 전반이네. 어떻게 올라갈 것인지, 올라간 위에 무엇이 있을 것인지」

그녀는, 조금 쓸쓸한 듯한 미소를 띄웠다.
 
「영원히 반복되는 일이야. 영고성쇠. 배우든 아이돌이든」


나는 화면으로 눈을 돌린다.

END라는 문자 뒤에는, 한 명의 여성이 삼면경 앞에 서 있다.

거울은 만화경처럼 여성의 모습을 반사시켜, 겹겹이 상을 비추고 있다.


「내가 사라져도, 또 다른 누군가가 나오겠죠」

「바보야. 아직 전성기잖아?」

「물론. 나는 아직 END 마크를 내보내긴 이르네요」

「만약 END 마크가 나온다고 해도, 카나데라면 파트 2, 파트 3으로 이어질 거야」

「어머, 기쁜 말을 해 주네요」

「빈말이 아니라고?」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는 거다. 프로듀서로서 가까이서 보고 있으니까 알 수 있다.

그녀의 매력, 반짝임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고 있을 셈이다.


「……만약 속편이 나온다 해도, 나, 감독은 프로듀서 씨 그대로가 좋아요」


두근, 하고 온다.

의미심장한 말을 듣고, 카나데의 표정을 살피면,


소악마처럼, 겁없는 미소를 띄우고 있다.

……당했나.


「후훗」

「적당히 놀려먹어 달라고……」


「감독이 바뀌지 않길 원하는 건 정말이야?
 감독이 바뀌면, 작품의 분위기가 확 달라져서 흥이 깨지는 경우가 있는걸」


내게 한 방 먹인 게, 만족스럽다는 듯한 만면의 미소.

이게, 하야미 카나데라는 아이다.


  (무난한데)


처음으로 카나데의 프로필을 보고 생각한 일이다.


취미, 영화 감상.

지극히 무난하다.


이게 독서였다면, 그녀에게는 조금 딱딱했겠지.

쇼핑이었다면, 그녀에게는 지나치게 가벼웠겠지.


그 점에서 보면, 영화는 무난하다.

영화라고 해도 여러 가지가 있다.

대체 어떤 걸 좋아하는 건지, 거기서 상상의 여지가 생겨난다.

그 여백이, 또 그녀의 매력이 되어 줄 터다.

실제로 좋아하는 장르는, 뭐든 상관없는 거다.

가령 시모네타 가득한 코미디 영화라 해도, 영화 감상인 건 틀림없다.


(아마, 유행하는 로맨스 영화쯤 되겠지)


그렇게, 넘겨짚고 있었지만.


「인생은 초콜릿 상자랑 같은 거야. 어떤 걸 집어들게 될지 알 수 없으니까, 라고도 하잖아?」


언젠가의 이벤트 도중에, 카나데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그 말은, 분명)

고전 영화의 명대사였을 터다.


「그렇게 오래 된 영화도 아니에요. 영화의 역사는 길다구?」

그 때 일을 물어 보면, 카나데는 불만스럽게 눈살을 찌푸렸다.

「흑백 영화도 아니니까」

그 말을 듣고, 내가 얼마나 착각하고 있었나를 이해했다.

그녀는, 유행하는 로맨스 영화를 쫓아다닐 뿐인 여고생과는 달랐다.

그뿐 아니라,

「로맨스는 서투른걸. 보고 있으면 부끄러워지고……」


영화를 좋아한다는 말을, 공공연하게 떠들고 다니지 않는다.

그런데도, 인터뷰 기사 등에서 새어나오는 그 화제는 그녀를 한층 더 미스테리어스하게 하고,

동년대 아이들보다 어른스럽다는 인상을 심어 주고 있었다.


다만, 영화는 그녀의 장난끼를 부추기기도 한다.





「나, 어제 헌팅당했었어」

「하아?」

사무소의 소파에 앉아, 둘이서 마주보며 차를 마시고 있을 때 갑자기 그런 이야기를 꺼냈다.

곤란한 일이긴 하지만, 헌팅당하는 건 매력이 있다는 이야기다. 아이돌로서는 나쁘지 않다. 입에 담을 생각은 없지만.

그건 그렇지만, 자주 헌팅을 당한다는 건, 지난 번에 카나데에게서 들은 적이 있었다.

그런데도, 왜 굳이 보고하는 걸까.


카나데는 뭔가를 고민하는 듯한 표정으로, 사무소 안을 둘러보고 있었다.

「……헌팅이라니, 어디서?」
 
그녀의 대답은, 사무소 근처의 역 이름이었다.

「그래서, 무시했지?」

「그게 있지, 평범하지 않은 사람이었는걸.
 눈빛이 날카롭고 체격도 굉장히 좋은 사람이어서, 겉보기엔 야쿠자처럼 무섭지만, 어쩐지 상냥한 듯하기도 하고」
 

그녀는 눈을 치켜뜨고, 찻잔을 기울이는 내 쪽을 바라보았다.

「이름은, 린드 씨라고 했었는데」

아무래도 외국인이었던 것 같다. 그러면 야쿠자가 아니라 마피아라고 해야 하는 게 아니었을까.

「설마, 따라갔었어?」

「그래. 바보 같은 일을 해 버렸어요……」

「바보 같은 일이라니, 뭐야」

「그건……」

카나데가 말끝을 흐려서, 내 등 뒤에 식은땀이 흘렀다.

