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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쿠보 「나와 닮은 프로듀서씨」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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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2-26, 2017 03:52에 작성됨.


모리쿠보 「나와 닮은 프로듀서씨」 1/2



3: ◆8 AGm.nRxno 2017/02/24(금) 09:12:14. 15 ID:UKsbEgqz0

 나의 이름은 P. 어느 작은 아이돌 프로덕션에서 근무하고 있다.

 그렇지만 프로듀서는 아니다. 사무원 보좌를 하거나 다른 프로듀서가 상황이 안될 때 아이돌을 보내주거나 하고있다. 이른바 잡무이다.

 계절이 바뀔때마다 시즌 일이 많으니 사무부조로 적당히 바쁘게 일하고는 있지만, 회사의 실적이 기울고 정리해고 이야기가 나오면 가장 먼저 잘릴 사람일것이다.

 딱히 신입이라서 이런 직무인건 아니다. 입사하고 4년이 됐지만, 동기와 후배는 모두 담당을 맡고있는 프로듀서이거나, 사무작업을 하는 사무원이 되있었다.

 내가 이렇게 된 이유는 이해하고 있다.

 나는 아이돌과 접하는 방법을 모른다.
 정확히는, 아이돌이라는 인종에게 약한것이다.





 지금부터 4년전, 대학생이었던 나는 취업준비에 실패했다.

 스타트가 늦어졌고, 이력서에 쓸 만한 스펙도 운전면허증밖에 없는데다가, 대학교 학점도 엉망이었다.

 다급해진 나는 되는대로 이력서를 쓰고, 간신히 한 회사에 입사하는데 성공했다. 그것이 이 아이돌 프로덕션이다.

 왜 나같은 인간이 채용된건지는 아직도 수수께끼이다. 혼신의 거짓말 면접이 먹힌것인가

 하지만 직업을 얻은 기쁨도 잠시, 입사한 나는 여태까지 방탕하게 살아온 대가를 치루게 됐다.




 첫 업무는 아이돌 활동의 견학이었다. 연수의 일환으로서 신입사원에게 현장을 보여주는것이다.

 몇명 안되는 동기와 함께 아이돌들의 레슨을 바라보았다. 레슨은 5명의 그룹으로 이뤄졌지만, 딱히 유닛은 아니고, 데뷔조차 아직인 모양이었다.

 음악에 맞추어 춤춘다. 말로하면 그것뿐이지만, 내 머리에는 그것을 훨신 능가하는 정보들이 쑤셔박아졌다.

 10대 중반의 소녀들이 귀기어린 표정으로 스텝을 밟고, 조금이라도 흐트러지면 트레이너가 지명해서 꾸중한다. 거기에 씩씩하게 대답하자마자 바로 자신의 댄스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수정한다.

 그곳에는 내가 눈 돌리고 있떤 세계가 펼쳐져 있었다.

 장래에는 그녀들같은 아이돌을 자신의 손으로 프로듀스한다고 생각하니 긴장감이 몰려들었다.




 「저기, 실례합니다!」

 레슨이 끝나고 다음 연수로 이동하려하는 우리들에게, 방금전까지 춤추던 아이돌중 한 소녀가 말을 걸었다.

 「저는…아이돌이 될 수 있을까요?…데뷔는…」

 그녀의 눈에는 피로를 훨씬 웃도는 정렬이 가득했다.

 …무심코 시선을 돌렸다.

 아무래도 그녀는 우리들에 대해서 착각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평사원조차 아닌 연수중인 우리들에게 그런 것을 결정할 권한도, 그녀의 센스를 간파할 감식안도 있을리가 없었다.

 아직 10대 중반 소녀니까 그런거겠지. 냉정하게 사물을 분석하는 힘보다는, 부끄러움을 무릎서고 도전하는 용기가 더 유용한 때이다.

 뭐라고 대답해야할지 곤란하고 있었더니, 우리들의 교육을 담당하는 상사가 와서 대응해주었다.
 좁은 사무소다보니 그녀의 큰 목소리가 사무실까지 닿은것이겠지.

 별 일은 없었지만, 나는 마치 벌레라도 씹은 기분이었다.

 레슨의 피로를 참으며 우리들에게 잘 보이려고 한 그녀의 눈, 거기에 그 뒤에서 「그 방법이 있었구나」라고 말하는듯한 네 명의 얼굴.

 그리고 오늘의 레슨.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나의 마음속에서는 그녀들을 거절하는 감정이 태어나고 있었다.





 자랑은 아니지만 나는 제법 사교적인 인간이다. 친구도 많고, 속을 터놓은 녀석들도 상당히 많다.

 하지만 그것은 의식적으로도, 무의식적으로도, 나와 맞지 않는 인간을 시야에서 쫓아낸 결과이다.

 예를 들면 공부를 잘하는 녀석. 무슨 일이든 손을 드는 녀석. 한가지 일에 일직선으로 달려가는 녀석.

 그런 인간을 무시하고 산 결과, 나와 비슷한 인간들 뿐인 즐거운 세계가 구축됐고, 그 속에서 나는 나름대로 즐겁게 살아왔다.

 그런 나에게 그녀들, 아이돌의 열정은 지나치게 눈부셨다. 눈을 뜨고 바라볼 수 없을 정도로.





 입사하고 1년이 지났을 쯤, 프로듀서로서 처음으로 아이돌을 담당하게 됐다.

 그녀는 성격이 밝고, 댄스도 능숙하고, 그리고 정열로 가득한 눈을 지니고 있었다.

 일자체는 그야말로 순조로웠지만, 나는 그녀의 눈을 볼 수 없었다.

 송영해줄때도 이야기가 거의 없었다. 이대로는 안된다고 생각했었지만, 기분 나쁜 정적은 나의 혀와 시선을 굳게 만들었따.





 첫 LIVE, 다른 프로덕션과의 합동이지만 규모는 컸다.

 분장실에서 의상을 입은 그녀는 떨고있었다. 평소의 쾌활한 웃음은 없었고, 억지로 붙인듯한 미소만이 불안스럽게 보일락말락하고 있었다.

 격려해줘야 하겠지. 하지만 어떻게?

 괜찮아, 평소대로 하면 돼, 그런 의미의 말을 반복하자, 그녀는 그때마다 「네」라고 대답했다.

 그 「네」는, 평소에 스케쥴을 확인할 때의 대답과 같은 문자열이었지만, 무언가가 빠진듯한, 무언가를 요구하는듯한, 그런 목소리였다.





 첫 LIVE가 끝나고, 그녀는 프로덕션을 떠났다.

 LIVE는 대실패까지는 아니었지만 심각했다. 음정은 다 틀리고, 다리가 달달 떨리고, 댄스는 연습때의 절반정도의 실력 밖에 낼 수 없었다.

 합동 라이브의 주최측인 대기업 프로덕션이 마지막 하이라이트에서 잘 해주었기에 이벤트 자체는 성공했지만, 그녀의 스테이지는 명백한 실패였다.

