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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허빌리 시리즈 - 5. 솔직해지고 싶어서《죠가사키 미카》

댓글: 2 / 조회: 1510 / 추천: 1



본문 - 10-25, 2016 15:20에 작성됨.

 

솔직해지고 싶어서《죠가사키 미카》




「그래서말야~ 이 때 언니가 굉장히 신나가지고—☆」

「헤에……응? 미카의 쓰리사이즈 이랬던가? 전에 리카가 말한거랑 다른데?」

「독모 시작했을때 이후로 바꾸지 않는걸, 언니」

「무슨 이야기하고 있는거야 너희들!?」

어느날의 죠가사키가. 오늘 우리집에 부모님이 안계신다는것을 알고있는지 난 그곳에서 저녁초대를 받았다.
아무래도 죠가사키 가와 우리 집은 어머니들이 친구라고 한다. 그것도 나와 미카가 태어나기 전부터 지내온 오랜 관계. 그래서인지 부모님이 맞벌이라 나 혼자 집에 있는것을 안쓰러워하신 아줌마가 나를 종종 죠가사키가로 부른다. 내가 무대일을 시작한 이후로는 그 횟수가 줄긴 했지만, 그래도 한주에 1회는 신세를 지고있다. 그렇게 자주 왕래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죠가사키 자매, 미카와 리카와도 사이가 좋다.

그래서 지금은 저녁이 다 되기 전까지, 아직 일이 끝나지 않은 미카의 방에서 불시의 방체크를 하고있었지만 딱히 재미있던것은 없었기에, 책상 위에 있던 미카 특집이 있는 잡지를 리카랑 같이 보고있던 참이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다급한 발소리가 들리더니, 방문을 쾅하고 열며 미카가 방에 쳐들어왔다. 아무래도 우리들의 대화가 방 밖까지 들렸던 모양이다.

「「아, 어서 와(☆)」」

「다녀왔어……가 아니거든! 리카! 왜 내 개인정보 흘리고 있는거야! 아니, 그 이전에 어떻게 안거야 그 정보!?」

「빨래 개는거 도와줬을 때—☆」

「크윽……!」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며 말문이 막히는 미카. 도와줬다는 말에 혼내기 뭐해진것이리라. 그런 미카를 보며 히죽거리고 있으니, 「히죽거리지 마—!」라며 하나도 무섭지 않은 위협이 날아왔다.

「너도 그런거 묻지 마!」

「아니, 난 딱히 물은적 없고. 과자 주니까 리카가 멋대로 말해준거거든」

「리-이-카!?」

「와왓!? 이르지 말라고 했었잖아!?」

자매가 사이좋게 방안에서 빙글빙글 술래잡기를 싲가한다. 내가 방 가운데에 앉아있다보니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었다.
나는 아무래도 리카에게 무른 경향이 있다. 미카에게 자주 혼나곤 하지만, 외동인 나에게는 여동생같이 느껴져 정말 귀여운 것이다. 대신 나 대신 미카가 리카에게 엄하니 괜찮다고 생각한다. 뭐, 그 미카조차도 나와 리카가 태그를 짜서 놀리면 종종 카리스마(웃음) 상태가 되버리지만.
결국 붙잡혀서 미카에게 머리를 쥐어박히고 있는 리카의 헬프를 받고, 아프다며 울부짖고 있는 리카와 미카의 옆으로 간다.

「미-카」

「히약!?」

미카의 귓가에 무대일을 하며 달콤한 목소리로 이름을 부른다. 거의 몇년은 이 방법으로 놀렸는데, 아직도 익숙해지지 못한것같다. 순식간에 얼굴이 새빨갛게 물들고, 김이 나오는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새빨개진다. 그 때 리카를 잡는 손의 힘이 약해졌는지, 리카가 미카의 팔에서 빠져나와 내 뒤에 숨었다.
미카는 당황해하며 나에게 떨어지려 뒤로 물러난다. 하지만, 여기서 끝내면 재미없다.

