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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에리엘 드롭아웃

댓글: 8 / 조회: 2073 / 추천: 5



본문 - 02-17, 2017 22:27에 작성됨.


치에리엘 드롭아웃


2: 2017/02/16(목) 23:24:35. 75 ID:LGAxRdjco

 요즘 뭔가가 이상해요, 라고 오가타 치에리가 말을 꺼냈다. 치에리가 코히나타 미호에게 상담을 요청한건 정기레슨이 끝난 직후였다.
 언제나 소극적인 치에리가 상담을 요청한 이상 거절할 이유는 없다. 안그래도 미호는 의지해온 사람에게 차갑게 대하는 사람이 아니다.
 고뇌하는 새끼양을 구원해주는것은 천사로서 당연하다는걸 감안하면 역시 미호는 천사가 맞다는 증명이었다. 지금 화제인 마계천사 미호릴인것이다.



 이상해요, 라고 말하고나서 눈을 두리번 거리며 망설이는듯한 치에리를 보고, 미호는 조용히 미소지으며 지켜보기로 했다.
 서둘러서 말하게 하기보다는 기다려주는게 낫다. 억지로 말하게 해봤자 당황해할 뿐일테니, 그럴바에는 치에리의 페이스로 말하게 해주는것이 정답이다.
 한동안 침묵하던 치에리는, 이윽고 미호에게 정면으로 시선을 향했다.




 「실은──날개가, 검어졌어요」




 …………………。
 응? 응응?? 응응응???
 눈을 몇번 비빈다.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가 되기도 전에──아니, 정말 그 이전의 문제로서 왠지 굉장히 충격적인 광경이 펼쳐져있었다.
 치에리의 등 뒤에 무언가가 있었다, 라기보다는 등에서 직접적으로 무언가가 나있는듯한. 묘하게 거무스름한듯이 보이는 하얀 날개같은게 나있는듯한.



 아니, 아니아니아니.
 그런 말도 안되는 일이 있을리 없다. 인간에게 날개는 없다. 날개는 없는것이다.
 애초에 치에리는 아직 날개가 검어졌어요, 라고 밖에 말하지 않았다. 무슨 날개인지는 말하지 않았다. 자신에게 난 날개라고는 말하지 않은것이다. 틀림없이 소도구인 날개가 더러워졌다거나, 그런거겠지..




 펄럭펄럭, 펄럭펄럭




 …………………。
 펄럭이고 있어─!?




 지금 목격하고 있는 광경이 과연 현실인가, 혹시 전부 꿈인게 아닐까. 그러고보니 아직 낮잠 안잤고, 이렇게 날씨가 좋은데 아직도 낮잠을 자지 않았다니 그야말로 거짓말같은 이야기이니, 꿈인게 틀림없을것이다.
 꼬집.
 아팠다.
 즉, 꿈이 아니었다.



 이렇게 된 이상 이제 현실을 받아들여야 할것이다. 다행히도 괴롭고 슬픈 일은 아니다. 오히려 행복한 것일지도 모른다.
 여하튼 미호가 지금 보고 있는것은──천사의 날개, 일지도 모르니까.



 「저기, 저 어떡해야……!」

 「미안 치에리쨩. 잠깐만 기다렸으면 좋겠는데」

 「네.……아, 링도 조금 검어졌다. 닦아야지」

 「아하하그렇네더러워졌으면닦아야겠네」



 치에리의 머리 위에 금빛으로 빛나는 링이 갑자기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서 튀어나왔지만 이제와서 신경쓸건 아니었다. 머리 위에서 뿅하고 손수건이 나와서 링을 닦고있지만 신경쓸 필요는 없다. 신경쓰면 안된다.
 이 이상은 뇌의 처리가 따라가질 못하겠습니다.
 미호는 치에리에게서 눈을 떼고,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서 심호흡을 했다..
 들이마시고—, 뱉고—.
 들이마시고—, 뱉고—.
 좋아, 진정했다. 아니, 솔직히 아직 당황을 다 숨길 수는 없었지만 그건 그냥 익숙해질 수 밖에 없었다.



 「치에리쨩.……저기, 그, 날개가 검어졌다고?」

 「네, 맞아요! 저, 이대로라면 타천해버리는게 아닐까해서 불안해서──」

 란코쨩 이외에게서 타천같은 말을 들을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었다.

