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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른 마법사 제 14화 [표리]

댓글: 4 / 조회: 448 / 추천: 1



본문 - 02-07, 2017 12:23에 작성됨.

346프로는 매주 금요일 오후에 프로듀서나 상층부를 포함한 회의가 열린다

각각의 프로듀서가 제안하는 프로젝트를 프레젠테이션을 하던가 소속아이돌의 흥행방법을 논의하던가

말하자면 346프로 아이돌들의 활동방향을 결정하는 자리다.

346프로를 움직이는 사람들이 모이는 자리인만큼 젊은직원은 회의에 참석하는 것만으로 구역질이 날 정도로 긴장하게 된다.

이번에 처음 참가하는 신인 프로듀서도 자신이 발표하는 자리도 아닌데 얼굴을 새파랗게하고 긴장하고 있었다.

그런 가운데 신인 프로듀서는 방 가장 안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방 가장 안쪽에 위치하는 곳에 나란히 앉아있는 3명의 남녀.

복도에 가장 가까운 좌석에 앉아 있는 업계에서는 아직 젊다고 할 수 있는 나이의 남자.

그러나 신인 프로듀서에게는 그 남성이 중앙에 앉아 있는 30후반에서 40대 정도의 여성보다 그리고 그녀보다 연상으로 보이는 초로의 남자보다 더욱 긴장되는 상대였다.

그 남성-타케우치는 실지로 그 신인에게 있어 동경의 대상이다.

자신이 학생일 때부터 몰두했던 '기적의 10명'을 프로듀스한 것으로 두각을 나타내어 몇 년 전까지 무명 아이돌밖에 없었던 346프로를 여기까지 키웠으며

그 뒤에도 여러 아이돌을 히트시킨 시대의 총아다

서점에가면 그의 프로듀스법에서 읽어낸 경영학 책과 함께 비즈니스를 테마로 하는 프로그램에서는 반드시 거론되는 인물이다.

그런 그를 동경해 자신은 346프로에 입사했다.

다수의 기업을 산하에 두고있는 미시로 그룹 중에서도 346프로는 현시점에서 가장 취직률이 높다고 알려져있다.

당연히 가혹한 싸움이었지만 그는 훌륭히 그 자리를 가져왔다.

그리고 현재 그런 그와 같은 장소에서 일을하고 있다. 자신에게 있어 이 이상의 행복은 없다.

 

그런 그의 생각과는 무관계하게 회의는 순조롭게 진행되어 갔다.

솔로로 활동하는 아이돌의 신 유닛 데뷔 방안. 이미 유닛으로 데뷔한 아이돌의 솔로 데뷔 방안. 혹은 합동 프로젝트로 해서 복수의 유닛을 합병하는 방안.

아이돌 자신이 프로듀스한 물건을 미시로 그룹의 기업에 판매하기도 하며 그룹으로서만 할 수 있는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논의한다.

그리고 몇개의 안이 논의되고 드디어 오늘 마지막의 안이 시작됬다.

 


"이제 마지막 '호죠 카렌가 카미야 나오의 무사 수행 프로젝트 (가칭)'에 대해서"

 

사회 진행을 맡는 직원의 말에 방안의 공기가 긴장감으로 뒤덮힌다.

그런 긴장감 속에서 평소와 변함없는 표정으로 타케우치가 그 자리에서 일어선다.

 

"자세한 사항에 관해서는 사전에 배부한 자료에 있습니다. 호죠 씨는 이전부터 자신의 활동 방침에 대해 자신의 아이돌 활동이 시부야 씨의 인기에 편승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있었습니다. 이 것은 팬 일부 사이에서도 퍼지고 있는 이미지며 이번은 그런 의문을 불식시키는 목적을 겸해서 346프로에서 일시적으로

후타바 씨의 사무소인 208프로로 이적. 208프로에서 운영하는 극장 '살구 잼'의 공연에 참가한다는 내용입니다."

 

"굳이 346프로를 떠날 필요가 있을까요? 346프로에서도 그런 자리를 마련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습니까?"

"본인이 후타바 씨의 극장에 매력을 느끼고 자발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표현했기 때문입니다. 본인의 희망과 활동방침이 일치할 때 최대의 효과가 나온다는 것은 제가 경험적으로 알고 있습니다.

