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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카 「그녀는 마치」 유미 「꽃 같았답니다」 中

댓글: 4 / 조회: 645 / 추천: 4



본문 - 02-08, 2017 00:37에 작성됨.

    =====

    
    「그럼 시작하지. 하나, 둘…… 1, 2, 3, 4!」

    
    아스카 쨩의 목소리와 박수에 맞춰서 스텝을 밟기 시작했어.

    CD 플레이어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춰 노래하면서도, 또 거기에 맞춰 몸을 이리저리 뻗으며,

    한없이 집중하며, 안무의 흐름, 안무와 곡조의 완급을 의식하면서 콘크리트 바닥을 밟으며, 춤췄어.

    그렇게, 우선은 한 곡만.

    
    「후우……어땠어?」

    「흠, 그렇구나. B 멜로디의 처음 부분, 지난 번에 트레이너가 지적했던 부분이 불안정해진 것처럼 보였는데. 그 외에는…… 내가 보기엔 모르겠군」

    「고마워. 그럼 우선은 거기부터 극복, 해야겠네」

    
    가라앉아 가는 저녁 햇빛을 받으면서, 페트 병의 차를 마시고 한숨을 내쉬었어.

    나와 아스카 쨩은 옥상에서, 있어 보이게 말하자면 자율 트레이닝을 하고 있었어.

    정확히는 내 연습에 아스카 쨩이 어울려 주고 있다, 라고 해야 맞겠지만.

    라이브가 가까워지고 있다는데, 곤란하게도 내 성과는 최상이라고는 할 수가 없어서.

    ――처음에는 아스카 쨩보다 내 진도가 더 빨랐는데.
    
    그런데 역시, 고열로 쉬고 있었던 공백이 큰 걸까나. 아스카 쨩은 그 사이에 어려워했던 안무를 극복해 내고, 나를 리드할 수 있을 정도가 되어 있었어.

    지고 있을 수는 없다고 의욕을 내고는 있는데, 어째선지 진도는 지지부진한 상태야.

    뭐, 그런 사정이 있어서, 연습 시간을 조금이라도 늘리고 싶었어.

    
    「슬슬 해가 질 시간인데. 계속할 생각이라면 알려 줘」

    
    목소리의 주인은 프로듀서 씨. 뭔지 모를 큰 짐을 안고 옥상까지 올라온 것 같았어.

    아스카 쨩은, 어떻게 하겠어? 하고 눈짓으로 물어보고 있었어.

    
    「그러ー엄…… 조금만 더 시켜 주세요. 아스카 쨩도 어울려 줄 수 있을까?」

    「아아, 나는 상관없는데」

    
    우리의 대답을 듣고 프로듀서 씨는 만족스럽게 끄덕이더니, 안고 있던 짐을 내려놓았어.

    
    「그렇게 말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지. 음, 모처럼 애써서 가져온 게 헛수고가 아니게 되는 것도 만족스럽고」

    「그건……?」

    「비디오 카메라, 그리고 삼각대. 유미 혼자서 춤추는 건 실전에 가깝다고 하긴 어려울 테고, 아스카가 그걸 보고 있을 뿐인 지금보다는, 스스로 자신의 움직임을 확인하는 게 좀 더 알기 쉽겠지?」

    
    즉, 나와 아스카 쨩이 둘이서 춤추고, 그걸 비디오 카메라로 촬영해서 확인하라는 것 같았어.

    실전에선 당연히 나 혼자 춤추는 게 아니고, 얼마든지 돌려 볼 수 있는 건 역시 도움이 될 것 같아서.

    
    「고마워요! 그래서, 사용법을 배울 수 있을까요?」

    「아니, 촬영은 내가 해 주마. 그런 건 맡겨 두라고」

    「이런, 너도 한가한 몸은 아니었을 텐데, 프로듀서?」

    「이 정도의 시간이라면 비울 수 있다니까. 게다가, 마침 내 눈으로 직접 너희들의 상태를 확인해 두고 싶었고」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프로듀서 씨는 척척 카메라를 세팅하고 있었어.

