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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카자키 야스하 「당신을 위한 히나마츠리」

댓글: 3 / 조회: 1300 / 추천: 3



본문 - 01-21, 2017 23:39에 작성됨.


오카자키 야스하 「당신을 위한 히나마츠리」
(*히나마츠리雛祭り : 매년 3월 3일에 여자아이의 행복을 기원하며 히나단에 히나님(お雛様)이라는 인형을 장식하는 일본의 민속 축제)


1:이하, 무명에 변해서 SS속보 VIP이 보내 드리는2015/03/06(금) 18:18:37. 44 ID:l86T3b8Ko



 인형놀이를 한 적이 있으신가요?


 여자아이들은 대부분 어렸을 때 경험해봤겠죠.
 소꿉놀이든, 옷입히기 놀이든.

 물론 저도 한 적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과 다른 점은, 나이를 먹고도 계속 좋아했다는 것.
 대부분의 여자아이들이 흥미를 잃어가는 그것에, 저는 푹 빠져있었습니다.


 예쁜 옷.
 멋진 집.
 화려한 이야기――


 저는 어느덧 그런 세계를 동경해서, 연예계에 발을 내디뎠습니다.


 다양한 의상.
 눈부신 스튜디오.
 신선한 체험.


 모델이나 아역, 드라마에 영화.
 물론 힘들고 괴로울 때도 있었지만, 동경했던 세계는 눈부시고, 즐거워서――






 「──오카자키씨. 오늘 후지와라에게 지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돌아 보고, 놀랐습니다.
 바로 뒤로 서있던 남자는, 고개를 한참 올려야 얼굴이 보일 정도로 큰 키여서.

 당황하며 사이에 끼어든 매니저씨도 절대 덩치가 작은 남자는 아닙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키도 머리 하나만큼 차이가 나고, 체격도 훨씬 컸습니다.

 「그러니까……후지와라씨의 매니저, 셨지요?」

 매니저씨가 조심스러운 모습으로 묻습니다.
 저보다 두배 가까이 큰 덩치에, 마음속까지 꿰뚫어보는듯한 날카로운 눈매.
 실례라는것은 알고있었지만, 무심코 표정이 굳어졌습니다.

 「……네. 아까 조언을 받을 것에 대해, 후지와라가 다시 감사를 드리고 싶다고 해서」

 그때서야 처음으로, 그의 뒤에 있던 후지와라씨가 보였습니다.
 그 둘이 서로 나란히 있으면, 완전히 다른 세계의 주민같은, 굉장히 잘 어울리는듯한, 이상한 인상을 받습니다.

 「오카자키씨. 조언, 정말 감사합니다」

 「조언이라니, 아니에요. 그냥 조금 이야기했을 뿐인데」

 정말로, 그것 뿐이었습니다.
 TV프로 수록이 처음인지 긴장해있던 그녀와 두세마디 이야기를 나눴을 뿐.
 그것만으로도, 이야기 할 수 있는 상대가 있다는 것 만으로도, 의외로 안심이 되니까요.




 「그게 굉장히 기뻤어요.」

 그렇게 말하며 웃는 그녀는 굉장히 귀여웠습니다.
 아직 신참 아이돌이라고 들었지만, 아마 그리 오래지 않아 큰 인기를 얻을 수 있겠죠.
 이 기회에 사인을 받아 둘까요?

 「다음에 다시 뵜을때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저야말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매니저분들이 인사를 나누는것을 보고, 저희들도 움푹 인사를.

 「그럼, 이만」

 후지와라씨에게 손을 흔들고, 뒤돌았습니다.

 「죄송합니다, 마지막으로 한가지만」

 「네?」

 뒤에서 들린 목소리에 뒤돌아 보자, 후지와라씨도 의아한 표정으로 그녀의 매니저분을 보고 있었고.
 그의 표정은, 아주 조금 긴장하고 있는것처럼 보였습니다.

 「큰 실례라는것을 감안하고 말씀드리겠습니다.」

 내밀어진 그의 양손에는 명함이 끼워져 있었습니다.
 뭘까요? 명함교환은 수록 전에 했었을는데…….





 「오카자키 야스하씨」


 그 목소리를 듣고서야 처음으로, 명함이 저를 향해 내밀어지고 있다는것을 깨달았습니다.



 「──아이돌에, 흥미 없으십니까?」



 




 작은 대선배 오카자키 야스하쨩의 SS입니다


 전작 등

 타카후지 카코 「므으, 운이 없네요」
http://elephant.2chblog.jp/archives/52144443.html
   
 이거는 별로 관계 없다

 카미야 나오 「마법사의 제자」
http://www.typemoon.net/bbs/board.php?bo_table=ss_temp02&wr_id=140269&sca=&sfl=mb_id%2C1&stx=we32
 이거의 조금 후

(*안읽어도 내용 이해에는 지장 없습니다.)

 야스하는 다른 사무소에 소속해 있었습니다




 ― = —≡—= ―

 「……매니저가 아니었구나」

 신데렐라 걸즈 프로덕션, 아이돌 프로듀스과, 클리어 쿨 부문, 프로듀서.
 받은 명함에는 작은 횡문자가 줄지어 있었습니다.

 「기다렸지, 야스하쨩」

 돌아온 매니저씨가 차의 엔진을 겁니다.
 그와 둘이서 무슨 이야기를 했던것 같던데, 물어봐도 괜찮을까요?
 한동안 손바닥의 명함과 눈싸움을 했지만, 결국 호기심을 이길 수는 없었습니다.

 「저기……」

 「응?」

 「왜, 명함을 받게 하신건가요?」

 이미 사무소에 소속된 사람을, 담당의 눈앞에서 뽑아내가려 하다니, 말도 안되는 일입니다.
 그렇지만 매니저씨는 한동안 저희들을 조용히 응시하더니, 저에게 받으라고 하셨습니다.
 그 후, 그와 둘이서 이야기를 한다고 하셨는데, 별로 험악한 분위기는 아닌것같아서

 「그도 말했듯이 굉장히 실례인 행위이고, 그건 제대로 항의했어」

 핸들을 꺾으며 사무소로 이동하기 시작합니다.

 「형식상, 이지만. 그에게 악의가 없었다는건 이야기를 하면서 알았거든」

 「저, 이래뵈도 현역인데」

 「그 정도로 야스하쨩이 매력적이란 증거로 치자고」

 매니저씨는 웃으며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제가 듣고 싶은 대답은 아니었습니다.




