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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 「교육의 재능」

댓글: 12 / 조회: 2389 / 추천: 2



본문 - 12-22, 2016 00:52에 작성됨.


아리스 「교육의 재능」


1:이하, 무명에 변해서 SS속보 VIP이 보내 드리는2016/12/21(수) 17:32:10. 15 ID:Mbdc4egm0


    「싫어요. 저 그럴 시간 없어요.」

     그렇게 단호히 거절하자, 난죠 히카루씨의 가는 어깨가 축 쳐졌습니다.

    「므으……직접 체험해보면 감이 올것같은데.……도저히 안될까?」

     그러나 그녀는 포기하지 않고, 다시 교섭을 시도합니다.

     그런 근성있는 그녀의 왼손에는, 납작한 줄이 몇겹이나 묶인 채찍이 들려있습니다.

     사람에게 상처를 입히지 않게 특수 가공을 한 촬영용 채찍이 존재감을 내뿜고 있었습니다.

    「후미카씨에게 빌린 책을 빨리 다 읽고 싶어요. 연기 레슨이 하고싶으시면 저 말고 다른 사람을 찾아주세요」

     방금전의 거절을 표현만 바꿔서 반복합니다.

     그러자 그녀는 잠시 침묵을 지키고, 그리고 다시 입을 열었습니다.

    「으음……지금 다들 밖에 나갔거든. 타치바나쨩밖에 부탁할 사람이 없어」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면 되잖아요」

    「가능한 빨리 레슨하고 싶어. 다음 드라마에 대비해서 최대한 많이!」

     열변을 토하면서, 스마트폰을 내밉니다.

     화면 중앙에는 묘한 표정을 지은 상고머리의  남자가 클로즈업이 되어 있고, 그 옆에서는, 이지적인 표정의 여배우가 총을 겨누고 있었습니다.

     그 둘 둘러싸고있는 약 아홉 명의 남녀의 표정과, 그 배경으로 폐허처럼 파괴된 국회의사당이, 정치물 느낌을 주장하는듯한 삼류 액션의 풍미를 풍기고 있었습니다.

    「경찰물……아니면 스파이물, 인가요?」

    「응. 여기 감독이 유명한 특촬 음악 프로듀서랑 친해서, 잘만되면. 참고로 그 특촬은」

    「아, 그건 됐어요. 그런데 그런 연줄을 노리는건 어렵지 않을까요?」

     말문이 터진듯이 수다스러워진 그녀를 말립니다.

    「으……뭐, 인생사 모르는 법이고, 한번 걸어보는것도 괜찮을것 같아서……」

     그러자, 바로 분위기가 일전해서 어깨가 추욱 처지고, 날개같은 머리카락이 늘어진것처럼 보일정도로, 우물우물 거리며 시무룩해졌습니다.

     평소에는 매우 당당한 그녀의 허약한 모습에 죄책감같은것이 울컥울컥 몰려옵니다.

    「……뭐, 어쨌든, 말야. 이 프로그램에 게스트로 나가게 됐는데, 묶여서 이걸로 맞는 씬이 있어.」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손목을 스냅시켜서, 휭, 하는 바람소리를 가볍게 냈습니다.

    「굉장히 구시대적이네요.」

    「그런 설정이거든! ……저기, 도저히 시간이 안돼? 잠깐이면 될것같은데. 딸기파르페 사줄테니까 도와주면 안될까?」

     저를 음식으로 꼬실 수 있는 어린애로 보고계시군요.

     그렇게 솔직하게 불만을 말하고, 대화를 끝낸 후 독서를 하려고 했었지만

     구름 한점 없는, 비가 갠 뒤의 하늘처럼 맑은 눈동자를 보고, 마음을 바꿨습니다.

     빛을 반사해서인지 때때로 물색으로 빛나는 그 시선이, 책을 열심히 추천할때의 후미카씨를 닮은 빛을 담고있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입을 열 틈도 없을정도로 열심히 집중해서 책 이야기를 하는 후미카씨.