 그녀가 열심히 연습했다는 것은 내가 가장 잘 알고 있다. 학교를 쉬고 트레이너의 지시를 따르고, 트레이너가 없을 때는 사무소에서 열심히 자주 레슨을 했었다.

 일절 약한 소리를 하지 않고.

 ……아니, 어쩌면 그녀는 딱 한번 약한 소리를 했을지도 모른다.

 밝은 그녀가 발한 처음이자 마지막 구조신호를, 나는 간과한게 아니었을까.

 「괜찮아, 너라면 가능해」그런 말을 몇번이나 했다.

 과연 나는 「너」의 뭘 알고 있었다는 것인가.

 그녀의 눈동자의 색도, 그 날 눈동자의 흔들림도 모르는 내가.





 그녀가 떠난 이후로, 나에게 프로듀서로서의 일이 돌아오는 일은 없었다.

 아이돌과의 커뮤니케이션에 현저한 문제가 있다, 라는 평가를 받은 나는 사무원 보좌로서 일하게되고 지금에 이르른다.

 불만은 없다. 애초에 어울리지 않았다. 사무작업은 무난하게 할 수 있었고, 다른 사무원들도 일이 줄어서 도움이 되는 모양이다.

 하지만 이 사무소에서 일하는 이상, 비록 시야 안에 넣지 않는다해도 아이돌에 대한 이야기는 귀에 들려온다.

 그때마다 나는 유일하게 담당했던 그녀를 떠올린다.
 눈을 보지도 않고, 제대로 바라본적도 없었지만, 그녀의 목소리는 지금도 확실히 떠올릴 수 있다.
 나는 그녀의 목소리를 좋아했다.
 밝은 목소리였다. 남에게 힘을 줄 수 있는 목소리였다.

 그리고 그 가능성을 부순것은 나다.

 LIVE 스테이지에 섰을 때 그녀의 입가는, 마치 그녀를 송영해줄때의 나처럼 굳어져있었다.

 그녀는 그 때 어떤 눈이었을까. 그 눈에 무엇이 비추어져 있었을까.

 1000명이 넘는 관객에 압도되었을까. 자신을 응시하는 카메라에 다리를 떨고있었을까.

 암막 뒤에 있던 나에게, 시선으로 도움을 요청하고 있었을까

 아이돌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우울해진다.
 그러니까 나는 다른 직원과 가능한 어울리지 않았다.

 일과 관련이 있지 않는 이상 대화하지 않는다. 일이 끝나면 바로 귀가한다.

 그렇게 혼자 사는 아파트 안에 도망치고서야, 나는 간신히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그 날은 평소와는 조금 달랐다.
 오디션 합격자가 인사하러 온다고해서, 시설안내라는 명목으로 사무원 한명이 빠졌다.

 즉 1인분의 일은 사무원 모두가 분담하므로, 할 일이 늘은것이다.

 이 사무소에 신입 아이돌이 오는건 상당히 드물다. 작은 프로덕션이다보니 많은 아이돌을 수용할 수 없는것이다.

 일반적으로, 스카우트로 들어온 아이보다는 오디션을 돌파하고 들어온 아이가 더 뛰어난 경우가 많다. 이번 아이도 회사에서 기대하고 있을것이다.

 …그러고 보면 그녀도 오디션을 받고 왔었지.
 안돼안돼, 고개를 젓고 잡념을 내쫓고 평소보다 조금 많은 일을 시작했따.





 「저기…갑작스럽게 죄송한데요, 저 아이돌 그만두고 싶어서…」

 방금전에 사장실로 들어간 소녀는, 사무소에 오자마자 엄청난 대사를 말했다.

 오디션에서 합격하고는 바로 사퇴하고 싶다고 말한것이다.
 당연하지만 그 말만 듣고 돌려보낼 수는 없었고, 지금은 사장이 이야기를 듣고있는 와중이다.

 그녀는 대체 무슨 생각인걸까.

 그녀의 목소리와 힘없는 발소리가 어째서인지 귀에 남았다.





 그녀의 이름은 모리쿠보 노노. 14세의 중학생이었다.

 사장의 이야기에 따르면 그녀는 자신의 의지로 오디션을 받은게 아니라 부모와 친척들의 요망으로 어쩌다보니 여기까지 왔다는 모양이다.

 자기주장이 약한 아이이겠지. 확실히 중학생이 어른의 의견을 거역하려면 용기가 필요하다.

 한편 그럼에도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는것은 틀림없이 재능이 있다는 의미이다. 자신의 의지로 오디션을 받고도 실패하는 아이도 많으니까.

 일단 오늘은 집에 보냈다. 하지만 합격취소를 받아들이는건 아니었다.

 모리쿠보 본인도 아이돌이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지 모른다고 했기에, 일시적으로 이 사무소에 소속해서 아이돌 활동에 대해 배우고 다시한번 이야기를 해보기로 했다.

 간단히 말하면 사장의 감언이설에 당한것이다.

 오디션의 합격에는 반드시 사장의 승인이 필요하다. 즉, 모리쿠보 노노는 사장의 의향으로 여기까지 왔다는 의미이다.

 내성적이고 의욕이 없어도, 갈고닦으면 빛나는 소재라고 판단한것이다. 그런 원석을 사장이 쉽게 손놓을 리 없다.

 그야말로 나같은 문제아가 아닌 이상.





 한달 후, 사장은 미간을 찌뿌리고 있었다.
 그 원인은 당연하게도 모리쿠보였다.

 그 이후로 학교가 끝난 모리쿠보를 사무소로 불러서 여러가지 시켜봤지만 결과는 매우 안좋았다.

 갓 들어온 아이돌은 어느정도 실력이 붙을 때 까지는 개인으로 레슨을 받는다. 바로 집단레슨을 시키면 방해가 되거나 다른 아이돌의 모티베이션을 내릴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회사는 약소 프로덕션. 개인레슨에 많은 코스트와 시간과 레슨실을 할애할 여유가 없다보니, 집단레슨에 합류하기 위한 허들은 비교적 낮게 설정되어있다.
 운동부 아이라면 몇번의 개인레슨만하고도 집단레슨에 합류하는 케이스도 제법 있다.

 하지만 모리쿠보는 한달이 지났음에도 엄두조차 못냈다.

 절망적인 운동 능력은 물론이고, 가증 큰 문제는 그녀의 낯가림이었다.

 남과 눈을 마주볼 수 없어서 의사소통이 어렵고, 그것이 레슨에도 영향을 미쳤다.





 모리쿠보의 프로듀서를 맡은 남자, 내 선배에 해당하는 사람도, 그녀의 프로듀스에 곤란해하고 있었다.

