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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카 「그녀는 마치」 유미 「꽃 같았답니다」 上

댓글: 3 / 조회: 1106 / 추천: 4



본문 - 02-08, 2017 00:35에 작성됨.

2: ◆kiHkJAZmtqg7 2016/06/26(日) 21:42:37.79 ID:VOfVP3iH0

    니노미야 아스카 「그녀는 마치」 아이바 유미 「꽃 같았답니다」

    
    
    계단을 올라서, 설치되어 있는 창문에서 찔러들어오는 햇볕에 눈을 가늘게 뜨면서 문을 열었다.

    맑고 푸른 하늘 아래서, 태양빛을 받으며 기분이 좋아 보이는 그녀는, 정말로 꽃 그 자체 같았다.

    사무소의 옥상, 내가 마음에 들어하는 장소 중 한 군데.

    한 쪽 구석에는 커다란 플랜터를 여러 개 늘어놓은 가드닝 스페이스가 만들어져 있어서, 상당한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그 주인이기도 하며, 마침 지금 춤추듯이 식물들을 돌보고 있는 그녀가, 아이바 유미…… 나와 유닛 『미스테릭 가든』을 구성하고, 스테이지 위에서 함께하는 상대다.

    CD 데뷰의 시기, 로만 말하자면 그녀는 내 동기에 해당하게 되겠지. 그 이상의 접점은, 직접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일방적으로 그녀를 조금 알고 있었다.

    이 장소에서 생각에 빠져 있을 때마다, 언제나 시야에 색채를 비추는 꽃들.

    수 개월마다 한 번씩, 계절에 대응하듯 그 레파토리도 변하는 것 같은 꽃들이, 내 흥미를 적잖이 끌어당기고 있었다. 거의 혼자서 기르고 있다는 그녀도 포함해서.

    
    「야아. 도와 줄까?」

    「앗, 아스카 쨩! 음ー…… 응, 모처럼이니까 부탁해 버릴까낫. 아직 물을 못 줬거든」

    
    그런데, 이 장소에는 보통 좀 더 늦은 시간에, 혹은 날씨가 나쁠 때에만 발길을 향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엔 이야기가 다르다. 유닛을 구성했으니까 친목을 도모하기 위해서, 라는 명목으로 꽃을 함께 돌보자고 말한 게 나다.

    일단 가드닝 스페이스의 한쪽 구석에 놓여 있는 물뿌리개에, 수도에서 물을 채워 온다. 단련하지 않은 가냘픈 내 팔엔 조금 무겁다.

    
    「유미 씨, 한 가지만 확인해도 좋을까. …… 그, 물이 그렇게 많이 필요하지 않은 건, 이 쪽하고, 이 꽃이었을까?」
    
    「응응, 맞아! 그러니까, 잠깐만 기다려 줘. ……응, 여기는 흙이 말라 가고 있으니까 조금만 물을 줬으면 좋겠는데. 다른 꽃은 조금 넉넉하게 줘도 괜찮아」

    
    흙을 손가락으로 만져서 상태를 확인하고 나서, 유미 씨는 그렇게 대답했다.

    나처럼 경험이 없는 사람에게, 이렇게 정확한 지시는 더없이 고마운 일이다.

    배운 지식을 활용해서 반복은 할 수 있어도 아직 불안은 남아 있고, 그 때 그 때의 판단은 그녀에게 맡길 수밖에 없는 거다.

    물론, 거기에 만족하지 않고 나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늘려 나가고 싶긴 하지만.

    물뿌리개를 기울여서, 배운 대로 되도록 물을 준다.

    물을 받아 빛을 반사하는 식물들은, 각각 성장 상태나 모양은 다르지만, 건강하게 가지를 늘리고 잎을 키우고 있었다.

    그런데, 문득 생각나 버린 말장난을, 옆에 있는 그녀에게 던지지 않고서는 참을 수 없는 건, 내 나쁜 버릇 중에 하나일지도 모른다.

