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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치하라 니나 「첫 식사」

댓글: 15 / 조회: 1835 / 추천: 6



본문 - 01-12, 2017 17:32에 작성됨.


이치하라 니나 「첫 식사」



1: ◆8 ozqV8dCI2 2017/01/10(화) 22:40:31. 51 ID:1vmwn4+80


 우리 집은 아버지가 식당을 하고 있고, 아들인 나도 가끔 식당 심부름을 하게 된다.

 그때는 아버지한테 들켜서 도망치지 못했을 때라는 의미이다. 즉, 나는 아버지를 돕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

 그러니까 그 날, 오토바이로 친구랑 한탕 달리고 귀가한 밤에도, 뒷문을 통해 아버지한테 걸리지 않게 몰래 내 방으로 들어갈 예정이었다.

 그랬었는데.

 가게 겸 집 앞에 도착했을 때, 나는 봐버렸다.

 「……토끼?」

 가게 문 앞에서, 인간 어린이 정도 크기의 커다한 토끼가 가게 쪽을 바라보며 두 다리로 서 있는 모습을.





 이런이런, 나도 많이 피곤한 모양이군.

 오늘은 일찍 자야겠는데.

 아버지 미안. 오늘도 가게 못 도와줄 것 같아.

 그럼, 방으로 돌아가자.

 그러기 위해서는 아버지한테 들키지 않게, 소리를 내지 않고 뒷문으로 향한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저 커다란 토끼에게 다가가야 한다.

 아무리 고민해봐도, 저 토끼의 시야에 들어가지 않는 루트가 없다.

 ……어쩔 수 없나.



 나는 소리를 내지 않고, 토끼의 뒤로 갔다.

 그리고 어깨(토끼에게 어깨가 있나?)를 잡는다.

 「어이」

 「꺅!?」

 토끼가 비명을(말했다!?) 지르며 펄쩍 뛰고, 내 쪽으로 뒤돌아보았다.

 그리고 보인 그 얼굴은, 인간 여자아이의 얼굴.

 그제야 나는 토끼의 정체가 토끼 인형 옷을 입은 여자 아이라는 것을 이해한 것이다.

 한밤중이라 어두웠고, 놀라서 착각하고 있었지만, 잘 보니 몽실몽실한 인형 옷임이 틀림없었다.




 뭐야, 토끼가 아니었나.

 아니아니, 나도 안다고.

 인간 어린이 크기의 2족 보행하는 토끼가 있을 리 없지

 상식적으로 생각하자.

 나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이 녀석은 토끼 같은 게 아니라는 사실 정도는.

 고등학생이 늦게까지 놀다가 집에 온 한밤중에, 토끼 인형 옷을 입고 혼자서 식당 앞에서 망연히 서 있는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여자아이라는 것 정도는 말이지.

 아니 아니, 그것도 상식적으로 좀 아닌데.



 토끼 소녀는 나를 보면서 벌벌 떨고 있었다.

 한참 나이 많은 남자 고등학생이 갑자기 말을 걸었으니, 그럴 만 할 것이다.

 그런데 이대로 울어버리면 곤란하다.

 나는 우선 화제를 꺼내봤다.

 「저기, 부모님은 어딨니?」

 일단 이것부터 물어봐야 할 것이다.

 어쩌면 부모님은 가게 안에 있고, 계산 중이라서 먼저 밖에 나온 걸지도 모른다.

 만약 그렇다면 나는 가녀린 소녀를 무섭게 했을 뿐이겠지만.

 그러나 소녀는 내 질문에 대답하기는커녕 고개를 푹 숙여버렸다.

 경계하기 시작한 것 같았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지금이라도 부모님이 나왔으면 좋겠지만, 도저히 아무도 오지 않는다.

 어쩔 수 없다. 아버지한테 말해서 가게 안에서 기다리게 하자, 라고 생각했을 때.

 꼬르륵?.

 하는 힘없는 소리가 들렸다.

 소리가 난 쪽을 바라보니, 소녀가 부끄러운 듯이 배를 누르고 있었다.