그녀는 고개를 돌렸다.

「그…… 좁은 골목길로 데려간다고 생각했더니, 세 사람의 남자가 긴 장대를 들고 서 있어서, 그래서」

「그래서, 어떻게 됐어?」

카나데는 고개를 숙이고, 무서워하는 것처럼, 작게 떨기 시작했다.
 

「야, 카나데……」
 
나는 무심코 그녀 곁에 다가갔지만, 카나데는 떨쳐내듯 몸을 돌렸다.

「뭐야, 카나데, 대체 무슨……」

「……」

「어이…… 야!」

「……」

「……어?」
 

아무래도, 이상했다.


내가 눈치챘단 걸 깨달았는지, 카나데는 견뎌내던 걸 흘려보냈다.


「후후훗, 속았어?」
 
그녀는 입가에 손을 대고, 즐거운 듯이 웃고 있었다.

「역시 거짓말이었나……」

처음부터 이상하다고는 생각했었다.

그저, 카나데의 연기가 너무나 박진감 넘쳤기에, 믿어 버리게 됐던 거다.

「애초에, 린드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있기는 한 걸까?」

「야야, 이름을 꺼낸 건 카나데 너잖아. 잘도 그런 이름을 생각해 냈구만. 적어도 일본인으로 해 줘」

「프로듀서」

이번엔 감쪽같이 속였다는 듯한 미소를 띄우면서, 내가 가지고 있던 컵의 바닥을 두드렸다.

뭐야……


『린드製』


「린드란 건 이 컵의 메이커였냐!?」

평소에 쓰고 있었지만, 어디서 만든 컵인지, 신경써 본 적도 없었다.

「영화에 나왔었어, 거짓말을 지어내는 트릭으로」

그 영화에서도, 컵 바닥에 쓰인 이름을 빌려와서 거짓말을 한 것 같다.

깜짝 놀라고, 반쯤은 기막혀하고 있는 나에게, 그녀는 사무소 여기저기를 가리켜 나간다.


창 밖, 멀리 보이는 건 가장 가까운 역.


휴양 여행 때 찍은 사진에는, 야쿠자처럼 눈빛이 날카롭고, 체격이 좋은 우리 선배.


나와 상사, 선배 세 사람이, 낚시 도구를 들고 있었다.


「보이는 범위의 재료를 조합해서, 거짓말을 짜올린 거였나……」
 
「응, 그거야」

어처구니없어하며 낙담하는 나를 보고, 만족한 듯한 모습이었다.


「컵 바닥의 이름이 보여서, 무심코 해 보고 싶어졌어」

「있잖아, 카나데. 장난을 하는 건 좋은데, 이번엔 지나쳤다고」

「그랬을까? 나는 그저, 장대를 가진 남자들에게 둘러싸였다고 말했을 뿐이야」

번화가에서, 낚싯대를 든 아저씨들에게 말이지.

「그래도, 그런 말투로 말하면. 알잖냐, 걱정된다니까」

좀 더 제대로 말해 두는 게 나았을까.

하지만, 카나데는 솔직하게 받아들여 줬다.

「그러네, 미안해요. 지나쳤네요」

「뭐, 알아 주면 괜찮은데」





그 사건 이후, 카나데는 정도가 지나친 거짓말을 하지 않게 되었다.

그런, 분별이 확실한 점도, 이상하게 그녀가 어른처럼 느껴지게 만든다.
 
그렇다 해도, 나를 놀리는 건, 그만둘 생각이 없는 것 같지만.
 

다행스럽게도, 카나데의 아이돌 인생에 END 마크가 나올 것 같은 낌새는 없었다.

그 정도가 아니라, 오프닝이 끝난 직후라고 해야 할 것이다. 기세는 멈출 줄 몰랐다.

사무소 사람들도 카나데의 기쁜 오산을 받아들여 계획을 고쳐 올려서, 규모는 모 대작 스페이스 오페라 정도로 커졌다.

「과장이 지나쳐」

조금 기막히다는 듯이, 카나데는 한숨을 쉬었다.

「조금 예정이 변경됐을 뿐이잖아? 치히로 씨에게서 들었어요」

「플러스 방향으로 변경이지. 기뻐할 일이잖아?」

「뭐, 그러네」

카나데도 싫지만은 않은 듯,

「요구가 있다면, 그걸 목표로…… 아니, 그 이상을 향해 전력을 다할 뿐이야」

강하게 말하는 그녀를 보며, 믿음직스러움과 기쁨을 느꼈다.

(정신 차리고 해야지, 나도)





변경된 예정이란 건, 사진집 발매였다.

그 촬영을 위해, 외딴 섬으로 향하게 됐다.


「혹시, 공룡이나 거대한 고릴라가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비행기 안에서, 카나데가 매우 즐거워하며 말한다.

「그 정도로 외딴 섬도 아니니까. 사람도 살고 있고」

「어머, 아쉬워라」

「게다가, 그 라인업은 어떨까 싶은데?」

「어머, 괴수 영화는 싫은 걸까. 남자아이라면 다들 좋아하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이제 남자아이라고 할 나이도 아니지만 말이지.