    
    「이렇게 보고 있으면, 언젠가 꽃피울 때를 위해 자라나는 꽃들은 우리들과 닮아 있다, 그렇게 생각하진 않나?」

    「! …… 후후, 아스카 쨩, 프로듀서와 똑같은 말을 하는구나」

    「이런, 그런 건가? 그 프로듀서답고, 그럴지도 모르겠는데」

    「응. 봉사활동으로 공원의 꽃을 돌보고 있을 때 말이야, 예쁜 꽃이네요ー 하고 말을 건네 왔거든. 기를 때의 노고라든가, 예쁘게 피어 줬을 때의 기쁨 같은 걸 얘기했더니, 닮았네요, 하면서 명함을 줬어. 그게, 내가 아이돌을 시작한 계기」

    
    대화는 조금 의외의 방향으로 향했지만, 조금 더 그녀를 알 수 있게 된 게 기뻤다.

    한바탕 이야기를 늘어놓은 그녀는, 내게 시선을 향한다. 그 눈동자는 반짝반짝 빛나는 것처럼 보여서, 조금은 눈부시다.

    
    「있지, 아스카 쨩은 왜 아이돌이 된 거야? 얘기해 줬으면 좋겠넷」

    
    그리고 창끝은 화제를 바꾸지 않은 채로 나에게.

    그러나, 아이돌이 되기 전의 나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해내고 싶지 않다. 그건, 너무나도 좁았던 것이다. 살아가는 세계도, 구축했던 인간 관계도, 분명 마음까지도.

    그렇다고 해서, 얼버무려 버리면 미안해질 테니까, 옛날에는 접하지 않도록 하고 계기만 말해 두자.

    
    「프로듀서가 나와 닮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 일까. 아아…… 응, 나에게 말을 걸어 왔던 게, 프로듀서였기 때문이었겠지. 그게 스카우트가 아니었다고 해도, 그다지 상관없었을 테니까」

    「아, 하지만 그건 알 것 같을지도. 아이돌이라서, 가 아니라, 프로듀서니까, 였던 거넷」

    「그렇게 되겠군. 그리고, 더 소중한 건…… 지금이겠지. 매일 충실하게 보내고 있고, 즐거운 거야. 너와 이렇게 꽃들을 돌보면서 이야기하는 것도」

    
    생각해 보면, 내가 말했어도 조금 스트레이트한 대사다. 그런 말만 입에 담아 버리는 건 그녀의 성격이 원인인 걸까.

    아주 조금만 뺨을 홍조시키면서 『능숙하네』 하고 미소짓는 그 모습은, 동성까지도 두근거리게 할 정도로 매력적이었다.

    그래, 부러워질 정도로.

    아이바 유미라는 아이돌의 매력은, 대부분이 대체로 내가 가지지 못한 것들이다.

    굉장히 쾌활하고 명랑하며, 곧바른 인품. 그러면서 아름다운 꽃에 가시가 있듯이, 혹은 독을 갖는 꽃이 있듯이, 자극적인 일면도 겸비하고 있다.

    물론, 나에게도 그녀가 갖지 못하는 매력이 있을 거다. 부족한 부분을 서로 보충하는 것처럼, 두 가지 매력을 서로 돋보이게 한다.

    그것이야말로, 우리들 미스테릭 가든에 요구되고 있는 거라고, 나는 생각하고 있다.


    =====
    

    아스카 쨩은 놀랄 정도로 이해가 빠르다고 생각해.

    성장기, 일까나. 좋은 흙에서, 물과 태양빛을 듬뿍 받으며 자꾸자꾸 자라가는 것 같은 이미지야.

    둘이서 기르고 있는 꽃은 최근에 봉오리가 부풀어오르기 시작했어. 우리의 유닛도, 분명 그 정도 위치에 서 있겠지.

    함께 기르자, 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는 조금 놀랐지만, 아스카 쨩은 내게서 배운 것과, 아스카 쨩 자신이 조사한 걸 정말 정중하게, 그리고 섬세하게 실행해 나가고 있어.

    이제 내가 없이도 제대로 기를 수 있지 않을까나, 하고 생각해 버릴 정도로, 아스카 쨩은 꽃에 정성을 들이며, 키워 주고 있어.

    그건 그것대로, 조금 외롭긴 하지만. 침착해 보이지만 흥미진진하게, 열심히 내 얘기를 들어 주고, 그걸 금방 흡수해 나가. 그런 모습은 얼마든지 보고 싶어질 정도였어.

