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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자키 란코 「정말 좋아해!!」(1)

댓글: 4 / 조회: 2484 / 추천: 5



본문 - 02-10, 2017 02:43에 작성됨.


칸자키 란코 「정말 좋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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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주 : 이 작가님의 신데마스 SS는 옴니버스식으로 서로 연결되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작품은 특히나 그런 경향이 심해서, 전작을 모른다면 다소 어리둥절할 전개가 간간히 나오는데 해당 부분은 글 아래에서 따로 설명하겠습니다.



1:2016/08/27(토) 21:15:23. 09 ID:NU0BR5gro


  【6살/봄】


 「여보」

 「왜, 당신?」


 불의 나라, 구마모토.
 어느 주택가에 세워진 단독주택, 칸자키가.


 「우리들……란코를 좀 잘못키운거 아닐까?」

 「어머, 왜?」


 봄답게 기분좋은 쾌청이었다.
 부드러운 미소짓고있는 할머니가 지켜보는 와중, 넓은 뜰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소녀가 한 사람.



 그녀야말로, 칸자키가의 외동딸──란코이다.


 「내 입으로 말하긴 뭐하지만……우리, 정말 최선을 다해서 애정을 주었다고 생각해」

 「그럴게 귀여우니까」

 「그 점에는 전면적으로 동의하지만」

 깐깐해보이는 미남인 아버지.
 빛나는 은발이 아름다운, 묘하게 순진한 어머니.
 두 사람은 나란히 햇볕을 쬐고 있었다.

 「란코를 봐봐」

 「귀엽네」

 「그래. 아주 천사지」

 란코가 뜰에 피어있는 클로버 앞에서 주저앉았다.
 작은 양손과 사랑스러운 눈동자를 휘저으며, 네잎클로버를 찾고 있었다.

 「이제 곧 저 아이도 초등학생이 될거야」

 「세월 참 빠르구나」

 「지금인 채로는 란코가 위험해. 최악의 경우 유괴될 수도 있지」

 팔짱낀 아버지가 심각한듯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오늘도 기운찬 참새들이 소란스럽게 짹짹이고 있었고, 뜰에서는 나비가 난무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앞으로는 마음을 독하게 먹고, 가끔은 사회의 힘든」

 「파파! 마마!」

 「응? 왜 그러니, 란코~?」

 「이거, 줄게!」

 클로버로 만들어진, 헐렁헐렁한 반지.
 그 가운데에, 네잎클로버가 한송이 피어 있었다.
 란코가 자신의 손가락에 끼우고 있던 그것을, 부모님에게 한개씩 내밀었다.

 「오오! 잘 만들었구나! 받아도 괜찮니?」

 「응!」

 「어머, 멋져라」

 「좋~아, 상으로 비행기다!」

 「꺄아♪」

 란코를 목마한 아빠 택시는 할머니에게까지 전속력으로 전진.
 할머니에게 반지를 전하자, 주름투성이 손이 란코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란코는 상냥한 아이구나」

 「에헤헤」






 「파파, 마마, 할머니, 정~말 좋아해!!」



 미소가 꽃처럼 활짝 피어오르는, 온화한 하루.
 녹차를 한모금 마시고, 어머니가 한숨을 흘린다.


 「평화롭네」



 칸자키 란코, 6살 때의 봄이었다.







 ※(아마) 장편입니다
 ※글쓴이는 (구마모토현에서 넓게 이용되는) 구마모토 사투리를 모릅니다. 용서를





  【12살/겨울】


  결론부터 말하자면, 부모님의 교육방침은 바뀌지 않았다.


  왜냐하면 란코가 정말 착한 아이이기 때문이다.

  저녁식사 준비를 도와준다.
  싫어하는 피망도 열심히 먹는다.
  할머니 어깨를 주물러준다.
  열심히 공부한다.
  물에 빠진 강아지를 구하기위에 강에 뛰어든다──

  이제나 저제나 기다려봐도, 엄하게 혼내야 할 장면은(마지막 이외) 전혀 오지 않았다.

 「와아……!」

  착한 아이에게는 상을.
  칸자키가 제1의 교육방침이며 전부이다.
  오컬트틱한 서적이나 유리세공품 등을 부모님, 특히 아버지는 가끔씩 사주었다.

 「감사합니다!」

  란코의 취미는……조금 특이했다.
  어렸을때부터 인형같은것에는 별로 흥미를 보이지 않고, 대체로 정밀하고 아름다운 것들을 좋아했다.
  책갈피. 풍경. 오르골. 시계. 플루트. 만년필…….
  그것들을 보면 어떤 색을 좋아하는지 알 수 있었다. 특히 검은색과 은색과 보라색을 좋아했다.


 「이게 어울리는걸」


  란코는, 검정색과 은색과 보라색이 어울리는 소녀였다.






 「──이제 우리도 중학생인가」


  방과후 귀가길.
  남녀가 섞인 친구들 그룹은, 묘하게 숙연해져있었다.

 「아무리 졸업식이라고해도 연습 그렇게 많이하면 시시하지」

 「어른은 참 이상해」

 「다들 니시자카 갈거지?」

 「아니, 난 이사간다니까」

 「아, 그랬지. 후쿠오카던가?」

 「응. 뭐, 휴대폰도 인터넷도 있으니까」

  이런저런 이야기로 시끌벅적해지는 와중에, 란코는 홀로 고민하고 있었다.
  란코는 구마모토에서 태어나, 구마모토에서 무럭무럭 자라왔다.
  다음도, 그 다음도 계속 그렇게 될까? 아니면 후쿠오카나 도쿄같은 곳에 이사하게 되는걸까?

 「언젠가 사회과 견학같은걸로 갈테고, 그 때 얼굴 비출게」

 「예이예이, 기대할게……란쨩? 왜 그래?」

 「……에? 아……」

  불리고나서야 정신이 들었다.
  무슨 말을 할지 고민하다, 생각 나는 대로 입을 열었다.




 「……나의 파트너의 장래를 염려하고 있었어」
 (……이 란도셀, 어떻게 할까해서)

 「으음……역시 란쨩은 무슨 생각하는지 모르겠어」

  이 6년동안 진화한 란코어를, 동급생들도 마찬가지로 6년동안 체득하고 있었다.
  일부 여자 사이에서는 암호로 활용되고 있을 정도이다.
  통지표에서 몇번이나 지적된 점이지만, 부모님은 개성이라는 한단어로 넘어갈 뿐이었다.