「싫어하진 않지만…… 좀 더 리얼리티가 있는 영화는 생각나지 않았던 거냐」

「섬을 테마로 하는 영화는, 의외로 적어」

그녀의 눈길이 기억 속을 방황하듯이 살짝 흔들리고 나서,

「그럼, 배구공을 친구로 삼아 볼까」

「사 년씩이나 섬에 남겨지는 건 용서해 줬으면 하는데」


카나데의 프로듀서가 되고 나서, 나도 자주 영화를 보게 되었다.

내가 받아 줘서일까, 카나데의 목소리가 활기를 띤다.

「무인도 생활, 즐거울 것 같지 않아?」

「그 영화를 보고도 즐겁다고 생각할 수 있는 거냐」


「내가 함께 있어도?」

눈을 치켜뜨고 올려다보는 카나데,

나는 어깨를 움츠렸다.


「관객은 배구공뿐일 거 아냐」

「무인도에서도 라이브를 할 셈?」

「아아, 아이돌과 프로듀서가 있다면야」

「정말, 워커홀릭이네」

기막히다는 듯 고개를 저으면서, 카나데는 미소짓는다.

이 쪽도, 카나데의 장난에 일방적으로 당하고만 있지는 않는다.

제대로 대처법을 익히고 있다.

아직, 승률은 그렇게 높지 않지만……

「뭐, 상관없어요. 4년까지는 아니겠지만, 사흘간은 무인도에 둘이서만 있을 예정인걸」

「무인도가 아니라니까……」

촬영 스탭 분들도 있을 거고.


비행기에서 내리고 나서 배로 갈아타고, 목적지인 섬에 도착한 건 점심때였다.

우선 짐을 두기 위해서, 민박으로.

섬에는 민박이 둘뿐이었지만, 둘 다 스탭 전원이 묵을 수 있는 규모가 아니었다.

그래서, 두 곳에 나뉘어 묵게 됐다.

카나데와 나는, 둘 중 더 오래된 민박에서.


「어쩐지, 할머니 댁이라는 느낌이네」

「카나데네 할머님 댁은, 이런 느낌이야?」

「일반적인 이미지를 말했을 뿐」


실제로, 이 민박을 경영하고 있는 건 노부부였다.

묵을 수 있는 방은 두 곳뿐이지만, 두 방 모두 나름대로는 넓었다.

방 배치는 동일하게, 다다미 방에 텔레비전과 책상.


그리고, 삼면경이 붙은 화장대가 놓여 있었다.


짐을 풀고, 조속히 촬영에 들어갔다.

과연 카나데, 라고 해야 할까. 카나데는 주어지는 포즈를 차례차례 취해 내고, 촬영은 순조롭게 진행되어 간다.

모래사장이나 사람이 없는 섬의 풍경, 항구 등에서 촬영은 계속되었다.

시간이 흘러, 석양이 하늘에 아름다운 그라데이션을 자아내며, 카나데의 배경을 물들였다.

하늘에 떠오른 큰 구름이, 그 풍경을 장식하고 있었다.


꽤 어두워졌을 때, 오늘의 촬영이 종료되었다.

작게 한숨을 쉬는 카나데에게 다가갔다. 지금은 수영복 위에 셔츠를 걸치고 있다.


「수고했어」

「어머, 프로듀서」


「고생 많았어, 좋았다고」

「당연하잖아? 당신보다 눈이 높은 카메라맨 씨가 OK해 준 거니까」

지당하신 말씀이다. 나는 쓰게 웃었다.

「그럼, 빨리 갈아입고 와」

「그 전에, 잠깐 산책하지 않을래?」

거절할 이유도 없다. 나는 끄덕였다.


카나데와 나란히 해변을 걷는다.

잔물결이 귀를 어루만지고, 때로는 부드러운 바람이 우리 둘 사이를 흘러간다.

바람에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희고 가는 손가락으로 고치면서, 카나데는 바다로 눈길을 향하고 있다.

「좋네요, 바다는」

「청결해서?」

카나데는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지만, 잠시 후에, 쓴웃음을 흘린다.

「그건, 사막에서 말해야 할 대사가 아닐까? 바다는 느낌이 조금 다르네요」


「어라, 그랬던가」

좋아하는 대사여서, 잘 써먹었다고 생각했지만, 카나데의 채점은 엄격하다.

잘 써먹어 보고 싶지만, 아쉽게도 사막에서 촬영할 예정은 아직 없다.


해변을 걷고 있으면, 조금 솟아오른 뭔가가 보인다.

가까이 가 보니, 모래성이 무너져 가고 있다.

얼마 전에 관광객 한 그룹이 다녀갔다고 들었다.

그들이 만든 거겠지.


「그리운데, 어렸을 때 친구랑 바다에 와서, 나도 만들었었어」

옆에 주저앉아, 흘러내린 모래를 다시 성 위에 쌓아 본다.

그런 짓을 해도, 원래 형태와는 거리가 있겠지만.


「카나데는 어렸을 때, 모래성 같은 거 만들어 봤어?」

「글쎄, 어땠을까. 먼 옛날 일이라 기억나지 않아요」

「먼 옛날이라니, 나보다 어리잖아 너……」

「후훗, 괜찮잖아. 여자에게 비밀은 따라다니는 거야」

「굳이 비밀로 숨길 만한 것도 아니잖냐」

카나데는 내 옆에 앉아서, 희미하게 남아 있던 자취를 손가락으로 덧그린다.

「그래도, 그러네. 보는 건 싫어하지 않아도, 만들고 싶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입체를 만드는 건 서툴러?」

「그런 이유가 아니라, 모래성은……」

카나데가 손가락으로 긋던 부분의 모래가 무너져 버린다.

