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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리 "야생화 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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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2-19, 2017 14:59에 작성됨.

https://www.fanfiction.net/s/8742298/1/Picking-Wildflowers - 원본입니다

 

 

"그럼, 오늘은 모두들 오프인 데다가 특별히 계획도 없으니까, 모두 같이 공원에 놀러 가자!" 하루카가 동료 아이돌들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 언제나처럼 활기차고 친화력 있는 모습이었다.
"내가 왜 너희 서민들이랑 같이 공원에 가야 돼?" 이오리가 콧방귀를 뀌었다. "격이 안 맞잖아."
"마빡아, 그러지 말고~" 미키가 씩 웃었다. "재밌을 거야. 공원 수영장에서 같이 수영도 할 수 있는 거야~"
"그렇게 부르지 마! 그리고 조용히 해! 내가 너랑 같이 수영할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미키 상처받은 거야~" 금발의 소녀가 씩씩대며 말했다.

 

"그래서, 어떻게 생각해?" 하루카가 말했다. "내 말은, 지난주에 엄청 큰 라이브도 있었고, 그 때문에 리허설도 많이 했고, 아미 쨩이랑 야요이 쨩은 광고도 찍고 있으니까... 예전처럼 다 같이 놀 시간이 없었잖아. 그래서 난... 좋을 것 같았는데..." 하루카가 어깨를 으쓱이며 말을 줄였다. "그치만 싫다면..."
"좋은 생각이야, 하루카 쨩." 치하야가 갑자기 말했다.
"진짜?" 하루카가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치하야 쨩, 고마워!"
"난 가도 될 것 같은데." 마코토도 거들고는, 하루카의 말에 따르자고 제안하는 듯 다른 아이돌들을 보고 씩 웃었다.
"그래, 나도 갈게!"
"그것도 나름대로 괜찮겠군요."
"저도 가-가고 싶어요..."

 

아이돌들이 하나하나 하루카의 의견에 동의했다. 그 때마다 하루카의 웃음이 커졌다.
"그럼 준비를 하자!" 하루카가 말했다. "도시락 가방은 내가 쌀게! 그리고 특별한 것도 만들어야지. 디저트가 좋을까..." 그러고는 먹을 것을 찾아 주방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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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리는 눈을 감은 채 숨을 깊이 들이쉬고 자연을 만끽하고 있었다. 해는 밝게 빛나고, 새들은 지저귀고, 공원에서 보내기에는 거의 완벽한 날이었다.

 

미키가 이오리를 가만히 놔 두기만 한다면 말이다.

 

"마빡아~"

하, 제발. 최악의 사태에 대비하며 이오리는 몸을 돌려 웃고 있는 금발 소녀를 보았다. "왜?"

 

"주먹밥 나눠 먹을래?" 미키가 주먹밥을 하나 꺼냈다. 하루카가 만들어 준 모양이었다. "미키랑 널 위해서 아껴 놓은 거야~ 주먹밥 맛인 거야!"
"나 밥 먹었어." 이오리는 퉁명스럽게 말하고 뒤돌아 턱을 들었다. "다른 사람이나 귀찮게 하지 그래?"
"미키랑 수영은 안 하는 거야?"
"안 한다고 했잖아! 수영복도 안 가져왔어, 이 멍청아." 이오리가 눈을 굴렸다.
"으음." 미키는 잠시 뭔가를 생각하더니, 갑자기 무슨 생각이 떠올랐는지 손가락을 하나 든 채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그럼 미키랑 같이 꽃 따러 가자!"
"응?" 이오리가 눈을 깜박였다. 혼란스러워서 평소의 도도한 태도도 잠깐이지만 나오지 않았다.
미키가 숲을 향해 손짓했다. "미키, 들어오면서 저쪽에서 꽃들을 좀 본 거야. 네가 좋아할 거라고 생각한 거야!"

 

이오리가 다시 눈을 깜박였다. "그러니까, 음..." 생각해 보면 싫다고 말할 이유는 없었다. 그렇다고 미키랑 같이 가고 싶은 건 아니었지만. 하지만 여기 그냥 앉아 있는 것도 좀 지루한 일 아닌가. "괜찮을 것 같은데...?" 갑자기 후회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너무 늦어 버렸다.
"예이!" 미키가 손뼉을 쳤다. "미키 기쁜 거야!" 미키는 이오리의 손을 잡아끌었다. 이오리는 발을 헛디뎌 넘어질 뻔해서 소리를 질렀다.
"바보! 날 죽이려는 거야?" 손을 뿌리치고 옷에 있지도 않은 먼지를 털며 이오리가 쏘아붙였다.
"미안한 거야~" 미키는 별로 미안한 눈치도 아니었다. 미안해하는 게 미키답지 않기도 했지만.

 

둘은 그늘진 숲 안쪽으로 얼마간 조용히 걸어들어갔다. 이오리는 애초에 왜 미키를 따라 좋다고 숲으로 들어갔는지 생각하고 있었다. 미키와 지낸 경험에 비춰 볼 때 아마 좋게 끝나지는 않을 것 같았다. 이 바보 같은 아이돌이 하는 일이 좋게 끝날 리 없었다. 절대로.

