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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자키 란코 「정말 좋아해!!」(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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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2-13, 2017 22:45에 작성됨.


칸자키 란코 「정말 좋아해!!」(5)



 【19살/춘색난만】


 「안부르나요?」

 「마력을 저장하고 있는 중이기에」
 (파워를 모으고있어)

 「그렇군요」


  오후의 낮잠을 시작한지 4일째.
  방문한 카에데에게 란코는 쿠션 하나를 권했다.

 「실례합니다」

 「마음 편히 쉬고가도록」
 (부디)

  여자 기숙사 앞의 정원, 위풍당당하게 서있는 한그루의 벚꽃나무.
  자랑하듯이 올해도 잔뜩 핀 벚꽃잎이, 나무그늘에 화려한 융단을 수놓고 있었다.
  누워있는 란코와 카에데와, 날아다니는 작은 나비만이 이 특설무대를 만끽하고 있었다.




 「봄은, 좋네요」

 「흠. 땅이, 하늘이, 끓어오르는 마력으로 가득하군」
 (응. 따끈따끈해서 좋아)

  란코는 봄을 좋아했다.
  란코는 봄을, 여름을, 가을을, 겨울을 좋아하고, 세계를 사랑했다.

 「늦어서 죄송해요」

 「걱정할 필요 없다. 나의 영혼도 바람의 속삼임을 따랐을 뿐.」
 (으응. 내가 그냥, 멋대로 한거니까)

 「마실래요?」

 「됐습니다」

 「좋은 술인데」

  안고있던 하츠사쿠라 한 병을, 나무기둥에 세워놓는다.


 「세기말 가희」
 (카에데씨)

 「네」

 「아이돌, 정말로 그만둘거야?」

 「네」

 「……그렇구나」

  여자 기숙사는 오늘도 소란스러웠다.
  누군가가 실수로 세팅해둔 알람이 울고, 무언가가 떨어진 소리가 들렸다.


 「우즈키쨩한테 져서?」


  4월의 바람이 불었다.
  초록색 융단이 흔들리고, 선명한 벚꽃이 흩어졌다.





 「저는, 기뻤어요」

  하늘을 향해 쭉 뻗은 손에, 한 조각 연분홍빛 꽃잎이 춤추듯 스쳐지나간다.
  아주 작은, 바람이라고 표현하기도 미약한 바람에 흩날려, 어딘가로 날아가버렸다.

 「다들 괜찮을거라고, 그걸 알아서」

 「허나, 허나 가희여. 그대는 지금」
 (……그치만! 카에데씨는 지금)

 「란코쨩」

  몸을 벌떡 일으킨 란코에게 카에데는 누운 채 미소지었다.
  신비한 색의 눈동자에 사로잡힌 란코는 시선조차도 굳어져버렸다.


 「제가 봐온 세계를, 알고싶나요?」


  란코가 군침을 삼켰다.
  나무에 기대진 술병이, 놀리는듯이 반짝이고 있었다.


 「나는──」





 「안돼~요♪」

 「……엣?」

 「술도 비밀도, 묵혀두는게 맛있으니까요」

 「……」

  부풀어 오르기 전의 뺨을 쿡 찌르고.
  부풀어 오른 뺨을 쿡 찌르고.
  공기가 빠진 후의 뺨도 쿡 찌른다.
  만족스워보이는 카에데의 미소에, 란코는 다시 잔디 위에 드러누웠다.

 「란코쨩」

 「……왜?」

 「안부르나요?」

 「……싫어」



 「대마술의 의식을 준비하기 위하여?」
 (파워를 모으고 있어서요?)

 「……숨겨진 언령이 힘을 지닐때도 있지」
 (……안알려줄거야)

 「후훗」


  카에데가 유쾌한 콧노래를 흥얼거리고, 참새들이 소란스럽게 노래했다.





 【19살/늦가을】


 『혼돈에──』

 『어둠에──』



 『──삼켜져라!』



  회장에 박수가 샘솟고, 다크 일루미네이트가 주먹을 올렸다.






 「──나의 벗이여! 오늘 밤의 마력에는 강한 떨림이 있었군!」
 (아스카쨩, 오늘은 유난히 기합이 들어있네!)

 「네 눈동자에는 그렇게 비추어진건가? 흥미롭군」


  스테이지 의상에서 평상복으로 갈아입고서야 아스카와 란코는 긴장이 풀렸다.
  두 사람의 평상복을 본 다른 아이돌들의 긴장이 풀릴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아아, 란코. 내일 시간 있을까?」

 「흠. 나의 벗과 마찬가지로, 모든 쇠사슬이 풀어졌으니」
 (나도 아스카쨩도 오프잖아~)

 「그것도 그런가……그렇다면, 저녁이 좋겠어. 석양은 모든 죄를 사해줄것 같으니」

 「땅거미의 때인가. 알았다」
 (응, 저녁에 보자!)

 「나중에 문자를 보낼게. 자, 날개를 정리할까」

 「배고파~」

 「오늘은 연어구이였나」

 「생선이 맛있는 계절이네」


  딱히 상관없는 이야기이지만, 미쿠는 얼마 전부터 자취를 시작하고 있었다.






