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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쿠보 「나와 닮은 프로듀서씨」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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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2-26, 2017 03:54에 작성됨.

 

모리쿠보 「나와 닮은 프로듀서씨」 2/2

 


 그 이후부터는 금방이었다.

 이전에 프로듀스했던 그녀에게 했던것처럼, 눈을 마주치지 않고 업무연락 이외에는 말도 걸지 않고 담담히 아이돌로서의 일을 한다.

 일 자체는 순조로웠고, 모리쿠보는 네거티브 아이돌로서 지명도를 높여갔다.

 그리고 오늘, 첫 LIVE를 맞이했다.



 나는 대기실에서 의상을 갈아입는 모리쿠보를 문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LIVE 회장에 관계자로서 방문하는 것은 이것이 두번째다.

 이전과는 달리 비교적 작은 회장의 작은 LIVE다. 출연자도 여럿 더 있고, 모리쿠보의 부담을 최대한 줄이기위해 온갖 방법은 다 썼다.

 그러나 나의 마음은 모리쿠보의 걱정으로 가득했다.

 프로듀스를 시작한 이후, 나와 모리쿠보는 제대로된 커뮤니케이션을 하지 못했다.

 가끔씩 표정을 훔쳐봤지만, 밝은 표정은 전혀 보이지 않고, 눈초리에는 깊은 그림자가 느껴졌다.

 이런 상태의 모리쿠보를 LIVE에 보내도 괜찮을까?

 이런 극단적인 방법 말고도 다른 방법이 있지 않았을까?
 비록 모리쿠보가 진실을 알아도, 어떻게든 설득해서 여기까지 올 수 있지 않았을까?

 그런 후회가 나의 머리와 가슴속에서 날뛰고 있었다.

 「의상 끝났습니다! 들어오셔도 괜찮아요!」

 의상을 다 입힌 여성스탭이 나를 불렀다.

 스탭과 교대로 대기실에 들어가자, 흰색과 파란색의 드레스를 입은 모리쿠보와 시선이 마주쳤다.

 「…」

 「…」

 시선이 마주친것은 그날 이래 처음이다.

 시선을 피하면서 모리쿠보에 다가가 의상의 최종체크를 실시한다.

 의상을 입은 모리쿠보는 마치 요정같았다. 다른 아이돌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아니 더더욱 빛나보였다.

 하지만…

 「…컨디션은 어때? 괜찮겠어?」

 「…네」

 다리가 떨고 있었다. 당연하다. 규모가 작다해도 그것은 업계인인 내 주관이다. 첫 LIVE인 모리쿠보에게는 그렇지 않다. 규모가 어떻든간에 많은 관객들 앞에서 춤추는건 변함없다. 그것은 모리쿠보의 작은 심장을 압박하기에 충분한 압력일것이다.

 「…」

 어떻게든 해줄 수 없는것인가.
 어떻게든 모리쿠보가 느끼는 압력을 일할이라도 가져가줄 수 없는것인가.

 우리들 사이에 침묵이 이어진다.
 참지 못하고 먼저 입을 연 것은 나였다.

 「…잠깐 스테이지를 보고올게. 무슨 일이 있으면 가까운 스탭한테 말해」

 여기서는 일시후퇴다. 함부로 이상한 말을 하면 모리쿠보가 의심한다.
 여유가 있는 스탭이 있으면 모리쿠보좀 상대해달라고 부탁해보자.

 그렇게 생각하고 문을 향해 걸으려한 나의 소매를, 모리쿠보가 붙잡았다.

 「…」

 「…왜?」

 소매를 통해 모리쿠보의 떨림이 전해졌다.

 「…」

 모리쿠보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나는 모리쿠보의 손을 뿌리칠 수 없었다.

 말을 하지 않고, 곁에 있는 것만으로 모리쿠보를 조금이라도 안심시킬 수 있다면 괜찮다고 생각한것이다.

 문쪽을 향하는 몸을 돌려서 모리쿠보와 마주본다.

