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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미야 나오「요시노 님한테 혼날 테니까」(8)

댓글: 11 / 조회: 1377 / 추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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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1-12, 2017 06:56에 작성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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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미야 나오「요시노 님한테 혼날 테니까」(7)에서 이어집니다.



<15:20>

【톡:호조 카렌】

나오< 오늘 바빠?

카렌< 아니

카렌< 한가해~

나오< 같이 DVD 볼래?

카렌< 좋아

나오< 그럼 바로 카렌 집으로 갈께

카렌< 아 잠깐만

나오< ?

카렌< 내가 너네 집으로 갈게

카렌< 너희 아버지도 봐야 됐고

나오< 뭐 상관 없는데

카렌< 그럼 좀있다 봐(≧ω≦)ゞ




 ○ ○ ○

카렌 「얏호」

나오 「우와, 깜짝야. 언제 왔던 거야, 인사 정돈 하라구」

카렌 「현관에서 말 걸었는데 대답 없었는걸. 뭐 하고 있었어?」

나오 「아 잠깐 방 정리 좀…… 야! 잠깐, 바보, 뭘 또 멋대로……!」

카렌 「아~, 나오 또 이상한 피규어 샀구나~」

나오 「뭐, 뭐 괜찮잖아! 왠지 쌌고, 조형도 잘 뽑혔고……」

카렌 「게다가 나오 방, 뭐가 늘었네. 애니 굿즈 이렇게 많이 갖고 있었던가?」

나오 「요즘 이래저래 빠져들어서…… 그보다 우리 아버지는 왜?」

카렌 「우리 엄마가 말야, 카미야 네 댁엔 신세를 졌으니 선물이라도 갖고 가라고 하셔서」

나오 「여전히 의리감 넘치시네」

카렌 「뭐 그치. 그래서, 또 싸웠어?」

나오 「뭐가?」

카렌 「아까까지 너희 아버지랑 얘기했었는데, 왠지 나오에 관해서 이것저것 이야기하시더라고」

나오 「아…… 그건 뭐, 이쪽 사정이라」

오늘 안 깨운 거 때문에 아직도 그러고 있나.
도대체 이게 앤지 어른인지.



카렌 「아버지한테 좀 더 잘 해드리는 게 어때? 좋은 사람인데 말야」

나오 「잘도 니가 그런 소리를 하네. 언제나 부모님 뒷담 까는 주제에」

카렌 「아ー아, 나도 나오 아버지 같은 부모님이 있었으면ー」

나오 「멍청한 소리 마, 이쪽도 고생이라고」

카렌은 조금 지쳤단 듯 내 침대에 쿵 하고 들이누웠어.
지치기 쉬운 체질은 안 변했구나.
잠깐 휴식을 취하는 듯 내 침대에 얼굴을 묻고 심호흡했어.

……카렌이 우리 아빠의 뭘 보고 그런 평가를 내렸는지는 모르겠지만, 내 입장에선 카렌 부모님 쪽이 더 부러워.
엄청 상식적이고, 예의바르고, 요리도 잘 하고, 돈도 많고.
게다가 우리 아빠처럼 특촬 히어로 변신 벨트를 메고 도야가오로 포즈를 잡는다던가 하지도 않고, 묘한 잡동사니 수집에 정신 팔린 것도 아니니까.

하지만 카렌은 「과보호에다 간섭 너무 심하고 하나하나 집어서 잔소리하니까 완전 최악」 이래.
확실히 카렌네 부모님은 외동인 딸의 몸을 너무 걱정하는 느낌이 있긴 해.
입원할 때마다 계속 푸념을 들었으니까. 「몸은 완전 괜찮아졌는데 계속 입원해 있으라 그러고. 싫어졌어」

카렌 부모님은 그렇게 과보호가 심하지만, 왠지 우리 집에 대해서만 묘하게 개방적이란 말이지.
카렌을 데리고 바다 갔을 때도 「잘 부탁합니다」 라고 하시질 않나, 뭘 그렇게 믿고 계시는지 수수께께라니까.

뭐, 그런 느낌으로 호조 가랑 카미야 가는 옛날부터 잘 지냈다는 거.


나오 「맞아맞아, 오늘 S시에 있는 쇼핑몰에 갔다 왔는데 말야……」

나는 우연히 마주친 토끼 귀 언니에 대한 이야기랑, 그리고 운 좋게 특별 참가상을 탄 이야기를 해 줬어.

카렌 「헤~, 그런 일도 다 있구나. 하지만 그래도 나, 그 애니 모르는데」

나오 「왠지 소꿉친구랑 같이 봐 주세요~ 라 그러셔서……」

카렌 「왜, 왜 소꿉친구 지정……? 뭐 같이 보라는 것 정도야 괜찮지만서도」



나오 「음료수라도 갖다 줄까?」

카렌 「난 됐어」

나오 「그래? 그럼 바로 볼까나」

나는 PC에『드림 스테어웨이』특전 DVD를 집어넣고 재생 버튼을 눌렀어.…………

――――
――




『――……아ー, 아ー, 마이크 테스트ー……, 엑, 벌써 시작했어!? 죄, 죄송해요, 아하하……』

『에, 엣헴. 에ー, 「무진합체 치히로 ~드림 스테어웨이~」 의 특전 영상을 시청하시는 여러분, 처음 뵙겠습니다! 리포터 역을 맡은 야구치 미우에요! 잘 부탁드립니다!』

『그럼 여러분, 갑작스럽지만, 제가 지금 어디 있는지 아시겠나요~?…… 맞아요! 무려 저, 지금 애니의 무대가 된 S시에 와 있어요~! 와~ 정말 데단해!』

『그리고 오늘은 말이죠, 「드림 스테어웨이」 이야기의 모델이 된 센카와 지방의 유명한 전승에 대해, 저 야구치 미우가 극비 잠입 취재를 할 거에요!』

『바로 목적지까지 렛츠 고ー♪』

『…… 아, 보인다! 미시로 산 기념관입니다!…… 으읏, 경비원이 있네요. 그리 간단히 침입을 허용하지는 않는 것 같…… 네? 약속 잡아 놨다고요? 하지만 극비라고 하셨…… 그런 뜻이 아니라구요? 엣~, 모처럼 기합 팍 넣고 왔는데~…… ㅁ, 뭐 정신을 가다듬고 가 보죠! 실례하겠습니다~…… 부디…… 처음 뵙겠씁니다~…… 잘 부탁드려요~……』