 이 프로덕션에서는 아이돌 프로듀스의 커리큘럼이 정해져있다.
 프로듀서를 일일히 교육할 여유가 없으니 불확정 요소가 많은 자유로운 프로듀스보다는 어느정도 실적이 보장된 방법으로 통일하는것이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나같은 인간이 입사하고 1년만에 담당 아이돌을 맡게 된 이유도 이 방침 덕분이었다.

 하지만 모리쿠보는 여태까지 이 프로덕션에 몸담은 어떤 아이돌과도 다른 성질의 소녀였다. 어느정도의 사교성과 최소한의 운동신경을 전제로 한 지금까지의 방식으로는 성장하기 어렵다.

 그는 커리큘럼대로 프로듀스를 진행시키기위해 모리쿠보의 낯가림을 고치려 온갖 수단을 써보았지만, 결과는 좋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그녀에게 맞는 방법으로 하면 된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그것도 어렵다.
 사무소가 정한 이외의 방법이 된다면 전례가 없다보니 완전히 처음부터 시작해야한다. 사무소는 경제적인 이유로 그런 기약없는 프로듀스를 승인할 수 없을것이다.

 게다가 본인이 아이돌 활동에 의욕이 없다는게 가장 문제이다.
 그런 인간을 위해서 이 영세 프로덕션이 기약없는 프로듀스를 단행할 수 있을리 없다.

 틀림없이 모리쿠보 노노는 이곳에 올 인간이 아니었던 것이다.
 …나와 마찬가지로.





 모리쿠보가 이곳에 오고 2개월하고 조금이 지났다.

 그녀의 프로듀스는 여전히 난항인 모양이었다.

 사무실에서는 모리쿠보의 프로듀서와 사장이 씁쓸한 얼굴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화제는 아마 모리쿠보겠지.

 그녀는 아직도 개인레슨을 졸업하지 못했다.
 아이돌에 대해 자세히 알려하지 않았으니 확실하게는 모르지만, 아마 이 사무소 이래로 가장 늦을것이다.

 사무소로서는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이 역귀를 떨쳐내고 싶겠지.

 이적이라는 방법도 있다. 그녀의 재능을 개화해줄만한 프로덕션으로 보낼 수 있따면, 아이돌이 되기 싫다는 모리쿠보를 제외한 모두가 행복해진다.
 하지만 오디션을 합격했음에도 아무런 성과도 얻지 못한 채 이적을 시키면 사무소의 체면이 떨어진다. 어떻게든 스펙을 한 줄이라도 붙이고 싶겠지만 지금으로서는 힘들다.

 그 다음은 평범하게 그만두게 하는 방법이 있지만, 모리쿠보의 부모님은 아이돌 활동을 시키고 싶어한다.
 돈이 아까우니까 그만두라고 말해선 납득하지 못할것이다. 정당한 이유가 필요하다.

 마침 그 둘도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는지, 이적이나 해고같은 단어가 내 귀에까지 들렸다.

 아이돌의 재능은 있는데 아깝다. 물건은 좋은데 회사에 맞지 않을줄이야.
 내 생각에는 사장의 사람보는 눈이 없는것 같지만.

 별 생각없이 사장을 봤다. 그 순간 모리쿠보의 프로듀서와 이야기하고 있었던 사장과 시선이 마주쳤다.

 내가 가볍게 인사를 하자, 사장은 내 책상쪽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오지마.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방금전까지 씁쓸한 얼굴이던 사장이, 나와 시선이 마주친 순간, 그리고 지금, 웃고 있다.

 창문 앞에서 발을 멈춘다. 말할것도 없이 내 책상이다.

 「마침 자네 이야기를 하고 있었네」

 이 순간, 나는 모든것을 헤아렸다. 사장의 기대도, 지금부터 내가 어떻게 될지도.

 「그 오디션에 합격한 아이, 자네가 담당해보지 않겠나?」





 이렇게 나는 모리쿠보의 프로듀서가 되었다.
 모리쿠보의 성질을 고려해서, 나에게는 사무소가 정한 커리큘럼을 무시해도 괜찮다는 특례가 인정됐다.

 물론 반대는 했지만, 나는 사무원 보좌에 불과하다. 사장의 지배하에 위치한 인간이다보니 모리쿠보처럼 사장이 감언이설을 할 필요도 없다. 당연히 거역할 수 없었다.

 아이돌의 눈을 볼 수 없는 나에게 프로듀스는 무리다. 사장도 나를 그렇게 평가하고 있을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나에게 모리쿠보의 프로듀스를 하라고 말했다. 이것에는 방금 전 말한 그의 기대와 관계되어있다.

 사장은 내가 그녀를 성공시키길 기대하지 않는다. 십중팔구 실패하리라고 예측하고 있다.

 그리고 한번이라도 일에서 실패한다면, 그것을 이유로 모리쿠보를 사무소에서 쫓아내는걸 노리고 있는것이다.

 그리고 아이돌 2명의 미래를 망친 나는 사장에게서 정식으로 해고를 선고받는다.

 이 사무소에 와서는 안됐던 짐덩이와 역귀를 한번에 처리할 수 있는것이다. 빈틈없는 작전이다.

 게다가 이 작전에는 하나 더 「다음 단계」있다. 하지만 그것은 나에게 관계가 없다. 정확히는 지금의 나에게는 관심 없는 것이었다.

 나에게 닥쳐온 문제는, 모리쿠보의 일은 하나라도 실패하면 나는 해고당하는 것과, 프로듀서 흉내를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가였다.

 3년내내 도저히 잊혀지지 않는 그녀의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이명처럼 울리고 있었다.





 나는 아이돌의 눈을 볼 수 없다. 이것은 내가 즐거운 생활을 위해 근면한 인간들을 시야에서 내쫓은 결과이다.

 하지만 과연 모리쿠보 노노는 근면한 인간인가.
 대답은 NO였다.

 「…저, 저기……」

 새 프로듀서가 되었기에 지금은 인사를 겸한 미팅을 하고 있다.
 전에 담당했던 그녀 이후로 지금처럼 아이돌과 일의 이야기를 하는건 처음이었다. 프로듀서 시절에는 스케쥴 확인을 위해서 자주 사용했던 이 회의실에 상당한 그리움이 느껴졌다.

 이곳에 올 때까지는 이 아이와 어떻게 함께할지 고민하고 있었지만, 생각해보니 모리쿠보는 다른 아이돌들과 달리 빛나지 않았다.
 그 눈에도 정열은 없었고, 탁한 갈색의 빛을 반사할 뿐이었다.

 내가 두려워하던 빛, 아이돌다움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나도 눈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정작 모리쿠보 본인은 나를 경계하고 있는것 같았다. 눈을 보려고 노력하는건 보이지만, 한순간 눈이 맞으면 바로 시선을 돌려버린다.

 …옆에서 보면 나도 이런 느낌이었을까.