「미카」

「왜, 왜!?」

「미안해? 멋대로 네 비밀을 알아버려서」

「괜찮아! 이제 괜찮아! 그러니까 지금은 잠깐 떨어지자!? 응!?」

미카를 벽까지 몰아넣어, 이른바 벽치기 자세를 만든다. 표정으로 드러내진 않았지만 이건 이것대로 상당히 부끄럽다. 당하는 미카는 내 내심을 간파할 여유도 없는지, 그저 당황하기만 할뿐이다.
이렇게 가까이에서 재차 보면, 미카는 괜찮은 미소녀이다. 갸루화장을 하고있지만, 기본이 좋다. 갑자기 머리를 핑크색으로 염색했을때는 놀랐었지만, 지금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어떤 외모든간에 미카는 미카이기 때문이다.
허약하게 나의 손을 물리치려 하고있지만, 손에 힘이 전혀 들어있지 않았다. 여전히 이런 시추에이션에는 약한 모양이었다. 내 짖궂은 마음이 점점 커져왔기에 좀 더 놀리기로 했다.

「사과로……조금만, 공주님으로 만들어줄까」

「~~~~!?」

미카의 턱을 살포시 들어올리고, 천천히 얼굴을 내민다. 뒤에서 리카가 눈을 반짝이며 꺅꺅거리고 있지만, 아무래도 미카는 그것조차 신경쓸 여유가 없는 모양이었다. 처음에는 눈을 빙글빙글 돌리며 소리없는 비명을 지르고 있었지만, 어느정도 가까워지자 아예 눈을 꽉 감아버렸다.

그 상태의 미카에게서 떨어져서, 아직도 꺅꺅대고있는 리카의 앞에 서서, 가볍게 주먹을 떨어뜨린다.

「아야-!? 뭐하는거야 O군!?」

「이번엔 너랑 나도 잘못했거든? 이유가 뭐든간에 상대가 싫어하는 짓을 하면 안돼. 리카도 나나 미카가 리카의 비밀을 멋대로 폭로하면 화나겠지?」

「응……」

「그럼 앞으로는 조심해」

「네~~」

시무룩해진 리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뒤에 있는 미카를 돌아본다. 미카는 아까의 자세로 굳어져서 나를 보며 입을 덥석덥석 열었다 닫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미카도 은근히 엉큼하네~」

「~~~~!!」

『얘들아, 밥먹자—』

「「네~」」

급한 발걸음으로 리카와 나는 미카의 방에서 나왔다. 문을 닫는것과 동시에, 「놀렸겠다아아아아아아아!?」라는 절규가 죠가사키가에 울려퍼졌다.











--------











「…………」

「미안하다니까. 기분좀 풀어」

저녁을 먹은 후, 다시 미카의 방으로 돌아왔다. 이래뵈도 나랑 미카는 수험생이었기에 공부로 바쁘다. 특히 미카는 최근 아이돌로 전향해서 갑작스럽게 바뀐 생활에서 공부할 여유가 없는 모양이었다. 그 뒤를 쫓듯이 리카도 아이돌이 되었는데 그 때, 「숙제는 꼭 하고, 공부도 열심히 할게」라는 약속을 했었기에 지금은 자신의 방에서 숙제를 하고 있었다.

미카는 아까 놀린것에 아직도 삐져있는지, 침대 위의 쿠션을 안고는 가는 눈으로 나를 째려보고 잇었다. 계속 그러면 또 짖궂은 마음이 쑤실것같은데.

「……다음에, 하루 쇼핑 같이가면 용서해줄게」

「……할 수 없네」

「만세★……약속이야!」

그 직후, 미카는 쿠션을 내던지고 가뿐히 카펫 위에 착지했다. 속았다는것을 깨달았을때는 이미 늦었었다.

「당했다……」

「헤헷★ 나도 항상 당하기만 하는건 아니거든~」

어때, 라는듯이 미소짓는 미카를 보고 무심코 한숨을 토했다. 미카의 쇼핑은 길다. 하루를 통째로 사용해야 할 정도로. 나는 살 물건을 미리 정해놓고 휙 살것만 사고 나오는 타입이라서 더 그렇게 느껴지는 걸지도 모르겠지만.

