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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에데 "연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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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2-08, 2017 00:18에 작성됨.

https://www.fanfiction.net/s/10982341/1/Koi-Kaze - 원본 링크입니다

 

 

좀 늦는데.

 

가만히 시계를 쳐다보았다. 6개월. 상부에서 그녀를 다른 프로듀서에게 맡긴 게 벌써 6개월 전이었다. P는 초조한 마음에 다시 시계를 확인하고는 근처 현관문으로 도로 시선을 돌렸다.

 

매니저가 바뀌어도 타카가키 카에데의 상승세는 멈출 줄 몰랐다. 공연, 광고, 인터뷰, 게스트 출연까지, 요즘은 그 이름이 보이지 않는 곳이 없는 것만 같았다. 새로운 싱글 '연풍'의 프로모와 발매와 함께 인기는 더욱 더 치솟았다. 그에 따른 바쁜 일정과 P 자신도 새로운 프로젝트에 매진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둘이 그 때 이후로 서로 마주치지도 못한 것이 놀랄 일은 아니었다. 그래도 그런 생각을 하려니 P는 왠지 실망감이 들었다.

 

머리를 흔들고 마음을 정리했다. 지금은 더더욱, 과거에 얽매일 때가 아니었다. 몇 달간 꼼꼼한 계획과 선택의 과정을 거친 후에, 그가 맡기로 한 새 프로젝트가 한 걸음 진전되려 하고 있었다. 시마무라 우즈키, 시부야 린, 혼다 미오. 퍼즐의 마지막 세 조각을 찾아냈고, 프로덕션의 최신 프로그램, 신데렐라 프로젝트의 막이 열린 것이다. P는 또 다시 시계를 쳐다보았다. 지난 15분 동안 백 번쯤은 본 것 같았다. 아직도 안 오다니. 설마 무슨 일이라도 일어난 걸까? 자리를 떠서 새롭게 뽑힌 아이돌들을 찾아나서려 할 때, 올리브색 머리가 갑자기 눈에 확 들어왔다.

 

"좋은 아침입니다."

피가 얼어붙는 것 같았다. 동시에 과거를 묻어 두기로 했던 그의 결의도 산산히 깨져 버렸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프로듀서. 저는 타카가키 카에데입니다. 비록 이 쪽 일은 잘 모르지만, 같이 일하는 것 많이 기대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오이* 안 드시는 건가요? 후후, 겉으로는 덩치 크고 무서워 보이시지만, 아직도 속은 어리시군요? 여기 술 한 잔 더 주세요!"

"전 다른 사람에게 제 생각을 말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만, 이건 말씀드려도 괜찮을 것 같군요. 정말 감사드립니다, 프로듀서."

"절 골라 주셨을 때 진심으로 행복했습니다. 여러 번 말씀드렸지만 그래도 거듭 말씀드리겠습니다. 프로듀서, 여러 가지로 감사드립니다. 지금부터 계속 당신 곁에 있겠습니다."

 

 

수문이 거칠게 열린 것처럼 애써 무시하려던 모든 것들이 그의 마음에 가득 밀려들어왔다. 술 한 잔을 마신 뒤의 그 장난기 어린 눈빛, 밤늦게 이야기를 나누면서 보여 주었던 반짝이는 웃음, 듣는 걸 좋아한다고 인정하기는 싫은 수많은 말장난까지-

 

 

회의실을 후다닥 뛰쳐나가는 소리. 술을 들이키면서 뱉은, 회장**과 그의 결정을 길게 탓하는 말들. 그의 곁에 있을 수 있다면- 아이돌 업계조차도 떠나겠다는 절박한 협박.

 

비탄에 젖은 소녀의 흐느끼는 울음소리.

 

 

순식간에 열렸던 수문은 곧 쾅 하고 닫혔다.

 

"마음이 바람에 닫히고
셀수없는 눈물과 말할 수 없는 말을 품고
흔들리는 마음이 이끌리듯
당신을 찾고 있어
오직 당신과 만나고 싶어 only you"

 

"좋은 아침." P가 조용히 답했다. 살짝 고개를 숙여 보였다. 애써 목소리와 표정을 가라앉히려 노력했다. 다시 그럴 수는 없었다. 뭐든 하고 싶었지만-정말 뭐라도-흔들리지 말아야 했다. 차분하게. 무심하게.

 

아이돌계의 떠오르는 별, 타카가키 카에데는 이런 스캔들에 휘말려서는 안 되었다. 프로듀서라면 항상 넓은 안목으로 아이돌들을 성공으로 이끌어야 했다. 끝났던 관계를 다시 시작하고, 이어나가는 것-둘 모두 그런 식으로 커리어를 망칠 여유가 없었다.

 

하지만 그녀가 P를 지나치자 아주 잠깐 동안 차분했던 표정이 흔들렸고, 푸른색과 청록색의 눈이 검은 눈을 마주보았다. 그녀의 눈에는 강철과도 같은 결의가 비쳤다. 그 순간 P는 그녀의 시선이 말하는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1년이든, 5년이든, 시간은 아무 상관 없었다. 그녀는 그가 다시 돌아올 그 날까지 기다릴 생각이었다. 타카가키 카에데는 아직도 그를 포기하지 않고 있었다.

 

"당신을 보고 싶습니다. 하지만 그 날이 올 때까지 계속 당신을 생각할 것입니다. 그 마음,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것입니다. 영원히, 당신 곁에 있고 싶습니다."

 

 

 

*kyuuri (큐우리) 이거 오이 맞나요?

**president 라고 써 있긴 한데, 전 신데마스를 잘 몰라서 회장 대신 좀 더 익숙한 상무로 번역했습니다.  - 수정했어요.

이거 쓰신 분은 신데마스 애니 2화에 P와 카에데가 인사하는 장면을 보고 쓰셨다네요. 어떻게 그게 이렇게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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