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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리고 싶은 세계」

댓글: 6 / 조회: 1391 / 추천: 5



본문 - 03-01, 2017 11:36에 작성됨.

아침의 공원은 조용합니다. 세계에서 저 혼자만이 남겨진 것 같은 감각. 저만이 존재하는 세계.

 

 ……비둘기가 눈앞을 지나갑니다. 응. 비둘기 정도라면 저만의 세계에 들어오는 것을 허가하겠습니다.

 

 여기에는 저 밖에 없습니다. 들려오는 것은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 새가 지저귀는 소리, 그리고 연필이 종이 위를 가르는 소리.

 

 연필은 쉴 새 없이 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의욕이 없는 것 같이 들리는 것은, 제 마음이 담겨 있지 않아서 그런 거겠죠.

 

 지루합니다. 시시하기 짝이 없는 그림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보통이고, 이것이 세상에서 요구하는 것입니다. 어쩔 수 없습니다.

 

 비둘기가 이쪽을 바라봅니다. 마치 먹이를 내놓으라고 말하는 듯이. 식빵을 찢어서 던져주니 열정적으로 쪼기 시작합니다.

 

 그야말로 자유롭고 무사태평합니다. 그 모습에 어처구니가 없습니다만, 부럽기도 합니다.

 

「……나도 비둘기가 되고 싶었는데」


 누군가를 향해 내뱉은 말이 아닙니다. 진심으로 생각한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자신의 안에 있는 무언가를 포함한 그저 멍한 혼잣말.

 

「호오. 자네는 비둘기가 되고 싶나?」


 하지만 그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인 사람이 있었습니다.

 

「응, 비둘기는 분명 멋진 존재지. 사람을 신경 쓰지 않고, 자신들이 하고 싶은대로 살아가니. 우리들로서는 좀처럼 할 수 없는 일이야」


 응응, 고개를 끄덕이는 양복차림의 아저씨. 어느새인가 제 옆에 서 있었습니다. 사람 좋아 보이는 미소. 산책이라도 하러 나온 걸까요?

 

「이런, 경계하게 만들었나. 기분전환으로 산책이라도 하자며 걷고 있었더니, 자네의 혼잣말이 들려와서 말이지. 무심코 반응하고 말았어」


 ……아마 괜찮겠죠. 왠지 모르겠지만, 나쁜사람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괜찮아요. 조금 놀라긴 했습니다만」

「그건 다행이군. 요즈음에는 오해받는 일도 많아서 말이야. 될 수 있는 한 신경을 쓰고 있다만……」


 쓰디쓴 웃음을 짓습니다. 이런 일을 빈번하게 하고 있다는 건, 이야기 나누는 걸 상당히 좋아하는 것일까요?


「뭐, 나에 대한 건 그렇다 치고, 자네는 그림을 좋아하나?」

 

 ……이렇게 이른 아침에 혼자서 그림을 그리고 있으면 그렇게 보일까요. 물론 싫어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요즘 들어서는 좋아한다는 감정이 희미해져 있었습니다.

 

「맞아요. 제 그림, 보실래요?」


 스케치북을 내밉니다. 아저씨는 감탄사를 흘리며 제 그림을 바라봅니다.

 

 모르는 사람에게 그림을 보여주는 건 정말 오랜만입니다. 그렇게 생각하자 왠지 긴장되기 시작했습니다.


「응, 뛰어난 그림이군. 겉으로 보기에 자네는 14살 정도 되어 보이는데? 그 나이에 그림을 이 정도로 그릴 수 있다는 건, 참으로 대단한 것이야」


 ……뭐, 예상하던 대답입니다. 선생님한테도 그렇고, 동급생한테도 잘 그린다는 말을 듣고 있고요.

 

「하지만……이런! 큰일났군, 큰일났어.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군. 그럼 나는 실례하지. 어울려줘서 고마웠네」


 그렇게 말하고 출구 쪽으로 떠나가 버렸습니다. 갑자기 나타나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진다.

 

 그 자유로움은, 눈앞에 있는 비둘기 같았습니다.

 

 그런데 마지막에 무슨 말을 하려고 했었을까요?

 

 그 뒤로 제 그림은 생각대로 그려지지 않았고, 사람도 늘어나기 시작했으므로 돌아가기로 했습니다.

 

 3일 정도 지나 공원을 가자, 벤치에 앉아 있는 아저씨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아저씨는 저를 보고는, 손을 흔들었습니다. 허물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사람이군요. 뭐, 기분은 나쁘지 않습니다.