 

이오리가 포기하고 화난 채로 다른 아이돌들에게로 돌아가려던 순간, 둘 앞에 꽃밭이 나타났다. 눈앞에 겹겹이 보이는 동산들에는 무성하게 자란 녹색 풀과 함께 빨간색, 노란색, 흰색, 보라색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편하게도 왔네." 이오리가 한숨쉬었다.
"예이! 도착한 거야!" 미키가 활짝 웃으며 들판 한가운데로 깡총깡총 뛰어가서 털썩 앉았다. 그러고는 부드럽게 흔들리는 꽃잎들 한복판에서 이오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마빡아, 미키한테 와!"
"음... 난 별로." 이오리는 깨끗한 옷에 흙이 묻지 않도록 들판 가장자리에 조심조심 앉았다. 미나세 가의 유일한 소녀가 치마에 흙 따위를 묻히고 다닐 수는 없었다.

 

"아우~" 미키가 이오리 쪽으로 굴러오며 꽃들을 깔아뭉갰다. 이오리의 발치에 멈춘 미키의 긴 금발머리에는 꽃잎과 먼지가 달라붙어 있었다. "미키, 널 위해서 꽃 딴 거야!" 그러고는 분홍색 꽃 한 송이를 내밀었다.
"바보. 꽃밭 한복판에 있는데 네가 준 꽃 따위를 받으라고?" 말은 그렇게 했지만 이오리는 꽃을 받아서 연약한 줄기를 흰 손가락으로 조심스럽게 감쌌다. 미키는 이오리를 보고 웃더니 저 위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늘, 정말 예쁜 거야~" 미키가 꿈꾸듯이 말했다. 이오리는 위를 슬쩍 쳐다보았다. 정말 멋진 하늘이었다. 바다보다 깊은 푸른빛의 하늘에 흰 구름이 점점이 떠 가고 있었다... 이렇게 예쁜 하늘을 여태 굳이 보지 않았다니, 참 웃긴 일이었다...

 

미키를 다시 내려다보자 미키는 이오리의 발목을 벤 채 잠들어 있었다.
"멍청이." 이오리가 중얼거렸다. 하지만 미키가 그 목소리를 들을 수 없기 때문인지, 약간 애정어린 말투였다. 이오리는 가만히 앉아서 미키의 가슴이 숨쉴 때마다 오르락내리락 하는 걸 지켜보았다. 입가에 작은 미소가 퍼졌다.

 

아우... 그렇게 나쁜 아이는 아니잖아, 그렇지? 예전보다는 괜찮을지도 몰라. 어쩌면 이제서야 철이 드는 걸지도...

 

미키가 밝은 초록색 눈을 뜨고는 손을 뻗어 이오리의 얼굴을 잡았다. 이오리가 물러나기도 전에 미키의 입술이 예상치도 못하게 그녀의 입술에 겹쳐졌다. 부드럽고 따뜻했다.

 

이오리는 그대로 얼어붙었다. 꽃이 손에서 미끄러졌다. 심장은 말 그대로 잠깐 멈춘 듯 했다. 본능적으로 든 생각은 미키를 밀쳐내고 일어서서 도망치는 것이었지만 -아니면 뺨을 때리고 나서 도망치거나- 뭔가가 이오리의 발을 묶었다. 물론 예상 못한 일이었지만... 꽤 좋았다. 인정하려는 건 아니었지만.

 

미키가 입술을 뗐다. 즐거워하는 표정이었다. "헤헤헤~ 미키는 좋았던 거야~"
"뭐..." 이오리가 말을 잇지 못하고 고개를 흔들었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고 있었다.
"한번 더 할래~?" 미키가 초록색 눈을 반쯤 감은 채 이오리에게 몸을 기댔다.
"자-잠깐!" 이오리가 더듬더듬 말했다. "갑-갑자기 왜 이러는 거야?" 미키의 크고 순진한 눈을 바라보자 이오리의 얼굴은 불편하게 달아올랐다.
"당연한 거 아냐? 미키 마빡이 좋아하는 거야!"

 

"그렇게 부르지 마!" 이오리가 반사적으로 쏘아붙였다. 그러고는 곧바로 지금은 그런 말을 할 때가 아니라는 데에 생각이 미쳤다. 이오리의 얼굴은 더 새빨개졌다. 다행히도 미키는 뭔가 깊은 생각을 하느라 이 이오리답지 않은 모습을 눈치채지 못했다.

 

"이오리 쨩..." 미키가 곰곰이 생각하며 얼굴을 찌푸렸다. 정말 깊은 생각을 하는 모양이었다. "미키는 마빡이가 이오리 쨩보다 더 좋은 거야." 그게 미키의 결정이었다. "어쨋든 둘 다 너인 거야. 그리고 넌 내꺼야."
"멍청이. 말도 안 되는 소릴." 하지만 이오리는 눈을 감고 미키가 다시 입을 맞추는 것을 그냥 두었다.

 

이윽고 미키가 입술을 뗐다. "이제 돌아가야겠지, 그치?" 벌떡 일어서며 미키가 말했다.
이오리의 마음 속에 갑자기 끔찍한 상상이 떠올랐다. 미키가 아이돌들 한복판에서 방금 키스당했다고 선언하는 상상이었다. 그 미나세 이오리에게. 미키가 먼저 시작한 것이었음에도 말이다. 어쨋거나 그 생각 때문에 이오리는 몸서리를 치고는 미키의 팔을 꽉 잡고, 위협적인 목소리로 협박을 했다. "너, 여기서 있었던... 있었던 사건, 밖에서 한 마디라도 꺼내면, 내가 죽여 버릴 거야. 천천히, 고통스럽게 말이야."
"알겠는 거야!" 미키가 씨익 웃고는 손을 내밀었다. 이오리는 그 손을 잡았고, 두 소녀는 함께 들판을 걸어나갔다.

 

 

꽃은 거들 뿐이다

본가는 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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