    그래서일까나, 들떠 버렸을지도 몰라.

    
    『하나, 다른 꽃들과 상태가 다른 꽃이 있어. 사진을 보낼 테니까, 뭔가 해야 할 일이 있다면 알려주길 바라.』

    
    솔로로 일하러 나와 있던 나에게 아스카 쨩이 보낸, 그런 문장이 쓰인 메시지.

    첨부되어 있는 사진은 기르고 있던 꽃 중에 하나. 나뭇잎의 일부가 시들어서 갈색으로, 줄기의 뿌리 쪽이 붉은색으로 변색되어 있었어.

    범위는 좁았지만, 그건 틀림없이 꽃이 걸리는 어떤 병의 증상.

    세균성이니까 다른 꽃에 옮겨 버리기 전에 뽑아 버려야 해. 조기에 발견할 수 있었으니까, 아직 늦지는 않았을 거야.

    정말 안타까운 일이었지만, 조금은 기뻤어. 그건 두 가지 이유로.

    아스카 쨩이 정말로 꽃을 잘 돌보고 있다는 걸 재차 실감할 수 있었으니까, 그리고, 또 아스카 쨩이 나에게 의지해 줬으니까.

    그런 일로 고조되는 마음을 책망하면서, 답장을 써 나갔어.

    그래, 자꾸 얘기하는 것 같지만, 나는 들떠 있었다고 생각해.

    
    =====
    

    「엣?」

    「아니, 묘한 일을 부탁해서 미안해. 날씨가 이런데도 아스카가 옥상에서 내려오려고 하질 않아서. 유미가 말을 걸어 줬으면 좋겠어」

    소나기를 뚫고 사무소로 돌아온 내게 전해진 말.

    프로듀서 씨가 말하길, 벌써 두 시간 넘게, 뭘 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옥상에 있을 뿐이라고 해.

    비가 내리기 시작한 건 삼십 분 정도 전. 아무 이유도 없이 그러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진 않아.

    설마. 짐작가는 데는 있었지만, 그건 너무나 사소한 일이라서.

    하지만, 기억해 내 버린 거야.

    옛날의 나를. 노력해서 기르던 꽃이 처음으로 말라 죽어 버렸을 때의 자신을.

    어렸던 나는 슬퍼서, 분해서, 펑펑 울었거든. 미안해요, 미안해요, 하고 꽃에게 사과하면서.

    그런 마음을 그녀가 안고 있다면, 이상할 건 없는 거잖아?


    눈치채면, 나는 빠른 걸음으로 사무소의 계단을 올라가고 있었어.

    만약에, 아스카 쨩이 누군가 말을 걸어 주길 기다리고 있다면, 그건 분명 나를 기다리고 있는 거라고 생각하니까.

    하지만, 옥상의 문을 연 순간에, 아주 잠깐 동안 머릿속이 새하얘졌어.

    왜냐면, 그건,

    쓸쓸해 보이는 표정으로 하늘을 올려보는 아스카 쨩이, 너무나 연약해 보여서.

    온몸이 흠뻑 젖은 그 모습이, 마치 울고 있는 것처럼 보여서.

    그래, 당장이라도 사라져 버릴 것 같았던 거야.

    뭐라도 얘기해야 해, 라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초조함에 반해서, 해야 할 말을 찾지 못하고, 멍하니 입을 연 나를 그녀가 시야에 넣었어.

    
    「……야아. 네가 바랐던 일은, 내 나름대로 완수했다고 생각해」

    「읏……」

    
    최초의 한 마디. 어떤 말보다도 먼저 전해 들은 말은, 내 상상이 맞았다는 걸 증명하는 것 같아서.

    
    「…………응, 고마워. 일 때문에 이 쪽에 올 수 없었으니까, 도와 줘서 고마워」

    
    결국, 평범한 감사의 말밖에 할 수 없었어.

    물론 그건 흔들리지 않는 본심이었지만. 그래도, 뭔가 좀 더 해야 할 말이 있는 게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어.

    
    「…………」

    「…………」

    
    거북한 침묵. 시야는 아스카 쨩을 중심으로 우왕좌왕하다가, 그녀의 오른손에 도착했어.

    그 손 안에 있는 건 뽑아 버렸을 그 꽃.

