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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키호 "First St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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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2-07, 2017 00:29에 작성됨.

https://www.fanfiction.net/s/8731299/1/First-Stage - 원본 링크입니다.

 

 

귓속말. 제가 복학 첫 날에 학교 복도를 가로질러 교무실로 향할 때, 주위에서는 귓속말만 들릴 뿐이었어요.

 

"저기, 그거 들었어? , 오늘 돌아왔대..."
"아, 끔찍하기도 하지... 그 애 아버지가 사람들 풀어서 언론을 협박해서 일이 안 퍼졌다고 들었어. 경찰들도 매수해서 마찬가지로 사건을 덮었고..."
"정말 가엾어... 그 사람의 딸이 그런 일을 당하다니..."
"야, 누구에게든 끔찍한 일이야. 걔 같은 애는 말할 것도 없고..."
"...범인은 일주일 뒤에 다리 밑에서 자기 개하고 죽어 있는 채로 발견됐대..."
"진짜? 죽은 채로?"
"질식사래. 우리 동네 오타쿠 탐정이 그러는데 참 깔끔하게도 처리됐다네."

 

맞아요. 모두 두 사람이 관련된 사건 하나에 관한 말들이었어요. 그리고 그 중 한 사람은...
"하기와라 양? 하기와라 유키호 양?"
발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봤어요. 제가 다니는 학교의 교감 선생님이 서 계셨어요.
"네?"
"교무실 막 지나쳤어요, 하기와라 양. 따라오세요." 선생님은 몸을 돌려 오른쪽에 있는 방으로 들어가셨죠.

 

선생님을 따라가면서 "교무실" 이라고 쓰여 있는 팻말을 올려다봤어요. 전 참 조심성도 없네요. 들어와서 문을 닫고는 교무실을 쭉 둘러봤어요.

 

"오, 하기와라. 다시 보게 돼서 반가워." 키무라 선생님이세요. 체육 선생님.

 

곧장 등골이 오싹해졌어요. 무서워서 비명이 올라오는 것을 겨우 참아내고는, 가까스로 서류 캐비닛 뒤에 숨어요. 시선이 닿지 않는 곳으로. 본능적으로 왼팔을 잡았어요. 성형 수술 후의 상처가 아직도 남아서, 화장으로 가리고 있어요. 치마 쪽을 힐끔 내려다보자 이내 눈가에 눈물이 가득 고였어요. 넌 참 글러먹었구나, 유키호... 그렇지만 어쩔 수 없는 걸...

 

"하기와라 씨. 빈말처럼 들릴지도 모르지만, 정상적으로 학교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내가 최대한 도와 줄게요." 교감 선생님이 안경을 올려쓰며 말씀하셨어요. 흔치 않은 따뜻한 얼굴이었어요. "물론 힘들겠지만, 나를 비롯한 모든 선생님들이. 다만 유키호가 처해 있는... 상황을 모두 해결해 줄 수는 없습니다."

 

전 그저 고개를 끄덕였어요. 돌아가기 싫었지만 아버지가 시키셨는걸요. "무슨 일이 있어도 긍지 높은 하기와라 가문 사람이 학업을 포기해서는 안 돼!" 그렇게 말씀하셨죠. 절 위해서 그렇게 말씀하신 줄은 알지만, 시간이 더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래도 고등학교 1학년인 제가 한 학년을 다시 다닐 여유는 없어요.

 

"정말 미안하지만, 유키호 때문에 남자 선생님들이 수업을 하지 않을 수도, 남학생들이 모두 다른 반으로 옮길 수도 없습니다. 다만 학교 내에서 개 때문에 곤경을 겪을 일은 없을 거에요. 원래부터 애완동물은 규정상 데려올 수 없게 되어 있으니까요." 교감 선생님이 사과하는 듯한 어조로 말씀하셨다.
"가서 반장하고 이야기해 보세요. 학교에 없었던 한 달 반 동안 수업 필기를 해 주기로 했으니까."

 

x~~*~~x

 

아버지 덕분에 그 일이 일파만파 퍼지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학교 사람들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조금은 아는 모양이에요. 절 발견한 사람이 우리 학교 선생님이셨으니까.
"유키호 쨩 불쌍해..."
"그러니까... 정말 귀여운 아인데, 그런 끔찍한 일을..."

 

교무실을 나서서 첫 수업을 들으러 가는 길에도 수근대는 소리가 계속 들렸어요. 믿어지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이 학교엔 절 좋아하는 사람들도 꽤 있어요. 그렇게 봐 주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젠 그런 사람들하고는 눈도 못 마주치겠죠...
거기다가 절 좋아하다 못해 아예 반해 버린 사람들도 몇 명 있어요. 마찬가지로 이해할 수는 없지만...

 

"하기와라! 돌아온 걸 환영해!"

교실에 들어서자마자 미소짓고 있는 남자와 눈이 마주쳤어요. 잇시키라는 이름의 같은 반 친구에요. 잇시키 군은 제게 반했다고 말하고 다녔었어요. 그리고 전... 전...