 『석양이 가라앉을 때, 그 골목에서』


  간소한 문장이었다.
  흰 한숨을 흘리며, 란코는 황혼의 거리를 걷는다.
  그리고 이윽고 도착했다. 언젠가 둘이서 걸었던 비밀의 골목.
  차가운 벽에 등을 기대고있는 특징적인 실루엣이, 천천히 란코를 향했다.

 「여어, 란코. 일부러 불러내서 미안하군」

 「후후……나의 벗의 소환을 응하지 않을 이유는 없으니」
 (으응, 신경쓰지 마)

 「조금 이야기가 하고 싶었어. 나지만 참 고생스러운 성격이란 말이지」

 「암막을 내리겠나?」
 (비밀 이야기?)

 「아니, 그런건 아니야. 그렇군,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까」

 「그런데 벗이여. 그 상처는……」
 (그런데, 한쪽 붙임머리……어디갔어?)

 「아아. 그것도 포함해서 말하지」

  가슴의 자켓 단추는 떨어져있고, 목덜미의 붙임머리는 외날개가 되어있다.
  주머니에 양손을 넣은 채, 아스카가 웃는다.

 「다크 일루미네이트를 해산하고 싶어.」




 「아니, 정확한 표현이 아니군. 해산한다, 인가. 어쨌든 내 의사가 없는 한 듀오는 성립하지 않으니까말이지」

  담담하게 고하는 아스카의 말을, 란코는 그저 묵묵히 들을 뿐이었다.
  작은 입이 말을 꺼내려고 노력하지만, 목이 떨리며 입은 차마 열리지 안았다.

 「미안하다고는 생각해, 란코. 하지만, 이미 정해진 일이야.」

  아스카는 하늘을 올려본다.


  쓸쓸한 골목이었다.
  음식점 실외기가 신음하고, 반향한다.
  시대에 뒤떨어진 네온 간판이 빛나기에는, 아직 약간 이르다.

  사람으로 가득한 도쿄에서도, 조금만 깊이 들어가면 고요로 가득찬 장소가 많다.
  콘크리트로 네모지게 잘린 하늘은 좁았다.
  모든 죄를 사해줄것 같은 석양은, 어딘가로 떠났는지 없었다.


 「오늘로, 니노미야 아스카는 아이돌을 그만둔다. 어제가 우리들의 라스트 라이브가 되겠군.」





 「…………알았어」

 「어이쿠? 이건 예상외이군……」

  란코는 아스카를 응시한 채로, 단호하게 말했다.
  가볍게 미소짓고, 아스카가 평소보다 가벼운 목덜미를 어루만진다.

 「틀림없이, 리이나처럼」

 「너무해」

 「……뭐가 말이지?」

 「왜 말해주지 않은거야?」

 「어제가 마지막이란걸?」



 「……! 알고 있었으면──」 「──『더 열심히 했을텐데』」



  란코가 입을 다문다.
  노려보는듯한 그녀의 시선을, 아스카는 코로 웃었다.

 「란코. 그것은, 팬에게……하인에게, 지나치게 실례인게 아닌가?」

 「……」

 「아니, 나는 알고 있어. 란코, 너는 항상 열심히 했었지.」

 「이런 말을 알고있나? 『멈추고 싶으면, 달려라. 전진하고 싶으면, 더 달려라』」




  주먹을 꾹 쥐어지고, 다리가 떨린다.
  얼굴이 새빨갛게 물들고, 어금니가 삐걱였다.

  칸자키 란코가 이 정도로 격정에 몸을 떨은 것은, 그 날이 처음이었다.
  무언가를 반박하려해도, 그 모든 말들이 날카로운 독화살이 되어 그녀를 관통했다.


  란코는 자기 자신을 용납할 수 없었다.


 「타카가키 카에데는 떠났어」

  미소를 지우고, 아스카가 겨울의 온도로 중얼인다.

 「흐름은 멈추지 않겠지. 란코, 너만이 아니야. 모두가 알아버렸어」

 「……」

 「우리들은 아이돌이야. 그리고, 언제까지 꿈꾸는 소녀일수는 없지.」

 「……」

 「란코는, 영원한 것이 있다고 생각하나?」

 「……있어」

 「헤에. 설마라고 생각하는데……그 말, 다른 누군가에게 빌린건 아니겠지?」

  떨림이 멈추지 않았다.
  강철의 벽에 막혀 도망칠 수 조차 없었다.
  눈앞의, 골목에 서있는 아스카의 모습이, 너무나 무서운 마물로 보였다.




  얼어붙은 혈액이 란코의 체내에 흐른다.
  끓어오르는듯이, 얼어붙는듯이, 문득 세계에 침묵이 내려앉았다.

 「……하나만」

 「응?」

 「하나만……물어도, 괜찮아?」

 「아아. 뭐든 사양할것 없어」

 「아스카는, 뭘 알아버린거야?」

  그녀들이 서로를 응시하고, 아스카 뒤에 놓여있던 네온간판에 불이 들어왔다.
  촌스러운 전광판이, 지지직 명멸을 반복한다.