또한 이번 기획의 경우 극적인 환경 변화일수록 효과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두 명 모두 1만명 규모의 공연장을 가득 채울 수 있을 정도의 인기인입니다. 그런 그녀들을 몇개월이나 다른 사무소로 이적시키는 것은 346프로에 있어서 큰 손실이 되지 않을까요?"

"단기적으로 보면 그렇습니다만 그녀들은 데뷔 이후'트라이어드 프리머스'로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 세간의 이미지는 '트라이어드 프리머스의 멤버'로 고정되어 있습니다.

여기에서 극적인 이미지 변화를 꾀하고 그녀들의 활동폭을 넓힐 수 있다면 장기적으로 더 높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번에 이적하게 될 사무소의 극장은 수백 명 규모의 작은 무대입니다. 그런 장소에서 공연을 하게되면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현재 극장은 휴일만 공연하고 있으나 소속 아이돌이 늘어난다면 앞으로는 평일에도 개최할 의향이라고 후타바씨로부터 답을 받았습니다. 이미 소속된 아이돌들과의 밸런스 문제도 있기 때문에

상당히 어려운 문제가 되겠지만 어떻게 관람객을 분산시키는 방법을 포함해서 현재 후타바 씨와 꼼꼼하게 협의 중에 있습니다."

 

차례차례 나오는 질문에 대해 타케우치는 막힘 없이 대답해갔다.

여기서 주목해야할 점은 그에게 질문을 하고 있는 자들 중 일부는 자신의 부하로 일하는 후배의 모습도 있었다.

346프로를 여기까지 성장시킨 타케우치였지만 그는 늘 자신의 제안을 아무도 반박하지 않고 받아들이게 될 것을 우려했다.

아이돌 프로듀스는 다양한 사람의 눈으로 평가받고 결정되어야하며 결코 1명의 생각으로 진행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직원인 자신과 사무원의 입장인 치히로. 그리고 사장인 츠카사밖에 없을 때도 그녀들과 그리고 아이돌 본인과 항상 논의해왔다.

그러고 있는동안 논의도 종반으로 접어들었다. 타케우치의 유창한 대답 때문인지 다른 사람들도 용인하는 공기가 감돌고 있었다.

 

"다른 의견이 있으신 분은 거수해주시기 바랍니다"

 

진행자의 그 목소리에 손을 드는 사람은 없었다. 이대로 찬반 투표로 진행되려나라고 모두가 생각했던 그 때

 

"네!... 네!"

 

신인이 부들부들 떨며 거수했다. 방안의 시선이 단번에 그에게로 향했다.

동경하는 타케우치 뿐만 아니라 그의 옆에 앉아 있는 상층부의 여성도 이 쪽을 응시하고 있다.

 

"네 그러니까...."

 

처음에는 긴장해서 목이 잠겨이던 그도 여러번 심호흡을 한 후 다시 입을 열었다.

 

"저는 '트라이어드 프리머스'가 매우 매력적인 유닛이라고 생각합니다. 거기에 소속된 3명의 아이돌들도 굉장히 좋아하죠. 이번 이적 때문에 그 매력이 손상되지는 않을까요?"

 

의견을 말하는 동안 용기를 쥐어짜내기 위해 온 몽에 힘을 주고 있었기 때문에 눈을 감고 있었다.

그리고 의견을 말한 후 그는 조심스럽게 타케우치를 보며 눈을 떳다.

타케우치는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물론 지금까지의 '트라이어드 프리머스'를 소중히 해주시는 팬들에게도 배려할 생각입니다. 이번 기획은 팬들이 소중히 하시는 기존의 이미지 외에도

그녀들의 새로운 매력을 찾아내기위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양립은 매우 어려운 문제지만 확실한 실력을 지닌 그녀들이라면 극복할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으며

그녀들을 도와주는 후타바 씨 또한 저는 신뢰하고 있습니다. 그녀들이 매력적이라고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네!"

 

온 몸에서 빠져나가는 긴장감과 동경하는 사람에게 감사를 받았다는 성취감 때문인지 기세는 좋지만 정말 평범한 대답이 되어버렸다.

 

 

회의를 마치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온 타케우치는 회의에서 사용된 자료를 정리했다.

찬장이나 책상 서랍마다 아이돌별로 명확하게 나누어져 있어 그의 꼼꼼한 성격을 알 수 있는 그 광경은 어떤 의미로 장관이다.

자료 정리를 마친 타케우치는 스마트 폰을 꺼내면서 창문으로 눈을 돌렸다.