 「배고파?」

 소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아래로 늘어진 토끼 귀가, 왠지 구슬퍼 보였다.



 맞았다, 아버지한테.

 「이런 어린아이한테 손을 대다니!」

 「안댔거든!」

 아이를 가게에 데려왔을 뿐인데 무슨 짓을 쳐하는거야.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가게 안에 부모님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아버지도 사정은 모르는 모양이었다.

 소녀가 혼자 서있었다고 말하니, 아버지는 대놓고 기분 나쁜 얼굴을 했다.

 아, 이 기분 나쁜 얼굴은 「한밤중에 딸을 밖에 방치하는 부모」에 대한 혐오감이 드러난 얼굴, 이란 의미이다.

 결코, 외모에 대해 말한 게 아니다. 외모를 말하자면 아버지의 얼굴은 원래부터 기분 나쁘다고 말해도 지장 없다.




 맞았다,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생각하고 있는 게 얼굴에 쳐 나온다고, 너는.」

 「아버지한테 그런 말 듣고 싶지 않거든. 그리고 애 앞에서 폭력 씬 보여주지 말라고. 무서워할거아냐」

 아버지도 그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했는지 침묵을 지킨다.

 그리고 정작 그 소녀는 무서워하긴커녕 나와 아버지의 대화를 신기한듯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여자애가 보기엔 신기한 부자싸움의 광경일지도 모르겠다.

 그렇다 해도 교육에 나쁠 테니 향후는 자숙.



 「일단 뭐 좀 만들어줘. 배고픈 모양이야.」

 「그래」

 「아, 그리고 내 것도. 저녁 안 먹었어」

 「그럼 네가 2인분 돈 쳐내라.」

 「왜!?」

 이런 어린 여자애한테 돈을 받다니, 이런 양심도 없는 아저씨가.

 「저 애한테 돈 받을 생각은 없지만, 그걸 이용해서 자신도 공짜 밥을 얻어먹으려는 네가 마음에 안 들어.」

 진짜냐, 이 탈모 아재가.

 「탈모 아니거든!」

 싸움이 재개됐다.



 꺄꺄거리며 수준 낮은 분쟁을 시작한 우리를 멈춘 건 소녀의 한마디였다.

 「저, 저기, 돈, 있, 있어요.」

 그 말에 우리는 싸움을 딱 멈추고, 아버지가 상냥한 목소리(어떻게 들어도 전혀 상냥해 보이지 않았지만, 아버지 나름대로 노력했다. 포기하자)로 소녀에게 괜찮다고 타일렀다.

 돈은 우리 바보 아들이 낼 테니까,
 라고(그 건에 관해서는 나중에 주먹을 섞어 이야기하자).

 그러나 소녀는, 커다란 귀가 달린 토끼 인형 옷을 주섬주섬 뒤적였다.

 몽실몽실해서 어떤 구조인지 잘 모르겠지만, 아마 주머니 같은 장소가 있을 것이다.

 주섬주섬의 결과, 이번에는 귀여운 토끼 지갑을 꺼냈다.

 토끼를 좋아하나 보다.



 그리고, 아이의 첫 심부름을 보는 기분은 이런 걸지도 모르겠다.

 이상한 의미가 아니라, 보는 것만으로도 귀엽다.

 옆에서 아버지도 훈훈한 표정으로 보고 있었다. 징그러.

 그렇다 해도, 이런 어린애한테 돈을 받기도 뭐하다.

 애초에 내가 가게로 데려온 거니 돈을 받을 수 없다.

 됐어, 라고 반 억지로 멈추게 하고, 흥미를 끌 만한 화제로 바꾼다.

 「아가씨. 그런 것보다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소녀의 눈앞에 메뉴판을 펼친다.

 메뉴판에 붙은 요리 사진들을 보고 소녀는 활짝 미소 지으며 어느 메뉴를 가리켰다.

 「햄버그가 먹고, 싶어요」

 육식 토끼였다.



 「여기, 기다렸지」

 아버지가 눈앞에 햄버그 정식을 둔다.