 「이야기는 들었다고 생각하지만, 담당 프로듀서가 바꼈어. 오늘부터 모리쿠보의 담당이 된 P다. 앞으로 잘 부탁해」

 아, 네 잘 부탁드립니다. 그렇게 대답하고나서 모리쿠보가 말했다.

 「저기…저, 아이돌이 될 생각이 없어서…여기에 온 것도 어쩌다보니라서…그래서 그…」

 「괜찮아. 알고있어. 의외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모리쿠보를 적극적으로 아이돌 활동시킬 생각은 없어.」

 모리쿠보의 표정이 바로 반응했다. 그녀의 표정에서 7할의 기대와 3할의 곤혹을 느꼈다.

 「저, 정말인가요?」

 「그래, 정말이야. 애초에 본인이 할 맘이 없는데 아이돌 활동을 시킬 수는 없지. 그렇다고 극단적으로 사무소를 그만둘 수도 없고. 네 부모님은 아이돌을 시키고 싶어하고, 나도 상사의 방침은 거역할 수 없어. 이해했어?」

 네, 라고 대답하는 모리쿠보의 목소리는 명백하게 한 톤이 높아져있었다.

 「그래서 앞으로의 일 말인데, 일단 레슨은 똑같이 받아 줘. 트레이너씨는 스피드는 느려도 처음때와 비교하면 몰라볼정도로 실력이 늘었고, 앞으로 1달 정도면 집단레슨에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으니까」

 으에…그렇게 탄식을 흘리는 모리쿠보를 무시하고 이어서 말한다.

 「걱정 마. 외부활동은 한동안 피할 예정이야. 그 대신 레슨이 끝나고 나와 잠깐 이야기좀 하자. 레슨이 끝나면 샤워하고 이 회의실로 와 줘.」

 「면담인가요…? 역시 저한테 아이돌을……」

 「말은 끝까지 들어. 여기서만 하는 말인데, 이 면담은 내가 모리쿠보를 설득하는걸 상사에게 어필하기 위한 거야. 실제로 네가 열심히 할 필요는 없어.」

 동그래진 눈동자가 나의 눈을 본다. 뭐야, 내 눈 볼 수 있잖아.

 「솔직히 말하면말이지, 나는 네 담당이 되서 행운이라고 생각해. 나는 담당 아이돌이 없는 동안 사무보좌로 일하고 있었지만, 모리쿠보의 담당이 된 덕분에 그 일이 줄었으니까. 게다가 너는 할 마음이 없으니까 프로듀서 일도 거의 없고. 나한테는 이득이지」

 모리쿠보의 얼굴이 밝아진다. 그러겠지. 너는 이런 프로듀서를 원했겠지. 그렇다면 우리들은 win-win 관계가 될 수 있다.

 「내 일을 줄여 줘. 이러다보면 네 부모님과 내 상사의 마음이 변하고, 사무소가 너를 포기할지도 모르고」

 마지막은 조금 거짓말이었다. 사무소는 이미 모리쿠보를 포기했으니까.

 나는 모리쿠보의 프로듀스에 실패하면 해고될것이다. 그리고 내 어설픈 지식으로 그녀를 아이돌로 활동시켜봤자 틀림없이 실패할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취할 행동은 하나뿐이다. 모리쿠보를 아이돌로서 활동시키지 않으면 됀다.
 요점은 시간벌기이다. 이렇게하면 모리쿠보가 일에서 실패하는것도, 그 결과 나와 모리쿠보가 해고당하는것도 최대한 미룰 수 있다.

 다행히도 핑계는 충분히 많다. 본인의 의지, 레슨 성적, 프로듀스 방식의 검토, 선배의 프로듀스가 2개월동안 성과가 없었다는 사실.

 해고당할때까지의 유예기간동안, 나는 편하게 지내주마.





 모리쿠보의 담당이 되고 나서 3주일이 좀 안됐다

 첫날의 미팅이 끝난 후, 모리쿠보는 나에게 마음을 열어준것 같았다.
 두 사람이 결탁해서 일을 땡땡이 치고 있다는 배덕감이, 그녀의 어린 마음을 사로잡았을지도 모른다. 여전히 눈은 잘 마주치지 않지만.

 그날 이후로 모리쿠보와 다양한 이야기를 했다. 레슨이 끝난 후에 목적이 파탄한 면담을 하는 덕분에 둘이서 이야기할 기회는 많았다.

 모리쿠보의 이야기, 나의 이야기, 사장이 프로듀스를 재촉할 때 어떻게 극복했다는 이야기

 모리쿠보는 낯가림이 심하지만, 유머감각도 나름대로 있고, 가끔씩 나오는 엉뚱한 언동이 내 마음을 풀어주었다.
 사무소에 친한 사람이 없는 나에게 모리쿠보는 귀중한 존재가 되었다.

 이전과 마찬가지인 사무작업도 지금은 혼자 하고있는것같지가 않았다.
 모리쿠보의 레슨이 없는 날은 왠지 일할 마음이 안생기고, 있는 날은 이상하게 힘이 났다.

 혼자가 아니라는것이 이렇게나 사람을 바꾸다니.
 학창시절 이후에 잃어버렸던 감각을 되찾는것같은 느낌이었다.

 「그럼 P씨는, 모리쿠보와 동류네요」

 오늘의 면담에서는 내 이야기를 했다. 내가 어떤 경위로 이 사무소에서 일하게 되었는지를 이야기하자 모리쿠보는 나를 자신과 동류라고 말했다.
 부정의 말은 나오지 않았다. 나도 여태까지 같은 생각을 여러번 했었기때문이다.

 「아이돌이 되고 싶어서 된게 아닌 모리쿠보랑 프로듀서가 되고싶어서 된게 아닌 P씨. 동류에요.」

 「그렇지. 그리고 남의 눈을 보는거에 약하다는것도 같네」

 「P씨는 미묘하다고 생각하는데요…」

 「그건 모리쿠보를 볼 때 만이야. 사무소의 다른 아이돌을 보면 아무래도 말이지. 방탕하게 살아 온 나에게는 너무 눈부셔서」

 모리쿠보가 끼어들어서 동의를 표한다. 아아, 역시 너도였구나.

 벽걸이 시계에 눈을 돌리니 벌써 상당히 시간이 지나있었다. 슬슬 회의실을 비워야한다.

 「또 일, 땡땡이 쳤네요」

 「아니, 이것도 일이니까. 모리쿠보의 의욕을 끌어올리기 위한 면담이고」

 둘이서 쿡쿡 웃는다.

 「뭐, 어쨌든간에. 집단레슨 합류 축하해. 고생했어」

 모리쿠보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는다.

 오늘은 조금 기념일이었다. 빨라도 앞으로 1달은 걸린다는 개인레슨 졸업을 모리쿠보가 3주일이 안되서 달성한것이다.

 의욕이 없다고 생각했기에 솔직히 이 결과는 의외였다.