 「야스하쨩」

 신호를 기다리는 도중, 매니저씨가 입을 엽니다.


 「아이돌, 흥미 있어?」


 그것은, 굉장히 중요한 질문이어서.


 뭐라고 대답해야 좋을지 고민하는 동안, 차는 사무소에 도착해버렸습니다.




 ― = —≡—= ―

 「실례합니다」

 사장실에 들어가는건 오랜만이었습니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아무래도 이런 장소에서는 긴장이 되서.

 「아아. 앉으렴, 오카자키군」

 권유받는 대로, 정면에 있는 가죽소파에 앉습니다.
 여전히 가죽소파 치고는 신기할정도로 폭신폭신했습니다. 대체 어떤 원리일까요?

 「요즘 잘 하는것 같구나. 어땠니? 저번 드라마는」

 「그렇네요. 감독님이 엄격한 분이셨지만, 그 만큼──」

 한동안 이어진 소소한 잡담을 하면서, 저는 주제가 뭔지 헤아렸습니다.
 부드러운 잡담은, 중요한 주제의 초석.
 무의식중에, 손끝발끝에 긴장감이 소리없이 다가옵니다.

 「──야스하쨩」

 사장님의 어조가 갑자기 바뀝니다.
 옛날이랑 똑같은, 친척 아저씨같은 상냥한 말투.


 「아이돌, 흥미 있니?」


 바로 얼마 전에 들었던 말이었습니다.





 「…………저기」

 「아아, 아니란다. 그만두라는 의미는 절대 아니니까 안심하렴.」

 손을 흔들며 사장님이 웃으셨습니다.
 그 말을 들으니 조금 긴장이 풀렸습니다.

 「매니저에게 얼마전에 들었어. 눈 앞에서 빼내가려 했다며?」

 「네. 놀랐어요」

 「야스하쨩도 지금은 인기 아역이니까」

 부끄럽지만 그렇게 자부했던만큼 갑작스러운 권유에는 깜짝 놀랐습니다.

 「야스하쨩은 우리 회사의 주 수입원이고, 행실도 평가도 굉장히 좋지. 우리쪽에서 손 놓을 이유는 없단다」

 「감사합니다」

 「회사로서는, 말이지. 나 개인으로서는」

 사장님이 다시 양 손을 잡고, 제 눈을 살펴봅니다.

 「생각해볼 가치가 있는 이야기, 라고 보고 있어」

 「……사장님」

 「일시적일지 완전히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적이란 형태가 될거란다.」

 「생각할 시간을, 주시면 안될까요?」

 「물론. 애초에 너무 갑작스러운 이야기니까」




 조금 식은 녹차를 한입.
 탕탄을 양손으로 결린 채로, 가만히 골똘히 생각합니다.

 「사장님께서는」

 「응?」

 「제가 아이돌을 하는 것에, 찬성이신가요?」

 「그건 대답할 수 없단다.……바로 그게, 생각해볼 가치가 있는 이유니까」

 ……어려운 말이었습니다.
 하지만, 사장님은 장난으로 이런 말을 하실 분이 아니십니다.
 정말로, 저 자신이 생각해야 할 일이겠죠.


 화려한 의상.
 빛나는 스테이지.
 열광의 라이브.


 「사장님」


 저는.




 ― = —≡—= ―

 「…………」

 아무래도 긴장되다보니 두리번 두리번 주변을 둘러봅니다.
 설립한지 몇년밖에 안된 프로덕션이라고 들었지만, 사무소 안은 물건들로 흘러넘치고 있었습니다.
 패션이나 밀리터리 잡지, 영화 블루레이. 강아지풀에, 어째서인지 모르겠지만 만들다 만 제비까지.
 ……아무래도 굉장히 시끌벅적한 사무소인 모양입니다.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온 사람은, 본 적 있는 키 큰 사람.
 긴 다리를 약간 거북한듯이 접고, 정면에 앉았습니다.

 「CG프로에 오신걸 다시한번 환영합니다.……솔직히, 놀랐어」

 「뭐든 다 경험이니까요」


 ――자리는 남겨둘테니까 힘들면 언제든 돌아오렴.


 무기한의 임시 이적.

 한번 읽어본 계약서는 어려운 말만 쓰여있었지만, 한마디로 표현하면 그런 모양이었습니다.
 물론, 어느 정도 성과를 낼 때까지 돌아갈 생각은 없습니다.
 그것이 제 최초의 결심.

 「아이돌로서의 활동은 처음이지만,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저야말로 잘 부탁……하고 싶지만」

 매니저……가 아니라, 프로듀서씨가 면목없다는듯 뺨을 긁었습니다.

 「사실 담당 프로듀서는 내가 아니야」




 「……?」

 뜻밖의 말에 고개를 갸웃합니다.

 「본래라면 스카우트한 사람이 프로듀스 해야할테고, 나도 그러고 싶었어」

 「네」

 「하지만 안됐어……나도 얼마전까지 신입이었거든. 상사는 내가 아직 두 사람을 담당하기엔 이르다고 판단했어」

 「……신입?」

 「응」

 저기, 농담이겠죠?
 빈틈없는 표정에, 평범치 않은 분위기.
 틀림없이, 백전연마의 프로일거라고 생각했었는데.

 「그러니까 다른 프로듀서가 담당하는걸 이해해줬으면 좋겠어」

 「저야 신입이니까 신경쓰지 마세요.」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

 이 사람의 프로듀스에도 관심이 있지만, 경험을 쌓을 수 있다면 따질 생각 없습니다.
 하지만, 궁금한것이 하나.

 「질문해도 괜찮을까요?」

 「응. 뭐든 물어봐.」

 「왜 저를 스카우트 하신건가요? 이미 사무소에 소속되어 있었는데」




 자세히 알지 못해도, 제가 활동중이라는건 알고있었을겁니다.
 그런데 어째서, 자신의 평판을 내려서까지 권유를 했는가.
 그렇게 묻자 프로듀서씨는 입을 열었다가, 하지만 말이 떠오르지 않았는지 다시 입을 다물었습니다.
 조금 불안해질 정도의 침묵의 뒤, 가늘게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동료 중에, 솜씨 좋은 프로듀서가 있어」

 「솜씨 좋다고요?」

 「그래. 우리 프로덕션의 간판급 아이돌을 여러명 데려온 사람이야.」

 「그건……확실히 대단하네요」

 「그 사람이 말하길, 정신차리니 어느새 말을 걸고 있었다고 하더라」

 그건, 솜씨좋다고 말할 수 있는걸까요?

