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곁의 당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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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12-24, 2016 11:59에 작성됨.

「수고했어, 유키호」


그렇게 말하고 남자는 조수석 쪽 문을 열었다.
남자가 돌아서자 그곳에는 소녀가 한 명 서 있었다.


「가, 감사합니다」


유키호라고 불린 소녀는 눈을 조금 치켜뜨고 대답했다.
덧없어 보이는 분위기를 몸에 감싼 소녀, 하기와라 유키호는 조심스럽게 차에 몸을 실었다.
남자는 프로듀서이며, 그녀는 그 담당 아이돌이었다.

 

「어땠어?」


프로듀서가 옆에 앉은 유키호한테 묻는다.
겉치레라고는 한 점 찾아볼 수 없는 말.
그만큼 두 사람이 스스럼없는 관계를 쌓아올리고 있다는 것을 엿볼 수 있었다.


「우우. 역시 아직 토크 프로그램은 익숙지가 않아요……」


침울한 기색이 담긴 목소리로 대답하는 유키호.
그 대답은 프로듀서가 예상하던 그대로였다.


「그래? 유키호다움이 표출되어, 나는 좋았다고 생각하는데」

 

유키호는 이성에 약했다.
그런데도 왜 아이돌이 되었느냐? 그건 약해빠진 자신을 바꾸고 싶다고 하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럼 마음만으로 한 걸음을 내딛을 수 있었으니, 마음 속에 숨겨놓은 강함은 상당한 것일 것이다.
프로듀서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 그럴까요?」

「프로그램 제작팀도, 대체로 호평이었어」


이성에 약하고 소극적인데다 자신감이 없고……
아이돌로서의 격이 갖추어질 때까지, 그 앞을 방해하는 것은 너무나 많았다.
하지만 유키호는 천부적으로 가지고 있던 마음의 강함으로, 그리고 프로듀서는 그녀를 믿음으로서 하나씩 뛰어넘어 왔다.

 

원래 뒷좌석에 앉아야 할 아이돌이 조수석에 앉아있는 것도, 그 노력 중 하나였다.
조금이라도 이성에 익숙해지기 위해.
그렇게 말하며 조수석에 앉는 걸 제안한 것은 유키호였다.
그리고 프로듀서는 그런 유키호의 마음을 존중했다.


「저, 정말요?」


무리는 절대로 하지 말 것.
그렇게 약속하고 시작한 이 특훈은, 지금에 와서는 단순한 습관이 되어버렸다.
차 안에 있는 유키호를 보고, 유키호가 이성에 약하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다.


「이런 걸로 거짓말을 해서 득 볼 게 있나?」

「하, 하지만 저는, 실수도 해버렸고……」


그렇다고 해서 이성에 대한 거북함이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니었다.
프로듀서를 비롯해 잘 아는 이성을 제외하고는, 아직도 그 앞에 서면 긴장해버리고 만다.
유키호가 말한 실수도, 그것이 원인이었다.


「후반은 꽤나 스무스하게 진행됐어. 그러니 신경 쓸 필요 전혀 없어」


전체로 보자면 처음에는 긴장하고 있다 느껴질 정도의 분위기였다.
오히려 짧은 시간 안에 자신을 그렇게 적응시킬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 더욱 중요한 것이 아닐까?
그건 분명 성장했다는 증거이니까.

 

「프로듀서가 하는 말도 이해가 갑니다만……」


하지만 유키호는 그렇게 생각할 수 없었다.
그건 그녀의 성격이 그렇게 만드는 걸지도 모른다.
유키호 안에는 아마 자신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모습이 있을 것이다.
이상과의 차이 속에서『그렇게 될 수 없는 나』를 답답하게 느끼고 있다.
프로듀서의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그렇기에 강요도, 부정도 하지 않는다.
뒤를 받쳐주고, 뒤에서 밀어줄 수 있는 존재가 된다.
그것이 프로듀서의 결의였다.

 

「조금씩이라도 앞으로 나아가는 자신을 인정해야지. 실제로 나랑은 이렇게 평범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됐고」

「그건 프로듀서이기 때문이고……」


입 안에서 우물쭈물 중얼거린 그 말은, 프로듀서의 귀에 닿기 전에 사라져 버렸다.