    뿌리도 포함해서 상처다운 상처라고는 거의 남지 않은, 좋든 싫든 얼마나 정중하게 뽑아냈는지를 상상하게 하는 한 송이의 꽃이, 오른손에 느슨하게 잡혀 있는 걸 발견해 버렸어.

    
    「아스카 쨩, 그건……」

    「아아, 들은 대로 처치한 건 좋았지만, 조문하는 방법까지는 알고 있지 않았으니까, 말이지」
    
    
    마치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한 어조. 강한 체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건, 기분 탓인 걸까.

    
    「하지만, 이런 빗속에서 쭉 그렇게……」

    「비는 좋아해. 이럴 때일수록 더 그렇지. 씻어내서, 흘려보내 주는 건, 그래……. 아니, 이 손에 들고 있는 흙인 걸까?」

    
    무리하게 흘리는 듯한 말과 미소는, 속이려고 하고 있을 텐데도, 아무것도 속일 수 없을 것 같았어.

    아아, 정말. 아스카 쨩의 애처로운 모습에, 멈춰 있던 다리가 움직이기 시작했어.
    

    「유미 씨?」

    
    아스카 쨩의 옆에 서서, 조금이라도 편하게 해 주고 싶어서, 느슨하게 웃었어. 잘 웃을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대로, 아스카 쨩의 오른손을 꽃까지 감싸듯이 잡았어.

    차갑고, 나보다 아주 조금 작은 손. 맞잡은 손에서 조금이라도 뭔가를 공유하고 싶어서, 나는 그녀의 손을 잡고 있었어.

    말도 주고받지 않은 채로, 그저 둘이서 비를 맞고 있기를 몇 분 정도.

    눈치채 보면 아스카 쨩의 왼손도 내 손에 겹쳐져서, 느껴지는 체온도 비슷해졌을 무렵에, 아스카 쨩이 입을 열었어.

    
    「이젠 괜찮아. 걱정을 끼쳐 버려서, 미안하군」

    「……아냐, 괜찮아. 그리고, 사과해야 하는 건 나도」

    「사과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이건 필요한 일이었겠지? 그렇다면, 사과할 필요는 전혀 없으니까」

    
    내 말을 막으면서 아스카 쨩은 그렇게 말하지만, 정직히 납득되지 않는 건, 어쩔 수 없는 거라고 생각해.

    그래도, 그 말을 듣고 더 미안한 듯한 표정을 짓고만 있는 것보다는, 어떻게든 화제를 바꾸는 게 분명 더 나을 테니까.

    
    「그럼, 내려갈까. 우리 둘 다 흠뻑 젖어 버렸고」

    「아아, 돌아가면, 커피라도 한 잔 마시기로 하자」

    「그리고, 그 꽃. 마음 같아서는 흙으로 돌려보내 주고 싶어도, 거기서부터 병이 퍼져 버릴지도 몰라서. ……하지만, 그런 방법보다는, 제대로 마음에 담아 두는 게 훨씬 중요할 테니까, 그러니까, 괜찮아」

    「그런가.…… 아아, 유미 씨가 말한다면 그런 거겠지」

    
    걱정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꽃에 너무 많은 마음을 담아 버려서 상처입어 버리는 건, 아무도 바라지 않을 테니까.

    
    「저기 유미 씨, 피어날 수 없었던 꽃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분명 분하고, 슬퍼할 거라고 생각해. 하지만 있지, 키워 준 사람에게 보내는 감사는, 사랑을 받아서 느꼈던 기쁨은, 사라지거나 하지 않을 거라고, 믿고 있으니깟」


    =====

    
    ……아아.

    나를 응시하는 그 모습을 보고서야, 스스로의 얕은 사려를 간신히 눈치챌 수 있었다.

    마음 깊은 곳에서 걱정하는 것 같은, 나를 염려하는 것 같은 상냥하고도 슬픈 표정.

    내가 지금부터 무슨 말을 하든, 그녀는 그걸 뒤틀어서 받아들여 버리겠지.

    이 조금만 흐려진 마음을, 그녀라면 개이게 해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역이 되어 버릴 것 같았다.

    사실은 눈치채고 있었을 터다, 이건 도를 지나친 거라고.