 그 때 일순간 보인 모리쿠보의 눈에 압도된 나는 반응이 늦었다.

 모리쿠보가 나의 몸에 양팔을 둘러 안은것이다.




 「!?」

 갑작스런 사건에 당황하는것과 동시에, 일순간 모리쿠보를 떼어낼지 고민했다.
 모리쿠보는 떨고있었다. 지금도 전신을 통해서 그 떨림이 느껴졌다.
 여기서 떼어내버리면 모리쿠보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입힐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그 미혹을 확인한 모리쿠보는, 확신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거짓말이었죠?」

 핵심을 찔린 나는 상당히 동요했다. 그 동요도 모리쿠보에 전해졌다.
 얼굴은 내 가슴에 파묻혀있었기에 그 표정을 보이지 않았다.

 「그 날, 저한테 말한거, 전부 거짓말이었죠?」

 「………」

 「지금, 제가 안겼을 때, 뿌리칠지 고민했었어요. 저를 상처입히지 않기위해서요.」

 「………」

 「P씨는, 여전히 상냥한 P씨에요.」

 모리쿠보는 자신을 인질로 나를 협박했던 것이다.

 거짓말이라고 인정해라. 내가 어떻게되든 상관없냐.

 그 방식은 확실히, 나에게 최대의 효과를 발휘했다.

 「…하아」

 멈추고있었던 숨을 내쉬었다.

 타이밍도 대사도 완벽하다.
 아니, 그렇지 않아도 나는 모리쿠보에게 이기지 못했을것이다.

 소매를 잡고만 있었어도, 나는 모리쿠보에게 격려를 해줬을거라고 생각한다.

 『이대로라면 이 상태의 모리쿠보가 스테이지에 올라갈거야』라는 상황 자체가 나에게는 이미 협박이나 마찬가지였던것이다.

 어떤 길을 더듬었든, 나는 마지막에 들키는것을 감수해서 모리쿠보를 격려해줬을것이다.

 나는 모리쿠보를 어엿한 아이돌로 만들기 위해서 거짓말을 했었으니까.

 「그래. 전부 거짓말이었어.」

 내 말을 들은 모리쿠보는 고개를 들고 진심으로 안심한듯한 표정을 보인 후, 부끄러워졌는지 얼굴을 다시 원위치시키고 양 팔에 힘을 쥐었다.

 그런 모리쿠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나는 대기실의 시계소리를 듣고있었다.

 거짓말은 들켰지만, 이제 그런건 상관없다.

 개막까지 앞으로 10분하고 조금 더. 앞으로 몇분 후에는 스탭이 모리쿠보를 부르러 올것이다.

 그걸로 끝이다. 이 LIVE에서 대량의 팬을 획득한 모리쿠보는 그 성공을 선물로 들고 큰 프로덕션으로 이적된다.

 어엿한 아이돌에서 일류 아이돌로,

 내 손이 닿지 않는 곳으로 간다.

 나의 동류는 아니게 된다.

 「걱정 마. 무대 뒤에서 내가 계속 보고 있으니까. 불안해지면 잠깐 이쪽을 봐. LIVE가 끝날때까지는 계속 봐줄테니까」

 화제를 LIVE로 옮긴다.
 최후의 최후에 해고나 이적에 대한것이 들키면 모든게 물거품이다. 나는 신중하게 말을 고르며 모리쿠보를 격려했다.

 모리쿠보는 이를 악물듯이 「네」라고 대답했다.

 그걸로 좋아. LIVE가 끝난 후에 대해서는 너는 전혀 생각할 필요 없어.

 스탭이 문 밖에서 모리쿠보를 부르러 올 때까지, 모리쿠보는 떨어지지 않았고, 나도 쓰다듬어주는걸 멈추지 않았다.

 모리쿠보는 지금까지의 시간을 되찾기 위해서, 나는 마지막으로 모리쿠보를 느끼기 위해서.

 시간이 허락하는 한, 우리는 서로를 요구했다.