 「트레이너씨도 칭찬했어. 하면 잘 하잖아」

 「아, 아니, 그치만…이렇게까지 오래걸린건 저밖에 없다고 들었는데요…」

 「그런건 개인차니까 상관없어. 확실히 다른 사람보다야 느릴지도 모르지만, 예상을 웃돌았다는건 모리쿠보가 그 만큼 노력했다는 의미니까」

 여러번 뒤에서 봐서 안다. 트레이너씨도 여태까지의 레슨과 마음가짐부터 다르다면서 놀랐었다.

 「에…아니, 그…」

 「모리쿠보는 열심히 했어. 이건 네 노력의 성과야」

 「저기…정말 아니에요…모리쿠보는 열심히 안했어요」

 모리쿠보가 기묘한 말을 했다.

 「이건…P씨 덕분이에요」

 「내 덕분?」

 「네, 왠지 그, 잘 말로 표현할 수 없는데, 그래요」

 「…?」

 무슨 소리지. 나는 일을 땡땡이치고 있을 뿐이건만.
 모리쿠보 나름대로 인사치레를 하는걸까?

 고개를 갸웃하는 사이에 회의실의 문에서 노크소리가 들렸다. 다급히 시계를 보니 벌써 5분이나 시간을 오버했다.
 사과하면서 모리쿠보와 함께 회의실에서 나오고 헤어졌다.





 다다음날, 오늘은 모리쿠보가 처음으로 집단 레슨에 참가하는 날이다.

 모리쿠보가 레슨실에 들어가거 상당히 시간이 경과했다. 앞으로 수십분쯤 지나면 나올것이다.

 솔직히 모리쿠보의 성격상 집단레슨은 불안했다. 걱정이 되서 오늘은 평소보다 일을 빨리 끝맺고, 회의실에서 모리쿠보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도 트레이너씨의 확실한 보증을 받았으니 모리쿠보라도 저기서 따라갈 수 있는 기술과 체력이 있을것이다. 개인레슨도 성실하게 한 모양이고, 내가 뭘 해줄 수 있는건 없다. 걱정되지만 믿을 수 밖에 없다.

 시계를 보니 마지막에 시계를 보고나서 40초밖에 지나지 않았다. 나지만 너무 긴장했다.

 그냥 기다리는 것만으로는 불안해서 미칠것같았기에 나는 스마트폰을 꺼냈다. 그러나 생각보다 효과가 없었는지, 밖에서 아이돌들의 목소리가 나면 레슨이 끝났나하고 귀를 곤두세웠다. 그때마다 시계를 확인하고 그럴 시간이 아니라는것을 확인했다.


 얼마 전부터 나는, 아이돌의 이야기나 그녀들의 목소리를 들어도 이전처럼 우울해지지는 않아졌다.
 사무소에 있을 때도, 「그녀」를 떠올릴 때가 정말 적어졌다.

 어느새 그렇게 되어있었다. 그리고 그 변화를 재촉한건 아마 모리쿠보일것이다.
 모리쿠보와 보내는 따뜻한 물같은 나날이, 말라 비틀어진 상처자국을 천천히 아물게 한것이다.
 나 자신도 놀랐다 .죄악감에 의한 다소의 아픔도 없이 자신이 변하는 것에.

 하지만 놀라는 것과 동시에, 앞으로의 나와 모리쿠보를 생각하면 복잡한 기분도 들었다.

 나는 스마트폰을 책상 위에 두고 눈을 감았다.
 생각하는 것은 모리쿠보에 대해서.
 모리쿠보의 담당이 된 후의 3주일동안과, 모리쿠보와 만날 때까지의 4년동안.

 만약 그날로 돌아간다고 생각하면, 조금 서늘해진다.

 하지만 그것은 결코 「만약」의 이야기같은것은 아니다. 곧 그렇게 될것이다. 그렇게 된다는것을 나는 알고있었다.

 모리쿠보의 프로듀스를 실패하면 나와 모리쿠보는 사무소에서 해고된다.

 그리고 만약 내가 모리쿠보의 프로듀스를 성공하고, 그녀가 유명해지게 된다면, 사장은 그 브랜드를 이용해 모리쿠보를 다른 프로덕션으로 이적시킬것이다.

 그것도 꽤 빠른 단계에서. 아마 첫 LIVE를 성공하자마자일것이다.
 사장은 모리쿠보 노노라는 마권을 살 생각이 없다. 불이익이 적을 때 모리쿠보를 떼어낼 생각이다.

 나는 남고, 모리쿠보는 사라진다. 나는 이전처럼 잡무로 일하며 매일을 소비할것이다.

 모리쿠보가 오기 전의 사무소로 돌아온다.

 이것이 사장의 작전의 「다음 단계」. 즉, 내가 모리쿠보의 담당이 된 순간 이미 이별이 예정된 것이다. 지금은 시간벌기를 하는것에 불과하다.

 곧 헤어질것을 알고있었기에 그녀와 관계를 가질 생각은 없었다. 그러나 이 사무소에서 처음으로 만난 이해자, 동류라는 존재에 내 마음이 이끌리고, 정신차리니 어느새 모리쿠보는 내 가슴 깊은 곳에 자리잡고 있었다.

 「……」

 헤어지기 싫은데.

 어린이의 떼쓰기같은 감정이 뿜어져나온다. 놀이공원을 나가기 싫어하는 꼬마의 모습이 떠올랐다.

 꼴사납다. 일에 개인적인 감정을 가져오지 마.

 그럼에도 그런 생각은 멈추지 않았다.


 어째선지 모리쿠보는 요즘 노력하고 있다. 이전의 모리쿠보에 대해 잘 모르니까 정확히는 모르지만, 트레이너씨의 말에 따르면 레슨에 임하는 자세가 다른사람처럼 변했다고 한다.

 그런 모리쿠보의 앞길을, 이 내가 멈추는건 말이 안된다.
 비록 그것이 우리들의 이별을 앞당기게 한다고 하더라도.

 모리쿠보의 레슨이 끝나는 시간까지 나는 스마트폰의 검은 액정을 노려보며 미소짓는 연습을 했다.
 이런 한심한 얼굴을 그녀석에게 보여줄 수 없었으니까.





 그러나 시간이 되어도 모리쿠보는 회의실에 나타나지 않았다.

 레슨이 끝나고 20분이 흘렀을 쯤, 걱정된 나는 회의실에서 나와 레슨룸으로 향했다.
 어쩌면 보충을 받고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레슨룸에는 아무도 없었다. 불은 꺼졌고, 시계바늘만 조용히 째깍거리고 있었다.

 길이 엇갈렸나해서 다시 한번 회의실로 돌아갔지만, 역시 없다.

 나는 스마트폰을 꺼내 모리쿠보의 번호에 전화를 걸었다.
 심장이 빠르게 뛰고있는것을 자각한다. 가슴에 검은 구멍이 뚫린듯한 둔탁한 감각이 느껴졌다.

 반복하는 전자음은 이윽고 끊기고, 자동응답전화로 연결됐다.

