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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5학원, 제 5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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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1-26, 2017 23:57에 작성됨.

https://www.fanfiction.net/s/9471789/5/Namuko-Academy - 원본 링크입니다.

 

치하야와 이야기를 나눈 뒤, 야요이는 다시 미키와 연습을 하고 있었다. 그녀가 알게 된 것들이 자꾸 신경을 긁었는데, 누군가를 죽여야 한다는 것인지, 모두가 그걸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았다.
그래도, 아직은 누군가를 죽이는 일에 대해선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싸움을 하는 이들은 선배 마법사들과 트리아비타일 것이다.

 

"야요이~, 나노."
"네?"
"그 빛줄기. 약간 약해진 거야."
"아..." 야요이는 아까 전까지 큰 광선이 있었던 자기 손을 힐끔 보았다. "죄송해요, 미키 씨. 진짜 노력하고 있는데..."

 

미키는 깔깔 웃더니 침대에 걸터앉았다. "문제 없어~." 그녀가 주장했다. "그래도 뭔가가 야요이 맘에 걸리는 건 뻔히 보이는 거야. 뭔가 어두운 감정이 네 영혼에 들어차서 널 힘들게 하고 있어. 그러니까 속마음을 미키한테 털어놓아 보지 않을래?"
야요이는 고개를 끄떡이고 그녀의 선생님 곁에 앉았다. "그게요, 음... 그냥 치하야 씨가 우리가 트리아비타 사람들을 죽여야 한다고 말한 것 때문이에요."
"아냐." 미키가 바로잡았다. "미키랑 다른 마법사들이 할 일인 거야. 야요이 일이 아니야. '우리'가 아니야."
"그게 아무렇지도 않아요?" 야요이가 일어서며 소리쳤다. "그게 왜 아무렇지도 않아요? 누굴 죽여야 한다구요!"

 

미키는 진지한 표정으로 조용히 말했다. "미키는 아무렇지도 않다고 말한 적 없어. 그치만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이야. 야요이, 이게 삶이고 생존이야."
"죽음이에요!" 야요이가 항의했다.
"삶을 불러오는 죽음이야!" 미키가 즉답했다. "여긴 약육강식의 세계야. 우리가 죽이지 못하면, 죽어."
"공평하지 않아...!"
"아무도 그렇게 말한 적 없어."

 

야요이는 잠시 생각하며 조용히 있었다. 결국 그녀는 미키가 맞다고 결론내렸다. 밖에서는 능력이 있는 사람들만이 살아남을 수 있었다. 자신이 훈련에조차 집중하지 못한다면 절대 살아남을 수 없으리라. 그녀는 걱정의 한숨을 내쉬었다.
미키가 야요이의 어깨를 토닥였다. 야요이는 며칠 전 카라스가 손을 등에 올렸던 그 느낌이 떠올라서 몸을 움찔했다. "저기, 야요이." 미키가 말했다. "무서워도 괜찮은 거야. 모두들 무서워해. 그치만 야요이는 무서움을 넘어서서 모든 일을 재미있게 받아들어야 해. 그게 진짜 빛의 마법사가 되는 길인 거야."
야요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미키 씨." 그녀가 마침내 인정했다. "죄송해요. 이제 가르쳐 주세요."
"좋아!" 미키가 미소지으며 일어섰다. "이제 힘을 사용하는 게 얼마나 재밌는지 생각하는 거야. 야요이는 마법사지만, 누구나 다 마법사인 건 아닌걸! 널 지켜 주는 친구를 떠올려 봐. 토우마 군은 마법사의 능력이 없어서 격투 학원에 들어가서 또래들처럼 이곳을 지켜 주고 있잖아."
"네! 저는 마법사에요!"
"예이! 그럼 이제, 얼마나 기대하고 있는지 미키에게 보여 줘! 완전 귀엽고 반짝이는 미키가 하는 것처럼, 햇빛이 나는 큰 공을 만드는 거야!"
"알겠어요! ...어떻게요?"
"자, 이렇게 빛에너지에 집중을 해서..."