「앗……」

무너진 파편은 그대로 부서져서, 아무 의미도 없는 모래로 돌아간다.

그리고 나서, 카나데는 익살스럽게 어깨를 움츠리고,

「서투르게 만지작거리면, 간단히 부서져 버리잖아?」

떠오른 미소는, 날이 저물어서인지, 어딘가 쓸쓸해 보였다.

카나데는 일어서서, 크게 기지개를 켰다.

「이제 돌아가죠. 배도 고프기 시작했고」

「그러자. 내일도 촬영이 있으니까, 확실히 기력을 회복해야지」

둘이서 민박으로 되돌아가려 한 순간.

「어머?」

바다 쪽을 바라보고 있던 카나데가 말을 흘린다.

「왜 그래」

「저 구름, 방금 전보다 커지지 않았어?」

그녀가 가리킨 방향을 바라보면, 방금 전 촬영 중에 봤던 것보다, 구름이 커져 있는 것 같다.

「정말이네」

「내일, 비가 내리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괜찮다고, 일기예보에선 맑댔으니까」

입으로는 그렇게 말하면서, 나 자신도, 가슴에 조금의 불안감을 안고, 둘이서 해변을 걸어나갔다.





이럴 때의 싫은 예감은, 맞기 쉬운 것이다.

다음 날, 작은 섬에는 빗방울이 빽빽하게 쏟아졌다.

실내에서의 촬영은 해낼 수 있었지만, 오후 일정은 휴식이 되었다.

카나데는 방에서 숙제를 하고, 나도 잡무를 처리하고 있었다.

그것도, 금방 끝날 일이었다.

목이 말라져서, 나는 마실 것을 가져오기 위해 1층으로 내려갔다.



객실에서는, 카나데가 의자에 앉아 문고본을 읽고 있었다.

카나데가 책에서 눈을 떼고,

「어머, 프로듀서 씨. 일은 이제 괜찮아?」

「아아. 카나데는 숙제 끝났어?」

「에에, 진작에」


「산책하러 가고 싶어도, 이렇게 비가 내리면……」

이슬비 정도라면 괜찮겠지만, 밖엔 억수같이 쏟아지고 있다. 산책을 즐길 여유는 없다.

「뭐하면, 빗 속에서 같이 탭댄스라도 출까?」

「프로듀서 씨가 추는 걸 보기만 하도록 할게요」

카나데는 지루하다는 듯이 한숨을 쉬었다.


「그럼 영화라도 보시겠어요?」

경영자 할머니께서 제안하셨다. 손님이 지루해하지 않도록, 영화 DVD를 준비해 뒀다고 한다.

바로, DVD가 들어 있는 상자를 받는다.

오래된 라인업이지만, 카나데에게는 상관없다. 즐거운 듯이 패키지들을 보고 있었지만,

「어머, 이건」

그녀가 집어든 건 주변에 있던 것들보다 좀 더 큰 패키지.

「비디오구만」

상자 바닥에는 비디오 테이프들이 놓여 있었다.

이 시대에 비디오라니…….

「그럼, 지금부터 이걸 보지 않을래?」

카나데는 손에 든 비디오를 흔든다.

「에에……」

「어머, 고전 영화는 싫어해?」

그 비디오는 꽤 오래 된 영화다.

오래된 건 별로 상관없지만……

「그거, 전편, 이라고 써 있다고. 그러니까 후편도」

「아, 여기 있어요」

상자 안에서 후편이라 쓰인 패키지를 꺼낸다.

「꽤 길지 않을까」

「괜찮잖아요, 시간은 충분히 있으니까」


결국, 그 영화를 보게 되었다.

객실에도 텔레비전이 있었지만, 거기선 DVD밖에 볼 수 없었다.

낡은 비디오 데크를 꺼내 주셨지만, 객실의 텔레비전에 연결하려면, 지금 연결돼 있는 데크를 한 번 떼어내야만 했다.

「그러면, 위층 방에 비디오 데크를 들고 가도 괜찮을까?」

「카나데의 방에서 보자고?」

「어머, 여자아이의 방에 들어오고 싶은 거야?」

그런 이유로, 비디오 데크를 내가 묵고 있는 방에 옮겨 넣었다.


데크를 세팅하고 있으면, 할머니께서 과자와 차를 가져다 주셨다.

세팅을 끝내고, 영화를 재생시킨다.

데크 안에서 테이프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리며, 화면에 영화가 비친다.


영화는 정말로 오래된 작품으로, 미국의 전쟁을 무대로 한 것이었다.

아직 컬러 영화가 보급된 지 얼마 안 된 시절의 물건이라, 색채도 인공적인데, 비디오 화질 탓도 있어서 레트로하게 느껴진다.

(그건 그렇고……)

다다미에 앉아서 비디오로 영화를 본다는 것도, 어쩐지 이상한 기분이다.

무엇보다도, 옆에 카나데가 있다. 그녀는 편한 자세로, 릴랙스한 듯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그 옆얼굴에 눈길을 향했더니, 그녀와 시선이 겹쳤다.

「무슨 일이라도 있어?」

「아아, 아냐, 아무것도」

「그래?」

고개를 기울이면서도, 카나데의 입가에는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전편과 후편 사이에 저녁식사를 하고, 영화가 끝났을 때쯤에는, 밖이 꽤 어두워져 있었다.