「첫대면인 사람하고도 오늘 같이 협력하며 진행을 할 수 있게 됐어. 이건 굉장한 거야」


이성이라는 것만으로 도망치려고 하던 시절과 비교하면, 몰라보리만큼 달라졌다고 생각한다.
가령 지금이 이상에 닿을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성장하고 있다는 건 확실히 느꼈으면 한다.
그것이 다음으로 내딛는 발걸음에 연결된다면.
프로듀서는 그렇게 믿고 있었다.

 

「거기다 개에 대한 것도 조금씩 성과가 나오고 있는 것 같잖아」


요 몇 개월, 유키호는 거북스럽기 짝이 없는 개를 극복할 수 있게 특훈을 하고 있었다.
그 보람이 있어서인지, 사무소 동료가 기르는 개를 만질 수는 있게 된 것 같다.


「그건, 이누미만 그렇고……그것도 짖는다거나 갑자기 들이대면………」


유키호에게 있어『그렇게 될 수 없는 나』의 존재는 역시나 크나큰 것 같다.
하지만 프로듀서가 전하고 싶은 것은, 성과 유무와 관련 된 이야기뿐만이 아니었다.

 

「나는 그렇게 익숙지 않은 것에 정면으로 마주보고 어떻게든 하려고 하는 유키호의 강함을 굉장하다고 생각해」

「그, 그럴 수가. 저 같은 건 글러먹었고……」

「나는 그런 유키호를 존경하고 있어」

「후에!?」


무심코 시선을 옆으로 돌리니, 가벼운 말투와는 정반대인 진지한 얼굴이 그곳에 있었다.
그 시선을 알아챈 프로듀서는, 무언가 속셈이 있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유키호가 자신을 못 가지는 만큼, 내가 칭찬해 줄 테니까」


프로듀서의 입술 끝이 올라간다.
유키호의 반응이 기대되어 미치겠다는 표정이었다.


「그, 그건 조금 부끄러워요」

「그럼 자신감을 조금은 가지도록 해야겠네」


농담인 척 말하고 있지만, 진심일 것이다.
그것만큼은 유키호도 알 수 있었다.

「시, 심술쟁이」

 

자신감은 가지라고 해서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건 프로듀서도 충분히 알고 있었다.
다만 아주 사소한 말이라도 좋으니 계기가 될 수 있다면.
그렇게 생각하며 미소를 띄운다.


「……후후」


그 얼굴을 보고 있자니, 어느새 인가 유키호도 웃고 있었다.
연상인 사람한테, 그것도 이성한테 『존경받고 있다』라는 말을 들은 것은, 유키호한테 있어 첫 경험이었다.
농담이나 거짓말이 아니라는 건 표정을 통해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그것을 읽어낼 수 있을 정도로, 두 사람의 신뢰관계는 강해져 있었다.

 

「오, 왜 그래?」


자그맣게 흘러나온 웃음은, 그렇게나 자그만데도 불구하고 프로듀서한테 닿은 것 같다.


「아주 조금, 자신감을 가져도 괜찮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놀라움과 부끄러움이 자리를 비운 후, 유키호가 느낀 것은 따뜻한 기쁨이었다.
초봄에 담당이 된 이후로, 프로듀서는 참을성 있게 자신과 어울려 주었다.
언제부터인가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오빠를 대하는 듯한 마음을 품게 되어 있었다.
그런 사람이『존경하고 있다』고 해주고 있다.
그것을 믿지 않으면, 이때까지의 모든 것이 거짓말이 되어버릴 것 같은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

 

「조금이면 돼. 그게 다음에 내딛을 걸음으로 연결되는 거야」


프로듀서는 기쁨을 숨기려고 하지 않는다.
순수하게 유키호가 적극적으로 변해가는 것을 기뻐하고 있었다.


「네, 힘낼게요」


왜 유키호가 그 대답에 이르렀는가.
그것은 잠시 마음 속에 넣어두기로 했다.

 

***************************


「도착」


차가 멈춘 것은 아무런 특색도 없는 주상복합 빌딩 앞.
『765』라는 테이프가 붙여진 창문에서는 빛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오늘 사무소에서는 크리스마스 파티가 열리고 있었다.