 이런건 처음이었다. 모리쿠보가 레슨 후의 면담을 내팽개친건 여태까지 한번도 없었다.
 집단레슨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전화를 끊고 로비로 간다. 소파에도 엘레베이터 앞에도 모리쿠보는 없었다.
 손바닥이 땀이 찬다. 다음에는 어디로 가야할지 갈피조차 잡히지 않았다.

 주위를 둘러보자 카운터 끝에 내가 언제나 일을 하는 사무실이 보였다.
 접수대에는 아무도 없었지만, 사무실 안에는 사람이 몇명 있었다.
 모리쿠보가 나갔으면 이 로비를 지나가야한다. 사무실의 누군가가 그것을 봤을지도 모른다.

 「미안! 누구 모리쿠보 본 사람 없어?」

 카운터 넘어보 묻자 사무소가 일순간 조용해졌다.

 「아……」

 말하고 나서야 정신을 차렸다. 얼굴이 뜨거워진다.
 평소에 사무소에서 거의 말을 안하는 내가 갑자기 큰 소리를 냈으니 다들 놀라고 있었다.

 하지만 한번 내뱉은 말은 주워담을 수 없다. 그들은 못봤다는 취지를 나에게 전했다.

 식은땀이 흘렀다. 나에게 일제히 꽂히는 시선을 떠올리자 등에 소름이 끼쳤다.

 하지만 덕분에 조금 냉정해졌다.
 무슨 일이 있어서 바로 갔을지도 모른다.
 레슨을 끝내자마자 사무소에서 나갔다면 지금쯤 전차 안에 있을것이다. 그렇다면 내 전화를 못받아도 이상할건 없다.

 한숨을 내쉬고 나는 직원용 입구를 통해 사무실로 들어갔다.

 일단 지금은 상황을 보자. 곧 전철에서 내린 모리쿠보가 전화를 해줄지도 모른다.
 하지만 계속해서 연락이 오지 않는다면 집단레슨에서 무슨 일이 있었다고 생각해야 할것이다.
 트레이너씨는 퇴근했는지 없어서 이야기를 들을 수 없다. 최악의 경우 모리쿠보와 함게 레슨을 받은 아이돌의 프로듀서에게 부탁해서, 전화로 그 아이에게 모리쿠보에 대해 물어야하나.

 침착하게 앞으로의 일을 정리한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런 상정은 전부 필요없어졌다.

 입구 부근 창가자리에 앉아서, 책상 서랍에 손을 올리려 했을 때.

 책상 밑에서 주저앉아있는 모리쿠보와 시선이 마주쳤다.





 '시간이 멈춘다'라는 표현을 이해했다.

 지금 내 책상 밑에 있는 소녀는, 방금 전까지 나를 가장 애태우던 소녀였으며 그것은 지금도 변하지 않는 그 소녀는 바로 모리쿠보였다.

 혼란・놀라움・안도, 발로되야할 그런 감정들은, 빨아들이는듯한 모리쿠보의 눈동자 앞에서 얼어붙었다.

 눈을 마주친 시간 최장기록을 갱신했는가. 아니면 뇌내물질이 가져온 원대한 시간감각 지연에 당해 실제로는 찰나에 불과한 시간이었는가.

 눈을 빼앗기는 동안, 마치 세계에 나와 모리쿠보 단 둘뿐인듯한 감각에 빠져있었다.

 이윽고, 우리 중 누군가가 눈을 깜빡이고, 그 세계가 무산되어 입이 열린다.

 「모리쿠보…지?」

 「모리쿠보입니다…」

 그러겠지. 그렇지 않으면 문제다. 당연하잖아, 나

 묻고싶은게 많이 있다. 말 한마디 나눠본 적 없는 아이돌에게 전화를 해서라도.

 지금 사무소에는 사람이 적고, 창가자리는 많은 직원들에게서 떨어진 위치에 있다. 우리들을 보고 있는 사람은 없는것 같다.

 「레슨에서 무슨 일 있었어? 그래서 면담에 안 온거야?」

 왜 나의 책상 밑에 있었는지는 일단 넘어가자.

 모리쿠보는 소극적으로 수긍했다.

 「…있기 힘들었어요. 다른 사람들은 다들 진지한데 저만 아니었어요. 여러번 미스하고 노래를 멈추고….그때마다 다른 사람들이 째려봐서…모리쿠보는 움츠러들 수 밖에 없었어요…」

 모리쿠보의 설명을 들은 나는, 그 상황을 쉽게 상상할 수 있었다.

 연수때 우리들에게 말을 걸은 여자애 뒤에서, 네 명의 눈빛이 번뜩이고 있던것을 보았다.

 「그 방법이 있었나」 「새치기하기는」, 그 눈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레슨 내내 모리쿠보는 그녀들의 짐승같은 그 시선에 노출되어 있었을것이다.

 「발목잡지마」 「방해돼」 「우리를 이런 녀석이랑 같은 레벨이라고 보고있는거야?」

 그런 소리없는 목소리를 받으며, 이 아이는 레슨이 끝날때까지 참아낸 것이다.



 「……잘 참았구나」

 책상 밑의 모리쿠보에게 손을 뻗어 머리를 쓰다듬는다. 누군가에게 상담해서 살짝 마음이 놓였는지 어깨의 힘이 빠져있었다.

 「…트레이너씨는 뭐라고 말했어?」

 「네…처음이니까 너무 신경쓰지 말라고 모두의 앞에서 감싸주셨어요…하지만…」

 「아아」

 그래, 그것은 어른의 의견이다.

 사무소의 예산사정상 개인레슨을 일찍 끝낸다는 사정을 알기에 나오는 말이다.
 이른 말은 미성숙한 아이들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앞으로도 모리쿠보는 시선의 폭력을 계속해서 받을것이다.

 이 사무소에 소속하는 이상 어쩔 수 없다. 참을 수 밖에 없다.

 그건 그렇고 그 애들은 부모님한테 뭘 배운건지.
 신입이 자신보다 못하다고 생각하자마자 이런 음습한 짓을 하다니. 참 대단도 하다. 대단한 프로의식이다.
 아니면 여자라는 생물은 자신과 다른 성질의 인간을 배척하지 않으면 못참는건가.

 초등학생때 반의 귀여운 아이를 담임이 아낀다고 여자 그룹이 트집을 잡아 학급회의가 일어난것을 떠올렸다.

 선생님이 아무리 정론을 말해도 그녀들은 듣지 않고, 자신들의 정당성을 무조건적으로 인정하는것을 끝없이 요구했다.

 그 때 그녀들의 추악함이 모리쿠보를 째려본 여자들과 겹치고, 불쾌함이 식도까지 올라왔다.

 「저, 저기…」

 「엣, 아…미안…」

 무심코 모리쿠보를 쓰다듬는 손에 힘이 들어간 모양이다.