    
    「아스카 쨩, 오늘은 한 곡에 집중하고 싶은데……」

    「알았어. 유미 씨가 하고 싶은 대로 해도 괜찮으니까」

    
    말하면서, 어쩐지 안무를 따라하듯이 몸을 움직여 봤어.

    지적받았던 부분. 거기는 내가 메인이 돼서, 하이라이트를 향해 기세를 올려 나가는 중요한 파트야.

    지난 번엔 움직임이 작아지고 있다고 주의를 받았으니까, 가능한 한 크게 움직이도록 신경을 썼었는데, 그래서 축이 흔들려 버렸던 것 같아.

    좋아, 반성했어. 다음에야말로 같은 미스를 하지 않도록 마음에 새겨 두자.


    「좋아, 준비는 OK다. 그럼그럼, 첫 동작부터」

    「네ー에」

    「이해했어」

    
    아스카 쨩과 나란히 서서, 시작 포즈. 역시 옆에 아무도 없었을 때와는 또 감각이 달랐어.

    
    「좋아, 시작해. 1, 2, 3, 4!」

    
    프로듀서 씨의 구호와 함께 음악이 흐르기 시작했어.

    이번엔 두 사람의 거리감도 중요해졌어. 너무 가깝지 않게, 너무 멀지 않게. 두 사람의 존재감을 살리기 위한 움직임뿐 아니라, 몸의 축에서 손끝 발끝까지 의식을 돌리면서, 안무를 최대한 신중하게.

    그러면서도 작은 움직임이 되어 버리지 않도록 춤추지 않으면 안 돼. 노래도 해야 하고.

    보통 일이 아니지만, 그런데도 목표에는 다가서고 있을 텐데.

    불안감과 잡념을 내쫓아 버리듯이 몇 분 전에 되새겼던 안무를 다시 끝마쳤어.
    

    「……좋아, 촬영은 문제 없었어. 둘이서 성과를 확인해 보도록 해」

    
    프로듀서 씨는 그렇게 말하며 우리들에게 타올을 건네주고, 비디오 카메라 앞에서 물러나며 우리들에게 공간을 만들어 줬어.

    둘이서 땀을 닦으면서 그 작은 화면을 들여다봤어.

    혹시, 이렇게 객관적으로 우리의 움직임을 관찰하는 건 처음일지도 몰라.

    
    「흐음……. 아, 조금 되감아 봐도 되겠어?」

    「응, 아스카 쨩도 생각했구나?」

    
    어쩐지, 두 사람의 움직임이나 위치의 밸런스에서 위화감이 느껴지는 부분.

    아무래도 아스카 쨩도, 뒤에서 느껴지는 기색으로 보아하니 프로듀서 씨도 같은 걸 느끼고 있었던 것 같았어.

    
    「으…… 이거, 내가 조금 어긋나 있었던 것 같아. 우으, 잘 되지 않는구나아」

    「아니, 움직임은 확실히 유미 씨가 조금 빠르게 나가 버렸던 것 같지만, 내가 서 있는 위치도 문제가 있는 것 같군」

    「아, 정말이야. …… 우와아, 이렇게 보면 작은 미스가 잔뜩 있구나」

    
    세세하게 신경쓰고 있었을 텐데, 섬세하지 않았던 부분이 많이 있었어. 누가 더 많았냐면, 역시 내 쪽이 좀 더 많았고.


    「전체의 흐름은 충분히 파악하고 있을 테니까, 앞으로는 조금씩 완성도를 높이도록 노력하면 돼.…… 기술적인 면만 얘기하자면, 말이지만」

    「그건 즉, 그 이외에 문제가 있다는 말일까. 예를 들면, 정신적인 면이라든가」

    
    아스카 쨩의 질문에, 프로듀서 씨는 고민하는 듯한 행동을 보였어.

    평소에는 즉단즉결하는 성향이니까, 이런 모습은 조금 드물어.