 「좋은 노래였지」





 「……에?」

 「카에데씨의 라이브. 가사조차도 없었지만, 그건. 특히──」

 「자, 잠깐 아스카쨩!!」


  『빛나는 세계의 마법』.
  타카가키 카에데의 라스트 라이브, 게스트로 참가한 란코는 성대하게 실패했다.
  코시미즈 사치코와 함께 울음소리를 피로하고, 우뢰같은 박수를 받아버린것이다.

 「알아버렸어」



 「……알아버렸어?」

 「나도 영원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머지앉아 아이돌을 은퇴하고, 머지않아 죽겠지」

 「……」

 「하지만, 그래서는 나의 긍지가 납득하지 못해. 손톱자국을 남기고 싶었거든」

  천천히, 아스카가 주머니에서 오른손을 꺼냈다.
  그 손에는, 손톱처럼 생긴 기타 픽이 잡혀있었다.




 「란코. 아이돌은 즐겁겠지」

 「응」

 「아무에게도 발설하지 않겠다고 맹세할 수 있겠어?」

 「당연하지」

 「나도, 아이돌을 진심으로 즐기고 있었어. 계속 아이돌이고 싶었어」

  실외기 뒤에 숨겨져있던 기타케이스를 들어올린다.
  왼쪽 어깨에 맨 케이스를 흔들며, 아스카는 평소의 씨크한 미소를 지었다.

 「솔직히, 리이나보다 내가 훨씬 잘치거든」

 「……무구한 반항자」
 (리이나쨩……)

 「나는, 노래를 만들고 싶어」

  아스카의 짧은 말에, 란코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른도 세계도 관계없는, 그녀들만의 진실의 말이었다.


 「그것이 내가 알아버린 것이야. 그리고──무엇보다도, 시간이 아까워」


  조명이 잇달아 켜지며, 두 사람의 그림자를 밤에서 떼어낸다.





 「……」

 「자, 내 패는 다 보여줬어. 이제 아이돌도 아니니까 얼굴을 때려도 좋아」

 「……」

 「이건 내가 짊어져야 할 죄와 벌이지. 란코, 너는 나를 재판할 권리가 있어.」

 「……」

 「내가 울부짖을 때까지 때려도 좋아. 손을 더럽히기 싫다면, 천가지 말로 나를 찢어버려」

 「힘내, 아스카쨩. 계속, 계속 응원할게」


  란코가 미소를 짓는다.
  악취미한 원색에 비춰진 표정을 본 아스카는, 무너져내리듯이 고개를 숙였다.


 「……란코, 너는 바보구나.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했어」

 「이해해」


  아스카의 양손을 잡았다.
  주머니를 나와서 헤메이던 그녀의 손가락을, 따뜻한 온기가 감싼다.


 「아스카쨩의 친구인걸」





 「……정말, 바보구나. 이런 제멋대로인 녀석은, 그냥 패버리면 될것을」

 「제멋대로지 않아」

 「어째서지」

 「그치만, 아스카쨩. 사과 안했잖아」

  고개숙인 얼굴을 가까이 다가가 들여다보자, 아스카가 눈을 감았다.
  떨리는 몸을 억눌러주기위해, 따스함을 붙들어주었다.

 「아스카쨩은 잘못했다고 생각하거나, 후회하고 있으면 미안하다고 말하잖아」

 「……」

 「아스카쨩, 알아? 나쁜애인척 하는건말야, 굉장히 어렵다?」

 「……아아……아아. 기억해……읏, 둘, 게」


  그것은 정동이며, 발로이며, 통곡이었다.
  고독하게 걷는것을 선택한 그녀의, 그 존재를 증명해주듯이, 란코는 강하게 껴안아주었다.


  밤의 장막이 내리고, 골목을, 거리를, 수많은의 등불이 비추기 시작한다.
  도쿄는 오늘도 잠들지 않는다.





 【20살/봄】


 「수고했어요, 란코쨩」

 「오오! 오랜만이구나, 황야의 선도자여」
 (오랜만이에요! 요즘 안보이시던데)

 「출장다녀왔거든요. 건강해보여서 다행이네요」


  수염도 없고, 양복에도 얼룩하나 없다.
  약간 개성의 줄어든 그에게, 트레이닝 룸에서 나온 란코가 미소를 향했다.

 「오늘 밤의 풍향은?」
 (레슨 견학인가요?)

 「아아, 아뇨. 별 일은 아니지만, 란코쨩에게 볼일이 있어서」

 「……호에? 저?」

 「네. 마침 스케쥴도 비어있다고 들어서.」

  현관 앞에서 대기중인 택시를 가리키며, 그도 웃었다.


 「한 잔 하지 않겠습니까?」





  문을 열자 들려오는, 경쾌한 그랜드 피아노.
  사람도 많아 활기가 느껴지지만, 결코 소란스럽지는 않았다.

 「모처럼이니, 카운터석은 어떨까요?」

 「그, 그대에게 나의 운명을 맡기지……」
 (아, 알아서 해주세요……)

  피아노 바에 안내받은 란코.
  뭔가 이상하지 않을지 끊임없이 자신의 모습을 신경쓰는 그녀를 본 그가 살짝 웃었다.
  사실 란코의 복장은 길거리보다는 이곳이 더 어울렸다.