 「힘들었지…. 그 아이돌들에게 한마디 해주고 싶지만, 내가 말해봤자 모리쿠보가 고자질했다고 역효과가 생길 가능성이 있어. 트레이너씨에게 한동안 모리쿠보를 신경써달라고 부탁할테니까, 조금 더 노력해 줄래…?」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정리하면서 말하자 모리쿠보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네가 진지하지 않았다고 말하지 마. 경험이 그녀석들보다 적어서 실력이 따라잡지 못했을 뿐이야. 모리쿠보는 3주일동안 열심히해서 예정보다 빨리 집단레슨에 합류할 수 있었던거야. 일이라면 몰라도 레슨에 대한 진지함은 그녀석들에게 밀리지 않아. 오히려 한창 발전하는 모리쿠보를 비웃는 그녀석들이 불순한거야.」

 「……그건 조금 달라요. 저는 열심히 안했어요.」

 그 말은 그저께도 들었다. 무슨 의미지?

 「모리쿠보는 언제나 무난하게 레슨을 하려했어요. 그런데 제 담당이 P씨가 됐을쯤부터 여태까지 어려워서 못했던 스탭이 왠지 가볍게 되거나, 몇번이나 불합격받은 노래를 한번에 합격받거나 했어요.」

 그 현상은 낯이 익었다. 모리쿠보의 프로듀서가 된 이후에 나에게 일어난 것과 비슷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사무소에 친한 사람이 없던 나는, 모리쿠보와 면담을 하면서 그 면담이 즐거워졌다.
 모리쿠보의 레슨이 없는 날은 왠지 일이 우울했고, 레슨이 있는 날에는 이상하게 일이 잘 됐다.

 모리쿠보도 마찬가지겠지.
 주위에는 아이돌 활동에 불타오르고 있는 아이들 뿐이기에 모리쿠보와 공명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그런 기댈 곳이 전혀 없는 장소에서 받는 레슨은 14살 소녀에게는 너무 험했던 것이다.

 나라는 동류를 찾아내서야 간신히, 이 사무소는 모리쿠보가 있는 장소로서 기능하기 시작했다. 결국 그런거겠지.

 「그러니까 열심히 한게 아니라…모리쿠보는 평소대로의 모리쿠보인데요…」

 모리쿠보의 어조는 오해를 한 나를 책망하는듯했다.
 어쩌면 이 녀석은 내가 모리쿠보가 열심히 하기를 바라는것을 이전부터 감지하고 있던게 아닐까.
 「의욕같은건 내지 않는다」 「착각으로 이 땡땡이 동맹을 부수지 마」
 모리쿠보의 눈은 나에게 그렇게 호소하는것 같았다.

 그런가. 그럼 그 미소 연습은 내 헛발질이었다는건가.

 ……아, 부끄럽네.

 「그럼 평소처럼 열심히 땡땡이 쳐볼까」

 나는 일을 내던지고, 양손으로 모리쿠보의 머리카락을 헤집었다.

 아으아으, 라는 소리를 내는 모리쿠보의 머리를 내 표정관리가 끝날 때까지 계속 쓰다듬었다.





 책상 밑이 밀회에서 3개월, 모리쿠보가 이 사무소에 온지 약 반년이 지났다.

 레슨에서의 따돌림은 모리쿠보의 실력이 점차 안정되면서 지금은 거의 없어졌다고 한다.

 그 날 이후, 모리쿠보는 면담이 끝나고 내 책상 밑으로 왔다.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유감스러우면서도 다행스럽게도 내 책상은 입구 근처의 창가이므로 사람들의 시선이 잘 닿지 않았다.

 물론 나는 일을 해야하니 딱히 이야기도 못하지만, 모리쿠보는 그걸로 만족한듯이 보였다. 동류의 영역은 자신의 영역과 마찬가인걸까

 모리쿠보가 있어서 일이 안되는것도 아니고, 오히려 다른 직원들과 업무연락을 할 때 등은 모리쿠보가 있어야 말이 잘 나오는것같다. 나지만 참 별나다.

 교실 책상 서락에 햄스터를 키우는 바보가 같은 반에 한명 있었었는데, 설마 비슷한걸 사회인이 된 내가 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게다가 가장 문제인건 나 자신이 이 상황을 나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책상 밑에 모리쿠보가 있다는 비일상적인 일상에 두근거리고 있을 정도이다.





 언제나 적당한 시간이 되면 집에 보내지만, 이 상황에 너무 익숙해서인지 오늘은 일에 집중하느라 그것을 잊어버렸다.

 「P군, 잠시 괜찮겠나?」

 뒤를 돌아보니, 그곳에는 사장이 서있었다.

 ―――큰일났다.
 시계를 보니 시간은 7시 반. 사장이 평소에 오는 시간이 되있었다.
 요즘에는 조용해서 방심하고 있었다. 나는 자신의 생각없음을 저주했다.

 나는 언제나 7시 전에는 모리쿠보를 집에 보냈다. 이것은 모리쿠보가 걱정되서이기도 했지만, 나에게있어서 가장 큰 이유는 사장이 이쯤에 회사로 돌아오기 때문이었다.

 「네, 지금 가겠…」

 「아아, 아니. 여기서도 괜찮네. 용건을 알고있지? 모리쿠보 노노에 대해서라네」





 가시방석같은 시간이었다.

 당연하게도 모리쿠보는 사장이 떠날 때까지 내 책상 밑에서 조용히 있었다.

 한달쯤 전부터 사장의 압력이 한층 강해졌다.
 모리쿠보가 이 프로덕션에 소속한지 반년이 지났다. 외부의 일을 하지 않고 편히 지낼 수 있는 시간이 끝난것이다.

 나는 모리쿠보의 의욕을 핑계로 좀 더 시간을 달라고 사장에게 계속 요구했었다. 그때마다 사장은 제대로 면담하고 있는지 나에게 따져물었다.

 그리고 그것을 지금, 모리쿠보가 들었다. 이건 위험하다.

 「…저기…P씨. 저…P씨랑이라면 아이돌 활동해도 괜찮다고……전에 말했는데」

 그랬다.

 얼마전부터 모리쿠보는 아이돌 활동에 적극적인 자세를 나에게 보였다. 내 태도와 사무소의 분위기에서 시간이 얼마 없는걸 눈치챘을것이다. 땡땡이 동맹을 고집하는 나를 곤란하게 하지 않기위해 모리쿠보는 자기 스스로 아이돌 활동을 받아들인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움직이지 않았다.
 즉, 전부 내 잘못인것이다.

 사장과 모리쿠보를 속여서까지, 이 따뜻한 물에 잠겨있고 싶었다.

 이 3개월동안 모리쿠보는 나에게 더더욱 큰 존재가 되었다.

 우울할때도, 모리쿠보와 이야기하다보면 즐거워졌다.
 일이 생각대도 되지 않을 때도, 책상 밑에 있는 모리쿠보의 머리를 쓰다듬으면 힘내자하는 마음이 들었다.