 LIVE가 대성공을 거둔 다음날, 나는 평범하게 출근하고 일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도저히 일에 집중할 수 없었다.

 책상밑에는, 모리쿠보가 있었다.




 일요일의 LIVE를 끝낸 월요일.
 본래라면 레슨도 없는 오늘은 학교에서 수업을 받고 있어야 했지만, 모리쿠보는 이곳에 있었다.

 즉 땡땡이다.

 학교와 레슨과 면담을 끝낸 후에 1시간 미만 있었을 뿐인 책상 밑에서의 시간. 그것이 오늘은 이른 아침부터 시작했다.

 어른으로서는 돌려보내야겠지만, 공교롭게도 나는 모리쿠보의 땡땡이를 혼낼 입장은 못됐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번이야말로 이것이 최후의 시간.
 모리쿠보에 의해 연장된, 최후의 동류의 시간.

 나는 일도 대충하며, 모리쿠보와 놀았다.

 말을 걸고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점심시간에는 둘이서 패밀리 레스토랑에 가고, 밤에는 책상밑에 편의점 주먹밥을 건냈다.

 그리고 7시 반,

 「P군. 지금 괜찮겠나?」

 때가 왔다.



 한동안 무소식이었던 사장실.

 모리쿠보에게 거기에 있으라고 말하고 입실한 그곳에서, 나는 죄를 재판하는 법정같은 느낌을 받았다.

 「우선은 어제의 LIVE, 수고했네. 커리큘럼에 맞지 않는 그녀를 여기까지 이끌어줄 줄이야. 덕분에 그녀에게 괜찮은 스펙이 생겼어」

 「네」

 「자네도 어렴풋이 눈치챘듯이 모리쿠보 노노는 대기업 프로덕션으로 이적시킬 생각이네. 그녀는 우리 프로덕션이 감당할 수 없는 존재야. 소질은 있지만 유리세공처럼 다루기 어려워. 자금의 여유가 있고, 그녀를 더욱 섬세하게 다를 수 있는 곳으로 이적시켜야 하지. 그건 자네도 알지?」

 「네. 하지만, 저희가 안고있으면 모리쿠보는 믿음직한 전력이 될겁니다. 확실히 모리쿠보는 통상의 프로듀스로는 어려운 아이돌입니다만, 그럼에도 지금까지 큰 실패없이 해온것도 사실입니다. 일도 충분히 잘 해왔습니다. 이적이라는 결론을 내는건 좀 더 생각해볼 필요가 있지 않겠습니까」

 「아니, 늦네. 어떠한 실패가 일어난 후에는」

 내 반론을 상정하고 있었는지 사장은 내 말을 싹둑 잘랐다.

 「모리쿠보 노노는 지금이기에 가치가 있네. 실패한 후에는 대기업 프로덕션 쪽에서 데려가려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어. 상승세인 지금이야말로 호기야.」

 「…모리쿠보의 프로듀스에 자신이 있습니다. 부디 제게 계속 맡겨주실 수 없겠습니까?」

 고개를 숙이자 사장이 곤란한듯한 한숨을 쉬었다.

 「예전에 자네가 프로듀스한 아이는 첫 LIVE에서 실패하고 마음의 병을 얻고 이곳을 떠났었네. 그래서 자네는 그 이후의 프로듀스 실적이 없지. 매정하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그런 사람에게 그런 말을 들어도 믿을 수 없어」

 알고 있었다. 사장도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서 이 회사라는 자본의 조타수를 맡고있는 인간이다.
 나같은 말단을 신용해서 경영을 흔들지 않는다.

 결국은 나의 자업자득. 눈부신것에서 눈을 돌리고, 아무것도 쌓아오지 못한 나의 책임이다.





 어제 모리쿠보를 집으로 보낸 후에 생각했었다.

 어떤 루트를 더듬으면 나와 모리쿠보가 이 사무소에 남을 수 있을지.

 내가 처음부터 모리쿠보의 프로듀서가 됐었다면 모든것이 잘 풀리고 모리쿠보는 이 사무소에서 계속 활동했을까?