 「어서오세요」

 「안녕하세요」

 「실례합니다만, 그 아가씨께서는」

 「여기 학생증입니다」

 「확인하겠습니다……그렇군요」

  되돌려진 학생증을 잡고, 란코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받은 손수건으로 손을 닦고 신기한듯이 주변을 바라보았다.




 「만화경 안에 헤멘듯하군……」
 (반짝반짝해서, 예뻐……)

 「마음에 드신듯해서 다행이군요」

 「오늘은 "가희"분께서는」

 「유감이지만」

 「그렇군요」

 「……가희?」

 「네. 가끔 오시는데, 유감이네요」

  그럼, 내가 노래해볼까.

  그렇게 말할까 한순간 생각하고, 란코는 웃었다.
  요즘은 보컬레슨을 늘리고 있지만, 아직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었다.

 「어떤걸로 하겠어요?」

 「흠……」

 「고민되시면, 추천하는 한 잔이 있습니다만」

 「『신데렐라』는 예전에 마셔봤어」
(*신데렐라 : 오렌지주스, 레몬주스, 파인애플 주스를 섞은 무알콜 칵테일)

 「이런」

  2대 신데렐라 걸이 코웃음을 했다.
  그는 항복이라는듯이 가볍게 뺨을 긁고, 부드럽게 웃었다.

 「역시, 그에게 맡기길 잘했네요.」





 「──기다리셨습니다. 실버・불릿입니다.」
(*실버 불릿 : 드라이진, 큔멜, 레몬주스로 만든 칵테일. 탁한 하얀색이라 저런 이름이 붙음.)

 「호오, 이것이……」


  술이라하면 칵테일.
  란코에게는 어렸을때부터 그런 이미지가 있었다.

  좌우 양면 2페이지에 걸쳐 가득한 횡문자들.
  그 중에서도 란코의 눈길을 끄는 것은 이 한 잔이었다.
  백색으로 채워진 칵테일 글라스를 들어올리고, 얼굴 앞으로 내민다.

 「그럼」

 「흠」


 『──달이 차오른다』
 (──건배)


  그가 가볍게, 란코가 조심스럽게 잔을 기울였다.
  살짝 입에 대자, 미지의 향기가 코에서 빠져나왔다.

 「……좋은 맛, 이군」
 (맛있어……)

 「다행이군요」


  은빛 탄환에 꿰뚫린 마왕은 미소지었다.





 「요즘 어떠신가요?」

  피아노의 음율이 두 사람의 간격을 채운다.
  글래스를 홀짝이며, 란코는 말했다.

 「커다란 환희, 다소간의 적막, 끝이 없는 고뇌……한마디로는, 표현할 수 없군」
 (즐겁고, 외롭고, 잘 모르겠어서……좀, 고민하고 있어)

 「그건, 요즘의 사무소에 대해서 말인가요?」

 「응」


  아스카의 예언은 빗나가지 않았다.
  타카가키 카에데의 등을 봐서인가, 혹은 시간의 흐름의 속삭임을 들어서인가.
  한 명, 또 한 명. 동료들이 떠나갔다.
  란코 세대의 고참 아이돌들은, 그 중 반수 이상이 다른 길을 걷고 있었다.

 「6년 반, 이군요」

 「므?」

 「그 날, 란코쨩, 반짝거리는 중학생이었죠」

 「……그러하다. 이 몸은 더러움도, 즐거움도 모르는, 무력한 소녀에 불과했으니」
 (응. 그 때는 약하고 울보에다가 아무것도 모르는 애였어요.)

 「그 아이가 지금은 이렇게 훌륭하게 성장했네요.」

  잔을 내리고, 무수한 감정을 포함해 중얼인다.


 「시간은──무자비한, 위대한 마법사입니다.」


  쇼팽의 야상곡은 계속 되었다.




 「실례합니다, 라프로잉 미즈와리를. 란코쨩은……」
(*라프로잉 : 아일랜드의 몰트 스카치 위스키)
(*미즈와리 : 위스키에 얼음과 미네랄 워터를 섞어마시는 방식.)

 「……어두운 밤의 입맞춤을」
 (키스・인・더・다크……)
(*키스 인 더 다크 : 진, 드라이 베르무트, 체리 브랜드로 만드는 칵테일.)

 「알겠습니다.」

 「하야미씨에게 배웠나보군요?」

 「……안돼?」

 「설마요. 축하의 자리이니 원하는걸로 부디」

  장년의 바텐더가 경쾌하게 셰이커를 흔든다.
  바로 앞에서 행해지는 퍼포먼스를 란코는 뚫어져라 바라봤다.

 「사실 이곳에는 다른 분들도 모셔왔었어요.」

 「누구?」

 「제가 말을 걸었던 분들을. 란코쨩과 한 잔 할 수 있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지요.」

  정면의 보틀키퍼. 그 천정 근처를 가리키는 손가락을 따라 위를 바라본다.
  그곳에 장식된 색종이에, 익숙한 이름들이 줄지어있었다.


 「어두운 밤의 입맞춤과──저희들의 성에, 마왕의 존함을 모실 영광을」
 (키스・인・더・다크입니다──괜찮으시다면 칸자키님께서도, 부디)


  마왕군의 종복이 된 바텐더가, 장난기 섞인 윙크를 보냈다.