창 밖은 태양이 사라져 완전히 어두워졌다. 타케우치는 통화하려던 손가락을 이메일로 옮기고 회의의 결과를 나오와 카렌 그리고 안즈 3명에게 보냈다.

자세한 협의는 내일 이후에 실시하기로 한다.

그러면 다른 일을 정리하기 위해 그는 책상 위에 놓여져 있던 컴퓨터의 전원을 넣었다.

신속하게 바탕화면이 표시되고 타케우치는 파일 하나를 열어 작업을 -

똑똑.

 

"들어오세요"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타케우치가 즉시 대답하자 문이 열리고 손님이 모습을 드러냈다.

 

"잠시 실례하지"

"방해해서 미안하구만. 타케우치"

 

방 안에 발을 들여놓은 2명의 인물에 타케우치는 무의식적으로 일어나 맞이했다.

1명은 30대 후반에서 40대로 추측되는 여성. 검은 장발을 바짝 묶어 제대로 메이크업을 하고 있는 모습에서 일을 열심히 하는 커리어 우먼이라는 인상을 받는다.

다른 한명은 그녀보다 연상일 것 같은 남성이며 그 안경의 안 쪽에서 보이는 눈은 부드럽고 가늘어 여성과는 대조적으로 부드러운 인상을 받는다.

 

"미시로 상무님에 이마니시 부장님"

"미안하게 됬군 갑자기 오게 되서"

 

직책으로는 수석 프로듀서인 자신보다 상사인 2명의 방문에 그는 황송한 모습으로 허리를 숙이고 이마니시는 온화한 미소로 사과하며 소파에 앉았다.

그와 함께 온 미시로 상무도 그 옆에 앉았고 자연스럽게 타케우치도 그들 맞은 편에 앉았다.

 

"무슨 일이십니까?... 혹시 호조 씨와 카미야 씨의 건에 대해서 무언가"

"아니 거기에 관해 반대 의견은 없다. 무조건 찬성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려하는 사항은 회의에서도 대강 나오고 있었고 거기에 대한 답도 납득할만한 것이었다.

애초에 무언가 반대할만한 일이 있다면 회의에서 말했겟지"

"나랑 미시로가 이 곳에 온 이유는 뭐 조금 '잡담'이라고 생각하면 된다네"

"예..."

 

두 사람의 말에 타케우치는 목 뒤에 손을 대면서 대답했다. 그가 이 행동을 할 때는 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고 즉 그의 현재 심리 상태는 그런 것이다.

그러나 그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346프로가 현재의 위치로 이전함에 따라 대폭적인 인원을 증가 시킬 때 그 대부분은 신인 채용에 의한 것이었지만 미시로 그룹 산하 회사에서 키류 츠카사 사장 스스로 직원을 데려온 사람도 여럿 있었다.

그야말로 과거의 타케우치처럼

물론 그런 경위로 346프로에 들어온 사람은 대단히 우수한 인력이다. 너무 우수했던 나머지 그 부서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 이후에도 계속되는 346프로의 쾌진격을 보면 츠카사의 보는 눈은 틀리지 않았다.

그 중에서도 이 두 명은 특히 우수한 부류에 속하는 사람이다.

미시로는 그 성에서도 알 수 있득 미시로 그룹 현 회장의 친지다. 그러나 그녀가 여기까지의 지위에 오른 것은 그 커넥션에 의한 것이 아니다.

공업계 산업. 출판사. 은행. 또 민간 철도의 경영 등으로 그 이름을 떨쳤던 미시로 그룹이 성인 여성용 화장품과 패션 브랜드같은 업계에서도 성공한 것은 전적으로 그녀의 수완 때문이다.

그리고 이마니시는 그와 대조적으로 원래 미시로 그룹이 자랑해온 기존 산업에서 그 힘을 발휘했다.

지금은 완전히 호호 할아버지의 분위기가 어울리는 느낌이지만 옛날에는 그 이름을 듣는 것만으로 경쟁사 뿐만 아니라 가족마저 두려워할정도로 날뛴 '호걸'로서 이야깃거리가 되고 있다.

모두 '미래의 회장 후보'로 이름이 오르고 있는만큼 그런 두 사람이 자신의 방을 이런 시간에 찾아오면 타케우치로서는 경계할 수 밖에 없다.

츠카사에게는 '너도 이런 페이스로 가면 회장도 노릴 수 있잖아?'라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그러핟고 해서 2명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것은 무리한 이야기다.