『네, 뭐 이것저것 많았지만, 이쪽 분은! 미시로 산에 얽힌 전승, 「영야전설」 에 대해 자세히 알고 계신다는 도묘지 카린 씨입니다ー 잘 부탁드려요ー』

『자, 자자자잘부탁드려욧』

『카린 씨는 무려 신사에서 무녀로 일하고 계신다고』

『네헷』

『카린 씨는 무진합체 치히로 애니메이션은 본 적 있으신가요?』

『저기, 그, 죄송합니다. 저 그런 건 잘 몰라서요…… 그, 그그그래도 미시로 신사랑 신사에 얽힌 신화에 대해서라면,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오……』

『그렇군요~! 그럼 먼저 애니 내용에 대해, 여기서 간략하게 설명 들어가겠습니다♪』

설명하지!
애니메이션 「무진합체 치히로 ~드림 스테어웨이~」 는 무진합체 시리즈 세 번째 작품으로 제작된 TV 애니메이션이다.
어느 날, 주인공 나오미가 사는 마을에 갑자기 나타난 수수께끼의 거대 비행 물체.
그 정체는 외우주에서 온 침략자였다!
침략자는 꿈의 세계를 통해 인류를 지배하려고 하며, 사람들을 잠의 공포에 빠뜨린다.

그런 미지의 침략에 떨고 있던 어느 날 밤, 나오미의 집 뒷산에서 폭발이 일어난 듯한 굉음과 섬광이 울렸다.
친구 카렌과 함께 상태를 보러 가니, 거기엔 불시착한 우주선의 잔해가 타오르고 있었다!
거기서 둘은 월인(月人)을 자칭하는 죽어 가는 생명체와 만나게 된다.

「나 대신 치히로에 타서…… 지구를 구해 줘!」


둘은 달의 테크놀러지에 의해 개발된 바이오로이드형 몽상병기(夢想兵器) 「치히로」 를 조종해, 꿈 세계로 다이브한다.
그리고 외우주 기하학 생명체, 통칭 「드림 체이서」 와의 사투 끝에 이를 파괴하는 데 성공.
이렇게 나오미와 카렌은 지구와 달의 미래를 건 장대한 싸움에 말려드는 것이었다…….

『와아~, 뭔가 재밌어 보이는 이야기네요』

『그렇답니다~!지금 절찬 방송 중이니 시청 부탁드려요~』



『에에또, 그런데 그 애니메이션이랑 미시로 산의 신화랑 무슨 관계가……?』

『실은 말이죠, 주인공들이 치히로에 타서 꿈의 세계에 가 있는 동안, 지상은 계속 밤인 채로 시간이 멈춰 있게 된다는 설정이에요. 이거의 모티브가 된 것이, 바로 「영야전설」 이라고 들었습니다』

『아아, 그렇군요오』

『영야전설이란 건 구체적으로 어떤 이야기인가요?』

『에ー또, 그러니까…… 일반적으로 전해내려오는 건, 산신께 불의를 저지른 일족에게 천벌이 내려져, 하룻밤 새에 산에 살고 있던 모든 생물이 카미카쿠시되었다는 이야기에요. 그 무대가 미시로 산이라고 하고요』

『흠, 흠』

『하지만 원래의 전설과는 차이가 있어서, 미시로 산의 카미카쿠시는 어디까지 근본적인 이변의 부차적인 재앙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 올바른 해석이에요. 그리고, 그 근본적인 이변이라는 건 이름 그대로 「영원의 밤」 이 지상을 덮었다는 이야기로……』

『영원의 밤?』

『네. 그러니까,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천 년 전의 보름날 돌연히 그것은 시작되어, 며칠간에 걸쳐 태양이 뜨지 않는 날이 계속되었습니다.
해가 뜨지 않는 밤에 절망한 사람들은 신의 노여움에 두려워했고, 지상은 혼란의 소용돌이에 휘말렸습니다.
미시로 산의 카미카쿠시는 이 영야의 광기를 대표하는 재앙으로 유명해졌다는 것입니다.

『뭐랄까 엄청 장대한 이야기네요~!』

『이 전승은 옛 타카마가하라(高天原) 신화, 아마테라스오미카미[1]의 동굴 은신 설화[2][3]와 비슷하지만, 실은 이 「영야전설」 에도 태양의 신이 관련되어 있어요』

『앗, 혹시 여기 전시되어 있는 두루마리가 그건가요?』

『네. 아메노타카후지누시노미코토(天之多嘉富士主神命)라는 천진신[4]으로, 저희는 카코 님이라고 부르고 있어요. 또, 이 그림에서 대칭을 이루고 있는 신들도 중요한데요……』

『확실히 잘 보니 둘 있네요!』

『이쪽은 토코야미호타루노카미(常闇之穂足神)이라는 신이신데, 저희는 호타루 님이라고 부르고 있어요. 영야이변은 이 두 신에 의해 발생했다는 것이 원래의 전승으로……』

『오~ 역시! 듣고 보니 애니 내용이랑 연결되는 부분이 꽤 있네요~.…… 그리고, 이 족자를 보면 중앙에 벚나무 같은 게 있는데, 이건 뭔가요?』

『미시로 산의 수호신인 요리타테노요시노카미(依立良之神)께서 카코 님과 호타루 님을 타카마가하라에 부르기 위해 불을 지폈다고 전해지는 스미조메자쿠라(墨染桜, 묵염앵)[5]이에요. 이건 실제로 존재해서, 미시로 산의 깊숙히 가시면 볼 수 있답니다』

『스미조메자쿠라라면 애니 1화에서 나오미랑 카렌이 월인과 만난 곳이군요~.게다가 실물이 있다니! 다시 1화를 돌려 보고 싶어지네요! 그런 차원에서 블루레이 제 1권, 호평 발매중입니다~!…… 에헤헤, 잘 선전할 수 있었으려나』



『아, 저기이, 괜찮으시다면 미시로 신사에 꼭 바바방문해 주세요! 잘 부탁합니닽』

『성지 순례 붐이 벌써부터 기대되네요! 그리고 도묘지 카린 씨, 정말 감사드립니다~』

『아, 감사합니닥』

『………… 그럼, 잠입 리포트는 어떠셨나요? 꽤~나 중요한 정보를 들을 수 있었지요! 곧 애니도 종반을 맞이하니, 팬 분들의 고찰이 열을 더할 듯한 예감이 듭니다!』