 우리 가게의 손님들은 기본적으로 퇴근길의 아저씨가 대부분이다 보니 어린이는 별로 오지 않는다.

 그래서 당연히 햄버그에 깃발이 꽂혀있지도 않고, 별 모양 당근도 올려있지 않았다.

 뭐, 까놓고 말하면, 수수하다.

 어쩔 수 없지만, 이런 걸로 요즘 애들이 좋아할까? 하는 의문이 들었지만 그건 괜한 걱정이었던 모양인지.

 「우와아……」

 소녀는 눈을 반짝이며 햄버그를 마치 보석처럼 응시하고 있었다.

 육식계 토끼 소녀였다.

 평소의 손님들에게는 얻을 수 없었던 반응에 아버지도 만족한 모양이다. 그래도 웃지 마, 징그러.



 「맛있겠다……」

 그러나, 구멍이 뚫릴 기세로 햄버그를 보고 있는 소녀는, 햄버그에 손도 대지 않고 있었다.

 「젓가락은 거기 있어. 아니면 포크랑 나이프 줄까?」

 어떻게 먹을지 고민하나 생각했지만, 소녀는 「괜찮, 아요」라며 햄버그에서 잠시도 눈을 돌리지 않은 채 대답한다.

 「……?」

 그럼 왜 안 먹는 거지? 아버지도 의아한 얼굴이었다.

 「저기, 먹는 게 어때? 햄버그 먹고 싶었잖아?」

 실은 채식주의자라서 햄버거란 걸 한번 주문해보고 싶었을 뿐 못먹는다, 같은 사연이 있나? 그렇다면 남은 햄버그는 내 저녁으로 먹자.

 ……응? 내 저녁?

 혹시 하는 생각으로 소녀를 응시하자, 소녀의 시선도 햄버그에서 벗어나 나를 지긋이 바라보고 있었다.

 「오빠의 밥, 아직 안 왔어요.」




 아무래도 이 기특한 소녀는, 내 식사가 올 때까지 기다려줄 생각인 것 같았다.

 그렇다 해도 일단 지금은 영업 중이고 손님 앞이다.

 지금 내가 먹는 것도 좀 그래서, 아까 아버지한테 부탁한 저녁도 이 아이가 돌아간 다음에 먹을 생각이었다.

 그러니까 먼저 먹으라고 소녀에게 말했지만.

 「함께가, 좋아요……」

 소녀는 그렇게 말하고, 얌전히 양손을 무릎 위에 올렸다.

 혼자 밥을 먹는 게 익숙하지 않은 거겠지

 더더욱 아이의 첫 심부름 같은 느낌이 귀여웠다.

 그러나 곤란하네.

 진짜로 내 식사가 올 때까지 기다릴 작정인 것 같았다.

 어떻게 할지 아버지 쪽을 바라보자, 아버지는 이미 손을 움직이고 있었다.

 「빨리 만들 수 있는 건 햄버그 정식이다. 잠깐만 쳐 기다려라.」

 마침 잘됐다. 눈앞에서 저런 얼굴을 봤다 보니 나도 햄버그가 먹고 싶은 기분이었으니까.

 아버지가 굉장히 급히 만든 저녁 식사가 오고, 나와 소녀가 함께 「잘 먹겠습니다」라고 말하고 나서, 그때가 돼서야 토끼 소녀는 대망의 햄버그를 먹을 수 있었다.




 한번 젓가락을 들은 토끼 소녀는 빨랐다.

 우물우물거리며,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모습으로 햄버그를 한 조각씩 입에 넣는다.

 굉장히 배가 고픈 모양이었다.

 그럴만한가. 어린이가 저녁 먹을 시간은 한참 전에 지났다.

 먹는 모습을 구경하고 있었더니, 소녀는 빙긋 웃고 나도 먹으라고 말했다.

 「토끼 옷 더럽히지 않게 조심히 먹어. 귀여운 옷이니까.」

 라고 주의를 주고, 나도 내 햄버그를 먹었어.