    그런데도 나는 입을 열었다.

    그만두려고 생각했지만, 지나치게 늦어 버렸다.


    ――왜, 이렇게까지 예상외의 결과만이 나와 버리는 걸까.

    불화 없이 마무리지을 수도 있었을 터다. 그걸, 내 어린 생각이 허용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것뿐. 서로 조금만 씁쓸한 기분이 될 뿐이고, 이번에야말로 마무리.

    그렇게 될 거라고 믿고 있었는데.


    빨리 끝낼 수밖에 없었던 레슨 뒤에, 텅 비어 버린 시간을 언제나처럼 옥상에서 보낸다.

    공교롭게도 상쾌할 정도로 맑은 하늘 아래서 생각하는 건, 그 날도 이랬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라는 것 정도.

    
    「읏……!」

    
    흔들, 하고. 몸을 크게 떨며 그대로 주저앉는 유미 씨의 모습.

    눈에 새겨져서 아직도 멀어지지 않는 그 영상이, 플래시백하며 나를 책망한다.

    그래, 이렇게나 공허한 시간을 보내게 된 이유.

    그건, 유미 씨가 고열로 쓰러졌다는 지극히 단순한 것이다.

    그 날 몸을 차게 하고 있었던 게 원인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 건, 발상의 비약이라 할 만한 것도 아니겠지.

    나처럼, 비를 맞는 데 익숙해져 있었을 리가 없었을 테니까.

    
    ……아아, 정말로.

    멈췄으면 좋겠다.

    왜 그런, 흙을 파내서 꽃을 뽑아내던 감촉까지 생각나 버리는 걸까.

    그건 마치, 꽃의 병과 그녀의 병을 겹쳐 보는 것 같아서.

    하지만 그런 거라면, 뽑아 버려야 했던 건 유미 씨가 아니라 내 쪽이었을 거다.
    
    내 불필요한 감상이 그녀에게 칼을 씌워 버린 거니까, 이 예시는 맞지 않는다.

    그게 아니라, 논리의 문제가 아니라, 그저 내가 연상했기 때문에 겹쳐 보고 있을 뿐인 걸까.

    지독하게 싫어진다. 자기완결하는 것 뿐이라면 차라리 귀여울 정도인 이 마이너스 사고에, 유미 씨를 말려들게 하고 있는 자신이.


    끼이, 하는 금속의 마찰음. 전조도 없이 울려퍼진 건 이 장소에 손님이 왔음을 전하는 소리다.

    펜스 저 너머의 빌딩 숲에 향하던 시선을, 내방자가 있을 터인 방향으로 돌린다.

    거기에 있는 건, 슈트 모습이 익숙해진 남성. 포멀한 복장과는 반대로, 왜인지 그 분위기는 조금 수상한 데가 있다. 솔직히 말해 어울리지 않는다.

    
    「……이런, 무슨 일이지, 프로듀서」

    「확인하러 왔어. 너니까 어차피 여기서 썩어 가고 있을 거라고는 생각했는데…… 정답이었나」

    
    입을 열자마자, 고약한 말투다.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니어서 성질이 나쁘다.
    
    그렇다고는 해도, 인정해 버리는 것도 어떨까 생각해서 입을 삐죽 내밀고 불평이라도 하기로 했다.

    
    「……담당 아이돌이 상심하고 있다고 생각했다면, 좀 더 나은 말투가 있는 게 아닐까?」

    「그렇게 대답할 수 있을 정도로 기운이 있다면, 괜찮을 테니까. 그게 아니면, 아스카의 심정을 감안해서, 유미가 지금 어떤지는 말하지 않는 게 나은 거냐?」

    「우……」

    
    이 프로듀서는, 나를 다그칠 때에 한해서는 말에 용서가 없다.

    지금 제일 신경쓰고 있는 일을 끌어내 버리면, 더 이상 아무 것도 말할 수 없지 않은가.

    
    「좋아. …… 그럼, 뭐, 심각한 사태는 아니야. 그러니까 그건 안심하라고」

    
    그는 만족스럽게 끄덕이더니, 바꿔넣듯이 그렇게 말을 계속했다.