 「아뇨. 보드카를 안색 하나 바뀌지 않고, 줄줄이」

 「고귀한 피가 이룩한 업인가……」
 (역시 아냐쨩은 대단하네~)


  쌓인 이야기는 끝을 보이지 않았다.
  무대를 떠난 아이돌을, 지금도 춤추는 스타를, 아직 찾지 못한 신데렐라를.
  묘하게 순진한 두 사람의 사이에, 대화에 활기가 띤다.

 「란코쨩. 비밀 지켜주실 수 있나요?」

 「새삼스럽군……진한 주홍의 눈동자를」
 (응. 레드아이로 부탁할게요)
(*레드 아이 : 맥주와 토마토 주스로 만드는 칵테일)

 「저희만의 비밀이에요. 저는……자랑은 아니지만, 몇십명을 스카우트 했어요.」

 「풍문으로 들었다」
 (그런것같네요)

 「그 중에서, 가장 큰 재능을 느낀 사람이 칸자키 란코씨. 당신이었습니다.」

 「호오?」

  상당히 기분이 좋아진 란코가, 대담한 미소를 지었다.

 「약속의 여신보다 말인가?」
 (카코씨보다?)




 「네. 그래서, 저희들만의 비밀로」

  그가 약지의 반지를 어루만진다.
  타카후지 카코도 무대를 떠나고, 새로운 길을 걷기 시작한 한 사람이었다.

 「비밀이에요, 란코쨩」

 「흠……그런데, 악마의 말은 변덕스러운 고로」
 (후후……어떡할까나~)

 「귀여운 소녀와 한 잔 했다는걸 들키면, 안그래도 카코가 삐진다니까요」

 「그치만, 그런 얼굴도 사랑스럽지?」

 「…………그렇죠」

 「하인이여. 나의 손의 피조차 얼어붙을 고배를」
 (실례합니다, 강한걸로 주세요.)

 「네」

  약지를 두드리며, 그가 헛기침을 반복한다..
  마치 달마처럼 붉어진 뺨을 두드리고, 카사블랑카를 비웠다.
(*화이트럼과 리큐어, 라임쥬스로 만든 칵테일)

 「이야기를 되돌리죠. 란코쨩도 여러모로 고민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흠」

 「고민하는건 나쁜게 아니죠. 특히, 당신같은 젊은이에게는」

  란코의 뇌리에, 하얀 지팡이가 떠올랐다.




 「괜찮아요, 란코쨩. 당신이 생각하는 이상으로 당신은 강해요.」

 「……」

 「오늘 밤, 확신했습니다. 란코쨩의 눈동자는 그 때 그대로……아뇨, 오히려」

 「……코오」

 「…………란코쨩?」

 「쿨」

  매끄러운 오크나무 카운터에 팔을 걸친 채, 란코는 졸고있었다.
  기분이 좋은지, 실로 좋은 표정이었다.
  분명 좋은 꿈을 꾸고 있을거라고 확신하게 만드는, 그런 미소였다.

 「……저기, 뭘 드릴까요?」

 「보모어 스트레이트로」
(*보모어 : 스코틀랜드 산 위스키)

 「……새로 주문하는걸 잊고있었네요」

  카운터 위에는 텅 빈 너트 접시가 두 개.
  그는 뺨을 긁고, 편안한 표정으로 잠들어있는 란코에게 자켓을 걸쳐주었다.

 「구마모토 분들은 강하다고 들었는데……공부가 부족했군요」

 「계산 부탁하겠습니다. 사인의 감사를 전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예」

  택시를 부르기 위해, 그는 보기좋게 금이 간 휴대폰을 꺼냈다.





 「──다녀왔어」

 「쿨……」

 「아, 어서오세〜……P씨, 제가 있는데!」

 「아니, 카코. 오해라니까」


  시계 바늘이 12를 가리키려는 무렵.
  란코를 공주님 안기로 귀가한 그를 보고, 입가를 손으로 가린다.
  카코는──옛성, 타카후지 카코는──장난스럽게 혀를 내밀었다.

 「농담이에요. 호화로운 선물이네요~」

 「먼저 자고있지」

 「왠지 좋은 일이 일어날 것 같아서, 두근두근거렸어요♪」

  손짓을 따라 란코의 신병을 카코에게 인도한다.
  카코는 편안히 잠든 란코의 볼을 부볐다.

 「옛날부터 한번 안고 자보고 싶었어요~ 감사합니다!」

 「아니, 그, 딱히 그런 이유로 데려온게」

 「음……응응……? 약속의 여신……?」
 (……카코, 씨?)

 「자자 란코쨩. 피곤할텐데 일단 같이 목욕부터 할까요♪」

 「…………응……므?」




  카코가 빙글빙글 즐겁게 돌면서 탈의실에 들어가, 문을 닫는다.
  직후에 들려온 건전치 못한 소리에는 귀를 막고, 그는 그 앞을 지나쳤다.

 「……행복은, 뭘까」

  침실에 들어가, 그의 시트를 새걸로 갈아끼운다.
  벽장에서 이불을 꺼내, 거실에 놓인 소파 위에 집어던졌다.
  재킷을 벗고, 넥타이를 풀고, 피로와 함께 몸을 소파에 가라앉힌다.
  잔잔한 물소리와 함께, 희미한 교성이 거실에 울려퍼진다.