 「지, 진정해 치에리쨩. 일단 원인부터 생각해보자? 천사(?)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우선 원인부터 특정해야겠지?」

 「아, 네, 넵……저, 당황만 하고, 그런건 전혀 생각 못했어요……역시나 미호쨩, 아뇨, 미호릴쨩이네요.」

 「잠깐」





 「?」

 치에리는 멍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한다. 귀여워. 아니 아냐, 그게 아냐.

 「잠깐. 에, 저기, 잠깐만」

 「에? 왜 그러세요, 미호릴쨩. 그러고보면 아까부터 좀 이상하네요……」

 「그거, 그, 미호릴이 뭐야?」

 「에, 미호릴은 미호쨩의 천사명이잖아요? 프로듀서씨가 말했어요. 『아─코히나타쨩 레알 천사, 레알 성천사 미호릴』, 이라고」

 「무무, 무슨 말을 하고 다니시는건가요, 그 프로듀서씨는! 저, 정말 천사라니, 부끄럽게──」




 ──가 아니야!!
 부끄러워 하고 있을 때가 아니야!!




 「저기, 치에리쨩 설마……내가 천사라고 생각해서 날개에 대해 물어본거야?」

 「네. 그러고보면 미호쨩은 날개가 몇개인가요? 저는 계급이 낮아서 2개지만, 미호릴쨩이라면 분명 12날개의 치천사겠죠?」

 「과대평가가 무서워」

 참고로, 12날개의 천사는 후에 타천해서 마왕이 되는 최상위이면서 특수한 천사이지만, 미호는 그런건 모르고 치에리도 그렇게까지 깊게 생각해서 말한건 아니었다.



 어쨌든 오해를 풀어야 한다. 자신은 천사가 아니라고.……이 시점에서 이미 치에리가 인간이 아니라 천사라는것을 인정해버렸지만.
 설마 정체가 들키면 그 사람을 지워야하거나 하는 규칙이 있는건 아닐테고.……아니겠지?

 「저기, 치에리쨩. 이런 말해서 굉장히 미안한데……」

 「왜요, 미호쨩? 설마 천사가 아니라 인간이라는 말은 아니겠죠……? 만약 그렇다면 조금, 유감인데……」



 선택지를 잘못 고른걸지도 모른다..
 애초에 처음에 치에리에게 상담을 받은 시점에서 망한걸지도 모르지만.
 아니, 아직 희망을 버리면 안된다.
 희망이란 버린 시점에서 그 인간에게 오지 않는 것, 이라고 말하면 지나칠지도 모르지만, 그렇다고 희망을 포기한 사람에게 신은 미소짓지 않을것이다.
 원하고 목표함으로서 사람의 꿈은 이루어진다, 바라는 것으로 소원은 이루어진다.

 가챠를 지르지 않으면 나오지 않는 것이다!



 「호, 혹시나해서 묻는데, 뭐가 유감인걸까……?」

 「……상사한테 혼나고 시말서 써야돼요.」

 치에리에게 유감이었다.



 그럼, 치에리의 시말서가 확정됐으니, 이야기를 다시 되돌리자. 치에리의 날개가 검어진 이유가 무엇인가하는 화제로.
 ……미호는 설마 자신의 인생에서 천사가 날개가 검어졌는데 어떡해야할까, 같은 상담을 받게 되리라고는 꿈에서조차 생각한적 없었지만, 인생이란 때때로 생각대로 되지 않는 법이다.



 그렇다해도, 애초에 날개가 검어지는 시스템 자체가 미호에게는 이해 밖의 사건이며, 그렇기에 상담을 받아봤자 뭔가를 해줄 수 있는건 아니다.
 그러나 치에리가 곤란해하고 있다는건 분명했고, 인간인 자신이 이해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뭔가 힘이 되줄 수는 있다고 생각했다.