 

「조금 늦어버렸네요」


유키호가 도착하면 모두 모이게 될 터였다.
모두 모이게 하기 위해서 동분서주한, 바로 그 프로듀서의 얼굴에 복잡한 미소가 떠오른다.
오늘이라고 하는 날에 스케줄 조정이 이루어졌다고 하는 현실을 향한 쓴웃음.
무슨 일이 있어도 오늘 꼭 모이고 싶다고 했던 사무소 사람들의 마음을 자랑스러워하는 미소.

한편 유키호는 그런 사람들의 마음을 알고 있는지, 모르고 있는지.
허겁지겁 내릴 준비를 하는 모습에서 볼 때, 자신이 오늘의 주역이라는 자각은 전혀 없어보였다.

 

「유키호, 뒤에 있는 봉투 좀 집어주지 않을래」


그 말만을 하고 프로듀서는 트렁크로 발걸음을 옮겼다.
돌아보니 그곳에는 한 아름 정도 되는 봉투가 자리 잡고 있었다.
예쁘게 포장 된 봉투는, 보기와는 달리 그렇게 무겁지 않았다.

파티에서 쓸 선물 교환용일 것이다.
혼자서 납득하고 차에서 내리는 유키호의 앞에 프로듀서가 서 있었다.
프로듀서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재밌어 죽겠다는 듯한,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듯한, 장난기 어린 미소.


「생일 축하해, 유키호」

 

「…………후에!?」


입을 딱 벌린 채 굳어진다.
말의 의미를 이해하는데, 시간이 조금 필요했다.

물론 자신의 생일을 잊고 있었던 건 아니다.
단지 하루 종일 같이 행동하고 있었던 프로듀서한테 그런 낌새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러니까 이미 포기하고 있었는데.


「한 번 열어봐」


드디어 머리가 돌아가기 시작한 유키호에게, 프로듀서가 말한다.
프로듀서가 말한대로 손을 움직여 봉투를 연다.


「꺄웃!?」


……아까부터 이상한 목소리만 내지르고 있네.
머리 한 편에서 그런 냉정한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실제로는 깜짝 놀라 선물을 떨어뜨리지 않게 하는데 필사적이었다.

 

「아직 개를 거북스러워하는 것처럼 보여서, 인형으로 익숙해지는 것도 나쁘지 않지 않으려나 생각했는데」


프로듀서가 그렇게 말했지만, 유키호는 아직 굳어진 채 움직일 줄을 몰랐다.
그 눈만이 이러저리 황급히 움직이고 있었다.


「……마음에 안 들었어?」


그런 유키호를 보고, 프로듀서가 조심스럽게 묻는다.
팔 안에 있는 인형과, 프로듀서의 얼굴.
그 둘 사이를 몇 번이고 왕복한 뒤에야, 유키호는 정상적인 사고를 할 수 있었다.

 

「아, 아니요. 너무나 기뻐요」


그래, 기쁘다.
그것만큼은 틀림없다.
다만 어딘가 배신당한 듯한, 실망한 듯한 마음이 섞여 있을 뿐.
그 아주 조그만 이물 때문에 유키호의 마음은 소란스러웠다.


「그렇구나. 다행이다……」


그런 유키호의 마음은 모른 채 프로듀서는 기쁜 듯한, 그리고 안심한 듯한 표정을 짓는다.
유키호 자신은 왜 그런 이물이 섞여 있는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
그걸 프로듀서 보고 알아차리라고 하는 것도,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일 것이다.

 

「여자애한테는 무슨 선물을 줘야할지 잘 몰라서 말이야」

『여자애』


그 단어가 나오자, 유키호의 가슴이 또다시 웅성거린다.
이 선물은 아이돌인 하기와라 유키호에게 주는 것인가.
아니면 하기와라 유키호라고 하는 개인에게 주는 것인가.

프로듀서로서 주는 선물이었기에, 이물이 섞여있었던 걸까.
프로듀서가 사적으로 주는 선물을 기대하고 있었다는 걸까.
지금까지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많은 것들이 수면 위로 떠오른다.

 

「에헤헤. 감사합니다. 소중히 할게요」


지금 안고 있는 감정이 친근한 사람을 향한 친애의 정인가.
그 이상을 바라는 감정인가.
모양도 갖추어지지 않고, 정체도 불분명한 감정.


「다시 한 번, 앞으로도 잘 부탁드려요. 프로듀서」


그렇기에 유키호는 모든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분명 언젠가 알게 될 날이 올 거라 믿으며.
그러니까 그 때까지는, 조수석에 계속 타도록 하자.


<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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