「그럼 바로 시작할까★ 오늘은 일본사 배우고 싶어-」

「그러고보니 너 문과였지……그런 주제에 사회 못하지만」

「딱히 상관없잖아~. 국어랑 영어는 잘하고, 현대사회도 그럭저럭 하니까. 역사만 공부하면 사립은 여유~여유~」

즐겁게 준비하는 미카를 보고, 한번 더 한숨을 토한다. 미카에게 보복당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해서인지, 왠지 재미가 없었다. 문득 책상 위에 있는 미카의 컴퓨터를 보고 재미있는게 떠올랐다.

「어쩔 수 없네. 그럼 일단 저번에 가르친 범위부터 확인해볼까」

「헤? 시험?」

「아니. 문제 만드는거 귀찮으니까 문답으로. 전부 20문제. 90점 이상 맞으면 쇼핑하러갈때 저녁 살게」

그 말을 듣고, 미카는 공격적인 미소를 지었다.

「괜찮아? 잘먹겠습니다~★」

「말은 잘하는군, 일본사 중간고사 41점이. 그래서, 90점……은 빡쎄니까, 80점에서 5점씩 까일때마다, 여기 이 미카 컴퓨터의 비밀폴더에 저장된 추억의 사진」

「잠깐?! 너 어떻게 내 비밀번호 알고있는거야!?」

갑자기 당황하기 시작한 미카. 아무리 미카라해도 자신의 사진을 눈앞에서 보는건 부끄럽겠지. 하지만 이번엔 그것이 목적이 아니다.

「중에서, 미리아쨩이 찍혀있는 사진이 한장씩 삭제됩니다」

그 순간, 미카의 얼굴에서 표정이 사라졌다.











「오다 노부나가가 불태운걸로 유명한 히에이잔 엔랴쿠지를 세운 인물은?」

「그러니까, 누구였더라……구카이!」


「바보야, 사이초거든. 애초에 이거 중학교 수준 문젠데. 그런 이유로 콰앙~~」

「아아아아아아아아아!?」

『언니랑 ○군, 시끄러워!』











--------











그리고 다음날 아침. 어제 밤에 서로의 스케쥴을 확인했는데, 가장 가까운 휴일이 오늘이었던 것이다.
집 앞까지 맞이하러 갈까, 라고 말했지만, 미카는 약속장소에서 만나는게 좋다며 역전에서 오토바이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다. 중형 오토바이이다. 16살이 되자마자 면허를 따고, 꽤나 자주 타고 돌아다녔다. 미카가 가는 가게는 대체로 배달을 해주니, 이동하기 쉬운 오토바이로 갈 생각이었던것이다. 하지만……

「야호— O군☆」

「……미카?」

「미안. 나가는 길에 들켜버렸어. 언니만 치사하다고 떼를 써서……」

면목없다는듯이 나에게 말하는 미카. 이래뵈도 언니노릇은 제대로 하고있으니, 들어 줄 수 있는 여동생의 응석에는 약한거겠지.

「아니, 딱히 화난건 아닌데. 이유가 궁금했을 뿐이고. 오토바이 두고올테니까 잠깐 기다려줄래?」

「응, 미안해?」

「됐어. 익숙해」

그렇게 내가 돌아온 이후, 전철을 타서 이동한다. 리카는 미카가 모델을 한적이 있는 브랜드를 구경하고 싶다고 했고, 미카도 거기에 반대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우리들은 그곳으로 향하기로 했다.











「아—……힘들어……」

「칠칠맞네, 남자잖아?」

「그래-! 리카도 좀 더 구경하고 싶어-!」

가게를 8곳을 돌은 시점에서, 나는 피로에 쓰러지기 일보직전이었다. 한번 상상해보라. 미카랑 리카가 있긴 하지만, 남자가 여자용 가게에 들어가는것이다. 여러모로 힘들다. 주로 시선적인 의미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 와중, 갑자기 리카의 스마트폰에 전화가 왔다. 좀 떨어져서 통화하던 리카가 당황한 얼굴로 우리들에게 돌아왔다.

