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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쿠보 양은 오늘도 안녕합니다 - 2. 코시미즈 사치코도 귀엽다&키타 히나코는 백일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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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2-22, 2017 03:48에 작성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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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쿠보 양은 오늘도 안녕합니다 - 1. 모리쿠보는 귀여워에서 이어집니다.



 

코시미즈 사치코도 귀엽다


 「그럼. 모두들 모였으니, 다시 한 번 본 유닛의 컨셉에 대해…………. 저, 코시미즈 씨…… 모리쿠보 양의 모습이 보이지 않습니다만」
 「프로듀서 씨…… 음ー…… 저기에……」
코시미즈 사치코가 가리키는 장소를 본 프로듀서는 「아, 역시나」 하고 탄식하곤 제 목덜미에 손을 댄다.
코시미즈 사치코가 가리킨 곳에 있었던 건, 책상이었다.
책상이다. 사무용 책상이다.
어디서 뭘 보던 아무런 변고 없는 사무용 책상에, 모리쿠보는 "있었다".


(무리〜↑무리〜↓. 무리무리무리무리)
책상 아래에서 머리를 싸맨 채 모리쿠보는 쪼그려 앉아 있었다.
탈피한 직후의 가재처럼 방에 틀어박혀 몸을 지킨다. 이것이 모리쿠보가 14년 간 살아오며 몸으로 익힌 처세술이었다.
(처음 듣는데요ー. 어째서 모두 다 반짝반짝한 상태인 건가요)
떠올린다, 문을 연 순간을.
인외마경이었다.
망상을 작렬하며 사랑하는 왕자님을 몽상하는 키타 히나코.
나 귀엽죠? 하고 자신을 치켜세우는 코시미즈 사치코.
코스프레에 난해한 언어를 쓰는 칸자키 란코.
거기에, 이건 뭐랄까, 에너지 넘치는 히노 아카네.
개성 폭발했습니다.
이건, 이건 완전 대폭발이었다.
(역시 무개성에 튀지도 않는데다 병약한 모리쿠보한테 리더같은 건 무리에요……)
리더로서, 그리고 프로듀서에게 신뢰받았다는 그 긍지를 위해, 놀랍게도 모리쿠보는 10초나 회화를 시도했다.
결과는 참패였다.
그리고, 패잔병으로서 조용히 책상 밑으로 이동했던 것이었다.


 「프로듀서 씨, 저기, 정말 저 사람이 모리쿠보 양, 인가요……?」
 「네.…… 상상 외셨습니까?」
 「다르달까, 오히려 TV에서 본 거랑 완전 똑같아서 놀랐는데요…」
코시미즈 사치코가 놀라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모리쿠보 노노는 346프로의 주력 아이돌 중 하나다.
데뷔 후 파죽지세로 지명도를 높여간 끝에, 이젠 「무리쿠보 무리에요」 라고 불리며 "결국 해버리는 계열 아이돌"으로서 세간의 사랑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아베 나나와 사토 신의 콤비 유닛인 "콤플렉스"와 함께 노래 방송을 맡는 등, 매체 노출은 점점 늘고 있다.

그런 시류의 최선단에 있는 모리쿠보와 유닛을 짜게 되어, 내심 두근두근 조마조마하며 "자신의 색깔"을 그녀에게 보여준 것이 아까 있었던 일이다.
결과는 보시다시피.
히익, 하며 책상 밑으로 기어들어가 버렸고, 사치코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책상 밑에서 「모리쿠보는 우렁이가 될래요……」 같은 말이 들려 사치코를 공포에 질리게 만들었다.


 「뭐, 괜찮겠죠. 언제나 저러니까요」
 「언제나 저래요? 저게 말인가요!?」
 「응, 뭐. 모리쿠보 양 나름의 스트레스 해소법입니다」
 「아니아니아니, 제겐  그렇겐 안 보이는데요! 저거 어떻게 봐도 한 곳에 몰려 극한 상태에 놓인 사람이 하는 행동이라구요!?」
 「괜찮습니다. 모리쿠보 양은 무리일 땐 무리라고 말하는 사람이니까요」
 「아니 진작에 말했는데요! 제 귀가 이상할 리 없으니까요!?」
 「자, 원래 하던 얘기로 돌아가죠」
 「어라, 이거 무시당하는 패턴인가요? 혹시 귀여운 제가 무시당하는 건가요 이거」
사치코가 무어라 말하고 있건만, 흘려들으며 프로듀서는 흠 하고 헛기침을 했다.
실내에 있는 전원이 프로듀서를 주목한다.

 「앞으로 여러분께 룸 셰어(room share)를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룸…… 셰어?」
모리쿠보는 놀란 나머지 그 자리에서 일어서려다 책상에 머리를 헤고칭, 하며 부딪치고 말았다.

 

(* 조사 へ + ゴチン(꽝). 성우 오오하시 아야카의 별명이다. 멋진 꺼라위키 항목 참조.)