 『──어머. 어머어머……란코쨩도 참, 이렇게 잘 크다니……눈을 뗄 수가 없네요』

 『히얏!? 아, 안돼! 카코씨 변태!』

 『훗훗후~♪ 좋지 아니한가, 좋지──」



 「…………」

  그는 이불을 머리까지 올리고, 소파위에서 행복에 대한 깊은 생각에 빠졌다.




 【21살/여름】


 「어라? 란코쨩?」

 「무구한 반항자로군」
 (어라, 리이나쨩)

 「나도 있어. 기다렸지.」


  불려서 회의실에 들어간다.
  회의실 안에는 리이나가 앉아있었고, 그녀의 담당 프로듀서도 뒤이어 들어왔다.
  란코는 리이나의 옆에 앉고, 그가 가방에서 MP3플레이어를 꺼냈다.

 「광란의 제전인가」
 (이벤트인가요?)

 「아니, 신곡이야」

 「……라는 말은 란코쨩이랑 듀오로?」

 「아니. 각각 한곡씩」

  그가 플레이어를 하나 더 꺼내자, 란코와 리이나는 얼굴을 마주보았다.




 「음율을 확인해도 좋은가?」
 (들어도 돼?)

 「물론」

 「만세! 신곡신곡~♪」

  리이나가 목에 걸은 헤드폰을, 란코가 주머니에서 꺼낸 이어폰을 연결한다.
  재생 버튼을 누르자, 몇초 후에 격렬한 기타 솔로가 시작됐다.


 「……」

  아직 가사는 없었다.
  베이스가 추가되고, 들머이 난입한다. 키보드가 울리며, 몸이 리듬을 타기 시작한다.
  마지막에 기타솔로로 마무리되고, 란코와 리이나는 거의 동시에 이어폰을 뺐다.

 「기다리느라 지쳤어」

 「응」

 「……역시나. 단번에 알았네」

 「나이 벗의 영혼을 느꼈다」
 (아스카쨩이구나)

 「맞아」




  악보와 가사 카드를 받는다.
  『REpresent』라는 제목의 옆에, 작사 작곡란에 쓰여진 이름.
  니노미야 아스카의 존재 증명을 받고, 란코는 눈매를 닦았다.

 「드디어 줄 수 있어서, 나도 울것같아. 길었지.」

 「……무슨 말이에요? P씨」

 「아스카가 갑자기 사무소에 데모음원을 보냈었어. 1년 좀 전에」

 「……므?」

 「아스카에게 전화했어. 『다음 작품을 기대하겠습니다.』, 라고」

  가방에 손을 넣어, 몇장의 CD를 꺼낸다.
  책상 위에 쌓아올리자, 가방과 비슷한 높이의 CD의 산이 완성되었다.

 「한달에 한번, 가끔은 두번. 편지 한장 없이, CD만이 사무소에 오더라고」

 「……그것이, 나의 벗의 언령이겠지」
 (아스카, 꽤 부끄럼쟁이니까요)

 「그렇게 별로였어요?」

 「아니, 처음에 온 것도 제법 나쁘진 않았어. 하지만, 그걸로는 안돼」

 「어찌하여?」
 (왜?)

 「리이나도 란코쨩도, 일류 아이돌이니까. 적당적당한 일을 시킬수는 없지.」




  CD를 조심스럽게 가방에 넣으며, 그가 웃었다.

 「계약서에 사인했을 때의 표정을 보여주고 싶었어」

 「그야 1년이나 리테이크 받았으니까」

 「『정말 귀찮은 클라이언트군』이라며 눈썹을 찌뿌렸지. 기쁜듯이」


  아스카는 클라이언트라는 말을 꼭 한번 써보고 싶었던것이다.


 「아아, 그리고 아스카의 전언. 『내 곡을 부를 때는──』」

 「──전령으로!」 「──전개로!」
 (——전력으로!)


  란코와 리이나가 동시에 대담한 미소를 짓는다.


 「……『──이해했다면 좋다.』이상, 확실히 전했다.」


  그도 대담하게 웃으며, 눈물을 글썽였다.






 「꽤나말야, 심한 소리 했었어. 아스카쨩에게」


  리이나와 함께, 란코는 오랜만에 여자 기숙사로 향하는 길을 천천히 걸었다.
  미나미와 함께 갔었던 양식점도, 타카모리 아이코가 추천해준 작은 카페도,
  어느새 자취를 감추고, 처음보는 가게가 소란스럽게 영업하고 있었다.

 「싸움해서……아니, 내가 일방적으로 멱살잡은거지만」

 「……상처입은 날개와 같이?」
 (붙임머리 잡아뜯었지?)

 「으. 란코쨩도 알고있었구나……하아」

  면목없다는듯이 한숨을 쉬고, 리이나는 하늘을 올려보았다.
  등뒤에서 흔들리는 기타케이스에, 갈색 정수리가 툭 부딪혔다.

 「아……진짜 바보였네. 나. 아스카쨩 생각은 조금도 안했어」

 「……리이나쨩」

 「하지만말야. 그 곡을 듣고서야, 나도 간신히 안것같아」

  하늘을 바라보던 시선을, 정면으로 향한다.