「미안해! 친구들이랑 놀기로 약속했었는데 까먹고있었어! 나 먼저 갈게!」

「너, 그러니까 다른 예정 없냐고 그토록 물었는데……」

「그러니까 까먹었다니까-! 그럼 미안해! O군 또보자!」

「그래. 혼자 갈 수 있겠어?」

「괜찮아~ 괜찮아!」

그렇게 말하며 달려가는 리카. 한두번 온 곳이 아니니 고내찮다고는 생각하지만. 어쨌든 갑자기 미카와 단 둘이 되어버렸다. 뭐, 이게 당초의 예정이었지만.

「미카-, 잠깐 쉬었다 갈까?」

「그래」

그리고 근처의 적당한 카페에 들어간다. 주문을 끝내고서야 겨우 한숨 돌릴 여유가 태어났다.

「너희들 건강하네」

「늙은이같은 소리하지 말아줄래? 뭐, 마음은 알것같지만. 나도 남자용 가게에 계속 끌려가는건 싫은걸」

이렇게 말하며 찬물을 한모금 마신다. 의외로 미카는 이런점에서 제법 편하다. 미카 자신이 배려가 있는 타입이기에 중간중간 쉴수 있다. 그건 그것대로 좋지만, 이번엔 미카는 일부러 끌고다닌 모양이었다. 명백하게 능글대고 있었다.
그런 이상 당연히 나는 보복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겨우 단 둘이 됐네, 미카」

「! 콜록콜록!」

미카와 눈을 맞추고, 내츄럴하게 그렇게 말한다. 경험이 풍부하다는 허세를 부리고는 있지만, 그런 주제에 이런쪽에 순진한 면은 여전하다.

「괜찮아? 미카」

「으, 응 괜찮아」

「다행이야, 미카」

「이름 연호하는거 금지! 내가 잘못했어!」

「나를 가지고 놀겠다니, 10년은 빠르지」

「정말……」

뜨거워진 얼굴이 부끄러워서인지 단숨에 물을 들이킨다. 놀림받자마자 약해지는건 이미 미카의 아이덴티티였다.
그리고 주문한 음식이 온다. 카운터타입 자리였기에 옆자리이지만, 미카는 자신의 쇼트케이크를 한 입 먹고는 나의 가토쇼콜라로 눈을 돌렸다.

「그것도 맛있어보이네. 조금만 줄래?」

「상관 없어?」

미카는 단 음식에 환장한다. 예전에 리카가 실수로 미카의 푸딩을 먹었을대는 미친듯이 광분했을 정도이다. 그러다보니 카페같은곳에 오면 높은 빈도로 단 음식을 먹는다.

「정말! 고마워—★」

「여기」

「으믂!」

미카에 입에 한입 사이즈로 자른 케이크를 쑤셔넣는다.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바로 포크를 뽑아내 우물우물 케이크를 씹었다.
뽑아낸 포크로 자신의 몫을 잘라내요, 입으로 옮긴다. 너무 달지 않을 정도가 딱 좋다. 맛있다, 라고 말하려 미카를 바라보니, 어째선지 미카는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고 굳어져있었다. 혹시 홍안증이 아닐까 의심될 정도였다.

「왜 그래?」

「시끄러 바보……」

툭하고 허약하게 내 어깨에 주먹을 날리는 미카. 이유는 몰랐지만 일단 한번 더 미카의 입에 케이크를 쑤셔넣었다. 그러자, 미카는 내 얼굴을 손으로 돌리며, 조용히 디저트를 먹었다.