비는 아직 그칠 것 같지 않다.

「유명한 작품이지만, 볼 기회는 좀처럼 없었네요」

카나데는 앉아서, 만족스럽게 몸을 뒤로 쭉 뻗다가, 그대로 누워 버렸다.

옷이 말려올라가서, 배꼽을 드러내고 있다.

「야, 배 드러내고 있어」

「배 정도는, 수영복 차림으로 잔뜩 드러냈는데?」

「그건 그거고」

「후훗」

카나데는 즐거운 듯이 웃고 나서, 작게 한숨을 쉰다.

「어울려 줘서 고마워, 프로듀서」

「나야말로」


카나데는 눈을 동그랗게 뜬다.

「왜 당신이 인사하는 거야?」

「그게, 카나데와 함께가 아니었다면, 이 영화를 볼 일 없었을 거라고 생각하니까」

카나데가 말하던 것처럼 유명하긴 하지만 너무 오래 됐다. 게다가 길기도 하니, 손이 가지 않을 만도 하다.


「아아, 그런 이유네」

카나데의 표정에, 아주 조금 그늘이 진 것처럼 보였다.

「무슨 일 있어?」

「별로, 아무것도 아니에요」


데굴 구르며 옆으로 누워서, 눈을 감고 몸을 둥글게 말았다.

「야야, 잘 거면 네 방에서 자야지」

「괜찮아, 안 자요」

세상에선 그걸 플래그라고 부른다.


벽에 걸어 둔 재킷이 진동했다.

주머니 안에 넣어 뒀던 휴대전화를 꺼내 보면, 다른 숙소에 묵고 있는 스탭의 연락이었다.

앞으로의 예정에 대해 조금 이야기하고 싶은 게 있다고 한다.

「미안, 잠깐 저 쪽 숙소에 다녀올게」

카나데는 잠꼬대처럼 이 쪽을 올려보았다.

「협의?」

「아아」

얼빠진 듯한 시선을 향하던 카나데는,

「………나, 좀 더 여기 있어도 괜찮을까?」

「자면 안 돼?」

「안 자요」

증명하는 것처럼, 카나데는 몸을 일으켜 앉았다.


「과자가 좀 남았으니까, 먹고 가려고」

「너무 먹어서, 일정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그렇게까지 먹진 않아요」

기막히다는 듯 말하는 그녀에게 배웅을 받으며, 나는 방을 나가려 했다.


「아ー아, 이렇게 비 오는 날에, 여자아이를 홀로 두고 떠나다니」

「……」

되돌아보면, 카나데는 평소처럼 소악마 같은 미소를 띄우고 있었다.

「죄 많은 사람이네, 정말로」





우산을 쓴 채, 비가 쏟아지는 밤을 뚫고 나는 다른 숙소로 향했다.

튀는 빗방울은 몸에 부딪히며, 체온을 빼앗아간다.

(이 정도면, 재킷을 입고 왔으면 좋았겠는데)


반쯤 왔다고 생각한 곳에서, 다시 휴대전화가 떨린다.

확인하니, 자료 따위를 가져왔으면 좋겠다고 써 있다.

(용서해 줘)

그렇다고 무시할 수도 없다.


발을 돌려, 다시 숙소로 돌아간다.

어딘가의 창문이 열려 있는 건지, 실내에도 빗소리가 강하게 울리고 있다.

(재킷도 입고 갈까)

그런 걸 생각하면서 계단을 올라간다.

카나데의 방 앞을 지났지만, 불은 켜져 있지 않은 것 같았다.

(아직 내 방에 있는 건가?)


설마 정말 자고 있지는 않겠지……


카나데가 자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발소리를 죽여 가면서 조용히 나아간다.

문 틈으로 엿보면,



「……!」



거기에 카나데의 모습은 없었다.

그저, 문의 맞은편에 있는, 화장대에 붙어 있는 삼면경이, 복도에서는 보이지 않는 사각을 비추고 있었다.


한 순간, 모르는 사람과 함께 있는 거라고 생각해서 놀랐지만, 아니었다.


보인 건, 벽에 걸려 있었던 재킷과, 카나데.


그녀는 내 재킷의 한 쪽 소매에 팔을 끼우고, 그 팔로 재킷을 껴안고 있다.



마치, 누군가와 끌어안고 있는 것처럼.


애처롭게, 내 재킷에 고개를 묻고 있다.



「……」



나는 일부러 큰 소리를 내고, 문을 열었다.

곧바로 들어가지 않고, 약간의 틈을 두고 방 안으로 발을 디뎠다.


카나데는 재킷에서는 거리를 두고 있었지만 일어선 채로, 돌아온 나를 보고 놀라고 있었다.


「협의가 벌써 끝났어?」

「아니, 자료를 가져오라는 연락이 들어왔어. 그래서 이 빗속을 뚫고 되돌아온 거지」

「아아, 그런 이유네」

「카나데도 아직 남아 있었구나」

「나도 방에 돌아가려던 참이야」


카나데의 새하얀 뺨에 남겨진 희미한 홍조를, 눈치채지 못한 체 했다.



아마, 이러면 괜찮을 거다.

이렇게 하는 게 나을 거다.


나는 자료가 들어 있는 가방을 들고,

「그럼, 다녀올게」

「에에」

방을 나와서,

그대로, 떠나면 좋았을 텐데.