 

소리를 질러 버렸어요.

 

무서워서 비명을 지르고 손으로 눈을 가렸어요. 상처받고 놀란 표정은 무시한 채 바닥에 엎드렸어요. 바닥이 열려서 절 집어삼키고 이 참혹한 현실에서 벗어나게 해 주길 바라면서...

 

"하기와라? 하기와라!?"
"아-안 돼, 제발... 안 돼... 저-저리 가... 떨어져 줘, 부탁이야... 제발, 저리 가... 아아아악!"
"하기와라? 진정해, 나야, 잇시키!"
"나한테서 떨어져! 제발, 그냥 떨어져 줘!" 손으로 머리를 붙잡으며 소리쳤어요. 그가 눈 앞에서 사라져 줬으면 했어요.

 

잇시키는 제 말을 듣고 물러섰지만, 이미 늦었어요. 저는 바닥에 공처럼 몸을 말고 본능적으로 왼팔을 오른손으로 주무르고 있었어요. 그 날 밤에 일어났던 아픈 기억들이 떠올라서요...

"무슨 일이야? 하기와라, 어떻게 된 거야?" 차분한 목소리가 들렸어요. 세계사를 가르치시는 쿠즈키 선생님이셨죠.
"서-선생님, 제가 인사를 하니까 갑자기 소리지르고는 이렇게 주저앉았어요..." 잇시키가 조용히 중얼거렸어요.

 

두 사람 다 절 내려다보고 있는 걸 볼 수 있었지만, 동시에 보이지 않았어요. 눈이 말을 듣지 않아요. 모순 같지만, 그 일 때문일 거에요. 특히 둘 다 남자인 만큼...

"바보 같은 짓을 했구나. 사건이 완전히 퍼진 건 아니지만, 너라고 아예 모르는 일은 아니었을 텐데. 지금 하기와라의 상태를 생각하면 더 조심했어야지."
"아... 하-하기와라, 미안해, 정말이야!" 잇시키는 제 곁에 무릎을 꿇고 외쳤어요.
"...저리 가... 그냥... 날 내버려 둬..."

 

저도 모르게 그런 말들이 튀어나왔어요. 안다고 해서 말을 멈출 수는 없었겠지만요. 잇시키가 상처받은 얼굴로 물러서는 게 보이자 안도감만이 느껴졌어요. 쿠즈키 선생님도 마찬가지로 물러나시는 것 같았어요. 그리고는 익숙한 얼굴이 눈에 들어왔어요.

 

"메-메구미... 쨩?"
"유키호 쨩, 진정해... 내가 있으니까, 이제 괜찮아. 알겠지? 잇시키 군은 널 해치지 않아... 아무도 그러지 않을 거야. 약속할게."

메구미는 제가 마음을 가라앉히고 일어날 때까지 계속 말을 걸어 줬어요. 전 가까스로 제 자리로 돌아갔고, 다행히도 주변에는 여자 아이들밖에 없었어요. 메구미가 제 옆에 앉아서 안심하라는 듯 웃어 주었고, 쿠즈키 선생님은 수업을 다시 시작하셨죠.

 

x~~*~~x

 

"폐 너무 많이 끼쳐서 미안해, 메구미 쨩..."
"그런 말 마. 우리 친구잖아. 안 그래, 유키호 쨩?"

 

메구미가 종이가 한 아름 든 서류철을 건넸어요. "수업 빠진 동안 나갔던 유인물들이야. 네 절친이 필기한 거 복사본도 거기 있어." 그녀가 자랑스럽게 웃으며 말했어요.
전 그 날 처음으로 웃음지을 수 있었어요. "고마워, 메구미 쨩... 보답은 어떻게든 할게..."

 

그 때는 몰랐지만, 그 말이 제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죠.

 

"그런 말 해서 말인데, 보답으로 해 줄 수 있는 일이 하나 있어, 유키호 쨩."
메구미가 짓궂게 웃고 있었어요.
"에?"
"음, 지난 주쯤에 네가, 음...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서 좀 건설적인 일을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유키호 쨩은 귀여운데다가 남자애들한테 인기 많으니까, 극복 안 할 수 없잖아. 그래서... 아이돌 프로덕션에 네 이력서를 넣어 놨어."
"에-에엑?"

 

충격이었어요. 아...이돌? 아이돌들... 보통 남자 팬 많지요. 그래도 생각해 보니 메구미의 말이 일리가 있었어요. 남자를 무서워하면서 영영 살 수는 없거든요. 특히나 제 아버지의 동료와 제자분들은 다 남자들이니까요.

 

"그래! 765 프로덕션이라고 하더라. 이력서에 첨부한 사진 되게 인상깊게 본 거 같아. 다음주에 있을 최종 오디션에 나가면 된대! 멋지지 않아, 유키호 쨩?"
"최-최종 오디션?! 그치만... 나 같은 사람한테서 뭘 본 건지 모르겠어... 내가 하는 일이라고는 아무도 안 읽는 시 쓰기랑, 차 끓이기랑, 블로그밖에 없는걸..."