 왠지 평소보다 맛있게 느껴졌다.



 오늘의 저녁이 맛있었던 이유에 대해, 역시 손님에게 내는 요리랑 평소에 나한테 주는 요리는 다른 고기를 써서 그런 걸까? 같은 생각을 하길 몇 분.

 어느새 소녀의 손이 멈추었다.

 싫어하는 거라도 있었나? 하고 생각했지만 그런 게 아니었다. 소녀는 눈을 감고 꾸벅꾸벅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잠잘 시간인 모양이다.

 「아이는 잘 시간이니까」

 아버지가 소리를 내지 않게 소녀의 접시를 정리했다.

 「너, 이 아이가 일어나면 보내줘라」

 「그건 괜찮은데, 얘 길 알까?」

 「그러면 아는 곳까지 보내줘라.」

 「진짜냐」

 같은 이야기를 하는 동안에도, 소녀는 계속 꾸벅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한번 크게 꾸벅였을 때, 툭 하고 뭔가가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그것은 조금 전 소녀가 꺼냈던 토끼 지갑이었다.

 아무래도 지갑을 옷에 집어넣었을 때, 닫지 않았는지, 지갑이 떨어지면서 내용물이 흘러나왔다.

 그런데, 토끼 지갑에 뭐가 들어있는 걸까.

 토끼 소녀의 토끼 지갑은, 돈보다는 사탕이나 초콜릿이 들어있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러니까 소녀가 돈이 있다고 말했을 때, 솔직히 나도 아버지도 별로 믿지 않았었다.

 그러나, 소녀의 귀여운 지갑에서 나온 내용물은 전혀 귀엽지 않았다.

 만 엔권 2장, 천 엔권 3장. 그리고 영수증 뭉치들.

 지갑을 주우려고 뻗었던 나와 아버지의 손이, 일순간 멈춘다.



 「나보다 돈 많아!」라던가 「첫 심부름이 아니었잖아!」 같은 쓸데없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 이상으로.

 영수증이 전부 편의점에서 나온 것이고, 그것도 상당수가 편의점 도시락이라는 것이 나와 아버지의 관심을 끌었다.

 식당을 운영하는 아버지는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요즘 편의점 도시락은 제법 영양에 대해 신경 쓰니 나쁘게만 보지는 않는다. 오히려 요리 못 하는 사람이 만드는 것보다 낫다는 이야기도 있고.

 그러니까, 내가 문제삼은건 그런게 아니라.

 「……전부, 1인분이네」

 소녀의 영수증에 적힌 도시락은, 전부 1인분이었다.

 그것은 즉, 소녀는 이 영수증의 장수만큼, 혼자서 식사를 했다는 말이다.



 『함께가, 좋아요……』

 아까 전의 말은, 혼자서 식사를 하는 게 불안해서 한 말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아니었다.

 토끼 소녀는 정말로, 그저 누군가와 함께 식사하고 싶었던 것이다.

 지금까지 몇 밤 며칠 동안 혼자만의 식사를 반복하면서, 외로움을 참아왔다.

 그리고 그것을 참지 못한 토끼 소녀는 처음으로 식당에서 밥을 먹으려고 한 것이다.

 가족이 아니라도, 아예 모르는 사람이라도 상관없으니까, 자기 말고 다른 사람이 있는 공간에서 식사하고 싶다는, 그 일심으로.



 가게 앞에서 망연히 서 있던 토끼의 등을 떠올렸다.

 초등학생 여자애가, 처음으로 밤에 혼자서 식당에 들어가려면, 과연 얼마나 용기가 필요했을까?

 참을 수 없는 외로움과 미지의 공포 사이에서 양퇴진곡에 낀 토끼 소녀는, 과연 얼마나 오랜 시간 동안 가게 앞에서 보냈을까?

 만약 내가 돌아오는 게 더 늦었으면, 토끼 소녀는 얼마나 더 오랫동안 서 있었을까?

 찡하고, 뭔가 뜨거운 감정이 느껴졌다.



 「어이」

 아버지가 나에게 한 장의 종이를 건냈다.