 

 

야요이는 한숨을 쉬고 앞에 놓인 음식을 포크로 쿡쿡 찔렀다. 점심시간이었고, 마법사 학생들은 모두 한 테이블에 모여 앉아 밥을 먹고 있었다. 야요이는 대지의 마법사 하루카, 어둠의 마법사 히비키와 물의 마법사 아즈사를 처음으로 만났다. 야요이는 모두를 좋아했고, 사실 모든 신생 마법사들의 팬이었다. 그래도, 훈련하느라 너무 피곤해서 밥맛이 없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야요잇치, 그 맥앤치즈 먹을 거야?" 아미가 야요이의 마카로니 앤 치즈를 한 입 먹으려고 손을 뻗으며 물어 보았다. 야요이는 아미의 손을 포크로 툭 건드렸다. (마카로니 앤 치즈는 말 그대로 크림소스에 치즈 넣고 마카로니 버무려서 먹는 음식입니다. 맥앤치즈는 줄임말이구요 - 역주)
"응, 먹을 거야. 그래도 내 으깬 감자는 먹어도 돼! 알고 보니 마법학교 감자가 집에서 키운 감자보다 맛없어."
"미안." 하루카가 사과했다. "야채 기르는 게 내 일이어서..."
"와, 정말로요?" 야요이가 놀라서 말했다. "모든 마법사들이 할 일이 있나요?"
"응! 아미가 할 일은 다른 사람들 옷 안 태우는 거라GU!" 아미가 즐겁게 말했다.
"적어도 다른 사람들 보는 앞에서는 말이지." 마미가 덧붙였다.
"그리고 제가 할 일은 다른 사람들을 문으로 치지 않는 법을 배우는 거에요." 유키호가 말을 맺었다.
"네가 할 일은 훈련하는 거라구!" 히비키가 말했다. "자신이 하는 일은 그림자 속에 이상한 동물들 없는지 확인하는 거야!"
"저,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게 있는데요." 야요이가 물었다. "마법학교인데도 음식과 동물들은 보통이네요?"
"우리도 사람들이잖니, 야요이 짱." 아즈사가 지저귀듯 말했다. "그건 기억하렴~."
"ㄴ...네! 맞아요!"

 

"자아, 야요잇치." 마미가 이야기를 시작했다. "마미가 듣기로는 저번에 나쁜 녀석들을 만났다던데?"
"쉬이! 기억을 떠올리게 하지 마!" 히비키가 말했다.
"아뇨, 괜찮아요." 야요이가 검은 머리의 마법사를 안심시켰다. "진짜 만났어요. 생각보다 괜찮은 사람들이었어요. 마코토 씨 빼고요. 너무 무서워요."
"대마법사님이 그러는데 치하야 씨는 손가락 하나 안 움직이고 사람들을 바짝 태워 버릴 수 있대." 하루카가 슬프게 말했다.
"전 마코토 짱이 자기의 악한 복사체를 만났던 이야기를 하는 걸 들었어요." 유키호가 조용히 말했다. "한쪽 눈을 거의 잃을 뻔했다고 말하던걸요."
"이오링이 그러는데, 치하야 언니가 힘을 쓰면 이오링이 못 하는 것들도 한대. 둘 다 신동이고 마왕 같은 거 가지고 있는데도 말이야."
"마안이겠지."
"아미는 그런 거 싫어."
마법사들은 모두 한숨을 쉬었다.

 