「안녕하세요. 오늘도 산책이신가요?」

「안녕한가. 요즘은 바빠서 말이지. 휴식이라 말하고 도망쳐 나왔다네」


 저는 꽤나 차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었던가 봅니다. 아저씨가 당황하며 농담이라고 정정했습니다.


「오늘도 그림을 그리러 왔나?」

「맞아요. 옆에 앉아도 괜찮나요?」


 이거 미안하군. 그렇게 말하며 자리를 만들어 주셨습니다. 저는 가방에서 스케치북을 꺼내어 눈앞에 있는 풍경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그 뒤로 얼마 동안 평화로운 시간이 계속 되었습니다. 저는 그림을 그리고, 아저씨는 빈말로도 잘 부른다 할 수 없는 콧노래를 불렀습니다.

 

 그 동안 아무런 대화도 없었습니다만, 결코 싫은 분위기는 아니었습니다.

 

 다 불렀는지 만족스러워 보이는 아저씨. 저도 휴식을 취하고 싶어진 참이었고, 질문을 던져보기로 했습니다.


「방금 그 노래, 무슨 노래인가요?」

「방금 노래? 『하늘』이라고 하는 노래라네. 아마도 자네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쯤 나온 곡일 테니, 모르는 것도 당연하지」

「흐~음, 그런가요」


 잠시 후, 아저씨 휴대폰이 진동 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돌아가 봐야 할 시간이 된 것 같습니다. 기회가 있으면 또 만나세, 아저씨는 그렇게 말하고 떠나가 버렸습니다.

 

 저도 집으로 돌아가, 아까 전에 들었던 곡명을 조사해 보았습니다. 아무래도 옛날 아이돌이 부른 노래 같지만, 정보가 적어 그 이상은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 뒤로도, 아저씨랑은 공원에서 몇 번 만났습니다. 저는 학교 과제를 하거나 그림을 그렸고, 아저씨는 일을 하기도 하고 그냥 가만히 있기도 했습니다.

 

 때로는 잡담도 나누었습니다. 별 거 아닌 이야기였지만, 저는 아저씨랑 보내는 시간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도 수험을 비롯해 이런저런 일로 바빠졌고, 아저씨도 본격적으로 바빠졌는지 더 이상 공원에 오지 않게 되었습니다.

 

 외롭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입니다. 하지만 세상에는 그런 것들로 흘러넘치고 있습니다. 세계는 제가 좋든 말든 바뀌어 갑니다.

 

 아저씨랑 다시 만난 것은 1년 가까이 지난 후였고, 저는 고등학생이 되어 있었습니다.

 

 고등학생이 되었어도 저의 세계는 변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주위에 맞추어, 시시한 그림을 그리는 나날.

 

 그 날도 저는 현실에서 도망치 듯, 이른 아침 공원에서 예전과 똑같이 그림을 그리고 있었습니다.


「허허, 1년만이구먼. 오늘도 그림을 그리고 있나?」


 점잖고 고상함이 담긴 목소리. 스케치북에서 고개를 드니, 처음 만났던 날과 똑같이 어느새인가 제 옆에 아저씨가 서 계셨습니다.


「오랜만이네요. 기억해주고 계셨군요」

「사람 얼굴을 기억하는 건 자신이 있는 편이거든. 특히 자네에 대한 건 생생히 기억하고 있네」

「그런가요. 오늘도 산책을 나오셨나요?」


 그런 참이려나. 아저씨는 그렇게 말했습니다. 아저씨는 당연한 듯 제 옆에 앉아, 왠지 1년 전으로 돌아간 것 같이 느껴집니다.

 

「저기 있는 자판기에서 사왔네. 자네도 마시지 않겠나?」


 아저씨는 왼손에 들고 있던 쥬스캔을 저한테 건네 주었습니다. 무심코 받습니다.


「으음……감사합니다」


 신경 쓸 필요 없네, 라고 말한 아저씨는 주머니에서 캔커피를 꺼냈습니다. 혹시 저를 위해 하나 더 사온 것일까요.


「요즘 이래저래 바빠서 말이지. 이 나이가 되어 철야 작업을 할 줄은 몰랐어」


 확실히 저번에 봤을 때보다 피곤해 보이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저씨의 눈은 어린애처럼 빛나고 있었습니다.


「그런 것 치고는 즐거워 보이시네요?」

「어허, 알겠나? 어찌됐든, 오랜 세월 간직해오던 꿈을 이룰 준비가 드디어 끝이 났다네. 이보다 기쁜 일이 어디 있을까」

 

「그런가요? 으음, 축하드립니다」

「고맙네. 자네는 어떤가? 그 교복은 분명 ○× 고등학교의 교복이었지?」


 학교 이름을 듣고, 무심코 씁쓸한 표정을 지어버립니다.