     그런 그녀가 풍기는, 한가지의 일에 마음을 빼앗긴 사람 특유의 그 아름다움은, 제가 동경하는 것중 하나입니다.

     그와 가까운 것을 직접 본 이상, 눈 앞에서 긴장하며 서있는 그녀의 부탁을 무시할수는 없었습니다.

     생각해보니, 전 딱히 히카루씨와 사이가 나쁜것도 아니었습니다.

     L.M.B.G의 합동 레슨을 같이할때는 연상으로서 의견교환을 하기도 하고, 가끔씩 작사경험자끼리 대화할때도 있습니다.

     이름으로 불리는걸 싫어하는 제가, 성으로 불러달라고 말하자 그 요청을 들어주었습니다.

    「……잠깐만, 이에요」

    「정말!? 고마워요 타치바나쨩! 이 은혜는 평생 잊지 않을게!♪」

     제 동의를 받은 히카루씨는 기쁨이 흘러넘치는듯이 팔짝팔짝 뛰었습니다.

     기뻐하고, 풀죽고, 시무룩하고, 뛰어다니고, 정신없네요.

     그런 일순간도 똑같은 표정을 보이지 않는 그 모습은, 마치 살아있는 만화경같았습니다.




     #  # #

     시간을 이유로 거절했었기에 시간낭비는 할 수 없습니다.

     히카루씨와 합의가 되자마자 행동을 개시하고, 짐을 들고 이동했습니다.

     도중에 탈의실에 들러서 체육복으로 갈아 입고 향하는 곳은 레슨 스튜디오.

     아무도 없는 방에 들어가자, 그녀는 셔츠를 나부끼며 일회전 했습니다.

    「좋아, 빡세게 특훈하자고!」

    「잠깐이라고 하지 않았던가요……?」

     그런 군소리는 들리지 않는지 척척 준비를 합니다.

     5분도 안되서 구속대──라는 설정의 매트와 뜀틀──이 설치되고, 그 위에 부드러운 줄과 가위를 놓았습니다.

    「이 줄도 촬영에 사용하는군요」

    「고문 씬이니까. 쎄게 묶어도 상처가 나지않는거니까, 자, 잘부탁해!」

     그렇게 말하고 히카루씨는 휙 돌아서 허리 뒤로 모은 손을 내밀었습니다..

    「만약 잘 안풀리면 가위로 잘라도 괜찮아」

    「알았어요. 그리고 묶는 방법은 방금전에 검색을 끝냈어요. 안심하세요.」

    「오오! 역시 너는 믿음직하다니까!」

     대화를 두세번 반복하면서, 그녀의 손목을 줄로 묶기 시작합니다.

     아이같으면서 활동적인 그녀의 인상과 달리, 팔쪽의 피부는 별로 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지나칠정도로 희고 매끄럽고, 유연한 손목이 여자아이같은 느낌을 받을 정도.

     성이나 남녀의 차이같은것에는 신경쓰지 않고 자란듯한 그녀와의 갭이 커서 아주 조금 충격이었습니다.

     당연하지만, 히카루씨도 여자아이입니다. 그런 그녀에게 난폭한 연기 연습을 한다는것을 재차 자각하자 손이 살짝 굳어졌습니다.

    「타치바나쨩」

     그런 저를 탓하지 않고 , 천천히, 이번에는 설득하듯이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나, 가능한 본격적으로 연습하고 싶어서 너에게 부탁한거야. 그러니까, 어려울지도 모르겠지만, 봐주지 않았으면 좋겠어……괜찮을까?」

    「……할 수 있어요. 괜찮아요」

     이제와서 생긴 아주 작은 망설임이, 온화한 설득에 의해 흩어졌습니다.

     봐주지 않고 손목과 엄지를 고정해서, 히카루씨의 손을 뒤로 구속했습니다.