"이야기를 바꿔 보자." 하루카가 제안했다. "야요이 짱, 선생님은 좋아?"
"저 미키 씨 정말 좋아해요!" 야요이가 까르르 웃었다. "미키 씨는 정말 상냥하고 재밌고 귀엽고 에너지가 넘쳐요!"
하루카가 활짝 웃었다. "멋진데!" 그녀가 노래하듯 말했다. "리츠코 씨도 정말 좋은데, 가끔씩 꽤 무서워져. 그리고 엄청 엄해. 그래도 좋은 선생님이야."
"치하야 짱이 자기 침대를 녹이려는 건 정말 귀여워." 아즈사가 말했다. "가르쳐 주는 것도 잘 하지만, 난 그녀가 일하는 걸 보는 것도 좋아해. 얼음 조각상을 정말 잘 만든다니까~."
"그 조각상들 말인데, 치하야 씨가 방에서 계속 조각하는 남자아이는 누구에요?" 야요이가 물었다.
"남동생 유우야." 유키호가 말해 주었다. "치-치하야 씨가 그러는데 유우는 집에 머물고 있고, 엄청 보고 싶대."
"우리 집으로 못 가는 거에요?"
"갈 수 있어." 히비키가 답했다. "그치만 선생님들은 여기 남아서 항상 765학원을 지켜야 해."
"아... 그러면, 다른 사람들은 선생님들을 어떻게 생각하세요?"
"타카네는 쿨하고 좋은데, 가끔씩 무진장 희한해진다니까." 히비키가 중얼거렸다. "그리고 라멘은 어찌나 좋아하는지, 중독이야."
"난 마코토랑 훈련하는 게 너무 좋아." 유키호가 아쉬운 듯 한숨을 쉬었다. "우리는 선대 바람의 마법사 오토나시 코토리 씨 밑에서 함께 수련했었어. 마코토 짱이 충분히 강해졌을 때 그 자리를 이어받았고 코토리 씨는 치하야 씨를 경호하기 시작했지. 새롭게 선생님이 되었고 아는 게 많은 건 아니지만, 마코토 짱은 날 이해시키는 방법은 아주 잘 알고 있어. 상냥하고 부드럽게 가르쳐 주는데, 완벽해." 유키호가 깔깔 웃었다. "우린 이미 절친이어서, 마코토에게 배우는 건 정말 재미있어...!"
야요이가 미소지었다. "정말 좋네요, 유키호 씨!"
"아미도 이오링 좋아하는데, 이오링 정말 무서워." 아미가 인정했다.
"맞아, 이오링 엄-청 가혹하다구!" 마미가 불평했다.
"그래도 이오리 짱 대단한 사람이잖아." 야요이가 웃으며 말했다.
"그렇치이~."
"응훗후, 정말 대단하지..."

 

남은 시간 동안 마법사들은 이야기를 나누며 식사를 계속했다. 정말 배가 불러 한 입도 더 먹을 수 없게 되어서도 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야요이는 이렇게 다른 사람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좋았다. 어린 마법사들은 훈련을 도와 주는 선배들만큼이나 친절했다. 그리고 야요이와 같은 수준의 아이들과 같이 시간을 보내면 확실히 실력이 느는 데도 도움될 것이었다. 그녀의 원소에 집중하는 가장 좋은 방법과 실수로 미키가 앞이 안 보이게 하지 않는 방법을 알아낼 수 있으리라.

 

765학원... 야요이는 생각했다. 엄마...아빠... 저 완벽히 적응할 수 있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물의 마법사의 방에서 들리는 파도 소리가 벽을 따라 얼음이 갈라져 가는 소리를 덮어 버렸다. 마코토가 할 일이라고는 소리를 따라가서 마법사를 찾아내고 죽이는 것뿐이었다. 그냥 흔하디 흔한 임무였다. 한 마을에 보내져서 트리아비타를 따르지 않은 것을 처벌하기 위해 그 마을을 파괴했을 때처럼. 트리아비타와 같이 일하던 과학자들이 조용히 반란을 일으켰을 때 카라스가 그녀를 보내 그들을 제거하게 했던 것처럼. 그냥 평범하고 쉬운 임무였다.

 

그렇지 않았을까?

 

얼음 여왕은 그 생각을 마음 저편으로 밀어내고, 거의 소리를 내지 않은 채 벽을 타고 미끄러져 갔다. 물의 마법사는 잠들어 있을 것이었다. 모두가 잠들어 있을 것이었다. 그녀를 죽이기엔 최적의 시간이었다. 의심의 여지 없이.
아즈사의 방에서 아무것도 모른 채 조용히 콧노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마코토는 문 바로 밖에 멈춰서 귀를 기울였다.
물의 마법사는 확실히 깨어 있었다. 심지어 방문 아래로 빛이 가늘게 새어 나오고 있었다.
뭐, 그러든지. 마코토가 생각했다. 상관없어. 그래도 죽일 수 있어.