「흠, 그 표정을 볼 때 충실한 학교생활을 보내고 있지는 않은 것 같군. 요즘 학생들은 교우관계에 대한 고민이 많다고 들었다만……」


 친구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참나, 쓸데없는 참견입니다.


「친구 정도는 있어요! 다만, 이야기가 조금 안 통할 뿐이에요……」


 그래, 안 맞을 뿐입니다. 제가 맞추면, 그걸로 끝날 일입니다.

 

「……어떤가. 나한테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겠나? 어쩌면 조언을 해줄 만한 게 있을지도 모르네」


 아저씨와는 나름대로 시간을 같이 보내왔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어디까지나 타인에 불과합니다.


「……어째서, 어째서 그렇게까지 저랑 관련되려고 하시는 거죠?」


「흠. 어째서라. 내가 가진 직업상, 고민하는 소녀를 많이 봐왔거든. 지금 자네는, 그런 그녀들과 비슷해」


 그리고 아저씨는 천천히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자네는 아마 꿈을 잃어버린 것이 아닌가? 나아가야 할 길, 어렴풋하지만 가고 싶은 장소. 그것이 무언가에 막혀 안 보이는 거지」


 나의 꿈……내가 이루고 싶은 꿈……

 

「힘이 되어주기도 했어. 하지만 그 이상으로 실패하는 일이 더 많았네」
 
「그런……가요?」

「그래, 분했다네. 하지만 말이지, 그녀들의 꿈을 이루어주는 것이야말로, 나의 꿈이야. 나는 이렇게 나이를 먹어버렸지만, 꿈을 포기할 생각은 없다네」

「아저씨는……강한 사람이군요」

「그렇지 않다네. 내가 노력할 수 있었던 건, 그녀들이 있어주었기 때문이네. 같이 꿈을 쫓아주는 사람이 있었기에 가능했지」

「같이……꿈을……」

「그래……어떤가. 자네의 꿈, 들려주지 않겠나?」


 아저씨가 반짝거리는 눈으로 저를 봅니다. 이 사람한테라면……이야기 해도 괜찮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해, 저는 저의 이야기를 이야기 하기 시작했습니다.

 

「저희 아버지는 예술가로, 많은 작품을 탄생시켰어요. 그런 아버지의 영향도 있어, 저도 어릴 때부터 많은 예술에 손을 댔죠」


 3살 때,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 같은 것도 하고 있었다 들었습니다. 그만큼, 저는 예술과 관련되어 살아왔습니다.


「그림도 그렸고, 조각도 했어요. 제 안에 있는 세계를 표현하는 게, 너무나 즐거워 미칠 것 같았어요」


 즐겁게, 재미있게, 컬러풀하게, 아름답게. 종이랑 나무랑 돌에. 여러 감정을 담아. 자신의 작품을 만들 때는, 최고로 행복했어요.


「……하지만 제 작품은 가족만이 인정해줬을 뿐, 누구도 이해해주지 못했어요. 주위에서는 절 괴짜라고 보게 되었죠」


 동급생한테도, 선생님한테도. 칭찬받기 위해, 인정받기 위해 만드는 건 아니지만, 외톨이인 세계는 역시 외로워요.

 

「어쩌면 좋을지 몰라서, 그래서 주위에 맞추기로 했어요. 당연한 세계를 당연하게 표현하자고」


 그 뒤로는 사람들이 저한테 접근하기 시작했어요. 당연한 일이에요. 기술에 관해서는 같은 학년 아이들 누구보다 뛰어나다고 생각하니까요. 사람들은 저를 존경하는 눈으로 바라보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너무나 재미가 없었어요. 그림을 그릴 때도, 그리고 무엇을 하든」


 나다움을 두고 와버린 것 같은. 지금은 자신이 어떤 세계를 보고 있었는지조차 떠올리 수 없어요. 분명, 그 시절로는 돌아갈 수 없겠죠……


「제 꿈은, 어릴 적에 꾸고 있었던 꿈은, 누구한테도 이해받지 못해요……」


 아버지 같이 많은 사람을 매혹시키는 작품을 만들 수 없어요.

 

 왜냐하면, 제가 표현하고 싶은 세계는 누구한테도 이해받지 못하니까……


「그뿐이에요. 재미없는 이야기죠?」


 고개를 돌려 옆을 보니, 눈을 감고 깊게 생각하는 아저씨가 보였습니다. 그 얼굴은 왠지 슬퍼보였습니다.