 「의복에 감긴 나의 모습도 마음에 그리고 있었어」
 (그리고 니시자카 교복 어울릴까 해서)

 「그러고보니 교복 시착 다음주던가?」

 「란코도 가쿠란 입어봐」

 「란쨩이 왜?」

 「가쿠란코」
(*가쿠란学ラン : 짧은 스탠드칼라의 남학생복)

 「초딩 수준」

 「너도 나도 초딩맞잖아!!」

  왁자지껄 또다시 소란스러워지는 와중에, 란코는 다시 하늘을 올려보았다.


  구마모토의 하늘은, 오늘도 맑았다.





 【13살/초여름】


  칸자키 란코는 아름다운 소녀이다.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찰랑거리는 은발.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깔끔한 이목구비. 건강하게 발육한 신체.
  초등학생에서 중학생 정도의 시기가 되면, 사람은 이른바 사춘기에 들어간다.


  한마디로 말하면, 란코는 이미 인기가 많았다.


  초등학교 동창은 몰라도, 다른 학교에서 온 학생들은 굉장히 놀랐다.
  그도 그럴게, 천성의 용모에다가, 자기소개의 첫마디가,



 「크크……지금이야말로 강림의 때! 나의 이름은 칸자키 란코!」
 (처음 뵙겠습니다! 칸자키 란코입니다!)



  였다.
  교단 구석에 서있었던 신입 여교사는 그대로 쓰러졌다.


 「므으……」

  그로부터 1개월 반이 지났다.
  란코의 평가는 대략적으로 「특이한 여자애」혹은 「특이하지만 엄청 귀여운 여자애」로 나뉘어져 있었다.
  주로 전자는 여자, 후자는 남자의 소감이다.





 「왜그래 란코? 이거 부활동 종이? 아직 결정 못했어?」

 「흐음……심판의 날은 가깝다……」
 (어떡하지……)

  복식부가 몇 년전에 폐부되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란코는 조금 울뻔했다.
  조사한 정보를 바탕으로 기운차게 발길을 옮기고 나서야 알게된것이다.
  차선으로 생각했었던 미술부도, 오칼트 연구부도 봤지만, 뭔가 좀 아닌것 같았다.
  한편 운동부는 논외이다. 란코는 운동에 약했다.

 「으헤헤~ 나랑 같이 귀가부 들어가자~?」

 「으음……」

 「바로 오늘 당장 입부해서 황금의 투톱……아, 큰일났다」

 「므으……」

 「가게 도우러 가는거 깜빡했다! 그럼 란코 내일보자!」

 「응……바이바이」

  란코가 머리를 움켜 쥐며 고민하기 시작했다.
  교실에 아무도 없다는것을 깨달은건 30분 후였다.




 「므므므……」

  석양이 아스팔트를 붉게 물들이는 귀가길에서, 란코는 아직도 고민하고 있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란코 자신도 이렇게까지 고민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었다.
  무엇이 란코를 이렇게까지 필사적으로 만드는지, 자기 자신도 이상하게 생각할 정도였다.

 「……뭔가, 아니네」

  그것이 무엇인지는 전혀 모르겠다.
  그저, 지금은 그것을 기다려야 한다는 기분이 들 뿐이었다.


  꼬르륵.



 「……」

  얼굴을 붉히며 란코가 두리번거린다.
  다행히 늦은 시간이라서 먼 곳에 운동부 남자 그룹이 두 셋 있을 뿐이었다.

 「저녁, 햄버그면 좋겠다.」


  란코는 결국 할 수 없이 귀가부에 들어가고, 방금 전 그녀와 황급의 투 톱을 결성하게 된다.
  하지만 누구도, 정작 란코조차도, 아직 알 수 없었다.







  ──란코가 기다리고 있던, 무언가. 사람은 그것을 『운명』이라고 부른다는 것을.






 【13살/가을】


  란코의 작은 글라스 하트는, 걷기 시작한지 5분도 안돼서 경종을 울리고 있었다.


 「……」


  왕래하는 사람들로부터 힐끔거리는 시선이 느껴질 때마다, 란코의 어깨가 작게 떤다.
  그 떠는 정도가 서서히 줄어들면서, 고동도 점점 침착해지고 있었다.
  감촉을 확인하는듯이, 포장도로를 힐로 톡톡 밟는다.


 「호에……」


  마루노우치의 초고층 빌딩군에도 압도됐었지만, 여기 다케시타길도 압권이었다.
(마루노우치丸の内:도쿄의 상업지구
다케시타거리竹下通り:하라주쿠 중심가의 거리)

  평상시는 도저히 입고 돌아다닐 수 없었던 고딕 스타일.
  동경하던 의상을 입은 란코는 점점 기분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친척 결혼식에 참가하기 위해 칸자키 일가는 도쿄에 왔다.
  온 김에 관광이나 하자는 이야기가 나왔을 때, 란코는 일생일대의 소망을 말했다.


 「있지, 나……하라쥬쿠에 가, 보고 싶어…………혼자서」


  당연하게도 부모님은 크게 반대했다.
  사랑스러운 외동딸, 아니 너무 작고 사랑스러워서 걱정되는 한명의 천사이다.
  고작 13살밖에 안된 시골소녀가 혼자서 도쿄에 돌아다니는것을 허락할 리 없었다.
  란코도 그것은 예상하고 있었기에 필사적으로 부탁을 하고 있었다.

 「…………안돼……?」

 「크, 크윽……아무리 귀엽게 부탁해도……안돼. 우리들도 같이가자」

 「미안해, 란코……우리들이 있으면, 안되는거니?」

 「그, 그게……」

  부모님이 란코를 위해 이런다는 것을 란코 자신도 아플 정도로 이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란코도 숨기고 싶은 비밀이 한두가지 있었다.
  부모님은 「고풍스러운 옷을 좋아한다」정도로 생각하고있는, 란코의 비밀스러운 취미.
  하지만 실제로는, 「시판하는 옷을 개조할 정도로 고딕을 좋아한다」인 것이었다.
  자신이 개조한 자신작을 입고 하라쥬쿠 거리를 걸어보고 싶었다.