마코토는 천천히, 그리고 조심스럽게 몸 안의 힘을 풀었다. 그녀의 마안이 보통은 불가능할 일을 돕기 위해 빛나더니, 마코토는 작은 물웅덩이로 녹아내렸다. 방문 아래의 틈을 통해 방 안으로 새어 들어온 그녀는 땅을 미끄러져 가다가 작은 옷장에 이르렀다. 옷장 안으로 들어간 마코토는 다시 얼음 마녀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몸이 재구성되자, 마코토는 그녀가 혹시 눈에 띄지는 않았는지 잠시 기다리다가, 얼음 단도 하나를 만들었다.

 

그 단도 하나면 충분했다. 마코토는 자신이 그녀를 죽이려고 한다는 것을 알아채기에는 아즈사가 너무나 멍하고 순진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어머, 어머." 마법사의 소리가 들렸다. "슬리퍼를 잊어버렸네. 슬리퍼 없이는 잠들 수 없는데. 얼어 죽을 거야!"
차라리 그냥 얼어 죽는 게 나을걸. 덜 고통스럽고. 마코토가 마음 속으로 말했다. 그녀는 아즈사가 옷장 문을 열까봐 옷장 뒤에 등을 꾹 대고 있었다.
"음, 내가 슬리퍼를 어디다 뒀었더라...? 아! 옷장에 있었지~!"
마코토는 눈알을 굴리더니 짜증이 나서 바람을 내뿜었다. 손에 있는 단도를 꽉 쥐었다. 어쨌든 아즈사가 문을 열었을 때 죽일 수 있다. 망설임 없이.

 

"선한 복제를 죽이면, 어둠의 복제도 죽습니다."

 

마코토는 이를 악물고 손가락에서 피가 날 때까지 얼음 단도를 으스러지도록 잡았다. 그 말 따위가 그녀를 방해하게 둘 순 없었다. 아즈사는 그녀를 버렸고 죽게 내버려두었다. 죽어 마땅했다.

 

옷장 문이 부드럽게 열렸고, 아즈사의 얼굴이 보였다. 마코토는 긴장한 채로, 아직도 그녀가 이 일을 진심으로 하고 싶어하는지 생각하고 있었다.
아즈사는 바닥을 바라보며 혼잣말로 중얼거리다가, 천천히 팔을 뻗어 마코토 앞의 옷가지들을 갈라놓았다. 빛이 그녀를 비추자, 얼음 마녀는 놀라 숨을 들이켰다.
"여기 어디쯤에 확실히 있는데..." 혼잣말을 하던 아즈사의 눈이 마코토의 눈과 마주쳤다. "마코토 짱?"
마코토는 살짝 몸을 떨기 시작했지만, 억지로 그녀의 희생자를 쳐다보았다. 아즈사는 그녀를 보고 웃었다. 웃었다.
"아, 마코토 쨩이구나, 그렇지?" 그녀가 정답게 이야기했다. "이 늦은 시간에 여기서 뭘 하고 있니?"

 

마코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그저 아즈사를 쳐다보았다. 그녀의 머릿속에서 기억들이 떠올랐다. 집에 있던 그녀와 같은 여인의 기억이. 마코토에게 요리를 해 주고, 무서울 때면 꼭 끌어안아 주던 그 사람의 기억이. 아즈사가 이 세상을, 삶을, 모든 것을 가르쳐 주던 기억이. 어린 시절, 마코토의 행복했던 기억들에는 모두 아즈사가 있었다.

 

그리고 이제 마코토는 그녀를 죽이려 하고 있었다.

 

아즈사가 고개를 갸웃했다. "마코토 짱?" 마코토에게 다가서며 그녀가 속삭였다. "괜찮니? 안색이 안 좋아 보여. 집에 돌아가서 좀 쉬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아즈사는 떨고 있는 소녀의 이마를 손등으로 짚었다. "어머, 몸이 얼음장이구나. 아... 생각해 보니 마코토는 얼음의 마녀였지? 대마법사 치하야 짱이 네 이야기를 하더라. 원래 이렇게 몸이 차가운 거니?"