『과연 나오미와 카렌은 침략자의 마수로부터 지구를 지킬 수 있을 것인가!? 몽상 병기 치히로에 숨겨진 진정한 힘이란!? 나오미와 카렌의 출생에 얽힌 수수께끼, 그리고 밝혀지는 월인의 진짜 목적……!』

『앞으로도 애니메이션 「무진합체 치히로」 에 주목해 주세요! 이상,…… 치직……야…구치 미우……지지직゙……였습니다……지゙지゙지゙직゙―――…………』

『……………………………!?』

『……………………………………………………?』

『…………………』

『…………………………っ!』

『……………………………………………』

『……지゙지゙지゙지゙삐용――――…… 잠깐………… 기다려 주세요오ー! 아직 특전 영상 안 끝났어요오! 죄송합니다 착오가 있었어요! 선배 죄송해요~』

『당황할 필요 없어, 미우 짱! 다음은 이 우사밍 별의 슈퍼 아이돌, 나나에게 맡겨 줘! 꺄핫☆』

『…… 자, 이걸 보고 있는 여러분! 앞으로 엄~청 중요한 얘기 할 테니까, 잘 들어 주세요♪』



『먼저, 셋 모두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알고 있나요?』

『……딩동댕, 요시노 짱 정답! 오늘은 그 영야의 날로부터 꼭 천 년, 보름달이 떠오르는 십오야(十五夜)에요』

『나나는 계ー속 이 때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어요. 지상으로 추방된 그 날부터, 고향 별을 그리지 않던 밤은 없었답니다……』

『그리고, 요시노 짱과 슈코 짱, 그 둘의 후손인 나오 짱과 카렌 짱에게도 사과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오늘 마침내, 그게 이루어질 것 같네요』

『천 년 전의 사건은 전부 나나 탓이이에요. 나나 때문에 너구리족이랑 여우족 모두가 그렇게 잔혹한 결말을 맞이하게 된 거에요. 정말 죄송해요』

『그리고 앞으로 일어날 일도 먼저 사과할게요. 죄송해요』

『나나는 오늘, 달로 돌아가요』

『이 별에 두 번째로 시간 대칭 소용돌이가 통과해요』

『이번엔 꼭 잘 할 거에요. 코즈에 짱에게도 협력받았고요』

『그리고, 나나가 떠나기 전에 모두에게 꼭 전해야 하는 게 있어요』

『나오 짱과 요시노짱에게 부탁이 있어요』

『오늘 밤, 미시로 산의 스미조메자쿠라의 장소로 와 줬으면 해요. 가능하면 카렌 짱도 같이』

『…… 지금은 믿을 수 없다고 해도, 밤이 되면 분명 알게 될 거에요』

『그렇게 무서운 표정 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나오 짱. 나쁜 일은 없을 테니까』



『――지직…ㅈ……직…선배…………시간……에……! 지직゙……――』

『앗, 시간이 된 것 같네요. 그럼 나오 짱, 요시노 짱, 그리고 카렌 짱. 나나의 하트 웨이브를 잘 수신하셨나요? 혹시 모르니까 다시 한 번, 우사밍 빔! 삐리삐링ー☆』

\펑/

『아앗! 장비가아지지직……어어어어쩌지지지지직゙ 큰일…………삐――――――――』



『――――꺄핫☆』







――――――

――――

――



――――――

――――

――




 ○ ○ ○

밤 10시 정도였어.

그 특전 DVD를 본 카렌은 카렌 「기분 나빠」 라면서 그냥 돌아가 버렸어.

나는 악몽이라도 꾼 것처럼 마음이 가라앉질 않았고.
그래서 창 밖을 물끄러미 보고 있었단 말이지.

얇은 구름의 틈을 타고 예쁜 보름달이 지상을 들여다보고 있었어.

지금까지 봤던 어떤 빛보다도 묘하고, 신비적이어었어.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는 하늘에 떠 있는 거대한 만월의 눈동자에 마음을 빼앗겨 있었어.


내 자그마한 의사나 이성 같은 건 단 하나의 감동에 지배돼, 달의 인력을 거르지 않은 채 어디까지라도 하늘을 날아오를 것 같았어.

「나오」


라고 부르는 걸 듣고서야, 나는 정신을 차렸어.
그리고 동시에 요시노의 비쳐보이는 듯한 피부, 그 실체가 보였어.

나오 「요시노, 너……?」

요시노 「나나가 말한 것은 정말이었던 것 같은지라ー」

옷 스치는 소리를 내며, 요시노는 슥 하고 창 밖을 가리켰어.

본 적도 없는 붉은 안개가 마을을 뒤덮고 있었어.

요시노 「천 년 전과 마찬가지로…… 영야(永夜)의 시작인지라ー」



나는 창 밖의 이상한 광경을 보고 잠깐 정신줄을 놓았다가, 바로 1층으로 내려갔어.

나오 「아빠! 큰일이야 밖 좀 봐봐! 저기, 아빠……!」

순간, 비명을 질렀어.
아빠가 거실에서 엎드린 채로 쓰러져 있었으니까.

하지만 자세히 보니, 코를 골며 자고 있을 뿐이더라고.
패닉에 빠질 뻔했던 난, 그 맥빠지는 소리를 듣고 안도했어.

요시노가 계단을 내려가는 소리가 들려 왔어.
이제 더 이상 반투명한 영체조차 아냐.
원인은 모르겠지만, 요시노가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실체화한 건 명백했어.

요시노 「달의 광기가 커져가고 있사오니ー」

무척 차분하게 요시노가 말했어.

나오 「시계가 멈췄어…… 스마트폰도 안 돼. 뭐냐고 도대체……」

나는 문득 카렌이 걱정돼서 밖으로 나갔어.
요시노가 팔을 잡고 만류했지만.

요시노 「조심하시는지라ー, 밖은 이미 요괴나 유령들로 넘쳐나기에ー」

나는 저지하는 요시노의 팔을 반대로 잡아 반대로 살짝 끌어안았어.
그 상태 그대로 붉은 안개가 낀 밖으로 뛰쳐나갔지.