 하지만 잡무담당인 나에게 정상적인 프로듀스 일이 올 가능성은 없다.

 그렇다면 내가 잡무담당이 되지 않았다면 괜찮았을까?
 정열을 지닌 인간의 눈을 자연스럽게 볼 수 있었다면, 나는 모리쿠보의 첫 프로듀서가 될 수 있었을까?

 그러나 그러면 모리쿠보는 나를 동류로 보지 않았을것이다. 모리쿠보는 나를 좋아하지 않았을거고, 그 사무소가 모리쿠보가 있는 장소로서 기능하지도 않았을것이다.

 애초에 그것이 가능했다면 나는 이런 영세 프로덕션에서 일하지 않았을것이다. 나는 모리쿠보와 만나지도 못했겠지.

 그럼 나의 담당 아이돌 제 1호가 모리쿠보였다면, 계속 함께할 수 있었을까?

 그것도 불가능하다. 모리쿠보는 오디션을 통해 사장의 기대를 받고 들어왔다. 그런 아이에게 신인 프로듀서를 배정할리 없다.


 생각하고 또 생각해봐도 답이 안나왔다. 그저 나와 모리쿠보가 이 사무소에 오면 안될 인간이었다는것을 증명할 뿐이었다.

 「…」

 사장의 말에 나는 반론 할 수 없다.

 아무것도 해오지 않았던 내가 사장을 설득할 수 없다.
 내가 무언가를 한 인간이었어도, 그 경우 나는 모리쿠보에게 특별한 감정을 느끼지 않았다.

 글러먹은 나였기에 모리쿠보와 함께있고 싶다고 생각한것이다.

 외통수다.
 정말 나도 모리쿠보도, 이런 장소에 오면 안됐었다.
 만나서는 안되었던 것이다.

 포기하고 사장에게 수락의 말을 하려 했을 때, 내 뒤에서 문이 소극적으로 열리는 소리가 났다.

 돌아보지 않아도 누군지 알았다.

 노크도 하지 않고 사장실에 들어가는건, 비즈니스 매너를 모르는 어린애나 하는 짓이니까.

 「저, 사장님, P씨…저, 이적하기 싫어요…」



 모리쿠보의 등장에 사장은 한순간 당혹해했지만, 바로 냉정을 되찾았다.

 「P군. 설명해주게」

 ……담당 아이돌의 업무 연락은 프로듀서의 일이다.

 「……」

 사장에게 대항할 무기가 하나도 없는 나는 시키는대로 할 수 밖에 없었다.

 사장에게 등을 돌리고 모리쿠보를 본다. 그녀의 눈은 들이밀어진 진실로 인해 흔들리고 있었다.

 「이야기, 들었어?」

 「네…」

 그런가. 그럼 내 쓸데없는 발버둥도 다 들었다는건가.

 이전처럼 모리쿠보를 떨쳐내는 방법은 쓸 수 없을것같다.

 「P씨는, 이적에 대해 알고 있었던건가요…? 그래서 모리쿠보한테 거짓말했던건가요?」

 「…그래. 알고있었어. 모리쿠보가 알게되면 아이돌 활동에 지장이 올거라고 생각해서 숨겼어. 거짓말을 한건 네가 그 진실을 눈치채지 못하게 하기위해서였고. 그 날 사장님과의 대화를 모리쿠보가 들었을 때, 들키지 않을까 불안했었어.」

 「…」

 「나는 너를 한사람 몫의 아이돌로 만들고 싶었어. 그리고 그것은 달성됐지. 모리쿠보는 여기보다 큰 대기업 아이돌 프로덕션으로 갈거야. 거기서 지금보다 대단한 아이돌이 될 수 있어.」