    첫 번째로 걱정하지 마, 하고 말하는 건 이해가 된다. 가장 먼저 듣고 싶은 말을 보내 주는 이 남자는, 역시 나의 프로듀서다.

    
    「신중을 기해서 구급차로 옮기게는 했지만, 단순한 고열인 것 같아. 열이 내릴 때까지…… 그랬지, 3, 4일 정도 쉬면 복귀할 수 있지 않을까」

    「불행 중 다행, 이라고 말해야 할지. 레슨 일정은 어떻게 되는 걸까? 이제 조금씩 마무리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되는 시기라고 기억하고 있는데」

    「가능한 한 조정해 보겠지만, 예정보다 레슨 회수가 줄어드는 건 각오해 둬야겠는데. 그걸 보충하는 건 너희들의 노력이 될 거고」

    
    다시금, 조금만 안심한다. 지불해야 할 대상이 하드한 스케줄 정도라면, 그걸 꺼려할 기분은 전혀 들지 않았다.

    유미 씨도 어울리게 해 버린다는 사실이 조금 가슴을 찌르지만, 분명 용서해 줄 거라고 믿어 본다.

    
    「아스카, 정말로 새삼스러운 질문이긴 한데, 유미랑 유닛으로 활동하는 건, 어때?」

    
    갑자기 프로듀서는 화제를 바꾼다.

    어때, 라는 구체성을 갖지 못하는 질문에 대해, 우선 최초로 떠오른 건,

    
    「분명 잘 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조금 실패했군」

    「그런가. 그럼 실패하고도, 잘 해 나갈 수 있다는 그 생각은 바뀌지 않았어?」

    「……불안감이 없는 건 아니야. 하지만, 아직은 믿어 보고 싶은데」

    
    유미 씨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거기에 의문점을 갖고 싶지는 않았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그녀가 나를 배려해 주고 있다는 걸 실감한다.

    
    「음. 아스카. 너는 제대로 유미를 신뢰하고 있고, 알아가려고 노력하고도 있었어. 그렇다면 너의 그 불안은, 어디서 오는 거라고 생각해?」

    
    어쩐지, 이게 가장 중요한 질문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지금, 내가 이러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그렇다고는 해도, 내 불안의 원인이 유미 씨에게 없다면, 그건 즉, 내 태도의 문제일 테니까,

    
    「……그런가. 나는 유미 씨에게 의지해 버리고 있었던 거였나」

    
    자각했다. 내가 안은 마음이, 그 비 오던 날의 행동이, 유미 씨에게 응석부리고 있었던 거라는 걸.

    나만이, 유미 씨에게서 많은 걸 받고 있었다.

    그게 때때로 유미 씨의 부담이 되어 버리고 있었던 걸 눈치채지 못한 채로, 다.

    그러니까 이제 받기만 할 뿐인 일방통행은 싫다. 당연하지 않은가. 나는, 대등하게 서로 이해하고 싶은 거니까.

    ……하지만, 그렇다면 나는 뭘 돌려줄 수 있는 걸까. 돌려줄 수 있을 만큼의 가치를 가진 무언가를 가지고는 있는 걸까.


    「…………」

    「야, 아스카」

    「에, 아아. 뭐지?」

    「결론을 낸 것 같은데, 난 계속 고민하고 있는 너에게 다짐을 받고 싶을 뿐이야」

    「……으, 미안하군. 너와 대면하고 있는데도 혼자만의 세계에 들어가 버리는 건, 조금 배려가 부족했나」

    「다양하게 고민하는 게 나쁜 건 아냐. 하지만, 지금의 너는 정말로 시야가 좁은데. 둘러봐야 하는 건 많이 있다고」

    
    비꼬는 듯한 미소를 흘리면서 말하는 대사가 조금만 마음에 걸린다.

    정말이지 이 남자는, 묵과할 수 없는 말을 자주 말해 온다.

    첫 대면 때는 좀 더 듣기 좋은 말을 늘어놓았던 기억이 있는데.

    라고, 달려들아 봐도 괜찮았을까 하고 생각하지만, 간단하게 받아쳐진 게 방금 전 일이다. 같은 전철을 밟으면 더 조롱당해 버린다.