 「이건 극단적인 예시야. 나는 사장님의 말버릇을 인용하고 싶어」

 「어떤 말버릇인가요?」

 「『팅하고 왔다』, 야」

 「…………즉, 감……이란 건가요?」

 「여하튼, 내가 스카우트한건 네가 처음이야」

 갑자기 몸의 힘이 빠졌습니다.
 나쁜 사람은 아니겠지만, 좀 이상하다고 해야할지…….




 「왜 그래?」

 「왠지 갑자기 지쳐서요」

 「담당 프로듀서를 소개해줄 생각이었는데」

 담당이라는 말에, 몸이 움찔하고 반응합니다.
 ……어떤 사람일까요.

 「오늘 오시나요?」

 「지금 저기서 기다리고 있어. ──들어 와」

 프로듀서의 부름에, 문이 천천히 열립니다.
 들어온 사람은,



 「후우. 선배, 얼마나 기다리게…………에, 오카자키 야스하쨩? 진짜?」



 「저번 달에 연수를 끝낸 신인이야.……잘 가르쳐 줘.」

 저와 비슷한 작은 키.
 소매가 조금 긴 재킷.
 검은 단발 중앙의 정수리는, 그곳만이 금빛으로 빛나고 있었습니다.
 그 아래의 얼굴에서는, 왠지 애교가 있는 눈이 저를 응시하고 있었습니다.

 「반가워요, 야스하쨩. 완전 신입이지만 힘껏 노력하겠습니다!」

 「…………자, 잘 부탁드립니다」

 살짝 곁눈질로 옆을 바라보니.
 방금전까지 날카로웠던 눈은, 살짝이지만 웃고있는것처럼 보였습니다.



 ― = —≡—= ―

 「그럼, 일단 확인사항은 이정도이려나. 혹시 질문 있니?」

 「네」

 「그래, 야스하쨩」

 「그 정수리의 금발은」

 「아—, 이거? 역시 신경쓰이지~」

 매니저……가 아니었지. 영 익숙해지지 않네요.
 프로듀서씨가 자신의 머리를 가리키며 웃었습니다.

 「아니, 면접볼 때, 다시 염색해도 도저히 돌아오지 않아서. 결국 이 꼴로 면접봤어.」

 「어떻게 설명하셨나요?」

 「 『아이돌을 놓쳤을 때를 위한 표지입니다』라고 말하니 과장님이 포복절도하더라. 어라, 부장님이었나?」

 「하아」

 뭐라 해야 할까요. 이 사람도 나쁜 사람이 아니란건 알겠지만.
 그렇지만 역시, 좀 특이하다고 해야할지…….
 이 사무소는 원래 이렇다고 자기 자신을 납득시키는게 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야스하쨩도 길을 잃으면 이거 보고 찾아와」

 「얼굴을 외웠으니까 괜찮아요」

 「오오, 역시~ 아니 난 사람 얼굴 외우는걸 잘 못해서」

 프로듀서씨의 표정이 데굴데굴 바뀝니다.
 아무래도 수다가 많은 사람같았습니다.




 「……이런, 안되지안되지. 무심코 딴소리 해버렸지」

 「길을 잃으셨나요?」

 「음, 입장이 난처한데」

 「후후」

 그럼, 수다는 이쯤하고

 「앞으로의 예정말인데, 당분간은 레슨이랑 소소한 일들일거야」

 「네」

 「하지만 야스하쨩의 경우, TV방송 일 같은게 꾸준히 들어올것같아」

 「네?」

 「이적한다고 완전히 리셋하는게 아니고, 전의 사무소쪽이랑 사이가 나쁜것도 아니니까」

 맹점이었습니다.
 아이돌로서 처음부터 다시 할 각오를 했었기에, 이제서야 깨달았습니다.

 「……역시, 치사한것 같아서 별로, 일까?」

 「아뇨」

 걱정스러운 듯이 제 표정을 살피는 프로듀서씨한테 고개를 젓고 대답합니다.
 남들이 연줄이라고 비난해도 할말이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그것도, 제가 쌓아온 것이니까요」




 「……응. 야스하쨩이라면 그렇게 말할거라고 생각했어.」

 몇번 고개를 끄덕이고는, 갑자기 오른팔을 내밀었습니다.

 「노리는건 톱 아이돌이니까! 가능한 수단은 전부 쓰자고!」

 「네. 그렇게 해요」

 그렇다해도, 전의 사무소의 영향력에 의지하고만 있어서는 가슴을 필 수 없겠죠.
 열심히 레슨해서 빨리 자신의 힘으로 스테이지에 서고 싶습니다

 「……아, 그런데」

 「네?」

 문득 떠올린듯이 프로듀서씨가 책상 위의 봉투를 집습니다.
 거기에서 꺼낸 것은, 네모난 종이.
 테두리가 금빛으로 빛나는, 굉장히 친숙한 것이었습니다.

 「야스하쨩, 사인해 주세요!」

 「……후후」


 일단 팬 한명 획득, 이네요.




 ― = —≡—= ―

 「수고했어, 야스하쨩」

 「감사합니다」

 땀을 닦으며 따뜻한 스포츠 드링크를 받습니다.
 차가운건 좋지 않다고 듣고 데운 드링크를 가져오기 시작한것도 상당히 전이군요.

 「레슨은 다음에 보시겠다고 말씀하시지 않았던가요?」

 「잠깐 스케쥴 확인하고 싶은게 있어서」

 프로듀서가 수첩을 열어 저에게 보여줍니다.

 「이거랑 이거 사이에 일이 생길지도 모르는데, 너무 빡빡한가 싶어서. 야스하쨩은 어때?」

 「괜찮아요」

 「그래? 상당히 하드스케쥴이 될텐데」

 「후후, 어렸을때부터 익숙하니까요」

 이적한지 슬슬 반년이 됐습니다.
 아이돌의 일도 조금씩 많아졌고, 지금은 노력해야 할 시기겠죠.