나오 「어차피 나니 씨 말이 맞다면, 우린 미시로 산에 가야 되는 거잖아. 분명 카렌도 연관이 있을 거야. 그리고 유령이라던가 요괴같은 건 요시노 님이 어떻게 해 주실 거고. 그치?」

어떻게 생각해도 평범하지 않은 이 상황 속에서도 나는 이상할 정도로 공포감을 느끼지 않고 있었어.
처음에는 반신반의했지만, 그 나나 씨한테서 메시지를 받았을 때부터 이미 각오가 된 것 같아.
게다가 그 동안에도 충분히 평범하지 않은 생활을 보내 왔으니까, 새삼스럽게 뻣뻣해져 있을 이유도 없지.

요시노 「그렇다 하여도ー, 좀 더 정중하게 데려가시길 바라기에ー」

요시노를 바구니에 푹 집어넣고 나는 자전거를 달렸어.……




――
―――
――――

나오 「……카렌. ……카렌! 매달리지 말고 떨어져…… 아파파파파파! 그렇게 꽉 껴안지 말라니까」

카렌 「…………바보」

나오 「아직 울고 있는 거야? 헤헷, 카렌도 꽤 겁쟁이구나」

카렌 「겁먹는 게 당연하지! 말도 안 되는 DVD 봤네 했더니, 모두 잠든 채 안 일어나고, 전화도 안 걸리고, 이상한 붉은 안개나 나오고!」

나오 「우와악! 움직이지 마, 둘이서 타는 거 거의 처음이니까!」

앞바구니에 요시노도 타고 있으니까 실질적으로 세 명 타는 건데.
섬뜩할 만큼 조용한 시골길을 자전거의 허접한 라이트가 비춰.

민가는 완전히 버려진 폐허처럼 조용히 안개 속에 파묻혀 가.
주위는 인간은 커녕 벌레 한 마리 없는 듯 해.
마치 세계에 우리만 남겨진 것 같이.
세상의 종말이라면 분명 이런 느낌이겠지.


처음에, 카렌네 집 초인종을 눌러도 반응이 없어서 큰 소리로 카렌의 이름을 불렀었어.
그랬더니 세차게 현관문이 열리고 카렌이 울상으로 「나오!」 라고 외치면서 안겨 오는 거야.

멈춰 버린 시간, 깨어나지 않는 부모님, 그리고 바깥의 이상한 풍경을 목도하고 나니, 너무 무서워서 오도 가도 못 하게 되었던 모양이야.
꽤 무서웠던 건지, 울상이 돼선 내 이름을 계속 부르는 그 표정에는 평소랑은 다르게 여유가 전혀 없었어.

게다가, 앞으로 미시로 산에 갈 거라고 설명하니까 갑자기 히스테릭해져서는 나를 말리려고 했어.

「아무 데도 가지 마, 계속 나랑 같이 있자!」 라고, 떼 쓰는 애들마냥 매달렸어.

이렇게까지 허둥대는 카렌을 본 건 처음이야.

결국, 나는 거기서 카렌을 달래는 데 잠깐 시간을 썼어.
상태가 나빠지지 않도록 배려해가면서, 따뜻하게 등을 토닥토닥해 주거나, 머리를 쓰다듬어 주거나, 응석부리듯 내 가슴에 얼굴을 묻는 걸 그대로 받아 줬어.
그러고 보니 어렸을 땐 이런 느낌으로 카렌을 쉬게 해 줬었지.
비상 사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나는 느긋하게 옛날 일을 떠올렸어.

침착해져서 냉정해지기를 기다렸다가, 나는 지금까지 있었던 일이랑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이야기했어.
믿을지는 모르겠지만, 요시노에 관한 일이랑 다른 신들에 관해서도 설명했고.
그리고 같이 미시로 산에 가자고 설득했더니, 불안한 표정으로 주저하더니 결국 「응」 이라고 대답한 거야.

그런 흐름으로 지금에 이르렀단 거지.


카렌 「……나오 말야, 가슴 좀 커졌지 않아?」

나오 「무, 뭐엇!? 갑자기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잠깐 어디 만지는 거야 이 변태!」

카렌 「잠깐, 위험해! 앞을 봐 앞을!」

…… 평소 상태로 돌아갔다 했더니 이러네.
하지만 카렌은 이 정도로 기운찬 편이 안심되지.



익숙해진 미시로 산의 산길 입구에는 이미 사람이 있었어.
아니, 정확히는 사람이 아닌가.

요시노 「슈코ー」

슈코 「옷, 왔구나.…… 모르는 사람도 있는 것 같지만」

나오 「왜 슈코가 여기에?」

슈코 「왜냐니, 그야……」

호타루 「제가 불렀으니까요」

나오 「와!? 깜짝이야!」

요시노 「호타루 님까지 오셨을 줄은ー」

호타루 「오랫만이네요, 요시노 씨」

요시노 「오랫만이십니다ー, 작년의 이즈모 집회 때 뵙고 또 뵙는 것인지요ー」

호타루 「죄송합니다, 이래저래 바빠서……」

요시노 「아뇨아뇨ー, 이쪽이야말로 오랜 시간 동안 수호신의 대역을 맡아주신 데 감사드리오니ー」


카렌 「…… 저, 저기 나오. 저 사람들도 전부, 그…… 그거야?」

그거라고 하는 거냐.
일단, 신이라니까.

나오 「전부 인간이 아냐. 한 사람은 처음 보지만……」



호타루 「두 분이 카미야 나오 씨와 호조 카렌 씨군요」

나오 「ㄴ, 네」

호타루 「이야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저를 따라와 주세요」

호타루 님은 마치 소풍이라도 가는 것처럼 산길을 오르기 시작했어.
슈코랑 요시노가 「그리운 광경이네」 「긴 시간 현현하면 피곤한 법이기에ー」 같이 한가롭게 이야기를 하며 뒤를 따랐고.
긴장감 한 조각도 없어.
나랑 카렌은 얼굴을 마주보고, 석연치 않은 채로 일단 같이 앞을 향해 나아갔어.


슈코 「카코 님은 같이 안 가?」

호타루 「카코 언니께선 먼저 스미조메자쿠라 쪽으로 가셨습니다. 그보다 여러분들은, 오시는 길 무사하셨나요?」

요시노 「그것이 이상한 것인지라ー, 요괴나 악령은커녕 저급령의 기운조차 없었으니ー」

나오 「그러고 보니까 요시노가 위험할 거라 그랬는데 그런 거 전혀 안 나왔지」

분명 요시노가 먼저 악령을 내쫓은 거라고 생각했는데.
하지만 아무래도 다른 사정이 있던 모양이야.