 「실은 날개가 검어진 이유에──더러워진 이유에, 짐작가는게 하나 있어요」

 「그렇구나! 그게 뭐야?」

 「그, 그렇……그렇게 부끄러운건 말 못해요! 금기에는 접하면 안돼요!」




 금기라고 말할 정도로 부끄러운건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그렇지만, 이래서야 이야기가 진행되지 않는다. 말하기 싫다면 억지로 캐묻지 않는게 좋을지도 모르지만, 그래서야 굳이 미호에게 상담을 한 의미가 없어진다.
 미호는 고민했다.
 과연, 어떻게 해야할것인가──



 「리이나쨩을 좋아한다고는, 절대로 말 못해요!!」

 방심한 사이에 하드펀치를 먹은듯한, 그런 감각이었다.
 덤불을 찌르면 뱀이 나온다는 말도 있는데, 미호에게는 덤불을 찌를지 말지 고민하고 있었더니, 갑자기 아나콘다가 튀어나온 격이었다.



 아니, 미호가 그런 취향에 대해 차별감정이 있는건 아니었다. 물론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애초에 미호는 연애감정이란것 자체를 명확히 이해하지 못했다.
 자각증상이 없는 병처럼, 누군가를 좋아한다해도 그것을 명확하게 자각할 정도는 아니다.
 그렇기에 치에리가 리이나를 좋아한다고 확실하게 말한것에 대해서는 오히려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일반적인 가치관을 가진 미호에게는 충격이 너무 컸다. 물론 차별적 감정은 아니다.
 설마 치에리가 리이나를 좋아했을 줄이야, 라는 것이다.
 같은 동아리에서 자기가 게이라고 공언하던 친구가, 사실 나 여기의 여자 매니저를 좋아해, 같은 말을 하면 당연히 놀란다. 그런 것이다.
 솔직히 미호도 이 충격의 발언이 마에카와 미쿠에게서 나왔었다면, 『아, 역시』라고 생각하고 말았을것이다. 그런 것이다.



 「그, 그러니까……언제부터였어?」

 「Masque:Rade때 함께 유닛으로 활동하고, 할로윈 가장도 같이 하고, 그러는 사이에 어느새──리이나쨩, 상냥하고, 멋져서……미호쨩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요!?」

 「그, 그렇네……」

 「에헤헤, 그렇죠. 그래도 안돼요. 리이나쨩은 못줘요!」



 아하하, 라고 경직된 미소로 얼버무리는 미호. 부끄러워서 말할 수 없지만 그래도 사실은 너무나 말하고 싶었던게 아니었을까하고 생각했지만, 어떻게든 참고 말하지는 않았다.


Masque:Rade

 

할로윈

 이야기를 되돌리자. 날개가 더러워졌다──였지. 그것과 리이나를 좋아하는 것과 어떤 관계성이 있을것이다.
 확실히 그건 뭐, 다소 드문 경우일지도 모르겠지만,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건 당연한 감정이고, 그것이 원인이 아닐까 새각했지만, 미호는 영 납득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미호의 가치관이며──즉, 인간의 가치관이다.
 근본적으로, 다르다.
 인간과 천사는, 다르다.
 아마도. 틀림없이. 다를것이다. 천사적으로는 다른게 아닐까, 뻔한 설정이지만 다르겠지. 가치관의 차이가 있겠지. 미호는 억지로 결론을 냈다.




 「아무래도, 리이나쨩이 자고 있을 때 몰래 쇄골에 키스한게 문제였던걸가요……?」

 정정, 인간적으로도 아웃이었다.




 아와아와아와, 하며 미호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치에리쨩 대단해. 자고있을때 키스하다니 엄청 대담. 위험해. 대단해. 그런데 그 모습을 상상하니까 한동안 리이나쨩 얼굴도 못볼지도. 위험해.
 순정무구, 청렴결백한 소녀인 미호에게, 쇄골에 키스를 한다는 행위는 굉장히 부끄럽게 들렸다.



 「저, 저기, 저기, 그런건 서로 깨있을 때 해야하는게 아닐까하는데!?」

 합의 후에 쇄골에 키스하는것도 나름대로 레벨 높은 플레이같지만, 유감스럽게도 미호의 성적지식은 수업시간에 배우는 성교육 수준인 일반적이고 상식적인 모범생이었다.