그렇지만, 뒤돌아봐 버렸다.

복도에서, 내 방 안을.


보인 건 화장대의 거울.



그 안에서, 새파래진 얼굴로 내 눈을 바라보는, 카나데의 모습이었다.





협의의 내용은 거의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았다.

민박에 돌아오면, 카나데는 자기 방으로 돌아간 것 같았다.

그래도, 그녀의 방에 불은 꺼져 있었다.

「카나데?」

몇 번쯤 노크했지만, 반응이 되돌아오진 않았다.

결국 그녀와는 이야기하지 못한 채, 나도 방으로 돌아가서 자기로 했다.

이불에 들어가서도, 잠들지 못한 채,


눈치채면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비는, 완전히 그쳤다.





아침, 식사하러 1층에 내려가면, 이미 카나데가 자리에 앉아 있었다.

「좋은 아침, 카나데」

카나데는 대답을 하지 않고, 한 쪽 팔꿈치를 괸 채 외면하고 있었다.

할 말을 고민했지만, 어떤 말을 하든 대화가 될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아서, 우물쭈물하고 있었는데,

「후훗」

갑자기 카나데가 웃음을 흘렸다. 얼굴을 이 쪽으로 향하며, 평소 같은 미소를 띄우고 있었다.

「초조했어? 프로듀서」

「……뭐가」

「내가 발소리를 눈치채지 못할 거라고 생각한 거야?」

「……아아, 그런 거였나」

내 어깨에서 힘이 빠진다.


「보아하니, 성공한 것 같네」

「아아, 대성공이야」

내가 항복할 때처럼 작게 양손을 들어올리면, 카나데는 만족스럽게 미소지었다.


「후훗, 프로듀서는 정말, 놀리는 보람이 있네요」



그야말로, 항복했다고 해야겠지.

카나데에게는 이길 수 없다.

그녀의 연기력은 훌륭하다. 언제나 속아 버린다.

타인의 거짓말을 구별하는 게, 남들보다 서투른 걸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래도, 나는 카나데의 프로듀서다.

그녀가 절대로 거짓말을 하고 있지 않을 때는, 알아볼 수 있을 작정이다.



거울에 비쳤던 그 표정은, 거짓말이 아니라는 걸.



그리고 카나데도 눈치채고 있을 터다.

내게 그 거짓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걸.

서로 알고 있으면서도, 속은 체를 하고 있다.



나머지 촬영은 아침부터 진행됐다.

아무 문제도 없었다, 놀랄 정도로.

촬영 사이사이마다, 카나데와 시시한 이야기를 나눴다.

자연스러웠지만, 어딘가 공허하게 마음에 울렸다.



촬영은 석양과 함께 끝나고, 마무리 파티로 바베큐를 하게 되었다.

파티에서도, 카나데는 웃고, 나도 웃고.

그렇지만, 서로의 곁으로 다가가진 않았다.





바베큐 파티도, 끝이 가까워졌을 때.

홀로 해변에 향하는, 카나데의 뒷모습을 발견했다.


정신을 차려 보니, 나는 카나데의 뒤를 쫓고 있었다.



카나데는 멈춰서 있었다.

주위에 아무도 없는, 물가에 혼자서,

물결의 음색에, 몸을 맡긴 것처럼.

그대로, 바닷속으로 사라질 것처럼.


「카나데」

내 목소리를 듣고, 그녀가 되돌아본다.

「프로듀서. 당신도 밤산책?」

「뭐, 그런 거지」

나는 어깨를 움츠린다.

「괜찮으면, 같이 걸을래?」

카나데는 약간 주저하는 것 같았지만,


「에에, 좋아요. 기쁘게」


첫 날 그랬던 것처럼 나란히, 카나데와 해변을 걷는다.

대화는 없고, 바다의 속삭임이 두 사람을 감싸고 있다.

이야기의 실마리를 찾으려고, 고민하다가,


「그러고 보면, 밤의 해변은 사건의 시작이라는 느낌이 있지」


「……무슨 말을 하는 거야, 프로듀서」

정말로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나는.


「아니, 들어 봐. 최근에 본 영화에, 그런 게 있었다고. 대필 작가를 다루는 영화였는데」

「헤에, 그런 게 있어?」

카나데는 모르는 영화인 것 같다. 어쩐지 드문 일이다.

「아아. 이야기의 시작 부분에, 주인공의 전임 대필 작가가, 시체가 돼서 물가에 떠밀려와」

「……그 사람은 남자, 여자?」

「전임자? 는, 남자인데」

「어머…… 프로듀서, 안 됐네」

의미심장한 한숨을 흘리는 카나데.

「……아니, 기다려, 나는 여기서 죽고 싶지는 않다고!」

「그렇지만, 프로듀서가 죽지 않으면, 영화가 시작되지 않아요?」

영화를 시작시키기 위해서, 라고 말해도, 인생의 엔딩 롤은 아직 내려보내고 싶지 않다.


「그거 말곤 없나. 해변에서 시작되는데, 사람이 안 죽는 영화」

「그러네……」

카나데는 입가에 손을 대고, 눈빛을 굴렸다.

「영국 영화에 있었어요. 올림픽 육상 종목을 무대로 했던 영화가」

「육상이라는 건, 해변을 달리는 건가」

「뭐, 그렇게 되네요」

「그거라면 문제없겠네」

「문제없다면, 프로듀서ーー」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나는 전속력으로 달려나갔다.