 「…………」

 「프로듀서?」

 「응~」

 프로듀서가 양손으로 머리를 잡고 곰곰히 생각하는 모양새를 잡습니다.
 반짝반짝 빛나는 정수리의 금빛이 잘 보입니다.
 그리고 갑자기 얼굴을 올리고는 짝하고 박수를 한번 쳤습니다.

 「좋아! 잠깐만 기다려 줘!」

 「에, 네……?」

 휴대폰을 꺼내고 레슨장 문을 열어 나갑니다.
 스트레칭과 정리를 끝내고 얼마 후 프로듀서가 돌아왔습니다.




 「미안! 아까 말했던 일, 다른 아이랑 바꿨어」

 「그런, 가요」

 「그래도 안심해, 대신 다른 일을 받았으니까」

 프로듀서가 제 머리를 펑펑 두드립니다.
 저도 그 금빛 정수리를 만져보고 싶은데, 화내려나?

 「그럼 하는 김에 차로 보내줄테니 기다려. 트레이너님이랑 일정 좀 확인하고 올게」

 「네」

 말을 남기고, 프로듀서가 허둥지둥 달려갑니다.
 신참 아이돌과 신인 프로듀서.
 저희 둘에게 신데렐라는 아직 너무나 멀고 먼 목표라서.

 「빨리, 란코쨩을 따라가고 싶은데」


 풀린 신발끈이 눈에 띄는 운동화를, 한동안 지긋이 응시하고 있었습니다.




 ― = —≡—= ―

 「그래서, 오늘은 뭘 하나요?」

 오늘의 예정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못들었습니다.
 프로듀서도 비밀이라고 웃으며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하루를 써서 비밀의 특훈, 같은?」

 「아~ 그것도 한번 해봐도 괜찮을지도. 재밌어보이네!」

 아무래도 아닌 모양입니다.
 그런데 정말 뭔가를 할것 같아서 조금 불안해졌습니다

 「오늘 야스하쨩은 잠시 솔로 라이브를 합니다」

 「알겠…………엣」


 ……솔로 라이브?


 「아니, 아니아니! 무리에요! 아무런 준비도 안했잖아요!」

 「괜찮아! 몇 곡 안부를테니까」

 「그런 문제가 아니라……!」

 「괜찮아, 괜찮아. 항상 열심히 레슨했으니까」

 옆에서 걷는 프로듀서는 태연한 표정.
 하지만, 갑자기 실전으로 라이브라니 너무 말도 안됩니다.
 그래서 말을 계속 하려 했더니, 프로듀서가 길 앞을 가리켰습니다.

 「봐봐, 회장이 보이기 시작했어」

 「……? 이 근처에 라이브를 할 수 있는 장소가」

 가리킨 방향의 건물을 보고 말이 중간에 막힙니다.
 그곳에 있는 건물은 커다란 서양식 주택.
 아무리봐도 라이브 회장으로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저기」

 코앞까지 다가가도 딱히 특별한 건 보이지 않았습니다.
 굳이 말하자면, 상당히 오래된 건물로 보인다는것 정도.

 「여기는 어디인가요?」

 「아동 양호 시설. 옛날식으로 말하면 한마디로 고아원이지」

 「고아원, 이요?」

 「클라리스씨, 알지? 큐트쪽 아이돌」

 「네」

 「평소에는 그 사람이 여기서 라이브를 하지만, 오늘은 야스하쨩만의 특별공연이야」

 태평하게 현관으로 가서 문을 두드립니다.
 잠시 후에 문에서 나온 사람은, 에이프런을 걸치고 있는 남자.

 「안녕하세요. CG프로에서 왔습니다!」

 「클라리스 씨에게 말씀 들었습니다. 어서오세요.」

 안내받은 대로 안으로 들어갑니다.
 신발을 슬리퍼로 갈아신자, 등 뒤에서 몇개의 시선이 느껴졌습니다.
 뒤를 돌아보니, 복도 모퉁이에서 아이들이 얼굴을 내밀고 있었습니다.

 「어라, 야스하쨩이다~」

 「클라리스가 아니야?」

 「하하, 오늘은 특별 게스트란다. 자, 빨리 회장으로 가지 않으면 좋은 자리 놓쳐버릴껄?」

 「아, 이런!」

 아이들이 당황하며 달려갑니다.
 아이 한명이 도중에 넘어졌는지 우당탕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여기, 팜플렛입니다. 야스하쨩도. 오디오는 어디에 있나요?」

 「아아, 이쪽입니다」

 받은 『팜플렛』을 읽으며 프로듀서를 따라갑니다.
 둘로 나뉘어진 종이에 세개의 곡명과 각각의 가사가 히라가나로 쓰여있었습니다.
 프로듀서가 그렸는지, 란코쨩이 그려준건지.
 이곳저곳에 동그란 동물 일러스트가 그려져있었습니다.

 「좋아. 이제 됐습니다. 10분쯤 있다가 시작할게요」

 「잘 부탁드립니다」

 남자분이 나가고, 프로듀서와 단 둘이 방에 남겨졌습니다.

 「야스하쨩은 준비해둬. 신호해주면 바로 킬게」

 「……라이브라는건, 이 일이었군요」

 「응. 규모는 작지만, 어엿한 솔로 라이브야」

 「책임이 무겁네요」

 「너무 부담갖지 말고, 즐기고 와. 아, 이건 아이들이 준거야」

 프로듀서가 건내준 것은 안전핀이 붙어있는 꽃장식.
 군데군데가 비뚤어져있었지만, 열심히 만들었다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회심의 역작이라니까 잃어버리지 마~」

 「……후후. 네」

 멋진 장식을 가슴에 붙이고.
 천천히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 = —≡—= ―


 「지금부터, 오카자키 야스하의 등장입니다!」


 프로듀서의 목소리를 듣고, 문을 열었습니다.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작고도 작은 공연장.
 종이접기로 만든 장식물이나, 박스지로 만들어진 종이 꽃이 이곳저곳에 박혀있었습니다.
 방을 꽉 채우고 있는 관객들은, 20명정도의 아이들.
 반짝거리는 눈으로 손뼉을 짝짝 치고 있었습니다.



 그곳은 박수로 가득한, 꽉 찬 스테이지였습니다.



 「……여러분, 오늘 라이브에 와줘서 감사합니다. 오카자키 야스하입니다.」

 「알아~!」

 「나도!」

 악수를 할 수 있을 정도의 거리로 관객들이 즐겁게 떠듭니다.