    
    「조언은 고맙게 받았다고, 심술궂은 프로듀서」

    「다대한 감사와 찬사라고 생각해 두마. 그럼, 용무도 끝났고, 다음 스케줄까진 제대로 내려와라」

    
    아주 조금만 끼워 넣은 저항심도 가볍게 받아내고, 말하고 싶은 것만 말한 채 프로듀서는 떠나갔다.

    내가 말하기엔 그렇지만, 그의 본성은 그다지 칭찬받을 만한 성격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해도, 저 성격으로 일은 솜씨 좋게 해내며, 놀라울 정도로 재치있다고 느껴질 때도 자주 있다.

    훌륭하다고 말하기엔 비뚤어진 사람이지만, 아무튼 제대로 된 프로듀서다.

    정말이지, 하고 쓴웃음을 지으며 하늘이나 풍경이라도 바라볼까 하고 되돌아보려던 도중.


    시야에 색이 피어났다.


    「아……」

    
    녹색에 싸인 채 존재감을 발하는 주황색과 보라색. 아직 대부분이 꽃봉오리인 그 안에, 한 손으로 셀 수 있을 정도지만, 확실히.

    작은 꽃이 피어 있었다.

    나와 그녀가 함께 마음을 쏟은 결정이.

    ……아아, 프로듀서가 비웃을 만도 하다.

    바로 옆에 있었잖은가.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게. 나밖에 할 수 없는 게.

    그건,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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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보세요, 아스카 쨩? 유미야. …… 저기, 어떻게 지내?」

    「……나? 응, 조금은 편해졌어. 나는 괜찮아. …… 그렇구나, 다행이야」

    「앗, 레슨 스케줄?…… 응, 응. …… 알았어. 나도 빨리 나아야겠네」

    「네ー에. 그럼, 다음에 봐」


    조금 의외였어. 의외였다기보다, 맥이 빠진 건 정말이야.

    레슨 도중에 쓰러져 버려서, 병원에 실려갔다 집에 돌아와서 반나절 조금 넘게 자고.

    다음 날 아침, 한 번만 아스카 쨩에게 전화를 걸었어.

    분명 신경쓰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비를 맞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컨디션 불량으로 쉰다,고 하면 아스카 쨩도 눈치채 버릴 거라고 생각해서, 무리한 결과 눈앞에서 쓰러져 버렸으니까.

    걱정할 필요 없다고 전하고 싶었지만, 그 이상으로 오히려 아스카 쨩이 걱정이었으니까.

    하지만, 스피커를 통해 들린 목소리는 태연자약하고, 이제 어떻게 될지 이야기하는 여유가 느껴질 정도.

    그래서, 조금만 헛돌았다는 기분이 들었어.
    
    
    그런, 어쩐지 응어리진 마음을 품고, 빨리 나아라 빨리 나아라ー 하고 빌면서 침대에서 뒹굴기를 대략 사흘.

    겨우 몸이 마음을 따라오고 있는 것 같아.

    즉, 손 안의 체온계가 보통 체온을 표시하고 있다, 는 거야.

    좋았어, 하고 작게 승리의 포즈.

    좀 더 쉬지 그랬어, 같은 말을 들을 것 같구나아,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지만, 더 이상 쉬고 싶은 기분도 아니었으니까.

    어제 이미 준비해 두고 있었던 대로 몸 단장을 가다듬고, 허둥지둥 집을 나왔어.

    대학의 강의와, 사무소까지의 이동 시간은 시험 운전.

    오전을 밖에서 보낸 느낌으로는, 아무래도 문제 없이 상태가 좋은 것 같아서 안심했어.

    사무소에 도착하면 프로듀서 씨에게 민폐를 끼쳐 드려 죄송합니다, 하고 인사. 레슨 때 트레이너 씨에게도 사과드려야겠네.

    그러고 나서 또, 평소처럼 옥상으로 통하는 계단을 올라가.

    분명 특별한 이유는 없겠지만, 일과를 평소처럼 할 수 있다는 걸 기대하고 있었던 거지.
    
    싸늘하게 식은 금속제 문고리를 돌려서, 문을 열었어.

    
    「…………!」

    
    눈에 비친 건, 형형색색의 꽃들.

    만개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심은 꽃의 반 이상이 피어나 있는 것 같아 보였고,

    옆에는 진지한 표정으로 꽃들을 가리키며 관찰하고 있는 아스카 쨩의 모습도 있었어.