 「──자자, 괜찮지 않을까?」


  할머니는, 언제나 란코 편이었다.





 「어머니, 아무리 그래도」

 「란코. 부모님이 란코를 소중히 생각하고 있는건 알고있니?」

 「응……」

 「어머님」

 「그럼, 걱정끼치지 않게 해야겠지. 전화는 가져왔지?」

 「가져왔어」

 「그거의……GHQ? 인가 하는걸 키고, 2시간에 한번은 연락을 할 것. 할 수 있지?」

 「…………할 수 있어!」

  할머니가 고개를 끄덕이고, 부모님에게 고개를 돌린다.
  부모님은 신음소리를 내며, 불만스러운 표정을 풀지 않는다.

 「어차피 식은 내일이지? 귀여운 아이에게는 여행을 시키라는 말도 있잖니?」

 「……」

 「파파, 마마. 부탁이야……!」

 「……」

 「이 아이가 나쁜 짓을 할리는 없어. 분명 귀여운 비밀이겠지, 응?」

  신음성을 내던 어머니가, 결국 한숨을 쉬었다.




 「……예비 충전기를 사올테니까 그것도 가져갈 것. 알았지?」

 「……! 응!!」

 「당신」

 「……1시간에 1번, 연락할 것. 할 수 있니, 란코?」

 「할 수 있어!!」

  부모님을 포옹하고 활짝 웃는 란코.
  두 사람이 시선을 향하자, 할머니도 미소를 지었다.

 「저녁 전에는 돌아올 것. 그리고……」

 「당신」

  조건을 추가하려했지만 란코의 모습은 이미 사라져있었다.
  할머니를 포옹하고 있는 란코를 본 부모님은 쓴웃음 지었다.






 「……응. 축제같아.사람이 가득하고…………네~」


  정시 연락을 끝내고, 떨어뜨리지 않게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는다.
  현재, 역에서 몰래 갈아입은 옷에 이상은 없다.
  너무 눈에 띄는건 아닐까 걱정했었지만, 괜한 걱정이었다.
  도쿄는, 굉장해.


 「~~♪」


  마음에 드는 양산을 핑그르르 돌린다.

  저녁 시간까지는 아직 시간이 충분히 있다.
  할머니한테 몰래 용돈까지 받아버렸다.
  이쁜 옷도 좀 사고, 그리고 할머니 선물도 사서 돌아가자.

  그렇게 생각하며 거리쪽으로 시선을 향했을 때였다.






  운명의 순간이라는 것은, 갑작스럽게 다가온다.






  처음에는 무슨 코스프레인줄 알았다


  흠뻑 젖은 전신.
  중간부터 찢어진 넥타이.
  페인트라도 끼얹어졌는지, 선명한 적색으로 물든 가죽가방


  이상한 복장의, 양복 차림의 남자가 한 명. 케밥샌드를 우물거리며 걸어왔다.


 「……?」

  도쿄에는 이상한 사람이 있구나.
  그런 감상을 안으며 바라보고 있으니, 남자와 시선이 마주쳤다.


  툭.


 『앗』


  남자의 손에서 케밥샌드가 떨어지고,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친다.
  한동안 망연해 있었더니, 남자가 납득한듯이 고개를 주억였다.






 「…………과연, 도리로군」


  란코는 그 중얼거림의 의미를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남자는 떨어뜨린 케밥샌드를 재빠르게 줍고 쓰레기통에 던졌다.
  그리고 손을 탁탁 털고는, 성큼성큼 걷기 시작했다.


  란코를 향해, 직선으로.


 「…………에? 엣?」

  란코가 영문을 몰라 당황하고 있음에도 남자의 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뭘 해야할지 망설이는 동안, 남자는 란코의 몇 발자국 앞에서 딱 멈춰섰다.


 「……」


  어……어떡하지?
  무슨 말을 해야하지?
  겨, 경찰?
  아니, 파파한테 전화……?





  란코의 머리에 빙글빙글하고 행동이 떠오르고, 가라앉고, 또다시 떠오르고 가라앉는다.
  뭔가, 뭔가 말을 해야할텐데.
  입을 몇번 빠끔거리고나서, 란코는 간신히 말하는것에 성공했다.



 「……나에게 무슨 용건인가」
 (……왜, 왜 그러세요?)



  첫 대면의 남자에게 란코어가 작렬했다.
  란코의 「언령」에, 남자의 어깨가 움찔했다.

 「……」

  남자가, 양복 속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삐이!?」


  ……초, 총!?





  란코는 양산을 떨어뜨리고,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양손으로 머리를 감싸고, 몸은 작게 떨릴 뿐이었다.


 「…………!」


  아아.
  파파, 마마, 할머니,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도쿄는, 무서운 곳이었구나…….


 「…………?」


  뭔가가 이상했다.
  총성도 들리지 않았고, 방아쇠를 당기는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떨면서, 살그머니 고개를 들었다.


 「……저기, 실례합니다」


  남자의 양팔은 란코를 향해 뻗고있었다.
  그 앞에는, 작고 네모난──







 「──아이돌에, 흥미 없으십니까?」



  멍하니 명함을 바라보는 시야 구석에, 경찰의 모습이 보였다.







 「……놀라게해서 죄송합니다」

 「흐, 흐음……」


  우여곡절을 거치고, 두 사람은 런치타임을 맞이한 양식점에 있었다.
  작게나마 사과를, 이라는 구실에 넘어갔다는 사실을 란코는 아직도 눈치채지 못했다.
  넥타이와 가방과 재킷은 한데 모아 비닐봉투에 집어넣었다.
  덥수룩한 수염의 청년과 고스로리 소녀의 조합은, 곁눈질로봐도 지극히 이상했다.

 「뭘로 드시겠나요? 아아, 제가 낼테니까 사양하지 마시고」

 「……햄버그 런치」

 「알았습니다」

  의심스러운 표정의 점원에게 햄버그 런치와 나폴리탄을 주문하고, 남자가 다시 란코를 바라보았다.
  낯선 어른의 시선에 란코는 무심코 자세를 바로잡았다.