    「아프거나, 느슨한 부분은 있나요?」

    「응, 어디보자, 응! ……응, 잘 묶였어. 그런데……」

    「어디 불편하신가요?」

    「……아니, 왠지, 나쁜 짓을 하고있는것 같아서, 갑자기 부끄러워져서……」

     히카루씨는 그렇게 말하며 뺨을 연분홍색으로 물들였습니다.

    「이제와서에요……다음으로, 다리를 묶을게요」

     체육복 넘어로도 굳어진게 느껴지는 다리에 줄을 두릅니다.

     양 다리가 아프지 않게 적당히 붙이고, 그리고 줄로 묶었습니다.

    「다음은……그러니까, 재갈?」

    「? 대본에는 그런거 없을텐데」

     그 말을 듣고 대본을 살펴보니, 확실히 입의 구속은 없었습니다.

     냉정하게 생각해 보니, 애초에 대사를 읽어야하니 입을 막으면 안되겠죠.

     그런데, 그녀를 구속한다는것에 너무 몰두해서……그런 자신이 부끄러워져서, 무심코 얼굴이 뜨거워졌습니다.

    「후후, 타치바나쨩은 본격파구나」

     몸의 자유를 전부 빼앗긴 그녀가, 쿡쿡 웃었습니다.

    「우, 웃지 마세요! ……커흠, 그럼, 시작할게요」

     그렇게 말하고, 히카루씨를 받침대에 기대게하고, 채찍을 잡고 대본을 읽습니다.




    「……『체념을 못하는 사람이네요. 다음은, 이걸 쓸거에요. 상처에는 바를 약으로는 소금이랑 머스타드 중에서 어느걸로 해드릴까요?』」

    「 『말만은 거창하구나. 죽어도 입을 열지 않게, 초기과정때부터 교육받았어. 나는……!』」

     히카루씨는 바로 역할에 몰입해서, 불복종을 눈동자로 표현합니다.

     조금만 더해보면 감이 올것같다는 그녀의 말은 허풍이 아니었는지, 멋지게 각오를 표현하고 있었습니다..

     시작하자마자 열의를 보여준 그녀에게 저도 나름대로 전력으로 접하지 않으면 실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마음을 손끝에 담아서, 팔을 크게 휘두릅니다.

    「『이게 말만, 이라고?』」

     최대한 냉정을 가장하고──그러나 도발한 그녀를 유린하도록, 검은 채찍을 휘둘렀습니다.

     단단한 첨단부분이 그녀를 향하고, 어깨죽지를 때립니다.

     상처가 남지 않는다는게 거짓말인것처럼 파열음이 크게 울리고, 히카루씨는 몸부림치며 신음을 흘렸습니다.

    「 『아악! ……뭐야, 말만이 아닌걸 보여주는게 아니었어?』」

     그럼에도 그녀는 고통에 빠지지 않고,"고문받아도 굴복하지 않는 에이전트" 역할로 승화시킵니다.

     ……문제점은, 그게 연기라는것이 방금전까지 이 일과 관계없었던 저에게도 보인다는거죠.

     고통스러움을 표현하려다보니, 너무 일부러인듯한 느낌이 듭니다.

     물론 과잉 표현까지는 아니고, 이야기의 완급에 맞춘 적당한 연기라고는 생각합니다.

     하지만, 너무 강하게 의식해서 오히려 역할의 몰입이 저해되서, 그래서 이런 과감한 연기를 할 수 밖에 없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제가 도울 수 있는것은 하나뿐입니다.

     부족한 리얼리티를 보충할 수 있을 정도로 과장되게 사악함을 연기해서, 그녀의 감성을 이끌어 냅니다.

    「『소원대로, 해드리죠.──빨리 말하는게, 하앗! 어떨까요!』」

     대본의 지문 이상으로 큰 소리를 내며, 채찍을 강하게 휘두릅니다.

     다리를 맞은 히카루씨는 고통의 비명을 흘렸습니다.