 「아스카쨩도, 나에게 이기고 싶었던거구나」


  악우.
  리이나와 아스카는, 서로를 그렇게 칭했다.





 「아스카쨩이라면 아마, 너에게도 말했겠지. 『전진하고 싶다면 더 달려라』, 라고」

 「……크로노스에 용서는 없으니」
 (시간이 없다고, 말했어)

 「그렇다해도, 설명이 너무 부족하잖아……영원한 중2병짜식이」

 「그 결투, 받아들이지」
 (그건 흘려들을 수 없는데)

 「……아, 그게 아니라」

 「……흠. 바람의 정령의 장난에 불과했나」
 (응~ 잘못들은걸까?)

  리이니가 살짝 발걸음의 템포를 올리고, 콧노래를 흥얼였다.
  그 곡은 『Jet to the Future』이었다.

 「……좋~아. 왠지 의욕이 생겼다고! 으햐! 해보자고!」

  그리고 그대로 달려간다.
  더더욱 매끄러워진 그 가창력으로, 이번엔 신곡을 흥얼거리면서

  흔들리는 양 손과 기타케이스를 배웅한 란코는, 다시 장미장식 이어폰을 귀에 꽂았다.


  경쾌한 기타 솔로가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21살/겨울】



 「──란코. 별 보러 가지 않을래?」



  망원경 케이스를 들고 미소짓는 아냐에게, 란코는 고개를 끄덕였다.






 「절령의 한숨……」
 (추워……)

 「힘내, 그리폰」

 「냐아」


  2월은 1년 중에서도 유난히 춥고, 그리고 공기가 맑은 시기이다.
  여자기숙사 옥상에 천체망원경을 고정시키고, 두꺼운 옷감을 아래에 깐다.
  수통에 담아온 홍차를 마시며, 반짝이는 별을 슬쩍 바라본다.

 「이사 준비, 잘 돼가?」

 「흠, 허나, 엔트로피의 한계가 가까우니……」
 (응. 그치만 짐이 많아서……)

 「후훗, 그건 열역학이잖아」

  작년 연말, 아냐는 한 발 앞서 자취를 시작했다.
  둘이 동시에 퇴거하면 혼란스럽기에 시간차를 둔 것이다.

 「예쁘네」

 「응」

 「냥」

 「자아, 화성은 어느걸까요?」

 「오늘 밤은 안보이잖아」

 「……유감. 대정답」

 「헤헷. 별도 러시아어도 많이 공부했는걸」




  왠일로 조용한 밤이었다.
  겨울바람은 잔잔했고, 여자기숙사는 평소의 소란스러움을 잊은듯이 고요하게 잠들어있었다.
  그저 두 명과 한 마리의 대화만이, 차가운 정적을 울리고 있었다.

 「아냐쨩」

 「응」

 「그만둘거지」

  아냐가 홍차를 한 잔 더 따르고, 천천히 마셨다.
  란코도 천천히 홍차를 한 잔 마셨다.



 「……어떻게, 알았어?」

 「신비의 가희도, 세계를 만드는 자도, 별 다를 바 없는 광대이니」
 (카에데씨도, 아스카쨩도, 그런 미소를 지었으니까)

 「그렇구나. 란코는 못이기겠네」

 「심판의 때는?」
 (언제?)

 「봄. 라스트 라이브에 와줬으면 좋겠는데」

 「지금에 이르러까지 문답을 바라는가?」
 (오지 말라고해도 갈거야)

 「아하하! 스파시바, 란코」

 「파쟐스타, 눈꽃의 공주」
 (천만에, 아냐쨩)




  란코의 가슴안에서 그리폰이 튀어나와 아냐에게 달려갔다.
  붙잡는듯한 소리로 울고, 코트를 입고있는 그녀의 팔을 깨문다.

 「안돼, 그리폰. 아냐쨩은 이미 마음을 정했어.」

 「냐!」

 「마수여. 나의 명을 어길 셈인가」
 (떼쓰지 마!)

 「란코, 괜찮아」

  아냐가 그리폰을 들어올리고, 얼굴을 가져대 대었다.
  그리폰은 고양이 발로 그녀의 뺨을 토닥토닥 때렸지만, 이윽고 그 기세가 멈춘다.
  청록색의 동그란 눈동자로, 눈 앞의 푸른 눈동자를 지긋이 응시하고 있었다.

 「부탁이 있어. 당신의 친구로서의 부탁이야」

 「냐아」

 「앞으로도, 란코를 지켜줘」

 「……」

 「내 부탁, 들어줄 수 있겠니?」

 「──냥」

 「……고마워. 역시 그리폰은 멋지구나」

 「냐아」

  아냐가 그리폰을 껴안았다.
  그녀의 체온을 받고나서, 그리폰은 란코의 가슴 속으로 돌아왔다.
  그는 작지만, 그러나 듬직한 타천사의 수호수였다.




 「признаваться」

 「……에? 프리즈나차……가, 뭐였지?」

 「후훗. 공부 더 해야겠네」

 「무, 므으……」

 「признаваться는 고백. 약간 늬양스는 다르지만, 프로포즈를 뜻해.」

 「호오」

 「나, 아까 프로듀서한테 고백하고 왔어」

 「호오──호오?」

  아냐가 망원경을 들여다 보면서 말한다.
  초승달이 70배의 크기로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후에엣!?」

 「그리고, 차였어」



  아냐가 달을 등지고, 부드럽게 미소짓는다.
  별도 무색하게 보일 정도로 아름다운 미소였다.