 

차갑고, 용서가 없고, 무자비하지. 마코토는 코로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여전히 한 마디 말도 없이 칼을 들었다. 아즈사는 칼을 내려다보더니 천천히 이마에 짚었던 손을 떼었다.
"...마코토 쨩, 뭐 하려는..."
마코토는 눈을 가늘게 뜨고 으르렁거리며 손목만 움직이면 아즈사의 목을 자를 수 있도록 칼을 대었다. 그 여자는 고통받아야 했다. 마코토를 버린 대가로 이제 고통을 받을 차례였다.

 

하지만 아즈사는 아무 저항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저 그 자리에 서 있었고, 살짝 놀란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무서워하지는 않았다. 마치 마코토가 그녀를 죽이지 못한다는 것을 알기라도 하듯이.

 

아즈사가 또다시 고개를 기울였다. "정말 안 좋아 보여." 그녀는 조용히 말했다. "마코토 쨩, 혹시... 우니?"
마코토는 지금까지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아즈사의 그 말을 듣자, 얼굴에 흐르는 눈물을 알아챘다. 아마도 난생 처음으로 흘린, 얼음이 아닌 물로 이루어진 눈물이리라.

 

"얼음 안엔 결국 물이 있다... 맞는 말이지요?"

 

그녀는 할 수 없었다. 아무리 그녀가 인정하기 싫어할지라도 아즈사를 죽일 수는 없었다. 임무를 마칠 수 없었다.
"...마코토 쨩-"
"닥쳐!"
아즈사는 눈을 깜박였다. 목에 닿은 나이프가 물로 녹아서 바닥으로 뚝뚝 떨어지는 것을, 놀라서 입을 살짝 벌린 채 보고 있었다. 잠시 뒤 아즈사는 맨발을 통해 물을 흡수했다.
"그냥... 그냥 닥쳐! 어떻게 나한테 웃을 수 있어?!" 몸을 떨면서 마코토가 따졌다. "어떻게 아무 잘못도 없는 것처럼 나하고 얘기할 수 있어?! 당신, 내가 죽일 수도 있었어!"

 

아즈사의 따뜻하고 다정한 웃음이 돌아왔다. 아즈사는 천천히 손을 뻗어 양손으로 얼음 마녀의 뺨을 잡았다. "왜냐면... 마코토 쨩은 알고 보면 정말 친절한 사람이니까." 그녀는 조용히 말했다. 마코토는 흐느낌에 가까운 소리를 냈다.
"당신은 나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 그녀가 내뱉었다. "난 당신을 죽이려고 여기 보내졌어, 그거 알아?! 지금 당신을 죽여야 한다고!"
"하지만 그러지 않을 거잖아."
"그만 해!"

 

아즈사의 미소가 커졌고, 그녀는 천천히 둘 사이의 거리를 좁히며 마코토를 끌어안았다. "가끔씩은 부드러워져도 괜찮아." 마코토의 등을 쓸어 주면서 아즈사가 속삭였다. 그러지 말아야 하는 걸 알면서도, 마코토는 어느새 아즈사를 포옹하고 있었다. "외로운 거니, 마코토 쨩? 그래서 이런 행동을 하는 거니?"
"난 괜찮아." 마코토가 이빨 사이로 쏘아붙였다. 그녀는 감정을 조절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아즈사가 그녀의 이런 면은 보아서는 안 되었다. 그 누구도 마코토의 이런 면을 보아서는 안 되었다.

 

하지만, 이미 늦었어. 그러니까 여기 잠시 머무는 건 어때? 좋잖아, 안 그래? 마코토의 마음 속에서 부드러운 소리가 들렸다.