    
    「……조금 그런 경향이 있다, 는 거야. 특히, 유미에게 말이지. 아프고 나서 조금 초조해하고 있지는 않아?」

    「초조해…… 으음, 글쎄요. 그렇게까지 초조함을 느끼고 있지는 않은데요」

    
    빨리 아스카 쨩을 따라잡고 싶다고는 생각하고 있어. 하지만, 무리해서라도 그러고 싶다고 생각하는 건 아닌데.

    다만, 이렇게 자율적으로 연습하고 있는 건, 초조해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는 걸 눈치챘어.

    
    「그러냐.…… 어쩐지. 아직 조금 정도, 두 사람의 퍼포먼스가 어긋나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흠…… 어긋남인가. 프로듀서가 그렇게 말할 정도라면, 우리들은 서로와, 자신과 마주볼 필요가 있을지도 모르겠군」

    「마주보기, 인가아」

    「말할 만큼 말해 두고서 미안하지만, 이 이야기는 반 정도만 받아들여 줘. 내가 불안감을 부추겨 버린 것처럼 되어 버리면 미안하니까」

    
    그 말을 마지막으로, 자율 트레이닝은 마무리되는 분위기가 되었어.


    =====
    
    
    그러고 나서 아스카 쨩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집으로 돌아갔어.

    돌아오고 나서도, 복사해 온 촬영 데이터를 보면서 별볼일 없는 메일을 주고받을 뿐.

    어디에 미스가 있었어, 다음엔 이렇게 해 봐야지, 하며 과제를 하나씩 정리하고, 슬슬 시간도 늦었으니까 마무리짓자는 분위기가 서로의 문장에 나타나기 시작했어.

    그러고 있을 때 문득, 프로듀서 씨의 말이 머릿속에 걸렸어.

    초조해하고 있는 거 아니냐, 그런 게 아니더라도, 뭔가 기술면 이외의 문제를 안고 있는 건 아니냐, 하던.

    그런 느낌은 없었는데, 스스로도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말을 들어 버리면, 불안해지는 감각.

    ……안돼안돼. 너무 신경쓰지 않도록, 하고 프로듀서 씨도 말했는데.

    그래도, 막연한 불안은 느릿하게 하지만 확실하게 내 사고를 진행시켜 나가서.

    
    『나는 슬슬 자러 가겠어. 내일, 또 느긋하게 생각하기로 하지.
    만약 걱정거리가 있다면, 내게도 공유해 줬으면 기쁘겠군. 우리는 서로 지탱하며 피어나는 두 송이 꽃과도 같은 거니까』

    
    도착한 건 잘 자라는 인사. 답장을 하지 않았다는 걸 눈치채고 문장을 구상하려고 했는데.

    ……어머?

    아무 것도 아닌, 아주 조금의 비유를 섞은 아스카 쨩다운 문장.

    그런데, 어쩐지 모르게 느껴진 위화감. 그걸 뒤쫓으려고 한 순간에.

    사고의 톱니바퀴가, 찰칵 하고 맞물리는 감각이 왔다.

    
    ……좋지 않아. 이건, 안 돼.

    계속 생각하면 위험해. 생각을 멈추면 안 돼.
    
    머릿 속에서 상반되는 경종이 소란스럽게 울리지만, 그런데도 그 정체에 손을 뻗으려 했어.

    손가락 끝에는 닿고 있는데, 잡히지는 않는 것 같은 안타까움.

    하지만, 잡아 버리면 그 손이 갈기갈기 찢겨져 나가 버릴 것 같은 예감이 들었어.

    그런 위험한 뭔가를 절대로 놓쳐선 안 된다는 목소리도 들려와서, 어쩔 수 없는 이율배반.

    결국, 생각은 나아가고 있었지만.

    나는 뭘 느꼈던 걸까.

    걱정거리…… 아스카 쨩에게 상담, 일까. 하지만 이건 너무도 막연한 감각이라, 상담하는 건 어려울 거야.
    
