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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키호 "뱀파이어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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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2-05, 2017 11:12에 작성됨.

https://www.fanfiction.net/s/9778047/1/Vampire-Girl - 원본 링크입니다.

 

 

떨리는 여린 손으로 금빛 문고리를 천천히 잡았다. 소리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숨도 죽였다. 손가락으로 문고리를 꽉 잡고 돌렸다. 뚜렷한 '달칵' 소리가 들리자 소녀는 움찔했다. 5초 동안 그렇게 가만히 있다가, 다시 밖으로 나가려 했다.

 

"주인님, 어디 가시는 곳이라도?"

 

귓가에 낮은 목소리가 들리자 그녀는 다시 움찔했다. 마음을 가라앉히며 애써 지은 자신감 있는 표정으로 그녀의 시종을 바라보았다. 입고 있던 흰색 드레스가 달빛을 받아 빛나며, 밖에서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에 천천히 흔들렸다.

 

그녀의 갈색 눈을 붉은 눈이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다. 차분한, 신중한, 그리고 치명적인 시선이었다.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살피는 눈길이었다. 그건 그녀도 알고 있었다.

 

"그저 산책을 가려고 했을 뿐이야."

 

이 호화로운 저택의 주인인 하기와라 유키호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녀를 바라보던 차가운 시선이 천천히 내려갔다. 의심 가득한 그 눈길은 유키호의 등골을 오싹하게 하는 걸로 끝나지 않았다.

 

"그러십니까? 함께 갈 수 있게 허락해 주십시오. 정말, 아름다운 밤이 아닙니까."
"아냐."
"하지만 혼자 계셔서는 안 됩니다, 주인님. 너무 위험합니다."

 

너랑 같이 있는 것보다야 낫지. 유키호는 살짝 얼굴을 찌푸리며 생각했다. 그러다 차분하지만, 약간은 겁먹은 듯한 표정을 유지하고는 다시 그녀의 시종과 눈을 마주친다.

 

"마코토, 아직도 목마른 거야?"

 

평소에는 별 감정 없는 시종이 뭔가 뚜렷한 반응을 보였다. 무감정하던 얼굴에는 갑자기 열망과 놀라움, 기쁨이 비쳤다. 눈에 다 드러나 있었다.

헛기침을 하고 스스로를 진정시키며, 마코토는 주인에게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유키호가 등 뒤의 문을 꽉 닫았다. 작은 발걸음을 단호하게 내딛으며 손가락을 깨물어 피를 냈다. 그러고는 침 때문에 반짝이는 마코토의 입술 앞에 그 손가락을 흔들어 보였다. "아무 감시 없이 나가게 해 주면, 피를 조금 빨게 해 줄게."

 

뱀파이어 시종은 마치 육즙이 흐르는 스테이크를 본 강아지처럼 굶주림에 헐떡대고 있었다. 평소에는 그렇게 강하고 냉정하지만 쇠비린내가 나는 그 액체를 위해서라면 평균대 위에서 공중제비라도 할 것만 같은 그녀는 보기에 거의 애처로울 정도였다.

 

"예-예, 주인님." 마코토가 가까스로 내뱉었다. 유키호가 입 속에 손가락을 넣자 이빨을 드러냈다. 망설이지 않고 손가락을 물어 피를 빨기 시작했다. 진하고 따뜻한 피는 너무 맛있고 중독성이 있었다. 목을 넘어가는 그 액체는 마치 사막에서 마시는 물처럼 달콤했다.

 

한편, 그녀의 주인은 아파서 몸을 꿈틀거리고 있었다. 이렇게 피를 빨리는 것이 익숙하지 않았다. 그녀는 잠깐만이라도 나가고 싶어질 때까지 마코토를 피 말리게 하곤 했었다. 그게 유키호의 결정이었다. 굶기다가 때가 되면 피를 주는 것.

 

"이거면 충분하잖아, 마코토."

 

그러나 마코토는 멈추지 않았다. 지옥의 흡혈귀에게 이 사치스러운 액체는 마치 천국처럼 느껴졌다. 웃기는 일이었다.
마코토는 유키호의 흰 왼손에 아주 핏기가 없어지도록 피를 빨아 댔다. 너무나 배고팠는데, 이 시간에 이런 맛있는 식사를 하게 되다니-

 

"그만 해, 마코토!" 갑자기 손등이 날아와 그녀를 쳤다. 살갗에서 이빨이 떨어지자 작은 핏방울들이 후드득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마코토의 반응은 정말 빨랐다. 쉿 소리를 내며 달빛을 받아 흰 타일 위에서 빛나고 있는 붉은 자국 위로 엎드렸다. 마코토는 동물처럼 그 피를 핥아냈다. 아직도 굶주려 있었다.

 

"더러워진 건 치우도록 해. 난 이제 잠깐 나가겠어." 살짝 고개를 숙여 보이며 유키호는 다시 문 쪽으로 등을 돌렸다. 탈출하기 위해서. 그저 몸을 가린 옷과 피부에 난 상처 자국만 가지고 탈출하기 위해서. 그녀의 생명력 그 자체를 다 빨아가 버리고 싶어하는 괴물에게서 탈출하기 위해서.

 

유키호는 문을 다시 열었지만, 곧 뒤로 거세게 내동댕이쳐졌다. 문틀과 문이 거세게 부딪치는 꽝 소리가 울려펴졌다. 문고리가 유키호의 옆구리 쪽을 거세게 때렸고, 유키호는 엄청난 고통에 움직이지 못한 채 벽을 등지고 몰려 있었다.
어린 주인은 옆구리를 붙잡으며 신음을 냈다. 동시에 그녀의 어깨를 누군가 꽉 잡았다. 볼 필요도 없이 그녀의 망할 시종이었다. 언제쯤 스스로를 제어하는 법을 배울까?

 

"주인님." 칼날처럼 뾰족한 이빨들이 희미한 빛을 받아 반짝였다. 충동 가득한 짙은 붉은색의 눈도 마찬가지로 빛나고 있었다. "가만히 계십시오."

 

무슨 선택권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도망친다고 쫓지 않을 것도 아니었다. 도망치려는 생각조차도 유키호에겐 시간 낭비였다. 하지만 이제는 마코토를 굶기다가 피를 주면서 협상을 하겠다는 훌륭한 계획도 실패로 돌아간 셈이었다.

 

유키호를 계속 위협해 왔던 날카로운 이빨이 자비 없이 그녀의 목에 박혔다. 상상도 못 할 고통에 그녀는 눈을 치뜨고 이를 악물며 뱀파이어의 등과 팔을 할퀴어 댔다. 도저히 버틸 수가 없었다.

어지러워지는 것이 느껴졌다. 머리가 핑핑 돌고 기력이 빠져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유키호는 이 치명적인 관계를 끝내야만 했다. 자신이 이 관계에 희생되기 전에.

 

유키호의 오른손이 그녀의 드레스 자락 쪽으로 내려갔다. 손바닥이 다리에 둘러져 있던 홀스터 위를 쓸고 지나갔다. 손끝으로 드레스를 살짝 잡아올리자 피스톨이 드러났다. 유키호는 은탄이 장전된 총의 손잡이를 잡고 들키지 않게 조심히 들어올렸다.

 

총열이 마코토의 가슴을 겨누었다. 이내 여주인은 그녀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당연하게도 마코토는 완전히 허를 찔렸다. 입가에서 그녀와 유키호의 피를 흘리며 뒤쪽으로 비틀거렸다. 몸에 퍼지는 고통에도 불구하고 마코토는 웃으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주인님."

 

 

샤나리 샤나리 오죠-사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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