 「후후, 감사합니다. 원래라면 라이브 전에 여러가지 이야기를 하지만」


 ――너무 노력하지 말고 즐기고 와.


 「바로 첫곡, 부르겠습니다!」


 옆에 놓여진 CD 플레이어에서 멜로디가 흐르기 시작했습니다.




 ― = —≡—= ―

 「야스하쨩, 사인해줘!」

 「나도!」

 「네네, 줄 서렴~ 야스하쨩은 화나면 무서우니까」

 「무, 무섭지 않아요!」

 라이브를 끝내고, 점심을 먹고.
 자유시간이 되자 저는 아이들에게 둘러쌓였습니다.
 총알처럼 날아오는 질문세례에 열심히 대답합니다.

 「나도 아이돌이 될 수 있을까?」

 「응. 레슨을 많이 해야하지만」

 「무슨 떡 좋아해~?」

 「이소베마키일까」
(이소베마키磯辺巻き : 떡, 전병, 어묵 등을 김으로 말은 요리)

 「야스하쨩은 왜 아이돌이 된 거야~?」


 두근.
 심장이 뛰는 소리가 크게 들렸습니다.


 「……미소가, 보고싶었어요」

 「누구 미소? 엄마??」

 「그건」

 미소가 보고 싶다는 것은, 거짓 한 점 없는 나의 본심.
 동경하던 세계에 뛰쳐들어가, 많은 일을 하고.
 그러니까 모두가.






 「아~ 역시 아스하쨩, 무서운 얼굴~」


 그 한마디에, 얼굴을 홱 들었습니다.

 「라이브 할 때의 야스하 누나가 좋아」

 「웃는게 좋아~」

 「…………」

 2번, 3번, 심호흡.
 눈을 감고, 깊게 숨을 내쉽니다.
 다시 눈을 뜨자, 그곳에는.


 「……응」


 제 노래를 좋아한다며 웃어준, 작은 팬들이 있었습니다.


 「──나도, 웃는게 좋아」




 ― = —≡—= ―

 「야스하쨩은말야, 착하지.」

 작은 솔로 라이브가 끝난 후, 돌아가는 길.
 풀 타이밍을 놓친 가슴 장식을 달고있는 채로, 둘이서 나란히 걷습니다.

 「제 입으로 말하긴 민망하지만,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이전 사무소에서도 상당히 귀여움 받고 있었지?」

 「네」


 마치, 인형처럼.


 「신입이, 대선배에게 이런말하면 건방진걸지도 모르겠지만」

 「…………」

 「일은, 하고 싶은 일은, 자신을 위해 하는게 좋아」

 「자신을 위해……」

 「야스하쨩은 성실하니까. 주변 사람들의 미소를 위해 열심히 하는 타입이지. 그래도」

 프로듀서가 발길을 멈추고, 정면에서 제 눈을 응시했습니다.

 「인세생활도, 취집도, 명예도. 전부 좋은 목적이라고 생각해」

 「…………」

 「야스하쨩은, 왜 아이돌이 된 거야?」

 「저, 는」





 ――바로 그게, 생각해볼 가치가 있는 이유니까.


 사장님의 그 말이, 가슴속에서 솟구쳤습니다.



 「인형처럼, 돼보고 싶어」



 막상 말로 내뱉으니, 그것은 매우 단순한 소원이었습니다.



 「예쁜 옷을 입어보고 싶어. 눈부신 무대에 서보고 싶어. 본 적 없는 것들을, 보고 싶어, 요」








 뚝







 「될 수 있어」


 프로듀서가, 손을 내밀었습니다.


 「야스하쨩은, 아이돌이니까」


 내밀어진 그 손을 잡습니다.
 그 손은 저보다 약간 크고, 굉장히 뜨겁게 느껴졌습니다.

 「……아~ 그래도. 마법사로서는 신데렐라도 목표로 했으면 좋겠는데~」

 「마법사?」

 「프로듀서의 마음가짐, 이라고 선배님이랑 사장님이 말하셨지. 난 인용한것 뿐이지만」

 프로듀서가 수줍은듯이 웃습니다.

 「어느쪽이든 꿈을 이룰 수 있게 도와줄게. 야스하쨩은 좀 더 응석좀 부려도 괜찮다고 생각해」

 「응석……」

 상당히 오랫동안, 생각해본 적도 없는 단어였습니다.

 「……저기, 그러면 한가지 부탁이」

 「오, 바로? 좋지. 뭐야?」

 「이 가게, 구경하고 싶어요」

 바로 옆에 있는 가게를 가리킵니다.

 「돌・굿즈숍……이런거 좋아했어?」

 「네」

 고개를 끄덕이자 프로듀서는 재미있다는듯이 웃고.

 「자, 느긋하게 땡땡이좀 쳐볼까」

 잡고 있던 손을 이끌어, 그대로 가게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여러가지 있네」

 별로 넓지 않은 가게 안에는 상품들이 늘어놓아져 있었습니다.
 돌 하우스에 여러 종류의 돌. 의상에 가구, 소품류

 「프로듀서는 이런거, 좋아하시나요?」

 「응~ 유감이지만 여태까지 인연이 없었네……우와, 이건 뭐야?」

 끊임없이 감탄하고 있는 프로듀서의 옆에서 저도 상품들을 바라봅니다.
 돌은 직접 만들 수 있으니, 고를거면 의상이 좋을까…….

 「……아」

 「오, 갖고싶은거 찾았어?」

 「아뇨, 그런건 아닌데……」

 「과연」

 동화가 모티프인 코너의 일각.
 그곳에는, 방금 전에 이야기한 것이 있었습니다.

 「신데렐라성까지 있을줄이야」

 「성이라기 보단, 무도회장이지만요」

 빨간 융단이 깔려있는 계단에, 어째서인지 두 짝이 모여있는 잃어버린 유리구두.
 귀엽게 디포르메된 왕자님과 신데렐라.
 계단 아래에는 호박마차가 멈춰있었습니다.

 「…………」

 「갖고싶어?」

 「저기……가격이」

 「응석 좀 부리라니까. 4천엔정도로 사양하지 마! 실례합니다~!」

 「저기」

 프로듀서가 점원를 불러 버렸습니다.
 저는, 작은 떼부터 시작할 생각이었는데…….