호타루 「네, 그럼 다행이네요. 코즈에 짱이 잘 해 준 것 같네요」

요시노 「코즈에 님이ー……?」

나랑 카렌이 대화에서 빠져 있다는 걸 본 호타루 님이 설명을 해 주셨어.

호타루 「나오 씨와 카렌 씨는 생일을 먹는 고양이(誕生日を食べる猫)의 이야기를 알고 있나요?」

나오 「생일을 먹는 고양이 이야기?」

갑자기 무슨 소리야?

카렌 「아, 그거 알아. 그 고양이한테 생일을 먹혀 버려서 생일을 잊어버린다는 그거」



호타루 「그래서 생일을 잃어버린 자는, 다른 누군가에게 생일을 받지 않으면 죽게 된다는……」

나오 「뭐야 그건?」

카렌 「그런 도시 전설이 있다고만. 옛날 이야기였던가? 여튼간, 지금 그 얘기랑은 무슨 관계가 있는 거야?」

카렌이 엄청 트집잡듯 말을 꺼냈어.
호타루 님은 산길을 천천히 올라가며 담담히 설명을 계속했고.

호타루 「생일을 먹는 고양이는 실재합니다. 그 옛날, 인간이 아직 자연의 이치 속에 살고 있었던 시절, 지상은 낮고양이와 밤고양이라는 두 종족이 지배하고 있었답니다. 두 종족은 수 천년 동안 전쟁을 해 왔어요. 그리고 인류가 문명을 이루어 자연의 이치를 극복하자, 전쟁으로 수가 줄어들은 고양이들은 지상에서 그 모습을 감추었습니다.

호타루 「하지만 고양이들은 결코 지상의 지배를 인류에게 내버린 것은 아니었어요. 낮고양이는 인류와 공존함으로서 실질적인 지배권을 목표로 했고, 밤고양이는 인류를 파멸시켜 지배자로 재탄생하기를 계획하고 있었어요. 밤고양이들은 밤마다 인간을 덮쳐, 그 혼을 빼앗아 종을 존속시켜 갔습니다. 생일을 먹는 고양이란 건, 바로 이 밤고양이 이야기랍니다.

호타루 「그리고 천 년 전, 달의 광기에 맞추어 인간과 령을 조종해 폭도로 만든 것도 이 밤고양이들이에요」

호타루 「원래대로라면 밤과 달을 주관하는 신인 내가 그 폭주를 멈춰야 했었지요」

호타루 「하지만 밤고양이들은 제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어요. 그들은 본능에 따라 미시로 산을 침공해, 너구리족과 여우족의 혼을 차례차례 빼앗았어요. 저는 카코 언니와 힘을 합쳐 밤고양이들의 폭주를 막았습니다.

호타루 「…… 이야기를 되돌리죠」

호타루 「오늘 밤, 다시 영야가 찾아온다고 나나 씨에게 들은 그 순간, 가장 걱정됐던 건 밤고양이들의 흉행(凶行, 흉악한 행위)의 재래였습니다」

호타루 「그래서 저희들은 코즈에 짱의 힘을 빌어, 이 지방 일대의 생물과 영혼 모두를 재우는 작전에 나선 거에요」

호타루 「여기에 계신 여러분들은 유일하게 그 영향을 받지 않았습니다. 그 건 코즈에 짱에 잘 해 준 것 같아 다행이에요」

호타루 「제가 지금 얘기할 수 있는 건 이게 전부에요…… 자, 도착했습니다」

전망 좋은 언덕 같은 장소로 나왔어.
거대한 벚나무가 계절을 무시한 채 만개한 꽃을 활짝 피워 빛을 발하고 있었어.



그 나무 아래, 팔랑팔랑 흩날리는 벚꽃의 빗속에 토끼 귀를 단 소녀와 기모노를 입은 미녀가 서 있었어.
막 얘기를 끝낸 참인지 우리 쪽으로 주의를 돌렸고.

카코 「호타루 짱, 수고했어」

호타루 「카코 언니, 이야기는 다 끝나셨나요?」

카코 「응♪ 그쪽도 아무래도 문제 없는 모양이네」

미우 「나나 선배애ー, 이쪽 준비도 끝났어요! 언제라도 기동 가능해요!」

반대쪽 숲에서 낯익은 소녀가 불쑥 얼굴을 내밀었어.
그 팔에는 코즈에 님이 안겨 있어.

코즈에 「후와아…… 코즈에…… 뭐 하고 있었더라ー……? …… 생각났다ー…… 다 재우는 거ー…… 잠들어ー」

미우 「아앗, 안 돼요 코즈에 님! 이 사람들은 재우면 안 된다니까요」

코즈에 「그런 거야ー……? 그럼…… 잘게ー……」

미우는 황급히 코즈에 님이랑 같이 어딘가로 가 버렸어.
나나 씨가 걱정스럽게 그 뒷모습을 보고 있었고.

슈코 「뭔가…… 활기가 넘치네」

떨리는 웃음을 지으며 슈코가 말했어.



카렌이 내 손을 잡은 채 불안한 듯 바라보고.
사실 나도 조금 무서웠어.

여긴 분명 인간이 와도 될 곳이 아냐.
조금만 뭐가 잘못돼도 나랑 카렌 다 영원히 원래 세계로 돌아갈 수 없게 되는 거 아닐까, 그런 예감이 뇌리를 스쳐 지나가.

예를 들자면, 맞아.
여기는 저 세상으로 가는 입구 같았어.


카코 「나나 짱, 뒤는 이제 괜찮나요?」

나나 「네, 충분해요! 고마워요!」

나나 씨는 토끼 귀를 기웃기웃하며 가볍게 인사했고, 카코 님은 호타루 님과 같이 옆으로 물러섰어.

바람 하나 없이 흔들리는 스미조메자쿠라가 달빛을 머금어 요사스런 빛을 발하고 있었어.
눈치채고 보니 지면이 붉게 물결치고 있었고.
안개가, 산 기슭에서 밀려오듯 모여 있었어.

나나 「………… 그럼, 다시 한 번 자기 소개할게요」

세계의 끝, 그 결과와도 같은 광경을 뒤로 한 채 나나 씨가 말을 꺼냈어.