    왜인지, 바로 말을 걸 수가 없었어. 아스카 쨩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서였을까, 아니면.

    희미하게 엿보이는, 그녀의 온화한 미소 탓이었을까.

    
    「아아, 유미 씨. 이제 나았나 보군…… 어때. 아직 7할 정도 피었다고 할 수 있으려나. 하지만, 꽤 그럴듯하지?」

    「……아, 그, 그러네! 금방 다 피어날 거라고 생각하니까, 기대되넷」

    
    결국 아스카 쨩이 말을 건네서, 정신을 차렸어.

    왜 말이 막혔던 걸까.

    마음 속을 조금 찾아 보면, 대답이랄 만한 걸 찾을 수 있었어.

    ――조금, 외롭구나.
    
    그녀의 앞으로 걸어가면서 살펴보니, 정원의 꽃들에는, 매일 할 필요가 있는 손질이 두루 미치고 있었다는 걸 알 수 있었거든.

    이 꽃들이 피어난 그 순간은, 아스카 쨩만의 것이었구나, 하고 생각하면.

    그녀는, 이 작은 정원을 혼자 키워낼 정도가 되었구나, 하고 생각하면.

    그녀의 성장에 기뻐지는 동시에, 아주 조금 마음이 채워지지 않은 기분이 들었던 거야.

    
    「유미 씨? 아직 컨디션이 돌아오지 않은 걸까?」

    「아냐, 이제 완벽해. 오히려 의욕이 남아돌 정도야」

    
    하고, 아스카 쨩은 내가 아직 아프다고 생각할지도 모르니까.

    사소한 일로 이상한 걱정을 끼쳐선 안 돼.

    괜찮다구, 하고 알통을 만드는 포즈를 지으며 과장되게 어필하고,

    그러는 김에, 조금 화제를 바꾸기로 했어.

    
    「아스카 쨩, 지금 피어 있는 꽃 중에는, 어떤 꽃이 제일 좋아?」

    「음, 좋은 꽃인가……. 응, 이것과, 이거 두 송이일까」

    
    가리킨 건, 조금 멀리 있는 화분에 피어 있는 오렌지색과 보라색의 꽃.

    특별히 눈에 띄는 꽃은 아니지만, 아스카 쨩은 주저없이 그 두 송이를 선택했어.

    
    「헤에…… 왜?」

    「내가 처음으로 피어 있는 걸 발견한 꽃이니까. 그리고…… 아니, 그건 접어 둘까」

    「에이ー, 도중에 끊으면 신경쓰이잖아ー」

    
    아스카 쨩은 잠깐만 신음하더니, 작은 목소리로 중얼중얼 혼잣말을 하고서…… 간신히 단념한 듯이 말을 이었어.

    
    「……닮았다고 생각했을 뿐이야. 이 두 송이의 꽃이, 나와 유미 씨와 닮았다고. 그러니까 기뻐서…… 그것뿐, 이라고!」

    
    뺨을 희미하게 물들이고 그렇게 이야기하고 나서, 아스카 쨩은 옥상의 출구로 달려나가서.

    
    「그럼, 나는 먼저 내려가겠어」

    「에, 아, 응!」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아스카 쨩은 문을 열고 계단을 내려가 버렸어.

    어리둥절한 채로, 듣지 않아도 괜찮았을걸, 괜히 물어본 걸까 하고 반성.

    하지만 몇 초 늦게, 아스카 쨩의 말을 되새겨 봤어. 그러니까, 따뜻한 기분에 감싸여서.

    
    「후후, 후훗…… 그렇구나아」

    
    공연히 그러고 싶어져서, 보랏빛으로 피어 있는 아스카 쨩을 콕콕 찔렀어.

    간지럽다는 듯이 흔들흔들 흔들리는 그 모습에, 또 뭔가가 솟구쳐 와선, 히죽히죽 웃음이 나왔어.

    
    「좋아, 힘내잣!」

    
    의욕을 넣고, 기지개도 한 번 켜고.

    한 번 더 이 작은 정원을 바라본 뒤에, 나도 옥상에서 내려가기로 했어.

 

    -中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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