 

"아까 회의를 봐도 알 수 있지만 자네는 후배에게 존경받고 있더군 참 좋은 일이야."

"그렇습니까.... 칭찬 감사합니다."

 

이마니시의 솔직한 칭찬에 타케우치는 고개를 숙였다.

본론을 시작하기 위한 '사전 준비'인 것은 알고 있지만 타케우치는 자신의 경계심이 조금 희미해지는 것을 자각한다.

거기에 맞춰 미시로가 입을 열었다.

 

"자네는'기적의 10명' 특히 후타바 안즈에 대해 절대적인 신뢰를 가지고 있는 것 같더군."

 

그 말에 타케우치는 순간적으로 긴장했지만 곧바로 진지한 얼굴로 2명을 똑바로 응시했다.

미시로는 내심 그 것을 재미있어 했지만 표정에는 전혀 변화를 주지 않고 이야기를 계속했다.

 

"자네들이 '기적의 10명'으로 연예계를 석권하기 시작했을 무렵. 우리는 어디까지나 외부의 인간이었다. 당시 자네에게 어떤 신뢰관계가 있었는지 완벽하게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원래라면 우리가 거기에 참견해서는 안되겠지. 그러나 내 개인적인 주관으로 이것만큼은 자네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무엇인지요?"

 

미시로의 의미심장한 모습에 타케우치는 그 눈빛을 더더욱 날카롭게 만들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그의 무서운 표정에 겁을 먹겠지만 미시로는 지근거리에서 그의 얼굴을 보고도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는다.

그런 가운데 미시로가 입을 열었다.

 

"후타바 안즈는 네가 생각하는 것 같은 사람이 아니다.

 

"!!!!"

 

그 말에 타케우치는 눈을 크게 떳다. 순간적으로 주먹을 굳게 쥐었으나 바로 풀었다.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시는 것입니까?"

"기분 나빴다면 미안하다. 그녀와 직접 관련된 적이 없는 사람의 의견이다. 들을 가치도 없다고 생각하고 가볍게 흘려들어도 상관 없다. 그러나 그녀의 과거 자료를 읽으면서

내가 품은 인상과 너의 이야기에서 추측되는 인상은 상충하기 때문이다."

".... 그녀 뿐만 아니라 모든 인간은 한마디로 정의할 수 있을만큼 간단한 것이 아닙니다. 다른 양상이 되면 다른 결과가 되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렇다. 그러나 그렇기에우리는 그 것을 예측하고 신용할 사람과 그렇지 않을 사람을 분류할 필요가 있다. 너는 기억하고 있겠지? 후타바 안즈가 아시아 투어를 시작할 무렵.

당시 연예계에서 큰 힘을 가지고 있던 광고 대행사의 사장이 체포된 사건을"

"예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래. 그렇다면 묻도록 하지. 그 것이 발각되는 발단에는 너희들이 관련되어 있지 않았는가?"

".............."

 

미시로의 질문에 타케우치는 그녀에게서 시선을 돌리지 않고 아무것도 대답하지 않았다.

 

"착각하지 마라. 사건 자체는 사실이며 그가 체포되기에 충분할 정도의 죄를 지었다. 따라서 만일 자네들이 참여했다하더라고 그 것을 탓하려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너는 그 때 그녀의 속에 감추어진 것을 엿보지 않았을까?

"......"

 

미시로의 질문에 대답하지 못하는 타케우치.

그리고 그런 두 사람을 조용히 지켜보는 이마니시.

방 안에 답답한 공기가 가득찰 무렵 미시로는 갑자기 그 자리에서 일어나 문으로 걸어갔다.

 

"미안하다. 비난할 생각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 것만은 명심하기 바란다. 후타바 안즈의 행동 이념은 어디까지나 자신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아무리 닮아 있어도 너의 이념이 아니야."

"충분히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괜찮겠지. 방해해서 미안하다."

 

미시로는 그렇게 말을 남기고 문을 열어 방을 나갔다. 그리고 문이 닫힌 시점에서 이마니시가 "지쳤구만"이라고 중얼거리면서 천천히 일어섰다.

 

"그녀도 그녀 나름대로 자네를 걱정해서 하는 말이라네. 미워하지 말게나"

"미워하다니 그런..."

"사실 내가 여기 온 이유는 내가 맡고 있는 유닛의 활동에 관해서 자네에게 궁금한 것이 있어서였지만 그런 분위기는 아닌 것 같구만. 다시 내일 오도록 하겠네."