    하지만, 서로서로 지탱해 준다면, 막연한 이 감각도……. 지탱한다?


    …………아.

    
    「ーー으읏!!」

    
    ……그렇게, 깨달아 버렸어.

    
    ――유미 씨, 한 가지만 확인해도 좋을까

    
    그게, 아스카 쨩의 성장은 마치 자라나는 꽃들 같아서.
    

    ――비는 좋아해. 이럴 때일수록 더 그렇지
    
    
    그러면서도, 아름답고도 덧없어서.

    나도 거기서 피어나는 한 송이의 꽃이었을 뿐인데.

    왜, 자신이 꽃을 기르는 사람이라고 착각해 버린 걸까.

    아스카 쨩이 의지해 줬으면 좋겠다고, 쭉 생각하고 있었어.

    하지만 그건, 아스카 쨩이 나에게 의지하는 이유를 요구하고 있는 것과 같아서.

    즉 나는, 마음 속 깊은 곳에서 그녀를 믿지 못했던 거야.

    
    「으, 아, 거짓말…… 나, 그런……?」

    
    외로워, 같이 간단한 감정이 아냐, 이미 나는, 의존해 줬으면 좋겠다고까지 생각하고 있었어.

    이런 비뚤어진 마음을 안고, 아스카 쨩만을 바라봐서.

    자신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는데.

    ……아아, 아아, 그런데도, 나는 정말로 아스카 쨩과 서로 믿고 있다고 마음대로 생각해 버리고.

    이, 얼마나 지독한 착각이었는지.
    
    게다가 나는, 내게 뻗어온 손을 무시하고 있었다는 것조차도 눈치채지 못했던 거야!


    「…………어, 쩌지」

    
    껑충, 하고 침대에 쳐박혔어.

    굉장히 어두워진 기분이 무겁게 덮쳐 와서, 몸을, 마음을 가라앉혀 갔어.

    내일, 어떤 표정을 짓고 만나야 하는 거야.

    시치미 뗀 표정으로 숨길까? 그렇게 요령 좋은 일은, 나로서는 무리야.

    그것도 그렇지, 지금까지 나는 그걸 눈치채지조차 못했으니까.

    이런 내가, 아스카 쨩과 어떻게 접해야 할지 같은 건 짐작조차 되지 않아.

    그게 견딜 수 없을 정도로 불안해서.

    이 불안감이 바로 네가 아스카 쨩을 믿지 못하는 가장 큰 증거다, 하고, 내게 내밀어져 있는 것 같았어.

    
    「쉬어 버릴까……」

    
    ……에.

    나, 지금, 무슨 말을……?

    입에서 나온 말을, 믿을 수 없었어.

    하지만 그건, 정말로 아무것도 의식하지 않은 채로 드러난, 어떻게도 변명할 수 없는 본심이었겠지.

    인정하고 싶지 않은데, 한 번 눈치채 버리면 내 거짓말은 자꾸자꾸 드러나 버려서.

    
    「하, 하하…… 최악이구나, 나는」


    하지만, 이대로 쉬어 버리면, 다시는 일어날 수 없겠지.

    그런 확신은 있었어.

    그러니까, 이 무겁고도 전혀 깨끗하지 않은 걸 끌어안고서라도, 사무소에는 가기로 결심했어.

    언젠가 우리들이 결정적으로 엇갈릴 그 날까지, 타성으로라도 좋으니까.


    사고와 자기혐오에, 깊이깊이. 그건, 어두운 바다에 가라앉아 가는 것 같았어.

    ――저기, 그렇다면 이 의식도 함께 가라앉혀 버리자.

    내 글러먹은 부분도 전부 모아서 재워 버리자.

    다시 눈을 떴을 때는, 그 아이와 제대로 마주볼 수 있는 내가 될 수 있게.


    =====
    

    그녀가 감기에 걸리고 있었을 무렵에 내가 생각하고 있었던 것보다, 몇 배는 더.

    지금의 유미 씨는, 당장이라도 시들어 버릴 것 같았다.