--------











「그래서, 팔푼이짓만 하다가 돌아왔다고?」

「파, 팔푼이짓 않했어! 그냥 조금 부끄러웠을뿐인데……」

「그걸 팔푼이라고 하는거야 언니! 좋은 분위기가 됐으면 그대로 고백하면 될텐데-!」

결국 아무일도 없는 채 돌아와버렸다. 그것때문에 리카에게 한소리 듣는 중이지만, 아무리 그래도 팔푼이는 너무하다고 생각한다.
세간에서는 카리스마 갸루라고 불리고 있고, 그렇게 보이는건 확실히 좋은 일이었지만, 나는 연애경험이 일절 없다. 그건 옛날에 자폭해버렸을때 들켰었고, 리카도 알고있다. 그래서 팔푼이 발언이 나온거겠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고, 고백이라니……이왕이면 하는것보다 받고싶고…….

「그, 그게! 이번은 찬스가 아니라고 할까……」

「그정도로 분위기 만들어놓고, 찬스가 아니라는 소리가 나오면 영원히 찬스가 오지 않을껄?」

「큭……」

꼬맹이주제에, 라는 생각을 했지만, 솔직히 맞는 말이었기에 반박할 수 없었다. 분하지만 나는 리카같은 적극성을 가질 수 없을것같다. 이른바 늦깎이라는 것이다.
나는 OO를 좋아한다. 그것은 틀림없다. 몇년을 함께 보내는 사이, 저녀석의 옆에 있으면 두근두근거리는게 멈추지 않게 되버렸다. 그게 뭔지 몰라서 고민하던 시기도 있었지만, 사랑이란것을 자각하자마자 가슴이 진정되었다.
그 이후는 다양하게 나 나름의 어필을 했지만, 그 바보는 조금도 의식하지 않고 나를 놀리기만 할뿐이다. 아, 생각하니 왠지 열받는다.

「정말……언니가 자꾸 그러면 내가 O군 받아버릴거야?」

「안돼!」

리카의 조롱해 섞인 말에, 반사적으로 외쳐버렸다.

「왜?」

「아니, 그치만 그……그래! 리카라면 더 좋은 사람이 있을거야!」

아니다. 단지 내가 그녀석을 놓치고 싶지 않을 뿐이다. 하지만 그것을 솔직하게 인정할 수 없어서. 여동생에게까지 변명해서.

「어, 어쨌든! 안돼는건 안돼!」

그 말만을 남기고, 나는 내 방에 틀어박혔다.









「……랬어☆」

『……둔한 건 피차일반이었나』

「정말이야-! 빨리 좀 사귀라고 항상 답답했었어!」

『……뭐, 노력해볼게』











--------











11월이 되자, 날씨는 완전히 겨울이 되었다. 나는 감독과 동료들에게 약간 떼를 써서 당일의 라디오 수록일을 바꾸었다. 그렇게해서 손에 넣은 것은 11월 12일의 휴일이다.
전전부터 그 날은 미카도 휴일이라고 리카에게 들었었기에, 미카에게는 이미 연락을 해놨다. 약속장소는 전과 같은 역전이다.
그러나 약속시간에서 벌써 30분이 지나있었다. 머플러에 반쯤 얼굴을 묻고 추위를 참는다. 조금 불안했지만, 아직 초조해할 정도는 아니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기다린다.
그리고 1시간 정도가 흘렀을 때, 간신히 저 멀리에서 낯익은 복숭아색 머리가 보였다. 두리번거리며 초조한듯이 주변을 둘러보고 있다가, 나를 찾아냈는지 쏜살같이 달려왔다.

「미안! 진짜 미안해!」

그렇게 사과하는 미카의 모습은 평상시와 상당히 달랐다. 머리는 스트레이트로 내렸고, 옷도 어른스러운 옷, 화장은 가벼운 네츄럴 메이크. 그야말로 미카의 이미지와는 정반대라고 봐도 좋은 치장이었다.

「저기……화났어?」

미카의 말에 간신히 정신을 차린다. 그녀는 불안스러운 눈으로 나를 올려보고 있었다. 아무래도 상당히 오랫동안 미카의 모습을 정신없이 봐버린 모양이었다.