나나 「어느 때는 월견정의 메이드 씨, 또 어떤 때는 애니 이벤트의 스태프. 하지만 그 실체는…… 세상에, 우주의 끝에서 온 우사밍 별 사람이었답니다! 꺄핫☆」



나오 「…………」

카렌 「…………」

슈코 「…………」

요시노 「데시테ー」

나나 「…… 어ー그러니까, 농담이 아니에요. 저, 정말이니까요!? 믿어 주세요」

나오 「아, 아니, 의심하는 게 아니고, 분위기를 못 따라가겠다고 할까……」

슈코 「네이네ー이. 다시 한 번이라고 하셨지만 슈코 짱은 처음 만났는데요ー」

카렌 「자기 소개인데 이름도 안 말하고」

요시노 「데시테ー」

나나 「으극! 요, 요즘 젊은 것들은 가차없네요……」

가법게 헛기침하곤,

나나 「이름은 지구의 언어로 옮기자면, 대 유기생명체 콘택트용 우사밍로이드 AB77형이라고 해요. 그래도 너무 기니까 나나라고 하셔도 돼요☆」

나오 「왠지 어디서 들은 적 있는 것 같은 이름이네……」

카렌 「그 우사밍 별 사람이 우리들한텐 무슨 일이야? 애초에 신이니 뭐니 해도 나랑은 전혀 관계 없는 일이잖아. 왜 데리고 온 거야?」

나나 「카렌 짱. 카렌 짱에랑은 직접적으로 관계가 없어도 나오 짱한테 관계 있다고 하면, 어쩔 건가요?」

카렌 「…… 무슨 뜻이야?」

나나 「먼저 결론부터 말할게요. 카렌 짱은 지금으로부터 천 년 전 밤고양이에게 멸절된 여우족의 마지막 생존자이자, 유일한 후손이에요. 즉 카렌 짱이랑 나오 짱은 오래 전부터 면면히 내려온 여우족과 너구리족의 깊은 인연으로 맺어진 운명 공동체, 이른바 소울메이트에요.

나나 「그러니까, 나오 짱이랑 관계 있는 건 카렌 짱에게도 관계 있는 거에요. 나나는 달으로 돌아가기 전에 이걸 꼭 알려 드리고 싶었어요. 그걸 지금부터 설명해 드릴게요」

나나 「두 분이 만난 건 우연일지도 몰라요. 하지만 카렌 짱이 나오 짱을 특별하게 생각하고, 나오 짱이 그걸 받아들일 수 있게 된 건 운명이라고요. 비유하자면 서로 가까워질수록 인력이 가속하는 자석과도 같이, 두 분은 그 동안 너무 밀접하게 붙어 살아온 탓에 이미 자신의 힘으로 떨어질 수 없을 정도로 붙어 있어요」

나나 「그리고, 그 운명의 끝에 놓인 건 필연적으로 불행이에요」

나나 「당연한 일이죠. 애초에 서로 증오하던 두 종족의 후예니까」

나나 「두 분은 가까운 미래에, 서로를 파멸시키고 말아요. 두 분의 유전자에 각인된 태고의 기억은 그 과정이 어떻던 결과적으로 운명의 상대를 파멸시키도록 프로그래밍되어 있어요. 거기엔 자각이란 없어요. 그건 약속된 미래에요」



나나 「카렌 짱의 병약한 몸은 확실히 타고난 거에요. 하지만, 카렌 짱의 혼에 새겨진 파괴적인 욕망은, 나오 짱이라는 상반된 혈족(血族)에 호응해서 자란 일종의 유전적인 저주, 아니면 민족적인 집합 무의식이에요」

나나 「그리고 나오 짱은 이미 카렌 짱의 주박에 얽혀 있죠. 카렌 짱은 자신의 파멸을 원하고, 거기에 나오 짱을 얽혀들어가게 하려 해요. 지금은 그저 질투심과 독점욕이 마음 속에 있는 편애(偏愛)를 숨기고 있는 것에 불과해요. 그래요, 두 분이 아직 아이로 있는 한은……」

나나 「근거?…… 글쎄요, 슈코 짱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요. 여우족은 천 년 전에 절멸했을 테니까요」

나나 「…………」

나나 「…… 그렇네요. 확실히 갑자기 이런 얘기를 해도 혼란스러울 뿐이겠죠. 여러분께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진실이에요」

나나 「알겠나요. 다시 한 번, 처음부터 말씀드릴게요」

「나나가, 이 별을 만들었단 걸.」




「원래 나나는 M780은하 ※※※계(系) 우사밍 별에서 생산된 항성 간 연락 담당 우사밍로이드였답니다」

 

「지구 공전 환산으로 지금으로부터 약 40만년 전, 나나는 우사밍 별에서 2000만 광년 떨어진 은하에 메시지를 전달할 사명을 부여받고 우사밍 별을 떠났어요」

 

「나나 같은 우사밍로이드들의 우주 항행 기술은 기본적으로 항성에서 방출되는 광자(光子)를 어떠한 패턴화된 전기 광학적 폴리머의 배열 상에 노출시켜, 거기서 발견한 시공 연속체의 재 수축 가능한 대역을 계산하여, 우주의 변두리에 비유클리드 기하학적 자기 상사 시공(自己相似時空)을 만들어, 나선형으로 꼬인 인접 왜곡 속을 맥동(脈動)하는, 이른바 늘어난 시간과 공간의 상(相)에 이산적으로 동시에 존재하는 파동 현상으로서 우주의 내부를 이동하는 수단을 사용하고 있었어요.

 

「그리고 10만 년 정도 전, 시간등곡률 중력 나선 소용돌이의 항로 계산에 오류가 생겨, 우주선이 이 은하에 표류하게 된 거죠」

 

「나나는 여기서 모든 행성에 착륙을―― 이건 다시 말해 맥동하는 중력 나선과 행성의 중력과의 단일 교점으로 실체화한다는 뜻이지만요―― 시도했고, 그리고 최종적으로 불시착한 것이 태양계 제 3행성인 지구의, 위성인 달이었답니다.

 

「그 시점에 지구상에서는 아직 인류는 충분한 문명을 이루지 못했고, 대신 월인이 고등한 지적 문명을 보유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나나는 지상이 아니라 월면에 우주선을 불시착한 거지요.

 

「불시착의 충격으로 우주선은 고장나 버렸어요. 나나는 그냥 우사밍로이드니까, 수리하는 것도 한계가 있죠. 그래서 나나는 고향 우사밍 별에 SOS 메시지를 보내고, 그 답장을 기다리면서 월인에게 협력을 받아 수리에 필요한 부품을 모으고 었었어요.