    「…………」

    「저기, 유미 씨」

    「……에, 아, 응…………. 아, 왜 그래, 아스카 쨩?」

    「그게……. 아니, 아무것도 아냐」

    
    사무소의 소파에 앉은 채, 정신을 다른 데 팔고 있는 것처럼, 내 말에도 몇 박자는 늦게 대답을 돌려주는 유미 씨.

    왜 그래, 라니, 묻고 싶은 건 내 쪽이다.

    어제까지는 아무렇지도 않았을 텐데. 오늘의 그녀는 확실히 이상했다.

    그저 멍하니 하고 있을 뿐이라면, 걱정은 하겠지만 여기까지 위화감을 느끼지는 않는다.

    그것보다도 오히려.

    표정이, 행동이, 목소리의 톤이, 어둡고 무기력하다는 것이, 마치 그녀가 그녀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어 버린 것 같아서, 지독하게 무서운 거다.

    왜냐하면, 내가 아는 유미 씨라는 사람은, 언제나 그 마음 속에 눈부실 정도의 빛을 채우고 있는 사람이었으니까.

    게다가, 그런데도, 말을 건네는 나에게 대응하는 그 한 순간만, 희미하게 빛이 되돌아오려고 하니까, 가만히 있기 어렵다.

    하필이면 그녀는, 그런 상태인데도 그걸 속이려고 하고 있는 거다.

    데스크에서 이 쪽을 살피고 있는 프로듀서에게 눈을 돌려도, 복잡한 표정으로 머리를 가로저을 뿐.

    너무나도 급작스럽고 커다란 변화에, 우리는 손쓸 방법조차 찾지 못하고 있었다.


    짜악, 하는 소리가 울렸다.

    보니, 유미 씨가 자신의 뺨을 양손으로 때리고 있었다.

    
    「……슬슬 레슨 시간도 다가왔으니까……. 가야, 겠넷?」

    「아, 아아……. 그렇구나. 프로듀서, 다녀오지」

    
    뭐야, 그건. 그런 억지로 기분을 고치는 것 같은.

    머리에 떠오르는 말을, 입 밖에 낼 수가 없다.
    
    말해 버리면, 돌이킬 수 없어져 버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
    
    
    솔직히,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오늘의 레슨은 정말 엉망이었다.

    유미 씨의 움직임은 세세한 동작을 빠뜨리고, 때로는 레슨을 갓 시작했던 그 때처럼 큰 미스를 낼 것 같았다.

    이렇게 말하는 나도, 거기에 정신을 빼앗겨서 꽤 나쁜 움직임을 보여줘 버렸지만.

    어쨌든, 이런 상태의 유미 씨를 쭉 보고 있는 건 너무도 참기 어려운 일이다.

    그녀가 어떤 고민을 끌어안고 있는지는 모른다. 물어보면 좀 더 괴로워질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그 영역에 발을 디디고 싶었다.

    한 사람과 두 사람의 차이. 숫자로는 겨우 1 차이지만, 그건 터무니없이 큰 차이다.

    나는 쭉 다른 한 사람에게 의지해 왔으니까, 이번엔 내가 다른 한 사람이 되어 지탱해 줄 수 있도록.

    각오를 정하고, 이야기했다.

    
    「유미 씨, 바람이라도 쐴 겸 산책이라도 하지 않겠어?」


    =====
    
    
    도시의 길은 사람이 많고 너저분하니까, 걷는 것 그 자체를 목적으로 하기에는 그다지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사무소 근처를 거닐고 싶을 땐, 여기다, 하고 정해 둔 장소가 있었다.

    걸어서 약 이십 분. 약간 시간이 뜨는 건 어쩔 수 없지만, 그건 일찌감치 단념하고 있다.

    느긋한 걸음걸이지만, 대화는 거의 없다.

    사소한 내용이라도 뭔가 말을 건넬 수 있으면 좋았겠지만, 여하튼 나는 그런 어휘력을 갖고 있지 않은 거다.