 「다시한번……칸자키씨, 라고 하셨죠. 아까는 실례했습니다. 저는 이런 사람입니다.」

  남자가 다시 명함을 내민다.
  유리 구두가 그려진 명함에는, 긴 카타카나가 쓰여있었다.




 「……?」

 「아, 그러니까. 요점은 아이돌을 다루는 일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춤추는 우상……」
 (아이돌……)

  중얼이고서야 정신을 차렸다..
  란코의 언령에, 남자는 흥미로운 듯이 눈을 깜박였다.

 「……독특한, 말투시군요」

 「……」

 「유래같은게 있나요?」

 「……나는 장난스레 춤추듯 내려온 이형의 자」
 (……저는 그냥 우연히 여기에 온 이상한 애에요)

 「에?」



 「그대는 『눈동자』를 지닌 자인가?」






  남자는 턱을 쓰다듬더니 한동안 침묵을 지켰다.
  무언의 시간동안, 가게 안의 활기가 두 사람의 귀에 닿았다.

 「……아뇨. 유감이지만 가지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

 「하지만」

  잘 보니 희미하게 반점이 남아있는 얼굴로, 남자기 미소지었다.


 「이상한 아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아이돌도 될 수 있는 귀여운 소녀라고 생각합니다.」


  입을 빠끔빠끔 거릴 뿐인 란코를 향해, 남자가 곤란한듯이 목을 갸웃했다.

 「칸자키씨?」

 「……어」

 「어?」


 「어떻게 안거야!?」


  가족과 동급생 이외의, 처음으로 『언령』이 통한 사람이었다.





 「어떻게, 라」

  남자가 다시 목을 갸웃한다.
  한동안 신음소리를 내며 골똘히 생각한 후의 그 대답은 지극히 심플했다.

 「프로듀서라서, 일까요?」

 「에?」

  생각도 못한 대답에 망연해하는 란코에게, 남자가 명함을 가리킨다.

 「거기에 쓰여진대로, 저는 프로듀서……의 견습……의 흉내를 내고 있어서」

 「흠」

 「프로듀서란 즉, 아이돌과 커뮤니케이션을 취하는 사람이라고, 사장님이 말했었습니다.」

 「흠」

 「그래서, 왠지 모르게 알았다고 생각합니다.」

 「흠」

 「이 설명으로, 아시겠나요?」

 「으응」




 「곤란하네요」

  그렇게 말하고, 남자가 쓴웃음한다.

 「……그대에게 묻겠다」
 (저기, 질문해도 괜찮을까요?)

 「네. 부디」

 「어찌하여 그러한 기괴극의 행장이었는가」
  (옷이 왜 그렇게 엉망이었나요?)

 「아……그건」

 「기다리셨습니다. 햄버그 런치와 까르보나라입니다.」

  점원이 두 사람 앞에 접시를 두었다.
  지글지글 소리를 내는 햄버그는 실로 맛있을것 같았다.

 「……이야기하면 길어집니다. 일단 먹죠.」

 「흐음!」

  란코가 즐거운 표정으로 뜨거운 햄버그를 분해했다.


  남자가 띄운, 조금 슬픈 듯한 표정은 눈치채지 못했다.






 「──라는 일이 있었습니다. 부디 칸자키 란코씨를 저희 사무소에 맞이하고 싶습니다.」


  유리 구두 운운.호박 마차 운운. 성의 무도회 운운.


  그의 설득은 마치 마법같았다.
  그 유려한 말솜씨는, 고작 13살의 가련한 소녀를 간단하게 설득하고 납득시켰다.
  안그래도 아름다운것에는 사족을 못쓰는 란코이다.
  반짝이며 눈부신 것들로 넘치는 아이돌의 세계, 그 매력에 저항할 수 있을리 없었다.

 「……」

 「……」

 「그렇니? 란코가 아이돌이니?」

 「응!」

  여행을 끝낸 사랑하는 딸이, 이상하게 커다란 비닐봉투를 안고있는 이상한 남자를 데려왔다.
  말을 잇지 못하는 부모님 옆에서, 할머니와 란코가 부드럽게 선물로 사온 땅콩과자를 먹고 있었다.




 「……」

 「물론 갑작스러운 이야기인건 압니다. 오늘 바로 허락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

 「소속해주실 경우, 활동거점으로서 도쿄로 이사해야 합니다만」

 「……」

 「전학수속이나 여자기숙사 입주, 그 외 관공서의 신고 등의 업무에는 전면적으로 협력하겠습니다.」

 「……」

 「또 소속 후 9개월 동안은 생활비의 7할정도를 저희 사무소에서 부담하겠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이쪽의 서류에……」

 「……」

 「……란코씨는 지금 재적중인 아이돌에게도 지지 않을 정도로 매력이 넘치는 귀여운 분이라고 느꼈습니다.」

 「…………핫」

 「사무소에 오신다면, 반드시 란코씨에게 톱 아이돌의 레드카펫을 준비하겠습니다.」

 「아, 네, 저기……」

 「저녁식사를 방해해서 죄송합니다. 다시 연락해주시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겠습니다.」


  필요한 설명을 전부 끝내자, 대답할 틈도 없이 남자는 고개를 숙이고 떠났다.
  나란히 굳어진 부모님이 호텔 로비에 멍하니 서있었다.





 「……당신. 여행을 좀 너무 시킨게 아닐까?」

 「……」

  아버지가 란코를 응시한다.
  할머니에게 끊임없이 이야기하는 그녀의 눈동자는, 여태까지 본 적 없을 정도로 빛나고 있었다.

 「……아니. 오히려 부족했던게 아냐? 여태까지가」

 「……당신」

 「란코는 분명 앞으로 고생하겠지. 잘 안되는 것뿐일거야. 아이돌이 된다면」

 「……」

 「란코」

 「네!」

 「란코는, 아이돌이 되고 싶니?」

 「……! 응!!」

  곧게 응시하는 란코의 눈동자.
  그 순진함이 빼앗기는 날이 언젠가, 틀림없이 올 것이다.
  그것을, 더 빨리 가르쳐줘야 했던걸지도 모른다.


  란코의 세계는, 지나치게 상냥했다.