 「엣!? 아냐……쨔냐냣?」

 「냐~」

 「……후훗. 알고있는 모든 일본어를 동원해서 사랑을 속삭였어」

 「……! ……!!」

 「하지만, 안됐어. 아, 걱정하지는 마? 이것때문에 그만두는건 아니야」

 「……그렇다면, 왜!」

 「아스카가 준 곡, 굉장했어. 그래서, 나도 알아버렸어」

  복잡한 표정의 란코의 안면에 그리폰을 누른다.
  자꾸 건들여서, 다소 불만스러운 표정의 그리폰은, 그러나 가만히 있었다.
  란코가 몇 번 심호흡을 하고, 조금 목이 메였지만, 평소의 심박수를 되찾는다.

 「린한테 혼났어. 좋아하면 좋아한다고 말하라고」

 「……아냐쨩」

 「말하길 잘했어. 린에게도 고맙다고 해야겠, 네」

  아냐의 손이 망원경을 어루만진다.
  겨울바람에 노출된 금속표면은 유난히 차가웠다.


 「나, 선생님이 되고 싶어」


  아냐가 하늘을 바라본다.
  러시아나 홋카이도보다 어두운 하늘을, 그럼에도 눈부신듯이 응시했다.





 「이끄는 자……」
 (선생님……)

 「란코랑 그리폰에게 배웠어. 이름도 말도,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을」

 「……Анастасия」
 (……아나스타샤)

 「냐」

 「да. 둘의 마음, 확실히 전해졌어」

 「아냐쨩은, 무슨 선생님이 될거야?」

 「아직 모르겠어. 하지만, 일본과 러시아를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어」

 「별은 빛나지. 그것이 공주가 향하는 앞이라면」
 (아냐쨩이라면 할 수 있어)



 「……Спосибо!」

 「Пожалуйста!」

 「냐!」



  소중하고도 소중한 말은, 밤하늘 아래에서 빛난다.





 「……으, 추워. 들어가자, 아냐쨩」

 「란코」

 「므?」

 「차이고 난 다음에, 프로듀서에게 물어봤어. 좋아하는 사람이 있냐고」

 「……」

  옥상을 나오려는 란코를, 아냐가 뒤에서 불러세운다.
  란코가 천천히 뒤돌아 보니, 그 뺨은 붉게 물들어있었다.
  오늘 밤은──얼어붙을것 같을 정도로 추었다.


 「……그 자는 뭐라하였지?」
 (……그래서?)

 「시크릿. 절대절대, 란코한테는 비밀」


  란코가 주홍색으로 물든 뺨을 부풀렸다.
  사과같다. 아냐는 그렇게 생각했다.

 「……심술쟁이」

 「나도 오늘 정도는 조금은 심술부리고 싶어서」




  란코가 아냐의 뺨을 꼬집고, 아냐도 란코의 뺨을 꼬집었다.
  한동안 서로의 사과를 꼬집다가, 참을 수 없는듯이 웃는다.



 「있지, 란코」

 「왜? 아냐쨩」

 「힘내. 응원할게」



  겹쳐진 두 사람의 그림자를, 달과 별만이 보고 있었다.



(6)에서 계속



-보충설명-

1. 19살
타카가키 카에데 「신데렐라」
http://idolmaster.co.kr/bbs/board.php?bo_table=trans&wr_id=120974&sca=&sfl=wr_subject&stx=%E3%80%8C%EC%8B%A0%EB%8D%B0%EB%A0%90%EB%9D%BC%E3%80%8D&sop=and

카에데의 은퇴와 관련된 이야기는 위의 SS에서 자세히 보실 수 있습니다.

또한 아스카가 란코와 결별할 때 언급된

"『빛나는 세계의 마법』.
타카가키 카에데의 라스트 라이브, 게스트로 참가한 란코는 성대하게 실패했다.
코시미즈 사치코와 함께 울음소리를 피로하고, 우뢰같은 박수를 받아버린것이다."

와 관한 이야기도 위의 SS에서 자세한 내막을 보실 수 있습니다.

해당 부분만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카에데의 은퇴라이브에서 "빛나는 세계의 마법"을 불러야하는데, 란코와 사치코가 도중에 통곡해버려서 결국 부르지 못했다는 이야기입니다.


2. 20살/봄
(1)에서 설명했듯이 란코와 아냐, 그리고 미카, 아이리를 프로듀스한 카코P입니다.


3, 21살/겨울
시부야 린 「한 줄 부족한 사랑」
http://idolmaster.co.kr/bbs/board.php?bo_table=trans&wr_id=121065

아냐의 연심, 그리고 아냐에게 충고해준 린에 대한 이야기는 위의 SS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이것또한 간단히 요약하자면, 란코와 아냐 둘 다 프로듀서를 좋아했지만, 아냐는 작중시점에서 최소 4년 전부터 란코를 배려해서 자신의 연심을 포기하고 있었습니다.



다음 파트로 마지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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