 그것은 이 주변의 지도.

 지갑에 들어있던 모양이다.

 어떤 주소에 크게 빨간 동그라미가 그려져 있고, 집 전화와 휴대폰 번호가 쓰여있다. 그리고 『이치하라 니나』라는 이름이 어른의 필체로 쓰여있었다.

 집은 이곳에서 꽤 가까웠다.

 「보내주고 와라」

 토끼 소녀는 우리들의 기분도 모른 채, 행복하게 자고 있었다.

 거절할 생각은 들지 않았다.



 토끼 소녀를 업고, 지도의 집을 목표로 걸었다.

 「후와아……여기는……?」

 「일어났어? 지금, 아가씨네 집으로 가고 있어.」

 「……」

 대답은 없다. 그저, 조금 외로운듯한 분위기를 느꼈다.

 「……집, 싫어해?」

 「니나의 파파도 마마도 바빠서, 니나는 자주 외톨이, 에요」

 「그래」

 「오늘도 혼자, 에요」

 「그래」

 「외톨이는 싫어, 요」

 「……그렇구나」



 토끼 소녀의, 니나의 집에 도착했다.

 도착했지만.

 「……」

 니나는 내 손을 놓으려 하지 않았다.

 이렇게 되리라는 것은 희미하게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다른 한쪽 손으로 니나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면서, 앞으로의 이야기를 했다.

 「다음에는 뭐 먹고 싶어?」

 다음, 이라는 말에 니나는 눈을 크게 떴다.

 이 소녀의 외로움을 없애기 위해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거의 없다.

 그러니까, 외로움을 완화해줄 수 있는 무언가를 해주고 싶었다.

 만약 오늘 저녁 식사가 이 소녀에게 좋았었다면.

 언제든 먹으러 와도 괜찮다고 가르쳐주고 싶었다.

 그때만큼은 외롭지 않을 테니까




 소녀가 흠칫거리며 묻는다.

 「또 와도 괜찮아요?」

 「응. 아버지도 단골이 늘면 좋아할 거야」

 「당골?……저, 저기」

 「왜?」

 「또, 오빠랑 먹을 수 있어요?」

 「……」

 조금 대답에 막혔다.

 이 소녀와 또 저녁을 함께 먹으려면, 너무 늦게 집으로 갔다가 소녀를 기다리게 할 수는 없다.

 즉 나도 빨리 집에 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필연적으로 아버지의 심부름도 하지 않을 수 없게 되니.

 어라? 나 꽤 힘들어질 것 같은데?




 「으음, 그건」

 「죄송해요……안되, 겠네요……」

 「아니, 괜찮아. 또 먹자」

 무리. 거절할 수 있을 리가 없다.

 꼬마의 눈물은 이길 수 없다.

 좋아. 여기까지 온 이상 귀찮다는 등 근성 없는 소리는 할 수 없지.

 각오하자.

 「저, 저기, 다음엔 언제 가도 되나요……?」

 「언제든 좋아. 또 부모님이 바빠서, 혼자 밥 먹어야 할 때 가게에 와.」

 「그럼 내일, 갈게요」

 「내일!?」

 그 날부터, 니나는 우리의 단골이 됐다.

 그리고.



 「오빠! 오빠! 일어나세여?!」

 누군가가 내 몸을 흔들고 있었다.

 아, 이거 니나군.

 너무 강하지 않고, 너무 약하지 않고. 리드미컬한 흔들림이, 오히려 기분이 좋다.

 「일어나라, 바보 아들」

 아버지한테 맞았다. 오늘도 으음, 몇 번째지?

 「오늘은 아직 1번이다. 뭐야, 꿈이라도 꿨냐? 어쨌든 니나를 집에 보내주고 와라.」

 그래, 꿈을 꾸고 있었다.

 니나와 처음 만난 날의 꿈이다.

 이제 1년쯤 됐나.

 그 때에 비해서, 니나는 굉장히 변했다.

 우선 하나 예를 들자면.