 「아이돌도, 일이야. 반은, 아니 거의 어른의 세계겠지.」

 「응」

 「어른의 세계에서는 응석부릴 수 없어. 울어도 받아주지 않을거야」

 「……응」

 「그래도 하고 싶니? 가족과 친구들과 멀리 떨어지게 되도, 란코는 아이돌이 하고 싶어?」

 「……」

  이야기를 하는 동안, 란코의 눈은 단 한번도 흔들리지 않았다.



 「나, 아이돌이 되고싶어」



  그러기는 커녕, 그 반짝임이 더 강해졌다.



 「더, 더 많이 아름다운 것들을 알고싶어」






 【14살/봄】


 「하아……후우……」


  도쿄에 온지 4개월이 지났다.
  오늘도 평소처럼 댄스레슨. 아이돌의 길은 험하다.
  하지만, 란코는 약한소리 하지 않았다.
  그것이 운명에 이끌린 자의 업보라고, 그녀는 허무하게(옆에에보면 정말 귀엽게) 웃는다.

 「수고했어요, 란코쨩」

 「어둠에 삼켜져라!」
 (수고 하셨습니다!)

  타월을 받고, 란코가 활짝 미소짓는다.
  그는 반대로, 조금 쓸쓸해보이는 미소를 지었다.

 「좋은 뉴스가 있어요, 란코쨩」

 「호오! 복음이 왔는가!」
 (와아! 뭔가요?)

 「란코쨩에게 정식으로 프로듀서가 붙게 됐습니다.」

 「…………엣?」


  미소지은 채로 굳어진 란코의 손에서 타월이 바닥에 흘러떨어졌다.





 「……프로듀서는, 프로듀서잖아?」

 「네. 제가 해고된건 아니에요. 걱정하지 마세요. 굉장히 우수한 사람이니까요.」

 「그, 그게 아니라! 그치만, 프로듀서는, 프로듀서랑, 프로듀서가」

 「란코쨩」

  머리에, 살포기 부드러운 감촉.

 「숨기지 않고 말할게요. 제가 담당인 채로는 란코쨩을 활약시킬 수 없어요.」

 「그, 그치만! 일도」

 「4달동안 겨우 2번이에요. 아무리 신인이라해도 이건 너무 적어요.」

 「읏」

 「죄송합니다, 란코쨩. 가족분들에게 그렇게 호언장담해놓고. 저는.」

  망설이듯이 말을 자른다.

 「프로듀스의 재능이 없을지도 모르겠네요. 미카씨도, 토토키씨도, 저는 도중에.」

 「……」

 「하지만 란코쨩의 소질은 진짜입니다. 그것은, 그 누구도 부정 못해요. 그러니까」




  자신보다 한참 작은 소녀에게, 고개를 숙였다.

 「부탁입니다. 부디, 아이돌을 계속 해주세요. 신데렐라가, 돼주세요」

  눈 앞의 정수리를 응시한 란코는 숨을 삼켰다.
  어른이 자신에게 고개를 숙인건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뭐라고 외치고 싶었지만 그것을 참고, 끄덕 수긍했다.

 「…………알았어」

 「고마워요, 란코쨩」

  그의 양손이, 란코의 양손을 감싸듯 잡았다.


 「열심히 해」

 「네. 열심히 할게요.」


  작아져가는 그의 등을, 란코는 지긋이 바라보고 있었다.






 「──안녕. 네가 란코쨩이구나?」


  레슨 룸에서 녹화자료를 보고있으니 조용히 문이 열렸다.
  등정한 사람은 수염도 없고, 페인트 자국도 없는, 지극히 평범해보이는 청년.
  마치 동네 오빠같은 친근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새로이 담당 프로듀서가 된 사람입니다. 잘 부탁해」

 「……」

 「……란코쨩?」

 「──그대는 "눈동자"를 지닌 자인가?」


  란코의 언령에, 허를 찔린듯이 그의 움직임이 멈췄다.
  고민하듯이 공중을 여러번 손가락으로 휘젓는다.


 「미안해, 공부가 부족하네……요즘 게임같은데서 유행하는 말이야?」


  란코의 몸이 마력을 잃은듯이 휘청하고 흔들렸다.





 【14살/여름】


 「나나나나나나는, 나나나는는는」

 「진정해 란코쨩」


  레코드 가게 뒤뜰에서, 란코의 몸은 유쾌할 정도로 떨리고 있었다.
  안그래도 새하얀 피부다보니 홍조가 더 두드러져 보였다.

 「환혹인가, 백일몽인가!? 하인들이 구름처럼……!?」
 (꾸, 꿈!? 왜 이렇게 많이 모인거야〜!?)

 「환상……아, 과연. 그러니까」

  그의 란코어 이해 능력은 빠른 속도로 늘고 있었다.
  만약 자격시험이 있었다면 2급정도는 가볍게 합격할것이다.

 「제 1탄의 5명이 굉장히 호평이었거든. 그 기대가 제 2탄의 선봉장인 란코쨩에게 모였어.」

 「아와와와와와」

 「진정해 란코쨩」

  이유를 알았다고 떨림이 멈출 리 없었다.
  란코의 붉은 눈동자에 신비의 물방울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무, 무리……무리야……」

 「괜찮아. 많이 노력했잖아」

 「보, 보통으로 하는게 좋을, 까……?」

 「……보통?」

 「그러니까, 그, 저기, 이런, 말투라던가, 다음은」

 「란코쨩」

  서서히 떨어지는 시선에 맞추듯이, 그는 허리를 숙였다..
  어린 조카를 달래는듯이 부드러운 눈으로 그가 말했다.

 「란코의 보통은 그게 아니잖아. 그렇지?」

 「……」

 「정말로 보통으로, 란코쨩이 하고싶은대로 하면 돼.」

 「……정말?」

 「정말이야. 아직 알지 못한 칸자키 란코를 모두가 알고싶어하고 있어」




  란코가 문틈으로 살그머니 가게 안을 바라보았다.
  젊은 남녀가 대부분. 그야말로 즐겁고 기대로 가득찬 분위기.
  그들은 아직, 란코를 모른다.