 

「하지만 우사밍 별에서 돌아온 메시지에 의하면, 일부 파트는 월면에서는 구할 수 없고 지구상에서만 조달 가능하는 게 판명됐어요」

 

「월인은 확실히 지적 문명을 이루고 있었지만, 자원적으로 우주 항행 기술을 발달할 가망은 없었고, 나나의 망가진 우주선 가지곤 지상으로도 제대로 날 수 없었어요. 즉, 우사밍 별에서 지원 물자가 올 때까지 나나는 30만 년 동안 달에서 기다려야 했던 거에요.

 

「거기에서 나나는 우주선에 탑재되어 있던 시간등곡 중력 나선 제어 장치를 개조해, 의사적인 재수축 대역을 지구 및 달의 공전 궤도상에 유도해, 단속적(斷續的)으로 지상에 메시지를 계속 보냈답니다. 그 메시지야말로 지상에 문명을 낳아 달까지 자원을 운반할 수 있을 정도의 레벨까지 인류를 진화시키기 위한 오라클(Oracle), 계시였어요.

 

「그 계시는 성공한 것도 있고 실패한 것도 있었어요. 처음엔 고양이족에 대해 메시지를 보냈었지만 잘 안 돼서, 대신 인류가 나나의 메시지를 받아 주었어요. 그리고 일부에서는 신탁을 받은 인간이 신의 자손이라고 추대되어 종교를 낳았고, 또 일부는 역사적인 대발견이나 발명의 번뜩임을 낳는 계기가 되기도 했어요.

 

「일단, 나나는 자기 자신이 파동 현상화되어 있는 동안엔 일정한 범위의 시간에 동시에 존재하는 거니까, 어느 정도의 단시점적인 미래라면 관측할 수 있어요. 그렇게 해서 끝없이 역사를 개변하고 마침내 인류가 달에 도달하는 미래가 보이게 되었을 때, 그것이 일어난 거에요.

 

「나나가 만들어낸 중력 나선의 의사 시간 등곡률 소용돌이가 태양 흑점 주기에 영향을 받아 예상 외의 끌개(attractor)를 형성해 일시적으로 콘트롤 불가능하게 되었던 거에요. 그 사고는 나나의 불연속적 시간 관측의 틈새에서 발생한 거라서 예상하지도 못하고 대처도 늦어 버렸어요.

 

「그 결과, 지구 시간으로 약 1주일 간, 지구와 달을 잇는 직선 상의 시간 대칭의 병행 소용돌이가 중첩돼, 시공이 닫혀 버렸어요.」

 

「…… 이게, 천 년 전에 갑작스럽게 발생했던『끝나지 않는 밤』의 진상이에요」



「이 사건 자체는 세계 규모로 발생한 거였어요. 그럼 어째서 센카와 지방에만 전승이 남아 있는지 의문이 들죠?」

 

「답은 이 지방이 미시로 산을 중심으로 물리적 실재 세계와 양자적 실재 세계의 경계면이 되었기 때문이에요. 여기에는 여러 이유가 있어서 간단히 설명하긴 어렵지만, 지리적 조건과 특수 해석 조건이 적절하게 어떠한 점근적(漸近的) 집합환(集合環, ring of sets)에 들어가 정적 구조를 형성하고 있는 게 원인이 아닐까 나나는 생각하고 있어요.

 

「뭐 간단히 말하자면, 이 센카와 지방은 인간과 신의 세계가 오가기 쉬운 환경에 있다는 거에요」

 

「원래, 물리적 실재 새계와 양자적 실재 세계는 상당히 특수한 조건 하가 아니라면 서로를 관측하는 것도 힘들지만, 아무래도 나나가 태양계에 표류했을 때의 인접 왜곡이 난수화(randomize)된 슬릿(slit)을 ―― 그러니까 카오스 이론적으로 움직이는 글리치 노이즈(glitch noise)를 ―― 확산시커 버린 것 같아서, 그 때문에 국소적(局所的)으로 중첩된 확률 분포에 치우침이 발생해 한 쪽의 현상이 한 쪽에 간섭하기 쉽게 되어 버린 모양이에요.

 

「그래니까, 이 세계에서는 인간이나 동물 같은 개체・집단 현상이 혼이나 의식으로서 양자적 실재 세계에 영향을 주고, 또 영향을 받은 양자적 존재는 유령이나 신, 악마나 천사라는 형태로서 물리적 실재 세계에 간섭하게 된 거에요.

 

「………… 이야기가 뜬구름 잡는 것 같아서 알기 힘든가요? 그래도, 중요한 거에요」

 

「그래서 음ー그러니까, 무슨 얘기 하고 있었더라.…… 아, 맞아맞아! 영야이변 뒤 얘기네요」

 

「나나는, 시공 폐쇄 현상을 발생시켜 지상을 혼란에 빠뜨렸다며 월인에게 비난받고, 처벌을 받게 되었어요」

 

「그게 지상으로의 추방이였어요」

 

「마침 시공 폐쇄가 해방될 쯤, 나나는 불완전한 장치로 시간 비대칭계 중력 나선 소용돌이에 태워져, 여기 미시로 산의 스미조메자쿠라가 있는 한 언덕에 실체화했답니다」

 

「나나가 여기에 내려왔을 때는 이미, 너구리족도 여우족도 전멸한 뒤였어요. 거기서 나나는 자신이 저지를 과오를 마침내 이해했어요. 처음으로 후회와 슬픔을 알게 되었죠」

 

「그리고, 그런 나나에게도 속죄의 찬스가 주어졌어요. 우연히 여우족의 생존자를 발견한 거에요. 나나는 밤이 가시자 그 아이를 데리고 산을 내려왔고, 그 후 몇 년에 걸체 계속 지켜봤어요」

 

「그 혈연 관계의 끝에, 지금 여기 카렌 짱이 있다는 거에요」

 

「………… 아, 아뇨, 딱히 숨긴 건 아니에요? 그냥 슈코 짱은 진작 알고 있겠거니 생각해서……」



「………… 이제 와서 그런 말을 들어 봤자 화나는 것도 당연해요. 정말 죄송해요」

 

「나나의 말을 믿을지는 나오 짱과 카렌 짱에게 달려 있어요. 하지만 아까도 말했듯 나나는 미래를 관측할 수 있어요. 둘이서 서로 상처를 내는 미래를 나나는 이미 알고 있어요. 그리고 나나가 두 분께 해 줄 수 있는 건 하나뿐……」

 

「이 사실을 두 분께 털어놓는 거였지요」

 

「나나는 그 동안 수도 없이 미래를 개변하기 위한 메시지를 지상에 보내 왔어요. 그 동안 관측한 미래가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변하는 것도 자주 봤지요. 그 와중에는 아주 사소한 계기로 인류가 절멸하는 미래도 본 적 있었답니다. 카오스 이론에서 말하는 나비 효과를 시뮬레이트하기에는 인류는 너무나도 다양했어요.