 

「……자네는 어쩌고 싶은가」

「저는……그림을 계속 그릴 거예요. 그것 말고는 하고 싶은 일도 없고」

「그렇군……부탁을 하나 해도 괜찮을까?」

「뭔가요? 이야기를 들어주셨으니, 할 수 있는 거라면 들어드릴게요」


 자네가 그리고 싶은 그림을 그려주지 않겠나? 아저씨는 그렇게 말했습니다.

 

 맡겨주세요, 라고는 할 수 없었습니다. 자신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그리고 싶은 그림은……


「저는……아마 무리라고 생각해요」

「괜찮네. 자네가 그리고 싶은 그림을 그려주면 되네. 나는 그것을 못 받아 들일 정도로, 도량이 좁지는 않네」


 어떤가? 아저씨는 그렇게 말해주었습니다. 아저씨의 눈을 보고 있으니 용기가 솟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힘내보자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럼……그려볼게요」

 

 스케치북과 마주보고 집중합니다. 무엇을 그릴까. 공원을 그리자. 눈앞에 펼쳐진 풍경. 항상 곁에 있던 비둘기는 없습니다.

 

 그림을 그리기 시작합니다. 소리가 사라집니다. 오른손은 멈추지 않고 계속 움직입니다. 때때로 고개를 듭니다. 풍경은 변하지 않습니다.

 

 그리고는 수정하고, 또 그리고 수정하니 모양이 꽤나 잡혀갑니다. 하지만 만족할 수 없었습니다. 뭔가가……부족합니다.


「호오. 벌써 이렇게나 그렸나」


 기술만큼은 뛰어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아무것도 담겨있지 않은 그림을 보고, 저는 연필을 놓아버렸습니다.


「……저기, 그게……완성됐어요」


 저는 이제 무리라며 포기하고 있었습니다. 고개를 들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최대한의 감사를 담아 그림을 아저씨한테 건네드리려 하니, 아저씨는 그것을 손으로 제지했습니다.

 

「괜찮다면 부탁을 하나 더 해도 괜찮을까?」

「……뭔가요? 저로서는……이제 더 이상……」

「간단한 일이네. 이것도 그림 속에 넣어줬으면 하네」


 아저씨의 말을 듣고 고개를 숙이고 있던 저는 고개를 들었습니다. 아저씨는 손수건을 들고 있었습니다.

 

「손수건……인가요?」


 고개를 가로젓습니다. 아저씨가 훗 하고 소리를 내며 손수건을 들어 올리니, 부푼 곳 하나 없이 말끔했던 손수건 안에서 비둘기 인형이 나왔습니다.


「요즘 마술 소재를 하나는 들고 다니고 있다네. 이렇게 하면 경계를 안 하지 않을까 싶어서 말이지. 어떤가. 괜찮으면 넣어주지 않겠나?」

 

 비둘기 인형을 받습니다. 작고 하얀, 평범한 비둘기. 그림 위에 놔두어 봅니다. 그것은 그림 속에서 너무나 튀게 보였습니다.


 웃긴 그림입니다. 정말로 웃겨. 언밸런스, 그런 게 아닙니다. 무기질적인 제 그림에 제멋대로 끼어든 비둘기의 모습에, 웃음이 멈추질 않습니다.


 왜 이렇게 웃긴 걸까. 왜 이렇게 재밌는 걸까.


 왜 이렇게나, 두근거리는 감정이 흘러넘치는 걸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어느새 웃음은 눈물로 변해 있었습니다. 물방울이 뚝뚝 떨어져 종이를 적시고, 세계는 서서히 변화해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이래서는 안 되겠네요. 좀 더 컬러풀한 비둘기였다면 좋았을 텐데요」

「그래? 그건 미안하군」


 아저씨는 상냥하게 웃습니다. 아저씨의 얼굴을 보니, 마치 다녀오라는 말을 들은 것 같아, 저는 눈물을 닦았습니다.

 

 비둘기를 한 곳에 두고, 방금 전까지 그리고 있던 그림을 찢어버립니다. 저 비둘기가 있어도 괜찮은 풍경, 저 비둘기가 있어도 괜찮을 세계를 그리는 겁니다.

 

 비둘기는 새하얗습니다. 그렇다면 주위가 컬러풀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렇지 않으면 비둘기는 필시 외롭겠지요.

 

 그래. 컬러풀하게 한다면, 여기 놓여 있는 물건들로는 부족합니다. 시시하기 그지없거든요. 놀이도구는 비둘기의 놀이터로, 벤치는 비둘기가 앉을 횃대, 식수대는 분수로 하도록 하죠.