키타 히나코는 백일몽



 「여기 계신 다섯 명끼리 자취생활…… 이른바 룸 셰어를 부탁드리려 합니다」
 「모리쿠보…… 금시초문인데요」
 「으음…… 일단 여러분께 사전에 기획서를 보내 드렸을 터인데요」
 「받은 적 없는데요……」
 「그, 그럴 리가……」
 「정말 받은 적 없어요」
 「서…………」
 「서……?」
 「서프라이즈」
이 세상의 부조리를 저주하듯, 모리쿠보는 의심스럽단 듯 프로듀서를 정면으로 쏘아보았다.
프로듀서는 「죄송합니다」 라고 작은 소리로 대답하며 눈을 피했다.


■정신을 가다듬고


 「본 유닛의 컨셉은 이노베이션입니다」
모리쿠보의 반쯤 뜬 눈에서 시선을 피하며 프로듀서는 그렇게 선언했다.
칠판에 끼적끼적 INnoVation이라고 쓴다.
 「프로듀서 씨! 왜 N이랑 V를 대문자로 쓴 건가요!?」
히노 아카네가 기운차게 일어나서 질문했다.
 「그건…… 느낌이 와서입니다」
 「느낌 말인가요! 느낌은 중요하죠!」
히노 아카네는 대답에 만족하곤 기운차게 앉았다.
쾅 하고 의자에서 큰 소리가 났다. 모리쿠보와 칸자키 란코는 벌벌 떨며 히노 아카네로부터 약간 떨어졌다.
 「이노베이션, 즉 혁신이네요. 크게 무언가를 변화시킨다는 것. 허나, 무언가를 바꾸는 것은 엄청엄청 힘들어요. 무언가 바뀔 때엔 언제나 주위에서 반발이 나오죠. 바꾸지 마라, 바꾸지 마라 하며 주변에서 막아세우고, 때로는 큰 방해로도 이어지니까요. 그런 상황에서, 어떤 남성이 이쪽에 손을 내미는 거에요. 히나코, 힘들었지? 이제 다 괜찮아, 내가 있으니까. 그리고, 그 사람의 손을 잡은 우리들은…… 우후훗♪」
 「히나코 씨? 히나코 씨!…… 가 버리신 겁니까」
키타 히나코는 그리스도께 기도하듯 손을 맞잡고, 우후훗이라 말하며 저쪽 세계로 떠나 버렸다.
돌아오는 데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리라.

 「으음…… 히나코 씨가 말한 바와 같이, 본 유닛에서는 기존 아이돌의 틀에 얽매이지 않는 활동을 진행하려 하고 있습니다」
 「여의 맹우여. 고래로부터 전해 오는 전승에는 그에 상응하는 이유가 있는 법이다. 그것을 깨려 하는 이상 피가 흐르게 될 것이니」
 「사실 비즈니스모델 문제여서……」
 「설마, 일곱 번째 봉인마저 풀려 하는 것인가!?」
 「네. 아이돌 업계는 현재 힘든 국면을 마주하고 있기에, 346 측에서도 이제 블루 오션 쪽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었습니다」
 「아아…… 나팔 소리가 들려오노라. 타천한 이 몸으로서도 벗어날 수 없는 것…… 인가」
 「…… 제 속 란코 씨의 이미지랑 좀 다른 것 같은데…… 기분 탓이려나요. 근데 프로듀서 씨, CD데뷔라던가 그런 건 어떻게 되는 건가요?」
 「현재 기획 검토 중입니다」
 「…… 엣?」
코시미즈 사치코는 눈을 둥글게 떴다. 그도 그럴 만 하다. 346프로"답지 않은" 일이니까 말이다.
346프로의 아이돌 데뷔에는 어떤 스테레오타입이 존재한다.
CD 데뷔를 통해 폭발적인 인기를 얻는다는 정형이다.
최근의 예를 들자면【Triad primus】를 생각하면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녀들은 데뷔 전에는 무명의 재투성이였으나, CD 데뷔와 그 프로모션을 통해 하루아침에 아이돌의 계단을 뛰어넘었다.
그도 그럴 만 하다.
기존에는 업계 굴지의 아티스트를 기용하여 작사・작곡・PV제작을 맡겨 왔으며, PV에 사용된 의상은 346프로 전속 여성복 브랜드의 맞춤의상이다. 【Triad primus】멤버들의 레슨에선 해당 분야의 프로가 Vo・Vi・Da를 가르치는 호사를 누린다. 무명 아이돌이지만 일류 뮤지션같은 대우를 받으며 데뷔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아이돌들의 연습량과 그 압박도 엄청나긴 하지만.
그런 이유로【Triad primus】의 화려한 데뷔는 확정된 것이었다.
346에서 데뷔하면 본전은 뽑는단 건 이런 거려나.
참고로【콤플렉스】는 CD데뷔를 통해 컬트적인 인기를 얻었다.