 「알려주고 와. 칸자키 란코가 누구인지를」

 「……처음만」

 「응」

 「처음만……보통으로, 해 볼게」

 「그래. 처음만, 한 걸음만이라도 좋아──즐겨」

  소란스러운 가슴에 손을 대고 진정시킨다.
  점원의 신호에 고개를 끄덕이자, 미니 스테이지 주변의 조명이 꺼졌다.


 「오? 정전?」

 「연출 아냐?」

 「나온다」


  어둠 속에서, 한 사람의 소녀가 걸어나왔다.





 「──영광으로 알라. 천사가 땅에 떨어진 모습을 목격할 수 있는 기쁨을」

  한 걸음.

 「때가 왔다. 신비의 원반이 모습을 드러내고, 세계에 울려퍼진다」

  두 걸음.

 「지금이야말로 탄생의 때……연옥에서 춤추듯 내려온 타천사, 칸자키 란코!!」

  세 걸음.



 『──꽃봉오리 꿈꾸는 광시곡!!』



  참고로 지금의 란코는 『연옥』이 『지옥』을 멋지게 표현한 단어라고 생각하고 있다.






  막이 내리자 반응은 상반되는 두가지로 나뉘어졌다.
  꽤나 커다란 박수와, 망연한 표정으로.


 『감사합니다. 칸자키 란코씨에게 다시 한번 큰 박수를!』


  사회자역의 점원이 아나운스를 하자, 박수가 한층 커진다.
  거기서 란코는 생각했다.
  인사를 해야할것인가, 말없이 떠나야 할것인가, 손을 흔들어야 할것인가.
  어떡해 해야 하는가.

 「……」


  보통으로 해야지.


 「──어둠에 삼켜져라!!」
 (감사합니다─!)


  란코의 데뷔 라이브는, 훗날 본인 가라사대 『극히 보통의 등장』이었다.





 【14살/가을】


  칸자키 란코는 감수성이 예민한 소녀이다. 이것은 나쁜 의미가 아니다.


  그 마음은 갸날프고, 날카롭고, 아름답다.
  그렇기에 여러 인물에게 영향을 받으며 지금까지의 인생을 살아왔다.
  물론 여기 CG프로덕션도 예외는 아니다.
  100명을 넘는, 개성풍부라는 한마디로는 전부 표현할 수 없는 소속 아이돌들


  그 중에서도, 특히 란코에게 영향을 준 세 명의 아이돌이 있었다.






 「──히익……」


  방심하고 있었다.
  마음을 허락한 전우. 믿고있었던 연장자

  이미 란코 주변에 아군은 없고, 그저 시체만이 보일 뿐.

 「아……아……」

  동경하고 있었다. 그 등을 쫓고있었다.
  먼 장소에 있다고 생각했었던……눈앞의 배반자.

  무기를 쥔 그 그림자가 천천히, 천천히 란코에게 다가간다.


 「──후후……후, 후후……후후후후……」


  벌써 숨길 수 없어졌기에 이름을 공개하겠다. 그 중의 한명이 타카가키 카에데이다.





  타다 리이나는 흉탄에 쓰러지고.
  시부야 린은 화살을 잃었고.
  닛타 미나미조차 활이 부러졌다.
  세기말이었다.

 「란코쨩~……♪」

 「녜, 녭……」

 「안주가, 다 떨어졌네요……그런데」

 「……」


 「란코쨩은……먹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귀엽네요오……♪」

 「……아……아아아앗……」


  카에데 손에 술병.
  설명할 필요도 없겠지만, 호랑이 등에 날개와 같은 의미의 관용구이다.





  정말 아름다운 사람.
  그런 인상이었던 미모는, 지금은 알콜에 의해 붉었다.


  정말 신비적인 눈동자.
  그런 빨려들것만 같은 두 눈은, 양쪽 다 초점이 흐릿하다.


  정말 부러운 키.
  그런 동경한 장신은, 지금 바닥 위에서 기어다니고 있었다.


 「후후……란코쨩을 안주로──」

 「히익……세, 세기말 가희……!?」







 「──한 배에서, 건배♪」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카에데씨」


  상쾌한 맑은 가을 하늘이 기분 좋은 다음날 아침.
  오후에 출근한 카에데를, 담당 프로듀서가 평소의 미소로 맞이했다.

 「CD수록 뒷풀이, 어땠나요?」

 「즐거웠어요. 다들 피곤했는지 어느새 자버렸지만요.」

 「하하하, 다들 아직 젊으니까요」

 「어머, 너무해……전 이제 아줌마라는 말이군요」

 「아, 아뇨 딱히 그런 의미가 아니라……!」

 「조금 성가신 태양이구나……」
 (안녕하세요……)

  평소의 그녀가 마왕이라면, 오늘 아침의 그녀는 소악마B.
  롤머리를 흔들며 사무소를 살피듯이 중얼인 란코의 인사에 카에데가 뒤를 돌았다.
  설마 바로 만나리라고는 예상치 못했던 교복의 란코가 움찔 몸을 떨었다.




 「어머. 안녕하세요, 란코쨩」

 「아, 안녕……하세요. 세……카에데씨」

 「어제는 즐거웠어요. 마지막 부분이 잘 기억 안나지만」

 「……」

  란코는 고민했다.
  어제의 사건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인지 아직도 결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 눈에 동경한 타카가키 카에데.
  커다란 술병을 한손에 들고 병나발을 불던 세기말 가희.
  그 지옥도를 하룻밤의 악몽으로 잊는가, 현실로 받아들이고 사는가.
  란코의 아버지가 걱정한 벽은, 굉장히 무정한 형태로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


 「…………흠……」


  란코는 이 날, 조금 어른이 되었다.





 【14살/겨울】


  한눈에 알았다.
  두 사람에게 말은 필요없었다.


 「──헤에. 이건 과연」


  난방을 하고있는 실내임에도, 어째서인지 머플러를 벗지 않는 소녀.
  펄로 듬뿍 장식된 자켓도 입고있어서인지, 겨울임에도 살짝 땀을 흘리고 있었다.
  그것이 그녀의 세계였다.

 「그렇군, 일단 이름을 물을까……아아, 미안해」

  입꼬리를 올리고, 가볍게 고개를 젓는다.


 「내 소개가 우선이겠구나──아스카. 나는 니노미야 아스카.」

 「좋은 울림이구나──나의 이름은 칸자키 란코.」


  세계가 해후하고, 영혼이 공명했다.