 

「하지만, 그러니까 더더욱 나나는 두 분의 의지를 믿고 싶어요. 둘에게 진실을 말한 지금, 이제부터는 나나가 관측한 미래가 아니에요. 두 분이 서로의 의지로 선택해, 결정하는 미래인 거에요」

 

「혹시라도, 그렇게 해도 결말은 변하지 않을지도 몰라요. 어쩌면 더 나쁜 방향을 향해 나아갈지도 몰라요…… 하지만 나나는, 그런 가능성을 모두 둘의 손에 맡기고 싶어요」

 

「나나는 믿고 싶어요」

 

「카렌 짱과 나오 짱이라면, 분명 운명을 극복할 수 있을 거라고」

 

「그리고, 혹시 그 뒤에 어떤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고 해도, 반드시 거기서 두 분의 행복을 찾아낼 수 있을 거라고」

 

「그렇게 계속해서 믿는 게 바로, 나나가 범한 과오에 대한 최후의 보상이자 희망인 거에요」

 

「………………」

 

「…… 에헤헤, 조금 너무 멋부렸으려나요」

 

「마지막까지 무책임한 말만 해서 미안해요. 나나는 이제 달로 돌아가야 해요」

 

「앞으로는 코즈에 짱이 모아 준 꿈의 세계를 입구로 삼아 중력 소용돌이를 되짚어 가겠죠」

 

「…… 앗, 하나 깜빡한 게 있어요」



「요시노 짱은 이미 알아차린 것 같네요」

 

「…………네. 그 말대로에요. 나나는 돌로 돌아가면 그 때야말로 우주선을 수리해서, 본래의 목적이었던 2000만 광년 떨어진 은하를 향해 다시 떠날 거에요」

 

「이제 수리에 필요한 재료도 준비했어요. 며칠 후 발사 예정인 월면 탐사기에 탑재하도록 우주 항공국 측에 준비를 끝내 뒀으니까요.」

 

「그러니까, 그 때까지가 기한이에요」

 

「…… 기한이라는 건 다시 말해, 나나가 다시 우주선을 타고 이 은하를 빠져나감으로서…… 태양계를 덮고 있는 인접 왜곡의 잔유물도 같이 떨어져나간다는 것을 뜻해요」

 

「…………네」

 

「맞아요」

 

「그렇게 되네요」

 

「……죄송해요. 나오 짱을 슬프게 할 생각은 아니었어요. 슈코 짱에게도, 슈코 짱의 여자친구에게도 잔인한 일일지도 몰라요」

 

「하지만 한 번 오염된 우주는 정화해야만 하는 거에요」

 

「원래대로 돌아가는 것 뿐이에요. 모두, 나나가 달에 불시착하기 전의 세계로……」

 

「…………」

 

「…… 시간이 된 것 같네요」

 

「여러분. 지금까지 10만 년 동안, 정말 죄송했습니다. 그리고 요 천 년 동안, 정말 실례했습니다」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이 계속 사과할 일만 만들어냈던 고철 우사밍로이드를, 부디 용서해 주세요」

 

「………… 안녕히 계세요」



그 때, 산 기슭에서 돌풍이 불어 왔어.
짙은 붉은 안개가 용오름처럼 모여들어, 점점 스미조메자쿠라와 나나 씨를 감쌌어.

그리고 달을 향해 떠올라,


―― 사라져 버렸어.






――

――――

――…………

 

 카미야 나오「요시노 님한테 혼날 테니까」(9) 로 이어집니다.

 



 

[1] 天照大神. 일본신화의 태양신으로 신토 최고의 신[2] 이와토카쿠레(岩戸隠れ)의 전설을 뜻한다. 고사기(古事記)에 따르면, 아마테라스의 남동생인 타케하야스사노오노미코토(建速須佐之男命, 스사노오)가 논둑을 부수고 도랑을 묻고 신전에 똥을 뿌리며, 급기야 자신의 직물 짜는 방에서 옷을 짜던 직녀 하나를 간접적으로 죽게 만드는 등 깽판을 치자, 이에 노한 아마테라스가 아마노이와토(天岩戸)라는 동굴에 틀어박혔다고 한다.[3] 태양신이 나오지 않으니 세상은 어둠으로 가득 찼고, 야오요로즈(八百萬)의 신이 타카마가하라에 모여 논의한 끝에 오모이카네노카미(思金神)의 의견대로 아마테라스를 낚아 바깥으로 나오게 한 뒤, 동굴을 막아버리자는 안을 채택하였고 그대로 하였다. 그 후 스사노오는 아주 많은 배상을 하고(命負千位置戸), 수염과 손발톱을 자르고 불제되어(亦切鬚及手足爪令祓而), 타카마가하라에서 추방되었다고 전하고 있다. 일본서기에서는 또 다른 판본의 신화가 실려 있지만… (알고 싶지 않은데스) 그만 알아보자.[4] 천진신(天津神, 아마츠카미)이란 신토의 신의 분류 중 하나로 타카마가하라의 신을 가리킨다. 반댓말은 토착신으로 분류되는 국진신.[5] 고금화가집(古今和歌集)의 권16 애상가(哀傷歌) 832번 와카(和歌, 일본식 시가)인 덧없는 목숨(儚い命)이라는 작품에서 유래. 深草の/野べの桜し/心あらば/今年ばかりは/墨染に咲け (후카사쿠의/들판의 벚꽃이여/만일 네가 도리를 안다면/올해만큼은/검게 피어주렴)






역자 후기


(새벽을 전부 번역에 꼴아박은 핫산이 이해한 이번 편의 내용이다)

 


그리고 이 글은 과연 아이커뮤 용량 제한에 안 걸리고 올라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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