    힐끔, 근처를 걷는 유미 씨를 곁눈질해 본다.

    눈이 맞아 버렸다. 역시 기운이 없고, 아파 보이는 시선.

    당황해서 눈을 뗀다. 후우, 하고 작게 한숨을 토하는 소리가 들렸다.

    
    「앞으로 조금만 더 가면 도착할 것 같군. 혹시, 목적지도 눈치채고 있는 걸까?」

    「……응」

    
    얼버무리려는 의도를 겸한 질문에도, 그녀는 작게 끄덕일 뿐.

    이 정도로 굴할 생각은 없다. 분명 거기 도착하고 나면, 뭔가를 느껴 줄 터다.

    여기까지 삼십 분 걸려 걸어온 길을, 십 분 정도 추가로 걸어간다.

    페이스를 올릴 이유는, 전혀 없었다.

    
    「도착했어. 그렇다고 해도, 또 여기를 산책할 거지만 말이지」

    「여긴…… 자연 공원?」

    
    도시에 있으면서도 많은 초록을 접할 수 있는 공원.

    일부 시설을 제하면 입장료 무료에, 늦은 시간에도 들어갈 수 있어서 고마운 장소다.
    
    기숙사를 통해 프로듀서에게 소식이 전해지면 귀찮아지니까 통금 시간은 지키지만.

    마음을 가라앉히고 고민거리를 생각하며 걷는 데 안성맞춤이고, 유미 씨의 마음 속 깊이 있는 고민거리에도, 분명 한두 번은 접할 수 있겠지.

    나무들은 석양에 주홍색으로 물들어 가고 있었다. 바람은 시원하고, 나뭇잎이 사락사락 서로 스치는 소리가 기분 좋았다.

    그러니까, 이렇게 좋은 분위기를 망치지 않기 위해서, 될 수 있는 대로 밝게.
    

    「그럼, 다시 걸어 볼까. 그렇군. 심플하게 추천 산책 코스가 좋겠지」

    「응. 알았어. ……아」

    「무슨 일일까?」

    「아냐. 그냥, 흙 냄새가 나서」
    

    그렇게 말하고 그녀는 크게 숨을 들이마신다.

    완만한 동작. 하지만, 그 안에서 무기력함과는 다른, 침착한 분위기가 아주 조금만 엿보인 것 같았다.

    기분 탓이 아니라면 좋겠는데.

    이렇게, 그녀가 조금이라도 편안하게, 기운을 내 줄 수 있는 것들을, 조금씩 끌어당겨 주고 싶다.

    
    「볼 만한 곳도, 시간도 아직 많으니까. 이 곳의 매력을, 느긋하게 만끽하기로 하지」

    
    자부심을 가져도 좋은 걸까. 하는 자문에, 긍정으로 자답한다.

    
    「아……」

    「자, 가 볼까」

    
    나는 그녀의 손을 잡고서, 걸어나가기 시작했다.

    느슨하고, 얕은 연결. 강하게 접하는 걸 주저해 버리는 내게는, 결국은 이게 최선.

    그런데도 그녀가 정말로 작은 힘으로 맞잡아 주니까, 나는 그녀를 위해 노력할 수 있다.


    「여기는 물고기도 헤엄치고 있어서, 이따금 몇 마리는 수면에서 고개를 내밀기도 하지. 꽤, 슈르하면서 좋은 광경이야」

    
    「그저 그저 넓은 잔디밭 한가운데서, 뒹굴며 하늘을 보면,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침착해지고, 세계를 사치스럽게 사용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어」

    
    「여러 가지 꽃들이 심어져 있군. 얼마 전까지에 내게는, 꽃은 바라보는 대상에 지나지 않았어.
    이 손으로 기르며 여러 가지를 알았으니까, 좀 더 사랑스러워 보이는 거겠지」

    
    나라는 인간은, 이렇게나 요설가였던 걸까.

    큰 반응이 되돌아오는 것도 아닌데, 맞잡은 손에서 느껴지는 자그마한 변화를 원하며, 입을 열어 버린다.