     격통을 호소하는 소리를 듣고, 하지만 양심의 가책에 붙잡혀있을 때가 아닙니다.

     이것은 히카루씨를 위해서 하고 있다.

     그녀가 요구했으니까 하고 있다.

     나는 선행을 하고 있다.

     주문같은 말을 되새김하며, 히카루씨에게 고통을 계속해서 주었습니다.

    「 『싫어, 으! 악……!』」

     고통스러운 절규 사이사이로, 그녀는 대사를 말합니다.

     그런 그녀와 연습하는 사이, 정신을 차리니 어느새 그 말을 긁어 지우는듯이 채찍을 휘두르고 있었습니다.

    「『어떻게 된건가요, 하아, 하아……지쳤나보죠……? 말만이었던건, 하아, 어느쪽이었는지, 후후……」」

     오히려 제가 더 역할에 집중했는지, 일부러 설명하듯이 연기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반면 그녀는, 다음 대사를 하지 않았습니다.

     헥헥거리며 숨차게 호흡만하고, 입은 빠끔빠끔거릴 뿐이었습니다.

    「……어떻게 된건가요? 들리지 않네요」

     적당한 애드립을 해봐도, 돌아오는 말은 풀잎소리보다도 가냘픈 소리.

     그 반응에 이제야 머리가 확 깨며 현실감이 돌아왔습니다.
채찍을 내던지고 그녀의 어깨를 흔들었습니다.

    「! 히카루씨, 괜찮으세요, 히카루씨!」

    「응……응, 괜찮아……」

     허약한 목소리로, 대답이 옵니다.

     장시간의 고통에 노출된 몸은 비명을 지르고 있고, 실룩거리며 이완과 수축을 반복하고 있었습니다.

     뺨은 감기에 걸린듯이 새빨갛게 붉어졌고, 아름다운 눈동자는 초점을 잃어, 흘러넘칠듯한 눈물자국을 배고 있었습니다.

     너무 몰입해서 그녀를 상처입혀 버렸다.



     그 사실이 가슴을 먹구름처럼 덮고, 죄책감이 마음을 얼립니다.

    (몸을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고 떨고 있어. 그녀야말로 피해자야)

     그런 당연한것도 되새기지 않았다면,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모르는 공포로, 패닉에 빠졌을지도 모릅니다

    「죄송해요……제가, 힘조절을 생각 못해서……」

    「……사과하지 마……전력으로 해 주고, 진심으로 연습을 도와줘서, 하아, 고마워……」

     비명을 너무 질러서 시든 목이, 쉰 목소리로 저를 위로합니다.

     그 어조는 너무나 덧없어서, 지금 잡고 있는 그녀의 체온이 사라지는듯한 착각조차도 들었습니다.

    「이제 말하지 마세요……지금 줄을 자를게요. 레슨은 중단하고, 의무실로 가요. 설 수 있겠어요? 그것만 대답해주세요……」

     그녀를 치료하는것에 집중하자, 어떻게든 혼란이 사라졌습니다.

    「……그만할거, 야……?」

     그렇게 냉정함을 되찾는데 필사적인 저에게, 열이 깃든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에……? 무슨, 말인가요」

     반사적으로 나온 의문에, 그녀는 일절 대답하지 않습니다.

     그저 무언가에 씌인듯이 젖은 눈동자로 저를 가만히 응시할 뿐입니다.

     그런 공백의 압력이, 귀로 들은 그 말의 인상을 강하게 했습니다.

    「……계속하고, 싶나요?」

     악마와 거래하는것처럼 흠칫흠칫 묻자, 히카루씨는 작은 머리를 끄덕였습니다.

     그것은 수긍일지도 모르고, 아픔을 참기 어려워 탈진했을 뿐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동의라고 해석했습니다. 더 연습하고 싶다고. 더 고통을 받아도 경험으로 삼겠다는 의미라고 파악했습니다

    「좋아요,……하겠어요. 하겠다고요」

     갑자기 어깨에서 중량감이 사라지고, 그와 맞바꾸어 충동이 복받칩니다.