「아니……괜찮아. 바로 갈까」

「응……고마워?」

「뭐가?」

「기다려줘서」

소극적인 웃음, 오랫동안 보지 못한 미카의 미소를 앞둔 나는 붉어진 얼굴을 숨기듯이 헬멧을 썼다.











「우와……」

도쿄 외곽에 있는, 동네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언덕. 그곳에서의 첫마디는 미카의 환성이었다.

「예쁘다……」

「우연히 알게됬거든. 가끔은 이런것도 괜찮지?」

「응……」

별거 아니었지만, 미카는 아무래도 신선했던 모양이다. 기뻐해줘서 다행이었지만, 오늘의 목적은 이게 아니다. 길고 긴 이 미묘한 관계를 끝내러 온 것이다.

「미카」

「응—?」

굉장히 기분이 좋은 목소리로 미카가 나를 바라보았다. 미카를 좋아한건 언제부터였지. 다시 떠올려봤지만, 어느 장면에서도 미카를 좋아하고 있었던것 같았다.

「너무 갑자기라 이상하게 생각할지도 모르겠는데」

「뭐가? 이제와서 그런거 신경쓸 사이가 아니잖아?」

야경을 등 뒤에, 이번엔 미카다운 미소를 짓는다.
그렇구나, 떠올렸다. 내가 언제 미카를 좋아하게 되었는지.

「──처음 봤었을때부터, 쭉. 너를 좋아했어」

미카의 눈이 커진다. 그야 그렇겠지. 어제까지만해도 실컷 자신을 놀려먹고, 농락하던 놈에게 고백받은것이다. 아마 나라도 황당할것이다.
미카는 아연실색한 얼굴로 움직이지 않는다. 양손을 입에 대고, 시선을, 얼굴을 당황하며 움직이고 있다. 이윽고 서서히 얼굴이 붉어지고, 시선이 나를 향하더니만, 뚝뚝하고 물방울을 흘리기 시작했다.

「……울정도로 싫었어?」

어쩌면 미움받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에 미카에게 물었지만, 목이 꺾이는게 아닐까 싶을 정도의 기세로 고개를 흔들어 부정한다.
미움받지는 않았다. 그것을 확인하고 나서 미카를 껴안는다. 평소 장난칠때와 다르게. 제로거리의 미카는 따뜻했다.
흐느껴 우는 미카의 등을 상냥하게 두드린다. 얼마나 이러고 있었을까, 진정했는지 코를 훌쩍거리는 소리만 들리기 시작했다.

「진정했어?」

미카는 수긍한다.

「미안해, 놀란것 같아」

한번 더.

「싫으면 싫다고 말해」

이번엔 강하게 고개를 흔든다. 동시에 어느새 내 등에 둘러져있던 손에 힘이 들어갔다.
등을 펑펑 두드리고, 미카에게서 몸을 뗀다. 붉어진 눈매를 손수건으로 닦아준다. 평소에는 얼굴을 만져지는것을 싫어하던 미카였지만, 지금은 얌전히 그것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고마워. 그리고 생일 축하해」

「순서가 반대야……바보오……!」

다시 내 가슴품으로 얼굴을 숨기는 미카. 그런 미카의 등을 상냥하게 쓰다듬는다.

「그럼 저녁 먹으로 갈까. 생일선물 대신으로 한턱 쏠게」

「……선물, 없는거야?」

「아니—……미안. 나도 제법 허둥거려서. 갖고 싶은게 있으면 지금부터라도──」

내 말이 거기서 끊긴다. 문자 그대로 입술이 막혔기 때문이다. 미카가 발돋움을 하고, 내가 고개를 아랫쪽으로 살짝 숙이면 간신히 닿는 거리. 그 거리로, 우리들은 연결되어 있었다.

「──지금 받았으니까, 됐어」

집게 손가락을 세우고 입가를 빙긋, 짖궂은 표정으로 웃는 미카는, 여태까지 봐온 모습들중에서도 가장 사랑스럽게 보였다.



 
다음 화 : 변하지 않는 것《시부야 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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