 「이 세트 맞나요?」

 「네!」

 「38800엔입니다」

 「…………에」

 가격을 듣고 프로듀서가 일순간 굳어졌습니다.
 그리고 작은 가격표를 다시 확인하고는, 떨리는 손으로 지갑을 꺼냈습니다.

 「저기, 프로듀서. 무리는」

 「……무, 무리 아니거든. 어른이니까 이정도 응석은 받아줄 여유 있고」

 말려야 할지 어쩔지 고민하고 있는 사이에, 프로듀서가 계산을 끝내버렸습니다.
 점원이 세트를 포장하러 자리를 떠나자, 고개를 풀썩 떨어뜨렸습니다.

 「…………비싸네」

 「지금이라도……」

 「됐어, 괜찮아. 야스하쨩은 일 열심히하니까 상이야. 응」

 오랫동안 보지 못한, 메마른 웃음이었습니다.
 억지 미소가, 이렇게까지 마음이 아플줄이야.

 「감사합니다, 프로듀서」

 「응……그 대신 부탁이 있는데」

 제 응석을 들어주셨으니, 저도 응석을 받아주지 못할 이유는 없습니다.
 애초에, 응석이라고 할만한 내용도 아니었습니다만.



 ― = —≡—= ―

 「어라. 야스하, 그거 뭐야?」

 사무소에 들어가자 카렌씨와 카에데씨가 잡지를 보며 잡담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후후, 보면 아실거에요」

 비어있는 선반 위에서 포장을 풉니다.
 내용물을 조심스럽게 선반 위에 올리고, 살그머니 뚜껑을 열었습니다

 「오-. 사무소, 인가요?」

 「에, 이거 야스하가 만든거야!? 대단하다!」

 「별 거 아니에요」


 ――사무소의 돌 하우스를 만들어 줘.


 프로듀서의 응석은, 그런 작은 것이었습니다.
 여러번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그럭저럭 사무소 같은 돌하우스의 형태가 나왔습니다.

 「아직 미완성이에요. 지금부터 이것저것 붙일거지만요」

 「이 난잡한 책상의 재현도도 굉장하네요」

 두 사람이 흥미로운 시선으로 직접 만든 사무소를 바라봅니다.

 「……어머, 주민은 없나요?」

 「있어요. 아직 한명뿐이지만」

 어깨에 멘 가방에서 작은 봉투를 꺼냅니다.
 안에 들어있는 그것을, 두 사람의 앞에 내밀었습니다.




 「……아. 이건」

 「야스하의 프로듀서?」

 「정답이에요」

 「똑같잖아」

 머리 꼭대기의 금발을 쿡쿡 찌르며 카렌씨가 쓴움을 지었습니다.
 디포르메의 요령은 특징을 과장되게 강조하는 것 입니다.

 「도기……는 아니네요. 점토?」

 「네, 돌용의 점토랑 판지로 만들었어요. 의상은 산거지만」

 「아이돌의 돌보다 먼저 들어온 돌……」

 「헤에—……있지, 내 돌도 만들어주면 안될까?」

 「네, 만들어 볼게요」

 「시간이 있으면 제 것도 부탁드려도 괜찮을까요?」

 「의상 고를때 도와주세요, 후후」

 한번 의상 만드는것도 연습해볼까요?

 사무소에 쌓여있던 패션 잡지를 셋이서 읽으며.
 이것도 입혀보고 싶다, 이것도 귀엽다, 등의 이야기를 했습니다.



 ― = —≡—= ―

 「증축중이야?」

 사무소 로비의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익숙한 장신의 남자였습니다.

 「아뇨, 오늘은 이사에요」

 「이번엔 누구지?」

 「아이코씨랑 모모카쨩이에요」

 이야기를 하면서 사각형 모양의 아크릴 덮개를 벗깁니다.
 긴 의자 가운데에 앉아있던 후미카씨를 사이에 두고, 서로 앉았습니다.

 「……머릿수도, 상당히 많아졌군」

 「슬슬 딱 50명이 되겠네요」

 아무래도 근시일 내에 또 증축을 해야겠네요.

 「받침대는 아직 여유가 있지만, 뭐, 꽉 차면 말해. 준비해줄게」

 「감사합니다」

 저희들이 바라보는 그것은, 돌 하우스라고 부르기엔 좀 많이 큰 물것이 됐습니다.

 P씨의 부탁으로 사무소의 돌 하우스를 만들고.
 카렌씨와 카에데씨도 입주해서.
 여기까지는 극히 평범한 사건.


 계기는, 어린 아이들이었습니다.






 『앗, 굉장해! 있지- 있지-! 이거 우리 것도 만들 수 있어!?』


 아마 치카쨩이었을 겁니다.
 쿨 사무소에 놀러온 어린이 아이돌들이, 제가 만들던 돌 하우스를 발견하고.
 결국 어쩌다보니 큐트와 패션의 하우스도 만들게 되었습니다.


 『이왕 할거면 다 모으는게 보기 좋지 않아?』


 각각의 하우스를 다 만들자 P씨가 그렇게 제안하고.


 『장식해도 괜찮대! 로비 빈 공간에!』


 순식간에 사장님의 허가까지 받아와서

 그리고, 각각의 하우스를 조금 고치고.
 하는 김에 얼마전에 받은 신데렐라 성을 한 가운데에 끼워넣었습니다..


 유리 구두를 신고 정중앙 계단에 앉아있는, 아이리씨, 란코쨩, 린씨.
 사이좋게 나란히 댄스 레슨 중인, 프릴드스퀘어의 네 분들.
 옥상에서 천체 망원경을 둘러싸고 있는, 노아씨, 아냐쨩, 하지메쨩.
 안뜰에서 고양이에게 둘러싸여있는, 미쿠씨와 루미씨..
 제각각의 악기를 들고, 마칭밴드를 이루고 있는 어린이 아이돌들.


 푸치 사이즈가 되서도, CG프로는 매우 시끌벅적했습니다.


 『──여기, 야스하 언니!』





 「……응? 이건」

 프로듀서씨의 눈이 어느 한 점에서 멈췄습니다.
 조금 머리가 큰, 앞머리를 싹둑 잘라 가지런하게 정돈한, 덩치가 작은 돌.

 「야스하?」

 「네. 어린애들이 만들어줬어요」

 그걸 받고나서야 자기 것을 만드는걸 잊고있다는걸 깨닫고 무심코 쓴웃음 지었습니다.
 군데군데가 조금 비뚤어져 있지만, 그래도 열심히 만들었다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제, 보물입니다.