이래 보여도, 전 육상부원이다. 달리기는 자신 있다.


「잠깐, 위험해요!」


날 멈추려는 카나데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계속 달린다.


발이 어딘가에 걸렸다.

굉장한 기세로 달리고 있었기도 했지만, 발 밑을 전혀 신경쓰지 않았기 때문에, 모래사장에 힘껏 굴러 버렸다.


「프로듀서!?」


나는 몸을 일으켜서, 내 발에 걸린 뭔가를 바라봤다.

그건, 해변에 남아 있던 모래성 터였다.

비에 흘러내려, 이젠 작은 모래산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달려온 카나데가, 내 옆에 주저앉아서,

걱정스럽다는 듯이, 내 얼굴을 들여다본다.

「프로듀서, 다치진」

「아ー, 찰과상 정도야」

몸 곳곳이 얼얼하지만, 움직일 수 없을 정도는 아니다.

카나데는,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정말, 바보같은 짓 하지 말아 줘」

「괜찮잖아. 바보짓은 청춘의 기본이라고」

「청춘이라고 할 만한 나이였던가?」

「청춘에 나이는 상관없어. 다음엔 카나데가 해 볼래?」

「사양해 둘게요. 올림픽 선수님」

비꼬듯이 말하는 카나데의 말에 나는 무심코 웃어 버리고, 카나데도 웃기 시작했다.



당분간 마주보고 웃었지만, 그것도 멈추고.



정신을 차려 보면, 카나데의 얼굴이 내 얼굴 바로 앞에 있었다.


오똑한 코, 새하얀 피부.


긴 속눈썹에, 나를 똑바로 바라보는 눈동자.


그리고, 입술.


「……읏」


한숨이 새어나온다.


눈동자가 흔들린다.


뺨이 붉어진다.

「……읏」

무서워하는 것처럼, 뭔가를 바라는 것처럼, 카나데는 입술을 떤다.





하지만, 카나데는 고개를 돌렸다.





「카나데……」

그녀는 바다 쪽을 향하고, 머리카락을 긁었다.



「저기, 프로듀서. 나, 시작은 언제나 장밋빛이었어」


카나데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나는 그 말의 의미를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그걸 간파한 듯이 카나데는 미소지어 주었다.

「나, 뭐든 능숙하게 해낼 수 있어. 어떤 일이든. 그러니까, 뭘 시작하든 처음에는 잘 되는 거야」

카나데는, 눈을 가늘게 뜬다.

「그렇지만, 그건 처음에만. 점점 어디선가 잘 되지 않는 게 느껴져. 잘 되는 건, 겉보기에만 그렇다는 것도.
뭐든지 할 수 있다는 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것.
그래서, 괴로워지기도 했어」


「……아이돌도?」

조심조심 물었지만, 카나데는 당황하며 부정한다.

「설마, 그런 건 아니에요. 그런 게 아니니까, 나……」

그녀는 무릎을 안고, 몸을 둥글게 만다.


「굉장히 보람있는 일이에요. 놀랄 정도로. 게다가 다들 좋은 사람이니까. 아이돌 동료들도, 스탭 분들도.
그리고……」

카나데는 한 순간만, 이 쪽에 시선을 던진다.


「너무 소중해요. 그래서, 뭔가를 바꾸려고 하면, 모든 게 무너져 버릴 것 같아서……」


나는 옆에 있는, 모래성의 잔해에 눈길을 돌렸다.

카나데가 손가락으로 살짝 덧그렸더니, 무르게 무너져 버린 모래성.

카나데에게 소중한 건, 모래성 같은 걸지도 모른다.


「그런 거야」

그 목소리에 다시 되돌아보면, 카나데는 무릎에 얼굴을 묻으면서, 나를 바라보며 쓸쓸한 듯이 말했다.



「당신이 알 바 아니지 않을까」



그건, 어제 본 영화의 라스트 신, 히어로가 주인공 여성에게 말한 대사를 따라한 거다.

그녀를 버릴 때, 던진 말.


나는 말이 막혀 버렸다.

카나데는 고개를 숙이고, 다시 바다에 시선을 보냈다.



똑바로 말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하지만, 만약 말해 버리면, 그 소중한 뭔가가 무너져 버릴 것 같아서.

내가 필사적으로 할 말을 고민하고 있으니, 카나데가 일어났다.

「자아, 돌아가죠, 프로듀서」

「저기, 카나데」

걸어나가는 카나데를, 나는 불러세운다.



「인생은 초콜릿 상자, 잖아」



유감스럽게도, 나는 카나데만큼 어휘력이 풍부하지 않다.

언젠가, 그녀가 말했던 대사를 반복했다.


「카나데는 지금, 상자 안에 있는 초콜릿 중 하나를 즐기고 있지?」

「그럴, 지도 모르겠네요」

「그렇지만, 상자 안에는 그것 말고도 다른 초콜릿도 들어 있어. 그 초콜릿이 굉장히 맛있어서, 다른 초콜릿에 눈을 돌리지 않고 있을 뿐」

「에에, 확실히 그러네. 정말, 나는 하나 먹는 게 고작이야」

「분명 이렇게 커다란 초콜릿이겠지」

내가 크게 양손을 벌리면, 카나데는 미소를 흘린다.