 「저는 아이돌 하기 싫어요. P씨가 있어서 여기까지 온거에요.」

 「…모리쿠보, 고마운 말이지만, 이건 어쩔 수 없어. 학년이 오르면 반도 바뀌고 담인선생님도 바뀌잖아? 이건 모리쿠보가 성장한 증거이기도 해.」

 「P씨가 없었으면…여기까지 못왔을거에요」

 「그건 아니야. 실제로 프로듀스가 시작하고나서 우리들의 관계는 최악이었지만, 그래도 너는 충분히 잘 할 수 있었어. 내가 아니라도 모리쿠보는 괜찮아.」

 「어제의 LIVE는, P씨가 격려해 주지 않았으면, 분명히 실패했었어요.」

 「…애초에 너를 그렇게까지 몰아붙인건 나였어. 다른 사람이었으면 더 잘했을거야.」

 「………아니에요」

 방금전과 입장이 역변해있었다.
 몇분전만해도 사장에게 논파되었던 내가, 지금은 모리쿠보를 설득하고 있다.

 방금 전만해도 사내에서 단 둘만의 동류였던 나와 모리쿠보.
 그것이 지금, 나는 뒤에서 말없이 바라보고 있는 사장과 함께 모리쿠보를 몰아넣고 있었다.

 모리쿠보는 혼자였다.
 이 사장실안에서 모리쿠보는 혼자만 아이였고, 나와 사장은 어른이었다.

 그것을 자각한 순간, 시야가 펼쳐지고, 내 마음속에 어떤 생각이 태어났다.

 어제부터 자문자답했던 명제. 어떡해야 나와 모리쿠보는 이 사무소에 남을 수 있을것인가.

 그것에 대해서는 아직도 결론이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과 비슷한, 처음부터 무리라고 생각해서 포기했던 명제의 답을 안듯한 기분이 들었다.




 어떡해야 나는 모리쿠보의 동류로 남을 수 있는가.

 이대로 모리쿠보를 사무소에서 쫓아내도, 나는 이 회사의 잡무담당에 불과하다.
 아이돌의 계단을 오르는 모리쿠보의 동류가 될 수 없다.

 모리쿠보의 동류이고 싶다면, 나도 변해야만 한다.
 모리쿠보가 아이돌이라는 서투른 세계에서 노력한다면, 나도 그에 준하는 것을 해야만 한다.

 그럼으로서 모리쿠보는 새로운 환경에서 강하게 살아갈 수 있을것이다.

 곁에 내가 없어도, 동류인 내가 똑같이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이 있다면 모리쿠보는 반드시 빛날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이 사무소에서 계속해서 잡무담당을 하는것이 아니다.


 다시한번 모리쿠보를 본다.

 모리쿠보는 할 말을 찾지 못했는지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숙인 눈은 흔들리고있고, 그 속에서 도움을 요구하는 빛을 본듯한 기분이 들었다.


 각오는 끝났다.
 나는 이 프로덕션에서 퇴직한다.

 그리고 어차피 그만둘거라면 마지막에 발악하는것도 나쁘진 않다.
 이 사장실에서 모리쿠보의 아군이 되는것도 나쁘진 않다.

 나는 모리쿠보의 머리를 쓰다듬고 사장을 바라보았다.

 지금부터 자신이 하려하는 일을 상상하고 뺨이 굳어진다.

 그것은 사회인이 할 것이 아닌, 심각하게 어린애같았다.


 내가 괴로워 하는 것은 자업자득이다. 하지만 모리쿠보는 그렇지 않다.

 모리쿠보는 열심히했다. 열심히 아이돌 활동을 하고, LIVE도 성공시킨것이다.

 그 결과가 이런 찝찝한 결말이어서는 안된다.

 사장에게 대항할 무기가 없지만, 그렇다고 나 자신이 바뀔 필요는 없다.

 내가 모리쿠보와 동류인 것에 변화는 없다.

 나는 무릎을 꿇어앉았다.

 두 사람의 시선이 아프다. 특히 사장.

 그 시선에서 도망치듯이 나는 고개를 숙이고 시선을 마루와 수직으로 내렸다.

 남의 앞에서 도게자를 하는건 처음이다. 아마 앞으로도 없을것이다.