     그녀의 소망을 더 실현해 주고 싶다.

     원하는것을 해주고, 그리고 한번 더 역할에 몰입하고 싶다.

     다행히, 그것을 하는 수단은 가까이에 있었습니다.

     한번 버렸던 채찍을 다시 손에 들고, 탈진한 그녀에게 휘둘렀습니다.

     음속의 타격을 받은 히카루씨가, 탈진한것이 거짓말이었던듯이 울부짖었습니다.

     삐걱거리는 불협화음이 귀에 닿자, 죄책감이 새하얀 번개에 불타고, 강렬한 안심감이 몰려옵니다.

     일섬, 또 일섬. 공간을 찢으며 비명이 울릴때마다, 턱이 딱딱거리며, 가슴속에 달콤한 향기가 퍼졌습니다.

     그런 알 수 없는 격정에 몰려있던 저의 모습을, 히카루씨의 공허한 눈동자가 반사합니다.

    (그렇게, 즐거워……?)

     초췌하고 어두운 그 시선에, 왠지 질문받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 알 수 없는 질문에, 한층 강하고, 한층 빠른 일격으로 대답했습니다.

    (히카루씨도,──웃고있잖아요!)

     최고조에 달한 감정이 외침이라는 형태로 목에서 튀어나오고, 히카루씨에게 고통을 줍니다.

     그 대답을 받아 들인 그녀는, 격렬한 비명으로 격통을 호소했습니다.

     두 개의 절규가 뒤얽히며 끝없이 방에서 하울링.

     그녀를 타악기마냥 때리는것에 필사적이 된 저는, 알 수 없는 충족감을 맛보고 있었습니다.

     히카루씨도 홀쭉한 허리를 경련하며, 열기가 깃든 한숨을 흘리며, 어깨를 떨며 피로에 빠져있었습니다.

     힘없이 맞고만 있을 뿐인 그 퇴폐적인 표정을, 저는 분명 평생 잊지 못하겠죠.

     그랬기에 저희는 방에 누군가가 오고 있다는것을 알아챌 수 없었습니다.

    「타치바나! 난죠! 너희 뭐하고 있는거냐!」

     험악한 표정의 베테랑 트레이너씨가 채찍보다 날카로운 노성을 지릅니다.

     자주연습이 끝났다는 사실은 현실감이 너무 부족해서, 저는 마치 남의 일처럼 멀리서 듣고있을 뿐이었습니다.



      #  # #

     그리고 약 1개월 후.

     수록을 끝낸 히카루씨가 데려온 작은 카페테리아에서 저는 파르페를 대접받고 있었습니다.

     쿵, 하고 제 앞에 놓여진 후르츠 파르페는, 딸기의 색부터 극상이었고, 디저트의 왕이라는 파르페의 어원에 걸맞게 군림하고 있었습니다.

    「미안해, 아리스쨩. 곤란하게 해서……이건 약속이랑 사과야」

     히카루씨는 권총 관리를 제대로 못한 신참 경찰관처럼 조용히 고개를 숙였습니다.

    「사과하지 말아주세요……오히려 제가, 싸움보다 더 심한 짓을 했다고 보여도 할말 없는 짓을, 했으니까요」

    「그런 연습을 한다고 미리 설명하지 않은 내 실수였어. 열쇠를 빌릴 때, 더 자세히 말해둬야 했는데……」

     히카루씨는 낙담하며 밀크쉐이크를 한모금 마셨습니다.

     이런 무거운 분위기에서 파르페를 먹고싶지 않았고, 무엇보다 풀죽은 그녀를 보고싶지 않았습니다.

     고착한 울적함을 타파하기 위해, 화제를 바꾸기로 했습니다.