 모리쿠보가 있다. 나는 그것만으로도 자신을 분발시키고, 날아오는 불똥을 쳐낼 수 있었다.

 하지만, 모리쿠보를 잃는 것을 받아 들이는 것, 그것만은 할 수 없었다.

 아무리 용기를 내봐도, 모리쿠보를 잃기 위한 한발자국을 내디딜 수 없었다.

 「…」

 「…P씨?」

 모리쿠보의 눈은 나를 책망하고 있지 않았다. 순수하게 의문을 표하고 있었다.

 왜 내가 거짓말을 해서까지 모리쿠보의 프로듀스를 연장하고 있는것인가. 모리쿠보는 모르겠지.

 모리쿠보는 모른다. 프로듀스의 끝에 기다리고 있는 것은 이별이라는 것을.

 실패하든 성공하든 우리들의 관계는 바로 끝이 난다는것을.

 모리쿠보는 감수성이 강하고, 분위기에 민감한 아이다.

 여기서 얼버무려도 계속해서 모리쿠보와 접하다보면 곧 진실을 눈치챌지도 모른다.

 그리고 모리쿠보는, 나의 동류다.

 진실을 알아 버리면, 나처럼 글러먹은 인간이 될지도 모른다.
 나처럼, 평생 따뜻한 물에 잠겨있고 싶다는 몹쓸 생각을 할지도 모른다.

 그것은 안된다.
 그것만은 안된다.
 모리쿠보에게는 재능이 있다. 지금의 모리쿠보라면 틀림없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

 나와 모리쿠보는 동류가 아니다.
 나는 20대 후반의 아저씨이고, 이녀석은 십대 중반의 미래가 창창한 소녀.
 내가 이 사무소에 있는 이유는 자업자득때문이고, 이녀석이 이 사무소에 있는 이유는 재능이 있기 때문이다.

 모리쿠보를 진정한 의미로 나와 동류로 만들면 안된다.



 「……하아」

 나는 모리쿠보로 들리도록 크게 한숨을 토했다.

 지금부터는 한마디 한마디, 일거수일투족에 미스는 용납되지 않는다.
 조금이라도 실수했다간 모리쿠보가 눈치채고, 최악의 결과를 부르게 될것이다.

 「처음에 말했지? 네 프로듀서가 되서 행운이었다고. 의욕이 없는 너를 담당하면 내 일이 줄어들기 때문이라고. 그런데 정작 너는 쓸데없이 의욕을 내가지고…」

 모리쿠보의 나를 보는 눈이, 바뀐다. 친애와 안심에서 당황과 공포로.
 내가 이어서 하는 말이 제발 상냥한 말이기를 비는듯이 보였다.

 「내 동류라면 알겠지? 나는 지금까지 귀찮은 것들에게서 계속 도망치며 살아왔어. 아이돌 프로듀스같은 귀찮은 일, 나는 하기 싫다고. 그걸 너는말이야…좀 이해해줄줄 알았는데」

 모리쿠보의 얼굴이 비통하게 비뚤어진다. 나도 그럴것같았다. 그 때마다 혀를 깨물고 감정을 막아 참아낸다.

 「대체 뭐가 좋다고 꼬마가 빛나는걸 도와줘야 하는거야. 이쪽은 하루하루 먹고사는게 기껏인데. 당연히 대충하고 싶지」

 나는 더이상 모리쿠보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 책상 밑으로 모리쿠보를 밀어내고, 서로의 모습을 서로의 시야에서 내쫓는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입을 못움직일것 같았다.

 「조금 상냥하게 대해줬다니 바로 꼬리흔들긴. 뭐가 책상 밑이 진정된다는거야. 내 일에 방해된다고. 너 생각있냐?」

 추억을 더럽히는 결정적인 대사를 토한다. 코끝이 찡해졌다.
 참아라.코를 훌쩍거려서는 안된다. 울먹이는 목소리도 안된다. 모든 감정을 삼켜내라.

 「집에 가. 앞으로 사무실에는 들어오지 마. 면담도 이제 끝이야. 사장에게 해고당할수는 없으니까 네 프로듀스는 해주겠어. 다음 레슨까지 프로듀스 플랜을 짜올테니까 레슨 후에 미팅한다. 알았냐?」

 의자를 당기고, 책상 밑에서 나가라고 재촉한다.
 그러나 모리쿠보는 마치 죽은듯이 그곳에서 움직이려 하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팔을 붙잡아 억지로 모리쿠보를 끄집어냈다.

 「자, 집에 가」

 그렇게 말하자 모리쿠보는 터벅터벅 걸으며 엘레베이터를 타고, 그때서야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모리쿠보가 「진실」에 도달하기 전에, 진실이 아닌 「대답」을 준비할 필요가 있었다.
 이걸로 모리쿠보는 진실의 존재를 깨닫지 못하고, 「내가 땡땡이치고 싶으니까」라는 대답을 얻었다.
 상처받았겠지만, 어차피 곧 끊어질 관계다.

 전신에서 힘이 빠진다. 그것과 동시에 눈에서 대량의 눈물이 울컥거렸다.
 모리쿠보의 팔을 잡았던 오른손의 감촉이 사라지질 않는다.

 모리쿠보의 소매는 젖어 있었다.

 모리쿠보의 얼굴을 보고 싶지 않아서 나는 중간부토 그녀의 얼굴을 보지 않았다.
 하지만 그 감촉은, 모리쿠보의 감정을 극명하게 나에게 알려주었다.

 거짓말이라고 말해줘
 내 손에 남은 물기는 끊임없이 그렇게 호소하고 있었다.

 거짓말이라고.

 나는 책상 서랍을 열고, 스테이플러로 묶은 자료를 꺼냈다.
 내용은 모리쿠보의 프로듀스 플랜. 이미 3개월 전에 준비해둔 것이다.

 모리쿠보처럼 마음이 약한 아이라도 비교적 무리없이 어엿한 아이돌이 될 수 있게끔, 고심의 고심을 해서 만들었었다.

 내가 모리쿠보를 프로듀스하기 싫을 리가 없다.
 이적이나 해고같은, 그런 어른의 사정을 빼고도, 그녀를 프로듀스 할 수만 있다면 뭐든지…

 나는 필사적으로 눈물을 참았다.
 모리쿠보와 달리 나는 어른이다. 직장에서 꼴사납게 울 수는 없었다.



 그 이후부터는 금방이었다.

 이전에 프로듀스했던 그녀에게 했던것처럼, 눈을 마주치지 않고 업무연락 이외에는 말도 걸지 않고 담담히 아이돌로서의 일을 한다.

 일 자체는 순조로웠고, 모리쿠보는 네거티브 아이돌로서 지명도를 높여갔다.

 그리고 오늘, 첫 LIVE를 맞이했다.


2/2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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