 「호오……어두운 밤의 공물을」
 (블랙 커피 마실 수 있구나. 대단해)

 「익숙해지면 별거 아니야. 일상의 일부로 용해하는거지」

 「나의 영혼이 바라는것은 무구와 과오와 혼돈이니」
 (커피우유는 좋아하는데)

 「뭐, 란코도 좀 더 크면 괜찮아지겠지. 시간이란 위대한 만병통치약이니까」


  매끄러운 대화가 이어진다.
  마치 십년지기처럼, 그 분위기는 납득과 이해로 가득 차 있었다.

 「오, 란코쨩 왔었구나. 니노미야씨도」

 「안녕하세요」

 「여어, 좋은 아침이야」

 「안녕. 이제 익숙해졌니, 니노미야씨?」

 「아아. 아직 시간은 얕지만, 생각 이상으로 금방 친숙해지는구나. 분할 정도로 말이지」

 「하하하, 앞으로도 힘내」

  아스카는 상쾌한 표정이었다.
  머플러는 어느새 벗고 있었다.




 「나의 벗이여! 나는 영혼의 연결을 바란다!」
 (프로듀서! 유닛 짜고 싶어요!)

 「응? 니노미야씨랑?」

 「물론!」
 (응!)

 「으음……아직 신인이지만……그쪽 담당이랑 이야기해볼게」


 「……그쪽?」

 「응?」


  뭔가가 하나, 이야기가 어긋나있었다.
  그녀의 언령을 빌리자면, 세계가 비틀려 있었다.

 「아스카, 새로 온 아이돌이잖아?」

 「응, 타다씨네 쪽」

 「에?」

 「응?」

 「프로듀서의」

 「타다씨 담당 프로듀서의」




  란코가 입을 크게 벌리고, 아스카가 그것을 흥미로운 시선으로 관찰하고 있었다.

 「어찌하여!?」
 (왜!?)

 「아니, 난 란코쨩만으로 벅차고」

 「싫어─!」

 「그렇게 말해도」

 「유닛 짤래─!」

 「그것은 정말로 이야기 해볼건데」

 「그러하면 됐다」
 (만세─)

 「착하지」

 「유쾌한 사무소구나, 여기는」


  그녀들이 어둠의 빛을 발산하는 것은, 얼마 후였다.





 【15세/봄】


  겨울이 어울리는 소녀는, 봄의 숨결과 함께 왔다.


 「차 괜찮아?」

 「다-. 녹차, 좋아해요」

  이번이야말로, 진짜, 틀림없이.
  그가 란코와 함께 담당하게 된 소녀.
  아냐──아나스타샤.
  여러가지 잡무를 끝내고, 2인실이 된 란코의, 그리고 아냐의 방에 모였다.

 「가리체!」

 「므?」

 「차……뜨거웠어요」

  혀를 내밀며 웃는 그 모습은, 얼음 조각상처럼 아름다운 용모와 어울리지 않았지만.
  그러나 그 갭이 소녀 특유의 귀여움을 뿜어내고 있었다.

 「후후……이곳을 그대의 거성이라고 여기며 편히 쉬도록」
 (앞으로는 두 사람의 집이니까 사양하지 마)

 「다- 부족한 몸이지만, 잘 부탁드립니다」


  일본어, 러시아어, 영어, 란코어.
  아냐는 다양한 언어를 구사하는 재녀이기도 했다.





 「미디웨지나크……귀엽네요」

 「아, 이 아이? 에헤헤, 귀엽지. 쿠마쨩군이야」

 「쿠마군」

 「쿠마쨩군」

 「쿠마쨩군」

  아냐의 시선 끝에 있던 봉제인형을 란코가 껴안았다.
  코히나타 미호에게 받은 일품이다.
  가벼운 향수병으로 잠들 수 없는 밤에 란코는 자주 그를 안고 자곤 했다.
  입가를 숨기듯 안아올리고, 말랑말랑한 오른손으로 작게 인형을 흔들었다.

 「안녕, 아냐쨩!」

 「프리뷔에트, 쿠마군씨」

 「쿠마쨩군」

 「구마쨩군」

  환영의 인사에, 아냐가 미소로 대답한다.
  방에 귀여움 성분이 가득했다.




 「좋네요. 러시아에도 메드베치……곰, 많이 있었어요」

 「……」

 「란코?」

 「눈의 선율인가……아름다운 조사로군」
 (러시아어……멋있다!)

 「시토? 그런, 가요?」

 「흠!」

  란코에게 동조하는듯이 쿠마쨩군이 고개를 끄덕인다.
  아냐는 일순간 누구의 머리를 쓰다듬어줄지 고민했다가, 결국 쿠마쨩군의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참고로 란코의 머리는 사무소에서도 1, 2위를 다툴 정도로 쓰다듬어지고 있었다.

 「란코도 러시아어, 해볼래요?」

 「크크……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지」
 (응! 잘 할 수 있으면 멋지겠다!)


  그리고, 아냐선생님의 러시아어 강좌가 시작되었다.





 「응……일단은 인사부터」

 「흠!」

 「Здравствуйте」

 「즈드라스트부이쩨」

 「Здравствуйте.」

 「즈드라스트부이쩨」

 「ра, 은 유지크……혀를 말아요」

 「흠」

 「ра」

 「롸-」

 「다- 그거에요.」

 「에헤헤」

 「Здравствуйте」

 「즈드라스트부이쩨」


 란코는 영어에도 조금 약했다.





 「안녕하세요」

 「그라모스키한 슨셰구나!」
 (프리뷔에트에요!)

 「프리뷔에트, 나의……기옥?의 하인……프로듀서, 여」



 「……」

 「그라모스키한 슨셰구나!」
 (프리뷔에트에요!)

 「나의……응……태양의, 프리뷔에트 프로듀서……?」

 온화한 얼굴이 살짝 흐려진 프로듀서.
 자신있게 포즈를 취하고있는 란코.
 서서히 혼란하기 시작한 아냐.

 3인4각 경기로 비유하자면, 셋 다 끈조차 제대로 묶지 못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을것이다.




 상쾌한 초여름의 아침이었다.
 그는 눈을 감고, 하늘을 바라보면서 한숨을 쉬었다.