 

"자기에게 거짓말을 하지 마." 마코토의 머리 위에 턱을 기대며 아즈사가 숨쉬듯 말했다. "너의 세계에도 아즈사가 있지 않니? 가서 이야기해 보렴. 아마도-"
"절대 그 여자에겐 돌아가지 않아." 마코토가 거칠게 말했다. 아즈사의 어깨뼈를 주먹으로 꽉 쥐며, 그녀는 쏘아붙였다. "...물의 마법사, 이번엔 날 벗어났을지도 몰라. 하지만 당신 친구들은 그리 운이 좋지 않을 거야. 그리고 다음엔... 난 반드시 당신을 죽일 거야." 아즈사가 뭐라 말해 보기도 전에 마코토는 다시 물웅덩이로 녹아들어가 벽 뒤편으로, 765학원을 벗어날 때까지 움직였다. 학원을 벗어난 마코토는 재빨리 눈가의 눈물을 닦고, 숨을 크게 들이쉬더니 등에서 두 개의 크고 정교한 얼음 날개를 펼쳤다. 그녀는 달을 잠깐 올려다보았다.

 

언니... 다음엔 꼭 언니를 죽이겠어. 그녀의 얼어붙은 영혼으로 날개가 녹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이 생각을 하며 마코토는 밤하늘로 날아올랐다.

 

학교 안에서 아즈사는 마코토가 사라진 곳을 뚫어져라 바라보다가 길게 한숨을 쉬었다.

"가엾은 마코토 쨩. 아즈사가 마코토가 자기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면 좋으련만." 그녀가 혼잣말을 했다.

 

 


얼음이 갈라지는 소리를 듣고 카라스는 충실한 얼음 마녀가 돌아왔음을 알았다. 그가 바라보고 있는 모니터에서 시선을 떼자, 막 벽을 넘어 들어오면서 날개를 접고 흡수하는 마코토가 보였다. 카라스는 히죽 웃었다.
"돌의 마녀를 밤새 지켜보고 있었지." 그가 그녀에게 일러 주었다. "실패했네, 안 그래?"
"닥쳐." 마코토가 중얼거렸다. 완전히 탈진해서, 마코토는 카라스 옆의 의자에 앉아 손에 얼굴을 묻었다.
"그냥 물의 마법사 하나 처리하지 못한 거야?" 카라스가 그녀의 귀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아니면 다른 뭔가가 있었을까?"
"넌 참 지긋지긋해, 그거 알아?" 화난 마코토가 말했다.
카라스는 소리내어 웃었다. "거 참 고맙군." 그가 활기차게 말했다. 마코토는 투덜대고는 등을 돌려 방을 나섰다. "에이, 그러지 말고. 그냥 놀리는 거일 뿐이잖아."
마코토는 말이 없었다.
"우리 거래했던 거 기억 안 나? 널 위해 난 책임을 다 해 주지. 우리 둘만의 얘기야. 치하야에겐 모든 마법사들이 경고를 받고 나타나서 큰 소동이 일어났다고 말하면 돼. 화염구 하나에 얼음 창 하나 정도면, 가서 곧장 말할 수 있는 완벽한 알리바이가 될걸."
"...고마워." 마코토가 조용히 말했다.
"얼음 여왕님을 위해서라면."
마코토가 한숨을 쉬었다. "제어실을 쭉 지키고 있을 거야?"
"그럴 것 같네."
"그럼 난 자러 간다."
"알았어, 잘 자." 카라스는 자기 모니터를 돌아보았다. "...마코토."
"뭐야?" 자리에서 일어서며 마코토가 재촉했다.
"난 비밀을 지키는 착한 아이가 될 테니, 너도 그래야 해."
마코토는 크게 한숨을 쉬었다. "그래, 알았어. 거래는 거래니까."
"착하지."
"그만 좀 해." 마코토는 마지막으로 어깨 너머를 힐끔 살펴보고 복도 저편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카라스는 마코토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그녀를 지켜보았다.

 

그는 다시 모니터를 마주보았다. "그래도..." 기만적인 웃음을 얼굴에 띠며 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 "여주인께서 네가 마법사 몇 명한테 졌다는 소식을 들으면 참 좋아하시겠다."

 

 

...생각해 보니, 히비키, 타카네, 아미, 마미 같은 아이들 말투를 제대로 살릴 만한 내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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