 「오빠! 빨리 준비 처하는 거예요!」

 아버지 때문에, 말투가 굉장히 이상해졌다.



 몇번을 함께 걸었는지 모르겠는, 니나네 집으로 향하는 길을, 오늘 밤도 걷는다.

 신나게 노래를 부르며 옆에서 걷는 니나에게, 일년 전의 쭈뻣쭈뻣한 분위기는 없다.

 그때 이후로, 니나는 부모님이 일로 바쁠 때는 기본적으로 우리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간다.

 여러 번 니나의 부모님이 니나오 함께 과자를 들고 와서 감사 인사를 하기도 했다.

 니나의 부모님들도 니나의 생활을 개선하고 싶다고 생각한 모양이라서 조금 안심했다.

 어쨌든, 부모님 공인으로 우리 가게 단골이 된 니나는, 처음엔 나와 아버지하고만 이야기했었지만, 점차 다른 손님과도 친해지고, 어느덧 우리 가게의 간판 아가씨처럼 됐다.

 물론 일을 시키진 않았지만.

 지금 이 주변 가게에서 니나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니나는 상점가의 아이돌 같은 존재이다.




 아니, 정확하게는 아이돌 같은 존재였다, 겠지.

 니나의 인기는 그것만으로 끝나지 않았으니까.

 「오빠. 내일은 사무소 언니들이랑 밥 먹기로 했으니까 저녁밥은 없어도 되는 거예요」

 「그래. 그럼 나도 좀 놀다가 집에 갈까」

 「너무 늦게까지 놀면 떽! 이에요. 그러다 한번 크게 데일 거에여」

 「그런 말은 또 어디서 배웠어?」

 몇 개월 전. 우리 가게의 아이돌 같은 존재였던 니나는 진짜로 아이돌이 됐다.

 그리고 요 몇 개월 동안 니나는 사무소에서 있었던 즐거운 일들을 굉장히 기쁘게 이야기했다.



 사무소에는 또래 친구가 잔뜩 있다는 것.

 상냥한 언니들도 있다는 것.

 프로듀서는 파파같다는 것.

 팬들이 응원해 준 것.

 니나의 이야기에는 많은 사람이 나오고, 아이돌이 아닌 나는 이해하기 어려운 이야기도 많았지만, 그래도 한가지 확실히 알 수 있었던 것은.

 「이제 외롭지 않구나」

 「뭐라고요?」

 「아니, 아무것도 아냐」

 동료와 선배, 그리고 팬. 지금의 니나는 많은 사람에게 둘러싸여 살고 있다.

 분명 지금의 니나라면 어디에 가도 외로워하지 않겠지.




 아이돌 일이나 친구와의 약속도 있다 보니, 니나가 우리 가게에서 저녁을 먹는 빈도도 줄어들었다.

 옆에서 걷는 니나를 본다.

 이상한 꿈을 꿔서일까?

 업어서 데려다준 그 날이, 마치 엊그제 같았다.

 아이돌로서, 여자아이로서, 니나는 금세 자랄 것이다.

 내가 이 아이를 집까지 보내 줄 기회는, 이제 얼마 남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외롭지 않다, 고 한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기쁘지 않다, 고 한다면 더더욱 거짓말이다.

 그런 거짓말을 할 생각도 없지만.




 니나의 집 앞에서 헤어질 때, 물어보았다.

 「니나, 요즘 즐거워?」

 이것은 단순한 확인이다.

 「응. 굉장히 즐거운 거에요」

 대답도 예상대로.

 니나는 아이돌이 되고 나서, 매일을 즐기고 있다.

 가장 듣고 싶었던, 뻔한 대답.

 그래서 안심하며, 이별의 인사와 함께 등을 돌렸다.

 앞으로 니나를 몇 번 더 보내줄 수 있을까

 멍하니 그런 생각을 하는 나의 등에, 니나의 목소리가 닿았다.

 「오빠가 말을 걸어 준 그 날부터, 매일이 즐거운 거에요!」

 예상외의 대답에 뒤돌아보았지만, 이미 문은 닫혀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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