 「안녕. 그래서, 둘 다」

 「흠!」

 「다-」



 「섞는거 금지」

 「에—」

 「……시트?」

 란코가 러시아어를 마스터 하는 데에는 꽤 긴 세월이 필요했다.




 【15세/초여름】


 「저기, 나의 벗─」

 「……………………」


 멍해져 있었다.
 그는 1분의 틈도 없이 멍해져 있었다.

 제 2회 신데렐라 걸 수상식(이번부터 신데렐라 파티라는 이름이 되었다).
 그것이 폐막한지 슬슬 1시간이 경과하려는 무렵.

 멍해져 있었다. 아직도

 「광란의 연회로 떠나자구나」
 (파티 안갈거야?)

 「……………………」

 「파티……안가나요……?」

 의자에 반쯤 걸터앉고, 텅 빈 단상 위를 응시하고 있는 그.
 란코와 아냐는 그의 양 옆에 앉아, 좌우에서 그의 몸을 계속 흔들고 있었다.




 「파티……파느켓트……」

 아냐는 홈 파티도 좋아했고, 원래부터 이런 축제 분위기를 좋아한다.
 모두의 미소가 가득한 곳에서는, 자신도 자연스럽게 미소가 흘러나오기 때문이다.
 그녀는 정말 착한아이였다.

 「……란코쨩, 아냐쨩」

 「므으! 이제야 의식을 찾았는가!」
 (아침이야, 잠꾸러기 프로듀서!)

 「내 뺨좀 꼬집어 봐」

 한참만에 되찾은 그의 말은 지극히 짧았다.
 그녀들은 얼굴을 마주보고는 그의 양 뺨에 각각의 손을 뻗는다.



 「아야야야야야야, 아파아파아파!!!」

 「천벌이로다」
 (여자애를 방치하니까 그런거야)

 「다-」





 뺨을 문지르면서 머리를 흔든다.
 한숨을 쉬고는, 다시 의자에 쓰러졌다.

「아니, 아직도 믿기지 않아서……」

「나의 몸이야마로 재투성이 공주이니!」
(신데렐라 걸이야!)

「그 다음, 이에요. 조금 아쉽지만……하라쇼」


 제2회 신데렐라 걸 선발 총선거.


 제 1위, 칸자키 란코.
 제 2위, 아나스타샤.


 ――쾌거였다.





「이런말하기 좀 미안한데……란코쨩은 이해해. 굉장히 노력했고, 충분히 가능성 있었어」

「흐음!」

「아냐쨩, 아직 사진이랑 120초짜리 메시지 공개한게 다 아니었나……?」


 겨울에 스카우트를 받고, 봄에서야 활동을 개시한 아나스타샤.
 일단 조건은 충족되서 총선거 명부에 실은 그녀의 프로필.
 그로서는 출석 이상의 의미를 담지 않았었다.


「다-. 노래, 부르고 싶어요」


 기대의 신성, 이라는 표현이 있다.
 아냐의 대약진은 그야말로 초신성 폭발이라고 표현할 수 있었다.




「둘 다」

 일어서서, 두 사람의 눈을 정면에서 응시한다.
 바지에 손을 닦고, 살포시 그녀들의 손을 잡았다.

「따라와줘서 고마워. 앞으로도 잘 부탁해」

「다- 지금부터 시작, 이지요?」

「크크크……무한히 샘솟는 나의 마력을 버틸 수 있을지?」
(네! 잘 부탁드릴게요!!)

「하하하, 바라던 바야……어이쿠」

 문득 떠올린듯이 손목시계를 확인하고 그가 웃었다.


「자, 이 이상 늦을수는 없지. 마법이 풀릴지도 모르고」

「에……에엣~!? 그, 그건 싫어~!!」

「괜찮아요. 신레렐라는 늦게 도착하는 거에요」

「하하. 자, 갈까──」


 두 사람을 두고 떠나듯이, 구두가 벗겨질듯한 기세로.


 마법지팡이를 안은 신데렐라는, 무도회장으로 달려갔다.



(2)에서 계속


-보충설명-

1. 13살/겨울~14살/봄
란코를 스카우트한 프로듀서는 타카후지 카코의 P입니다.
카코P는 호타루 수준으로 운이 나쁜 사람이고, 재능있는 아이돌들(미카, 아이리, 란코, 아나스타샤)을 많이 스카우트 했지만, 정작 데뷔 이후로는 아이돌을 잘 키우지 못하다보니 카코와 만나기 전까지 방황하던 사람입니다.

관련 SS
타카후지 카코「불행 중 다행」
http://idolmaster.co.kr/bbs/board.php?bo_table=trans&wr_id=60668

2. 14살/가을

공식앨범인 Cool jewelries 001 관련 내용입니다.

해당 음반의 보너스 드라마인 '쿨한 수록 후'에 같은 상황(뒷풀이에서 카에데가 술?먹고 깽판)이 나옵니다.


3. 15세/봄
아냐가 사무소에 들어가고, 란코와 동거하는 과정을 더 자세히 알고싶다면 여기를 읽어보시면 됩니다.
아나스타샤「가련한 마수」
http://idolmaster.co.kr/bbs/board.php?bo_table=trans&wr_id=120908&sca=&sfl=wr_subject&stx=%EA%B0%80%EB%A0%A8%ED%95%9C+%EB%A7%88%EC%88%98&sop=and

4. 15세/초여름
실제 제 2회 신데렐라 걸 총선거에서도 란코가 1위, 아냐가 2위였습니다. 또한, 아냐가 모바마스에 실장된지 3개월만에  열린 총선거이고, 당시 아냐는 성우도 안붙은 상황이었는데 2위를 하는 기염을 토했었습니다.

메모장기준 약 250kb의 장편이다보니 한 5~6편으로 나눠서 올릴것 같습니다. 늦어도 일주일 안에는 전부 끝낼 예정입니다.
좀 보충설명할게 많지만, 그래도 굉장히 재미있는 작품이니 꼭 끝까지 읽어주세요.
제가 요 최근동안 관련작품 중에서 미번역작들 다 번역하고 나서야 이걸 잡았을 정도로 잘 쓰여진 작품입니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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