 

 뒤죽박죽 그려나갑니다. 가방에서 색연필도 꺼내어서, 마음가는 대로 색을 칠해갑니다. 세계가 무지개 색으로 물들어갑니다.


 구도 같은 건 없습니다. 현실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저만의 세계. 저만이 표현할 수 있는 특별한 세계.


 정신을 차리니 중앙의 비둘기를 제외하고는, 뭔지 알 수 없는 컬러풀한 것들로 채워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너무나 행복했습니다.

 

 이게 내가 그리고 싶었던 것. 이게 내가 표현하고 싶었던 세계. 잊지 않았었어. 항상 내 마음에 존재했어.

 

「어떤……가요……?」


 아저씨를 조심조심 봅니다. 아저씨는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 눈은 저랑 똑같이 반짝거리며 빛나고 있었습니다.


「이게 보고 싶었다네. 훌륭한 그림이야. 자네랑 똑같이 빛나고 있는, 실로 자네다운 그림이야」

「그런가요……다행이다……」


 처음일지도 모릅니다. 가족을 제외하고 인정해준 사람은. 너무나, 너무나 기쁩니다. 멈췄던 눈물이 또 흘러넘칩니다.

 

「이 그림을 나 같은 게 받는 건 아깝네. 자네가 가지고 있어야 하네. 아마 그러는 편이 더 좋을 것이야」

「에? 안 받아주시는 건가요?」

「내가 보고 싶었던 건 자네의 반짝임이네. 그건 충분히 보았어. 거기다 이 그림은 자네한테 있어서도 특별한 그림이지 않나?」


 확실히 그렇긴 하지만……왠지 죄송스러워집니다.

 

「뭐, 자네를 인정해 줄 사람은 분명 많이 나타날 거야. 그 중에 특별한 사람이 생기면, 그 사람에게 넘겨주도록 하게」


 그 대신 줄 게 있다고 아저씨는 말했습니다. 아저씨가 품에서 꺼낸 것은, 한 장의 명함이었습니다.

 

 거기에는『765 프로덕션 라이브 시어터 사장 타카기 쥰지로』라고 쓰여 있었습니다.


「자네, 아이돌에 흥미는 없나?」


 아저씨, 가 아니라 타카기씨는 저한테 아이돌이 되지 않겠냐고 말해주었습니다.

 

「자네의 예술은 어엿한 개성이네. 그걸 포기하다니, 말도 안 되는 일이지. 방금 명확히 그렇게 생각했네」


 아이돌. 아이돌이 되면 제가 저답게 살아가도 괜찮다고 말해주셨습니다.


「자네가 즐기는 모습은 필시 많은 사람을 매료시킬 걸세. 자네가 표현하고 싶은 세계도 말이지. 그야말로 예술과 아이돌의 융합」


 시어터에는 저를 받아들여 줄 많은 동료가 있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누가 됐든 모두 꿈을 가지고 있네. 분명 받아들여 줄 걸세. 같은 꿈을 가진 동지니까」


 도전해 보고 싶다. 반짝거리고 싶다. 아까부터, 가슴의 두근거림이 멈추지 않습니다.

 

「765 프로덕션은 언제라도 자네를 환영하네. 연락을 기다리도록 하지」


 타카기씨가 손을 내밉니다. 그것이 악수를 위한 행동이라는 걸 깨닫고, 당황하며 악수를 합니다.

 

 타카기씨의 눈은 지금까지 봐왔던 눈 중, 가장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건 저도 마찬가지일 거라 생각합니다

 

「맞다. 아직 묻지 않았었지. 자네의 이름을 가르쳐 주겠나?」


 그러고 보니 아직 가르쳐 드리지 않았군요. 무심코 웃어버리고 맙니다.


「아직 말씀드리지 않았군요. 제 이름은……」

 

 그 뒤로 부모님을 설득하고 학교에도 설명을 했습니다. 제지도 당했습니다. 사람들이 저를 설득하려 들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변해갑니다. 세계가 물들어 갑니다. 새로운 꿈을 떠올릴 때마다, 그 때 그린 그림을 바라볼 때마다 용기가 솟아납니다.

 

 표현하고 싶어. 나 자신을, 내가 보는 세계를, 나의 방식으로!


「Roco는 아이돌이라는 Artist가 되기 위해, 태어났어요! 잘 부탁드립니다!」


 그렇게 저는……아니, Roco는……아이돌이 되었습니다!

 

 

 

 

로코, 생일 축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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