 

수고하게나 라며 방을 나간 이마니시의 뒤에 타케우치는 고개를 숙이고 "수고하셨습니다"라고 배웅했다.

그리고 머리를 올렸을 때 그의 표정은 곁눈질로 봐도 전혀 읽을 수 없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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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앞으로 어쩌지?"

"......"

 

그 자리에서 안즈의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그들의 시선은 눈 앞에 있는 크림소녀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상황을 잘 모르는지 멍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소녀는 며칠 전에 안즈가 아파트 현관에서 주워온 (이라기보다는 붙잡힌) 코즈에였다.

처음에는 그녀의 보호자가 데리러 올 때까지 맡아 둘 예정이었지만 며칠이 지나도 그런 인물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즈에는 불안한 표정을 짓지 않고 무표정인지 혼란스러워할 뿐인지 잘 모르는 표정을 무너뜨리지 않는다.

원래 요 며칠간 그녀는 감정의 편린조차 보이지 않았다.

일단 무언가 정보를 얻기 위해 코즈에 본인에게 물어보았다. 그러나 그녀들은 모두 코즈에를 어려워했다.

원래 낯가림이 심한 쇼코 코우메 란코는 차치하고 다른 3명보다 싹싹한 데다 모성이 강한(결코 다른 뜻은 없다) 나나조차 비슷한 상황이다.

하지만 그 것은 어쩔수 없다면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었다.

 

"여러가지 질문했지만 알 수 있는 건 '유사 코즈에'라는 이름과 11세라는 나이뿐이라는 건 조금 곤란한데요..."

 

곤란한 듯 눈썹을 찡그리며 말한 사람은 안즈를 대표해 코즈에와 이야기하던 나나였다.

그 표정에는 피로가 묻어났다. 아니 대화라고 표현하기도 이상하다. 왜냐하면 나나가 아무리 열심히 말을 걸어도 코즈에는 무엇을 질문하는지 조차 모르는 모습으로 고개를 갸웃거린다.

이르자면

 

"코즈에는 어떻게 여기까지 왔니?"

"...응?"

"누군가랑 같이 온거야? 아니면 혼자서?"

".... 모르겠어.."

"아빠와 엄마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응?"

"아빠와 엄마는 어떤 사람이야?"

"...... 모르겠어"

"아빠와 엄마 좋아해?"

"......"

"코즈에는 무슨 이름의 학교에 다니고 있어?"

"....응?"

"코즈에는 평소 무엇을 하고 놀아?"

"..... 모르겠어"

"코즈에의 취미는 뭐야?"

".... 취미가 뭐야?"

 

완전 '소 귀에 경읽기'다. 아니 소 쪽이 듣는 척이라도 한다는 걸 보면 나을지도 모른다.

나나가 도움을 요청하는 듯 눈물이 흐를 거 같은 눈망울로 뒤돌아보지만 다른 사람들은 일제히 도망치듯 시선들 돌리며 기대에 부응하지 않았다.

 

"그렇다쳐도 11살이면 초등학교 5학년내지 6학년이잖아? 보통이라면 좀 더 제대로된 대화를 할 수 있어야 하는 거 아냐?"

"후히... 이렇게 되면 코즈에가 진짜 11살인지도 모르겠네...."

"저기 안즈 씨... 혹시 코즈에..."

"흠... 그 가능성은 '전혀 없진 않다'라는 느낌이네"

"이러한 순진무구함이 고통스럽다면 우리에게 추악함이 있다는 것인가..."

 


다른 사람들이 소곤소곤 비밀이야기를 하듯이 얼굴을 맞대고 대화하는 동안 마침내 항복한 것 같은 나나가 모두에게로 달려왔다.

 


"이제 안되요 안즈씨. 나나는 이제 한계입니다!"

"아니 나나 씨 안즈도 어린 애 상대는 해본적이 없어"

"코즈에는 안즈 씨를 따르고 있죠? 안즈 씨랑 있으면 코즈에도 마음을 열고 대화해줄지도 몰라요?"

 

나나의 말에 안즈는 마지못해 코즈에에게로 걸어간다.

안즈가 다가오는 것을 코즈에는 그 큰 에메랄드 그린의 눈동자로 응시하고 있었다.

 

"코즈에는 처음부터 안즈를 알고 있는 것 같았지. 어떻게 알고 있는거야?"

"TV에서 봤어."