    나답지 않은데도, 그만둘 수 없다.

    
    「이 공원에서 놀이기구가 놓여져 있고, 이른바 놀이터 분위기가 나는 장소는 여기뿐이야.
    뭐, 어떤 거라도 내 몸에는 확실히 작지만, 말이지」

    「저기, 아스카 쨩」

    
    작은, 의지가 실린 목소리에 멈춰선다.

    
    「고마워」

    
    유미 씨가 작게 속삭이더니, 닿을 정도로만 맞잡았던 손을 풀었다.

    그리고 한 걸음, 두 걸음, 세 걸음 내게서 멀어졌다가, 다시 다가온다.

    그 손은 가슴 앞에서 꽉 맞잡고 있어서,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고, 본제에 들어가리라는 걸 깨달았다.

    손을 뻗기만 해서는 닿지 않는 거리. 그건 분명, 물리적인 의미만을 나타내는 건 아니겠지.
    

    「……응, 나도, 뭘 얘기해야 되는 걸지, 아직 조금 헤매고는 있는데」

    
    서론. 말하기 시작한 그녀의 표정은, 생생하지만 맑지는 않았다.
    

    「지금부터, 아스카 쨩에게 심한 말을 해 버릴 거라고 생각해. 하지만, 제발 들어 줬으면 좋겠어…… 아니, 사실은 듣지 말아 줬으면 좋겠어.
    하지만, 아마 나는 그걸 얘기해야만 한다고 생각하니까」

    
    그건 각오하고 있던 일이었을 터다.

    그런데도, 무섭다.

    어떤 말을 들이대 버리는 걸지. 무서워서 견딜 수가 없다.

    그렇다 해도, 듣도록 하자. 받아들이자.

    유미 씨가, 어느 정도의 공포와 싸우고 이런 말을 시작하는지, 헤아릴 수 없는 두려움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이 불안 따위 사소한 일이라고 웃어 버릴 수 있다.

    
    「알았어. 듣도록 하지, 전부」

    
    서로 수긍한다. 유미 씨는 다시 한 번 더 가슴 앞에 손을 모으고, 입을 열었다.


    「난 있지, 최근의 아스카 쨩을, 꺼림칙하게 느끼고 있었어」

    「……읏」

    
    최초의 한 마디.

    그것만으로, 보기 좋게 흔들려 버렸다.

    사소한 공포라고, 떨었던 허세가 간단하게 무너진다. 하지만, 귀를 막거나 할 수는 없다.

    
    「아스카 쨩이 잘못한 건 아무것도 없어. 이건, 내가 멋대로 그런 걸 생각하고 있었을 뿐이니까」

    「하지만, 나를 멀리할 만한 이유가 있었던 거겠지?」

    「……그랬어. 뭐였다고 생각해? ……라고 말할 정도로, 제멋대로인걸. 모르겠어」

    「아스카 쨩이 나보다 앞서가 버렸으니까, 라니」

    
    그녀는 굉장히 자조적으로 말을 이어 나간다.

    내가 의지해 오는 게 기뻤다고.

    하지만, 그것만을 내게 요구하게 되어 버렸다고.

    그리고, 내가 혼자서도 이런저런 일들을 할 수 있게 되고 나서, 채워지지 않은 욕구를 알아차리지 못한 채 시달리고 있었다고.
    

    「유닛이 되어서, 함께 힘내자고, 서로 그렇게 말했었는데.
    눈치채 보니, 아스카 쨩이 노력한 성과조차도 인정할 수 없을 정도로, 나는 비뚤어져 있었는걸」

    
    목소리를 떨면서 이야기를 정리한다.

    쇼크였다. 분한 마음은 있다. 하지만, 그 분노와 비난의 화살은 유미 씨를 향하지 않는다.

    이게, 유미 씨만의 문제일 리가 있겠냐.

    그렇지 않은가. 나는 의지하고 있었다. 내가 할 수 없는 일, 그걸 보충해 줄 수 있는 상냥한 존재에게 응석부리고 있었다.