 「무리라는걸 알면서 부탁드립니다. 제발 저에게 모리쿠보의 프로듀스를 맡겨주십시오!!」



 할 수 있는 말은 다 했다고 생각한다.

 책임은 내가 진다, 월급을 줄여도 괜찮다, 얼마나 자신이 있다, 어쨌든 부탁한다.

 그런 어린애같은 소리를 하며 나는 사장의 설득을 시도했다.

 알고 있었지만, 나와 모리쿠보의 소원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상쾌했다.
 적어도 그대로 사장의 말대로 모리쿠보를 괴롭히는것보다는.

 다양한 이유를 붙였지만, 결국 나는 끝까지 모리쿠보의 아군으로 남고싶었을 뿐일지도 모른다.


 그 후, 나는 그 날 안에 사장에게 사표를 제출했다.

 퇴직과 이적이 정해진 우리들은, 사무소 앞에서 앞으로 힘내자고 약속했다.

 모리쿠보는 조금 미안한듯한 표정이었지만, 마지막에는 고맙다고 말해줬다.

 이 한마디만으로 도게자한 보람이 느껴졌다.
 그대로 흘러갔었다면 모리쿠보와의 이별은 슬픈 형태로 이루어졌을테니까.




 그 후로 3개월이 지났다.

 모리쿠보는 새로운 프로덕션에서도 열심히 하고있는지 선전포스터나 TV프로 등에서 그 활약상을 볼 수 있었다.

 모리쿠보와는 주에 한두번 전화를 통해 근황을 서로 보고하고 있다.

 업무상 교환한 전화번호를 프라이빗에서 사용해도 괜찮을지 직업윤리적인 고민이 있었지만, 모리쿠보가 먼저 전화를 걸었기에 의미없는 고민이었다.

 처음에는 모리쿠보도 긴장한듯이 보였지만, 지금은 회의실에서 면담했을때처럼 부담없이 이야기할 수 있었다.

 얼마전에는 갑자기 주소를 물어서 난감했었는데, 몇일 후에 LIVE 티켓이 와서 홀로 납득했다.

 그 LIVE가 끝난 후에 어째선지 모리쿠보와 그 부모님과 지금의 프로듀서와 식사하게되서 긴장했었다.

 지금의 프로듀서와도 잘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와 모리쿠보가 얼마나 귀여운가에 대해 술잔을 주고받으며 즐겁게 이야기를 나눴다. 모리쿠보는 싫어했지만.

 LIVE 자체는 전의 사무소에서 했던것보다 규모도 크고 완성도도 높은, 모리쿠보의 성장이 느껴지는 LIVE였다.
 관객석이 아닌 무대 뒤에서 볼 수 있었으면, 이라는 아쉬움이 있긴했지만.

 한편, 나는 뭐하고 사냐면, 알바를 하면서 재취직을 목표로 취업준비를 하고있다.

 시기가 애매하다보니 현재 채용을 받고있는 기업 자체가 적었고, 생각보다 잘 안됐지만, 반드시 모리쿠보에게 자랑할 수 있는 곳에 들어갈 것이다.

 불안은 하지만, 이력서를 닥치는 대로 보낼 뿐이던 과거의 나와는 다르다.
 지금의 나에게는 명확한 강점이 있기 때문이다.

 집의 PC옆에 스테이플러로 묶인 자료.
 내용은 과거에 만든 모리쿠보의 프로듀스 플랜이다.

 이것을 들고가서 면접에서 이렇게 말한다.
 「저는 그 모리쿠보 노노의 프로듀스를 했었습니다」라고.



 퇴직하고 일년 후, 나는 중견 아이돌 프로덕션의 프로듀서로서 근무하고 있었다.

 일단 나는 아이돌 프로덕션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기업에 도전했었지만, 아무래도 모리쿠보를 프로듀스했다는 어필은 아이돌 프로덕션의 면접에서 진가를 발휘했다.

 입사한지 반년이지만 이전 사무소에서의 실적 덕분에 바로 담당 아이돌을 맡게됐다.