 「…………」

 「프로듀서?」

 「잘됐구나, 야스하」

 그렇게 중얼인 프로듀서씨를 본 저는 굉장히 놀랐습니다.
 평소의 빈틈이 없는, 날카로운 눈초리가 인상적인 단정한 얼굴


 그 표정이 지금은, 하지메쨩과 단 둘일때도 쉽게 보여주지 않을듯한 미소로.


 「야스하, 왜 그래?」

 「……프로듀서씨, 그런 부드러운 표정도 지을 줄 아셨네요」

 「이상해?」

 「아주 좋다고 생각해요」

 「지금 야스하의 표정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냐」

 「……저, 지금 웃고 있나요?」

 「응. 당장 신데렐라 걸도 될 수 있을 정도로, 최고의 미소야」

 자신의 얼굴을 손으로 더듬거리며 확인합니다.
 그러자, 여전히 손에 잡고 있었던 인형이 보였습니다.


 앞머리를 싹둑 잘라 가지런히 정돈한, 덩치가 작은 여자 아이.
 그 표정은, 보고있는 저까지 즐거워질것 같은 미소라서.






 「──아, 선배! 제 말좀 들어보세요!」


 등 뒤에서 P씨의 기운찬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무슨 일이야?」

 「야스하쨩의 돌에 유리구두를 신기자고 했는데 안된다잖아요」

 「……뭐, 우리는 그거에 좀 예민하니까」

 「그치만 이런 엄청난걸 만든 본인이잖아요? 쪼잔하게」

 「억울하면 유리 구두를 차지해」

 「말이야 쉽죠」

 「PV 2탄을 찍는다니, 일단 그쯤이 목표겠군」

 P씨가 고개를 털썩 떨어뜨렸습니다.
 그리고 바로 당황한듯이 가방 속을 뒤지기 시작합니다.
 여전히 기분변환이 빠른 사람이라 감탄했습니다.

 「아니아니, 주제는 이게 아니고, 이거!」

 꺼낸 서류 같은 것이 눈 앞에 펼쳐졌습니다.
 표지에 큰 폰트로 인쇄된 문장은,

 「……『히나마츠리 특별기획・가련한 인형의 춤』?」

 「뭐, 이름은 아직 가칭이지만, 이 아니라! 주역! 야스하쨩이 히나님이야!」

 P씨가 눈을 반짝이며 제 양손을 잡고.
 그제서야 귀에 들어온 이야기가 머리에 도착했습니다.

 「……제, 가?」

 「응! 작년에는 히나쨩에게 양보했지만, 올해는 꼭 해주고 싶어서 가져왔어!」




 「아아, 그 기획서 통과됐구나」

 「선배의 어드바이스의 덕분입니다」

 「솔직히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야스하쨔으이 귀여움을 한점 남김 없이 역설했으니까」

 「방금 전에 최고로 귀여운 미소를 짓고있었는데」

 「에에!?」

 즐겁게 이야기를 하는 두 사람과는 별개로, 저는 생각의 바다에 빠져있었습니다.
 인형, 히나마츠리, 히나님, 춤…….

 「……그래」

 「응, 뭐라고 했어?」

 「저기」

 오랜만에 응석을 부려보려고.
 하지만 역시, 아직은 말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아뇨,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래? 궁금한거 있으면 언제든 물어봐」


 비밀로 하는게, 분명


 「……아」

 「옷」

 「……? 왜 그러세요?」

 「야스하쨩」

 P씨가 제 머리를 팡팡 두르렸습니다.
 그리고, 빙긋 웃습니다.


 「좋은 미소야」




 ― = —≡—= ―

 「…………」

 「야스하씨, 고민 있으세요?」

 「응, 조금」

 저녁 식사 후, 기숙사의 방.
 책상 위에 노트를 펼치고 생각을 하고 있으니, 하지메쨩이 목욕을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젖은 머리카락과 상기 한 피부가 요염합니다.

 「도울게 있다면 도와드릴게요」

 「응~……」


 ――자신을 위해서 하는게 좋아


 「실은, 조금 응석을 부리고 싶어서」




 ― = —≡—= ―


 「……네, 오케이입니다!」


 부드러운 햇살이 쏟아지고, 계속된 추위도 슬슬 한동안 휴가.
 올해의 히나마츠리 날도, 기분 좋게 따끈따끈한 맑은 날이었습니다.

 「앉아보니 꽤나 무섭슴다, 여기」

 그렇게 말하며 옆에서 녹색의 기모노를 입은 히나씨가 웃었습니다.

 「이것도 높이를 최대한 낮춘거라는 모양이지만요」


 등신대 사이즈의 7단 장식.


(*7단 장식七段飾り : 이런거)



 CG프로의 아이돌들이, 각각의 기모노를 입고 수다를 떨고 있었습니다.
 각 층의 높이가 제법 높다보니, 저희들이 앉아있는 맨 윗층은 높이가 거의 2층 천장 정도였습니다.

 「조심하세요, 야스하쨩」

 「실수로 넘어지면 큰일나겠네요」

 사람들이 앉아있는 계단을, 한층, 한층 신중하게 내려갑니다.
 오랜만에 지면에 발을 붙이자, 자연스럽게 안도의 한숨이 흘러넘쳤습니다.

 「잠시 괜찮을까?」

 「아, 죄송합니다. 취재는 나중에……」

 다가온 남성을, P씨가 막으려 합니다.

 「괜찮아요 P씨」

 「에?」

 「그 분은, 아는 사람이에요」

 오랜만에 보는 얼굴이었습니다.


 「──여. 건강해보이네, 야스하쨩」


 「오랜만이에요, 매니저씨」





 「키, 컸구나?」

 「네, 그때보다 2센치 정도」

 그걸 들은 매니저씨가 웃고 P씨를 다시 바라봤습니다.

 「전 매니저입니다. 당신이 지금의 매니저시군요.」

 「매니저는 아니고, 프로듀서지만요」

 「……? 프로듀서가 매니지먼트도 하나요?」

 「뭐, 저희도 좀 복잡해서」

 고개를 갸웃하는 매니저씨에게, P씨가 쓴웃음을 돌려줍니다.
 그 점은 저도 좀 궁금했습니다.