    「그러고보면, 수록은 잘 됐나요?」

    「으, 응! 어떻게됐냐면!?」

     그러자 지금까지의 울적함이 사라졌는지, 의자를 넘어뜨릴정도로 기뻐하며 제 쪽으로 몸을 내밀고 크게 미소지었습니다.

    「레슨의 성과가 있었는지 감독님이 『목에서 쥐어짜낸듯한 목소리가 좋은 느낌』이라면서 많이 칭찬해주셨어. 아마 거의 컷 없이 나올지도 몰라!」

    「성공……했다는 거죠?」

    「응! 그리고, 어쩌면 다시 게스트로 불릴지도 몰라! 후후, 영광의 길에 또 한걸음……!」

     하고싶은 말이 넘쳐나는지, 몸짓 손짓을 섞으며 결과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녀의 감동체험에는 때로는 주관, 때로는 객관이 뒤섞여있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즐겁게 이야기하는 그녀에게서 눈을 떼어놓을 수 없었습니다.

     그저 맞장구를 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기세로 가득찬 말투는, 대화하기 좋다고 볼 수 없겠죠.

     하지만, 그정도로 열정있는 사람만이 지닌 특유의 빛에, 저는 또다시 매료되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한바탕 이야기하고나서, 그 빛은 갑자기 생기를 잃었습니다.

    「……그래서, 나중에 또 초대받을지도 모르니까, 말야……」

     망설이는듯한 그녀의 시선에는, 어째선지 수치가 배어있었습니다.

     왜 부끄러워하고 있는지, 그리고 왜 그녀가 부끄러워하고 있다고 느낀 이유를, 저는 알 수 없었습니다.

     그저 알 수 있는 것은. 머뭇거리며 손을 꿈틀대는 그녀에게서 그것을 찾아낼 수 있었던 것은, 제가 그 불가해한 감정에 이끌리고 있기 때문이라는것 뿐입니다.

    「……저기, 시간이 있을때만이라도 괜찮아. 또 레슨, 도와주지 않을래……?」

     조심스럽게 묻는 그 표정은 거절받거나, 혹은 요구를 승낙받는 양쪽 전부에 공포하면서 기대하고 있는것 같았습니다.

     그녀답지 않은 그런 모습을 보자, 가슴속에서 또다시, 그 뜨거운 감정이 솟구치기 시작했습니다.

     그 감정은 너무나 혼돈스러웠기에, 세분화시켜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제가 아니면, 안되는군요」

     하지만, 꺼림칙한 기분에 나아가려는듯한, 검은 탁함이 섞인 이 기분은, 분명 매우 원시적인 부분에 기인한 충동이란것은 확신하고 있었습니다.

    「응. 그, 다른 사람한테는 부탁하기 어려우니까」

     신성한 것을 더럽히며 파괴하는듯한 우려가 섞인 대답을 들은 저는 강렬한 안심을 맛보고 있었습니다.

     어째서, 나는 그토록 몰두했는가.

     애초에, 어째서 홀린듯한 도취감에 사로잡혔는가.

     그 이유를 함께 찾을 구실을, 그녀가 먼저 주었습니다.

    「알았어요. 또, 불러 주세요」

     견실한 발음으로 대답하자, 히카루씨는 긴장으로 메마른듯한 입술을, 혀끝에서 햝아 적셨습니다.

    「에헤헤, 고마워」

     그런 그녀를 왠지 보면 안될것같은 기분이 들어서, 파르페의 생크림을 한입 먹고, 들어가면 안된다는 창고를 또 들어가는듯한 가슴의 묵직함과 함께 삼켜버렸습니다.


6:이하, 무명에 변해서 SS속보 VIP이 보내 드리는2016/12/21(수) 17:42:25. 11 ID:Mbdc4egm0

    이상입니다. 이전의 이벤트에서 토키코님이 언급한 아리스의 재능이 신경이 쓰여서 썼습니다.



내가 뭘 번역한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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