 

이름과 나이가 아니면 제대로 대답하지 않았던 코즈에가 바로 대답했다.

나나를 제외한 사람들은 놀란듯 눈을 크게 뜬 반면 나나는 코즈에가 자신보다 안즈를 따르는 것을 보고 안즈를 질투하는 듯 억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TV에서라.. 그럼 안즈를 알고 있어도 이상하지 않네. 그럼 코즈에는 왜 여기에 온거야?"

"....응?"

"누군가랑 같이 왔어? 아니면 혼자?"

".... 모르겠어"

 

방금 나나가 한 것 같은 질문에는 안즈가 물어봐도 같은 반응을 보이는 것 같다.

안즈가 팔짱을 끼고 조금 골똘히 생각하다가 이 쪽의 모습을 바라보는 다른 사람들을 가리키며

 

"저기 있는 사람들은 알아?"

"모르겠어..."

"저들은 안즈네 극장에 소속된 아이돌이야. 알아?"

"안즈랑 같은 사람?"

"그래 아이돌은 알고 있네. 좋아하는 아이돌은 있어?"

"안즈"

"고마워. 다른 사람은?"

"응.... 우즈키"

"시마무라인가. 알 것 같은데"

 

코즈에랑 어처구니 없는 대화를 나누면서 안즈는 그녀가 '대답할 수 있는 질문'과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의 경향을 나눠갔다.

그 판단 기준이 그녀의 감정에 근거한 것인지 아니면 그녀가 안고있는 '무언가'에 기인하고 있는 것인지. 거기까지는 과연 안즈라도 어렵다.

 

"어떻게 할까요? 안즈씨?"

 

그 밖에도 몇가지 질문을 하고 코즈에가 대답했더니 나나가 안즈에게 물었다.

 

"우선 경찰에 상담할 수 밖에 없겠네. 어쩌면 실종자 중에 코즈에가 있을지도 모르고."

"코즈에. 경찰한테 가는거야?"

 

안즈가 '경찰'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린 순간 코즈에가 갑자기 끼어들어 질문해왔다.

부모님은 이해할 수 없는데 경찰은 이해하는 지식의 편향에 안즈는 코즈에라는 소녀에 대해 점점 의문을 가졌다.

 

"그래 여기에 있으면 아버지와 어머니를 만날 수 없으니까 그런거야. 싫어?"

"코즈에. 안즈랑 같이 있을래."

 

고개를 갸웃거리며 눈을 치켜뜨는 코즈에의 뒤에서 나나는 '와아....'라며 반색 넘치는 소리를 냈다.

설마 지금의 모습이 모성넘치는 그녀의 심금을 울렸던 것일까

 

"그러헥 말해주는 것은 기쁘지만 안되. 코즈에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걱정하시니까 함께 순경한테 가자"

 

정확하게는 '순경'은 일반적으로 파출소에서 근무하는 경찰관을 가리키는 것이지만 어린 애에게 그 차이를 지적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안즈는 현역시절에 단련한 영업용 미소를 지으며 바닥에 주저 앉아 있는 코즈에와 시선을 맞추고 최대한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

 

그리고 안즈의 말에 코즈에는 입을 다문채 잠시 가만히 그녀를 응시하고 있었다.

마치 보석처럼 맑은 눈동자가 마음 속을 꿰뚫어보려는 듯 똑바로 안즈를 응시했다.

이윽고

 

"알았어..."

 

코즈에는 안즈를 응시하면서 조용히 그렇게 대답했다.

그 것을 듣고 안즈는 후우 한숨을 내쉬면서 그 자리에서 일어섰다.

 

"좋아 그럼 밖으로 나갈 준비를 해야되니까 조금만 기다려 줘"

 

그런 말을 남기고 자신의 방으로 향하는 안즈의 등뒤에서 아이돌들의 대화가 닿는다.

 

"그래도 역시 안즈 씨 의외로 잘 돌봐주네요."

"후히.. 우리도 이것 저것 생각해주고..."

"으.. 응 막상 필요할 때는 의지가 되니까..."

" '게으름의 요정'의 자비는 우리의 영혼에도 분명히 전해지고 있다"

"....."

 

안즈는 그 것을 곁눈질로는 감정을 읽을 수 없는 표정으로 들으면서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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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다시 돌아온 게으른 마법사입니다.

 

과연 안즈는 무슨짓을 해서 업계의 큰 손을 날려버린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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