 

메구미가 깔깔 웃으며 이야기했어요. "분명히, 네 외모와 성격 때문이겠지. 여기 학교에서도 인기 많잖아? 그거랑 같은 이유로 그쪽 사람들도 좋게 생각했나 봐. 그리고... 내가 아무리 네 친구라지만, 이런 말 할 자격 없는 건 알아. 그래도, 난 네가 두려움을 이겨냈으면 좋겠어. 그 남자 따위가 네 인생을 발목잡지 않았으면 해. 이미 죽은 사람인걸."

 

"무슨 말인지 알겠어, 메구미 쨩. 음... 생각할 시간을 좀 줘. 아버지가 좋아하실지는 모르겠으니까, 일단 결정을 내리기 전까지는 말씀 안 드리려고..."

"뭐, 좋을 대로 해, 유키호 쨩. 난 항상 이렇게 있어 줄 거니까 걱정하지 마. 그리고, 우리 반 남자애들은 내가 단속해 놓을게!"

"...고마워, 메구미 쨩... 항상 신세를 지네..."

 

전 한 번 더 메구미의 페이스에 말려들어서, 아이돌이 된다는 게 뭔지도 모른 채 그 제안을 받아들였죠. 그래도, 마음 속 깊은 곳에서는 두려움을 마주해야 한다는 걸 알았어요. 제가 겪은 일에도 불구하고...

 

x~~*~~x

 

"휴... 따돌린 것 같은데... 제발, 아무나, 구해 주세요...!"
주변을 둘러보자 막힌 골목길이에요. 아버지 제자 분들이 빨리 나타나 주셔야 하는데...
핸드폰을 꺼내서 황급히 아버지께 전화를 걸어요.
"제발, 전화 받아 주세요...!"
음성사서함? 안 돼, 안돼 안돼 안돼...

개가 길게 짖는 소리가 들려요.

몸이 돌아보지 말라고 하지만, 천천히 뒤를 돌아봐요. 그러자 거기엔...

"찾았네... 유키 쨩."
"다-다가오지 마세요! 제 아버지가 누군지 모르세요? 절 건드리면 당신도 무사하지 못할 거에요...!"
"흥. 유키 쨩, 날 과소평가하는구나. 이제 내가 널 안도록 가만히 있어. 곧 다 끝날 거야... 유키 쨩."
도와 달라고 비명을 지르지만... 아무도 오지 않아요. 순식간에 개가 저를 향해 뛰어들어서 땅에 눕히더니, 제 왼팔을 물어요.

생전 느껴본 적 없는 고통이 퍼져요. 개의 이빨이 팔을 깊숙히 물자 비명이 터져나와요. 남자는 어느새 벨트를 풀고 바지 지퍼를 내리더니, 개를 발로 차서 제 팔을 망가뜨리지 못하게 해요. 그것 때문에 그 남자에게 고마워할 수는 없지만요.
"망할 개 같으니, 내 상품을 망치기나 하고... 뭐, 상관없지. 넌 내꺼니까, 유키 쨩."

다가와서 무릎을 꿇는 남자 뒤로 골목길 입구를 막고서 구경꾼들을 쫓아내는 개가 보여요. 이제 전 끝났어요...

"금방 끝날 거야, 유키 쨩~"

 

x~~*~~x

 

이불에서 벌떡 일어났어요.
"아... 또 그 꿈을..."
팔로 무릎을 감싸고 울먹이기 시작했어요. 어쩔 수 없었어요. 하지만... 이러고 싶지는 않아요... 최종 오디션 전날 밤에는요. 아버지께도 알리지 않고 가기로 했는데.

 

제 자신을 바꾸고 싶은데, 첫걸음을 떼기도 전에 실패하네요. 하기와라 유키호는 이렇게 글러먹은 걸까요?

 

"이렇게... 이렇게 끝내고 싶지는 않아... 합격 못 해도 상관없어... 최선을 다하기만 하면 그래도 떳떳하게 살 수 있을 거야..."

 

몇 분 더 울었어요. 꿈이 너무도 생생해서 다시 잠들 수는 없어서, 일단 기분을 가라앉혔어요. (저희 집안 주치의 선생님하고 정신과 의사 선생님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인지 뭔지 하는 것에 처방해 주신 약을 좀 먹었어요.) 그러고 나서 메구미가 지어 준, 내일 있을 765 프로덕션 오디션에서 부를 노래를 훑어봐요. 결과가 어쨌든 메구미에게는 고맙다고 말해야겠어요. 자기 남자친구 히로 군한테 작곡까지 부탁했는걸요. 히로에게 직접 고맙다고 말은 못하겠지만, 최소한 메구미한테 말을 전해 달라고는 해야겠네요.

 

"그래... 내일은... 내일은 또 새로운 날이고, 내..."

 

퍼스트, 스테이지니까요.

 

 

Isshiki... 이시키 맞죠? 자꾸 눈에 밟혔습니다. - 아니었네요

요즘 이러는 맛에 삽니다. 하라는 일은 안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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