 「그렇, 네요……역시 자고있을 때 덮치다니 이상하죠……」

 「에, 아, 아니, 덮쳤어……?」

 「저도 알고있었어요. 미호쨩의 말대로에요. 저는 자고있을 때 밖에 키스마크를 붙이지 못하는, 비겁한 천사에요……」

 「아니, 그렇게까진 말하지 않았는데……」




 「우우, 이런, 이런 저따윈──타천해서 지옥에 떨어질거에요오오오……!」

 「갑자기 네거티브 해지지 말아줄래!? 잠깐, 삽으로 바닥을 파도 타일은 못판다니까, 스톱, 스톱!!」

 「아이돌이라면 어떤 곳이든 파고,파고, 또 파서 뚫어버리는것이 상식이에요.」

 「나는 못하는데!?」



 아아, 정말. 이제 어떻게 해야되는거야. 치에리가 이렇게 되어선 자기 혼자서는 대처할 수 없다. 이럴때는 미쿠나 미오같은 사람이 있어야하는데, 어째선지 아무도 오지 않고.
 ……아니, 정말, 왜 아무도 오지 않는거지?
 레슨이 끝난 시간이니까 평소라면 일을 끝내고 온 아이나, 다른쪽 레슨 룸을 쓰던 사람이 몇명은 왔을텐데.
 뭔가가 이상하다──핫, 설마 이것도 천사의 힘!?

 ──쿠궁!



 딱 좋은 상태로 미호의 머리도 이 공간에 길들여졌을 쯤에, 문이 크게 열리는 소리가 울렸다.

 「네, 안녕하세요, 데레터링입니다……아, 이거, 간판만 보여주면 되는 일이고, 이제 가도 될까?」

 《데레터링》이라고 크게 쓰여진 간판을 들고있는 후타바 안즈가 있었다.



 「데, 데레터링……?」

 상황파악이 안된 미호는, 치에리와 안즈를 번갈아 보았다.
 간판에는 데레터링이라 쓰인 4글자.
 신데렐라 걸즈를 모니터링의 약칭인 데레터링이며, 모 TV프로와는 일절 관계없는 346 프로덕션 오리지널 컨텐츠, 루루(ルールー)에서 시리즈가 절찬 공개중인 인기 프로그램이다.
 한편 카나코는 카메라 바깥쪽에서 차와 과자를 인원수분 만큼 척척 준비중이었다. 기분탓인지 인원수에 비해 양이 다소 많아보였지만, 사춘기 소녀들에게 과자는 별복, 얼마든지 먹을 수 있으니 아무 문제 없다.



 「그래, 데레터링. 이번 화는, 미호쨩이 치에리쨩에게 금단의 감정을 들었을 때 어떤 반응을 하는가, 였어.」

 「에……그렇다는건, 즉?」

 「사실 리이나쨩 안좋아해요……앗, 물론, 친구로서는 정말 좋아해요! 정말, 정말이에요! 사이나쁜거 아니에요!」

 「수수께끼의 기준이구나……괜찮아, 치에리쨩. 시청자들도 미호쨩도 그건 거짓말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니까. 응?」

 「응, 당연하지」

 「휴우……그러면 다행이에요」




 한편 책상 위에는 어느새 홀케이크가 놓여져있었다. 방금 전만해도 이런건 존재하지 않았다고 생각하지만, 한창때의 소녀들은 과자를 연성할 수 있다고하니 아무 문제 없다.



 「뭐, 미호쨩은 기대대로 재밌게 놀라면서 상냥하게 대응했으니까. 이건 물론 치에리쨩의 설정, 각본을 쓴 안즈 덕분이니 특별수당 나오겠지? 에, 수당은 이 과자랑 케이크라고? 아니아니아니! 현금, 머니는!?」

 「맛있으니까 괜찮아?」

 「……맛있으니까 괜찮나!」

 어라? 안즈쨩 세뇌된거 아냐?



 후일담. 혹은 마무리.

 「그런데 그 날개는 어떻게 한거야? 마술같은걸까?」

 「에? 그건 이렇게, 공간의 인식을 만지면……네!」

 「………………에?」

 「엄밀하게 말하면 출현시킨게 아니라, 인간의 시각 인식을 속여서 보이게 한거에요.」

 「………………엣?」




 끝




 마계천사 치에릴・아리에스. 아무것도 아닙니다.
 가브릴 드롭아웃에서는 귀여운 비네쨩을 좋아합니다. 나도 칠칠맞지 못하니까 돌봐주면 좋겠다.
 감사합니다.



결국 치에리는 천사인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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