 「야스하쨩」

 「네」

 「미소가 더 멋져졌구나」

 매니저씨의 손이, 제 머리를 쓰다듬었습니다.
 저도 이제는 이런게 부끄러울 나이이지만.
 오늘정도는 주변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아도 괜찮겠죠.

 「미안해」

 「엣?」

 「다들 알고 있었어. 야스하쨩이 이런 좋은 미소를 지을 수 있다는 건」

 매니저씨의 눈썹이, 슬픈듯이 내려갑니다.

 「어렸을 때는, 무리한 스케쥴을 시키고, 일에 붙들어 매게 해버려서」

 「…………」

 「야스하쨩의 진짜 소망도 눈치채지 못하고, 우리들은 그 상냥함에 기대고 있었어.」

 「그렇지」





 「──그렇지 않습니다!」


 부정하려던 제 말은, P씨의 한마디에 사라졌습니다.


 「야스하쨩이 말했었습니다. 인형처럼 귀여움 받았다고, 일의 경험이 도움이 됐다고」

 「하지만, 지금 야스하쨩의 미소는」

 「과거의 미소가 가짜였다고 착각하고 있는겁니까?」

 「…………」

 「당신도 알고 있을겁니다. 왜냐면, 야스하쨩은」

 무거운 말투와는 정반대로.
 P씨의 표정은, 악동같은 미소였습니다.



 「거짓말을 정말 못하니까요」



 「…………하하하! 뭐야, 아직도 그렇구나. 야스하쨩」



 그렇게 말하고, 두 사람이 동시에 웃었습니다.


 「……후훗」


 정말이지.
 두 분 다 정말 너무한 어른입니다.





 「슬슬 집합하겠습니다!」

 「……이런, 저는 이만 실례할까요」

 가볍게 손을 흔들고, 매니저씨가 뒤를 향합니다.


 「──야스하쨩!」


 그리고 도중에 뒤를 돌아보고, 큰 목소리로


 「당신의 팬입니다! 이번 라이브 기대하고 있습니다!」


 「……네! 꼭 와주세요!」


 작아지는 그의 등을, P씨와 함께 배웅했습니다.

 「야스하쨩도, 여러가지 있었구나~」

 「네. 모두, 멋진 추억이에요」

 「앞으로 계속 늘어날껄」

 「그건 곤란하네요」

 「아하하」


 저는 P씨의 미소도 굉장히 멋지다고 생각합니다.


 「서투르긴」




 ― = —≡—= ―


 「──여러분의 협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햇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모인 사람들 앞에서 P씨가 고개를 숙입니다.
 금빛 정수리가 자랑스러운 듯이 빛나고 있었습니다.
 아이돌들과 스태프에게서 박수가 일었습니다.

 「그럼, 이제 갈아입을 차례입니다만」

 「그 전에 잠시, 괜찮을까요?」

 「오, 좋아좋아」

 손을 들자, P씨가 자리를 양보해 주었습니다.
 모두의 앞에 서서, 커흠하고 헛기침을 한 번.


 「그럼, 마지막 덤을 시작하겠습니다」


 「…………엣?」


 제 한마디에 P씨가 이상한 소리를 냈습니다.

 「그런데 P씨, 히나마츠리에 참가하신 적은 있나요?」

 「에? 아니, 그러고보니 없으려나. 봐봐, 나는말야」

 P씨가, 자신의 머리를 가리키며 웃습니다.
 검은 단발에 둘러쌓인, 금빛 정수리가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습니다.

 「생긴것도 이렇고. 여자같은 행사에는 영 인연이 없었거든~」

 「지금부터라도 즐겨보고 싶지 않나요?」

 「아니~ 이제와서 그러긴 좀 부끄러운데~」

 「아뇨, 이미 준비 끝났어요.」





 「으음~ 예전부터 메이크 해보고 싶다고는 생각했었어. 변신할 것 같은 느낌이 있어서」


 비녀와 화장품 상자를 들고있는 카렌씨와.


 「이런 말이 있죠. 옷이면 복이 온다.」


 방긋 웃으며 기모노를 가져온 카에데씨가 P씨를 포위했습니다.


 「……에, 아니, 그. 진짜 괜찮다니까. 나 그런거에는 괴멸적으로 안어울려서」

 「라고 말하는데? 야스하」

 「다소의 응석은 받아준다고 했으니까 괜찮아요.」

 「과연. 그럼 실례함다」

 뒤에 서있던 히나씨가, P씨의 양 어깨를 붙잡아 구속합니다.
 P씨의 미소가 점차 쓴웃음으로 변한듯해 보인건 분명 기분탓이겠죠.

 「아니아니아니! 아이돌이면 몰라도, 나를 귀엽게 해봤자 뭐에 쓰겠다는거야! 여러분, 안그래요!?」

 「괜찮아요. 제가 보고 싶어서 하는거니까요. 자」

 「야스하쨩!? 왠지 성격 변하지 않았어!?」

 「얌전한 인형으로 사는건 관두기로 했어요」

 「…………」

 「지금부터는 응석도 잘 부릴 수 잇는 인형을 목표로 할거에요」

 「……아니, 멋진 분위기로 말하고는 있지만. 그거 단순하게 야스하쨩의 취미잖아?」

 「하지메쨩, 입히는건 맡길게요」

 「네. 그럼 이쪽으로 오세요」

 「저기! 잠깐!」




 킥킥 웃는 모두들에게 배웅을 받으며 P씨가 이송됍니다.
 필사적으로 다리를 퍼덕거리는 P씨가 저를 부릅니다.


 「제발! 인형처럼 귀여웠던 그 때의 야스하쨩으로 돌아와 줘!」


 「──아하핫!」


 P씨, 모르셨나요?
 여자애들은 다~들 알고있어요.


 너무나 소중히 대해진 인형은.
 주인님이 보지 않을 때, 혼자서 움직인답니다.



 「P씨도 여자아이에요. 귀여워지고, 즐겨주세요」








 왜냐하면, 오늘은.



 여자 아이를 위한.
 저를 위한.



 ――당신을 위한, 히나마츠리.






 끝.
 작은 선배 야스하쨩 귀여워.


 「저는 인형이 아니에요」 「인형 따위 필요없다고 생각했지만」
 그녀의 대사는 무겁지만 싫었던 기억 뿐이었던 것처럼 들리지는 않습니다.
 그도 그럴게, 지금의 야스하쨩의 그렇게나 멋진 미소를 보면,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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