이런 식으로 346에서 유닛 데뷔하면 하룻밤만에 재투성이에서 공주님이 될 수 있다지만, 모든 것엔 준비가 필요한 법이다. 돈과 시간과 인력자원을 대량 소모하게 되니까, 정성들여 할 수밖에 없을 터다.
그러니까 오래 전에 노래부터 시작해서 전부 결정된 사안이었을 거라고 코시미즈 사치코는 생각했으나, 아무래도 아직도 기획 단계인 모양이다.
현지 기획 중이라고 하면, 실제로 CD데뷔하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릴 것인가? 사치코로서는 상상이 되질 않았다.

 「그래서…… 유닛명은 결정됐나요……?」
모리쿠보가 힘없이 프로듀서에게 물었다.
모리쿠보는 사실, 한 번 「한다」 고 했으면 절대 포기하지 않는 의지의 소녀이다.
그런 고로 기본적으로 「한다」 고 하지 않는 소녀이기도 하다만. 무리무리무리라며 말을 피하고, 미루고, 결국엔 책상 밑으로 숨어 버리는데 뭐 그건 애교지.
그런 모리쿠보를 보며 프로듀서는 곤란하단 듯 목덜미에 손을 갖다대며,
 「일단 기획상 가칭은 있긴 합니다만……」
 「어떤…… 이름인가요? 설마 이상한 건 아니……겠죠」
모리쿠보는 주위를 둘러본다. 통일성 없는 이 아이돌 집단에 어떤 이름이 붙게 될지 전혀 감이 잡히질 않는다.
【칠흑의 타천사】?【봄버즈】?【왕자님 모집중】?【귀여운 저와 다른 분들】?【모리쿠보입니다만 문제라도】?
뭐가 오더라도 이상할 것 없으니, 모리쿠보는 방어자세를 취한다.
 「【템페스트】, 입니다」
 「【템페스트】……」
 「어디까지나 가칭이기에, 여러분들의――」
유닛의 이름을 들은 순간 모리쿠보의 마음 사이엔 평온함이 가득 찼다.

모리쿠보에겐 난생 처음 짜 보는 유닛 데뷔다. 지금까지 했던 솔로 활동이랑은 완전 다르겠지.
멤버들 간의 교류도 아직 없다. 누가 누군지도 겉핥기로밖에 모른다.
방에 들어간 이후 멤버들끼리 대화도 안 했다. 모두 대화는 프로듀서랑 한 게 전부다.
마치 막 입학한 중학교 교실 같은 분위기가 방 안을 감쌌다.
아마 모두 불안한 거겠지.…… 뭐 불안하다기엔 자기 어필이 정신나갔었지만.
만난 적도 없던 소녀들이 모인 것이니 당연한 노릇일 것이다.
모리쿠보로선 그걸 왠지 몰라도 알 수 있었다.
우리 유닛――【템페스트】는 개성파로 구성된 유닛으로 인지되는 거겠지.
불안하긴 하다.
하지만, 왠지 즐거울 것 같았다.



 「모리쿠보 양, 잠깐 괜찮으실까요?」
【템페스트】의 첫 대면이 끝나고 자 이제부터 서로 친교를 다지기 위한 담소에 들어가려는 참에, 프로듀서가 모리쿠보를 막아세웠다.
 「이번 룸 셰어 건, 사전 설명을 드리지 못해 정말 죄송합니다」
 「깜짝 놀라긴 했지만…… 괜찮아요. 기숙사에서 짐 빼려면 힘들겠지만요……」
 「아…… 그 건에 대해서 말입니다만」
프로듀서가 입을 떼기 어려운 듯, 멈칫했다. 그리고 다시 입을 열었다.
 「이번엔 비용 절감 때문에, 그」
 「……?」
 「작은 방 4개로 결정되었습니다」
 「…… 예에?」
방이 4개. 멤버는 5명.
간단한 뺄셈이 아닌가.
 「…… 메, 멤버 중에 누군가 기숙사에 남는다던가요?」
 「아뇨, 전원 거주하도록 결정했습니다」
 「…… 어째서 지금, 모리쿠보에게 이 얘기를 하는 건가요……?」
대답은 침묵이었다.
모리쿠보의 얼굴이 이해한 표정으로 바뀌어간다.
 「…… 설마, 제 방이…… 없나요?」
 「크, 큰 거실이 있습니다」
 「………………」
 「………………」
 「무리무리무리무리무리쿠보인데요아이돌그만둘게요오오오!!!」
 「미소, 미소지으며 나아가죠. 괜찮아요미소가있으면미소니까!」

이리하여, 모리쿠보의 어려운 자유가 시작되었던 것이다.

 

 모리쿠보 양은 오늘도 안녕합니다 - 3. 히노 아카네는 태풍으로 이어집니다.

 


 

 한 편만 올리기엔 용량이 너무 적어서 두 편 합본으로 보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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