 그리고 오늘은 그 담당 아이돌의 첫LIVE다.

 크고작은 여러 프로덕션에서 참가하는 합동 LIVE답게 규모는 크지만, 충분한 성과를 거두면 회사에서의 내 평가도 기대할 수 있을것이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담당 아이돌은 뭐하냐면,

 「아아〜…안즈 좀 배고파졌는데, 집에 가면 안될까?」

 「당연히 안되지. 사탕줄테니까 차례 올때까지 얌전히 있어」

 LIVE 의상을 입은 그녀의 이름은 후타바 안즈. 내 담당 아이돌이다.

 아무래도 모리쿠보를 프로듀스했다는 실적은, 아이돌 활동에 소극적인 아이돌을 프로듀스하는 것에 뛰어나다고 보였는지, 바로 배정된 그녀도 꽤나 별종이었다.

 틈만나면 레슨 땡땡이 치려하고, 늦잠도 자주자서 대체 몇번 이녀석의 맨션까지 데리러 갔었는지.

 한편 첫 LIVE임에도 긴장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다. 의외로 이런 녀석이 미래에 거물이 될지도 모르겠다.

 「엑…이거 논슈가잖아…안달아」

 「단거 너무 많이 먹으면 충치생긴다. 나는 잠깐 일이 있어서 나갈건데, 이상한짓 하지 말고.」

 「예~……어라, 왠지 오늘 P 머리 단정하네? 언제나 상당히 적당한데」

 「엣!? 아니, 역시 LIVE니까 엉망인 모습 보일수는 없지. 여러모로 있거든」

 「흐응, 나가는건 안즈인데 이상해. 앗, 안즈대신에 P가 스테이지 나가는건 어떨까?」

 「안돼. 어쨌든 얌전히 있어? 알았지?」

 「응~」

 안즈에게 주의를 주고 대기실에서 나온다.

 오늘은 안즈의 첫LIVE 외에, 한가지 더 특별한 일이 있다.

 사실은 LIVE가 끝나고 나서로 할 생각이었지만, 시간여유도 있으니 잠깐 얼굴정도는 볼 수 있을것이다.




 긴 복도를 걸으면서 대기실 문에 걸린 「○○님 대기실」이라고 써진 벽보를 하나하나 체크한다.

 그녀를 실제로 만나는 것은 상당히 오랜만이다. 전화는 매주 하고 있었지만, 재취직한 이후로 만나는건 이번이 처음이다.

 어때. 조금은 멋져졌지?

 전보다 좋은 회사에 들어가고, 수입도 늘고, 집도 넓어졌어.

 전부 네 덕분이야.

 힘든 취업을 극복할 수 있던건 전부 네가 있어준 덕분이야.
 잡지를 펼치면, 텔레비전을 켜면, 열심히하고있는 네 모습을 언제든지 볼 수 있어.

 그것이 내 마음을 얼마나 보듬어줬는지.

 나는 허세쟁이라서 전화로는 기세좋은 말만 했었지만, 사실은 불안하고 외로웠어.

 그런 나를 지지해 준 것은 언제나 너의 활약이었어.

 네가 노력하고 있어서 나도 노력할 수 있었어.

 이제 만나선 안됐었다고는 조금도 생각하지 않아.

 만나서 다행이야.
 내 인생은 네가 바꿔줬어.


 복도 하나의 대기실을 전부 체크하고, 분기점을 돌았다.

 그곳에는 나와 마찬가지로 대기실의 벽보를 확인하고있는 소녀가 있었다.

 LIVE가 끝나면 만나러 간다고 했는데. 너나 나나 생각하는건 같았구나.

 「역시나 하이라이트 담당은 여유가 있는데. 아직 의상도 안입어도 괜찮은거야?」

 놀리듯이 말하자 소녀는 나를 보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생각나게 하지 말아주세요……모리쿠보가 하이라이트라니 뭔가가 잘못된거에요…」

 이전과 조금도 변하지 않은 눈으로 나에게 그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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