「그래도, 그 상자에 들어 있는 건, 전부 네 초콜릿이야. 그러니까, 지금 먹을 여유가 없더라도, 언젠가 기분이 내킨다면, 다른 초콜릿도 먹어 보면 좋지 않겠어?」

「너무 오래 방치하면, 상해 버릴 것 같네요」



「어떨까. 분명 딱 하나, 상하지 않는 게 있다고 생각하는데. 방부제 잔뜩 든 거」



「그건……」

「뭐, 먹을 거라면 될 수 있는 한 빨리 먹어 주는 게 좋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나는 조용히 웃어 보인다.



「자, 슬슬 돌아가지 않으면, 다들 걱정하겠다」

「그러, 네, 돌아가죠」

그리고 둘이서 나란히, 해변을 걸어간다.

서로 뺨을 붉게 물들이고 있는 건, 눈치채지 못한 체 하고.



「있지, 프로듀서」

「왜」


「나는 초콜릿 하나를 먹는 게 고작이지만, 프로듀서는 어때?」

「어떠냐니」

「다른 초콜릿을, 집을 여유가 있는 걸까」

카나데는, 눈을 치켜뜨고 올려봐온다.


「글쎄, 어떨까. 혹시, 있을지도 모르지」

「흐응……」

조용히 중얼거렸을 때, 시야에 파티장의 소란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ーー


파티도 끝나고, 각자 숙소로 돌아간다.

나도, 덜 마셨다는 스탭에게 잠깐 어울려 주고 나서, 숙소로 돌아왔다.

카나데의 방 앞을 지날 때, 열린 문에서 빛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문득 들여다보니, 구조는 내 방과 같았다.

삼면경이 사각을 비춘다.

거울 안에, 복도 쪽 벽 옆에서, 얇은 이불을 휘감고, 무릎을 끌어안고 있는 카나데가 보였다.

그녀와, 눈이 마주친다.

「카나데, 아직 일어나 있어?」

내가 그녀의 방으로 들어간다.

그러자, 그녀는 그 자세 그대로, 눈을 감고 숨소리를 내고 있었다.

「카나데」

말을 걸어도, 반응이 되돌아오지 않는다.


마치, 자고 있는 것 같다.


나는 머리를 긁는다.

(그럼…… 어떻게 할까)


나는 숨소리를 내고 있는 카나데에게 다가간다.

상냥하게 머리에 손댄다.

아직, 카나데가 일어날 것 같지는 않다.

나는 그녀의 앞머리를 치우고,



이마에 상냥하게, 입술을 접했다.



「……읏」

한숨 소리를 들은 것 같지만, 분명 기분 탓이겠지.

「잘 자, 카나데」



그렇게 말하고, 나는 방을 등졌다.



복도에서 되돌아보면, 거울 안의 카나데와 눈이 마주친다.



미소지으면, 그녀도 부끄러워하는 듯한 미소를 돌려줬다.





「좋은 아침, 프로듀서」

다음 날, 얼굴을 맞대면, 평소와 변함없는 모습으로 카나데는 말했다.

나도 변함없이, 그녀에게 인사를 돌려줬다.

둘 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분명 지금은 이 정도로 괜찮은 거다. 지금은, 이 정도로.


언젠가, 그 때가 올 때까지.


올 여름 두 사람의 시선은, 거울 속에 남겨 둔 채로.




【모바마스】 카나데 「서머 인 더 미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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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입니다.

한가해졌으므로, 가끔은 모으지 않고, 부담없이 써 보려고 생각했지만, 상상 이상으로 고생했습니다……
언제나 모으지 않고 쓰고 있는 사람은, 정말 존경하게 됐습니다.
평소와는 다른 머신으로 썼으므로, 이런저런…… 이런저런 미스를 했습니.
……마무리, 어떻게 할까나ー


읽어 주신 분들, 정말로 감사합니다.
즐겨 주셨다면 행복하겠습니다.


전에 썼던 것들입니다. 괜찮으시다면 부디.

히메카와 유키 「프로듀서. 나, 프로듀서를――」

유카리 「큐티 라디오♡」 안즈「라디, 오?」

이치노세 시키 「소꿉친구와 작은 거짓말」 《모바마스・에이프릴 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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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ㄱ
왜 JK인데도 카나데에게는 이렇게나 비터한 분위기가 어울리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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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의 유래는 일본영화 『거울의 여자들』. 영어 제목이 『Women in the mirror』
삼면경이 주요 소재로 등장하는 영화.

인생은 초콜릿 상자, 는 『포레스트 검프』.

섬에서 맞이하는 공룡은 『쥬라기 공원』, 고릴라는 『킹콩』.

배구공을 친구로 삼는 건 『캐스트 어웨이』.

바다가 좋은 이유는 『아라비아의 로렌스』.
원래 대사는 사막을 좋아하는 이유를 묻는 인터뷰.

대필 작가 영화는 『The Ghost Writer』, 한국명 『유령 작가』.

해변을 달리는 육상 영화는 『불의 전차』.

전쟁 영화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라고 합니다.

원래 대사는 「솔직히 말하면, 내 알 바 아니오」 인 듯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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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올렸어야 하는데 결국은 오늘로 미뤄지는군요.
정말 마음에 드는 ss였습니다.
카나데좋아요카나데.
페스 때를 위해 탄환을 모으고 있습니다. 저격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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