    프로듀서 덕분에 눈치챌 수 있었고, 마음가짐을 바로잡고서, 전부 해결했다는 기분이 되어 있었던 거다.

    유미 씨는 지금, 그런 나에게 휘둘려선 결과적으로 괴로워하고 있다. 전부 자기 탓이라고 생각하면서!
    

    「……실격, 이겠, 지……. 이렇게, 엉망진창인데도, 나는…… 그런데도 아스카 쨩에게, 미움받고 싶지 않다니……!」


    울음 섞인 목소리에 숨이 막힌다.

    ……아아, 그녀는 이렇게나 나를 생각해 주고 있었는데, 어째서 눈치채지 못했던 걸까.

    미워한다니, 그럴 수 있을 리가 없다. 그게, 나는, 나는……!

    
    「유미 씨잇!」

    
    그녀의 눈 앞까지 다가가서, 닿았다.
    
    한 손은 가슴 앞에서 떨리던 그녀의 손을 감싸고, 다른 한 손으로는 그녀의 눈동자에서 흘러내리는 물방울을 닦았다.

    
    「실격이라고 말하지 말아 줘. 그런 걸, 나는 생각하지 않아」

    「아스카, 쨩……?」

    
    접해 준 안심과 기쁨을, 몇 번이든 돌려주고 싶다.

    부숴져 버릴 것 같은 그녀를, 고정시키듯이 감싸고 싶다.

    좀 더 강하게, 발을 들여놓을 수 있게 허락을 받고 싶다.

    
    「유미 씨, 나는 너를 좋아해. 우울해지는 일이 있다 해도, 나를 꺼려하는 마음이 있었다 해도, 그런 걸 전부 합해서, 좋아하니까」


    논리가 맞지 않아서 엉망진창이 되더라도, 내 깊은 마음 속을 토로해 주자.
    
    부디, 너도 받아들여 주길.

    
    「유미 씨가 마음 속에서부터 나를 믿어 줄 때까지, 나는 언제까지나 유미 씨를 믿겠어. 무슨 일이 있더라도」

    
    그건 정말 어쩔 수 없을 정도로, 너를 믿게 되어 버렸으니까.

    제멋대로, 함께 있고 싶다고 바라게 되어 버렸으니까.

    
    「사무소의 옥상에서, 둘이서 꽃을 길러 냈어. 나쁜 일도 있었지만, 전부 피워 낼 수 있었지. 그러니까 분명, 우리들도 피어날 수 있어」

    
    그 마음 전부로 그녀의 마음에 닿을 수 있다면, 얼마든지 말하도록 하자.

    
    「그러니까, 다시 말하겠어」

    
    처음부터라도, 괜찮으니까.

    
    「나와 유닛으로 활동하자. 유미. 둘이서 같은 스테이지에 서서, 빛나고 싶어. 다른 누구도 아닌, 너와」

    「…………」


    침묵. 전하고 싶은 건 얼마든지 있지만, 이 이상은 필요 없다.

    지금은 그저, 기대를 담고 되돌아올 말을 기다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아스카 쨩은, 치사하네」

    「그런, 걸까」

    「응. 그게, 어울려 버리는걸. 그런, 멋진 대사가. 그런 말을 들어 버리면, 있지」

    「저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라고, 대답하고 싶어진다구……!」

    「읏……!」

    
    그 미소는, 지금까지 본 그녀의 어떤 표정보다도 근사해서.

    
    「나, 노력할겟. 이상하네. 지금이라면, 아스카 쨩을 정말 좋아할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드는걸」

    「……아아, 분명, 우리들은 지금부터 좀 더, 서로 이해해 나갈 수 있겠지」


    그러니까, 우리들은 겨우 시작했다.

    사무소의 결정이 아니라, 서로의 의사로.

    니노미야 아스카와 아이바 유미의 유닛, 미스테릭 가든을 결성하자.

 

    -下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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